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집중분석

외교 전문 기자가 본 문재인 회고록

트럼프와의 관계 과장하고, 한일갈등 배경 왜곡

글 : 이하원  조선일보 외교 담당 에디터  may2@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트럼프, 동맹외교의 파트너로 아주 잘 맞는 편”
⊙ “아베-트럼프, 케미가 그렇게 높지 않았다”(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 아베-트럼프, 정상회담 14번, 전화 통화 33번
⊙ 아베, 2018년 한·중·일 정상회의 때 리커창 중국 총리의 홋카이도 시찰 동행… 문재인은 대사관에 머물다가 귀국
⊙ 문재인, 민정수석 시절이던 노무현 정부에서 징용 배상 마무리 관여한 것은 언급 안 해
⊙ 문재인, 2021년 기자회견 때 대법원 판결 부정, ‘위안부 합의’ 인정 발언한 것도 언급 없어
⊙ 윤석열 정부의 징용공 제3자 변제안에 대해 “현 정부가 완전히 무릎을 꿇으면서 일본에 큰 승리 안겨주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트럼프와의 관계는 과장하고, 일본과의 갈등은 왜곡했다. 사진은 2017년 7월 6일 독일 주함부르크미국총영사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사진=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펴낸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와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정권의 정신적 포로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655페이지 전체에 걸쳐서 경도(傾倒)된 시각을 보여줬다는 비판이 거세다.
 
  그의 회고록의 기조는 미국에 대한 불만과 북한의 비핵화(非核化) 의지를 대변한 것이다. 그는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처럼 말한다.
 
  “김 위원장이 누누이 그런 표현을 썼다. 핵은 철저히 자기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사용할 생각 전혀 없다. 우리가 핵 없이도 살 수 있다면 뭣 때문에 많은 제재를 받으면서까지 힘들게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겠는가. 딸 세대한테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 없는 것 아니냐. 그렇게 비핵화 의지를 나름대로 절실하게 설명했어요.”(191페이지)
 
  그는 이 책에서 “미국이나 한국의 극우 세력들은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을 무너뜨리는 것이 궁극의 목표이기 때문에 제재 완화가 논의되는 것 자체가 싫은 것”이라고 했다. “나는 반대로 후회를 한다”며 “제재 해제에 대해서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노력했어야 하지 않았나”라고도 한다.(128페이지)
 
 
  “균형외교에서 역대 최고의 성과”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
  “존재하지도 않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대변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 회고록은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팩트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한미관계, 한일관계 등에서 사실보다 자신의 감상, 느낌을 우선한 ‘자화자찬’이 많다는 평이다. “후안무치하다”는 직설적인 비판도 나오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정부는 균형외교에서 역대 최고의 성과를 냈다. 그렇게 자부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한미동맹이 공고했고, 한일관계가 정치적으로 껄끄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경제적으로나 민간 차원의 교류에서는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돌아갔고, 중국 및 러시아와 좋은 관계, 북한과도 평화를 유지했던, 이런 때가 역대 정부에서 없었다.”(488페이지)
 
  “한미관계를 보자면, 박근혜 정부와 오바마 정부 사이에 호흡이 맞지 않았다.”(488페이지), “그(트럼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내게는 동맹외교의 파트너로 아주 잘 맞는 편이었다.”(29페이지)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도 이런 말을 하며 문 전 대통령의 자화자찬을 도와준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가 당선자 신분일 때 사저였던 트럼프 타워까지 가서 도금한 골프채도 선물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그렇게 케미가 높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30페이지)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호흡이 맞지 않았지만, 자신과 트럼프의 관계는 돈독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유감스럽게도 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트럼프와 아베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8차 한·중·일 정상회의가 개최됐는데 그 직전에 벌어진 일은 당시의 한미관계, 미일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와 아베는 2020년 1월까지 정상회담을 14번, 전화 통화를 33번 할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는데, 2019년 12월 21일에도 두 정상은 75분간 전화 통화했다. 당시 문재인-트럼프 통화는 12월 7일 30분 통화가 마지막이었는데, 트럼프-아베는 1시간15분간 통화한 것이다. 특히 트럼프와 아베는 당시 1시간 넘게 통화하면서 통화의 절반 이상을 북한 문제에 할애했다. 당시는 북한이 12월 초 외무성 담화를 통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 결심에 달려 있다”고 밝혀 북한의 ‘성탄절 도발’ 가능성이 제기된 시점이었다. 트럼프는 아베가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전화를 걸어 대북 전략에 대한 조언을 구한 것이다.
 
