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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2021년 한국 전망: 정치

1987년 이후 역대 정권 ‘3년 6개월의 법칙’… ‘위험한 레임덕’ 빠질 수도

글 : 김형준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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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失政·비리 문제 등으로 급속한 레임덕 경험
⊙ 문재인, 통치 스타일에서 박근혜와 판박이…
⊙ 정세균, 文心 업고 당으로 복귀하나?
⊙ 야당, ‘오픈 플랫폼’ 만들고 ‘보수집권 플랜’ 제시해야

金亨俊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대학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이념적으로는 반대지만, 비슷한 점이 많다. 사진= 조선DB
  2021년은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이 집권 4년(5월 10일)을 맞는 해다. 2020년 11월을 기점으로 문 대통령의 임기는 3년 6개월이 지났다.
 
  통상 5년 단임(單任) 대통령제 국가인 대한민국 정치에 ‘3년 6개월의 법칙’이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집권 3년 6개월이 경과하면 예외 없이 위기(危機)를 맞고 레임덕에 빠졌다. 실패한 대통령의 공통점은 위기인데도 위기인지 모르거나, 위기인지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유는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다’라는 유아적인 생각과, ‘자신은 역대 대통령과는 다르다’는 허황된 믿음 때문이다.
 
  크리스 월리스(Chris Wallace)는 《대통령의 위기》라는 책에서 미국 대통령 16명의 통찰력과 결단력을 분석했다. 그는 대통령의 ‘용기 있는 결단’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문 대통령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박원순·오거돈 시장 성(性)추행 사건, 원전 월성 1호기 평가 조작,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배제 등 현 정부에 불리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침묵을 지켜왔다. 그런데 대통령이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는 ‘비겁한 침묵’은 스스로 권위를 훼손시키고 위기를 자초하게 된다. 대통령의 침묵은 설득의 적(敵)이고, 불통(不通)보다 더 나쁘다.
 
 
  문재인 정부의 ‘多數의 暴政’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선출된 독재자’의 모습으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무너뜨리고 ‘다수(多數)의 폭정(暴政)’으로 국민의 분노와 저항을 일으키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020년 11월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기습적으로 징계요청과 직무정지 처분을 명령했다. 그 근거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등 6개 혐의를 들었다. 그러자 전국 59개 검찰청의 모든 평검사와 검사장, 고검장들이 “부당하고 위법하다”며 들고일어났다.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법원은 윤 총장 직무정지 명령이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몰각하는 것”이라며 윤 총장 복귀 결정을 내렸다. 검찰 감찰위는 추 장관의 조치에 대해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 있다”고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여론도 돌아섰다. 리얼미터·TBS 여론조사(2020년 11월 25일)에 따르면,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정지에 대한 평가를 물은 결과 56.3%가 ‘잘못한 일’이라고 평가한 반면, ‘잘한 일’이라는 응답은 38.8%로 집계됐다. 중도층에선 ‘잘못한 일’(66%)이 ‘잘한 일’(30.0%)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사태가 이쯤 되면 추미애 장관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문재인 대통령은 입장을 밝혀야 한다. 문 대통령은 과거 “검찰 독립이 중요하고 검찰 독립에는 검찰총장 임기 보장이 결정적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윤 총장 해임은 문 대통령이 공언한 검찰권 독립, 검찰개혁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징계위원회 추진에 힘을 실어주었다. 법원의 판결로 징계 사유가 사라졌는데도 징계위를 강행한 것은 법과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공수처 설치를 놓고도 정기국회에서의 결단을 당부했다. 2020년 12월 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의 권한을 분산하고 국민의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개혁 입법이 반드시 통과되고,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에 호응하듯이 12월 10일 야당의 비토권(거부권) 삭제가 핵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제 집권 세력은 공수처장을 권력 입맛에 맞는 사람을 임명할 수 있게 되었다.
 
 
  文 국정 수행 지지율, 30%대로 추락
 
  ‘윤석열 찍어내기’에 앞장선 ‘추미애의 난(秋亂)’과 집권당의 ‘입법 독재’는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켰다. 한국 갤럽의 역대 대통령 집권 4년 차 2분기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를 비교해보면, 문 대통령이 긍정 평가는 45%로 가장 높았다. 진보 정권이라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 비율이 각각 29%와 20%에 불과했다. 그동안 현 정부가 법치를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정치를 몰락시키고, 경제를 망가뜨리고, 부동산을 망쳐도 40% 지지는 큰 버팀목이었다. 그런데 ‘추미애의 난’과 대통령의 비겁한 침묵 이후 문 대통령의 지지도는 역대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30%대로 급락했다.
 
