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2030 극한경제 시나리오 (리처드 데이비스 지음 | 부키 펴냄)

극한 상황에서도 市場은 만들어지고 삶은 이어진다

  •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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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1400개가 넘는 사업체들이 생겨나고, 성인 6명 중의 한 명이 사업체를 운영하는 ‘기업친화적’인 도시(?)가 있다. 이곳의 고용률은 프랑스보다 높은 65%에 달한다. 바로 요르단에 있는 자타리다.
 
  자타리는 일반적인 도시가 아니다. 내전을 피해 요르단으로 들어온 시리아난민수용소이다. 이곳을 관리하는 유엔 관리들은 당연히 기업친화적인 사람들이 아니다. 하지만 온갖 것이 필요하지만, 그런 것들이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는 이곳의 상황은 자연발생적으로 시장을 만들어냈다. 22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2004년 동남아 쓰나미 사태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인도네시아의 아체, 모든 게 철저히 통제되는 미국 루이지애나의 앙골라교도소에서도 시장은 생겨났고, 사람들의 삶도 이어졌다.
 
  반면에 한때 세계 조선업의 중심지였던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는 오늘날 혁신에서 뒤처지면서 철저히 몰락했다. 아프리카의 자원부국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사나 중남미 교통의 요지가 될 수 있었던 파나마의 다리엔은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 때문에 희망을 잃은 지 오래다.
 
  반면에 구(舊)소련에서 분리 독립한 소국(小國) 에스토니아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 시스템을 구축한 디지털 경제의 강자로 떠올랐다. 일본의 아키타현은 로봇 간병인 도입 등을 통해 초(超)고령화사회의 경제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197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을 채용, 남미의 경제 강국으로 떠오른 칠레는 극심한 빈부격차로 고통을 겪고 있다.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는 이 사례들에서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오늘날 진행되고 있거나 앞으로 닥쳐올 극한적인 경제 상황들을 보여주는 모델이라는 점이다. 도시화, 고령화, 기술 변화, 인적·사회적 자본의 획득과 상실 같은 딱딱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지만, 저자가 세계 곳곳을 직접 누비면서 쓴 이야기여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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