  아베는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막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에는 미일 양국이 강력히 연대해서 대응하는 방안을 제언한 것이다. 아베는 특히 북한이 미국에 도달하지 않는 중·단거리 미사일이나 핵실험으로 도발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대응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백악관은 “특히 북한의 위협적 성명을 고려해 긴밀하게 소통과 조율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아베 총리도 통화 후 “최근 북한의 정세를 분석하고 앞으로 대응에 관해 면밀하게 조율했다”고 했다.
 
 
  한미관계 엇박자
 
  트럼프가 아베에게 대북 전략 조언을 요청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는 2019년 한·중·일 정상회의뿐만 아니라 중요한 고비가 있을 때마다 아베에게 의견을 구했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첫 미북 정상회담을 갖기 하루 전에도 트럼프는 아베와 통화했다. 아베는 트럼프와 통화한 뒤 총리 관저 1층에서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까지의 최신 정보에 기반해서 대화하고 싶다고 해 통화했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일본이 자신들이 가진 최신 대북 정보를 공유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아베는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2019년 문재인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를 계기로 대북 문제에서 한미 간 중요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이 미일은 밀착하고 있었다는 것이 여러 관계자의 회고로 입증이 됐다.
 
  당시의 미일 밀착과 달리 한미관계는 엇박자가 나고 있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미국 방문 직후인 2019년 12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 생일 축하 메시지를 문 전 대통령이 전해주면 좋겠다고 했다”며 중재자를 자처했다. 하지만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미국 대통령의 친서로 직접 전달받은 상태”란 담화를 내면서 체면을 구겼다. 당시 외교가에서는 “친서 여부도 모를 정도로 한미 간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뜻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0년 신년사에서 남북 협력 구상을 밝히자 미 국무부는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이행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볼턴 회고록, 트럼프와 가장 친한 인물로 아베 꼽아
 
아베 일본 총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갖고 그 사진을 트위터에 올릴 정도로 가까웠다. 사진=아베 트위터
  트럼프와 아베의 긴밀한 관계는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도 묘사돼 있다. 볼턴은 자신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 백악관 회고록(The Room Where It Happened: A White House Memoir)》에서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직전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믿지 마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볼턴은 이 책에서 트럼프와 가장 친한 외국 정상으로 아베를 꼽았다. 이후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도 아베 총리만큼 가까운 인물로 등장했다고 했다. 아베는 2016년 트럼프가 당선되자마자 금장(金裝) 된 골프 드라이버를 선물하며 트럼프와 ‘브로맨스(남자들 간의 특별한 우정)’를 만들었다. 2019년 5월 나루히토 일왕 즉위로 레이와(令和) 시대가 시작되자마자 국빈으로 일본을 방문한 트럼프는 온종일 아베와 골프장, 스모 경기장, 일식집을 다니며 “보물 같은 미일동맹”이라고 극찬했다.
 
