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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4년 전 발간한 《통일대박론 무엇이 문제인가》 분석해 보니

‘통일대박론’ 이야기한 朴 빨리 치우자던 김정은, 文과 격한 포옹 한 이유 밝혀졌다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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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의 사상, 제도를 상대에게 강요할 경우에는 대결과 전쟁밖에 가져올 것이 없다”(김정은 2015년 1월 신년사)
⊙ 《통일대박론 무엇이 문제인가》, 사소한 말꼬투리로 ‘통일대박론’ 트집
⊙ 박근혜 대선 공약 지켜진 것 없다고 몰아붙여 ‘통일대박’ 가짜 대통령 어서 빨리 치워야(《통일대박론 무엇이 문제인가》)
⊙ 박근혜, 문재인 통일관의 가장 큰 차이점은 ‘김정은과 함께하느냐 마느냐’ 여부
⊙ “(두 정상은)남북관계를 전면적이고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기자고 굳게 약속”(문재인 대통령 평양 연설 中)
⊙ 김정은 포함한 통일은 북한 인권 무시하고, 독재 정권에 평화 구걸하는 것이란 지적
⊙ 김정은식 통일 방안은 중국과 홍콩의 통합과 같은 한 나라 두 체제… 북한이 남한 흡수통일한다는 뜻으로 해석
  # 장면 1
 
  2018년 4월 27일 11년 만에 열린 이날 남북정상회담은 사상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진행됐다. 두 사람이 만나 악수를 할 때 취재진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은 오전 ‘평화의집’에서 100분간 회담한 데 이어 오후엔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30여 분간 수행원을 모두 물린 채 단독 ‘밀담’을 나눴다. 저녁에는 부부 동반 만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직후 ‘평화의집’ 앞에서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연설했다. 남북 정상이 공동으로 언론 발표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연설이 북 외부에서 전 세계에 생중계된 것도 최초였다.
 
 
  # 장면 2
 
  2018년 5월 26일 남북한 정상 간 2차 정상회담이 열렸다. 1차 정상회담 후 30일 만에 열린 2차 회담은 ‘깜짝쇼’라는 수식으로는 부족할 만큼 전격적이었다. 이날 회담은 국내외 언론을 배제한 가운데 철저히 비밀리에 열렸다. 정부는 2차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장면을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 중에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헤어지기 직전 격한 포옹을 하는 사진도 있었다.
 
 
  # 장면 3
 
  2018년 9월 18일 2박 3일간의 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과 평양 시내에서 카퍼레이드하며 평양 주민들에게 인사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탄 차량이 이동하는 양편에는 한복을 입은 평양 주민들이 색색의 꽃다발과 꽃술, 한반도기·인공기 등을 흔들며 빼곡히 줄지어 섰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크게 웃으며 손을 높이 들어 인사했다. 주민들은 ‘조국통일’을 연호했다. 문 대통령은 잠시 차량에서 내려 북한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꽃다발을 받기도 했다.
 
 
  # 장면 4
 
  2018년 9월 19일 밤 평양 능라도 ‘5월1일 경기장’에서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문재인 대통령은 공연 끝 무렵 단상에 올라 평양시민 15만명 앞에서 연설했다. 그는 단상에 올라 “‘남쪽 대통령’으로서 김정은 위원장 소개로 인사말을 하게 되니 그 감격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나는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봤다”며 “김정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나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봤다”며 “평양시민 여러분. 우리 민족은 우수합니다.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연설에 평양시민들은 만세 함성을 지르며 11번에 걸쳐 큰 박수를 보냈다. 북한 군중을 상대로 한 한국 대통령의 연설은 처음이었다.
 
