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勝俊의 중국 바로보기] 원자바오 총리, “천안함 사건은 ‘城門에 화재 난 것’”

천안함 사건을 중국 지도자들은 결코 외면하고 있지 않다. 우리에게는 ‘안방의 불’이지만, 자기네들에게는 ‘성문에 붙은 불’로 인식되는 만큼, 우리 외교 당국자들은 인내를 갖고 중국의 발걸음을 잘 계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글 : 박승준 인천大 초빙교수·前 朝鮮日報 베이징특파원  sjpark77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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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정부가 북한의 어뢰추진체를 인양하자 깊은 고민에 빠져… 대만 <연합보>, “중국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
⊙ 중국 네티즌 ‘한국 때리기’에 나서… 잘살고 강력한 한국이 북한을 못살게 구느라 ‘못된’ 미국과
    짜고 만들어낸 음모라는 글 올려
⊙ 중국 정부의 한국 배려 눈길… 원자바오 총리, 한국 고아들과 칭하이성 지진피해 어린이들을
    중난하이로 초청해 위로
⊙ 중국 정부, 조만간 최고 수뇌부 회의를 거쳐 대책을 결정하게 될 것

朴勝俊
⊙ 1954년 출생.
⊙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 조선일보 홍콩·베이징 특파원, 국제부장, 중국전문기자, 베이징특파원 겸 지국장,
    북중전략문제연구소장, 인천대 중국학연구소 겸임교수 역임.
⊙ 現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국제정치학).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지난 5월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이날 천안함 사건과 관련,“중국은 누구도 비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책임을 질 줄 아는 국가다. 천안함 사건의 처리문제에서 어느 누구도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한국이 다른 국가들과 합동으로 진행한 조사와 각국의 반응을 중시한다. 중국은 시비곡직(是非曲直)을 가려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내리고 입장을 결정할 것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이런 말을 남기고 지난 5월 30일 제주도를 떠나 일본으로 갔다. 원자바오 총리는 일본에서 몽골을 거쳐, 미얀마를 방문했고, 6월 3일에야 베이징(北京)으로 귀국했다. 원자바오는 청와대에서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으로부터 천안함 침몰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 제주도에서는 한·중·일 3개국 정상회담 석상에서 하토야마(鳩山) 당시 일본 총리의 제의에 따라 천안함 장병 46명을 위한 묵념도 올렸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내리고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미래형 다짐’을 남기고 간 원자바오 총리는 과연 자신이 서울과 제주도에서 보고 들은 것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에게 보고했을까.
 
  원자바오가 후진타오 국가주석에게 보고를 했다면 아무래도 6월 4일과 6월 8일의 닷새 사이에 했을 것이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6월 9일 베이징을 떠나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후진타오는 타슈켄트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 5개국 회의에 참석하고, 12일까지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 방문에 들어갔다. 만약 원자바오가 6월 4일에서 8일 사이에 천안함 사태에 관해 협의하지 않았다면, 원자바오는 한국에서 보고들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 6월 12일 후진타오가 베이징으로 돌아온 이후에 보고를 했을 것이다.
 
 
  외교·안보 문제의 최고 태스크포스, ‘中央外事工作領導小組’
 
천안함 사건을 두고 “중국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여론이 나왔다. 김정일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말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원자바오가 한국에서 보고들은 천안함 관련 상황들을 왜 후진타오에게 보고해야 하는 것일까. 천안함 사건 같은 중대한 국제문제,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중대한 국익(國益)이 걸려 있는 문제는 총리뿐만 아니라 국가주석조차도 혼자서는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나라의 의사결정 구조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 같은 중대 문제는 우선 중국공산당의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中央外事工作領導小組)’에서 회의를 거쳐 기본 방향을 정한 다음에 9인의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최종 결정해야 하는 문제이다.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는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한 직후인 지난 1981년 중국공산당에 설치된 이래 국가의 중대한 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중국공산당과 정부의 처리방침을 결정해 온 기구다.
 