  최종건 전 1차관은 문재인 회고록에서 “아베 총리는 도금한 골프채도 선물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그렇게 케미가 높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는데,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는지 알 수 없다. 2019년 5월 아베 일본 총리는 트럼프 미 대통령을 레이와 시대의 첫 국빈으로 초청 후 골프 회동을 갖고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리커창, “두장옌 안내는 나의 오모테나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트럼프, 아베와 긴밀한 관계를 못 갖는 사이에 아베는 중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구축(構築)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8년 5월 도쿄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공식 행사만 마치고 돌아온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다음 해인 2019년 12월 청두 한·중·일 정상회의도 끝나자마자 곧장 귀국했다. 이때 리커창 중국 총리는 성탄절인 12월 25일 아베를 세계문화유산인 쓰촨(四川)성의 수리 관개시설 두장옌(都江堰)으로 초청, 함께 둘러봤다. 리커창-아베 두 총리는 문화유산 시찰을 전후로 회담, 오찬을 함께하며 4시간가량 대화를 주고받았다. “두장옌 안내는 나의 오모테나시(진심으로 대접한다는 일본어)”라는 리커창의 말에 아베는 “시찰에 동행하고 점심에도 초대해줘 따뜻함이 느껴진다”고 화답했다.
 
  두 총리의 지방 동행은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다. 리커창이 2018년 5월 도쿄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일했을 때는 아베가 ‘투어 가이드’를 자임, 홋카이도의 토요타 자동차 공장을 함께 둘러보며 관계를 두텁게 했다. 당시에도 문 전 대통령은 회의가 끝난 후 도쿄의 주일대사관저에서 2시간가량 머물다가 방일 10시간 만에 귀국했다.
 
 
  아베 2차 집권 8년간 미일동맹 강화
 
  미국과 일본은 2012년부터 2020년까지 8년간의 아베 2차 집권을 계기로 강하게 결속했다. 2020년 1월 미일 신(新)안보조약 체결 60주년을 맞아 아베가 자신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를 언급하며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상징적인 장면이다. 기시는 1960년 미국 워싱턴DC에서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과 함께 1951년 맺은 안보조약을 개정한 신안보조약에 서명해 미일동맹의 바탕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아베 총리는 외무성의 이쿠라(飯倉)공관에서 열린 신안보조약 체결 기념식에서 “기시 총리는 당시 ‘지금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100년, 양국은 새로운 신뢰로 협력하자’고 말했다”며 “조부(祖父)와 같은 나이에 이른 나는 같은 맹세를 드리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기시 전 총리가 만든 미일 신안보조약에 대해선 “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세계의 평화를 지키고 번영을 보증하는 부동(不動)의 기둥”이라며 “앞으로 동맹을 충실히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했다. 아베는 이날 행사에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의 손녀도 초청했다.
 
  트럼프도 미일 신안보조약 체결 60주년을 축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60년간 두 위대한 국가 사이의 바위처럼 단단한 동맹은 미국과 일본, 인도·태평양 지역, 전 세계의 평화와 안보, 번영에 필수적이었다”며 “안보 환경이 계속 변화하고 새로운 도전이 생기면서 우리의 동맹이 더 강력해지고 심화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일본의 모테기 외무상, 고노 방위상 등 4명 명의로 발표된 공동 성명은 “미일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고하고 폭넓으면서도 불가결한 것이 됐다”고 했다.
 
  미일동맹은 2018년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에서도 돋보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곳에서 지구의 절반을 포괄하는 ‘인도·태평양 구상’을 위해 인도와 첫 3국 정상회담을 열었다. 아베는 이곳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한 것은 물론 시진핑 중국 주석과는 한 달여 만에 다시 만났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만났는데, 4개월 사이에 3번째 회동이었다. 같은 G20 회의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트럼프를 30분간 만난 게 사실상 전부였다(그 직전에는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체코를 방문해 총리와 회담하는 이례적인 일도 벌어졌다).
 
