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이는 국민을 희롱한 것밖에 안 돼”(충북 60대 운수업 종사자)
⊙ “포용력과 미래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후보가 순전히 프레임 싸움만 하려는 사람보단 유리할 것”(김영석 국민의힘 충남도당위원장)
⊙ “충청북도는 전국 풍향과 거의 흡사. 심지어는 소수점까지 같아”(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 “尹 심판은 탄핵으로 끝났다… 중도 확장하려면 정책으로 승부해야”(권선필 목원대 교수)
⊙ 국힘 명함 외에 다른 명함 파고 다니는 당 관계자도… “계엄이 터지고 모든 게 무너졌다”
⊙ “포용력과 미래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후보가 순전히 프레임 싸움만 하려는 사람보단 유리할 것”(김영석 국민의힘 충남도당위원장)
⊙ “충청북도는 전국 풍향과 거의 흡사. 심지어는 소수점까지 같아”(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 “尹 심판은 탄핵으로 끝났다… 중도 확장하려면 정책으로 승부해야”(권선필 목원대 교수)
⊙ 국힘 명함 외에 다른 명함 파고 다니는 당 관계자도… “계엄이 터지고 모든 게 무너졌다”
-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위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세 모습. 사진=조선DB
“그런 말 혔다가는 잡혀가….”
논밭 변두리의 경로당 어르신들도 말을 아꼈다. 지난 4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 내내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계기판을 보니, 충청 지역에서만 429km를 휘젓고 다녔다. 오는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지역 민심을 듣기 위해서였다. 과속 딱지가 여러 장 날아올 듯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좀처럼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 지역색을 느낄 수 있었다. 대선과 같이 민감한 이슈에 대해선 더더욱 그렇다. 마음속을 꽁꽁 숨기고 있다가, 투표소 커튼을 열어젖히고 들어가서 말없이 낙점할 뿐이다. 마을회관부터 도심까지 ‘한 말씀…’도 듣기가 어려운 곳이다.
전국의 축소판, 민심의 풍향계. 선거 때마다 충청 지역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 공식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지 유입 인원이 적은 충북이 민심의 동향을 잘 나타낸다고 지역 사람들은 말한다. 이런 면에서, 지역 민심은 더불어민주당으로 기운 듯하다. 오죽하면 충북에서 만난 한 시민은 자신이 국민의힘을 지지해 왔다면서도 12·3 비상계엄에 대해 “윤석열이 국민을 희롱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릴 정도였다. 그만큼 반윤(反尹) 정서는 국민의힘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충청 민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마냥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할 것이라는 시민들도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논란들, 그중에서도 ‘도덕 리스크’ 때문에 탐탁해하지 않는 반응이다. 도청, 시청, 군(郡)의회, 지역 도당 등을 예고 없이 찾아갔다. 길 가는 시민 아무나 붙잡고 물어도 보았다. ‘이번 대선, 어떻게 보십니까?’
‘대전·충청에서 이기면 당선’ 공식, 이번에도?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누가 될지는 불분명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확실히 이재명 후보가 유리한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서울경제신문》 의뢰로 4월 4일 오후 12시45분부터 이튿날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전·세종·충청 지역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이 49%, 국민의힘이 27%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래 대통령 선호도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40%,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각각 5%,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4%,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2%,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각각 1%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 수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다만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충청권 표본이 적다는 지적도 있다. 4월 8일 만난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4월 8일 “전국에서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라서 충청 지역만 놓고 보면 피조사자가 적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충남 천안 출신인 그는 “충남, 충북, 대전, 세종 등의 민심이 조금씩 다른데 하나로 묶어서 조사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충청 지역은 어느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지 않고, 역대 대선을 보면 충청북도에서 승리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은 경우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음 날, 곧장 대전으로 향했다.
20~30대 보수 남성들, 한덕수에게?
지역 사람들에 따르면, 충청권 일부는 외지 유입 인구가 많다고 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대덕 산업단지가 있는 대전은 물론, 수도권과 인접한 천안, 아산, 그리고 정부청사가 이전한 세종 등이 있어서다.
대전에서 자영업을 하는 31세 남성 A씨는 “대전은 호남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서 민주당 세(勢)가 강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보수 성향의 20~30대 남성들은 한덕수 국무총리(대통령권한대행)를 대통령 후보로 지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4월 9일 기준, 한 총리는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스스로 ‘극우 성향’이라고 밝힌 A씨는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하는지를 묻는 물음에 “한덕수 국무총리를 지지한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쌍하다”며 “팔다리 다 잘리고 목소리까지 묻히니 ‘오죽했으면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충남 아산 출신으로, 대학원에 재학 중인 28세 남성 B씨는 “홍준표 후보와 한덕수 총리를 지지한다”고 했다. 그는 “홍 후보는 2021년 (대선 때의) 잔상이 남고, 한덕수 총리는 안정을 지향하는 인상이 있는데다 한미(韓美)동맹을 잘 관리할 것 같다”며 “이재명 후보의 경우 두려움이 크다”고 했다.