  리얼미터·TBS 조사(12월 7~9일)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역대 최저치인 37.1%인 반면, 부정 평가는 58.2%였다. 주목해야 할 것은 부정 평가가 55% 이상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는 현 정부의 핵심 지지 기반이 붕괴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여권 핵심 지지층인 진보·호남, 여성층 등에서 지지율 이탈 현상이 두드러졌다. 충청 지역에서 부정 평가는 무려 63.8%인 반면, 긍정 평가는 33.5%에 불과했다. 충청의 경우, 윤석열을 잠재적인 ‘대선(大選) 후보’로 인식하고, 안희정과 반기문을 통한 ‘충청대망론’ 실패 후 형성된 상실감을 윤석열을 통해 위안받으려 한 것을 집권 세력이 방해한 데 대한 반감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의 12월 둘째 주(8~10일) 조사에서도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38%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논란 끝에 사퇴할 때인 2019년 10월 셋째 주, 부동산 여론이 극도로 악화했던 2020년 8월 둘째 주 지지율(39%)보다 낮은 수치다. 반대로 부정 평가는 5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40대에서만 긍정 평가 우위에 있었고, 다른 연령층에서는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앞선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문재인과 박근혜는 닮은꼴
 
  권력의 내리막길을 걷는 2021년에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몰락한 역대 대통령과 비슷한 길을 걸을 것 같다. 특히 문 대통령은 실패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철(前轍)을 밟으면 ‘위험한 레임덕’에 빠져들 위험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향하는 가치와 이념은 다르지만 통치 스타일은 판박이처럼 똑같다. 무엇보다 불통과 폐쇄적 리더십의 모습이 같다.
 
  문 대통령은 과거 박 전 대통령의 ‘불통’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2016년 8월 트위터에 “‘정치는 말’이라는 게 노무현 소통법이었다. 통하지 않고 꽉 막혀 숨 막히는 박근혜 정권”이라고 올렸다. 그런데 지난 3년 6개월간 문 대통령의 공식 기자회견은 6차례에 불과했다. 비슷한 기간 박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5차례 했다.
 
  두 사람이 성과 없는 정책 어젠다를 수없이 남발한 것도 비슷하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 민주화 → 창조경제 → 통일 대박 → 경제혁신 3개년 계획 → 공공개혁을,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 포용적 혁신 국가 → 평화경제 → 방역 선도국가 → 한국형 뉴딜정책 등을 쉴 새 없이 제시했다. 한마디로 정책 무능(無能)이 닮은꼴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원 댓글 조작, 문재인은 드루킹 댓글 조작으로 대선 과정에서의 위법성 논란에 시달렸다. 이는 선거 민주주의를 훼손시키는 것이다.
 
  ‘권력의 사유화(私有化)’라는 비난을 받는 것도 비슷하다. 박 전 대통령은 오랜 지인인 최순실의 사적(私的) 이익을 충족시키기 위해 권력을 남용했다는 비난을 받았고, 문 대통령은 30년 지기인 송철호 변호사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서 선거에 청와대를 개입시킨 의혹을 받고 있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처리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에 빠진 것이나, 내각보다는 청와대 중심의 정치에 매몰된 것도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를, 문재인 대통령은 ‘공정과 정의’를 국정 운영의 최고 가치로 삼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로 갔다. 자신의 오랜 측근을 제거하는 것도 똑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에서 자신의 핵심 참모던 유승민 의원을 배신자로 몰아 척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 청산’에 앞장섰던 윤석열 총장을 찍어내고 있다.
 
  단언컨대 문재인 대통령이 실패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따라 하는 ‘문근혜’의 길을 가면 레임덕 늪에서 결코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정권 말기에 접어들수록 통상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 비선조직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문고리 3인방’이 기승을 부렸고, 청와대 정무수석이 권력을 좌지우지한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지금도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이해하기 어려운 언행을 두고,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조직에 의해 조종받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YS, 날치기 통과 후 정권 몰락 시작
 
김영삼 정권은 1996년 말 노동법 등 날치기 통과 후 총파업 등을 겪으면서 레임덕에 들어갔다. 사진=조선DB
  통상 한국 정치에선 집권 4년을 전후로 정권 몰락 위기 징조가 나타났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 무리한 법 개정, 단일대오로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던 대통령 지지 세력의 분화(分化)와 집권당 분열, 대통령 탈당(脫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현직 대통령은 치명적인 레임덕에 빠져들면서 실패의 길을 걸었다.
 
