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 우파 정치의 가장 큰 적은 내부에 자리 잡은 관료주의·보신주의·기회주의
⊙ 유럽 우파 정당들, 극우 프레임 벗어나 실용주의·대중주의 어젠다 제시 성공
⊙ 보수 정당, ‘중-수-청’ 공략보다 ‘지역 대 수도권’ 구도 만들어야
⊙ 보수를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는 정당으로 인식하도록 해야
⊙ 보수의 정치적 자산 부정하지 않고 계승하는 태도가 보수 정치 재도약 첫걸음
沈揆珍
1978년생.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미국 미시간주립대 텔레커뮤니케이션 석사, 시러큐스대 뉴하우스스쿨 매스커뮤니케이션 박사 / 청주방송(CJB) 기자, 미디어다음 뉴스파트장,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 실장, 싱가포르 경영대 교수, 호주 멜버른대 교수, 現 스페인 IE대학교 교수 / 저서 《73년생 한동훈》
⊙ 유럽 우파 정당들, 극우 프레임 벗어나 실용주의·대중주의 어젠다 제시 성공
⊙ 보수 정당, ‘중-수-청’ 공략보다 ‘지역 대 수도권’ 구도 만들어야
⊙ 보수를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는 정당으로 인식하도록 해야
⊙ 보수의 정치적 자산 부정하지 않고 계승하는 태도가 보수 정치 재도약 첫걸음
沈揆珍
1978년생.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미국 미시간주립대 텔레커뮤니케이션 석사, 시러큐스대 뉴하우스스쿨 매스커뮤니케이션 박사 / 청주방송(CJB) 기자, 미디어다음 뉴스파트장,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 실장, 싱가포르 경영대 교수, 호주 멜버른대 교수, 現 스페인 IE대학교 교수 / 저서 《73년생 한동훈》
- 스페인 Vox는 유럽에서 성공한 우파 정당 중 하나다. 사진은 2022년 3월 19일 마드리드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당 대표 산티아고 아바스칼. 사진=AP/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불발 계엄령 이전에도 이미 한국의 보수 우파(保守右派)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었다. 엘리트 관료주의에 매몰되고 시대의 변화를 외면한 결과, 보수 우파는 이제 ‘노년–영남–극우’라는 비아냥을 듣는 처지가 되었다. 젊은 세대와의 소통 부재, 좌편향된 미디어 환경, 지역사회와의 유대 약화, 경제적 불평등과 젠더·세대 갈등에 대한 설득력 있는 비전 부재(不在)는 국민적 신뢰 상실로 직결되었다.
리더십의 부재와 끊임없는 노선 투쟁은 내부 갈등과 분열을 장기화시키며, 사실상 공멸적이고 자해적인 정치적 내전(內戰)을 초래했다. 이처럼 변화 없는 과거 방식에 머물러서는 정치적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 한국 보수 우파는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실용주의–대중주의 어젠다 제시
미국과 유럽의 대중적 우파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정치적 가능성을 만들어냈다. 미국의 트럼프 현상과 유럽의 복스(Vox·스페인), 스웨덴민주당 사례는 기존 보수 정치의 틀을 깨고 국민적 관심과 신뢰를 회복한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대중의 요구를 포착하고 실용적 정책을 제시하며 전통적 가치를 현대적 맥락에 맞게 재해석했다.
한국의 보수 우파도 이제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대중적 지지를 얻기 위해, 젊은 세대와 공감할 수 있는 정치적 비전과 실용적 정책을 통해 과거의 회고적 이미지를 벗어나야 한다. 정치적 생존이 아닌, 미래를 설계하는 보수 정치로 거듭나야 할 때다.
가장 성공적인 보수 정당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집권당 ‘이탈리아형제들’은 극우(極右) 정당이라는 주류 언론의 레이블과 달리, 성공적인 대중적 우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결국 민생(民生)과 직결된 우파적 정책이다.
이탈리아형제들은 ‘이탈리아인의 이탈리아를 되찾자’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전통적 가족 가치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현대적 경제정책으로 국민적 신뢰를 구축했다. 이들은 소규모 기업과 자영업자를 위한 세금 감면, 기업 규제 완화, 에너지 자립을 위한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와 같은 실용적인 경제 대책을 제시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주력했다.
스웨덴민주당은 이민자 복지 축소와 자국민을 위한 노동시장 우선권 정책을 통해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고, 이를 기반으로 기존 정치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젊은층을 효과적으로 흡수했다.
스페인 우파당 복스는 ‘스페인은 하나다’라는 슬로건 아래 카탈루냐 독립운동 등 지역분리주의를 강하게 반대하며, 국가 통합과 민족 정체성(正體性)을 재조명해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현대적 가치와 전통적 가치의 연결
한국 보수 우파도 이러한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신냉전(新冷戰) 시대에 접어들며 안보 이슈가 더욱 중요해졌다. 과거식의 북풍(北風)몰이나 소모적인 이념 논쟁이 아니라, 실용적이고 대중적인 의제로 안보 이슈를 재구성해야 한다. 예컨대 국방력 강화를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 첨단 방위산업 육성, 기술 안보 강화 같은 현대적 접근으로 국민에게 실질적 이득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들을 효과적으로 홍보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저성장 시대를 맞아 내수(內需)시장을 살리고 자영업자와 블루칼라 노동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통해 실질적인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최저임금 제도의 유연화,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줄 세제 혜택, 소규모 제조업과 지역경제 지원 정책은 보수가 새로운 경제적 기반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다. 특히 암호화폐와 같은 신흥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며, 전통적 경제질서를 존중하되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보수는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가치를 조화롭게 연결해야 한다. 전통적 안보와 경제적 안정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블루칼라와 청년 세대가 체감할 수 있는 실용적인 변화를 제시해야 한다. 이는 국민이 보수를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는 정당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페미니즘’에서 ‘패밀리즘’으로
최근 트럼프의 미 대선 승리에서 가장 두드러진 이슈는 젠더(gender)였다. 다양성과 성(性)소수자에 대한 관용이 법적 우대와 제도적 인정으로 자리 잡은 미국에서, 전통적 가족 가치를 수호하려는 세력과 이를 공고히 하려는 세력 간 대립이 선명해졌다. 트럼프가 러스트벨트(Rust Belt)에서 예상 이상의 지지를 얻고 백인 가정주부와 흑인·히스패닉 남성들 사이에서 지지율을 높인 것은 이러한 ‘가치 충돌’이 선거의 핵심 축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글로벌 워크(Woke) 문화는 전통적 가치와 새로운 사회적 요구 간 갈등을 야기하며, 극단적인 정치적 올바름(PC)을 강요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보수 우파는 이러한 문화적 흐름 속에서 전통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세대와 젠더를 관통하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극단적 페미니즘이나 PC 의제가 좌파 정치와 결합하면서 인간의 보편적 가치인 가족과 공동체가 훼손되고 있는 만큼, 이를 보수 우파의 새로운 정책 기조로 삼아야 한다.