 
  # 장면 5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10월 15일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과의 정상회담에서 북 제재 완화 이야기를 꺼냈다. 마크롱은 고개를 저었다. 18일 바티칸에서 교황을 만났을 때는 ‘평양을 방문해 달라’는 김정은의 뜻을 전달했다. 청와대와 여권(與圈)은 19일 교황의 방북(訪北)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놨다. 교황은 문재인 대통령이 전한 김정은의 ‘평양 초청’ 제안에 영어로는 ‘available(가능한, 시간 있는)’이라는 뜻의 원론적인 답을 했다. 어쨌든 미국 ‘블룸버그통신’과 일본 《산케이신문》 등은 문 대통령을 북한의 수석 대변인이라고 칭했다.
 
 
  《통일대박론 무엇이 문제인가》 책자 국내외로 배포한 北
 
2018년 4월 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집 앞마당에서 남북공동선언인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남북 정상이 공동으로 언론 발표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외에도 당장에라도 통일이 이뤄질 것처럼 보이는 장면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게 있다. ‘김정은은 진짜로 통일을 원할까’다. 2014년 1월 새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라며 한반도 통일 시대를 준비하자고 피력했다. 멀게만 느껴졌던 통일이 성큼 눈앞으로 다가온 듯했다. 실제로 그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통일 논의가 활발했다.
 
  북한은 박 전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연설 직후 《통일대박론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책을 발간, 가정집과 관공서는 물론 해외에서 활동하는 친북단체에까지 배포했다. 30페이지 안팎의 소책자로 만들어졌다. 모두 4부로 구성됐다. ▲통일대박론, 가당키나 한가 ▲맹자가 근혜의 ‘통일대박론’을 반박하다 ▲통일이 대박이라면 왜 대박을 놓치는가? ▲‘대박’의 환상에서 깨어나라는 소제목이 달렸다.
 
  북한은 책의 내용을 ‘우리민족끼리’와 ‘재미동포전국연합회’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도 했다. 우리민족끼리는 북한 대남선전기구인 노동당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운영하는 사이트다. 재미동포전국연합회는 미주지역 최대의 친북단체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1997년 북한 통일전선부의 지령에 의해 설립되었고 지난 2001년부터 매년 김일성 생일 축하대표단을 꾸려 밀입북해 왔다. 세월호 참사 당시 재미동포전국연합회는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워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규탄대회를 열었다. 2018년 9월 제73차 유엔 총회 참석차 9월 29일 6박 7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했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30일 재미동포전국연합회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일본 TBS 계열의 매체 JNN 카메라에 포착된 리 외무상은 미국 측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차량에서 내려 식당에 들어서면서 활짝 웃는 얼굴로 이 단체의 간부들과 인사했다. 식당 내부 포스터에는 ‘온 겨레가 민족 자주의 기치 아래 부강번영 통일강국 일떠 세우자!’는 북한식 구호가 적혀 있었다. 리 외무상은 이날 친목회에서 30명가량의 참석자를 향해 “북한은 비핵화를 향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하며 대북 제재 해제를 호소했다고 TBS 뉴스는 전했다.
 
 
  평양출판사의 정체
 
  《통일대박론 무엇이 문제인가》를 낸 평양출판사는 북한 대남공작부서인 통일전선사업부(통전부) 산하 813연락소다. 북한은 813연락소를 일명 평양출판사, 강남출판사, 목란출판사로 부른다. 813연락소는 통전부 내 대남침투용 도서들과 전단, 잡지, 신문, 위조 신분증을 비롯한 각종 서류를 인쇄하는 출판연락소다. 813연락소는 출판과, 교정과, 심의과, 해외판매과, 설비실, 자재실, 관리실, 간부과, 조직과, 도서실로 구분되어 있으며 인원은 100여 명이다. 813연락소의 제작물들은 우리 남한의 생산품과 똑같이 모방하기 위해 모든 자재 일체를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를 통해 들여오는데, 그 비용은 조총련 산하 대동무역 회사에서 부담하고 있다.
 