  김영삼(YS) 정부 집권 4년(1997년 2월)을 앞둔 1996년 12월 26일 여당인 신한국당은 복수(複數)노조 허용과 정리해고제 등을 일부 개정하는 노동법을 새벽에 야당을 배제한 채 기습적으로 처리했다. 야당이었던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의 의원 전원이 항의 농성에 들어갔고, 노동계는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결국 1997년 1월에 YS가 청와대에서 야당 대표인 김대중(DJ)·김종필(JP)과 회동하고, 3월에 노동법을 재개정했다.
 
  개혁의 상징과 같았던 김영삼 문민정부의 반민주적 행태에 대한 비판은 거셌다. 당시 YS의 후계자로 거론됐던 이홍구 대표는 노동법 파동에 깊이 개입하면서 추락했다. 이를 계기로 YS와 대립하던 이회창 전 총리가 여당 대권 후보로 급부상했다. 설상가상으로 1997년 2월 한보 사태와 YS 차남 김현철 개입 의혹 사건이 발생하자 문민정부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3년 6개월이 지난 2016년 8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초청해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당시 대통령 발언 내용이 녹취록 형태로 공개되자 ‘노사모’는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졌다. 탈당파와 잔류파로 서로 무섭게 싸웠다. 그 이후로 여권 지지 계층은 분열되었고, 2007년 2월 12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강봉균·김낙순·김한길 등 국회의원 23명이 중도개혁통합신당추진 모임을 만들었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4년 직후 2007년 2월 28일에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박근혜 정권 말기도 비슷했다. 친박(親朴·친박근혜)과 친이(親李·친이명박)가 대통령 ‘국정 농단’과 탄핵을 둘러싸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미래권력’, 현재권력을 압도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3년 6개월을 전후로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익(國益) 차원에서 각각 북방정책과 한미FTA를 추진함으로써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여권 내 유력 대권 후보에게 힘이 쏠리면서 ‘현재권력’인 대통령이 ‘미래권력’(김영삼·정동영)에게 밀리면서 힘을 잃어갔다.
 
  ‘국민의 정부’ 시절 비슷한 시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JP(자민련)와의 공동 정권 공조가 붕괴되면서 여소야대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거기에 더해 정·관계 로비 사건인 ‘이용호 게이트’가 터지면서 급격하게 레임덕을 맞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이 2011년 8월 무상(無償)급식 정책에 대해 주민 투표를 제안, 투표율이 미달되자 시장직을 사퇴했다. 그 이후 치러진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 재보궐 선거일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홈페이지 접속을 막기 위해 벌어진 사이버 테러 사건인 ‘디도스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여당의 나경원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인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패배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체제가 붕괴되고 박근혜 비대위가 출범했다. 그 이후 ‘상왕(上王)’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 불리며 정권의 최고 실세로 불려온 이명박(MB)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부의장이 구속되면서 현재권력이 미래권력인 박근혜에게 압도당했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 2016년 10월 24일 JTBC 방송에 의해 최순실 국정 농단이 폭로되자 탄핵이 시작되었고, 박 대통령은 레임덕(lame duck)이 아니라 ‘데드덕(dead duck)’이 되었다. 이후 유력한 여권 대권 후보로 부상하던 김무성 전 대표와 반기문 총장도 소리 없이 사라졌다.
 
 
  권력 누수는 새벽처럼 온다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채택하는 한국정치에선 집권 4년을 전후로 예외 없이 민심이 이반(離反)하는 법칙이 작동된다. 대통령의 불통과 폐쇄적 리더십, 정책 무능과 경기 침체, 집권 세력의 도덕적 붕괴와 밀어붙이기, 독선과 오만 등이 민심이반을 촉발시켰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 정부·여당에 우호적이던 세력들이 돌아서고, 중도층 이탈이 가속화된다. 여기에 친여(親與) 언론 매체와 공직사회가 돌아서면 대통령의 레임덕은 가속화된다.
 
