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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대통령실이 환영한 ‘이태원 사고 특별법안’의 실체

이태원에 ‘추모 시설’ 조성… 금융채무 경·탕감까지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thegoo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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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경이 수사하고 23명 기소… 국정조사 불구 ‘여야 협치’ 1호로 또 규명?
⊙ 공포·시행되면 ‘이태원 특조위’에 최소 59억원가량 투입될 예정
⊙ 광범위한 ‘피해자’에 생활지원금과 간병비 포함 의료지원금 지원
⊙ 이태원 인근 추모 시설 건립 의무… ‘공동체 회복’ 시설 조성도 가능
⊙ 2200억원 들여 전국 각지에 만든 세월호 시설들… 향후 최소 3623억원 더 들어
⊙ 매년 정부 지원 21억원 받는 ‘4·16재단’… ‘이태원 사고 재단’ 지원금은?
사진=뉴시스
  국회가 5월 2일, 본회의를 열고 이른바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하 이태원 특별법안)’을 의결했다. 재석의원 259명 중 256명이 찬성하고, 3명이 기권해 가결됐다.
 
  해당 법안은 2022년 10월 29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미국 명절 ‘핼러윈’을 맞아 축제가 열렸을 때 모 호텔 인근 골목에서 인파가 뒤엉켜 159명이 압사한 사고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 권리 보장 등을 규정한다.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해당 법안을 발의하자 국민의힘은 반대했다. 국민의힘은 불송치 또는 수사 중지된 사건에 대해 특별조사위원회가 직권으로 자료나 물건의 제출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한 조항과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1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이를 일방적으로 처리해 정부로 이송했다. 윤석열(尹錫悅)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4월 29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대통령과 이재명(李在明)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이와 관련한 얘기가 오갔다. 당시 윤 대통령은 “무조건 반대는 아니다”라고 하면서 앞서 말한 ‘독소조항’과 관련해서 “법안 내 일부 ‘법리적 문제’만 해결하면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5월 1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특조위 구성 방식 변경 ▲직권조사권 ▲영장청구 의뢰권 등을 빼는 데 합의하고, 이를 반영한 새 법안을 양당 원내대표가 공동발의했다.
 
  이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간의 회담을 통해 여야 간 협치와 정치의 복원이 시작됐는데, 이번 이태원특별법 합의는 그 구체적인 첫 성과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소위 ‘윤석열표 협치 1호’란 얘기인데, 그 내용을 보면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국민 세금을 총 723억원이나 썼지만 성과가 없었던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와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전례, 소위 ‘이태원 참사’ 특조위 운영비용, 해당 사고 ‘희생자’와 ‘피해자’ 등의 지원에 투입될 세금 규모 등을 고려하면 그렇다. 정치적으로는 ‘여야 협치 1호’라고 환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해당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이와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말 많은 ‘세월호 특별법’과 닮은꼴
 
2022년 10월 30일 오전, 경찰이 그 전날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159명이 사망하고, 196명이 다친 ‘압사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태원 특별법안’의 제안 이유는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10·29 이태원 참사의 발생 원인, 수습 과정, 후속 조치 등 참사 전반에 걸친 진상 규명과 책임을 밝히기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지속적 추모를 위한 추모사업, 피해자들의 회복을 위한 간병비 및 심리지원 등 각종 지원 등을 실시하여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함”이다.
 
  주요 내용은 ▲특조위를 9명으로 구성하되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와 협의해 1명, 여야가 각각 4명을 추천한다 ▲특조위 직원 정원은 위원 외 60명 이내로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간병비를 포함한 의료지원금의 지급, 심리지원, 근로자 치유휴직 등 생활비를 포함한 교육·건강·복지·돌봄·고용 등 피해자의 일상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국가 등이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개발·시행하고, 공동체 복합 시설을 설치한다 ▲국가 등이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원 조성, 추모기념관 건립, 추모제 개최 등의 추모사업을 지원해야 한다 ▲국가 등이 추가 진상조사를 위한 재단 설립을 지원해야 한다 등이다.
 