 
  문재인, “대법원 판결은 대통령도 따라야 한다”
 
문재인 정권은 징용공 문제 등으로 일본과 갈등을 빚으면서 반일 정서를 조장했지만, 문재인 회고록은 그 배경을 왜곡했다. 사진=조선DB
  문재인 전 대통령은 ‘12. 다시는 지지 않겠습니다’ 챕터에서 한일 갈등을 약 40페이지에 걸쳐 비교적 길게 다루고 있다. 그는 ‘우리는 강경한 적이 없었다’라는 소제목의 글에서 징용 배상 관련, “대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은 우리나라 영토 안에서는 최고권을 갖는 거예요. 대통령도 행정부도 모두 거기에 따라야 되는 거죠”라며 “우리 정부가 강하게 대응했다는 말은 어폐가 있어요”라고 한다.
 
  이 발언은 문재인 정권의 반일(反日) 대일 정책 논리를 함축한 문장이다.
 
  ①대법원 일제 징용 판결은 대통령도 따라야 한다.
 
  ②우리는 강하게 일본에 대응하지 않았다는 두 가지가 핵심인데,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논쟁적이다.
 
  우선 대통령의 대법원의 일제 징용 판결 그대로 수용 여부. 2018년 10월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 이후 문 전 대통령은 “삼권분립 정신에 비춰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왔다. 대법원 판결이니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반일 시민단체들도 제3자 변제 결정이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위배되니 대통령이 이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헌법에서 정한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66조는 대통령과 관련한 규정이다. 이 중 제66조 1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元首)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66조 4항은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고 돼 있다.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에 앞서 국가의 원수로 국가를 대표하는 것이 헌법에 명기돼 있는 것이다.
 
  헌법에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의 역할만 하도록 규정돼 있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말대로 사법부의 판단을 따라서 한일관계가 악화하든 말든 신경 쓸 바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서 대법원 판결이 국익(國益)에 저해되면 외교적 갈등을 피하고 국익을 위하는 방향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책임을 갖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계적으로 대통령의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복종을 언급하는 것은 국가 원수로서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한일 간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책임이 있으나 문 전 대통령은 손쉽게 반일감정의 뒤에 숨어버렸다.
 
 
  취임하자마자 위안부 합의 검토 지시
 
오태규 외교부 위안부합의검토 TF 위원장은 2017년 12월 27일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결과를 발표, 사실상 합의를 파기했다. 사진=조선DB
  문재인 정부가 일본에 강경대응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취임하자마자 2015년에 맺은 위안부 합의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만들어진 ‘한일 위안부 합의 검토 TF’는 전례 없는 권한을 갖고 마치 수사기관처럼 외교 협상의 비밀 서류를 모두 들여다봤다.
 
  TF는 약 6개월간의 활동 후 2017년 12월 발표한 검토 결과 보고서에서 “피해자 중심적 접근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일반적인 외교 현안처럼 주고받기 협상으로 이뤄졌다”며 합의를 폄하했다. “조약이 아니라 정치적 합의”라고도 했다. TF는 당시 한일 양국이 비공개한 부분도 전격 공개, 논란을 일으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이같이 언급했다.
 
  “2015년 한일 양국 정부 간 위안부 협상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됐다.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2018년 1월 청와대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더 강하게 비판했다. “(2015년) 합의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 내용과 절차 모두 잘못됐다.” “할머니들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이때부터 위안부 합의는 ‘사실상 파기’된 것으로 간주됐다. 이후 어떤 공무원도 위안부 합의에 대해 의미를 부여할 수 없었다. 아베 총리는 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의 근저에 반일감정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전술이 깔려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文, 노무현 정부에서 징용 배상 마무리 관여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로 인한 한일 갈등을 40페이지에 걸쳐 언급하면서도 자신이 이 문제에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깊이 관여, 정부가 보상하게 함으로써 일단락지은 것은 쏙 빼놓고 있다.
 