  2021년 집권 4년을 맞는 문재인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추세로 보면 민심이반 법칙이 그대로 재연될 것이다. 특히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민주독재’와 권력이 국민이 아니라 ‘문빠’들로부터 나오는 ‘문주(文主)공화국(문재인+민주공화국)’을 막기 위한 국민의 저항과 투쟁이 레임덕을 재촉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201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문 대통령을 향해 “사람을 질리게 만든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아마 문 대통령의 외골수적 리더십을 지적한 것 같다. 향후 문 대통령이 권력에 도취되어 이런 리더십을 바꾸지 않으면 권력 관리에 실패하면서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풍랑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역대 정부와는 달리 신기하게도 집권 3년 6개월 동안 정권 실세(實勢)가 단 한 명도 구속되지 않았다. 이유는 정부가 너무 깨끗하거나, 아니면 권력이 틀어막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러나 임기 말이 되면 권력 누수는 새벽처럼 온다. 만약 역대 정부처럼 임기 말에 대통령 친인척 비리 사건이 터지면 여권은 소용돌이 칠 것이다. 친문(親文) 계파가 분화되어 미래권력에 줄을 서는 기회주의적인 사람들이 판을 칠 것이다.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신종 독재, 불통과 침묵,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처리, 친문 세력의 자중지란, 문 대통령 철벽 40% 지지 붕괴 현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과 몰락의 징후로 보인다.
 
 
  윤석열 현상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174석)를 차지한 민주당에 대한 강점·약점·기회·위협 요인 등을 살펴보는 ‘스왓(SWOT) 분석’을 해보면 최대 강점은 2016년 총선 이후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등 네 번의 전국 선거에서 연속 승리한 것이다. 이를 통해 당의 기초 조직을 견고하게 구축한 것은 장점이다. 여기에 ‘대깨문’으로 불리는 상당한 규모의 열성 문재인 지지층이 존재한다는 것도 큰 힘이다. 더구나 무기력하고 비호감인 야당이 존재한다는 것은 기회 요인이다.
 
  그러나 조국·윤미향 사태, 안희정·오거돈·박원순 등 당 소속 광역 단체장들의 성추행 사건 등으로 촉발된 도덕적·윤리적 파탄은 큰 약점이다. 더구나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정책, 탈원전 등 현 정부가 추진한 핵심 정책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정책 무능 이미지는 큰 위협 요인이다.
 
  향후 여권은 정세균 총리 복귀 여부, 4월 재보궐 선거 결과,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충돌 여부, 대통령과 연계된 게이트 부상 여부 등의 요인에 의해 크게 출렁거릴 수 있다.
 
  정세균 총리의 복귀는 여권 대선 구도에 변곡점(inflection points)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른바 ‘제3후보론’이다. 대선 링에 오른 이낙연·이재명 후보가 아직 정치에 입문도 하지 않은 윤석열 총장과 지지도에서 뒤지거나 박빙으로 나타나면서 역설적으로 다른 여권 후보들이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고 있다.
 
  리얼미터·《국민일보》의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2020년 12월 7~8일) 결과, 윤석열 총장이 25.8%로 선두에 올랐다.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는 똑같이 20.2%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윤 총장 지지율이 25%를 넘긴 것은 이번 조사가 처음이다. 한길리서치·쿠키뉴스 조사(12월 5~7일)에서도 윤 총장 지지도는 28.2%로 단독 1위였다. 직전 조사(11월 10일)보다 3.5%포인트 상승했다. 2위인 이재명 지사(21.3%)와 차이는 6.9%포인트였다. 이낙연 대표(18.0%)는 3위를 차지했다.
 
  이런 조사 결과는 법원이나 진보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대한변협 등이 윤석열 총장의 손을 들어주자 정부·여당에 대한 반발 심리가 윤 총장에게 쏠리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제1야당이 문재인 정권의 막무가내식 국정에 결연하게 맞서지 못한다. 그 허술한 자세에 대한 반(反)문재인, 야당 지지층의 불신·불만이 팽배하다. 그런 집단심리가 윤석열 현상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윤석열 총장은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는 요구는 설득력이 약하다.
 
