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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연구

집권 초 윤석열과 이명박

‘정권 교체’ 세력의 의무는 ‘적폐 청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추진해야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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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집권 두 달 만에 15%p 빠져… ‘권력 누수’ 우려 섞인 전망도
⊙ 정부 출범 석 달도 안 돼 정권 존망 위기 직면했던 이명박과 유사
⊙ 국민은 이념·계층·세대 갈등 최고조, 경제는 양극화 심화시킨 노무현·문재인 정부
⊙ 전임 정부 실정 탓에 ‘개혁 정책’부터 추진해야 하는 ‘숙명’ 떠안은 이명박·윤석열
⊙ ‘최다 표차 당선’ 이명박은 ‘광우병 괴담’에 ‘항복’… ‘콘크리트 지지층’ 박근혜는 ‘비선 의혹’에 무력화
⊙ 윤석열 향한 ‘민영화 괴담’과 김건희 노리는 ‘비선 실세 국정농단’ 프레임
⊙ 과반 의석 가진 여당, 친위 세력 없는 윤석열이 기댈 곳은 ‘민심’뿐
  ‘최소 표차 승리·극렬 지지층 부재’ 윤석열의 ‘지지율 위기’
 
  윤석열(尹錫悅) 대통령의 지지율이 연이어 하락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5월 1주 차(전국 성인 1000명 대상으로 5월 3~4일 시행하고 6일에 발표) 대통령 직무 수행 지지율은 52%였다. 7월 1주 차(전국 성인 1000명 대상 7월 5~7일 시행하고 8일에 발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는 37%를 기록했다. 불과 두 달 만에 15%p 감소한 셈이다. 해당 기간, 같은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 비율은 37%에서 12%p 늘어 49%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 비율 49%와 긍정 평가 비율 37%의 격차 역시 12%p다.
 
  이 같은 급격한 지지율 하락을 놓고 일각에서는 집권 100일도 채 안 된 시점인데도 ‘권력 누수(레임덕)’를 운운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명박(李明博)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석 달도 안 돼 ‘광우병 사태’에 직면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20%까지 떨어졌다. 이후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는 급변했다. 이를 놓고 이명박 정부가 사실상 좌파 세력에 ‘항복 선언’을 한 것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추세가 이 전 대통령의 경우와 유사한 까닭에 윤석열 정부의 장래를 어둡게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면서 소위 ‘이명박-윤석열 평행이론’을 언급하기도 한다. ‘평행이론’이란,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비슷하게 전개되는 경우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만일 이명박 정부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지 않고, 윤석열 정부가 지금과 같은 지지율 하락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경우 향후 상황 역시 이명박 정부와 비슷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해야 지지율 반등을 꾀할 수 있을까. “지지율 문제는 20일 만에 해결할 자신이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말만 들으면 될까. 그게 아니라면, 이명박 정부와 같은 ‘운명’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대체 무엇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처한 상황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했다.
 
 
  ‘여의도’에 빚 없는 이명박과 윤석열
 
  윤석열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은 소위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을 두 차례 지냈으나, 정치권 입문 전에 현대건설 회장을 지내는 등 이미 ‘기업인 신화’를 이룩한 인물이기 때문에 ‘정치인’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그가 일약 대권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배경인 ‘서울시장’ 역시 정치보다는 행정 영역에 속한다. 그런 까닭에 이 전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와 그리 인연이 깊지 않고, 집권 과정에서 진 빚도 많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1994년 임용 이후 26년 동안 검사로 재직했다. 도중에 1년은 변호사 생활을 하기도 했다. 2021년 3월,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그는 넉 달 만에 정계 입문을 선언,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시작했고 결국 집권했다. 윤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에 빚을 질 물리적 시간이 없었다. 사실상 마땅한 대선 주자가 없던, 국민의힘이란 정당이 ‘윤석열’을 통해 집권 여당이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채무가 없다는 평가만으로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더구나 대선 과정에서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자리에 있었던 김종인씨의 공개적인 윤석열 비하 발언 및 독단적인 선대위 재편 발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두 차례 ‘가출’, 대선 후보 당무우선권 경시, ‘윤핵관’ 운운한 내부 비난을 감안하면 그 빚의 규모는 클 수밖에 없다.
 