  ‘이태원 특별법안’은 2014년에 발생한 세월호 사고의 진상 규명 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만든 ‘4·16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 진상 규명법)’,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세월호 사고 희생자와 피해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한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 피해지원법)’을 섞어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세금 낭비’란 비판을 들었던 소위 ‘세월호 사고 진상 규명’ 활동과 같은 문제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사업비 70% 이상을 인건비와 조직 유지비로 지출하고, 위원장과 부위원장들은 억대 연봉을 받고, 외국 사례 연구를 한다는 명목으로 해외 출장을 가서 수백만원씩을 쓴 뒤 형식적인 보고서를 제출했던 행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쉽지 않다. 특조위가 소위 ‘시민단체’를 자처하는 ‘좌파 운동권’ 세력의 호구지책으로 전락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른바 ‘참사의 정치화’ ‘참사의 사업화’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특별법안’을 수용한다면, ‘세월호 사고 피해 지원’과 같은 배·보상과 각종 복지 혜택, 각종 시설과 사업 운영에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사고 배·보상 1700억원 ▲세월호 선체 인양 1000억원 ▲세월호 관련 시설 1200억원 ▲향후 세월호 관련 시설 추가 3623억원 ▲추산 불가한 해당 시설 운영비(연간 최소 250억원 이상) 등을 고려하면,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서도 이와 같은 명목으로 세금 지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새로 규명해야 할 ‘진상’은?
 
2023년 1월 13일,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너무 좁은 골목으로 한꺼번에 감당 불가한 인파가 몰려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고 사고 원인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먼저 특조위 운영의 타당성을 따지기 위해 ‘이태원 압사 사고’의 진상을 규명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앞서 밝힌 것처럼 ‘이태원 압사 사고’는 2022년 10월 29일에 발생했다. 159명이 압사하고, 196명이 다쳤다. 그 사고 발생 경위는 이미 전 국민이 알고 있다. 좁은 골목에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린 상황에서 뒤엉켜 발생한 압사 사고다. 500명이 넘는 인력을 투입해 두 달 넘게 수사한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결과도 이와 같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55일간 진행한 국정조사에서도 이외에 다른 ‘진상’은 나오지 않았다.
 
  2022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진행된 국정조사에는 국회의원 18명이 참여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애초부터 ‘규명’해야 할 ‘진상’ 자체가 없었다는 표현이 적합할 수도 있다.
 
  당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대검찰청 ▲소방청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소방서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용산구청 등의 관계자 진술을 듣고, 자료를 받았다. 전문가 16명으로부터 사고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보고서를 받았다. 현장조사 2회, 기관보고 2회, 청문회 2회, 공청회 2회 등 본 조사를 총 8회에 걸쳐 여야가 함께 실시했다.
 
 
  국회의원 18명이 국정조사도 실시
 
2022년 12월~2023년 1월, 여야 국회의원 18명이 두 달 동안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내놨지만 ‘이태원 사고’의 새로운 ‘진상’을 규명하진 못했다. 사진=뉴시스
  해당 특위 위원장이었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마지막 회의에서 “주어진 권한과 수단을 최대한 동원해서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규명했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했으며 이러한 부분에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지만, 실제 결과는 신통치 않다. 특위가 내놓은 총 910쪽에 달하는 ‘결과 보고서’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이번 용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조사 결과를 통해, 용산 이태원 참사는 3년 만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없이 열린 핼러윈 축제로 인하여 평소보다 훨씬 큰 인파가 이태원 일대에 집중될 것이 예상되었음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경찰청 등 관련 기관이 사전에 인파 관리 등 안전관리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은 점, 참사 당일 ‘압사 위기’ ‘통제요청’ ‘살려달라’는 현장의 112 신고 등에도 불구하고 관계 당국의 즉각적인 대처가 없었던 점, 특히 참사 직전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에도 차도로 쏟아져 나온 인파를 적절한 안전조치 없이 인도로 밀어 올리는 과정에서 사건 현장 골목 인파의 출구가 막히면서 참사를 키운 점, 사고 현장의 인파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초동 구조 및 응급조치가 지연되어 제때 구급 조치를 받지 못한 점 총체적 부실 대응의 결과라는 점이 밝혀졌음.〉
 
  상기 결론을 보면, 국정조사에 의해 새로 규명된 진상은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다. 사고 발생 당시부터 언론이 지적한 문제, 이미 우리 국민이 인식하고 있던 사고 원인을 다시 읊은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쉽지 않다. 국회의원 18명과 그 보좌진(의원 1인당 9명), 총 162명, 국회 전문위원 등이 참여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그런데 또 ‘특조위’를 만들고, 최장 15개월 동안 운영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이미 수사기관에 의해 사고 예방·관리, 현장 대응 부실 등의 이유로 사고 당시 서울경찰청장과 용산경찰서장, 용산구청장 등 23명이 기소됐다. 검경 수사에서도 사고 발생 원인과 부실 대응 상황이 이미 공개됐고, 재판 과정에서 재확인될 텐데, 굳이 특조위를 설치해 ‘이태원 압사 사고 진상 규명’을 해야 할 까닭은 또 무엇일까.
 