 
  정세균과 이낙연
 
2017년 6월 1일 총리 인준 후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한 이낙연 총리.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 두 사람의 행보가 주목된다. 사진=조선DB
  한국 정치 구조상 문재인 대통령의 지원, 즉 ‘문심(文心)’ 없이 정세균 총리의 정치 복귀는 불가능하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정 총리 복귀엔 문심이 실려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 총리 복귀와 이낙연 대표의 퇴임이 예정된 2021년 3월 초를 전후해서 여권의 대선 판도에 지각 변동이 생길 수도 있다.
 
  친문 의원 56명이 참여한 연구 모임인 ‘민주주의 4.0 연구원’이 2020년 11월 22일에 출범했다. 이 모임의 이사를 맡고 있는 친문 핵심인 4선의 홍영표 의원이 제3후보 등판론을 꺼냈다. 그는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대선 구도가 그대로 유지돼서 거기에서 결정 날 거다, 이렇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 “제2, 제3, 제4의 후보들이 등장”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정계복귀 의사가 없다고 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나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는 아니다”라면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광재 의원 등은 자격과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발언을 그대로 해석하면 현재 대선 유력 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모두 아니라는 뜻으로 읽힌다.
 
  이런 맥락에서 2021년 4월 재보궐 선거 결과는 이낙연 대표의 향후 대권 가도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만약 여권이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모두 패한다면 ‘이낙연 책임론’이 급부상하면서 대권 구도가 요동칠 수 있다. 본격적인 세(勢) 결집에 나선 친문계가 제3의 인물로 ‘이낙연 대안 찾기’에 나설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여권 내부 분열은 심화될 것이다. 당내 ‘친문 대 호남’ 세력 간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대로 두 선거에서 모두 승리한다면 ‘이낙연 대세론’이 다시 점화될 수 있다. 과거 여권에서와 같이 대선 승리를 위해 이낙연 대표가 쉽지 않겠지만 문 대통령과 ‘전략적 차별화’를 시도하면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간에 충돌이 생길 수 있다.
 
  이낙연 대표가 현재처럼 자신의 비전과 색깔을 보이지 않은 채 ‘권력 눈치 보기’에 집중하면 미래는 없다. 과거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켰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맞서지 못한 채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추락한 것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정권 교체 민심 높아지고 있지만…
 
  2020년 총선에서 치욕적인 완패를 당한 국민의힘(103석)은 아직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이 없다. 스왓 분석 관점에서 보면 내세울 만한 장점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유력 대권 후보가 부상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 교체 욕구가 정권 유지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는 것은 기회 요인이다.
 
  한국갤럽의 12월 첫째 주 조사(2020년 12월 1~3일) 결과, 현시점 유권자에게 2022년 대통령 선거 관련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44%)가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41%)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윤석열 ‘충청 대망론’이 작용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충청 지역에서는 정권 교체(51%)가 정권 유지(39%)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는 것은 흥미롭다.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에서 정권 유지(20%)보다 정권 교체(49%)를 더 많이 원했고, 민심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중도층에서도 비율이 36% 대 52%로 크게 앞서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한편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에 대한 민심이 야권으로 쏠리고 있는 것도 좋은 징조다. 리얼미터·오마이뉴스의 서울 지역 조사(12월 5~6일) 결과, ‘정부・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야당 지지론이 50.6%로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여당을 지지한다’(38.7%)보다 훨씬 많았다. 동일 기관의 부산 지역 조사(12월 6~7일)에서도 ‘정권 심판론’(56.6%)이 ‘정권 안정론’(32.3%)을 크게 앞섰다. 야당이 분열되지 않고 두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좋은 후보를 공천하면 승리할 수 있음을 함축하고 있다.
 
 
  다시 보는 DJ 집권 전략
 

  하지만 보수가 여전히 파편화되어 있다는 것은 야당에 큰 약점이다. 대선이 1년 4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유력 대권 후보(인물)가 부각되지 않고, 국민이 공감하는 정책과 비전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위협 요인이다.
 
  현시점에서 야당이 정권 교체를 위해 성찰해볼 수 있는 모델은 크게 세 가지다.
 
  1992년 대선 당시 김대중(DJ)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기본 전략은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한 ‘뉴DJ플랜’이었다. 자유시장 경제 원칙을 강조하면서 기존 ‘대중경제론’을 약간 우경화(右傾化)한 내용이다. 당시 대선에서 DJ는 실패했다.
 