보수 성향의 젊은 남성들이 극우화 현상을 보인다는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해서도 물었다. 먼저,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A씨는 “사전투표에서는 부정선거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B씨는 “부정선거 의혹은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성들의 반응도 들어봤다. 대전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49세 여성 C씨는 진보 성향이라고 밝혔다. 그는 “큰오빠가 학생운동 당시 수감됐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역대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를 묻자 “정동영, 문재인 후보”라고 답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선 “주변에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느낌”이라면서도 “탄핵이 벌써 두 번이나 일어난 건 좀 의외라는 반응”이라고 했다.
보수 여대생마저 등 돌리게 만든 계엄령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25세 여대생 D씨는 “최근 중도 성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그에게 여태 투표했던 후보들을 묻자 “홍준표·윤석열 후보”라고 답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등 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난 일로 정치관이 바뀌었는지를 묻자 “많이 바뀌었다”며 “대전은 정치색도 워낙 다양하고 정치 얘기를 잘 하지 않아서 어느 당이 우세하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최근 서부지법(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와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등을 보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또 “대전은 전략적 요충지로 알고 있다. 바로 옆에 육군군수사령부나 자운대와 같은 대형 군부대가 있어서 더 무서웠다”며 “대전 사람들은 느긋한 이미지가 있는데, 그날은 밤잠을 못 이룰 정도였다”고 했다. D씨는 “그때 이후 정치관에 조금 금이 간 것 같다”면서 윤 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대학 친구들 대부분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특히 계엄령과 관련해선 헌법재판소처럼 전원일치로 부정적”이라고 했다.
진보 성향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25세 여성 E씨는 “뽑고 싶은 사람이 없어서 투표를 하지 않았다가, 최근 이재명 후보를 염두에 두게 됐다”고 했다. 다만 “여러 정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진보보단 중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씨는 “여의도나 광화문에서 시위를 하는 걸 보고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벚꽃 철인데 그때까지 시위하면 어쩌나 걱정도 했다”고 했다.
지역의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확실히 계엄의 여파는 컸다. 그것 때문에 국민의힘이 싫어서 민주당에 투표하겠다는 반응들을 들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계엄 이후 국민의힘 명함을 건네면 반응이 좋지 않아서 개인적인 명함을 하나 더 만들어서 갖고 다닌다”며 “계엄 이전에는 윤 전 대통령 지지율과 상관 없이 당 지지율이 이렇게까지 떨어지지 않았는데, 계엄이 터지고 모든 게 무너졌다”고 했다.
오원택(27)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대학생위원장은 “12·3 비상계엄 이후 (대전에서도) 대학교 3~4학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주변에 지난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청년들도 ‘우리가 좀 잘못 뽑은 것 같다’ ‘다음에는 좀 더 신중해야겠다’라는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다만 20대 남성들의 보수화가 체감되느냐는 물음엔 “많이 체감한다”며 “친구, 선후배들을 봐도 보수화된 경향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평소 잘 지내다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정치색이 다르다는 걸 알게 돼 ‘언팔(친구 끊기)’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세종에서 근무하는 30대 남성 공무원 F씨는 “내가 보수에 가까운 성향임에도 윤석열 정부에 많이 실망했다”며 “사실 이젠 어느 편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하다”고 했다. 보수 진영에 대해선 “이렇게 썩어빠진 상태라면 아예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는 게 낫다. 어쭙잖은 리모델링으로 바뀌겠나”라며 “보수가 살아나려면 극우를 경계하고 타협을 할 줄 아는, 중도 확장성이 넓은 후보를 내세워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국힘 충남도당 “포용력 있는 후보가 유리할 것”
이처럼 불리한 형국에 국민의힘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 지난 4월 10일 충남 아산에서 김영석 국민의힘 충남도당위원장을 만났다. 아산 출신으로 행정고시를 거쳐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김 위원장은 지난 22대 총선 당시 아산 갑(甲) 지역구에서 민주당 복기왕 후보와 맞붙었지만 낙선했다. 충남 지역의 경우 경쟁력 여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김 위원장의 얘기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포함해 황교안 전 국무총리까지 모두 연대할 수 있는 지도자, 포용력과 미래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후보입니다. 순전히 프레임 싸움만 하려는 사람보단 (민주당과의 대선 본선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지금 민주당 후보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 후보는 누가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잖아요.
“오늘(4월 10일)까지도 출마 선언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어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네요.”
― 그렇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시도당 위원장과 상설위원회 위원장들은 중립을 지키라고 의결했어요.”