‘페미니즘’에서 ‘패밀리즘’으로 정책적 전환을 이루고, 전통적 가족 가치를 수호하면서도 현대사회의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가족 중심 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육아·출산·교육 지원을 확대하고, 젊은 유권자들에게 전통적 가치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 해법임을 설득해야 한다.
젠더 갈등 해소를 위한 대안(代案)도 마련해야 한다. 젊은 남성층이 역(逆)차별로 인식하는 각종 할당제 재검토와 군복무자에 대한 사회적 혜택 강화 등, 공정성을 회복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전통적 가족과 공동체의 미덕을 되살려 젠더와 세대 간 간극을 줄이는 전략은 단순한 정치적 선택을 넘어, 사회적 통합을 위한 필수 과제다. 이는 한국 보수가 Woke 문화와의 전선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대중적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보수 정치의 노령화(老齡化)와 세대 간 단절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중앙·수도권 중심의 틀을 깨고, 청년들이 일하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지역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는 수도권 집중화를 해소함과 동시에 중앙정치와 주류 언론 의존에서 탈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혁신은 변방에서 시작된다
청년 정치인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중앙 정치권과 언론의 영향력, 낙하산식 트로피 공천 시스템에 갇혀 자생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잃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특히 과거 보수 정치의 중심지였던 영남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한때 대한민국의 경제와 정치 중심지였던 영남은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경제적·정치적 쇠퇴를 겪고 있다. 지역경제는 활력을 잃었고, 정치적으로는 과거의 명성에만 의존하며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면서 좌파의 정치적 근거지가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옮겨갔다. 이로 인해 ‘영남 대(對) 호남’의 패권(覇權) 구도는 무너졌고, 보수의 기반인 영남 정치권은 수도권에 대한 극심한 피해의식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도권 대 지방 구도는 보수 우파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현재 보수 우파가 펼치고 있는 ‘중–수–청’ 공략 기조는 이미 좌파 우위의 운동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상황을 초래하며, 보수의 근거지 몰락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 판을 바꾸기 위해서는 ‘수도권 대 지역’ 프레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안은 영남과 호남의 청년 보수 연대(連帶)라는 어젠다로 구체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수도권 중심의 정치 판도를 바꿀 동력을 마련하고, 선명한 우파 가치 동맹을 기반으로 새로운 정치적 지형을 만들어야 한다.
영호남 청년 보수가 함께하는 지역 재건 어젠다
영호남 패권 구도를 넘어 영남과 호남 보수가 연대하는 지역정치의 부활은 시대적 요구다. 지역을 더 이상 중앙정치의 하위 개념으로 보지 말고, 청년들이 기회를 창출하며 정치적 리더십을 배양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새로운 인프라와 플랫폼을 통해 지역은 청년 정치의 출발점이자 정치적 실험과 성장을 도모할 중심지로 자리 잡아야 한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드러난 호남 20대 남성의 변화는 우파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난 대선을 4개월여 앞두고 실시된 지역 여론조사에서 전남 20대 남성은 윤석열 46.7%, 이재명 28.6%를 기록하며 기존의 호남 정치 지형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리서치뷰 2021년 8월 22~23일 조사). 또한 ‘광주의 강남’이라 불리는 봉선2동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39.11%의 대선 득표율을 기록해 과거 박근혜의 11.3%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고가(高價)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 주민들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을 반영한 결과다. 이는 젠더와 민생 이슈로 분절된 계층의 이익을 반영한 우파 어젠다로 설득해 나가는 것이 과거사에 매인 사죄와 지지 구걸보다 훨씬 효과적임을 시사한다.
현재 지역정치는 지역 기득권에 의한 복마전으로 인식되며, 중앙정치에 종속된 구조를 띠고 있다. 이를 개선하려면 청년 할당제를 도입해 투명하고 실력에 의거한 경쟁 구도를 정립해야 한다. 지역정치가 청년 인재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혁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보수 우파 청년 정치인들의 상실감
보수 우파 청년 정치인들이 느끼는 상실감과 피해의식도 간과할 수 없다. 흔히 ‘좌파는 충성에 보답하는 구조를 갖췄다’는 속설이 있지만, 보수 우파는 청년들을 단기적으로 소비하고 방치한다는 통설이 강하다. 특히 이준석 사태 이후 청년들이 장기적 파트너가 아닌 기성 정치권의 위협으로 간주되는 경향은 문제의 핵심이다. 청년정치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구조를 타파하고, 대기업이나 전문 직업군처럼 차근차근 경력을 쌓고 검증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바람’이나 ‘라인’에 따라 쓰이고 버려지는 소모적 구조가 아닌,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청년정치 배양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 배지를 단 청년의 ‘수’가 아니다. 보수 우파는 좌파의 ‘선거용 깜짝 스타’ 전략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선거철에 갑작스레 등장하는 청년 인물이 아닌, 꾸준히 헌신하고 성과를 쌓은 인물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 해답은 ‘풀뿌리 지역정치 구조’에 있다. 지역정치에서 내공을 쌓아 중견 정치인으로 성장할 기회를 청년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청년 할당제를 통해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고, 이를 지역 정가(政街)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정상화하는 혁신의 시작점으로 삼아야 한다.