 
  노무현의 실패 덕분에 집권한 이명박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정, 윤석열 대통령은 ‘노무현 계승자’를 자처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무수한 패착에 따른 민심 이반 덕분에 집권할 수 있었다. 사진=조선DB
  윤석열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임 정권의 실정에 따른 반사 효과 덕분에 집권했다. 역설적이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의 ‘1등 공신’은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이다. 그는 재임 기간, 실정(失政)을 거듭했다. 그 내용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버거울 정도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가격 폭등을 비롯한 경제 실정을 자행하고 양극화를 조장했다. ▲정치 ▲경제 ▲안보 등 각종 사안에 대한 정권의 독주는 남남(南南)갈등을 부추겼다. 그 결과 노무현 정부 후반기에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민심 이반이 심각했다. 열린우리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과반 의석을 확보했지만 불과 두 달 만에 열린 재보궐선거에서는 참패했다. 2005년 4월, 10월에 치른 재보궐선거에서도 대패했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도 완패했다. 노무현 정권이 민심을 잃은 까닭을 잘 설명한 이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다. 그는 노무현 정부 당시 야당인 새천년민주당 원내대표로 활동하면서 각종 실정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다음은 당시 이낙연 의원의 여러 대정부 비판 연설을 한데 묶어 정리한 것이다.
 
  “불행하게도 노무현 정부는 낙제 수준이라는 진단마저 나왔습니다. 최대의 실패는 양극화 확대와 사회분열이라고 저는 규정합니다. 모든 것이 양극화하고 있습니다. 양극화라는 말 그대로 이 나라가 여러 분야에서 2개의 사회로 갈라지고 있습니다. 사회분열을 완화하는 것이 정부의 본질적 기능입니다. 그런 기능을 노무현 정부는 상실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서민의 힘으로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군사독재 정권보다 더 빈부격차를 키운 반서민적 정권이 돼버렸습니다. 서민들은 노무현 정부에 배신을 당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양극화 확대와 사회분열로 대표되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는 어디에서 왔습니까? 정권 담당자들이 열정은 있었는지 모르지만, 능력이 모자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정권 담당자들의 무능과 미숙이 노무현 정부 실패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는 국가발전을 향한 국민의 정열과 자원마저 고갈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이 노무현 정부의 더 큰 실패인지도 모릅니다.”
 
 
  ‘문재인 失政’ 뒤치다꺼리 떠안아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 배경 역시 ‘전임’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의 무리수에 신음하던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면, 윤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의 이념·철학·인사를 계승·심화한 문재인 정부의 ‘종식’을 바란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을 대상으로 망상·몽상에 기반을 둔 ‘실험’을 해댔고, 그 결과 정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국민에게 떠넘겼다. “이니(문재인), 하고 싶은 거 다 해”란 말을 충실하게 이행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독주했던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위기감을 느낀 국민은 ‘정권 교체’를 단행했다. 그런 까닭에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첫날부터 전임 정부가 자행한 각종 실정의 후유증을 완화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사상 초유의 나라를 만든 문재인 정부로부터 국정을 인수한 윤석열 정부의 상황은 이명박 정부 때보다 좋지 않다. 이와 관련, 지난 4월 11일 안철수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경제는 엉망이고 나라는 빚더미고 국민은 허리가 휘는 상황이다. 이것이 새 정부가 현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성적표”라며 “지금 우리의 위치, 정확하게는 이전 정부가 물려준 현재의 국정 상황이 어떤 상태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하고 국민들께 정확하게 말씀드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5년’ 동안 ‘나랏빚’은 폭증하고, 경제성장률은 감소하고, 공공부문은 비대해졌으며, 부동산 실정과 자산 가치 폭등에 따라 ‘양극화’는 심화했다. 어느 것 하나 새 정부가 단기간에 개선할 수 없는 문제들을 떠넘긴 전임 정부 탓에 윤석열 정부는 출범 첫날부터 사실상 그 뒤치다꺼리를 하면서 국민들의 원성을 듣는 처지가 됐다.
 
 
  표 떨어지는 일부터 해야 하는 ‘숙명’
 
2008년 4월 말부터 촉발돼 5~6월 대한민국을 뒤흔든 이른바 ‘광우병 사태’는 호기롭게 출발한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에 막대한 타격을 가했다. 사진=조선DB
  전임 정부의 실패 덕분에 집권한 윤석열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는 겹치는 대목이 많다. 이명박 정부와 윤석열 정부 공히 ▲친(親)기업 ▲작은 정부 ▲공공부문 효율화와 구조조정 ▲공적연금 개혁 ▲재정건전성 확보 등을 강조하고,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이는 꼭 필요한 정책이지만, 각종 이익집단의 반발을 수반한다.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 윤석열 정부는 소위 ‘표’ 안 되는, ‘인기’ 없는 정책들을 초반에 집중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숙명(宿命)’을 안고 출범했다.
 
