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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라파엘 하르파즈 주한 이스라엘 대사

“(인질귀환 전까지) 헤즈볼라와 휴전했다고 상황 나아진 것 아니다"

글 : 백재호  월간조선 기자  1oo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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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마스, 팔레스타인 향한 국제사회의 지원 가로채 테러자금으로 활용”
⊙ “종전 후 가자지구 단 1인치도 침범 안 할 것… 오직 하마스 격멸 원해”
⊙ “이스라엘은 적이 위협하며 자신들의 파괴 의도를 선언할 때, 그 발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 “산을 ‘피하지 않고’ ‘옮기는 것’이 이스라엘人 정신”
⊙ “이스라엘을 지키는 ‘원동력’ ‘강인함’은 청년에게서 나와”
⊙ “현대· 기아차 등 한국의 글로벌 브랜드 부러워”

라파엘 하르파즈(Rafael Harpaz)
1961년생. 히브리대학교 국제관계학사, 텔아비브대학교 정치외교 및 안보 행정석사(수석) / 주 미국 워싱턴D.C. 이스라엘 대사관 공보관(2005~2009), 주 아제르바이잔 대사(2012~2015), 이스라엘 외무부 중앙아시아 및 코카서스 담당 국장(2015~2018), 주 필리핀 대사(2018~2021),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2021~2024), 現 주한 이스라엘 대사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Hamas·이슬람 저항운동)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선전포고 없이 침공을 감행했다. 하마스는 대규모 로켓공격을 통해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Iron Dome·단거리 대공미사일)도 무력화했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가자전쟁’(2014년 7월 8일~8월 26일) 이후 9년 만에 일어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다. 이스라엘은 과거 ‘이스라엘 건국전쟁’(1948년 5월 15일~1949년 3월 10일)을 시작으로 ‘2~4차 중동전쟁’까지 1년 이상의 장기전이 없었지만 현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이스라엘 건국 이후 첫 장기전 양상으로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은 2024년 9월 27일부터 헤즈볼라(Hezbollah)와도 전쟁을 병행하고 있다. 두 달 만인 11월 27일 헤즈볼라와 극적으로 ‘60일 휴전’에 합의했지만 소규모 충돌은 계속되는 중이다.
 
 
  “정말 한숨도 못 잤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을 비롯한 이스라엘의 안보정책을 듣고자 지난 12월 4일 라파엘 하르파즈(Rafael Harpaz·63) 주한 이스라엘 대사를 만났다. 윤석열(尹錫悅)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해제한 지 6시간 반 만이다.
 
  ― 잠은 잘 잤습니까.
 
  “정말 한숨도 못 잤습니다. 이스라엘 외무부 본부에서도 무슨 일인지 계속 문의가 왔습니다. 대한민국의 계엄령 사태가 이스라엘 언론의 메인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이스라엘은 한국보다 시차가 늦으니 계엄 선포 당시 오후였습니다. 본국에서도 관심이 정말 컸습니다.”
 
  ― 대사로 부임한 지 3개월이 지났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한국은 전에도 한번 온 적이 있습니다. 대사로 부임하기 전 외무부 아시아·태평양국장으로 근무했거든요. 한국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역사적으로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다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광복 이후 ‘성공 신화’를 쓴 나라 아닙니까. 이스라엘도 1948년 건국 이후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비슷한 점이 참 많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이스라엘 국민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미국도 매우 ‘친한 우방’이지요. 말 그대로 ‘좋은 친구’입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1기 내각(2017년 1월 20일~2021년 1월 20일) 때도 이스라엘은 미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이스라엘 내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Tel Aviv)에서 예루살렘(Jerusalem)으로 옮겼지요.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간 맺은 평화협정) 체결 당시에도 미국의 역할이 있었습니다. 또 해당 협정을 계기로 바레인, 모로코 등과도 관계 정상화가 됐죠. 이번 트럼프 당선인의 2기 내각에서도 양국 간 좋은 협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르파즈 대사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한국어로 대화도 하고 농담도 했다. 또 “이스라엘 상황에 관심을 가져줘 고맙다”고도 했다. 특히 그는 “현재 이스라엘은 매우 심각한 안보 위기에 직면했다”고 했다. 기자가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이스라엘 전쟁에 대해 묻자 금세 진지한 얼굴로 변했다.
 