― 충남이라는 지역 특성상, 어떤 강점을 가진 후보가 경쟁력이 있는지를 말씀해 주시는 정도는 중립에서 어긋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세력이 살짝은 우세할 거라고 봐요. 충청 민심이 보수적입니다. 대통령을 흔드는 행위에 대해 거부감도 있고요. 지금 시점에서는 어떤 후보가 어떤 비전을 발표하고 어떤 행보를 보일지, 얼마나 포용력을 보여주고 확장성 있게 움직일지를 (유권자들이) 면밀히 지켜볼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도·유동층에서) 확장성 있는 후보도 있고, 상대적으로 불리한 후보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김태흠 충남지사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충청이 중요한 만큼 여권 잠룡 입장에선 김 지사를 자기편으로 끌어와야 유리하겠네요.
“당연하죠. 결국은, 충청도가 한 표 더 주는 사람이 대권 잡아요.”
민주 “당내 경선 스타트는 충청, 지금부터 샘플링”
우위 국면에서 민주당은 자세를 낮췄다. 충남의 한 민주당 관계자는 “안심할 수는 없다. 대통령이 파면되는 등의 상황으로 인해 민심의 동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충청을 공략할 공약들에 대해선 “워낙 급작스럽게 발생한 (대선) 상황이기 때문에 지역 공약들에 대한 부분은 지금부터 샘플링(표본화)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4월 11일 기준) 다음 주부터 당내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는데 스타트를 충청권에서 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경선룰이 어떻게 정해질지는 모르겠지만, 경선 참여인단 수와 그 결과치를 통해 대통령 후보에 대한 충청권의 동향을 좀 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관측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에게 강세 지역을 물었다. 그는 “대전은 특히 ‘스윙 보터’ 지역”이라며 “내부적으로 얘기가 오가는 건 있는데, 향후에 어떻게 될지를 가늠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저희도 여론조사 (추이를) 보고 있는데, 간혹 튀는 결과들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윤석열 심판론’에만 기대는 건 확실한 승리의 담보가 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미주리대 컬럼비아교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하고 충청남도 정책특보, 대전시 자문위원 등을 지낸 권선필 목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를 4월 11일 대전에서 만났다. 그의 얘기다.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에 대한 심판론, 그리고 탄핵에 대한 동의는 상당히 높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제 이 부분은 탄핵이 인용됨으로써 끝났어요.”
― 탄핵 직후에 치르는 대선인데요?
“12월 3일(비상계엄 사태)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고, 결론이 났어요. 심판은요. 그러니까 이제 더 이상 이걸 가지고 표를 얻으려 한다면 중도 표심을 잡는 데 한계가 있을 거예요.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비전도, 단순히 청사진만 갖고선 안 될 거예요. 정말 설득될 만한, 그럴듯한 얘기가 아니면 쉽게 반응하지 않을 겁니다.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현실적으로 (집권할) 기회는 있을 거라고 봐요. 민주당이 (지역구 의석) 다수인데도 불구하고 충청권의 이야기를 충분히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대전의 모든 지역구 국회의원 의석을 가져갔고, 충청권에서도 절대다수인데 충청권의 이익을 반영하는 얘기는 거의 없었어요. 다수가 이재명 얘기, 탄핵 심판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이걸로 기본적인 표심을 잡을 순 있겠지만 중도를 잡는 데엔 한계가 있을 거예요.”
尹 향한 배신감에 눈시울 붉힌 충북
충남은 이쯤 돌아보고, 충북으로 향했다. 선술했듯, 충청 민심의 바로미터는 충북이라는 얘기가 있다. 먼저, 충북 보은군이다. 작은 시외버스 정류장에 모여 있는 중년 남성들을 만났다. 운수업에 종사하는 60대 남성 김모씨는 국민의힘을 지지해 왔다고 했다. 그의 얘기다.
“비상계엄은 아주 나쁘다고 생각해요. 아주 나쁘다고요. 민주당도 잘못하긴 잘못했는데, 그랬으면 비상계엄을 하지 말고 국민들에게 폭탄선언을 해서 ‘이러이러하니 나 좀 지지해 주십시오’라고 했어야지. 그건 아니야. 그건…. 윤석열이가 아무리 착해도 그렇게 하는 건 잘못한 거야. 초등학생만도 못한 거야. 비상계엄은, 윤석열이가 국민을 희롱한 것밖에 안 되는 거예요.”
이야기를 이어가던 김씨는 언성이 높아지더니 별안간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대선에선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고 묻자 “나는 그래도 빨간 당(국민의힘)”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당원이라고 밝힌 또 다른 60대 남성은 “(충북에서) 남부 3군은 국민의힘이 우세하다”면서도 “근데 대통령 선거 하나마나 아니냐”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에) 특별한 대안이 되는 후보가 없다”며 “근데 이재명이는 아니여”라고 했다. 그는 “자기 형수한테 욕하는 걸 보면 그게 X새끼지, 그게 사람 새끼냐”며 “인간성으로 보면 (대통령감이) 아니다”라고 했다. 무당층이라고 밝힌 70대 남성은 “탄핵은 잘 된 거고, 대통령으로 쓸 만한 사람은 누가 있을까”라며 고민하더니 “한동훈”이라고 했다. 바로 옆에 있던 일행은 “한동훈 같은 소리 하고 있어, 또 검찰 출신이냐”고 맞받아쳤다. 김문수 후보에 대해서는 서로 “김문수? 에이 김문수는 안 돼”라고 했다.