  813연락소 제작물들은 조총련, 재중 총련, 러시아 고통련(고려인통일총연합회), 한국민족민주전선 산하 동남아 지역 지부들을 통해 미국, 일본, 유럽, 동남아 지역들로 배포한다. 813연락소에서 나오는 전단지는 인민군 정찰국에서 만드는 북한 선전용이 아니라 철저하게 대한민국 내 좌익, 친북조직들에서 인쇄한 것처럼 위장한다. 북한은 813연락소 제작물을 통해 김씨 일가의 주장을 전파해 왔다. 《통일대박론 무엇이 문제인가》의 내용을 김정은의 입장이라 봐도 무방하다는 이야기다.
 
  책의 머리말만 봐도 김정은이 얼마나 통일에 부정적인지를 알 수 있다.
 
  〈현 남조선 집권자가 올해 신년기자회견이라는 데서 ‘통일대박론’을 들고나온 이래 보수 집권세력은 그것이 무슨 새로운 통일정책이기라도 한 듯이 벅적이며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 그러나 자루 속의 송곳은 감출 수 없다고 상식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대박’의 면사포를 뒤집어쓴 현 집권자의 주장을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통일론, 극단한 동족대결 책동으로 지탄하고 있다. 편집부는 내외의 비난과 규탄의 대상이 된 통일대박론의 정체를 분석한 해외동포들의 글들을 묶어 소책자로 내놓는다.〉
 
 
  박근혜의 통일대박론은 ‘흡수통일론’이라 주장
 
2014년 1월 22일(현지 시각) 박근혜 전 대통령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한 제44차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연설 후 질의 응답 과정에서 “통일은 한국에만 대박이 아니라 동북아 주변국 모두에게 대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통일대박론 무엇이 문제인가》는 박 전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명확한 근거도 없이 무조건 흡수통일이라 주장한다.
 
  〈통일대박은 긴장을 더욱 조이고 경계를 강화하자는 것이 기본바탕입니다. 박근혜는 밖에 나가서까지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하면서 이것이 ‘한국’뿐만 아니라 주변 동아시아 일대의 모든 나라에 ‘대박’이라 하면서 정작 통일의 대상국인 조선의 제안에 대해서는 거부하고 불시의 사태에 대비한 ‘경계를 강화’할 것을 해당 기관에 명령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가 말한 ‘통일은 대박’을 무력진압에 의한 ‘흡수통일’을 의미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대박’이 아니라 ‘쪽박’이라는 조롱을 피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흡수통일’은 혼자 두는 장기판처럼 조선(북한)의 손발이 꽁꽁 묶여 있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핵 무력을 갖춘 조선(북한)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온 강토가 초토화되고 민족의 패망을 가져올 것입니다.〉
 
  실제 김정은은 2015년 1월 1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발표한 신년사에서 “남조선 당국은 북남 사이 불신과 갈등을 부추기는 제도통일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우리의 통일론에 대해 ‘흡수통일’이라고 비난해 오긴 했지만, 최고지도자의 입으로 직접 ‘제도통일’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정은은 “우리는 인민 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 제도가 가장 우월하지만, 결코 그것을 남조선에 강요하지 않으며 강요한 적도 없다”면서 “자기의 사상과 제도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려 하여서는 언제 가도 조국통일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대결과 전쟁밖에 가져올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과 남은 자기의 사상과 제도를 절대시하면서 체제 대결을 추구하지 말며 우리 민족끼리 이념에 따라 민족의 대단합, 대단결을 이룩하여 조국통일 문제를 민족공동의 이익에 맞게 순조롭게 풀어 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관계자는 당시 김정은의 발언에 대해 “‘사회주의 통일을 하자’고 지속 언급했던 김일성과는 달리, ‘체제 통일 반대’ 입장을 내건 김정은의 모습에서 북한 내부 체제가 흔들리고 주민들의 당에 대한 신뢰도 무너지고 있다는 두려움이 묻어 났다”며 “‘왜 남한은 자꾸 우리에게 통일을 강요하느냐’는 절박한 심정이 엿보였다”고 했다.
 