 
  실효성 의심되는 특조위 활동
 
  윤석열 대통령이 ‘협치 1호’를 이유로 ‘이태원 특별법안’을 거부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불분명한 ‘특조위’ 활동에 들어갈 국민 세금은 얼마나 될까. 국회 예산정책처가 이와 관련해서 내놓은 《비용추계서》를 확인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특조위 설치·운영에 따른 상임위원 인건비 및 비상임위원 수당, 사무처 직원 인건비, 자문위원 수당, 종합보고서 작성·발간 경비 등 추가 재정 소요는 2024년 18억7100만원, 2025년 40억1100만원 등 2024년부터 2025년까지 2년간 총 58억8200만원(연평균 29억4100만원)이 든다”고 추산했다.
 
  먼저 특조위 위원 인건비다. ‘장관급’인 위원장의 연봉은 1억5919만원(2023년 기준)이다. ‘차관급’인 상임위원 2명의 보수는 각각 연 1억562만원이다. 비상임위원 6명은 연간 24회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고, 안건을 검토하는 대가로 1인당 840만원을 받는다.
 
  ‘이태원 특별법안’상 위원을 제외한 특조위 정원은 60명 이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 중 14명을 정부에서 파견하는 공무원이라고 가정했다. 기존 공무원 인건비를 제외하고, 특조위가 46명을 별정직 공무원으로 따로 채용할 경우 비용은 1인당 월 500만원 수준이다. 연봉으로 따지면 6000만원인 셈이다. 올해 7월부터 활동을 개시하고, 내년 12월 말까지 사무처가 가동된다고 가정한다면 41억4000만원이 드는 셈이다. ‘기회비용’이라고 할 수 있는 특조위에 파견된 공무원들의 연봉도 이와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면, 특조위 직원 급여 명목으로 지출되는 국민 세금은 총 48억원(2024년 18억원, 2025년 36억원)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기간, 기관 부담금(4대 보험 법정부담금)을 7억원으로 고려하면 총 인건비는 최소 55억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 현재 기준으로 자문기구 운영비 5000만원, 종합보고서 작성에 4억1100만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생활지원금과 의료지원금도
 
  비용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태원 특별법안’은 ‘사고 당시 정신적·신체적 피해로 사망한 사람’의 유족과 긴급구조·수색에 참여한 이, 사고 발생 당시 해당 구역 인근에서 사업장을 운영했거나 근로 활동을 했던 이, 이 밖에 사고로 인하여 신체적·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어 회복이 필요한 이를 ‘피해자’로 규정한다. 그러면서 ▲기억, 추모, 애도를 받거나 할 권리 ▲생활지원·의료지원·심리치료지원·법률지원 등 필요한 지원을 받을 권리 ▲추모사업·공동체 회복사업 등 후속 사업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 등 참여할 권리 ▲배상 및 보상을 받을 권리 등을 이들에게 부여한다. 이와 동시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는 ▲피해 구제 및 지원과 피해자 권리 보장에 관한 시책 수립·시행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업무수행 적극 협조 ▲피해자 권리 보장과 피해 지역 지원을 위한 예산 조치 등을 강제한다.
 
  ‘이태원 특별법안’ 제56조는 ‘국가의 의무’로 ‘경제 활성화 및 공동체 회복 지원’을 규정한다. 이태원 압사 사고로 침체된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공동체 회복을 위한 특별지원 방안을 시행해야 한다고 명령한다. 이에 따라 이태원 상권 활성화에 투입될 공적 자금의 규모는 현재 상태에서는 ‘미지수’다. ‘공동체 회복 지원’의 경우에는 ‘세월호’의 경우를 참조할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세월호 피해지원법’에 따라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 및 피해자 지원을 통한 공동체 회복’을 위해 총 110억원을 편성한 바 있다.
 
  해당 법안 제57조는 피해자에 대한 1년 동안의 생활지원금과 의료지원금 지급(기간 미정)을 규정한다. 생활지원금은 ‘피해자의 생활 보조에 필요한 비용’, 의료지원금은 ‘피해자의 사고 관련 심신(心身) 질병과 부상, 그 후유증의 치료·간병·보조장구 사용료, 등이다. 지원금 지급 범위, 기간, 금액 기준 등은 추후 시행령을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다. 세월호의 경우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259만원가량의 생활지원금을 지급했다. 의료지원금의 경우에는 2024년 4월 15일까지 발생한 비용으로 한정했다.
 