좀 더 시골로 들어가서, 보은군의 어느 마을회관을 찾았다. 78세 여성 G씨는 “박덕흠씨가 (국회의원이) 된 걸 보면 거기(국민의힘)가 좀 우세한 것 같다”고 했다. 계엄 사태의 여파에 대해선 “민주당 좋아하는 사람은 평생 민주당 좋아하고, 국민의힘 좋아하는 사람은 또 계속 그쪽을 좋아한다”며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충북 兩黨, 같은 질문에 다른 반응
“이제 저도 좀 돌아다녀봐야죠. 계속 서울에 있었으니까.”
충북 청주시로 차를 돌렸다. 이 지역구의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북 청주시 서원구)은 4월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심의 흐름과 추이를 어떻게 보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 민주당 차원에서 충북 공약 관련, 윤곽이 좀 정해졌나요.
“(지역 주민들이) 늘 원하는 건, 행정수도 (세종) 이전이 가장 뜨거운 문제죠. 청주공항 활주로 민영화 문제도 있고요.”
― 구체적인 공약은 불투명한 상황이죠?
“네, 그렇죠.”
― 충청권 민심의 대체적인 성향은 어떻습니까.
“충청북도는 전국 풍향과 거의 흡사해요. 심지어는 소수점까지 같죠. 매번 그래왔죠.”
같은 날, 국민의힘 충북도당 관계자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지만 “지금 손님과 미팅 중이다. 질문지를 미리 주고 정리가 돼야지, 갑자기 전화해서 다짜고짜 민심이 어떠냐고 물으면 어떡하냐”라고 했다. 체감되는 부분이 있는지를 재차 물었지만 “알고 싶으면 정식으로 질문지를 보내라. 오늘은 외부 일정이 있다”고 답했다.
보수도, 진보도 탐탁지 않은 옥천
충청북도청 기자실에서 만난 지역 주재(駐在) 기자는 “이곳은 뚜렷한 색깔이 없다”며 “(선거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도청 앞을 지나가던 71세 남성 박모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에게 청주에서 체감되는 민심 동향을 묻자 “청주에선 이재명 쪽이 조금 높다고 느껴진다”고 했다. 다만 대선 결과에 대해선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며 “여기는 항상 대세를 따랐다”고 했다. 박씨는 “여기는 국회의원들도 다 민주당 소속”이라며 “시골은 모르겠다. 사람을 보고 투표하는 것 같다”고 했다.
충북 변두리의 한 군(郡)의회를 찾아갔다. 박씨의 말대로 사람을 보고 투표하는 듯 다양한 정당의 의원실이 있었다. 당장 눈앞에 있는 의원실을 노크했다. 취재에 응하지 않은 한 군의원은 “여기 지역은 당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뽑는다. 수도권은 당과 출마자의 스펙 등을 보고 뽑지만 지역에선 여기저기 걸려 있는 게(이해관계가) 많아서 민심을 쉽게 알 수 없다”고 귀띔했다.
지역 사람들에 따르면, 당을 떠나 자기 삶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놓는 사람을 택한다고 한다. 그만큼 피로감도 쌓였다. 무당층도 상당하다. 청주 중앙시장의 한 상인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내세운 대통령실 세종 이전에 대해 “그게 쉽것어유?”라고 되물었다. 계엄 사태에 대해선 “화가 났다”며 “우리나라는 계엄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잖느냐”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옥천군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70세 남성 최모씨는 “나는 원래 진보 성향인데, 보수든 진보든 잘하는 사람이 당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토로했다.
“대통령이 저 지랄하면 국회의원들이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데, 그놈들도 저 지랄하니 아유 짜증 나. 뉴스 같은 거 보기도 싫어요. 한마디로, 두 놈들 다 잡놈들이지.”