 
  사소한 말꼬투리로 트집
 
  《통일대박론 무엇이 문제인가》는 통일대박론을 ‘우스갯소리’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통일은 흡수통일이 됐건, 무력점령 통일이 됐건, 협상과 합의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갑자기 떨어지는 현상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를 ‘대박’이라고 한 것은 사람들을 웃겨 보고자 천박한 표현을 빌려 내뱉은 우스갯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또 통일대박론을 2014년 6월 4일 지방선거를 겨냥한 박 전 대통령과 보수층의 전략으로 깎아내리기도 했다.
 
  〈1987년 대선-KAL기 폭파사건을 활용한 무지개공작/ 1992년 대선-중부지역당사건/1996년 총선-총풍사건/ 2010년 지방선거-천안함 사건/ 2012년 대선-로무현 NLL포기론. 남한 보수수구 세력들은 크고 작은 선거 때마다 민족문제와 통일을 띄워 ‘대박’을 띄우면서 ‘대박’을 터뜨린 적이 있다. 박근혜로서는 ‘대박론’을 신기루같이 띄워 대박을 챙기려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11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싹쓸이에 가까운 압승을 거뒀다. 김정은의 삐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본 문재인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개최 또한 선거 전략이다.
 
  ‘대박’이란 표현에 대해 꼬투리 잡기도 했다.
 
  〈‘대박’은 시중에서 돈 가지고 흥정하는 것과 하나 다를 것 없습니다. 남녀가 서로 좋아서 결혼해야지. 재산을 보고 결혼을 한다면 (결혼생활이) 과연 얼마나 가겠습니까. 통일한 다음에 ‘대박’이 안 나면 다시 분렬로 가자는 말입니까.(중략) ‘대박’은 영어로 직역하자면 ‘jackpot’인데 미국인들에게 잭팟이라는 말은 도박 용어로 쓰입니다. 통일을 마치 카지노게임처럼 인식하게 만들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대박’이란 표현을 노름판에서나 쓰는 비속어로 생각한 모양인데 ‘대박’은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표준어다. ‘어떤 일이 크게 이루어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란 해설이 붙어 있다. 1999년 발행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등재되지 않았지만 2008년 발행된 국어대사전부터 표준어로 등재됐다. 박 전 대통령은 ‘통일대박’을 이야기하기 전부터 공·사석에서 대박이란 표현을 즐겨 사용해 왔다. 2013년 12월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설국열차라는 프랑스 만화가 우리나라 영화산업과 만나 대박을 터뜨렸다”고 얘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통일대박에서 대박에 해당하는 공식 영어 표현은 bonanza
 
  또 당시 청와대는 ‘통일은 대박’에서 ‘대박’에 해당하는 공식 영어 표현으로 ‘bonanza’(노다지 또는 수지 맞는 일)를 썼다. 외신들과 외국 주요 인사들은 ‘대박’을 bonanza, jackpot, breakthrough(돌파구) 등으로 영역(英譯)해 왔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통일이 성장동력 창출’이란 측면에 방점을 두면 일회성·사행성이나 통일 과정에 대한 평가절하를 내포할 수 있는 jackpot보다는 ‘광맥의 개발, 거대한 부의 원천’을 의미하는 bonanza가 적절한 것 같다”며 “젊은이들에게는 jackpot이 더 임팩트가 있지만, jackpot은 crackpot(비현실적인 혹은 그런 사람)이라는 단어와 함께 비꼬는 의미로도 쓰이는 만큼 bonanza를 우선순위에 두고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통일대박, 박근혜 가짜 대통령을 치우자”
 
  책자에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명령하는 듯한 의미심장한 문구도 있다.
 