  예를 들어 ‘국가 선진화’란 구호를 내걸었던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과도하게 비대해진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과 민영화를 시행하려 했다. ‘노무현 5년’ 동안 대한주택공사의 경우 인력이 49.4% 늘었다. 한국마사회는 36.6%, 국민연금관리공단은 23.3% 증가했다. 주요 공기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이 발간한 정책공약집에 따르면 24개 주요 공기업의 부채와 임직원 수는 노무현 정부 기간에 각각 74%, 64% 늘었다.
 
  노무현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국가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취한 조치들도 외면하고, 곳곳에 일종의 ‘대못 박기’를 했다. 김대중 정부가 민영화 대상으로 한국가스공사, 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을 지정했는데도 노무현 정부는 이를 무력화했다. 한국토지개발공사와 대한주택공사 등 통폐합 대상 공기업이 오히려 조직과 인력을 늘리는 걸 사실상 용인했다. 이명박 정부가 국가 부담 경감과 공공부문 효율화를 위해 이 같은 ‘공룡 공기업’을 개혁하는 작업은 필수불가결한 조치였다.
 
  윤석열 정부가 직면한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오히려 그 정도가 심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집권 기간 공무원 13만 명을 증원했다. 이들에게 줘야 할 인건비(추산치)는 앞으로 30년 동안 최소 172조원 이상이다. 같은 기간, 공무원 외 공공부문 인력도 급증했다. ‘문재인 5년’ 동안 공공기관의 임직원은 11만5000명 늘었다. 이에 따라 추가로 지출되는 인건비는 9조원가량이다.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 공약을 이행하느라 증원을 많이 하면 후한 점수를 주는 기이한 평가 항목을 신설한 까닭에 공공부문은 비대해졌고, 경영도 방만했다. 지방 공공기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인력은 59% 늘고, 인건비는 76% 상승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6월 2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공공기관 혁신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했다. 7월 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공공부문의 자산을 전수조사해 기관 보유 기능과 연관성이 낮은 자산부터 적정 수준으로 매각·처분해야 한다”며 “공무원의 정원과 보수도 엄격한 기준으로 운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성역 없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으로 혈세가 허투루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공공부문 구조조정 계획을 시사했다.
 
 
  취임 100일도 안 돼 ‘反이명박 세력’ 총집결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6월 19일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일종의 ‘반성문’을 발표했다. 광우병 시위대에 대한 항복 선언이라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사진=조선DB
  집권 초, 국정 추진 동력을 바탕으로 각종 개혁 과제를 밀어붙이던 이명박 정부는 출범 100일도 안 돼 암초를 만났다. 2008년 5~6월의 ‘광우병 사태’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반대를 외치는 이들의 집회였지만, 실제로는 ‘반(反)이명박 세력’의 대결집이었다고 할 수 있다. 주도 세력의 각종 정치적 구호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약한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경제 상황에 큰 변화가 없자, 이에 실망한 이들도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2008년 6월 2일, 《경향신문》은 ‘광우병 사태’의 촉발 원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그러나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가뜩이나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환율 급등은 물가 급등세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말았다. (중략) 경유값 급등으로 화물트럭이나 관광버스 차주들은 물론, 농기계·어선을 생계수단으로 삼는 농·어민들은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중략)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을 민영화하면 수돗물, 의료, 전기·가스 등의 가격이 급등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인터넷을 통해 번져나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방만한 경영 손질”을 명분으로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사회 불신과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우병 사태’ 당시 이명박 정부의 대응은 미숙했다. 법치를 공약했지만, 불법 폭력 집회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6월 10일 청와대 뒷산에 올라 시위대가 부르는 ‘아침이슬’을 따라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서 같은 달 19일에는 ‘특별기자회견’을 열고 ‘광우병 시위대’를 향해 ‘반성문’을 읽었다.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득표율 48.47%, 531만7708표란 압도적 표차를 기록하며 당선된 이 전 대통령은 불법 시위대에 사실상 ‘항복’했다. 광우병 사태 발생 3주 전에 실시된 18대 총선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153석, ▲친박연대 ▲친박 무소속 연대 ▲한나라당계 무소속 ▲자유선진당 등이 각각 14석, 12석, 4석, 18석을 얻어 이른바 ‘우파 정당’이 총 201석을 차지한 것도 무용지물이었다. ‘광우병 사태’를 계기로 ‘반(反)이명박’ 세력은 뭉쳤고, 집권 여당은 지리멸렬했다. 52%로 시작한 이 전 대통령 지지율은 20%로 떨어졌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은 상당 부분 감소했다. 이명박 정부가 역점 사업으로 내세웠던 ‘공기업 개혁’은 지지부진했고,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취소됐다.
 