“한 말씀만…”
한편, 충청 지역에선 정치 현안에 대한 인터뷰를 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질문을 꺼내자 한 남성은 “× 같은 얘기하네, 그런 건 부모한테도 말하는 게 아니다. 모(某) 항공사에서 기장과 부기장이 주먹다짐한 걸 모르냐”며 화를 냈다. 한 50대 여성은 “주변 사람들과 정치 얘기를 잘 안 한다”며 “대전 사람들은 대체로 정치 얘기를 잘 하지 않는 반면, 서울에서 직장 때문에 대전으로 온 사람들은 정치 얘기를 스스럼없이 해서 신기했다”고 했다. 20대 여성은 “정치 얘기에 관심 없기도 하고, 대전 친구들하고도 정치 얘기를 잘 안 한다. 워낙 정치색이 다양해서 그냥 얘기를 안 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충남의 한 시청 앞에서 쉬고 있는 청소 노동자들에게 1분만 시간을 내달라고 하며 이번 대선에 대해 물었지만 그들은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중립을 지켜야지, 안 그러면 잘린다(해고된다)”며 자리를 피했다. 편의점에서도, 경로당에서도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라고 했을 땐 “할 수 있는 건 해드리겠다”며 호의적으로 반응했다가 질문을 건네자 난색을 표하기 일쑤였다. 지역의 양당 관계자들도 좀처럼 민심을 파악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마을회관에서도 “그런 건 마음속에 담아뒀다가 투표할 때 찍는 것이지”라며 “법이나 그런 걸 잘 알았으면 우리가 이렇게 시골에서 살겠느냐”고 했다. 전북 순창 출신으로, 20년 동안 충북에서 살았다는 중년 남성도 “여기 사람들은 정말 속얘기를 안 한다. 싫다, 좋다도 말 안 한다”고 했다.⊙
논밭 변두리의 경로당 어르신들도 말을 아꼈다. 지난 4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 내내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계기판을 보니, 충청 지역에서만 429km를 휘젓고 다녔다. 오는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지역 민심을 듣기 위해서였다. 과속 딱지가 여러 장 날아올 듯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좀처럼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 지역색을 느낄 수 있었다. 대선과 같이 민감한 이슈에 대해선 더더욱 그렇다. 마음속을 꽁꽁 숨기고 있다가, 투표소 커튼을 열어젖히고 들어가서 말없이 낙점할 뿐이다. 마을회관부터 도심까지 ‘한 말씀…’도 듣기가 어려운 곳이다.
전국의 축소판, 민심의 풍향계. 선거 때마다 충청 지역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 공식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지 유입 인원이 적은 충북이 민심의 동향을 잘 나타낸다고 지역 사람들은 말한다. 이런 면에서, 지역 민심은 더불어민주당으로 기운 듯하다. 오죽하면 충북에서 만난 한 시민은 자신이 국민의힘을 지지해 왔다면서도 12·3 비상계엄에 대해 “윤석열이 국민을 희롱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릴 정도였다. 그만큼 반윤(反尹) 정서는 국민의힘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충청 민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마냥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할 것이라는 시민들도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논란들, 그중에서도 ‘도덕 리스크’ 때문에 탐탁해하지 않는 반응이다. 도청, 시청, 군(郡)의회, 지역 도당 등을 예고 없이 찾아갔다. 길 가는 시민 아무나 붙잡고 물어도 보았다. ‘이번 대선, 어떻게 보십니까?’
‘대전·충청에서 이기면 당선’ 공식, 이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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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2년 대선 후보 시절 충북 청주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다만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충청권 표본이 적다는 지적도 있다. 4월 8일 만난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4월 8일 “전국에서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라서 충청 지역만 놓고 보면 피조사자가 적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충남 천안 출신인 그는 “충남, 충북, 대전, 세종 등의 민심이 조금씩 다른데 하나로 묶어서 조사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충청 지역은 어느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지 않고, 역대 대선을 보면 충청북도에서 승리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은 경우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음 날, 곧장 대전으로 향했다.
20~30대 보수 남성들, 한덕수에게?
지역 사람들에 따르면, 충청권 일부는 외지 유입 인구가 많다고 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대덕 산업단지가 있는 대전은 물론, 수도권과 인접한 천안, 아산, 그리고 정부청사가 이전한 세종 등이 있어서다.
대전에서 자영업을 하는 31세 남성 A씨는 “대전은 호남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서 민주당 세(勢)가 강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보수 성향의 20~30대 남성들은 한덕수 국무총리(대통령권한대행)를 대통령 후보로 지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4월 9일 기준, 한 총리는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스스로 ‘극우 성향’이라고 밝힌 A씨는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하는지를 묻는 물음에 “한덕수 국무총리를 지지한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쌍하다”며 “팔다리 다 잘리고 목소리까지 묻히니 ‘오죽했으면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충남 아산 출신으로, 대학원에 재학 중인 28세 남성 B씨는 “홍준표 후보와 한덕수 총리를 지지한다”고 했다. 그는 “홍 후보는 2021년 (대선 때의) 잔상이 남고, 한덕수 총리는 안정을 지향하는 인상이 있는데다 한미(韓美)동맹을 잘 관리할 것 같다”며 “이재명 후보의 경우 두려움이 크다”고 했다.