영남과 호남의 청년들이 협력해 새로운 정치적 어젠다를 제시하는 날, 지역정치는 중앙정치에 종속된 변방이 아닌 대한민국 정치의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할 것이다.
지역 인프라 재편
청년들이 지역으로 눈을 돌릴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단순히 정책적 구호로 끝나선 안 된다. 수도권으로 몰린 청년들을 지역으로 유인하려면 실질적이고 매력적인 기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이다. 스타트업 지원과 규제 완화를 통해 청년들이 자율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지역경제와 청년 세대가 만나는 접점이 형성된다면 지역정치에도 활력이 생길 것이다.
또한 ‘청년과 지방자치’ 프로젝트 같은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지역 의회나 지방자치 활동에 참여하면서 정치적 리더십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지역정치와 청년 세대 간의 연결고리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청년들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 지역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지역 대학과 연구소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중요한 공간이다. 이들을 단순히 학문의 장으로 남겨두지 않고, 청년 정치·경제 인재를 키워내는 인큐베이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는 청년뿐 아니라 블루칼라 청년과 노년 세대까지 포함한 지역사회 전반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미국은 이를 이미 잘 실현하고 있다.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Grants나 National Science Foundation(NSF) Grants 같은 연구기금은 지역 거점 대학들의 경쟁력을 키우고 슈퍼스타 연구자를 발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도 이와 같은 국가 주도 펀드 프로그램을 통해 수도권 대학 중심의 간판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학문적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대학’에서도 스타 학자가 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더독과 블랙십의 시대를 열어라
오늘날 청년 세대는 명분보다는 실리(實理)를 중시한다. 보기 좋은 간판보다 실제로 투자 대비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찾는다. 지역 대학과 지역 기반 인프라가 실리적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면, 이는 보수적 정책의 성공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과거 이명박 정권의 고졸 직원 채용 할당제가 좋은 예다. 명문 실업고교와 졸업생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으며 주목받았던 사례는 오늘날 지역 인재 정책에도 큰 교훈을 준다. 마찬가지로 지역 기반 인재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지역의 명문고나 상업고등학교를 활성화하고, 이들이 미국의 유수 대학으로 이어지는 스펙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젠슨 황(엔비디아 창업자)이나 트럼프의 러닝메이트 J. D. 밴스 같은 인물들은 비주류 아시아 이민자 혹은 러스트벨트 출신 극빈층의 한계를 딛고 지역 주립대 출신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에서도 지역 청년들이 중앙이나 글로벌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스펙과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결국 지역정치와 교육, 그리고 경제를 연결하는 플랫폼은 청년들에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도전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와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지역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중앙과 글로벌로 이어지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순간, 청년들은 더 이상 수도권이라는 좁은 무대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 언론, 청년 정치인들에게 기회 제공
지역정치와 언론의 연결은 단순히 정보 전달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 지역 언론은 보수 정치와 청년 정치인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품고 있다. 특히 지역 언론의 디지털화는 기울어진 여론 지형을 바로잡고 새로운 공론장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이다.
충주시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성공적으로 구축한 ‘충주맨’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이는 지방정부가 디지털 커뮤니티 문화를 접목하여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모델은 단지 지역정부의 성과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 언론과 정치가 협력하여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중앙 언론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영향력 있는 보수 우파 스피커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언론 인프라는 보수 정치와 지지층 간의 ‘직거래 시스템’을 가능하게 한다. 더 나아가, 디지털 공론장에서 성장한 청년 정치인과 언론인들이 새로운 스타로 떠오를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유럽 우파 정치의 부상은 디지털 미디어의 활용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 스페인의 복스와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커뮤니티를 통해 젊은 유권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정치적 입지를 넓혔다. 이들의 성공은 단순히 메시지 전달에서 그치지 않고 지역정치와 디지털 미디어를 결합한 전략의 효과를 입증한다.
유럽의 지방자치 제도와 지역 언론 지원 정책도 청년 정치 참여를 촉진하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작용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지방의회 선거에서 16세부터 투표권을 부여함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정치 참여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 또한 주요 정당들은 청년 조직을 운영하며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를 체계적으로 장려한다. 독일의 ‘소셜시티 프로그램’은 지역 언론과 협력해 지역 주민과 다양한 주체가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제공한다. 이는 지역 통합을 촉진함과 동시에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장려한다. 핀란드의 산나 마린 총리처럼 젊은 정치 리더들이 부상할 수 있는 환경은 이러한 구조에서 비롯된다.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 프랑스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 역시 지역 기반 정치와 당내 활동을 통해 성장하여, 청년 정치인이 지역정치에서부터 배양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지역 언론과 지방자치 제도가 긴밀히 협력하면, 지역정치의 부흥과 청년 정치인의 성장이 서로를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한국 보수 정치의 미래는 지역에서 시작돼야 한다. 지역 언론의 디지털화는 단순한 생존 전략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젊은 세대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새로운 공론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핵심 도구다. 동시에, 청년 정치인들이 지역 기반에서 성장하며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지지층과 직접 소통하는 정치적 직거래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보수 정치는 과거의 회고적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역 언론의 디지털화는 좌파 편향의 온라인과 언론 환경을 극복하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이 기회는 길지 않다. 지난 지방선거의 승리와 현 정권이 가진 행정권력은 지역과 청년 정치를 활성화할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지역에서 시작된 보수의 혁신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한국 정치의 미래를 바꿀 열쇠가 될 것이다.