  〈통일 담론은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따른 화해와 협력의 바탕에서 우러나오는 론의여야 합니다. ‘통일대박’ 우스개가 끼어들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근혜의 ‘대선’공약이 어느 것 하나 지켜진 것이 있는가, 아니 지키려 노력한 흔적이라도 있는가를 따져보고 거짓말하는 속성을 낱낱이 까밝혀야 합니다. 그에게 평화와 안정을 위한 민족의 안녕 발전을 위한 그 어떤 정책이나 조치도 기대할 여지가 없음을 폭로해야 합니다. ‘통일대박’ 박근혜 가짜 대통령을 어서 빨리 치워야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파면(罷免)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날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사건’ 선고 재판에서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박 대통령 탄핵을 인용(認容)했다. 현직 대통령이 파면된 것은 헌정(憲政) 사상 처음이다. 2016년 12월 9일 국회가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결의해 헌재로 넘긴 지 91일 만에 대통령 탄핵심판이 마무리됐다.
 
  탈북자들은 《통일대박론 무엇이 문제인가》와 같은 책들은 ‘일종의 지령’ 역할을 한다고 입을 모았다.
 
  탈북자 1호 시인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의 이야기다.
 
  “《통일대박론 무엇이 문제인가》와 같이 평양출판사에서 발간하는 책들은 남남(南南)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데 쓰입니다. 책이 나오면 국내외 친북 인사들은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여론전에 나섭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종북세력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박사모 등 박근혜 지지 단체들이 탄핵에 대해 북한 지령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론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에 대해 별 트집을 다 잡으며 반대하고 비판한 김정은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대화와 ‘화해의 손짓’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남북이 안 싸우면 좋지 않으냐’ ‘통일되면 좋지 않으냐’고 한다. 통일은 민족의 미래다. 보수와 진보의 진영 논리를 떠나 ‘통일은 대박’이다. 문제는 어떤 통일이냐다. 통일이 미래가 될 수 있고 대박이 될 수 있으려면 자유, 민주, 인권의 통일이어야 한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이 우리의 미래고 대박이다. 박 전 대통령이 생각한 통일은 북 주민을 노예로 짓밟는 독재자 김정은을 제외한 통일이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외교·안보 분야 고위급 관계자의 이야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붕괴 이후 새로운 세력과 협상을 통해 통일을 이루려는 생각이었다. 합의 통일은 모두 희망하는 길이지만 당시 상황으로 볼 때 북한 급변 사태로 인한 통일의 가능성이 컸다. 북한 엘리트들이 줄줄이 탈북하지 않았나. 김정은 정권이 붕괴한 뒤 새로운 세력과 1국가 2체제 형태의 통합 시기를 거치면 10~15년 안에 통일을 이룰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의 군사안보 싱크탱크인 랜드(RAND)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연구원이 2018년 10월 발표한 〈한반도 통일의 대안적 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도 비슷한 내용이 담겼다.
 
  〈한국의 지도자들은 남한의 경제와 세계의 위상이 북한을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가정에 근거해 통일을 논의하지만, (실상은) 막대한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 북한 정권이 외부 정보 유입에 편집증적인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체제 불안을 방증하는 것이다. 체제 붕괴 가능성은 적더라도 한국과 미국은 그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북한 체제 붕괴가 한국의 군사적 개입으로 이어진다면 사실상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한국 정부는 (김정은을 대체할 수 있는) 북한 엘리트들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김정은 대체 세력들과 협상을 통해 통일 과정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평화 통일 가능성이 한국 등에서 가장 널리 논의되고 있는 방법이지만, 북한 김정은은 자신의 통치력 약화를 우려해 이런 방식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결국 김정은 체제는 한반도 통일에 장애 요소다.〉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론
 