보수 성향의 젊은 남성들이 극우화 현상을 보인다는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해서도 물었다. 먼저,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A씨는 “사전투표에서는 부정선거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B씨는 “부정선거 의혹은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성들의 반응도 들어봤다. 대전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49세 여성 C씨는 진보 성향이라고 밝혔다. 그는 “큰오빠가 학생운동 당시 수감됐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역대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를 묻자 “정동영, 문재인 후보”라고 답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선 “주변에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느낌”이라면서도 “탄핵이 벌써 두 번이나 일어난 건 좀 의외라는 반응”이라고 했다.
보수 여대생마저 등 돌리게 만든 계엄령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25세 여대생 D씨는 “최근 중도 성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그에게 여태 투표했던 후보들을 묻자 “홍준표·윤석열 후보”라고 답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등 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난 일로 정치관이 바뀌었는지를 묻자 “많이 바뀌었다”며 “대전은 정치색도 워낙 다양하고 정치 얘기를 잘 하지 않아서 어느 당이 우세하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최근 서부지법(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와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등을 보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또 “대전은 전략적 요충지로 알고 있다. 바로 옆에 육군군수사령부나 자운대와 같은 대형 군부대가 있어서 더 무서웠다”며 “대전 사람들은 느긋한 이미지가 있는데, 그날은 밤잠을 못 이룰 정도였다”고 했다. D씨는 “그때 이후 정치관에 조금 금이 간 것 같다”면서 윤 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대학 친구들 대부분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특히 계엄령과 관련해선 헌법재판소처럼 전원일치로 부정적”이라고 했다.
진보 성향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25세 여성 E씨는 “뽑고 싶은 사람이 없어서 투표를 하지 않았다가, 최근 이재명 후보를 염두에 두게 됐다”고 했다. 다만 “여러 정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진보보단 중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씨는 “여의도나 광화문에서 시위를 하는 걸 보고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벚꽃 철인데 그때까지 시위하면 어쩌나 걱정도 했다”고 했다.
지역의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확실히 계엄의 여파는 컸다. 그것 때문에 국민의힘이 싫어서 민주당에 투표하겠다는 반응들을 들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계엄 이후 국민의힘 명함을 건네면 반응이 좋지 않아서 개인적인 명함을 하나 더 만들어서 갖고 다닌다”며 “계엄 이전에는 윤 전 대통령 지지율과 상관 없이 당 지지율이 이렇게까지 떨어지지 않았는데, 계엄이 터지고 모든 게 무너졌다”고 했다.
오원택(27)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대학생위원장은 “12·3 비상계엄 이후 (대전에서도) 대학교 3~4학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주변에 지난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청년들도 ‘우리가 좀 잘못 뽑은 것 같다’ ‘다음에는 좀 더 신중해야겠다’라는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다만 20대 남성들의 보수화가 체감되느냐는 물음엔 “많이 체감한다”며 “친구, 선후배들을 봐도 보수화된 경향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평소 잘 지내다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정치색이 다르다는 걸 알게 돼 ‘언팔(친구 끊기)’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세종에서 근무하는 30대 남성 공무원 F씨는 “내가 보수에 가까운 성향임에도 윤석열 정부에 많이 실망했다”며 “사실 이젠 어느 편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하다”고 했다. 보수 진영에 대해선 “이렇게 썩어빠진 상태라면 아예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는 게 낫다. 어쭙잖은 리모델링으로 바뀌겠나”라며 “보수가 살아나려면 극우를 경계하고 타협을 할 줄 아는, 중도 확장성이 넓은 후보를 내세워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국힘 충남도당 “포용력 있는 후보가 유리할 것”
이처럼 불리한 형국에 국민의힘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 지난 4월 10일 충남 아산에서 김영석 국민의힘 충남도당위원장을 만났다. 아산 출신으로 행정고시를 거쳐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김 위원장은 지난 22대 총선 당시 아산 갑(甲) 지역구에서 민주당 복기왕 후보와 맞붙었지만 낙선했다. 충남 지역의 경우 경쟁력 여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김 위원장의 얘기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포함해 황교안 전 국무총리까지 모두 연대할 수 있는 지도자, 포용력과 미래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후보입니다. 순전히 프레임 싸움만 하려는 사람보단 (민주당과의 대선 본선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지금 민주당 후보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 후보는 누가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잖아요.
“오늘(4월 10일)까지도 출마 선언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어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네요.”
― 그렇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시도당 위원장과 상설위원회 위원장들은 중립을 지키라고 의결했어요.”
― 충남이라는 지역 특성상, 어떤 강점을 가진 후보가 경쟁력이 있는지를 말씀해 주시는 정도는 중립에서 어긋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세력이 살짝은 우세할 거라고 봐요. 충청 민심이 보수적입니다. 대통령을 흔드는 행위에 대해 거부감도 있고요. 지금 시점에서는 어떤 후보가 어떤 비전을 발표하고 어떤 행보를 보일지, 얼마나 포용력을 보여주고 확장성 있게 움직일지를 (유권자들이) 면밀히 지켜볼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도·유동층에서) 확장성 있는 후보도 있고, 상대적으로 불리한 후보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김태흠 충남지사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충청이 중요한 만큼 여권 잠룡 입장에선 김 지사를 자기편으로 끌어와야 유리하겠네요.