트럼프–머스크, 새로운 政經관계 제시
한국 정치에서 ‘정경유착(政經癒着)’은 오랜 기간 부정적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정치와 경제가 부도덕하게 얽힌 관계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정치와 경제는 불가분의 관계다. 이제는 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정의하고 활용해야 한다.
‘정경유착’을 넘어 ‘정경동맹(政經同盟)’이라는 생산적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경동맹은 정치와 경제가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며, 국가 발전이라는 목표 아래 협력하는 관계를 뜻한다. 예를 들어 친환경 정책, 첨단 산업 육성, 지방 균형 발전 같은 어젠다에서 정치와 산업이 손을 맞잡는 것이다.
이러한 정경동맹은 단순한 용어 변화가 아니라, 정치와 경제가 국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모델이다. 이를 통해 경제적 역량을 국민에게 환원하고,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공성을 강화하여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완전히 극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일론 머스크는 정치와 경제의 새로운 협력 모델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그는 캘리포니아의 높은 규제를 피해 본사를 텍사스로 이전하며 친기업적 환경을 조성했다. 동시에 친환경 정책을 지지하면서도 과도한 규제와 노조 친화 정책에는 단호히 반대했다. 과거 민주당을 지지했던 머스크는, 좌파적 윤리 기준으로 혁신적 기업가를 홀대하는 민주당의 태도를 경험하며, 산업적 혁신을 이루기 위해 ‘자유시장경제’라는 근간의 이념과 정치철학이 필수적임을 깨달았다.
머스크의 접근은 정치와 경제가 공통의 가치를 기반으로 협력하는 실용적 모델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머스크를 정부효율부 장관으로 내정한 사례는 기업가 정신과 정치적 효율성을 접목해 정부 운영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순간이었다. 트럼프–머스크 연대는 보수 진영이 재계와 산업을 우군으로 확보하며 대중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정경유착에서 정경동맹으로
반면, 한국에서는 기업들이 좌파 상업주의에 기대어 좌파 언론과 문화권력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온 결과, 경제적 경쟁력이 약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탈원전 정책은 에너지 안정성을 해치고 기업 운영 비용을 증가시켜 제조업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또한 삼성 노조 문제는 기업의 자율성을 훼손하며 내부 효율성을 저하시켰다. 이는 기업들이 정치적 중립을 상실하고 특정 이념에 편향될 때 기업 생존과 혁신이 얼마나 위협받는지를 보여준다.
정경유착에서 정경동맹으로의 전환은 위기에 처한 한국 보수 우파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재계의 명사와 스타들이 좌파적 상업주의에 치우치는 것을 넘어, 자유 우파적 이념과 통치질서가 기업의 생존과 혁신에 필수적임을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과거의 적폐 이미지를 극복하고, 산업화의 기적을 이룬 기업가 정신과 애국심의 결합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과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보수 비전이 자리를 잡을 때, 정경동맹은 보수 정치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보수 정치가 경제적 생존과 혁신의 동반자임을 증명할 때, 국민은 더 이상 과거의 부정적 프레임이 아닌 미래의 가능성으로 보수를 평가할 것이다.
‘보수 내 보수 혐오’ 청산하라
한국 보수 정치는 과거의 실패와 비극적 사건들로 인해 자존감을 잃고 위축된 상태다. 그러나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보수 진영이 과거의 성과를 재조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당당히 미래를 설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좌파 편향적인 언론과 문화는 보수 지도자들의 사법적 비극과 역사적 단죄를 부각시키며 보수를 끊임없이 약화시켜 왔다. 문제는 보수 내부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동조하거나 이를 부추기며, ‘보수 내 보수 혐오’라는 내부 분열이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스스로의 자산을 부정하는 행태는 보수의 정체성을 약화시키고 대중적 신뢰를 무너뜨린다.
과거 고성장 시대에는 느슨한 결속 속에서도 다양한 인적 자원과 노선 투쟁이 보수 진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오늘날 저성장과 경제 양극화, 국제적 불확실성 속에서는 강력한 리더십과 단합된 결속이 필수적이다. 내부가 분열된 보수는 단합된 좌파 진영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보수는 수세(守勢)적 태도를 버리고 대한민국 주류 세력으로서 자부심을 되찾아야 한다. 이승만의 건국, 박정희·전두환의 산업화, 김영삼의 민주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선진화 같은 보수 우파의 역사와 성과는 대한민국 발전의 중요한 자산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글로벌 경제위기 대응, 박근혜 정부의 한류(韓流) 확산과 복지정책 확대 같은 업적은 보수가 지켜야 할 유산으로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
보수는 이러한 성과를 ‘대한민국 보수의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 내부 결속을 다지고, 과거의 성과에 기반한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윤리적 당당함과 대중적 신뢰를 바탕으로, 보수는 새로운 길을 열어갈 수 있다. 자산을 부정하지 않고 이를 계승하는 태도가 보수 정치의 재도약을 위한 첫걸음이다.
