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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포커스

국민의힘 당권 경쟁과 윤석열發 중대선거구제 제안

여당, 중대선거구제 도입 시 제1당 못 될 수도

글 : 김형준  명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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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소선거구제하에서 영남 석권하고, 수도권 40% 확보하면 제1당 가능성 높아
⊙ 대통령제는 소선거구제, 내각제는 중대선거구제와 친화적
⊙ 중대선거구제는 집권당과 제1야당에 유리
⊙ 중대선거구제 도입 시 민주당은 영남에서 약진 가능…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고전
⊙ 일본, 중대선거구제하에서 계파정치, 당내 갈등 심화
⊙ 국민의힘 대표 경선, 윤심(김기현), 당심(나경원·안철수), 민심(유승민) 등 이른바 三心 대결

金亨俊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대학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2022년 12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조선일보》와 신년 인터뷰를 가졌다. 윤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 개혁을 제시했다. 사진=조선DB
  새해 윤석열 정부가 집권 2년 차를 맞이한다. 지난해 말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법과 원칙에 입각한 강력한 대응과 노동·교육·연금 개혁 등 미래 담론을 제시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윤석열다움’이 회복되면서 윤 대통령이 비로소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올해 윤 대통령의 통치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극단적인 대결 정치가 판을 치고, ‘1% 저성장 시대’ 속에서 경제는 침체되고, 나라는 여전히 두 동강 나 있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를 3월 8일에 실시하기로 했다. 내년 총선에서 어떻게든 승리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尹心·黨心·民心의 괴리
 
  국민의힘은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18년 만에 당헌을 개정해,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없애고 ‘당원 투표 100%’로 고쳤다. 결선투표도 도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친윤(친윤석열) 진영 후보를 당선시키겠다는 의도”라는 지적이 많다. 여하튼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은 윤심(김기현), 당심(나경원 및 안철수), 민심(유승민) 등 이른바 3심(三心)이 경쟁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각 언론사가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와 관련 “당심과 민심의 괴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비윤(非尹)계 핵심 당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민주당 지지층을 포함한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는 다른 주자들과 큰 격차를 보이며 차기 당대표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만을 놓고 봤을 때는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하 전 의원), 안철수 의원과 김기현 의원에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SBS와 넥스트리서치 신년 여론조사(12월 30~31일)에서 국민의힘 당대표로는 누가 적합한지 물어본 결과, 전체 응답자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24.8%)이 1위였다. 안철수 의원(12.0%)과 나경원 전 의원(10.0%)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이른바 친윤 세력으로 평가받는 김기현 의원(4.1%)의 지지도는 극히 저조했다.
 
  이런 결과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역선택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 계층에서 유승민 전 의원은 45%의 지지를 받았지만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겨우 각각 1.1%와 5.9%의 지지를 받았다.
 
 
  나경원 변수
 
2023년 1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이날 신년인사회에서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선DB
  하지만 100% 당원 투표로 뽑기로 한 걸 고려해 국민의힘 지지층만 놓고 보면 결과는 딴판이다.
 
  나경원 전 의원(24.9%)과 안철수 의원(20.3%)이 접전을 벌이며 수위를 차지한 반면, 유 전 의원은 7.9%의 지지로 김기현 의원(9.4%)보다도 뒤졌다. 그러나 ‘윤핵관’의 맏형 격인 권성동 의원이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고,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 ‘출산 시 탕감 정책’으로 갈등을 일으키며,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김 의원의 지지도가 빠르게 상승했다. 한길리서치·쿠키뉴스가 실시한 조사(1월 7~9일)에서 ‘차기 당대표로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30.7%가 나경원이라고 응답했다. 뒤이어 김기현(18.8%), 유승민(14.6%), 안철수(13.9%) 순이었다.
 
  이런 가운데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 여부가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1월 13일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했다. 대리인을 통해 부위원장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윤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는 대신 해임한 것이다.
 
  나 전 의원의 출마를 전제로,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1월 12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250명 중 국민의힘 지지층 515명만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누가 선출되는 것이 좋으냐’고 질문했다. 그 결과, 김 의원 32.5%, 나 전 의원 26.9%로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을 이뤘다. 뒤이어 안 의원 18.5%, 유 전 의원 10.4%, 윤상현 의원 1.6% 순이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 7월 새누리당 당대표 선거에서 비박(非朴) 김무성 의원이 친박 서청원 의원을 여유있게 누르고 당선됐다.
 