 
  ‘광우병 괴담’과 유사한 ‘민영화 괴담’
 
  윤석열 정부도 현재 이명박 정부가 ‘광우병 사태’를 맞닥뜨릴 때와 유사한 상황에 직면했다.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세계 경제는 위축됐다. 이를 막기 위해 풀었던 돈들이 넘쳐나 물가 폭등을 유발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와 식량, 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세계경제위기, 식량 위기도 현실화하고 있다. 올해 1월 3일, 119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7월 11일 현재 1312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와 경제 상황이 비슷하다는 얘기다.
 
  새 정부를 향한 ‘프레임 씌우기’ 작업도 일찌감치 진행되고 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5월 17일 인천국제공항 지분 일부 매각 발언이 빌미가 돼 소위 ‘민영화 괴담’이 확산됐다. 6·1지방선거·국회의원 보궐선거를 10일가량 앞뒀을 때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인사들이 난데없이 ‘공기업 민영화 반대’ 주장을 펼쳤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공기업 개혁’과 관련해서 떠돌던 ‘전기·수도요금 10배’와 같은 근거 부족한 주장들이 횡행했다. 뜬금없는 ‘민영화 반대’ 주장에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도 가세했다. 그 경과만 보면 2008년 광우병 사태와 거의 ‘판박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민영화 프레임’을 이어가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월 26일, “우리 국민 전반의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들, 특히 철도·전기·가스·공항 등의 민영화는 검토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과 민노총은 계속 ‘민영화 반대’를 외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 28일 자신의 첫 법안으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정부가 공공기관 주식을 매각하거나 주주권을 행사할 때 국회 상임위원회에 보고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기재부가 공공기관 민영화 또는 역할 재조정을 할 때 국회 상임위에 보고만 하면 되지만, ‘이재명 법안’이 통과될 경우에는 ‘동의’를 구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공기업 개혁’을 추진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인 셈이다.
 
 
  李·朴에 유효했던 프레임 모두 씌우기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0월 24일 소위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 의혹’이 제기되자,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사태를 무마하진 못했다. 사진=뉴시스
  지금까지 살핀 것처럼 이명박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전술한 대목 외에도 많다. 하지만 그 상황을 보면 윤석열 정부가 처한 현실이 더욱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로 만들어놓은 탓에 윤석열 정부가 해결해야 할 난제 자체가 이명박 정부보다 많다. 할 일이 더 많고, 그 난도 역시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윤석열 정부의 개혁 정책은 더 충격적일 수밖에 없고, 이명박 정부 때보다 더 심한 반발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압도적 차이로 당선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결과 가장 적은 표차로 집권해 국정 운영 동력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이명박 정부 당시 집권 여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한 다수당이었지만, 현재 국민의힘은 소수당에 불과해 정부가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입법, 예산 관련 지원을 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 당시 여당 대표들과 달리 현재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정부에 호의적이지 않다. ‘거야(巨野)’ 더불어민주당은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는 차원을 넘어 통제하려는 듯한 법안 발의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 윤석열 정부를 공격하는 세력이 구사하는 전술은 다양하다. 윤석열 정부는 ‘광우병 사태’와 비슷하게 흘러가는 ‘민영화 괴담’에 대응해야 한다. 이와 함께 2016년 10월~2017년 3월 당시의 소위 ‘비선 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유사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공세에도 맞서야 한다.
 
  현재 야권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표적으로 과거 박근혜(朴槿惠) 전 대통령에게 가했던 ▲무능 ▲패션 ▲공주 ▲무속 ▲사이비 ▲국가 사유화 등의 프레임을 씌우는 듯한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광우병 사태 이후 사실상 무너졌다면, 박근혜 정부는 2014년 4월 당시 세월호 사고와 2016년 10월 이후 ‘국정농단 의혹’으로 붕괴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국정농단’ 의혹의 경우 진위를 떠나 ‘비선 실세’로서 이 나라의 국정을 좌지우지했다고 지목된 최서원(최순실)씨에 대한 국민적 분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이 고조된 틈을 노린 ‘반(反)박근혜’ 세력의 총공세 앞에 박근혜 정부는 주저앉았다.
 