 
  “하마스-헤즈볼라, 이스라엘 멸절 원해”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군사 조직인 알 카삼 부대원들이 가자지구에서 중무장을 한 채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하마스와 헤즈볼라, 어떻게 봅니까.
 
  “하마스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에 기습공격을 감행한 그다음 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를 기습 공격했습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멸절(滅絶)을 원합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돕는 배후세력은 ‘이란’이고요. 이란은 정치·군사적으로 꾸준히 그들을 지원해 왔습니다.”
 
  ― 그렇다면 하마스-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주적(主敵)입니까?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직접적인 위협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 이란이 있습니다. 이란은 이미 두 차례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했습니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제거하려는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으며,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중동의 테러리스트 조직들을 지원하고 후원하며 테러세력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이란을 막아야 합니다.”
 
  ― 레바논 국민들의 피해도 크지 않나요.
 
  “단호하게 말하죠. 우리는 레바논과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레바논 내 헤즈볼라와 싸우는 겁니다. 그들은 테러집단입니다. 헤즈볼라가 공격한 이스라엘 북쪽 지역의 경우 이스라엘 피난민만 6만 명 이상입니다. 레바논을 걱정했다면 오히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않았어야 합니다.”
 

  ― 헤즈볼라와 ‘60일 휴전안’ 체결 배경이 있나요.
 
  “미국의 도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이번 휴전이 완전한 종전(終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답은 어렵습니다.”
 
  ― 이란의 역할도 있었습니까.
 
  “그 부분은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 하마스-헤즈볼라 연대(連帶) 억제 의도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볼 수도 있지요. 하지만 헤즈볼라와 일시적 휴전을 했다고 이스라엘 상황이 나아진 것은 아닙니다. 이스라엘 주변에는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들이 정말 많습니다. 이스라엘 주변국들을 보세요. 소위 ‘시아파 벨트’(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이슬람 시아파 국가의 동맹 전선) 국가들이 다수입니다. 만약 이스라엘-이란 관계가 악화되면 시아파 벨트에 위치한 이란 군대, 친이란 무장단체들이 언제든지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죠.”
 
 
  “하마스에게는 정권 유지가 가장 중요”
 
2023년 12월 17일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이 텔아비브에서 인질 귀환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뉴시스
  ― 현재 하마스와 휴전(종전)을 논하기는 이른지요?
 
  “이스라엘은 인질의 조속한 귀환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휴전안은 하마스에 의해 번번이 거절됐습니다.”
 
  2024년 12월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새로운 휴전 협상안을 제시했다”고 《예루살렘포스트》가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일부 각료, 안보기관 수장이 확정한 새 제안을 중재국 이집트를 통해 하마스에 전달했다. 이 협상안에는 이스라엘군과 하마스가 42〜60일간 일시적으로 교전을 멈추고 이 기간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중 여성, 50세 이상 남성, 치료가 필요한 중환자 등을 우선 석방하는 내용이 담겼다.
 
  ― 하마스와 휴전 시 우선 조건이 있을까요?
 
  “인질로 잡혀간 이스라엘인들의 안전한 복귀입니다. 하마스는 첫 기습공격 당시 250명가량을 인질로 삼았습니다. 아직 100명 이상의 인질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중에는 외국인도 10명 이상 있습니다. 인질들의 안전한 복귀를 보장한다면 아직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 하마스가 인질 교환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자신들의 정권 유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들에게 인질 교환은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 이스라엘도 하마스 격멸(擊滅)에 초점을 두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의 목표는 2가지입니다. 우선이 인질 구출, 두 번째가 하마스 격멸입니다. 전쟁 초기 이스라엘 인질들이 귀환하게 된 이유도 이스라엘군의 군사적 압박이 가장 컸습니다. 저 또한 이스라엘 인질들의 상황을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한 명의 이스라엘 국민으로서 그들이 조속히 고향으로 돌아오길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 가자지구 파괴 및 흡수가 이스라엘의 목적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은 종전 후 가자지구를 지배하겠다는 입장이 아닙니다. 만약 종전한다면 가자지구의 단 1인치도 침범하지 않을 겁니다. 단지 이스라엘이 원하는 것은 ‘가자지구 내 하마스의 영향력을 소멸시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자지구 문제는 종전 후 국제사회와 함께 소통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마스, 무고한 시민들을 방패로 삼아”
 
  ―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구호단체도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하다고 봅니다.
 
