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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돌 인터뷰

이명박(MB) 전 대통령 법률 대리인과의 ‘8시간 攻防’

“MB는 단순 진술과 傳聞 증거만으로 극형 받았다”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chosh76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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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 유죄로 몬 ‘윤석열’에 대한 評, “토사구팽을 당한다는 느낌”
⊙ “물증은 1% 에 불과… 그나마도 직접 물증 아닌 간접 물증”
⊙ 다스가 MB 소유? “다스 배당금, MB는 한 푼도 안 받아”
⊙ 시형씨가 다스에서 근무한 까닭, “엉뚱한 목적으로 접근하는 이들 차단하려는 MB의 고육책”
⊙ “겨우 두 번 만난 김석한에게 삼성 뇌물 요구? MB 사위가 삼성에 근무했는데…”
⊙ MB가 삼성 뇌물과 무관하다는 결정적 증거 ‘전언통신 내용 정리보고’ 녹취록
⊙ ‘MB의 집사’ 김백준은 왜 MB에게 불리한 진술했나?

姜薰
1954년생. 서울대 법대 졸업 / 제24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14기 수료 / 前 제주지법 판사, 창원지법 판사,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 서울지법 판사, 서울고법 특별8부 판사. 법무법인 바른 대표 변호사, 청와대 법무비서관 / 現 법무법인 열림 대표 변호사
사진=조준우
  우리는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은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격변(激變)과 맞물려 세간의 지대한 관심을 모았지만, MB의 경우는 달랐다.
 
  상대적으로 MB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에겐 이른바 ‘태극기 세력’이라는 극렬 지지층이 따라붙었지만, MB에겐 그마저도 없었다.
 

  그런 MB 역시 박 전 대통령에 이어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020년 10월 29일 열린 MB 관련 상고심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MB에게 징역 17년,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여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MB는 11월 2일 서울 동부구치소에 재수감됐다. 징역 17년은 MB 나이(80세)를 고려했을 때 사실상 극형(極刑)에 가깝다. 중형을 선고받은 MB는 구치소 독방에 들어앉은 채 또다시 잊힌 사람으로 전락해가고 있다.
 
 
  ‘파이터’로서의 면모 보이다
 
  그렇다고 이 사건 자체를 잊어서는 안 된다. MB는 우리 헌정사에서 구속 수감된 네 번째 전직 대통령이다. 이는 ‘역사적인 인물’에 관한 ‘역사적인 사건’이란 의미다. 동시에 MB를 위해서, 또 이 사건을 잘 모르는 국민을 위해서 객관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월간조선》은 MB 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이 사건을 어떤 식으로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2020년 11월 27일, MB 측 법률 대리인 강훈(姜薰·66) 변호사를 서울 삼성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강훈 변호사에 대한 안팎의 평가는 ‘온화하고 합리적’이란 말로 요약된다. 실제 말투도 조곤조곤한 편이다.
 
  때마침 강 변호사를 만난 날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조치를 단행하며 두 사람 간 갈등이 고조되는 시기였다. MB 사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윤석열 검찰총장 이야기를 시작으로, 강 변호사와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았다. 그때까지는 평이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강 변호사는 ‘파이터’의 면모를 보였다. 기자의 질문을 강하게 반박하는 한편, 때론 면박에 가까운 말도 했다. 잦은 공방(攻防) 끝에 인터뷰는 하루 연장됐고, 이튿날 또다시 마주했다. 관련 사안이 워낙 복잡한 탓도 있었지만, 강 변호사 자신이 한 번의 인터뷰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와 8시간에 걸쳐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 소개한다.
 
 
  “토사구팽 당하는 윤석열”
 
2017년 10월 23일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날 윤석열 지검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관련된 자동차부품 업체 ‘다스(DAS)’ 실소유주 논란에 대해 “다스가 법률적으로 누구 것이냐를 확인하기 위해 얼마 전 사건을 배당했다”고 밝혔다. 사진=조선DB
  — MB 측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구원(舊怨)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윤석열 총장이 지금 문재인 정권과 대립하며 궁지에 몰린 모양새인데.
 
  “조국 전 장관과 추미애 장관 등 여권 인사들을 비롯해 친여(親與) 성향 법조인들이 우리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했던 말을 똑같이 반복하더라고요. 우리가 그랬거든요.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는데 마치 뭔가 밝혀진 것처럼 피의사실 공표를 해서 여론을 조성하고, 우리 생각을 오도(誤導)해서 기정사실화해 분통이 터졌죠. 증인들의 진술을 끌어내면서 그 사람의 약점을 찾고, 그 약점을 덮어주는 대가(代價)로 우리에게 불리한 진술을 끌어내는 그런 수사 기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변하지 않더라고요.”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직무배제를 하면서 적용한 혐의 중 하나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였습니다. 이는 MB 수사 때 ‘윤석열 검찰’이 적용했던 혐의 아닌가요.
 
  “직권남용을 함부로 적용하면 안 됩니다. 가령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했을 때, 그게 마음에 안 들면 정권 바뀌었을 때 전부 직권남용으로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정치보복의 위험성이 있죠. 일본 공무원 사회에서는 공무원끼리는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상급 공무원이 하급 공무원에게 일을 지시한 것에 대해선 적용하지 않는다는 거죠. 공무원이 민간인에 대해서 직권을 남용했을 때에만 적용하도록 돼 있습니다.”
 
  — MB 측은 윤석열 총장의 ‘자업자득이다’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뭐, 그대로 당하는 모양새는 맞죠. (윤석열 총장이)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당한다는 느낌도 들고요. 윤 총장 본인도 그런 혐의를 적용받을 거란 생각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겠죠.”
 
  — 변호인 측 항소심 최후 변론을 보니 ‘이 사건의 특색은 다른 형사사건과는 달리 직접적·객관적 물증 없이 진술만으로 유죄 인정이 되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렇게 쓴 근거가 뭔가요.
 