  박정희 정부는 1974년 특별법을 제정, 8만3519건에 대해 청구권 자금 3억 달러의 9.7%에 해당하는 92억원을 배상했다. 이때 보상이 부족했다는 여론이 있던 차에 2005년 1월 40년간 비공개였던 한일 협정 문서가 공개됐다. 이를 계기로 노무현 정부는 ‘한일 회담 문서 공개 후속 대책 관련 민관 공동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해찬 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문재인 민정수석도 참여한 민관 공동위는 7개월여 동안 수만 쪽의 자료를 검토, “한일 협정으로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 자금 3억 달러에 징용 보상금이 포함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이미 반영됐기에 일본에 배상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러면서 박정희 정부의 보상이 불충분했다고 보고, 2007년 특별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7만8000여 명에 대해 약 6500억원을 다시 보상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정부 위원으로 여기에 참가, 일본에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배경과 이유를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2018년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자신이 노무현 정부의 민관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특별법까지 만드는 데 일조한 것에 대해 최소한의 언급이 있어야 하나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다.
 
 
  기자회견 때(2021년) ‘위안부 합의’ 인정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기존 대일 정책을 180도 뒤엎는 발언을 했는데, 이 부분도 회고록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의 일제 징용 판결과 관련 “강제집행 방식으로 그것(일본 기업 자산)이 현금화된다든지, 판결이 실현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양국이 여러 차원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며 “그런 단계(사법부의 현금화 절차 완료)가 되기 전 외교적 해법을 찾겠다”고도 했다. 그동안 대법원의 판결은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가 이날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2015년도 양국 정부 간 위안부 문제 합의가 공식 합의였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법원의 위안부 배상 판결은) 솔직히 좀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21년 이날 기자회견 전까지 단 한 번도 2015년 합의의 의미를 인정한 사실이 없다.
 

  당시 일본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한관계에 대해 파격적으로 말한 배경이 궁금하다”고 할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이런 발언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의 행적과 비교해 보면 180도 대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2020년 4·15 총선을 ‘한일전(戰)’으로 언급하며 반일감정을 선동했던 사실에 비춰 보면 놀라울 정도다.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내각은 문 전 대통령이 한일 화해를 바라는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에 맞춰 실행력 없는 언급을 했다고 봤다. 코로나19 때문에 1년 늦게 열리는 2020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일본을 이용하려 한다고 의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자신의 외교 정책을 반성하는 대신 보수 세력을 비판한다.
 
 
  보수 세력 향해 “얼빠진 사람들”
 
  최종건 전 차관이 “문제는 우리나라 일각에서도 (청구권 협정으로 징용 문제가 종결됐다는) 일본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죠”라고 하자 문 전 대통령은 “얼빠진 사람들이죠. 삼권분립이라는 대한민국의 헌법 체계를 무시하는 주장이에요(594페이지)”라고 한다. 한일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던 이들을 향해 ‘얼빠진 사람들’이라고 한 것이다.
 
  604페이지에서도 “국내에서 극우적인 사람들이 일본의 주장을 추종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의 제3자 변제안에 대해서도 “참, 유감스럽게도 현 정부가 완전히 무릎을 꿇으면서 일본에 정말로 큰 승리를 안겨주었다”고 했다.
 
  아베 전 총리가 집권 당시인 2019년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로 맞선 것은 잘못된 일이었다. 한일 간 역사 문제에 대해 경제 제재를 취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한일 위안부 합의를 2017년 집권하자마자 사실상 파기하며 반일감정을 정략적으로 활용한 문재인 정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북한에는 무제한에 가까운 관대함을 보이면서도, 자유민주주의를 공유하며 한·미·일 3각 협력체제의 중요한 파트너를 협력의 대상이 아니라 승부를 내야 할 상대로만 보는 것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한미동맹이 있기에 중국, 러시아, 북한이 우리에게 함부로 못 하는데, 그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한·미·일 3각 협력을 견고하게 구축하는 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생존 방정식이다. 국가의 생존을 위해 미래로 나가는 길을 택하지 않고, 그 반대의 길을 걸어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그의 회고록 출간을 계기로 더 커질 것 같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