  현재 이 소조(Team)의 조장(組長)은 후진타오 국가주석, 당총서기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고, 부(副)조장은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으로 돼 있다. 일종의 외교 안보 중대문제에 관한 태스크 포스(Task Force)인 이 소조에는 양광례(梁光烈) 국방부장, 멍젠주(孟建柱) 공안부장,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 양제츠(楊潔?) 외교부장, 왕자루이(王家瑞) 당 대외연락부장, 겅후이창(耿惠昌) 국가안전부장(우리의 국정원장)을 비롯한 당정군(黨政軍)의 최고 수뇌들이 모두 출석하도록 돼 있다.
 
  명실공히 중국의 외교와 안보에 관한 최고의 실무 결정기구이다. 물론, 한반도의 유사시에 해당하는 천안함 사건은 이 소조의 회의에서 실무적인 대처방침을 결정한 뒤 다시 중국공산당 정치국 9인의 상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후 검토를 거치고 승인을 받아야 중국의 행동방침으로 결정된다.
 
 
  中, “안보리 처리 신중해야”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의 회의는 비공개로 열리고, 회의 내용도 일체 비밀에 부쳐진다. 지금까지의 회의 내용이 공개된 일도 없다. 그러나 이 소조회의를 거치고, 정치국 상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승인을 받으면 곧바로 중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돼 외교부나 국방부를 통해 발표되는 것이 관례다.
 
  원자바오 총리가 지난 5월 30일 제주도에서 천안함 사건과 관련된 “공정한 판단을 내리고 결정할 것”이라고 ‘미래형’으로 말한 이유는 바로 자신이 결정권자가 아니고, 이 외사공작영도소조 회의가 열려야 비로소 중국의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처 방침이 결정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인 것이다.
 
  그러나 후진타오를 비롯한 중국의 당정군 수뇌부가 외사공작영도소조 회의를 개최했다는 흔적은 후진타오가 6월 9일 우즈베키스탄을 향해 출발하기 전까지는 감지되지 않았다. 6월 10일 외교부 뉴스 브리핑에 나온 친강(秦剛) 대변인이 이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말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한국 외교통상부 천영우(千英宇) 제2차관이 주중한국대사관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방문기간 중에 천 차관은 중국 외교부 당국자들에게 천안함 사건을 유엔 안보리로 갖고 갈 것이라는 데 대해 설명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원칙적인 입장만을 거듭 밝혔다. “착안해야 할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대국(大局)이며, 냉정과 자제력을 잃지 말고, 안보리의 개입으로 문제를 처리하려는 데에도 신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뢰 추진체 인양하자 깊은 고민 빠져
 
지난 5월 30일 제주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차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 하토야마 일본총리, 원자바오 중국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원자바오는 “중국은 시비곡직(是非曲直)을 가려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원자바오와 후진타오를 포함한 중국 지도부에 천안함 사건은 발생 때부터 참으로 만만치 않은 고민을 안겨준 문제였다. 특히 한국이 지난 5월 20일 북한이 쏜 어뢰의 추진체 부분을 인양해서 공개하자 더욱 깊은 고민에 빠졌다.
 
  중국 권부(權府)의 내막을 잘 아는 대만(臺灣)의 <연합보>는 한국이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증거를 제시하자 “중국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논평을 실었다. 대만 <연합보>의 논평은 한국 정부가 스모킹 건(smoking gun)을 제시하자 “이제 중국은 두 개의 선택을 해야 할 갈림길에 섰다”고 했다.
 
  하나는 명백한 증거가 나왔으니 북한을 견책하고 제재해야 하는 길이며, 다른 하나는 문제가 남북 간의 충돌에서 빚어진 문제이니 남북한이 협상을 통해 해결하도록 하면서 북한에 대해 다시는 그런 사건을 만들지 말라고 촉구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그 두 갈래의 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담고 있는 내용이었다.
 