문재인(맨 왼쪽) 대통령이 2018년 9월 19일 밤 평양 능라도 ‘5월 1일 경기장’에서 집단 체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연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남쪽 대통령’으로서 김정은 위원장 소개로 인사말을 하게 되니 그 감격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옆으로 부인 김정숙 여사와 김정은, 부인 리설주가 차례로 앉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생각하는 통일은 박 전 대통령과는 다른 듯 보인다. 김정은을 안고 가는 통일을 염두에 두는 것 같다는 이야기다. 문 대통령이 평양 시민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봤다. 얼마나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갈망하고 있는지 확인했다”며 “(두 정상은)남북관계를 전면적이고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기자고 굳게 약속했다”고 말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보수 정권이 생각하는 통일에 김정은이 없는 이유는 북한 인권 문제 때문이다. 김정은은 사람을 고사총으로 박살 내 죽이고 이복형 김정남을 외국 공항에서 화학무기로 암살했다. 전 세계 사람이 그의 잔인함에 충격을 받았다. 북한 주민 전체가 김씨 왕조의 노예이고 그중 8만~12만명은 수용소에서 짐승 취급을 당하고 있다. 김정은을 포함한 통일은 결과적으로 북한 인권을 무시하고, 독재 정권에 평화를 구걸하는 것이 된다는 지적이다. 미국 인권재단(HRF)이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보다 독재자 김정은과 관계 개선을 더 중시하는 입장을 몇 차례 (우리와) 만남을 통해 비쳤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정은식 통일
 
김정은을 포함한 통일은 결과적으로 북한 인권을 무시하고, 독재 정권에 평화를 구걸하는 것이 된다는 지적이다. 2018년 7월 31일 청와대 분수 앞에서 탈북민강제북송반대전국연합 회원들이 인권위의 북한 종업원 직권조사 규탄 및 북송 반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장련성 객원기자
  그렇다면 김정은은 실제 통일을 원할까. 2018년 3월 5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평양시의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고려연방제는 과거의 통일방안이고 김정은식 통일방안은 중국과 홍콩의 통합과 같은 한 나라 두 체제(일국양제)의 통일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최근 중앙에서 간부강연회를 통해 중국과 홍콩식 통일(통합)을 하는 데 있어 북조선이 중국의 입장이 될 것이고 남조선(한국)은 홍콩의 입장이 되어 한 나라 두 체제의 통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며 “말이 연방제 통일이지 마치 북조선이 남한을 흡수통일할 것이란 말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3월이면 문재인 대통령과의 1차 남북정상회담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도 김정은의 머릿속은 북한 위주의 흡수통일 방안으로 가득 차 있었던 셈이다. 2016년 5월 9일 북한 7차 당 대회 결정서에는 자신들의 연방제 통일 노력을 거부하면 “통일대전(大戰)”을 벌이겠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김정은은 북한이 남한을 흡수하지 않는 한 통일은 바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얻을 건 다 얻었기 때문이다. 올 초부터 우리 특사단이 두 번,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네 번 평양을 다녀왔고 남북정상회담은 세 차례 열렸으며 미·북 정상은 지난 6월에 이어 2차 만남을 준비 중이다. 그 사이에 북이 보유한 핵무기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2018년 들어 핵무기 5~9기가 더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미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달라진 건 핵을 손에 쥔 김정은에 대한 우리의 경계심이 누그러진 점이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대북 제재 완화를 요청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018년 10월 29일 “문 대통령이 ‘북한은 신뢰할 수 없는 체제’라는 국제적 이미지를 바꾸려 하고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정은이 가난한 나라에 경제발전을 가져오기 위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된 ‘젊고 솔직한’ 전략가라고 말한다”며 “북한과의 대화를 선호했던 전임 한국 대통령들이 실패했던 일을 문재인 대통령이 반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김정은이 미사일 실험장을 해체하는 데 동의하는 등 많은 부분을 양보했지만, 아직 스스로의 말로써 핵무기를 없앨 것인지 아닌지, 그리고 언제 없앨 것인지 표현한 적이 없다”며 “어느 미국 평론가는 1969년의 한 히트곡을 인용해 ‘나쁜 달(moon)이 떠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통일대박론 무엇이 문제인가》저자는 누구?
 