지역과 세대 아우르는 연대 구축해야
보수 우파 정치의 가장 큰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자리 잡은 관료주의, 보신주의, 그리고 기회주의적 습성이다. 국민과의 소통 없이 엘리트 의식에 갇힌 보수는 더 이상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보수의 혁신은 국민의 삶 속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선명한 우파 철학과 가치 노선을 통해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선 보수 우파가 생존하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설프게 좌파 노선을 모방하거나 타협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대신 우파 본연의 강점을 기반으로 청년·지역·미디어와 연대하는 지속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구조적 혁신의 과정이다.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정치적 전선을 형성하고, 우파의 철학과 리더십을 중심으로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는 연대를 만들어갈 때, 보수는 과거의 무거운 이미지를 벗어나 새로운 세대를 위한 정치적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보수의 혁신은 국민적 신뢰를 되찾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에 달려 있다. 이 길이야말로 보수가 단순히 생존을 넘어 승리를 거두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정치세력으로 거듭나는 유일한 길이다. 보수의 본질로 돌아가 국민과 함께 걸어갈 때, 비로소 보수는 더 큰 미래를 열 수 있을 것이다.⊙
리더십의 부재와 끊임없는 노선 투쟁은 내부 갈등과 분열을 장기화시키며, 사실상 공멸적이고 자해적인 정치적 내전(內戰)을 초래했다. 이처럼 변화 없는 과거 방식에 머물러서는 정치적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 한국 보수 우파는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실용주의–대중주의 어젠다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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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0일 ‘이탈리아형제들’ 선거위원회에서 유럽의회 선거 승리를 보고하는 멜로니 총리. 사진=AP/뉴시스 |
한국의 보수 우파도 이제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대중적 지지를 얻기 위해, 젊은 세대와 공감할 수 있는 정치적 비전과 실용적 정책을 통해 과거의 회고적 이미지를 벗어나야 한다. 정치적 생존이 아닌, 미래를 설계하는 보수 정치로 거듭나야 할 때다.
가장 성공적인 보수 정당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집권당 ‘이탈리아형제들’은 극우(極右) 정당이라는 주류 언론의 레이블과 달리, 성공적인 대중적 우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결국 민생(民生)과 직결된 우파적 정책이다.
이탈리아형제들은 ‘이탈리아인의 이탈리아를 되찾자’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전통적 가족 가치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현대적 경제정책으로 국민적 신뢰를 구축했다. 이들은 소규모 기업과 자영업자를 위한 세금 감면, 기업 규제 완화, 에너지 자립을 위한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와 같은 실용적인 경제 대책을 제시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주력했다.
스웨덴민주당은 이민자 복지 축소와 자국민을 위한 노동시장 우선권 정책을 통해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고, 이를 기반으로 기존 정치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젊은층을 효과적으로 흡수했다.
스페인 우파당 복스는 ‘스페인은 하나다’라는 슬로건 아래 카탈루냐 독립운동 등 지역분리주의를 강하게 반대하며, 국가 통합과 민족 정체성(正體性)을 재조명해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현대적 가치와 전통적 가치의 연결
한국 보수 우파도 이러한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신냉전(新冷戰) 시대에 접어들며 안보 이슈가 더욱 중요해졌다. 과거식의 북풍(北風)몰이나 소모적인 이념 논쟁이 아니라, 실용적이고 대중적인 의제로 안보 이슈를 재구성해야 한다. 예컨대 국방력 강화를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 첨단 방위산업 육성, 기술 안보 강화 같은 현대적 접근으로 국민에게 실질적 이득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들을 효과적으로 홍보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저성장 시대를 맞아 내수(內需)시장을 살리고 자영업자와 블루칼라 노동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통해 실질적인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최저임금 제도의 유연화,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줄 세제 혜택, 소규모 제조업과 지역경제 지원 정책은 보수가 새로운 경제적 기반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다. 특히 암호화폐와 같은 신흥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며, 전통적 경제질서를 존중하되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보수는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가치를 조화롭게 연결해야 한다. 전통적 안보와 경제적 안정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블루칼라와 청년 세대가 체감할 수 있는 실용적인 변화를 제시해야 한다. 이는 국민이 보수를 과거의 유물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는 정당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페미니즘’에서 ‘패밀리즘’으로
최근 트럼프의 미 대선 승리에서 가장 두드러진 이슈는 젠더(gender)였다. 다양성과 성(性)소수자에 대한 관용이 법적 우대와 제도적 인정으로 자리 잡은 미국에서, 전통적 가족 가치를 수호하려는 세력과 이를 공고히 하려는 세력 간 대립이 선명해졌다. 트럼프가 러스트벨트(Rust Belt)에서 예상 이상의 지지를 얻고 백인 가정주부와 흑인·히스패닉 남성들 사이에서 지지율을 높인 것은 이러한 ‘가치 충돌’이 선거의 핵심 축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글로벌 워크(Woke) 문화는 전통적 가치와 새로운 사회적 요구 간 갈등을 야기하며, 극단적인 정치적 올바름(PC)을 강요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보수 우파는 이러한 문화적 흐름 속에서 전통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세대와 젠더를 관통하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극단적 페미니즘이나 PC 의제가 좌파 정치와 결합하면서 인간의 보편적 가치인 가족과 공동체가 훼손되고 있는 만큼, 이를 보수 우파의 새로운 정책 기조로 삼아야 한다.
‘페미니즘’에서 ‘패밀리즘’으로 정책적 전환을 이루고, 전통적 가족 가치를 수호하면서도 현대사회의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가족 중심 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육아·출산·교육 지원을 확대하고, 젊은 유권자들에게 전통적 가치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 해법임을 설득해야 한다.
젠더 갈등 해소를 위한 대안(代案)도 마련해야 한다. 젊은 남성층이 역(逆)차별로 인식하는 각종 할당제 재검토와 군복무자에 대한 사회적 혜택 강화 등, 공정성을 회복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전통적 가족과 공동체의 미덕을 되살려 젠더와 세대 간 간극을 줄이는 전략은 단순한 정치적 선택을 넘어, 사회적 통합을 위한 필수 과제다. 이는 한국 보수가 Woke 문화와의 전선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대중적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보수 정치의 노령화(老齡化)와 세대 간 단절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중앙·수도권 중심의 틀을 깨고, 청년들이 일하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지역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는 수도권 집중화를 해소함과 동시에 중앙정치와 주류 언론 의존에서 탈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혁신은 변방에서 시작된다
청년 정치인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중앙 정치권과 언론의 영향력, 낙하산식 트로피 공천 시스템에 갇혀 자생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잃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특히 과거 보수 정치의 중심지였던 영남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한때 대한민국의 경제와 정치 중심지였던 영남은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경제적·정치적 쇠퇴를 겪고 있다. 지역경제는 활력을 잃었고, 정치적으로는 과거의 명성에만 의존하며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면서 좌파의 정치적 근거지가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옮겨갔다. 이로 인해 ‘영남 대(對) 호남’의 패권(覇權) 구도는 무너졌고, 보수의 기반인 영남 정치권은 수도권에 대한 극심한 피해의식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도권 대 지방 구도는 보수 우파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현재 보수 우파가 펼치고 있는 ‘중–수–청’ 공략 기조는 이미 좌파 우위의 운동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상황을 초래하며, 보수의 근거지 몰락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 판을 바꾸기 위해서는 ‘수도권 대 지역’ 프레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안은 영남과 호남의 청년 보수 연대(連帶)라는 어젠다로 구체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수도권 중심의 정치 판도를 바꿀 동력을 마련하고, 선명한 우파 가치 동맹을 기반으로 새로운 정치적 지형을 만들어야 한다.