  “표면적으로 이스라엘 방위군이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가자지구 내에 유입되는 국제지원자금, 구호물품 등은 하마스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팔레스타인을 향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하마스는 가로채고 테러자금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유엔 산하의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지원들이 하마스에 유입되고 있다는 점도 제시했습니다. UNRWA 예산은 2022년 기준으로 16억 달러(약 2조1300억원)에 달합니다.”
 
  지난 2024년 1월 31일 《조선일보》는 〈유엔 직원이 하마스 가담, 이스라엘 쳐들어가 민간인 납치 파문〉이라는 기사를 냈다. 해당 기사에 따 르면 “UNRWA의 일부 직원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가담한 정황이 뚜렷해지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이 같은 정황을 자세히 담은 이스라엘 정보 당국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서방 주요국이 잇따라 UNRWA에 대한 지원금을 끊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며 “팔레스타인 주민 권익을 강조하며 이스라엘과 갈등을 빚어온 유엔 수뇌부도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고 밝혔다. 또 “UNRWA에 거액을 지원하던 미국·독일·영국·이탈리아·일본·캐나다·핀란드·스위스 등 20여 국이 진상이 파악될 때까지 지원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 그것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 병원, 학교, 민간 시설을 공격하는 이유입니까?
 
  “하마스는 학교, 병원, 사원 등 민간 시설 내에 무기를 은닉하고 지하통로를 구축했습니다. 하마스는 무고한 시민들을 방패로 삼고 있는 겁니다.”
 
  ― 이스라엘군은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장담합니까?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를 공격합니다. 결코 민간인을 표적으로 공격하지 않습니다.”
 
 
  “이 전쟁은 이스라엘이 시작하지 않았다”
 
사진=조준우
  ― 최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을 어떻게 봅니까?
 
  “완전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도 동의하지 않죠. 그리고 이스라엘은 ICC 회원국도 아닙니다. 이스라엘은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또 매우 강력한 사법시스템이 작동되고 있습니다. 총리 처벌 사유가 있다면 이스라엘 사법시스템에 따라 결정될 겁니다. ICC의 이번 결정은 아무런 ‘권한이 없는 판단’이었습니다.”
 
  ― 네타냐후 총리가 정권 유지를 위해 전쟁을 지속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 전쟁은 이스라엘이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이 먼저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공격하지 않았어요. 설마 이스라엘이 전쟁을 원하겠습니까? 하지만 우리 국민이 공격당한 이상 좌시할 수 없지요. 저는 이스라엘의 대응이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적의 공격에 맞선 이스라엘의 ‘보복’은 정당합니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은 지난 2024년 11월 21일 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부장관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그날 이를 반박하는 성명서를 냈다. 대사관은 “ICC는 국제법에 따라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려는 이스라엘의 노력과,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는 테러리스트들의 비열한 전술에도 불구하고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탁월한 조치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가장 위협받고 표적이 되는 국가” “다른 국가들로부터 공개적으로 제거 요구를 받는 유일한 국가”임을 강조하며 “ICC의 이번 결정은 이스라엘의 방어권에 대한 공격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들이 테러리즘과 싸우는 역량을 심각히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 오슬로 협정(1993년)에 따른 ‘두 국가 해법’은 아직 유효합니까?
 
  “현재 두 국가 해법을 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역사적 관점에서 보죠. 1948년부터 1967년까지 요르단강 서안(West Bank·오늘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지역이자 팔레스타인의 자치행정구역)은 요르단 영토였습니다. 또 당시 가자지구는 어땠나요? 1967년까지 이집트가 지배하던 구역입니다. ‘팔레스타인’이라는 국가는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에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실효적으로 지배했고요. 심지어 지난 2005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정에 따라 가자지구에 주둔해 있던 이스라엘군과 유대인 정착촌도 철수시켰습니다.”
 
  하르파즈 대사는 “이스라엘은 작은 나라”라며 “이스라엘이 자국의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 강한 군사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 안보 태세 확립에 대해 매우 단호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안보’가 아닌 아닌 ‘자국 안위를 위한 안보’를 재차 강조했다.
 
 
  “청년들, 전쟁 시작 후 자원입대하려 돌아와”
 
  ― 안보의 핵심은 청년층 아닐까요.
 