 
  사고와 무관한 금융채무까지
 
윤석열 대통령은 4월 29일,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취임 이후 첫 회동을 한 자리에서 ‘이태원 사고 특별법’의 ‘법리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 뒤 여야는 소위 ‘독소조항’을 뺀 합의안을 만들어 국회에서 가결했다. 사진=뉴시스
  ‘이태원 특별법안’ 제58조 1항은 “국가 등은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 적응을 위한 심리 상담 및 일상생활 상담 등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한다. ‘세월호 피해구제법’에도 ‘심리 상담 등의 지원’이 명시돼 있었는데, 이와 같은 법률 내용들을 근거로 지금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에 소위 ‘국립안산마음건강센터’가 건립되고 있다. 그 사유는 ‘심리 상담’ ‘트라우마 치료’ 등이다.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의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해당 시설 완공 시기는 올 연말쯤이다. 현재 기준으로 토지 보상비와 건축비 등 사업비는 420억원이다. 연간 운영비는 1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미 ‘전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태원 사고’의 경우에도 피해자 또는 소관부처가 비슷한 유형의 시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막대한 세금이 지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 밖에 해당 법안은 ‘피해자에 대한 법률 상담과 소송대리 지원(제63조)’과 ‘피해자 금융거래 관련 협조 요청(제64조)’을 명시한다.
 
  특히 ‘금융거래 관련 협조 요청’은 “금융채무로 인하여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관련 공공기관, 금융기관, 그 밖의 관계 기관 또는 단체에 필요한 협조”를 국가가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이태원 사고 피해자’의 금융채무를 경감·탕감해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태원 사고’와 관련 없는 ‘금융채무’에 대한 혜택을 명시한 점, 정부가 관련 기관에 공적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적 공감을 얻기 쉽지 않은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애매모호한 ‘공동체 회복 지원’
 
  ‘이태원 특별법안’ 제65조는 ‘공동체 회복 지원’에 관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한다. 이에 따르면 국가는 피해자 및 피해 지역 주민의 심리적 안정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시행(1항)해야 한다. ‘피해자’가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또 프로그램 개발·시행을 위해 필요한 조사, 연구 등을 수행할 수 있다. ‘세월호’의 경우 같은 명목으로 편성된 사업비가 110억원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해당 조항 4호인 “건강·복지·문화·체육 등 피해 지역에 소재하는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단체 및 동호회 등의 참여와 연계”다. 일부 안산 지역 단체들은 ‘세월호 사고’ ‘공동체 회복’과는 무관한 곳에 ‘세월호 피해구제법’상 비슷한 사유로 편성된 사업비를 썼다가 뒤늦게 적발됐다. 이들은 ‘공동체 회복 지원’ 명목으로 편성된 사업비를 ▲수영장 딸린 펜션 숙박 ▲요트 체험 ▲현장 체험 명목의 국내 관광 ▲월드컵 응원 행사 ▲동네공원 산책 ▲필라테스 수강 ▲배우자 운영 카페에서 바리스타 교육 등에 썼다. 특히 안산청년회는 ‘김정은 우상화 교육’ 논란을 일으켰다.
 
  또 해당 법안 제66조 1항에 따르면 관계 지방자치단체는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심리상담과 건강·복지·돌봄·노동·문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 시설을 국가 및 유가족 단체와 협의해 설치·운영할 수 있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서 관계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 안산시는 ‘세월호 사고 이후 공동체 회복력 증진을 위한 거점 공간 조성’이라는 이유로 ‘안산공동체 복합 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건립 예정지는 화랑유원지 인근 원고잔공원이다. 안산시는 면적 3200㎡(970평) 규모, 지하 1층·지상 3층 구조로 건물을 올릴 계획이다. 이 건물은 강당, 공유주방, 강의실, 프로그램실, 마을 쉼터 등으로 구성된다. ‘안산공동체 복합 시설 건립’ 사업비는 국비 127억2000만원과 시비 54억5000만원 등 약 182억원이다.
 