  당원들에게 절대적 영향력이 있던 현직 대통령도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대표로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전례를 보면서 나경원 전 의원이 고무될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나 전 부위원장의 최종 선택이 무엇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승민-이준석, 수도권 신당 창당할까
 
  국민의힘 당권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는 또 다른 변수로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가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여론조사 결과들은 유 전 의원에게 출마를 고민하게 만드는 결정 요인이다. 이대로면 유 전 의원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 실시하는 1·2위 후보자 간 결선투표 진출도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유 전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유승민 전 의원 주변에선 사실상 유 전 의원 당선을 막기 위해 당원투표 100%로 대표를 뽑기로 당헌·당규를 개정한 만큼 전당대회가 아닌 다른 행보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선택이 바뀔 수 있다. 가령 나경원 전 의원이 불출마할 경우 유승민 전 의원이 출마할 가능성이 커진다. 전당대회가 친윤 대 비윤 구도로 치러질 수밖에 없고, 비윤 세력의 집중 지원을 받으면 결선투표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유승민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 향후 몇 가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존재한다. 유승민 표가 누구에게 갈지 최대 관전 포인트다. 이럴 경우 유 전 의원 지지층과 이준석 전 대표 지지 책임 당원 의원들은 기권하거나, 전략적으로 비윤계 후보에게 대거 표를 몰아줄 수 있다. 안철수 의원이 최근 유 전 의원과 함께 수도권·중도층 호소력을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우면서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선택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내년 4월 총선이 가까워지면 선거 승리를 위해 국민의힘이 수도권·중도층에 호감도가 높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을 기대할지 모른다. 자신이 비상대책위원장 또는 선대위원장으로 총선을 치를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기대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는 윤석열 체제 속에서 거의 불가능하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와 함께 탈당해 수도권 신당을 창당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년 벽두에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 개혁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조선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현행 소선거구제에 대해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며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현행 소선거구제도가 사표(死票)가 많이 발생해 국민 뜻이 제대로 선거 결과에 반영되지 못한다”며 선거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모든 선거제도는 장단점이 있다.
 
  소선거구제의 장점은 한 선거구에 한 사람을 뽑기 때문에 책임성이 강화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또 다른 강점은 대통령제와의 조화성이다. 전 세계에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선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한 나라가 거의 없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내각제를 채택하는 나라에서는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다당(多黨) 체제가 만들어지고 정당 간에 연립(聯立)정부가 만들어지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런데 대통령제 국가에서 내각제 운영의 핵심인 연립정부는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보장받기 어렵다.
 
  소선거구제의 치명적인 약점은 ‘표의 등가성(等價性)’이 크게 훼손된다는 것이다. 가령 2020년 총선에서 전국의 지역구 득표율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49.9%,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41.5%를 얻었다. 전체 득표율 차이가 8.4%포인트에 불과한데, 실제 의석수는 민주당 163석(64.4%), 미래통합당 84석(33.2%)으로 거의 두 배였다.
 
  소선거구제의 또 다른 약점은 승자독식으로 사표가 많이 발생하고 강고한 양당제 대립구조로 생산적인 정치 활동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선거구제, 지역주의 고착
 
  또한 거대 양당의 독점적 지역 분점(分店)체제로 인해 영호남 지역에서는 사실상 1당 지배체제가 구축되어 지역주의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가령, 1988년 13대 총선에서 소선거구제가 부활되면서 TK는 노태우의 민주정의당, PK는 YS의 통일민주당, 호남은 DJ의 평화민주당, 충청은 JP의 신민주공화당이 지배하는 지역 패권(覇權) 정당체제가 구축됐다.
 
  한 선거구에서 두 명 이상을 뽑는 중대선거구제 논의 배경엔 거대 양당의 독점적 지역분점체제로 인해 영호남 지역에서는 사실상 1당 지배체제가 나타나는 등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거대 양당 중심의 지역 정당체제의 지속으로 인해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정당의 정책 기능과 민주적 책임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日, 중대선거구제에서 소선거구제로
 
  중대선거구제의 최대 강점은 득표율과 의석률의 비례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역주의와 정당 독점의 완화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 단점은 여야 동반 당선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집권당과 제1야당에 유리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3~4인 선거구에서 나타나는 표의 등가성 문제도 있다. 1위 후보와 그 이하 순위 후보의 득표율을 살펴보면 순위가 하락할수록 득표율 격차가 확대되는데, 3~4인 선거구의 경우 이러한 득표율 격차로 인해 유권자의 표의 등가성이 훼손될 수 있다.
 
  과거 일본이 2~6인의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했을 때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득표율 15% 룰’을 정했다. 당선자는 15% 이상의 득표를 얻어야 하고 이 기준선을 넘지 못하면 지역에 배정된 의석을 채우기 위해 재선거를 치르게 했다. 그런데 이것이 집권 세력인 자민당에 유리하게 작동했다.
 