  “당연합니다. 이스라엘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사방이 반(反)이스라엘 국가들이죠. 이스라엘인들은 애국심이 남다릅니다. 저는 나라를 지키는 원동력과 강인함은 청년들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되고 나서 수많은 청년들이 자원입대를 하기 위해 돌아왔습니다. 참 감사한 부분입니다.”
 
  ― 이스라엘은 남녀 모두 의무복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남녀 상관없이 거의 모든 병과에 지원이 가능합니다.”
 
 
  남자 30개월, 여자 24개월 의무복무
 
  지난 2023년 10월 14일 《조선일보》의 〈전쟁 겪은 정예 예비군만 46만 명… 이스라엘 강군의 비결〉 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여자도 남자와 동일하게 병역의 의무를 다한다. 남자는 30개월, 여자는 24개월로 복무기간만 다를 뿐 함께 전투부대에 배치되는 등 거의 똑같은 수준으로 나라를 지키고 있다. 또 이스라엘군 병력은 간부·병사를 다 합쳐 18만 명 수준인데 이 가운데 20%(약 6만 3000명)가 여군이다.
 
  이스라엘 여군 징병제는 여성들이 앞장서 이뤄냈다. 건국(1948년 5월 14일) 당시 이스라엘 인구는 지금(917만 명)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80만 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건국 선포 바로 다음 날부터 자국 병력의 30배가 넘는 아랍연합군과 싸워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 여성들은 군인이 되기를 자청했다. 1995년에 앨리스 밀러(Alice Miller)란 여성이 ‘여성의 공군 조종훈련학교 진학을 허용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함으로써 1998년 첫 여성 조종 졸업생이 배출됐다. 2004년에는 첫 혼성 최전방 전투부대 카라칼대대(Caracal Battalion)도 창설됐다. 여성의 군복무 제도는 병력 수 등 전력 증가를 넘어 ‘모두가 함께 나라를 지킨다’는 안보의식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 군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거의 없습니다. 신체적 제한사항이 있거나 종교적 신념에 따른 이유의 경우에는 대체복무도 가능합니다.”
 
  하르파즈 대사는 “이스라엘 국민들은 고등학교 졸업(18세) 후 바로 군대를 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또 “대부분의 청년들이 군 의무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1년 정도 자유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그는 “이스라엘 국민들은 군복무를 마쳐야 비로소 자신의 인생이 시작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또 “군복무를 통해 성숙해진 본인을 마주하게 된다”며 전역 후 다수의 청년들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그동안의 인생을 돌아보고 미래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군, IT 창업의 요람
 
2023년 5월 18일 서울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나프탈리 베네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이 스타트업 제국이 된 비밀’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뉴시스
  ― 최근 일련의 전쟁을 겪으면서 이스라엘이 새로 얻은 ‘안보적 교훈’이 있다면?
 
  “이스라엘은 적이 위협하며 자신들의 파괴 의도를 선언할 때, 그 발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민간인의 준비 태세, 회복력, 그리고 외부 위협에 맞선 단결의 중요성을 배우게 됐죠. 이스라엘은 고난으로 가득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더욱 강하게 일어섰고, 이번에도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지난 2023년 6월 10일 《조선일보》의 〈美 초급간부 월급 780만원… 이스라엘은 IT 교육시켜 창업 길 터주기도〉 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초급간부들이 군복무 중 선발 과정을 거쳐 첨단 통신기술, 컴퓨터 프로그래밍, 공보·정훈 등 특정 분야 전문성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군복무 기간 전문성 개발로 부대 전투력에 기여하고, 전역 후에도 취업에 유리하게 해주는 것’이 목표다. 실제로 ‘쉬모네 메타임(8200부대·이스라엘의 통신기술 전문부대)’ 등 특수부대 초급간부 출신은 복무 기간에 습득한 기술로 전역 후에 창업을 하고 이후 군과도 기술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군 관계자 A씨는 “이스라엘에서 군은 ‘창업의 요람’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라며 “쉬모네 메타임 같은 정보통신 기술력을 가진 부대 출신 간부들이 창업한 기업만 현재 1000개가 넘는다”고 했다.
 
  ― 군에서 꾸준히 IT 역량을 지원하는 이유가 있나요.
 