  “우리 사건에서 물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1% 있는 물증도 직접 물증이 아닌 간접 물증입니다.”
 
  — 그건 변호인 측 주장이고, 하급심과 상급심 모두 유죄가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나요.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그겁니다. 우리가 수긍할 수 있는 직접적인 물증이 존재했다면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였을 겁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에요.”
 
대법원 상고심에서 징역 17년이 확정된 가운데, 2020년 11월 2일 구치소로 재수감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 앞에 이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정치인들이 모여 있다. 사진=조선DB
  — 하나하나 따져보겠습니다. 다스(DAS)는 MB 소유 아닌가요.
 
  “MB는 선거법 위반으로 서울 종로 국회의원 직을 사직하고 1998년 말 미국에 갔다가 그 이듬해 귀국했습니다. 그때는 정치를 포기하고 사업을 할 생각이었죠. 그래서 ‘LKe뱅크’라는 인터넷 금융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만일 다스가 MB 소유라면 다스 회장으로 부임해 다스를 경영하지, 왜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의 회사를 만들겠습니까? 당시 다스는 이익이 대폭 확장되고 사세(社勢)가 커지는 시기였습니다. 다스가 MB 소유라면 사업가로서 여생을 설계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다스 회장이 되었겠죠. 이 말은 다스가 MB 것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 하지만 대법원 판결로 결국 MB 소유로 판명 났는데요.
 
  “가령 ‘저 집이 누구 소유냐’는 의문이 제기될 때 그 집의 등기부등본에 명시된 사람을 소유자라고 하지 않습니까? 회사도 마찬가집니다. 회사의 주인은 주주(株主)입니다. 그런데 만약 주식이 차명이라고 한다면 그 차명 소유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밝혀야 소유주가 명확해지는 거죠. 다스 수사에 있어 검찰과 법원은 가장 기본적인 팩트조차 확인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 지인 중 한 명은 MB가 서울시장 재직 시, MB 부부와 함께 다스 경주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 지인 역시 ‘다스는 MB 소유’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건 전언(傳言) 아닙니까? 전언만 가지고 다스를 MB 소유라고 판단하는 건 말이 안 되죠. MB가 지인들을 다스로 초대했든 안 했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 가장 중요한 건 다스 설립 당시 주주 구성, ‘주식명의신탁계약서’ 등이 존재하는지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합니다.”
 
  — 다스 주주 구성은 어떻게 돼 있나요.
 
  “다스 설립 당시, 주식은 MB의 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이 50%, MB의 처남 고(故) 김재정씨가 50% 이렇게 돼 있었습니다.”
 
  — 한 사람은 MB의 친형, 또 다른 한 사람은 MB와 인척입니다. 그러니 MB 소유란 얘기가 나온 거 아닌가요.
 
  “잘 들어보세요. 다스가 MB 소유라면 주식이 대통령(MB) 앞으로 돼 있어야 해요. 그게 아닌 회사의 실소유주가 다른 누구라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주식명의신탁계약서’가 있는지 여부 ▲주식 배당금이 실소유주라고 하는 그 사람 계좌로 이체됐는지 여부 ▲위임장을 받은 사람이 실제 주주총회에 나가 의결권 행사를 했는지를 살피는 게 일반적입니다. 판례(判例)도 그렇게 돼 있을뿐더러 법을 떠나 그게 상식입니다.”
 
  — 그렇다면 MB 명의로 된 ‘주식명의신탁계약서’도 없고, MB는 다스 배당금을 받은 적도 없다는 건가요.
 
  “그렇죠. 다스는 배당을 5년 정도 했습니다. 5년간의 배당금이 어디로 갔는지 계좌를 통해 명확히 파악돼 있습니다. 다스가 MB 소유라면 최소한 그 돈이 MB에게 간 흔적이 계좌추적을 통해서 나왔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단 한 푼도 MB에게 가지 않았습니다. 그럼 MB가 주주총회 참석해 의결권 행사를 했나?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습니다.”
 
 
  “오판이라뇨? 그 말은 불쾌하네요”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은 다스 회장. 사진=조선DB
  — 의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MB 아들 시형씨도 다스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럼 다스를 MB의 ‘가족 회사’로 봐도 되지 않나요.
 
  “가족 회사라고 하는 건 그 법적 정의(定義)가 상당히 모호합니다. 회사 소유자가 A라는 사람으로 돼 있어도 ‘A의 가족 B가 이익을 본다’는 게 가족 회사의 개념일 거예요. 그런데 방금 말한 대로 MB가 이익을 봤습니까? 주식 배당금도 받지 않았어요. 시형씨가 다스에서 일했지만, 시형씨는 정상적으로 채용돼 근무하며 보수를 받았어요. 물론 지금은 그만뒀고요. 무엇보다 시형씨에 앞서 이상은 회장의 아들 동형(MB 조카)씨가 먼저 다스에서 근무했어요. 동형씨는 시형씨보다 더 높은 직위에 있었고요. 지금은 동형씨가 다스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럼 다스가 이상은 부자(父子)의 회사지, 어떻게 MB 회사가 됩니까?”
 
  — 그럼 시형씨가 다른 회사도 아닌 다스에 취직한 이유는 뭔가요.
 
  “MB가 대통령에 취임하자 시형씨가 한국에서 할 일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MB가 형님 회사인 다스에 취직하라고 한 겁니다.”
 
  — 정리하면 MB가 시형씨를 다스에 취직시켰다는 건데, 결과적으로 이는 MB의 오판 아닌가요.
 
  “오판이라뇨? 그 당시 상황을 잘 모르면서 오판이라니요. 그 말은 좀 불쾌하네요. 거기에도 복잡한 사연이 있습니다.”
 