  한국 정부가 결정적 증거를 제시한 일주일 뒤, 중국 사이버 공간에는 ‘한 중국 지도자의 일기’라는 글이 떠서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천안함 사건으로 중국 지도자들은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는 글이었다. 내용은 이렇다.
 
  <북한이 두 차례 핵실험을 했을 때, 중국 정부는 ‘북한이 제멋대로(悍然·중국이 외교적으로 이 같은 용어를 구사한 것은 과거 미국이 유고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에 오폭을 했을 때 이후 처음 쓴 용어-필자 주) 핵실험을 했다’는 표현을 써서 분노를 표현했다.
 
  그러나 북한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채 이번에는 천안함을 공격했고, 증거가 산처럼 분명하고, 국제사회가 모두 범인이 누구인지 지목했는데도 중국 정부는 ‘냉정하고 또 냉정하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현 정세는 냉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전쟁이 폭발할 가능성까지 있는 상황이다.
 
  한국정부는 이미 천안함 사건을 유엔 안보리로 가지고 가겠다고 밝혔다. 이제 중국정부는 또다시 무대의 중앙에 섰다. 세계인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중국의 통제력을 벗어나 떨어져 나갔고, 중국은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이제 국제사회에서는 비밀도 아니다. 중국은 어쨌든 이제 북한문제에 대해 무언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한국 때리기’에 나선 중국 네티즌들
 
  원자바오와 후진타오 등 중국 지도자들을 더 깊은 고민에 빠뜨리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 결정을 못하고 있는 사이에 한국 내에서 중국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는 한국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프라인 세상과는 달리 비판여론을 유통시키기 쉬운 중국의 인터넷 사이버 공간에서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한국 때리기’가 요원(燎原)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한반도와 한국, 북한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는 수많은 중국 네티즌이 한국과 그 배후의 미국을 비난하는 그럴듯한 논리의 글들을 끝도 없이 유통시키고 있다.
 
  <자, 이른바 천안함 사건으로 한반도 남북에 어떤 이해(利害) 득실이 있는지를 따져보자. 우선 한국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대체로 3가지의 이득이다. 첫째, 북한이 더욱더 고립된다. 두 번째로 북한의 경제발전을 성공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셋째, 한미 전략동맹을 성공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한국이 잃은 것은 46명 병사의 목숨뿐이다. 북한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인가. 현재까지 북한에 좋은 점은 하나도 없었다. 천안함 사건은 북한에는 하늘에서 떨어진 횡액(橫厄)이다. 잃은 것투성이다. 첫째, 미국과의 화해 가능성이 사라졌다. 둘째, 경제발전 계획이 또다시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국제사회에서는 더욱 고립됐다. 한마디로 천안함 사건으로 누가 이득을 얻고, 누가 피해를 입었는지는 일목요연하다.>(2010년 5월 31일, 中華網論壇, 필자 zhang8888)
 
  <러시아 해군 전문가가 ‘천안함 사건을 보며 한국 해군은 밥통들이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한 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잠수함 전문가인 러시아 해군 대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은 ‘제2의 밀로셰비치’ 만들지 말라”
 
  천안함의 주요 임무는 반(反) 잠수함 작전이다. 그런 함정이 잠수정에 격침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잠수정이 어뢰를 쏘고, 그 어뢰가 발견되면, 천안함 같은 함정은 어뢰를 피하면서 잠수정을 향해 폭뢰를 발사해 잠수정을 격침시킨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괴이한 사건이다. 한국의 조사결과는 믿을 수 없다. 한국해군이 아무리 프로가 아니더라도 한국 해군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공격을 받아 침몰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2010년 6월 3일, 海軍論壇)
 