혁신보수 실천 강령: 구체적 비전과 행동 지침 1. 과거 실패를 극복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라 - 엘리트주의를 혁파하라: 기존 관료적 엘리트주의에서 탈피하고, 국민과 직접 소통하며 대중적 공감을 얻는 우파 정치로 전환하라. - 기회주의와 보신주의를 청산하라: 정치적 책임과 신념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는 리더십을 구축하라. - 대중주의 우파 어젠다를 설계하라: 국민의 삶과 직결된 경제·안보·복지 중심의 실질적 정책으로 우파의 비전을 구체화하라. 2. 지역정치의 청년 할당제를 도입하라 - 청년 리더십 배양: 지역 의회와 지방자치 활동에 청년 정치인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청년 할당제를 적극 시행하라. - 정치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라: 지역 기반에서 정치적 경험을 쌓고 성장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라. 3. 지역 대학에 집중 지원하라 - 지역 대학을 혁신의 중심으로 전환하라: 지역 대학과 연구소를 청년 정치·경제 인재의 인큐베이터로 발전시키라. - 연구와 혁신에 투자하라: 지역 대학에 대한 국가 주도의 연구 펀드와 슈퍼스타 연구자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하라. - 산학협력을 활성화하라: 지역 산업과 대학 간의 협력을 통해 지역경제와 청년 고용을 동시에 활성화하라. 4. 지역과 수도권 간의 균형을 우파 어젠다로 해결하라 - 지역–수도권 격차 해소: 지역경제 활성화와 균형발전을 우파의 대표 어젠다로 설정하라. - 지역경제 성장 모델 제시: 인프라 개발, 혁신산업 유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을 새로운 경제 거점으로 전환하라. 5. 영호남 패권주의를 넘어 지역 연대로 나아가라 - 지역 우파 정치의 연대를 구축하라: 영호남 청년 정치인들이 협력하여 지역 재건과 발전을 위한 초당적 비전을 제시하라. - 지역 패권주의 극복: 지역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지역 발전을 중심으로 한 협력 모델을 제시하라. 6. 지역 언론의 디지털 진출을 지원하라 - 지역 언론의 디지털화: 디지털 플랫폼 확장을 통해 지역 언론이 새로운 공론장을 형성하도록 지원하라. -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라: 디지털 미디어 기술과 교육을 지원하여 지역 언론이 중앙 언론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라. - 보수 우파 메시지의 전달 채널을 구축하라: 지역 언론과의 협력을 통해 보수의 정책적 비전과 메시지를 전달하라. |
영호남 청년 보수가 함께하는 지역 재건 어젠다
영호남 패권 구도를 넘어 영남과 호남 보수가 연대하는 지역정치의 부활은 시대적 요구다. 지역을 더 이상 중앙정치의 하위 개념으로 보지 말고, 청년들이 기회를 창출하며 정치적 리더십을 배양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새로운 인프라와 플랫폼을 통해 지역은 청년 정치의 출발점이자 정치적 실험과 성장을 도모할 중심지로 자리 잡아야 한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드러난 호남 20대 남성의 변화는 우파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난 대선을 4개월여 앞두고 실시된 지역 여론조사에서 전남 20대 남성은 윤석열 46.7%, 이재명 28.6%를 기록하며 기존의 호남 정치 지형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리서치뷰 2021년 8월 22~23일 조사). 또한 ‘광주의 강남’이라 불리는 봉선2동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39.11%의 대선 득표율을 기록해 과거 박근혜의 11.3%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고가(高價)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 주민들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을 반영한 결과다. 이는 젠더와 민생 이슈로 분절된 계층의 이익을 반영한 우파 어젠다로 설득해 나가는 것이 과거사에 매인 사죄와 지지 구걸보다 훨씬 효과적임을 시사한다.
현재 지역정치는 지역 기득권에 의한 복마전으로 인식되며, 중앙정치에 종속된 구조를 띠고 있다. 이를 개선하려면 청년 할당제를 도입해 투명하고 실력에 의거한 경쟁 구도를 정립해야 한다. 지역정치가 청년 인재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혁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보수 우파 청년 정치인들의 상실감
보수 우파 청년 정치인들이 느끼는 상실감과 피해의식도 간과할 수 없다. 흔히 ‘좌파는 충성에 보답하는 구조를 갖췄다’는 속설이 있지만, 보수 우파는 청년들을 단기적으로 소비하고 방치한다는 통설이 강하다. 특히 이준석 사태 이후 청년들이 장기적 파트너가 아닌 기성 정치권의 위협으로 간주되는 경향은 문제의 핵심이다. 청년정치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구조를 타파하고, 대기업이나 전문 직업군처럼 차근차근 경력을 쌓고 검증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바람’이나 ‘라인’에 따라 쓰이고 버려지는 소모적 구조가 아닌,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청년정치 배양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 배지를 단 청년의 ‘수’가 아니다. 보수 우파는 좌파의 ‘선거용 깜짝 스타’ 전략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선거철에 갑작스레 등장하는 청년 인물이 아닌, 꾸준히 헌신하고 성과를 쌓은 인물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 해답은 ‘풀뿌리 지역정치 구조’에 있다. 지역정치에서 내공을 쌓아 중견 정치인으로 성장할 기회를 청년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청년 할당제를 통해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고, 이를 지역 정가(政街)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정상화하는 혁신의 시작점으로 삼아야 한다.