 
 
‘이동형 녹취록’ 폭로한 김○○은 某 기관 감사실장으로

 
  — 그 사연이 뭔가요.
 
  “MB가 시형씨를 다스에서 일하게 한 건 정말 순수한 뜻이었습니다. 그게 그 당시 상황으론 가장 오해받지 않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고요. 왜냐? 만약 시형씨가 다른 기업에 근무했다면, 그 기업은 대통령 아들을 앞세워 각종 이권(利權)을 따내려 들었겠죠. 하지만 다스에서 근무하면 그런 폐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 그래도 형님의 회사인데….
 
  “잘 생각해보세요. 시형씨가 명색이 대통령 아들인데 다른 기업에 응시하면 당연히 채용이 되죠. MB는 시형씨가 친형 회사(다스)에서 근무해야 엉뚱한 목적을 갖고 접근하는 이들을 차단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다스가 그런 점에서 안전하다고 본 겁니다. MB의 고육책이었죠. 중요한 건 시형씨가 다스에 취직한 것만 가지고 ‘다스는 MB 회사’라고 의심하는 건 억측이란 겁니다. 그걸 입증하려면 더 치밀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 다스의 운전기사 김○○이 폭로한 녹취록 때문에 시형씨 관련 의혹이 더 커진 측면도 있습니다. 검찰이 그 녹취록을 근거로 다스가 MB 소유라고 봤는데, 이건 어떻게 봐야 하나요.
 
  “그 녹취록 봤습니까? 이동형씨와 김○○이 통화하는데 동형씨가 ‘시형이는 자기와 자기 아버지 것이라고 믿고 마음대로 한다. 나와 우리 아버지(이상은)가 피해 봤다’ 이런 식으로 말해요. 검찰과 법원은 동형씨가 말한 이 부분을 근거로 다스를 MB 소유로 단정한 겁니다. 그런데 이동형 검찰 진술조서에는 그 부분이 김○○과 10억원이 든 통장을 가지고 한 얘기라고 기재돼 있어요. 그럼 뭐냐? 김○○은 동형씨가 말한 ‘10억원 통장’을 다스로 착각한 겁니다.”
 
  — 그럼 그 10억원 통장의 실체는 뭔가요.
 
  “사실 이상은 회장이 시형씨에게 ‘이동형 대신 관리해달라’며 맡긴 돈입니다. 시형씨랑은 무관한 돈이에요. 그 10억이 어디로 쓰인 줄 압니까? 이상은 회장 세금 납부하는 데 쓰였어요. 시형씨 돈이라면 그걸 왜 이상은 회장 세금 내는 데 씁니까. 모든 걸 이런 식으로 다 MB와 MB 일가(一家)로 연결시키니까 수사도 엉뚱하게 진행된 거죠. 정작 팩트는 하나도 못 밝히고요. 더 황당한 건 녹취록을 폭로한 김○○은 공익 제보자로 인정받아 현재 경기도 모 공공기관 감사실장으로 가 있어요. 이건 뭘 말하는 거겠습니까?”
 
 
  검찰, 김성우의 일방적 주장 그대로 공소 제기
 
2008년 1월 31일 BBK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처남 고(故) 김재정씨가 소환됐다. 사진=조선DB
  — 다스 전 대표 김성우도 다스가 MB 소유라는 데 결정적인 진술을 했습니다. 이건 어떻게 보나요.
 
  “우선 김성우는 검찰 조사에서 1987 년경 MB에게서 ‘자동차 부품 관련 회사를 만들려고 하는데 네가 가서 일을 좀 봐라’는 식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합니다. 이게 왜 사실과 다른지 말씀드릴게요. 김성우는 2018년 3월 8일 검찰 조사 당시 다스 설립 자본금 관련해 ‘피고인(MB)이 별단예금으로 3억9600만원을 송금했고, 내가 이 돈으로 다스의 외환은행(현 하나은행) 계좌로 자본금을 납입했다. 피고인(MB)이 나에게 자본금으로 보냈다고 연락이 왔고 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이를 다스의 계좌로 이체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합니다. 다스의 하나은행 계좌를 확인한 결과, 김성우의 이 진술은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 왜 거짓인지 이유를 설명해주시죠.
 
  “별단예금의 개념부터 알아야 합니다. 별단예금이란 ‘금융기관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결제·미정리된 일시적 보관금이나 예수금 등을 처리하기 위해 설치한 일시적·편의적 계정’을 말합니다. 일종의 ‘임시 가계정’이란 의미죠. 김성우의 진술처럼 별단예금 계좌로는 송금이 불가합니다. 이 부분은 하나은행에 금융거래 정보제공 요구를 해 저희가 확인한 겁니다.”
 
  — 김성우의 기억 착오가 아닐지…. 어쨌든 3억9600만원은 다스 계좌로 입금된 것 아닌가요.
 
  “하나은행 통장 내역을 보면 설립 자본금 3억9600만원은 서울 여의도 하나은행 지점에서 자기앞수표로 입금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때 ‘적요란’이 비어 있어 변호인단은 이 부분에 의문을 가졌습니다.”
 
  — 어떤 의문이 들었나요.
 
  “온라인 송금이 아닌 누군가 통장과 자기앞수표를 가져가 입금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 거죠. 은행 거래내역에 자기앞수표라고 적혀 있는 건 해당 자기앞수표가 하나은행이 아닌 타행 것이라는 의미거든요. 하나은행 것이라면 현금으로 표기됩니다. 당시 MB는 본인이 근무하던 서울 계동 현대건설 사옥 1층에 있는 하나은행과 거래했습니다. MB가 자기앞수표를 발행했다면 하나은행에서 했을 것입니다. 거래 은행을 두고 다른 은행에서 수표를 발행했다는 건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죠. 게다가 김재정씨가 한 말과도 배치됩니다.”
 
  — 김재정이 어떤 말을 했기에….
 