  <(미국이) 당나라의 꿈을 꾸고, 당풍(唐風)에 심취하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북한을 보자. 미국은 ‘제2의 밀로셰비치’를 만들지 말라. 천안함 사건의 과정은 의혹으로 충만해 있다. 해석하기 어려운 의문들.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유희를 그만두라. 비열한 음모를 경계한다.>(2010년 5월 30일, 천안함 사건의 진상, 鳳凰論壇)
 
  누가 이런 글을 써서 올리는가를 추적하기란 쉽지 않다. 중국의 네티즌이 3억이나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대도시를 떠나 지방으로 가면, 한반도의 남쪽이 한국이고, 북쪽이 북한이며, 한국이 자본주의 국가이고 북한이 자기네들과 정치체제가 과거에 같았던 나라임을 정확히 구분하는 인구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중국에서 인터넷에 떠도는 한반도 정세에 관한 글 가운데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아무렇게나 퍼나른 것인지, 아무렇게나 올려놓은 것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중국인들의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자신들도 알 수 없는 말을 댓글로 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다수 중국인의 머릿속에 “한국은 잘살고 강력한 나라이며 미국과 가깝고, 조선(북한)은 못살고 힘없는 나라인데 중국과 가깝다”는 정도가 한반도 남한과 북한에 대한 기본 인식이다.
 
  그런 대부분의 중국인에게 잘살고 선진적인 한국의 초계함이 못살고 군사무기도 형편없을 것이 뻔한 북한의 잠수정이 쏜 어뢰에 맞아 두 동강 나면서 침몰했다는 말은 실로 믿기 어려운 이야기인 것이다.
 
  그런 중국인들에게는 잘살고 강력한 한국이 북한을 못살게 구느라고 전 세계에서 늘 전쟁을 벌이는 ‘못된’ 미국과 짜고 만들어낸 음모라는 말이 더 이해하기 쉬운 것이다.
 
 
  청샤오허 교수의 ‘3단계 대책’
 
제3차 한·일·중 정상회의가 열린 지난 5월 30일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미국과 이명박 역적패당의 반공화국 대결 모략 책동을 폭로 규탄하는 평양시 군중대회’가 열렸다.
  물론,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을 비난하고 북한을 지지하는 여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관찰 네트워크(經濟觀察網)’라는 블로그에 중국 인민대학 교수 청샤오허(成曉河·미 보스턴 대학 박사)가 이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올린 ‘중국의 천안함 사건에 대한 3단계 대책’이라는 글이 있다.
 
  이 글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지닌 지식인이 올린 글이었다. “중국정부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신중한 태도로 접근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말로 시작한 글은 앞으로 중국정부가 취할 방향을 짐작할 수 있게 해 주는 내용이었다.
 
  <중국정부가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첫째, 한국 정부가 5월 20일 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북한이 하도 강하게 부인하니 중국 지도자들로서는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중국은 한국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라는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반면, 북한과도 과거의 좌절을 딛고 요즘 한창 따뜻해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한이 언제든 일전을 불사하겠다고 하니 중국으로서는 어렵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그가 제시한 ‘3단계 대책’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1단계), 남북한 양측과 모두 협의(2단계), 명확한 태도의 표명(3단계)이었다.
 
  청샤오허라는 필자가 제시한 3단계 대책의 제1단계란 천안함이 3월 26일 침몰한 이후 지난 4월 2일 후정웨(胡正躍)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가 제주도에 와서 한국 외교당국자를 만난 일, 4월 5일 왕광야(王光亞) 외교부 부부장이 한중 외교부 전략대화를 위해 방한해서 유명환(柳明桓)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난 일,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4월 30일 상하이(上海)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회담하고 김영남도 만난 사실, 5월 6일에는 김정일(金正日)을 베이징에서 만난 일 등이 모두 천안함 사건에 대한 중국의 태도 결정을 위한 제1단계 작업이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두 얼굴
 
북한 인권 시민단체 회원들이 최근 서울 중국대사관 건너편에서 천안함 테러 대북 유엔제재결의안 중국 찬성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2단계는 4월 6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통화한 사실, 5월 10일 성 킴 미 6자회담 대사가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카운터 파트인 양허우란(楊厚蘭)과 만난 것, 특히 5월 24일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미·중(美中) 전략대화가 열렸을 때 이른바 관계국들과 협의하는 제2단계 작업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1단계와 2단계가 시간적으로 선후관계가 일치하는 것이 아니며, 횡적인 개념도 담고 있는 것이 2단계였다.
 