“당연하죠. 결국은, 충청도가 한 표 더 주는 사람이 대권 잡아요.”
민주 “당내 경선 스타트는 충청, 지금부터 샘플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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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선필 목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사진=뉴시스 |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에게 강세 지역을 물었다. 그는 “대전은 특히 ‘스윙 보터’ 지역”이라며 “내부적으로 얘기가 오가는 건 있는데, 향후에 어떻게 될지를 가늠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저희도 여론조사 (추이를) 보고 있는데, 간혹 튀는 결과들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윤석열 심판론’에만 기대는 건 확실한 승리의 담보가 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미주리대 컬럼비아교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하고 충청남도 정책특보, 대전시 자문위원 등을 지낸 권선필 목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를 4월 11일 대전에서 만났다. 그의 얘기다.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에 대한 심판론, 그리고 탄핵에 대한 동의는 상당히 높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제 이 부분은 탄핵이 인용됨으로써 끝났어요.”
― 탄핵 직후에 치르는 대선인데요?
“12월 3일(비상계엄 사태)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고, 결론이 났어요. 심판은요. 그러니까 이제 더 이상 이걸 가지고 표를 얻으려 한다면 중도 표심을 잡는 데 한계가 있을 거예요.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비전도, 단순히 청사진만 갖고선 안 될 거예요. 정말 설득될 만한, 그럴듯한 얘기가 아니면 쉽게 반응하지 않을 겁니다.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현실적으로 (집권할) 기회는 있을 거라고 봐요. 민주당이 (지역구 의석) 다수인데도 불구하고 충청권의 이야기를 충분히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대전의 모든 지역구 국회의원 의석을 가져갔고, 충청권에서도 절대다수인데 충청권의 이익을 반영하는 얘기는 거의 없었어요. 다수가 이재명 얘기, 탄핵 심판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이걸로 기본적인 표심을 잡을 순 있겠지만 중도를 잡는 데엔 한계가 있을 거예요.”
尹 향한 배신감에 눈시울 붉힌 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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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석 국민의힘 충남도당위원장(오른쪽)이 지난해 2월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함께 총선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비상계엄은 아주 나쁘다고 생각해요. 아주 나쁘다고요. 민주당도 잘못하긴 잘못했는데, 그랬으면 비상계엄을 하지 말고 국민들에게 폭탄선언을 해서 ‘이러이러하니 나 좀 지지해 주십시오’라고 했어야지. 그건 아니야. 그건…. 윤석열이가 아무리 착해도 그렇게 하는 건 잘못한 거야. 초등학생만도 못한 거야. 비상계엄은, 윤석열이가 국민을 희롱한 것밖에 안 되는 거예요.”
이야기를 이어가던 김씨는 언성이 높아지더니 별안간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대선에선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고 묻자 “나는 그래도 빨간 당(국민의힘)”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당원이라고 밝힌 또 다른 60대 남성은 “(충북에서) 남부 3군은 국민의힘이 우세하다”면서도 “근데 대통령 선거 하나마나 아니냐”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에) 특별한 대안이 되는 후보가 없다”며 “근데 이재명이는 아니여”라고 했다. 그는 “자기 형수한테 욕하는 걸 보면 그게 X새끼지, 그게 사람 새끼냐”며 “인간성으로 보면 (대통령감이) 아니다”라고 했다. 무당층이라고 밝힌 70대 남성은 “탄핵은 잘 된 거고, 대통령으로 쓸 만한 사람은 누가 있을까”라며 고민하더니 “한동훈”이라고 했다. 바로 옆에 있던 일행은 “한동훈 같은 소리 하고 있어, 또 검찰 출신이냐”고 맞받아쳤다. 김문수 후보에 대해서는 서로 “김문수? 에이 김문수는 안 돼”라고 했다.
좀 더 시골로 들어가서, 보은군의 어느 마을회관을 찾았다. 78세 여성 G씨는 “박덕흠씨가 (국회의원이) 된 걸 보면 거기(국민의힘)가 좀 우세한 것 같다”고 했다. 계엄 사태의 여파에 대해선 “민주당 좋아하는 사람은 평생 민주당 좋아하고, 국민의힘 좋아하는 사람은 또 계속 그쪽을 좋아한다”며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충북 兩黨, 같은 질문에 다른 반응
“이제 저도 좀 돌아다녀봐야죠. 계속 서울에 있었으니까.”