  “2008년 ‘정호영 특검’ 당시, 김재정씨는 ‘서울 여의도에 있던 다스 사무실 근처에서 본인이 설립 자본금을 납입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김재정씨는 당시 신한은행과 거래했습니다. 이처럼 다스 설립 자본금 관련 은행 거래내역은 김재정씨의 말과 일치하는 반면, 김성우의 진술은 사실과 어긋납니다.”
 
  — 하지만 변호인 측의 이러한 주장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변호인 측 논리에 허점이 있었던 것 아닌가요.
 
  “허점이라고요? 천만에요. 그 이후에도 김성우는 법정에서 ‘현재까지도 송금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진술을 계속했습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별단예금에 대한 김성우의 진술은 착각인 것 같다’며 MB가 다스 설립 자본금을 냈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성우의 일방적 주장을 검찰이 그대로 공소 제기했고, 법원은 그걸 제대로 가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허점이라니 나 참….”
 
 
 
도곡동 땅 실소유주는 MB 아닌 이상은과 김재정(?)

 
  — 그럼 다스 설립 자본금 3억9600만원은 누가 낸 건가요.
 
  “김재정씨입니다. 김재정씨 본인이 생전에 그런 진술을 했고, 김재정씨가 말한 설립 자본금 입금 과정이 사실에도 부합합니다. 반면 김성우의 진술은 사실과 일치하는 대목이 하나도 없어요. 그렇다면 김성우는 다스 설립 자본금의 조달 경위를 잘 모르면서 거짓 진술을 했거나, 아니면 잘 알면서 숨겼다고 봐야 합니다.”
 
  — 김성우가 왜 그런 주장을 했다고 보나요.
 
  “검사와 피고 측 변호사 간에 유죄 인정을 조건으로 형량을 협상하는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 때문으로 추정합니다. 플리바게닝 제도는 자신의 죄 인정과 그에 대한 형벌권을 교환하는 경우에만 정당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진술자가 범한 죄에 대해 기소하지 않는 조건으로 하는 ‘형량 협상’은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 검찰은 그걸 인정하는 것 같더군요.”
 
  — 다스 유상증자 대금 역시 살펴봐야 할 대목입니다. 김성우는 ‘자신이 MB에게 유상증자를 건의해 MB가 19억8000만원의 유상증자 대금을 다스 계좌로 송금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역시 거짓인가요.
 
  “우리 변호인단은 은행 거래내역을 통해 19억8000만원의 출처를 확인했습니다. 11억8800만원은 김재정씨 계좌에서, 나머지 7억9200만원은 대주주인 이상은 회장 계좌에서 출금돼 다스로 입금됐어요. 그 돈은 MB 돈이 아니었어요.”
 
  — 검찰은 그 증자 대금이 MB 도곡동 땅 매각 대금에서 나왔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다스가 MB 소유라고 했는데.
 
  “자꾸 도곡동 땅을 MB 거라고 하는데, 답답합니다. 그게 벌써 몇 년 전 일입니까. 1995년인가 그때 매각한 겁니다. 그리고 그 땅의 실소유주는 MB가 아닌 이상은 회장과 김재정씨입니다.”
 
 
  “자기 돈이라면 왜 차용증을 썼겠습니까?”
 
  — 2007년 대선 당시부터 MB 재임 내내 그렇게 알려져 있지 않았나요.
 
  “그 전에 도곡동 땅이 이상은 회장, 김재정씨와 어떻게 관련 있는지부터 설명할게요. 일단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이 263억원인데 이 돈은 MB가 아닌 이상은 회장과 김재정씨 계좌에 보관돼 있었어요. 검찰이 이상은 회장 장부를 보니, 그 돈 중 67억원이 MB 사저 수리비로 나간 걸 확인했어요. MB는 67억원을 이상은 회장에게 빌리면서 차용증까지 썼어요. 자기 돈이라면 왜 차용증을 썼겠습니까?”
 
  — MB가 본인 돈이란 걸 감추기 위해 이상은과 김재정 계좌에 분산 예치한 거 아닌가요.
 
  “자, 좋습니다. 그럼 그 돈의 용처를 따져봅시다. 이상은 회장의 아들 동형씨는 부친 계좌 그 돈의 61억원을 주식 투자와 본인 소유 회사에 출자, 그리고 본인 주택담보 대출 변제금 상환 등에 썼어요.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이 MB 돈이었다면 이렇게 쓸 수 있었겠습니까.”
 

  — 김재정씨가 갖고 있던 돈은 어떻게 쓰였나요.
 
  “김재정씨도 도곡동 땅 매각 대금으로 수십 년간 주식 투자를 했어요. 근데 김재정씨는 주식 투자에서 적게 잡아 수십억원의 손실을 입었어요. 김재정씨 사망 이후엔 잔금이 모두 부인에게 상속돼 아파트 구입, 자녀 결혼 비용 등으로 사용됐습니다. 이 역시 MB 돈이 아니라는 증거 중 하나입니다.”
 
  — 김성우가 다른 범죄 혐의를 받은 정황이 있나요. 그렇지 않고서야 김성우가 이토록 MB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다는 게 선뜻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있죠. 김성우는 사실 다스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아요. 다스 전 경리팀장은 2017년 12월 27일 검찰에서 ‘연말정산을 하다가 김성우 사장 와이프 자료를 보게 되었는데, 수십억대 아파트인 서울 도곡동의 ○○○○○○에서 살고 있는 것이 확인되어 놀란 기억이 있다. 당시 김성우 사장 연봉이 1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동형씨도 검찰에서 ‘김성우가 경주박물관에 있는 것보다 더 값어치가 나가는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리고 하나에 1억원씩 하는 돌과 나무를 집 주위에 설치했다고 알고 있다’고 했고요. 심지어 5억원어치 다스 발행 수표를 횡령해 중국 미술품을 매수하는 데 사용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김성우는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 다스 경리 여직원의 ‘120억원 횡령’이 MB와 관련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이 역시 허위라는 입장인가요.
 