  윤석열 정부는 야권의 ‘비선 실세 국정농단’ 프레임에 박근혜 정부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구·경북’이란 지역 기반이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친위 세력인 ‘친박(親朴)’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와 달리 윤석열 대통령은 지역 기반이 없다. ‘친윤(親尹)’이라고 분류할 수 있는 원내 인사도 많지 않다. 강고한 지지층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대선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된 김건희 여사를 표적으로 프레임 씌우기가 본격적으로 작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허위 날조에 의한 반정부 시위 조장과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또는 국가 사유화 프레임 씌우기를 동시에 진행할 경우 윤석열 정부는 버틸 수 있을까.
 
 
  심상치 않은 ‘방송 장악 세력’의 움직임
 
2016년 10월~2017년 3월까지 서울 도심을 점령한 ‘박근혜 퇴진 촛불 시위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형상화한 인형을 끌고 다녔다. 사진=뉴시스
  이명박 정부 초반, ‘광우병 사태’를 촉발한 ‘주역’은 방송이다. MBC의 시사 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방송이 전파를 탄 이후 국민 상당수는 ‘광우병 공포’에 시달렸다. 각종 ‘광우병 괴담’이 유포됐고, 대중에게 영향력이 큰 연예인들이 정치적 발언을 쏟아냈다. 이와 관련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다음과 같이 술회했다.
 
  〈MBC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중략) 5월 2일 밤, 청계광장에서는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열었다. (중략) 공기업 노조를 비롯해 시민단체 등도 집회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새 정부의 공기업 개혁에 대한 논의가 영향을 미친 결과였다. 조직을 통폐합하고, 정원을 줄이며, 일부 공기업은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공기업 노조를 자극했다. 공기업과 공영방송 개혁 논의가 가시화되면서 위기감을 느낀 임직원들에게 쇠고기 수입 허용 조처는 정부에 저항하는 일종의 기폭제 역할을 한 셈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국민들 사이에 근거 없는 ‘광우병 괴담’이 확산되고, 반(反)정부 정서가 팽배해진 원인으로 ‘기울어진 언론 환경’을 꼽았다. 다음은 《대통령의 시간》 중 관련 대목이다.
 
  〈당시 공영방송은 전임 정부가 임명한 경영진과 노조가 좌우하고 있었다. 국회 역시 임기가 1개월 남짓 남은 17대 국회의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소야대의 상황이기도 했지만 여당 의원 중 상당수는 공천을 받지 못했고, 상당수는 총선에서 낙선했다. 그들에게 의욕이 있을 리 없었다. 이처럼 언론 환경과 정치 환경 모두가 새 정부에 불리한 상황이었다. 정부의 입장을 합리적으로 전달할 통로가 막혀 있었다. 대통령 실장을 중심으로 모든 수석들이 분담해 언론사 간부들과 기자들을 만나 이 문제를 설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렇다면 이 전 대통령이 불만을 토로했던 방송 지형은 현재 개선됐을까. 지금 윤석열 정부는 이명박 정부 때보다 더 기울어진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 방송사는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가 장악하고, 공영방송 사장들을 사실상 선출했다.
 
  한편, 지난 대선 기간 공영방송의 선거 보도 행태를 감시한 ‘공정언론국민연대’에 따르면 ▲KBS ▲MBC ▲YTN ▲연합뉴스TV ▲TBS교통방송 등 5개 방송사의 불공정 보도 횟수는 98일 동안 1300회에 달한다. 공정언론국민연대의 백서에 따르면 각 방송사는 대체로 여당 후보(이재명)의 주장은 긍정적 용어로 표현하고, 야당 후보(윤석열)의 주장은 부정적 용어로 서술했다. 야당 후보의 무속 논란,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데도 적극적으로 취재하고, 여당 후보의 대장동 의혹은 소홀하게 다뤘다. 이를 감안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마주한 방송 환경은 국정 운영, 지지율 제고(提高)에 불리하다고 할 수 있다.
 