  1997년 대선에서 ‘뉴DJ플랜’의 핵심은 내각제를 매개로 호남(DJ)과 충청(JP)을 묶어내는 ‘DJP 지역 연대(連帶)’, 다른 말로 영남 배제 전략이다. 정통 보수 세력인 JP와의 연대를 통해 그동안 DJ를 괴롭혔던 색깔론 시비를 차단했다. 이를 통해 DJ(40.3%)는 여당 이회창 후보(38.7%)에게 1.6%포인트(약 39만 표) 차이로 신승(辛勝)했다.
 
  이때 DJ는 충청 지역에서 43.9%(약 108만 표)를 획득해 27.4%(약 68만 표)를 얻은 이 후보에게 무려 약 41만 표(6.5%p) 차이로 승리했다. 만약 DJ가 충청에서 압승하지 않았다면 정권 교체는 불가능했다. 이념과 노선이 전혀 다른 유신반대세력(DJ)과 유신옹호세력(JP)이 ‘수평적 정권’이라는 명분으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정치실험을 한 것이 주효했다.
 
 
  서울·부산 시장 선거를 ‘미니 대선’급으로 만들어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21년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제기되는 ‘야권 연대론’에 “현재 국민의힘 외에 야권은 없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선거 승리 전략으로는 국민의힘이 스스로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강(自彊)이 먼저’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향후 야권은 ‘연대론 대 자강론’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전개될 것이다. 그러나 여권이 국회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야당의 유력 대권 후보가 부각되지 않고 있으며, 유권자 지형이 ‘2050(진보) 대 6070(보수)’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강론은 시대착오다.
 
  야당이 정권을 교체하려면 DJ처럼 깜짝 놀랄 만한 연대를 통해 진보 세력과 대항할 수 있는 모든 정치인을 한 울타리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일차적으로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를 만들어내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윤석열, 원희룡, 오세훈,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김동연, 권영진, 김태호 등 누구나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뺄셈 정치’가 아닌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덧셈 정치’를 해야 한다.
 
  이런 연대론의 시작은 ‘미니 대선’급 서울·부산 시장 보궐 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2007년 대선에서는 야당인 한나라당 경선이 곧 본선으로 여겨졌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49.6%)과 박근혜 전 대표(48.1%) 간에 초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당시 한나라당이 채택한 ‘후보 검증 청문회’는 매우 획기적이고 성공적이었다.
 
  현재 야권이 처한 상황은 그때와는 너무 다르다. 국민의힘 소속 대권 후보들의 경쟁력은 대권 선언도 하지 않은 윤석열 총장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취약하다. 따라서 2007년 모델은 채택되기 힘들다.
 
 
  ‘보수집권 플랜’ 만들어야
 
  2017년 대선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승리로 정권 교체가 이뤄진 것은 ‘박근혜 탄핵’과 ‘보수 세력 분열’이라는 우발적 변수 때문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 기저(基底)에는 2010년 제기된 ‘진보집권 플랜’이 자리 잡고 있다. 이 플랜의 핵심은 박근혜 정부의 실정(失政)과 ‘헬 조선’ 부각이었다. 여기에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를 시대정신으로 포장했다. 구체적으로 젊은 세대에 ‘일자리·주거·교육·청년·남북관계·검찰에 대한 문제의식을 널리 확산시키고, 진보 세력의 대안’을 제시해 지지층을 넓혀가는 것을 담고 있었다.
 
  향후 야권이 정권을 교체하려면 ‘보수집권 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그 핵심은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위선, 독선과 ‘헬 진보’가 되어야 할지 모른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는 사라지고, 집값은 뛰고, 정치 양극화(兩極化)는 심화되었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확인되었듯이, 국민은 “대한민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민심은 2020년 7월 첫째 주부터 우리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는 비율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를 압도하고 있다. 추미애의 ‘윤석열 찍어내기’가 절정을 이룬 11월 넷째 주 때 그 비율은 50% 대 37%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은 미래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만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중도로의 외연 확대는 필수적이다. 정통 보수의 가치는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에 매몰되어 보수 내부에서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면 정권 교체는 물 건너간다.
 
  결국 국민이 ‘판’을 바꿔야 세상이 바뀌는 것인데, 야권은 2021년을 의미 있는 재편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더 성찰하고, 과거의 잘못에 대해 용기 있게 참회하고, 민심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실력 있고 혁신하는 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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