충북 청주시로 차를 돌렸다. 이 지역구의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북 청주시 서원구)은 4월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심의 흐름과 추이를 어떻게 보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 민주당 차원에서 충북 공약 관련, 윤곽이 좀 정해졌나요.
“(지역 주민들이) 늘 원하는 건, 행정수도 (세종) 이전이 가장 뜨거운 문제죠. 청주공항 활주로 민영화 문제도 있고요.”
― 구체적인 공약은 불투명한 상황이죠?
“네, 그렇죠.”
― 충청권 민심의 대체적인 성향은 어떻습니까.
“충청북도는 전국 풍향과 거의 흡사해요. 심지어는 소수점까지 같죠. 매번 그래왔죠.”
같은 날, 국민의힘 충북도당 관계자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지만 “지금 손님과 미팅 중이다. 질문지를 미리 주고 정리가 돼야지, 갑자기 전화해서 다짜고짜 민심이 어떠냐고 물으면 어떡하냐”라고 했다. 체감되는 부분이 있는지를 재차 물었지만 “알고 싶으면 정식으로 질문지를 보내라. 오늘은 외부 일정이 있다”고 답했다.
보수도, 진보도 탐탁지 않은 옥천
충청북도청 기자실에서 만난 지역 주재(駐在) 기자는 “이곳은 뚜렷한 색깔이 없다”며 “(선거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도청 앞을 지나가던 71세 남성 박모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에게 청주에서 체감되는 민심 동향을 묻자 “청주에선 이재명 쪽이 조금 높다고 느껴진다”고 했다. 다만 대선 결과에 대해선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며 “여기는 항상 대세를 따랐다”고 했다. 박씨는 “여기는 국회의원들도 다 민주당 소속”이라며 “시골은 모르겠다. 사람을 보고 투표하는 것 같다”고 했다.
충북 변두리의 한 군(郡)의회를 찾아갔다. 박씨의 말대로 사람을 보고 투표하는 듯 다양한 정당의 의원실이 있었다. 당장 눈앞에 있는 의원실을 노크했다. 취재에 응하지 않은 한 군의원은 “여기 지역은 당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뽑는다. 수도권은 당과 출마자의 스펙 등을 보고 뽑지만 지역에선 여기저기 걸려 있는 게(이해관계가) 많아서 민심을 쉽게 알 수 없다”고 귀띔했다.
지역 사람들에 따르면, 당을 떠나 자기 삶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놓는 사람을 택한다고 한다. 그만큼 피로감도 쌓였다. 무당층도 상당하다. 청주 중앙시장의 한 상인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내세운 대통령실 세종 이전에 대해 “그게 쉽것어유?”라고 되물었다. 계엄 사태에 대해선 “화가 났다”며 “우리나라는 계엄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잖느냐”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옥천군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70세 남성 최모씨는 “나는 원래 진보 성향인데, 보수든 진보든 잘하는 사람이 당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토로했다.
“대통령이 저 지랄하면 국회의원들이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데, 그놈들도 저 지랄하니 아유 짜증 나. 뉴스 같은 거 보기도 싫어요. 한마디로, 두 놈들 다 잡놈들이지.”
“한 말씀만…”
한편, 충청 지역에선 정치 현안에 대한 인터뷰를 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질문을 꺼내자 한 남성은 “× 같은 얘기하네, 그런 건 부모한테도 말하는 게 아니다. 모(某) 항공사에서 기장과 부기장이 주먹다짐한 걸 모르냐”며 화를 냈다. 한 50대 여성은 “주변 사람들과 정치 얘기를 잘 안 한다”며 “대전 사람들은 대체로 정치 얘기를 잘 하지 않는 반면, 서울에서 직장 때문에 대전으로 온 사람들은 정치 얘기를 스스럼없이 해서 신기했다”고 했다. 20대 여성은 “정치 얘기에 관심 없기도 하고, 대전 친구들하고도 정치 얘기를 잘 안 한다. 워낙 정치색이 다양해서 그냥 얘기를 안 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충남의 한 시청 앞에서 쉬고 있는 청소 노동자들에게 1분만 시간을 내달라고 하며 이번 대선에 대해 물었지만 그들은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중립을 지켜야지, 안 그러면 잘린다(해고된다)”며 자리를 피했다. 편의점에서도, 경로당에서도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라고 했을 땐 “할 수 있는 건 해드리겠다”며 호의적으로 반응했다가 질문을 건네자 난색을 표하기 일쑤였다. 지역의 양당 관계자들도 좀처럼 민심을 파악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마을회관에서도 “그런 건 마음속에 담아뒀다가 투표할 때 찍는 것이지”라며 “법이나 그런 걸 잘 알았으면 우리가 이렇게 시골에서 살겠느냐”고 했다. 전북 순창 출신으로, 20년 동안 충북에서 살았다는 중년 남성도 “여기 사람들은 정말 속얘기를 안 한다. 싫다, 좋다도 말 안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