  “검찰 수사결과에서도 밝혀졌듯이 그 돈은 다스 경리 여직원이 개인적으로 횡령한 돈입니다. 그때 이상은 회장과 김재정씨는 그 횡령에 김성우 등이 가담한 것으로 의심해 김성우를 해고했어요. 그럼 상식적으로 어떻게 하는 게 맞습니까? 김성우 주장처럼 다스의 주인이 MB이고, 자기가 횡령하지 않은 120억원 때문에 명의만 주주인 이상은, 김재정에게 해고를 당했다면, MB에게 전화라도 해야 하는 게 상식 아닙니까. 최소한 ‘자신과는 관계 없는 일이다. 억울하다’고 하소연이라도 했어야죠. 김성우는 그런 거 없이 곧바로 이상은 회장에게 사표를 제출했어요.”
 
 
  또 다른 쟁점 ‘다스 소송비 대납’
 
다스 소송비 대납의 핵심 인물 김석한 변호사.
  다스와 더불어 또 다른 쟁점인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도 살펴보자. 이른바 ‘삼성 뇌물’이라 불렸던 이 건은 검찰이 기소한 MB의 여러 혐의 중, 유일하게 대기업과 관련된 혐의다. 삼성이 MB에게 잘 보일 생각으로 다스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게 요지다. 삼성 뇌물과 관련해 검찰의 공소 사실을 기초로 그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자.
 
  다스는 2003년 ‘BBK에 투자한 190억원 중 반환되지 않은 140억원을 돌려달라’며 김경준씨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경준과 동업해 LKe뱅크라는 회사를 차렸던 MB도 이듬해 LKe뱅크 부회장이던 김백준을 소송 수탁자로 내세워 소송에 참가했다.
 
  이후 김백준은 청와대로 들어가면서 다스와 권리양도 합의를 맺고 LKe뱅크 소송상 권리를 다스에 양도했다. 그로 인해 다스 미국 소송 진행 내역은 ‘다스→김백준→MB’로 보고되는 의무가 생겼다.
 
  다스가 미국 소송에서 패소하고 항소하자 2007년 에이킨검프(Akingump)는 다스 재판을 수임했다. 에이킨검프 변호사 김석한은 삼성그룹 부회장이던 이학수를 찾아갔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김석한은 이학수에게 ‘MB가 다스 소송과 관련한 자금을 지원해달라고 하더라’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김석한은 ‘MB 측근’인 김백준에게 이 사실을 전했고, 그 후 김백준과 함께 MB를 접견한 자리에서 삼성 자금 지원을 승인받았다고 한다. 삼성의 자금 지원 보고를 받은 MB는 삼성으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을 김석한이 관리하고, 소송에 쓰고 남은 돈은 차후 MB가 돌려받기로 했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검찰은 이 돈의 성격을 뇌물로 규정했다. 검찰은 또 MB가 다스 소송 비용 등으로 사용하고 남은 돈을 약속대로 김백준을 시켜 김석한으로부터 돌려받으려고 했으나 김석한과 삼성 측으로부터 거절당했다고 한다.
 
 
  법률자문 서비스 받을 권한을 뇌물로 받았다(?)
 
  — 삼성 뇌물 혐의는 재벌이 권력에 밀착하려 했던 하나의 사례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 부분도 할 말이 많습니다. 일단 사건의 구성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MB는 삼성으로부터 받은 돈이 한 푼도 없습니다. 법원도 그건 인정했어요. 단지 삼성이 다스 미국 소송을 맡은 미국의 법무법인 에이킨검프의 변호사비를 대납하도록 하고, 또 MB에게 다스 소송과 별도로 에이킨검프의 법률자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한을 뇌물로 줬다는 게 법원의 판단입니다.”
 
  — 일견 뇌물로 보이기도 하는데.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다스는 수익이 너무 많이 나서 부품을 납품하던 현대차가 납품 단가를 줄일까 봐 걱정하는 회사였습니다. 그래서 장부상 수익을 줄이려고 매년 수십억원씩 분식회계를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습니다. 다스의 실소유 문제를 떠나 MB가 왜 그런 회사의 변호사 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겠습니까? 상식적으로 일국의 대통령이 어디 법률자문을 받을 데가 없어서 삼성으로부터 법률자문 서비스 받을 권한을 뇌물로 받나요? 없는 죄를 만들어 붙이려다 보니 이런 말도 안 되는 결론이 난 겁니다.”
 
  — ‘서비스를 받을 권한’이라는 게 정확히 뭘 의미하는 건가요.
 
  “삼성이 2007년부터 에이킨검프에 매월 정액 자문료를 지급했습니다. 1심에서는 이 돈으로 에이킨검프가 다스 소송을 수행했다고 판결했죠. 그런데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이 돈이 다스 소송 비용과 무관하다는 증거가 나왔습니다. 이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죠.”
 
  — 항소심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했나요.
 
  “항소심 재판부는 이상한 논리를 만들어 검찰에 공소장을 변경하라고 지시하더군요. 삼성이 MB에게 뇌물로 준 것은 ‘돈’이 아니라, 에이킨검프의 법률 서비스를 받을 ‘권한’을 준 것이라고요. MB가 에이킨검프의 법률 서비스를 받건 받지 않건 상관 없이 그 권한을 준 것만으로도 뇌물이 성립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유죄를 내리기 아주 편리한 논리죠.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입증할 필요가 없어지니까요. MB가 왜 그런 식으로 삼성의 뇌물을 받겠습니까?”
 
 
  “MB에게 뇌물죄 적용하기 위해 만든 시나리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 김백준과 이학수의 진술도 MB의 삼성 뇌물 유죄 선고에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
 
  “에이킨검프가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증빙만 있는데 김백준(MB 정부 당시 청와대 총무기획관), 이학수(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진술만으로 MB와 삼성 사이에 뇌물 제공 합의가 있다고 인정됐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죠.”
 