  또한 중대선거구제는 복수(複數) 공천이 가능하기에 공천을 둘러싸고 계파(系派)정치가 기승을 부리고, 같은 정당 후보자끼리 동일한 선거구에서 경쟁하면서 내부 갈등이 심화되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일본은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1995년 중대선거구제를 폐지하고 지역구 소선거구제(300석)와 권역별 비례대표제(200석)를 혼용하는 선거법으로 개정했다.
 
 
  민주당, 중대선거구제 도입 시 영남 약진 가능
 
  정치권의 계산은 복잡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월 12일 “중대선거구제만이 유일한 방안인지에 대해선 회의적(懷疑的)”이라고 했다. 또 영호남 등 각 당의 텃밭에선 반대 분위기도 적지 않다.
 
  아래 〈표2〉에서 보듯이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대구·경북 25곳의 지역구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지역구 득표율을 보면 민주당은 이 권역에서 26.7%(대구 28.9%, 경북 25.4%)를 획득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이 권역에서 60.0%의 득표율로 의석률은 96.0%를 차지했다. 전체 25석 중 24곳을 석권했다. 자신의 득표율보다 1.6배 이득을 얻었다. 지역구에서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으면 승리하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때문이다.
 
  PK 지역도 비슷하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PK 전체 지역구에서 40.1%의 득표(부산 44.0%, 울산 39.1%, 경남 36.1%)를 했지만 7석만을 얻었다. 영남 지역에서 민주당의 득표율을 토대로 시뮬레이션해 보면 3~5인 중대선거구제가 채택될 경우, 영남 지역에서 민주당이 상당한 의석을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호남 지역(〈표3〉 참조)은 사정이 다르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호남 지역구 선거에서 얻은 득표율은 고작 1.7%에 불과했다. 광주는 0.76%, 전북 2.2%, 전남 2.1%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대선거구제가 채택되어도 호남에서 국민의힘이 의석을 차지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영남에서의 손실을 수도권에서 보충하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논리를 펼 수 있다.
 

 
  중대선거구제 도입 시 與小野大 가능성 높아
 
2020년 4월 16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이인영 원내대표가 총선 승리 결과에 대해 국민 앞에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지난 2020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수도권 전체 지역구에서 총 40.7%(서울 41.9%, 인천 39.0%, 경기 41.1%)를 득표했다. 그런데 고작 총 121석 중 16석(13.2%)을 얻는 역대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표4〉 참조)
 
  민주당은 55.4%의 득표로 103석(85.1%)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중대선거구제가 채택되어 수도권 전체 의석에서 최소 40% 정도를 차지하면 제1당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한다고 국민의힘이 과연 단독으로 국회 반수를 넘는 제1당이 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제1당이 되더라도 반수를 넘지 못하는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될 수 있다. 민주당+정의당+반윤 정당+무소속 연대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과연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 적이 있다. 1997년 대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을 장악한 이회창 총재도 수도권에서의 약세를 모면하기 위해 2000년 총선을 맞아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적극 검토했다.
 
  하지만 결국은 기존의 소선거구제를 유지해 선거를 치렀다. 한나라당은 영남 65석 중에서 64석을 석권하고 수도권(97석)에서 40석(41.2%)을 얻어 총 133석(48.7%)으로 제1당이 되었다.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국민회의에서 새천년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꾼 집권당은 115석(42.1%)을 얻는 데 그쳤다.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은 한나라당 39.0%, 새천년민주당은 35.9%였다. 이런 예상 밖의 선거 결과를 가져온 배경은 한나라당이 영남에서 완승했기 때문이다.
 
 
  선거구제 개편 이후 영남 판세 달라질까
 
  마찬가지로 2024년 총선에서 기존의 소선거구제를 유지해도 국민의힘이 영남을 석권하고, 수도권에서 40% 정도 의석을 확보하면 최소 과반에 육박하는 제1당이 될 수 있다.
 
  2000년 총선 당시 이회창 총재는 공천혁명을 구실로 김윤환, 이기택, 신상우 등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중진들을 탈락시켰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전·현직 의원들은 그해 3월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국민당을 창당했다. 전국 227개 지역구 가운데 161곳에 후보를 내면서 전국 정당의 모양새를 갖추는 데도 성공했다. 그러면서 부산을 중심으로 반호남 지역감정을 폭발시켜 지역구 15석, 전국구 5석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당선이 유력해 보였던 정치거물 김윤환(구미), 전 국무총리 이수성(칠곡), 허화평(포항시 북구) 등이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 영남에서 단 1석도 얻지 못했다. 한나라당의 “민국당 찍으면 DJ를 도와주는 격”이라는 논리가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소선거구제였기 때문이다. 만약 당시에 중대선거구제가 채택되었으면 영남은 분열되어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민국당 후보로 나온 김윤환(32.1%), 이수성(46.6%), 허화평(30.5%) 등이 만만치 않은 득표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2022년 地選, 3~5인 선거구제 시범 실시
 