  “이스라엘은 2022년도 기준 GDP 대비 R&D 투자가 전 세계 2위입니다. 1위가 한국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스라엘 국민들은 매우 창의적이고 직관적인 성향이 있습니다. 또 이스라엘인은 산(역경)을 피하지 않고 옮겨버리는 정신력을 가졌습니다. 군 조직이라고 다를 게 없지요. 또 이스라엘군은 위험과 실패를 기꺼이 감수합니다. 만약 실패했다면 원인을 찾고 성공할 때까지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스라엘군 정신은 IT 역량을 기르기에도 좋은 분위기죠. 사고방식이 한국인과도 비슷하지 않나요?”
 
  지난 2022년 4월 21일 《중앙일보》의 〈창업국가 이스라엘, 국가가 혁신기술 키운다〉 기사에 따르면 아미 아펠바움 이스라엘혁신청(Israel Innovation Authority) 의장은 “혁신은 필요에서 나온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했을 때 우리는 한국처럼 석유·가스 등 천연자원이 없는 나라였고 지정학적으로도 이웃 국가들로부터 큰 도전을 받고 있었다”며 “우리 스스로 보호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했다. 또 그는 “이스라엘의 혁신은 군과 대학에서 나온다”고 강조하며 “이스라엘 방위군은 다양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군 전역자들도 군에서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방위산업 역량으로 구체화한다. 대학 또한 연구를 통해 혁신기술을 만들어낸다”고 소개했다.
 
 
  “가장 희망하는 對韓협력 분야는 자동차 기술력”
 
2019년 7월 15일 레우벤 리블린(왼쪽에서 첫 번째) 이스라엘 대통령이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정의선 당시 현대차 수석부회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조선 DB
  ― 한국-이스라엘 간 방산기술 협력도 가능할까요?
 
  “당연하지요. 민간협력부터 국가협력까지 그동안 양국은 우호적 관계를 꾸준히 유지해 왔습니다. 안보적 관점에서 양국은 공통점이 많지 않습니까.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위협에 대응하고 있듯이, 한국도 북한의 핵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는 안보적 공감대가 있습니다. 양국은 앞으로도 더 포괄적인 협력관계를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 한국과 가장 협력하고픈 IT 분야는?
 
  “가장 희망하는 분야는 자동차 기술력입니다. 한국은 현대·기아 등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가 있는 국가입니다. 참 부러운 부분이지요. 아쉽게도 이스라엘은 그렇지 않아요. 하지만 이스라엘은 AI, 이노베이션(기술혁신) 역량이 풍부한 국가입니다. 대한민국의 하드파워와 이스라엘의 소프트파워는 매우 좋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 한-이스라엘 간 특별히 기억나는 협력이 있습니까?
 
  “한국은 아시아 지역 국가 중 이스라엘과 자유무역협정(FTA)을 가장 빨리 맺은 나라입니다. 특별한 국가죠. 지난 2021년 코로나19가 가장 심각할 때 이스라엘은 한국에 화이자 백신 70만회분을 우선 지원했습니다. 이스라엘의 도움으로 한국이 코로나 방역에 많은 도움을 받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앞으로도 양국 간 위기 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르파즈 대사는 인터뷰 끝 무렵에 “코로나19 이전에는 이스라엘에 연 6만 명 이상의 한국 관광객들이 방문했다”며 “현재는 전쟁으로 관광이 어렵겠지만, 전쟁이 끝나면 한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오길 희망한다”고 했다. 또 “내 모교인 히브리대학교에는 한국어 전공이 있다”며 “양국 청년층들 소통의 고리는 한국의 ‘K-컬처’가 확실한 핵심”이라고 했다.
 
  인터뷰 직후인 12월 8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알아사드(al-Assad) 정권이 무너지는 것과 동시에 골란고원 내 완충지대를 점령했다. 헤르지 할레비(Herzi Halevi·56)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4개 전선에서 교전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골란고원을 넘어 시리아 영토에 배치된 의도’를 묻는 추가 질문에 하르파즈 대사는 “이스라엘 방위군은 시리아 국경에서 방어작전을 수행하고 있으며, 골란고원에서 ‘하마스 기습공격과 같은 시나리오를 방지하기 위해’ 이스라엘 공격에 사용될 수 있는 주요 거점들을 일시적으로 장악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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