  좌익 지하활동을 하다 북송된 리인모의 외손녀 오보람
 
《통일대박론 무엇이 문제인가》의 저자 오보람(오른쪽). 친북인사인 노길남 민족통신 대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민족통신 동영상을 캡처한 것이라 흐릿하다.
  《통일대박론 무엇이 문제인가》의 저자는 오보람이란 인물이다. 사실 선전·선동 책자의 저자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 쓰든 필요한 부분만 왜곡하면 되는 까닭이다. 하지만 오보람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력 때문이다. 2001년 김일성종합대학 문학대학부 보도과(전에는 신문과)를 졸업하고 박사원(우리의 대학원)에서 언론 문제를 공부한 다음에 평양출판사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파산된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되살아난 ‘유신’ 망령: 제2의 ‘유신’ 행적을 보다》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보장문제》 《북남관계와 핵문제》 《종북론의 정체를 해부한다》 등 우리를 비판하는 선전용 책을 주로 썼다.
 
  오보람은 2016년 김정일·김정은을 칭송하는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북한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1월 30일 ‘그 사람 못 잊습니다’라는 제목의 오씨 글을 실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외할아버지가 북송 뒤 만들어진 노래 ‘사랑에 대한 생각’를 부를 때마다 나는 조국의 품에 안긴 후 외할아버지가 받아 안은 크나큰 은정이 되새겨져 눈굽을 적시군 한다. 참으로 외할아버지가 조국의 품에 안기여 보낸 14년간의 나날은, 남에서 43년 세월에 잃었던 인간 본연의 모든 것을 되찾고 사람의 꿈에서조차 바랄 수 없는 행복을 누려 온 재생과 만족의 나날이었다. 김정은 장군님 덕분에 날마다 세상이 부러워할 복을 받아 안고 있으며, 인민사랑의 역사는 줄기차게 흐르고 있다.〉
 
  오보람의 외할아버지는 리인모다. 리인모는 해방 후 노동당에 입당하면서 공산주의자가 됐다. 그는 한국전쟁 와중인 1952년 빨치산 토벌대에 검거돼 7년간 복역 뒤 출소했으나 1961년 부산에서 좌익 지하활동을 하다 다시 체포됐다. 리씨는 두 차례에 걸쳐 총 34년간 옥살이를 한 뒤 88년 석방됐으며 5년 후 김영삼 정부가 ‘장기방북’ 형식으로 북한으로 송환한 비전향 장기수다. 북한은 리씨가 평양으로 송환되자 ‘통일의 영웅’으로 부각시키면서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했다.
 
  김일성은 리씨 북송(1993년 3월) 한 달 뒤인 자신의 생일(4월 15일)에 리씨를 직접 병문안하고 노동당 당원증을 주기도 했다. 리씨를 소재로 삼은 엽서와 우표가 발행됐다. 리씨에게는 김일성 훈장과 영웅 칭호가 내려졌다. 그를 다룬 영화와 찬가까지 만들어졌다. 모교인 ‘파발인민학교’는 ‘리인모인민학교’로 이름이 바뀌었다.
 
  2016년 발행한 북한 소학교(초등학교) 4학년 국어 교과서에는 리인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리인모 할아버지는 34년 동안이나 남조선 괴뢰 놈의 감옥에 갇혀 있었지만, 감방에서 오직 경애하는 김일성 대원수님과 위대한 장군님을 생각하며 원수놈과 끝까지 싸워 이겼다.〉
 
  그는 평양에서 부인과 함께 살다가 2007년 6월 16일 사망했다. 북한의 노동당 중앙위원회·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내각은 방송을 통해 “전 조선인민군 종군기자이고 비전향 장기수인 리인모 동지가 남조선의 감옥에서 당한 고문의 후과(후유증)로 애석하게 서거했다”고 밝혔다. 그의 장례식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주관 아래 ‘인민장’으로 치러졌다.
 
  북한은 리씨를 인민군 종군기자로 전선 취재를 담당했었다고 주장하지만, 리씨의 검거 당시 재판기록을 보면 경남도 내 인민군 점령 지역에서 의용군을 강제 모집해 전선에 투입하고 9·28 서울수복 후에는 지리산에서 빨치산으로 활동한 것으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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