2022년 6월 1일 저녁 국민의힘 지도부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어떤 선거제도가 특정 정당에 유리할지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선거는 제도 변수만이 아니라 바람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제도를 채택해도 세부적인 규정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작년 6·1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선거 지역구 1030개 가운데 30개(2.9%) 선거구에서 3~5인 선거구제를 시범 실시했다. 시범 실시 지역 선거구는 서울(8), 경기(6), 인천(4), 대구(2), 광주(3), 충남(7) 등 6개 지역 30개 선거구였다.
 
  선거 결과 시범 실시 지역에서 소수정당의 후보 공천과 당선자 비율이 전국 대비 다소 높게 나타났지만, 양대 정당으로의 집중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30개 선거구 109명의 당선자 중 소수정당 후보는 4명으로 전체 당선자의 3.7%에 불과했다. 나머지 96.3%의 당선자는 양대 정당 후보였다. 이는 기초의원 선거 전체 선거구에서 소수정당 후보의 당선율이 0.9%인 것과 비교해서는 다소 높은 수치다.
 
  시범 실시 지역에서 당선된 소수정당 후보의 다수(3/4)는 광주(光州) 지역에서 당선되었으며, 전국적으로도 소수정당 당선자의 70%가 호남에서 당선되었다. 광주 지역의 경우 정의당이나 진보당의 지지 기반이 상대적으로 강한 지역이기 때문에 선거구제의 변화가 소수정당 후보 당선의 결정적 배경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공천개혁 논의 필요
 
  대표자를 선출하는 데 있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거제도가 어떻게 짜여 있느냐에 따라 대의 민주정치가 활성화될 수도 있고, 반대로 퇴보할 수도 있다.
 
  가령 선거제도 자체가 왜곡되어 거대정당이 소수정당보다 유리하고, 정치 신인이 현역 의원보다 유권자와 접촉하고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해 공정하지 못한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면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선거가 제대로 기능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투표가 끝난 후 각 정당이나 후보가 얻은 득표를 의석으로 전환시키는 장치인 선거제도가 왜곡되어 소수 득표를 한 정당이 다수 의석을 점유하는 경우에도 민의를 의정(議政)에 정확히 반영시키지 못해 대의(代議) 민주주의가 퇴보된다.
 
  선거제도 개혁이 정치공학적으로 흐르지 않고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국민의 공감대를 얻기 위해선 졸속으로 처리하기보다는 제도 변화의 효과를 심층 분석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권력구조와 선거제도의 조응성을 고찰해야 한다. 선거제도는 전반적으로 비례성과 대표성의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선거제도뿐만 아니라 공천제도와 같은 선거충원 구조에 대한 개혁논의가 필수적이다. 국민 또는 당원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는 것을 정당법 또는 선거법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공천혁명이 정치개혁을 위한 알파요 오메가다.
 
  미국의 경우 1903년 위스콘신주에서 처음으로 당원과 국민이 참여하는 새로운 공천 방식인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를 주법(州法)으로 정했다. 이런 공천 혁명으로 보스정치와 머신정치는 사라졌다.
 
  최근 미국 하원의장 선거에서 다수당인 공화당에서 반란표가 나온 것도 미국식 공천제도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의원들이 당 지도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직 자신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의정 활동을 할 수 있어야만 진영정치가 사라지고 정치 양극화도 완화될 수 있다.
 
 
  윤석열의 대담한 승부수?
 
  역대 한국 선거 정치를 고찰해보면, 총선을 앞두고 현직 대통령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집권당을 개편하거나 신당을 창당하는 등 정당 개편을 시도했다. 1996년 총선을 앞두고 김영삼 대통령은 3당 합당으로 탄생했던 민주자유당을 신한국당으로 개편했다. 2000년 총선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새정치국민회의를 해체하고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했다. 2004년 총선 때 노무현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해 만든 열린우리당으로 총선을 치렀다.
 
  YS 집권 4년 차인 1996년 총선과 DJ 집권 3년 차인 2000년 총선은 모두 중간 평가의 성격이 강했는데, 신한국당은 과반 의석 획득에 실패했고, 새천년민주당은 제2당으로 전락했다.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과반 의석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이런 선거들은 모두 소선거구제하에서 치러졌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의 구상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는 상황에 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를 통해 확고한 친윤 체제를 구축해 공천을 주도하고, 필요에 따라 정당 개편과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통해 집권 3년 차인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는 것이라면 참으로 놀랍고 대담한 승부수다. 물론 성공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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