 
  ‘검사 윤석열’이 집권한 배경 돌아봐야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바로 ‘국정 지지율 제고’다. 엄밀히 얘기하면 이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달렸다. 윤 대통령은 최근 지지율 급락과 관련해서 “뭐 선거 때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하지 않았다.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그 마음만 갖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오산’이다.
 
  대선이라는 가장 큰 선거를 통해 국가 통치권 또는 국정 운영권을 위임받은 ‘선출직 공직자’가 지지율 변화에 무신경한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다. 여론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는 것과 여론의 동향과 지지율 변화에 무관심한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국민만 생각하겠다”고 밝힌 윤석열 정부는 지지율 제고와 국정 운영 동력 확보를 위해 자신의 집권 배경부터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계 입문 이후 ‘공정’과 ‘상식’을 외쳤다. 전임 정부 기간에 불공정, 비상식이 횡행했고 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고조됐기 때문이다. 이런 민심 덕분에 정치 경험은 없지만, 공정과 상식을 외친 ‘검사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할 수 있다. 그 국민적 요구를 윤석열 정부도 숙지하고 있다.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의 의미’로 가장 먼저 “새로운 대통령이 반칙과 특권을 허용하지 않으며 공정하게 국정을 운영하기를 기대”라고 기술(記述)했다. ‘윤석열 정부 국정 운영의 지향점’을 언급하면서 “국민의 염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공정’과 ‘상식’에 맞게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이끎”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제1 국정목표로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를 내걸고, “상식과 공정의 원칙을 바로 세우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검찰 편중 인사 논란에 대해 “과거엔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도배를 했다”고 발언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전 정권 장관 중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라고 대응했다. 박순애 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줄 때는 “언론과 야당 공격을 받느라 고생이 많았다”라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내로남불’적 행태를 보인 셈이다.
 
 
  ‘공정’과 ‘상식’에 따른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윤석열 지지층은 소위 ‘문재명(문재인+이재명)’의 권력형 비리 의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정권 시절의 ‘적폐’ 청산을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이와 관련해서 가시적인 진척은 없다. 사진=뉴시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한 데는 ‘공정’과 ‘상식’에 대한 초심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의심이 국민들 사이에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처럼 ‘정권 교체’를 이룬 세력은 전임 정부의 ‘실정’에 기초해 국정 운영을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전임 정부의 적폐를 청산해야 할 의무가 있다. 권력형 비리를 엄하게 다스리고, 법치를 확립해야 한다. 부정부패 세력을 일소하고, 소위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를 해야 한다. 이는 ‘정권 교체’를 선택한 국민의 기본적이고, 암묵적인 요구다. 그 ‘선택’을 받은 정권의 ‘사명’이고, ‘검사’ 출신 대통령의 숙명이기도 하다. 그 기본 의무를 망각하고,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정권은 공고한 지지층을 형성할 수 없다. 지지층이 없는 정권은 국정 운영 동력을 잃게 된다. ‘통합’이란 미명 아래 ‘적폐 청산’을 단행하지 못하고, 확고한 지지층을 만들지 못한다면 그 정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지금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상황을 보면 대략 알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지지율 변화 추이를 보면 지지층 이탈이 시작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을 발견할 수 있다. 상기(上記)한 한국갤럽의 5월 2주 차, 7월 1주 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5월 2주 차 당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성향별로 보수층은 332명 중 73%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못하고 있다”고 답변한 이는 19%였다. 중도층 313명의 긍정 답변 비율은 45%, 부정 답변 비율은 39%였다. 진보층 263명의 긍·부정 답변 비율은 각각 28%, 63%였다.
 
  이와 달리 7월 1주 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보수층 319명의 긍정 답변 비율은 두 달 전 73%에서 11%p 감소해 62%에 머물렀다. 부정 답변 비율은 19%에서 9%p 증가한 28%를 기록했다. 중도층과 진보층의 긍정 답변 비율 감소, 부정 답변 증가는 이보다 더 심하다. 중도층 325명의 긍·부정 답변 비율은 각각 33%, 54%다. 진보층 243명의 경우에는 14%, 77%다.
 
  ‘보수’를 자처하는,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찍었을 가능성이 큰 이들이 왜 두 달 사이에 ‘윤석열 지지’를 철회했을까.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정의로운 검사상을 강조했던, 대선 과정에서 ‘전임 정권 적폐 청산’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던 윤 대통령은 대선 때 국민적 요구, 자신의 집권 배경을 고찰하고, 제1 국정목표인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돌이켜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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