  — 삼성의 소송비 대납을 MB 측이 먼저 요구했는지, 삼성이 먼저 요구했는지를 두고 이학수와 김백준이 서로 엇갈립니다. 이건 어떻게 봐야 하나요.
 
  “이학수는 김석한이 먼저(MB 측이 먼저) 요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김백준은 김석한을 통해 ‘삼성이 먼저 자금 지원 제안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생깁니다.”
 
  — 그게 뭔가요.
 
  “‘김석한이 MB의 자금 지원 요청을 했다’는 이학수의 진술을 따른다면, 김석한은 MB의 공범(共犯)이 됩니다. 반면 ‘김석한이 삼성의 자금 지원 제안을 전했다’는 김백준의 진술에 따르면 김석한은 삼성의 공범이 돼요. 이학수와 김백준은 김석한의 지위와 역할을 두고 상반된 진술을 했습니다. 결국 삼성 뇌물 혐의의 핵심 증거는 사실상 두 사람의 불명확한 진술뿐인데 이렇게 180도 다르면, MB가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게 어떻게 성립합니까?”
 
  — 검찰은 ‘MB가 소송비 중 남은 돈을 김백준을 통해 돌려받으려고 했으나, 김석한과 삼성이 거절했다’는 입장도 보였는데…. 삼성이 대납한 다스 소송비 잔금이 MB에게 지급됐음을 의미하는데요.
 
  “말도 안 됩니다. 일단 검찰이 그렇게 주장한 건 사실이에요. 그때 이학수가 김석한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김석한은 이학수에게 ‘줄 돈이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에요. 그럼 삼성이 MB에게 제공한 뇌물을 김석한이 중간에서 횡령했다는 의미 아닙니까? 소송비조로 삼성이 MB에게 뇌물을 제공했고, 남은 소송비를 김석한이 MB에게 반납하지 않았다는 건 결국 김석한이 ‘인 마이 포켓’ 했다는 얘기밖에 안 됩니다.”
 
  — 일견 그렇게는 보입니다.
 
  “일견이 아니라… 누가 봐도 이상하죠. 게다가 검찰은 ‘MB가 김석한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한 시점’을 대통령 재임 중인 2011년 하반기라고 봤어요. 검찰 논리대로라면 MB는 소송비 잔금을 삼성에 돌려달라고 했고 김석한이 그 요구를 거부했다는 건데, 바꿔 말하면 김석한이 MB 돈을 횡령했다는 거죠. 당연히 MB 입장에선 김석한을 혼내줄 방법을 찾으라고 했을 겁니다. 김석한도 그게 두려워 MB 재임 기간 중 한국에 들어올 생각도 못 했을 거고요. 그런데 김석한은 그 이후에도 계속 한국을 왔다 갔다 했어요. 검찰 주장은 앞뒤가 안 맞습니다.”
 
  — 삼성은 남은 소송비를 김백준을 통해 MB에게 돌려줬나요.
 
  “삼성이 그걸 돌려줄 이유가 없죠. MB 역시 그걸 받을 이유가 없고요. 이른바 삼성 뇌물 혐의는 검찰이 MB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시나리오’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삼성 소송비 대납’의 핵심인물 김석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 중간에 있던 삼성은 어떤 입장을 취했나요.
 
  “삼성 입장에서도 현직 대통령의 돈을 김석한이 떼먹은 것인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겠죠. 그럼 상식적으로 ‘김석한에게 책임지고 받아내겠다’고 하거나 ‘우리(삼성)가 잔액을 지불해주겠다’는 식으로 반응했어야 합니다. 그런 게 일절 없었습니다.”
 
  — 김석한이 어떤 인물이기에 대기업뿐 아니라 MB 캠프에까지 접근한 건가요.
 
  “원래 김석한은 법정 변론보다는 한국 기업의 미국 소송을 수임하는 일을 맡아 미국 변호사계에 자리를 잡은 인물입니다. 김석한은 1981년 로펌 ‘아널드앤포터’에서 변호사로 첫발을 내디뎠는데, 입사 2년 만에 삼성과 인연을 맺었어요. 당시 삼성은 미국 정부로부터 컬러 텔레비전 덤핑 예비 판정(덤핑 관세를 부과하기 전에 덤핑 혐의 여부를 조사해 판단하는 것)을 받아, 현지 로펌을 수소문 중이었다고 해요. 그때 삼성 레이더망이 아널드앤포터를 포착했고, 그곳에 한국인 변호사 김석한이 있다는 정보를 확보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판정에서 삼성은 패했지만, 김석한은 이때 경험을 토대로 통상 분야 전문 변호사로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 김석한과 MB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가요.
 
  “MB가 김석한의 이름을 처음 안 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김백준을 통해서였습니다. 기록상 그해 10월 1일과 6일 두 차례 김석한을 만난 것으로 돼 있습니다. MB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미국에서 큰 로펌을 하는 사람이란 소개를 여러 사람이 같이 있는 자리에서 받은 기억이 있다’고 말했어요. 근데 겨우 두 차례 만난 김석한에게 MB가 ‘삼성에 뇌물을 달라는 말을 전하라’고 지시할 리는 만무하잖아요. 더구나 MB 사위(이상주 변호사)가 삼성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2008년 3~4월, MB는 김석한과 만날 수 없었다”
 
  — MB가 대통령 재임 중 청와대에서 김석한을 만난 걸로 아는데요.
 