 
  사고 현장 인근에 추모 시설 의무화
 
  ‘이태원 특별법안’에는 또 추모사업을 명시한 대목이 있다. 해당 법안 제67조 1항은 정부는 ‘사고 희생자 추모’와 ‘안전사고 예방교육’을 위해 ▲추모공원 조성 ▲추모기념관 건립 ▲추모기념관 자료의 수집·보존·관리·전시 및 조사·연구 ▲추모기념관 자료 및 기념사업에 관한 홍보·교육과 이에 관한 각종 간행물의 제작·배포 ▲추모비의 건립 ▲재난 및 안전사고 예방 훈련 시설의 설치 및 운영 ▲그 밖의 관련 사업 등을 시행하라는 의무를 부과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사업들을 시행할 경우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세월호 사고’ 관련 추모 시설은 인천광역시 부평구 소재 ‘세월호 사고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내부에 건립할 예정인 ‘4·16생명안전공원’ 등이 있다. 2016년 4월에 개관한 ‘인천 추모관’은 1497㎡(454평) 부지 위에 지상 2층 건물로 구성됐다. 해당 시설 건립비는 국비 30억원이다.
 

  안산시에 들어설 2만3000㎡ 규모 ‘4·16생명안전공원(6970평)’의 조성비는 국비 425억원·도비 43억원·시비 40억원 등 508억원이다. 해당 공원은 ▲추모비 ▲추모기념관 ▲추모공원 ▲편의 시설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태원 특별법안’ 제69조는 ‘추모공원 조성’과 관련해서 추모 시설의 위치는 피해 지역 내 참사 현장 인근에 추모위원회가 정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르면 서울에서도 땅값이 비싼 곳에 속하는 이태원동 또는 그 인근에 ‘이태원 압사 사고’ 관련 추모공원, 추모기념관, 추모비 등이 들어서게 된다. 이에 따른 비용은 앞서 소개한 법안 내용에 따라 정부가 부담한다. 결국 ‘국민 세금’이 또 지출된다는 얘기다.
 
 
  ‘이태원 사고’ 재단에 들어갈 세금은?
 
전국 각지에는 ‘국민해양안전관(전남 진도군 소재)’을 비롯해 ‘세월호 사고’ 관련 각종 시설이 산재해 있다. ‘이태원 사고 특별법’이 시행될 경우 ‘안전사고 예방’ ‘사고 희생자 추모’ 등의 명목으로 방방곡곡에 이와 유사한 시설들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사진=월간조선
  해당 법안 제71조는 ‘재단 출연’에 대해 명시한다. ‘이태원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대형 재난사고 재발 방지 등에 이바지하고자 설립되는 재단 설립 후 10년 동안 출연 또는 보조한다. 해당 재단의 역할은 ▲추모 시설의 운영·관리 및 추모제의 시행 ▲사회적 참사의 예방을 위한 연구 및 안전문화 확산에 관한 사업 ▲피해자의 심리·생활안정 및 사회복귀 등 지원 사업 ▲그 밖에 재단의 설립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사업 등이다. 또 정부는 추모 시설의 운영·관리 등 추모사업을 해당 재단에 위탁할 수 있다. 즉 출연 가능한 법정 기한이 만료되더라도 정부로부터 ‘이태원 사고 추모 시설 운영 사업’을 수탁해 조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월호 사고’ 이후 조직된 ‘4·16 재단’도 이와 같다. 정부는 현재 4·16재단에 연간 21억원을 지원한다. ‘인천 추모관’ 운영도 위탁하고 연간 3억5600만원(2023년 기준)을 지원한다. 안산에 들어설 ‘4·16생명안전공원’도 위탁할 예정이다.
 
  이 밖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태원 특별법안’상 ‘안전사고 예방교육’이란 대목을 앞세워 ‘세월호’의 경우처럼 방방곡곡에 각종 시설을 건립하겠다고 할 수 있다. 대형 시설들을 세우는 ‘보여주기식 행정’은 ‘국민 안전 강화’ ‘사고 재발 방지’와 거리가 멀지만, 그럼에도 ‘돈 잔치’를 할 위험이 있다.
 
  세월호의 경우 같은 명목으로 ▲전남 진도군 소재 국민해양안전관(건립비 280억원) ▲전남 목포시에 조성 추진 중인 세월호생명기억관(해양수산부 요구 사업비는 2513억원) ▲경기도 안산시 소재 경기해양안전체험관(사업비 400억원) 등을 조성하는 데 천문학적인 세금이 투입됐고, 앞으로 운영비도 지속적으로 지출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이태원 사고’의 경우에도 전례에 따라 갖은 명목으로 각종 시설이 건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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