  청샤오허가 제시한 제3단계는 ‘중국이 태도를 표명하는 단계’이다. 그는 “중국이 보여주는 신중한 태도가 중국이 (천안함 관련) 아무런 태도를 갖지 않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중국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처리하는 방침은 대체로 4가지 정도의 관점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첫째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 중국정부는 한국정부와 국민들과 감정을 같이하며 이해를 보낸다는 것, 둘째는 한국정부가 과격한 조치를 취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컨트롤하기 힘들어진다는 것, 셋째는 중국은 한국정부의 조사결과를 중시한다는 것, 넷째는 천안함 사건의 처리는 6자회담과 맞물려 처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정부의 그런 처리 방침에 한국정부가 불만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중국정부는 여러 가지 배려를 하고 있으며, 중국이 한국과 동반자 관계라는 점을 여러 경로를 통해 보여주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청샤오허 교수의 말대로 중국정부는 지난 6월 11일 한국에 친근한 미소를 던지는 외교메시지를 보냈다. 원자바오 총리가 중국 고위지도자들의 집단 거주지인 중난하이(中南海)로 한국 고아어린이들을 초청해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6월 12일 원자바오 총리가 한국 어린이들을 만나는 장문의 기사를 웹페이지에 올렸다.
 
  “원자바오 할아버지”라고 시작한 기사는 중국 총리의 초대로 중난하이 자광각(紫光閣·청대에 황제가 외국사신들을 접견하던 장소)으로 간 20명의 한국 어린이들과 19명의 중국 칭하이(靑海)성 지진 피해지역 어린이들에게 원자바오가 “중국과 한국 두 나라의 미래는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끝맺었다.
 
 
  “城門에 화재가 난 것”
 
  그 자리에는 류우익(柳佑益) 주중 한국대사도 배석했다. 관영 <인민일보> 기사의 의도는 ‘중국이 천안함 사건의 처리과정에서도 결코 일방적으로 북한편을 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원자바오 총리의 말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사건을 보는 중국 지도자들과 중국인들의 감각은 원자바오 총리가 6월 1일 일본 NHK TV와 인터뷰를 하면서 표현한 것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원자바오는 이 인터뷰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을 “성문(城門)에 화재가 난 것”이라고 비유하면서 “성문실화 앙급지어(城門失火 殃及池魚)”라고 표현했다. ‘성문에 난 화재 때문에 성안의 연못에 사는 물고기가 타죽을 수도 있다’고 한 것이다.
 
  이 ‘성문실화앙급지어론(論)’은 60년 전 6·25전쟁 때 처음 원용(援用)됐다. 당시 마오쩌둥(毛澤東)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한반도 전쟁의 불길이 중국 동북지방에 미쳐 중국군이 군대를 보내 국가를 보위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을 폈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중국 지도자들은 결코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성문에 불이 붙은 것으로 인식하는 이상 최고 수뇌부 회의를 거쳐 대책을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만 우리와는 달리 ‘만만디(慢慢的)’인 데다가 우리에게는 ‘안방의 불’이지만, 자기네들에게는 ‘성문에 붙은 불’로 인식되는 만큼, 결정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우리 외교당국자들에게 인내가 요구되는 대목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또 그런 중국의 발걸음을 잘 계산해서 천안함 침몰 장병 46명의 한(恨)을 풀어주는 외교적 행동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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