영남과 호남의 청년들이 협력해 새로운 정치적 어젠다를 제시하는 날, 지역정치는 중앙정치에 종속된 변방이 아닌 대한민국 정치의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할 것이다.
지역 인프라 재편
청년들이 지역으로 눈을 돌릴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단순히 정책적 구호로 끝나선 안 된다. 수도권으로 몰린 청년들을 지역으로 유인하려면 실질적이고 매력적인 기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이다. 스타트업 지원과 규제 완화를 통해 청년들이 자율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지역경제와 청년 세대가 만나는 접점이 형성된다면 지역정치에도 활력이 생길 것이다.
또한 ‘청년과 지방자치’ 프로젝트 같은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지역 의회나 지방자치 활동에 참여하면서 정치적 리더십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지역정치와 청년 세대 간의 연결고리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청년들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 지역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지역 대학과 연구소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중요한 공간이다. 이들을 단순히 학문의 장으로 남겨두지 않고, 청년 정치·경제 인재를 키워내는 인큐베이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는 청년뿐 아니라 블루칼라 청년과 노년 세대까지 포함한 지역사회 전반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미국은 이를 이미 잘 실현하고 있다.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Grants나 National Science Foundation(NSF) Grants 같은 연구기금은 지역 거점 대학들의 경쟁력을 키우고 슈퍼스타 연구자를 발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도 이와 같은 국가 주도 펀드 프로그램을 통해 수도권 대학 중심의 간판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학문적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대학’에서도 스타 학자가 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더독과 블랙십의 시대를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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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5일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는 J. 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과거 이명박 정권의 고졸 직원 채용 할당제가 좋은 예다. 명문 실업고교와 졸업생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으며 주목받았던 사례는 오늘날 지역 인재 정책에도 큰 교훈을 준다. 마찬가지로 지역 기반 인재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지역의 명문고나 상업고등학교를 활성화하고, 이들이 미국의 유수 대학으로 이어지는 스펙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젠슨 황(엔비디아 창업자)이나 트럼프의 러닝메이트 J. D. 밴스 같은 인물들은 비주류 아시아 이민자 혹은 러스트벨트 출신 극빈층의 한계를 딛고 지역 주립대 출신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에서도 지역 청년들이 중앙이나 글로벌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스펙과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결국 지역정치와 교육, 그리고 경제를 연결하는 플랫폼은 청년들에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도전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와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지역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중앙과 글로벌로 이어지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순간, 청년들은 더 이상 수도권이라는 좁은 무대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 언론, 청년 정치인들에게 기회 제공
지역정치와 언론의 연결은 단순히 정보 전달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 지역 언론은 보수 정치와 청년 정치인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품고 있다. 특히 지역 언론의 디지털화는 기울어진 여론 지형을 바로잡고 새로운 공론장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이다.
충주시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성공적으로 구축한 ‘충주맨’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이는 지방정부가 디지털 커뮤니티 문화를 접목하여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모델은 단지 지역정부의 성과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 언론과 정치가 협력하여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중앙 언론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영향력 있는 보수 우파 스피커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언론 인프라는 보수 정치와 지지층 간의 ‘직거래 시스템’을 가능하게 한다. 더 나아가, 디지털 공론장에서 성장한 청년 정치인과 언론인들이 새로운 스타로 떠오를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유럽 우파 정치의 부상은 디지털 미디어의 활용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 스페인의 복스와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커뮤니티를 통해 젊은 유권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정치적 입지를 넓혔다. 이들의 성공은 단순히 메시지 전달에서 그치지 않고 지역정치와 디지털 미디어를 결합한 전략의 효과를 입증한다.
유럽의 지방자치 제도와 지역 언론 지원 정책도 청년 정치 참여를 촉진하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작용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지방의회 선거에서 16세부터 투표권을 부여함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정치 참여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 또한 주요 정당들은 청년 조직을 운영하며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를 체계적으로 장려한다. 독일의 ‘소셜시티 프로그램’은 지역 언론과 협력해 지역 주민과 다양한 주체가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제공한다. 이는 지역 통합을 촉진함과 동시에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장려한다. 핀란드의 산나 마린 총리처럼 젊은 정치 리더들이 부상할 수 있는 환경은 이러한 구조에서 비롯된다.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 프랑스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 역시 지역 기반 정치와 당내 활동을 통해 성장하여, 청년 정치인이 지역정치에서부터 배양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지역 언론과 지방자치 제도가 긴밀히 협력하면, 지역정치의 부흥과 청년 정치인의 성장이 서로를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한국 보수 정치의 미래는 지역에서 시작돼야 한다. 지역 언론의 디지털화는 단순한 생존 전략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젊은 세대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새로운 공론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핵심 도구다. 동시에, 청년 정치인들이 지역 기반에서 성장하며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지지층과 직접 소통하는 정치적 직거래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보수 정치는 과거의 회고적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역 언론의 디지털화는 좌파 편향의 온라인과 언론 환경을 극복하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이 기회는 길지 않다. 지난 지방선거의 승리와 현 정권이 가진 행정권력은 지역과 청년 정치를 활성화할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지역에서 시작된 보수의 혁신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한국 정치의 미래를 바꿀 열쇠가 될 것이다.