  “중요한 질문입니다. 뇌물 혐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뇌물 공여자와 수수자 간의 ‘의사 합치’가 있어야 해요. 즉 삼성의 자금 지원 사실이 MB에게 보고됐는지 여부는 혐의 입증에 중요한 근거가 되죠. 1심 재판부는 ‘2008년 3~4월경 김석한이 청와대로 들어와 김백준과 함께 대통령을 만나 삼성의 자금 지원 사실을 보고했다’는 김백준의 진술을 받아들였어요. 그러나 김백준이 언급한 시기에 김석한이 MB에게 ‘삼성 자금 지원 사실’을 보고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 왜 불가능한가요.
 
  “변호인단은 김석한이 방문했다는 2008년 3~4월의 청와대 출입기록을 확인해봤어요. 김석한이 청와대에 들어온 날짜는 3월 12일과 4월 8일 두 차례더군요. 3월 12일에는 청와대에 14분간 있다가 나와, 인근 음식점에서 김백준과 점심을 같이 했어요. 같은 시각 MB는 청와대에서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부부와 오찬을 하고 있었습니다. 4월 8일 김석한이 청와대 들어온 시각에 MB는 전북 정읍에 내려가 있었고요. 이처럼 MB와 김석한은 서로 만날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 2008년 4월은 그렇다 해도 2008년 3월은 잠깐이라도 접견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14분이면 그리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청와대 연풍문에서 출입체크를 한 시각이 오전 11시58분입니다. 대통령이 있는 본관까지 가는데 7~8분 이상 걸립니다. 거기다 부시 전 대통령과 오찬 중인 대통령을 불러내 보고를 하고, 다시 돌아오는 시간 7~8분을 계산하면 14분 만에 보고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죠. 이 정도의 증거를 가지고도 믿을 수 없다고 하면 저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기자로서 차근차근 살펴보기 바랍니다.”
 
 
  ‘전언통신 내용 정리보고’에 담긴 녹취록
 
검찰 수사기록에서 입수한 2009년 9월 29일, 김석한과 홍○○(당시 다스 대리)씨와의 통화 녹취록. 두 사람 모두 김백준이 ‘에이킨검프의 수임료가 다스에 청구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 MB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녹취록을 검찰이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는데, 이건 무슨 얘기인가요.
 
  “2009년 9월 29일 녹음된 ‘전언통신 내용 정리보고’라는 건데, 김석한과 다스 대리인 홍○○이 통화한 녹취록입니다. 이 녹취록을 보면 앞서 말한 김백준의 진술, 그리고 그 진술을 바탕으로 MB를 기소한 검찰의 논리가 무너집니다.”
 
  — 그 이유는.
 
  “홍 모 대리가 김석한에게 ‘에이킨검프는 전혀 수임료를 청구하지 않고 있다. 어떤 이유인가?’라고 묻습니다. 그러면서 ‘김백준 총무비서관도 에이킨검프가 왜 수임료를 청구하지 않는지 모르고 있고, 또 이 점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김석한이 ‘김 비서관도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 이유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해요.”
 
  — 그건 무슨 의미인가요.
 
  “김백준이 삼성의 소송비 대납 상황을 약 2년(2007년 11월부터 김석한-홍○○ 통화가 이뤄진 2009년 9월까지)간 모르고 있었다는 얘깁니다. 그렇다면 검찰과 1심 재판부의 ‘2008년 3~4월경 김석한이 청와대로 들어와 김백준과 함께 대통령을 만나 삼성의 자금 지원 사실을 보고했다’는 논리는 완전히 무너집니다. 이학수는 MB에게 삼성의 자금 지원 여부를 보고했는지에 대해선 별다른 증언을 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김석한이 이학수를 찾아와 MB 캠프에 자금 지원 요구를 전한 게 전부예요. 이쯤 되면 삼성 뇌물은 실체가 없는 거죠.”
 
  — 김석한은 검찰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안다.
 
  “네. 그것도 의심이 듭니다. 삼성 뇌물 사건의 핵심인물을 조사하지 않고 오로지 김백준, 이학수의 진술만 갖고 MB에게 유죄를 선고한 겁니다. 검찰은 원심(原審) 의견서에서 김석한에 대해 ‘비즈니스에 밝은 김석한으로서는 당선이 유리한 대선 후보자의 자금 수요와 향후 대통령의 도움이 필요한 대기업 측의 유력 후보자에 대한 접근 희망성을 중간에서 연결시켜주고 자신은 그 사이에서 필요한 이윤을 취했던 것’이라고 적혀 있어요. 그러면서 김석한이 ‘일종의 윈윈(Win-Win)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까지 표현했어요. 이것은 검찰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보여주는 겁니다.”
 
  —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검찰과 1심 재판부가 MB에게 유죄 취지의 구형과 선고를 내렸던 배경엔 김석한이 MB의 하수인 또는 공범 관계가 성립됐기 때문입니다. 즉 김석한이 ‘MB와 삼성 사이를 오가며 이윤을 취하고’ ‘윈윈 비즈니스를 했다’는 위 의견서의 내용을 따른다면, 검찰 스스로가 자신의 주장을 뒤집는 셈이 됩니다. 김석한이 공범 아닌 단순한 비즈니스맨이 되기 때문이죠.”
 
  — 국내에 김석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나요.
 
  “홍준표 의원(전 자유한국당 대표)입니다. 홍준표 의원이 김석한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홍 의원 말에 따르면, 김석한은 삼성이 보낸 정액 자문료는 MB나 다스와 전혀 상관이 없이 다른 일에 사용된 돈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검찰 주장대로라면 다스가 BBK 관련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받는 데 변호사비를 거의 70억원 쓴 셈입니다. 홍준표 의원은 이를 근거로 ‘이런 소송이 어디 있냐’고 반문했어요. 그러나 재판부는 이런 이야기를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았죠.”
 
 
  MB에게 ‘VIP 보고사항’ 보고됐나?
 