트럼프–머스크, 새로운 政經관계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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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와 일론 머스크는 ‘정경동맹’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사진은 트럼프가 2024년 11월 19일 머스크의 스페이스X의 스타십 로켓 발사장을 방문했을 때의 모습. 사진=AP/뉴시스 |
‘정경유착’을 넘어 ‘정경동맹(政經同盟)’이라는 생산적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경동맹은 정치와 경제가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며, 국가 발전이라는 목표 아래 협력하는 관계를 뜻한다. 예를 들어 친환경 정책, 첨단 산업 육성, 지방 균형 발전 같은 어젠다에서 정치와 산업이 손을 맞잡는 것이다.
이러한 정경동맹은 단순한 용어 변화가 아니라, 정치와 경제가 국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모델이다. 이를 통해 경제적 역량을 국민에게 환원하고,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공성을 강화하여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완전히 극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일론 머스크는 정치와 경제의 새로운 협력 모델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그는 캘리포니아의 높은 규제를 피해 본사를 텍사스로 이전하며 친기업적 환경을 조성했다. 동시에 친환경 정책을 지지하면서도 과도한 규제와 노조 친화 정책에는 단호히 반대했다. 과거 민주당을 지지했던 머스크는, 좌파적 윤리 기준으로 혁신적 기업가를 홀대하는 민주당의 태도를 경험하며, 산업적 혁신을 이루기 위해 ‘자유시장경제’라는 근간의 이념과 정치철학이 필수적임을 깨달았다.
머스크의 접근은 정치와 경제가 공통의 가치를 기반으로 협력하는 실용적 모델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머스크를 정부효율부 장관으로 내정한 사례는 기업가 정신과 정치적 효율성을 접목해 정부 운영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순간이었다. 트럼프–머스크 연대는 보수 진영이 재계와 산업을 우군으로 확보하며 대중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정경유착에서 정경동맹으로
반면, 한국에서는 기업들이 좌파 상업주의에 기대어 좌파 언론과 문화권력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온 결과, 경제적 경쟁력이 약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탈원전 정책은 에너지 안정성을 해치고 기업 운영 비용을 증가시켜 제조업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또한 삼성 노조 문제는 기업의 자율성을 훼손하며 내부 효율성을 저하시켰다. 이는 기업들이 정치적 중립을 상실하고 특정 이념에 편향될 때 기업 생존과 혁신이 얼마나 위협받는지를 보여준다.
정경유착에서 정경동맹으로의 전환은 위기에 처한 한국 보수 우파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재계의 명사와 스타들이 좌파적 상업주의에 치우치는 것을 넘어, 자유 우파적 이념과 통치질서가 기업의 생존과 혁신에 필수적임을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과거의 적폐 이미지를 극복하고, 산업화의 기적을 이룬 기업가 정신과 애국심의 결합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과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보수 비전이 자리를 잡을 때, 정경동맹은 보수 정치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보수 정치가 경제적 생존과 혁신의 동반자임을 증명할 때, 국민은 더 이상 과거의 부정적 프레임이 아닌 미래의 가능성으로 보수를 평가할 것이다.
‘보수 내 보수 혐오’ 청산하라
한국 보수 정치는 과거의 실패와 비극적 사건들로 인해 자존감을 잃고 위축된 상태다. 그러나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보수 진영이 과거의 성과를 재조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당당히 미래를 설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좌파 편향적인 언론과 문화는 보수 지도자들의 사법적 비극과 역사적 단죄를 부각시키며 보수를 끊임없이 약화시켜 왔다. 문제는 보수 내부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동조하거나 이를 부추기며, ‘보수 내 보수 혐오’라는 내부 분열이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스스로의 자산을 부정하는 행태는 보수의 정체성을 약화시키고 대중적 신뢰를 무너뜨린다.
과거 고성장 시대에는 느슨한 결속 속에서도 다양한 인적 자원과 노선 투쟁이 보수 진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오늘날 저성장과 경제 양극화, 국제적 불확실성 속에서는 강력한 리더십과 단합된 결속이 필수적이다. 내부가 분열된 보수는 단합된 좌파 진영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보수는 수세(守勢)적 태도를 버리고 대한민국 주류 세력으로서 자부심을 되찾아야 한다. 이승만의 건국, 박정희·전두환의 산업화, 김영삼의 민주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선진화 같은 보수 우파의 역사와 성과는 대한민국 발전의 중요한 자산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글로벌 경제위기 대응, 박근혜 정부의 한류(韓流) 확산과 복지정책 확대 같은 업적은 보수가 지켜야 할 유산으로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
보수는 이러한 성과를 ‘대한민국 보수의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 내부 결속을 다지고, 과거의 성과에 기반한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윤리적 당당함과 대중적 신뢰를 바탕으로, 보수는 새로운 길을 열어갈 수 있다. 자산을 부정하지 않고 이를 계승하는 태도가 보수 정치의 재도약을 위한 첫걸음이다.
지역과 세대 아우르는 연대 구축해야
보수 우파 정치의 가장 큰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자리 잡은 관료주의, 보신주의, 그리고 기회주의적 습성이다. 국민과의 소통 없이 엘리트 의식에 갇힌 보수는 더 이상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보수의 혁신은 국민의 삶 속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선명한 우파 철학과 가치 노선을 통해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선 보수 우파가 생존하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설프게 좌파 노선을 모방하거나 타협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대신 우파 본연의 강점을 기반으로 청년·지역·미디어와 연대하는 지속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구조적 혁신의 과정이다.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정치적 전선을 형성하고, 우파의 철학과 리더십을 중심으로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는 연대를 만들어갈 때, 보수는 과거의 무거운 이미지를 벗어나 새로운 세대를 위한 정치적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보수의 혁신은 국민적 신뢰를 되찾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에 달려 있다. 이 길이야말로 보수가 단순히 생존을 넘어 승리를 거두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정치세력으로 거듭나는 유일한 길이다. 보수의 본질로 돌아가 국민과 함께 걸어갈 때, 비로소 보수는 더 큰 미래를 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