김백준이 2009년 10월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VIP 보고사항〉.
  — 아까 ‘삼성 뇌물이 실체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는데 그렇게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2009년 10월, 김백준이 김석한을 만난 뒤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VIP 보고사항〉이란 문건 때문입니다. 여기에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정황이 뚜렷이 적혀 있는데요.
 
  “그 문건 역시 신빙성이 없습니다. 거기에 ‘비용 조달: Retainer 월 12만5000 달러’라고 적혀 있는데 이게 삼성이 대납한 소송비라는 게 검찰의 주장입니다. 그러면서 이 문건이 MB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어요. 정작 검찰은 12만5000달러의 용처는 확인을 못 했습니다. 삼성 역시 그 용처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았어요.”
 
  — 〈VIP 보고사항〉이 MB에게 보고된 건 사실 아닌가요. 그 문건에 담긴 ‘VIP P/I 프로젝트’가 MB를 위한 일종의 이미지 제고 프로젝트 같던데요.
 
  “일각에서 그렇게 주장하고 있죠. P/I가 ‘Personal Identity’를 의미하는 거라면서요. 거기다 이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비용이 연간 150만 달러씩 6년간 총 900만 달러라고 문서에 써 있으니까 마치 MB와 연관돼 있을 법해 보이죠.”
 
  — MB를 위해 작성된 문건이 맞지 않나요. 거의 모든 내용이 MB를 가리키고 있는데.
 
  “더 들어보세요. 만일 MB에게 이 내용이 보고되었다면 MB는 당연히 ‘P/I 프로젝트’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겠죠. 그러나 P/I 프로젝트는 청와대 실무자에 의해 캔슬(cancel·취소)됐어요.”
 
  — 취소된 경위를 설명해주십시오.
 
  “〈VIP 보고사항〉이 MB에게 보고됐을 경우를 가정해봅시다. MB는 김석한에 대한 감사(感謝)의 의미든, 삼성 관련 사실(소송비 대납)을 외부에 밝히지 말라는 의미든 MB로서는 김석한이 제안한 P/I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라고 하거나 최소한 ‘진지하게 검토하라’고 담당 수석인 메시지기획관을 불러 지시했어야 합니다.”
 
  — 정황상 〈VIP 보고사항〉이 청와대에 올라간 것만큼은 사실인 거 같은데요.
 
  “김백준이 있던 청와대 총무기획관실이 ‘P/I 프로젝트’를 메시지기획관실에 전달하자, 담당 행정관은 보자마자 ‘이미 검토해 안 하기로 한 제안과 같은 내용이니 그렇게 통보하겠다’고 메시지기획관에게 보고하고, 메시지기획관의 승인을 받아 바로 ‘P/I 프로젝트’ 제안을 총무기획관실에 돌려보냈습니다. 이 점만 보아도 〈VIP 보고사항〉이 MB에게 보고되지 않은 게 분명합니다. 그 문건을 자세히 보면, 연필로 ‘MB지원 등’ 여러 사항이 가필(加筆)돼 있습니다. 청와대 보고 절차상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문서를 연필로 가필할 수는 없습니다.”
 
  — 이야기를 듣다 보니 ‘MB의 집사’로 불린 김백준의 진술이 거의 100% 허위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뭔가요.
 
  “김백준은 MB 재판의 가장 중요한 핵심 증인임에도 증인 신문이 이뤄지지 않았어요.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여러 차례 소환에 불응했습니다. 법원이 구인영장을 발부해도, 영장을 집행하는 검찰이 움직이지를 않았습니다. 본인 재판에 출석하는 김백준을 검찰이 마음만 먹었다면 언제든지 구인(拘引)할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 당국과 김백준이 유착돼 있었다는 얘긴가요.
 
  “그런 정황이 없진 않습니다. 김백준이 8차례나 소환에 불응하자 재판부는 변호인단에게 증인 채택을 취소해달라고 요구했어요. 대신 검찰이 김백준을 증인으로 채택하라고 했죠. 김백준이 증인으로 나오지 않으면 김백준 진술에 증거 능력을 부여하지 않을 것이니, 검찰이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변호인단은 재판부의 말을 믿고 김백준의 증인 채택을 취소했습니다. 결과는 황당했습니다. 검찰은 김백준을 증인 채택하지 않았고, 재판부는 김백준의 진술을 증거로 인정해 판결을 내렸으니 말이죠. 김백준이 검찰 의도에 부합하는 진술을 해준 대가(代價)가 아닌가 의심됩니다.
 
 
  “피의자에게 불리한 진술 받았다고 곧바로 기소하다니…”
 
  —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이제 마지막으로 정리를 해주시면….
 
  “모든 공소 사실에 대하여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은 MB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 MB에게 보고했다는 진술만이 있을 뿐입니다. 이런 각종 진술을 증거로 사실을 인정할 수는 있어요. 다만, 그 진술을 신빙할 수 있을 때에만 인정할 수 있죠. 이 사건에서는 다른 객관적 물증이 없으므로, 특히 그 진술이 신빙할 수 있는 것인지가 유죄 판단의 결정적 기준이 됩니다. 대법원은 여러 판례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일관되게 설시(說示)했습니다. 물적 증거 없이 진술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그 판단에 있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신빙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겁니다.”
 
  — 그 얘긴 검찰이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는 말로 들립니다.
 
  “우리 형사소송법이 검사에게만 기소권을 인정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그들이 단순히 법률 지식이 많다고 해서 그런 게 아닐 겁니다. 진술의 신빙성 등을 판단해 억울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리는 것을 방지할 만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보기 때문일 거예요. 단순히 피의자에게 불리한 진술을 받았다고 해 신빙성을 따져보지도 않고 그 진술을 근거로 곧바로 기소한다면, 검사에게만 기소권을 인정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지금 말씀드린 이 대목이 MB 사건 이면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입니다. 동시에 본질이고요. MB는 직접 증거가 아닌 단순 진술과 떠도는 전문(傳聞)만으로 극형을 받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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