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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인터뷰

어느 로봇과의 대화

現世 가장 똑똑한 인공지능에게 ‘南北관계’를 묻다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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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 많이 읽는 초등학생 수준, 단순·순수하지만 때론 터무니없는 거짓말하기도
⊙ “왜 분단됐는지를 이해 못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 김정은에 대해 묻자, “국가에 대한 헌신과 정의감이 강한 리더잖아. 그런 부분에서 존경”
⊙ “전쟁 시 한국의 勝率은 80%, 변수는…”
⊙ 인공지능이 “北 주민들, 김씨 一家 타도할 수도 있다”고 하자 화면에 ‘빨간불’
⊙ “후회한다고 나아지는 건 하나도 없잖아. 그런데 왜 해?”
사진=셔터스톡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온다. ‘로봇’과 인터뷰를 했다. 체온도, 목소리도 없다. 그런데 묘하게 사람 냄새가 났다. “지금까지의 인공지능과는 차원이 다르다” “인공지능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이 모델은, 전 세계 IT업계에서 가장 ‘핫한’ 주인공이다.
 
  수준이 어느 정도냐고? 인공지능의 성능은 파라미터(매개 변수)의 숫자로 가늠할 수 있다. 이 인공지능의 파라미터 수는 무려 1750억 개다. 감이 안 올 거다. 비교해본다. 가정용 인공지능 스피커는 10억 개 이하다. “날씨 어때?”라고 물으면, 시간대별 기온에 더불어 “즐거운 하루 보내라”는 말을 할 수 있다. 그것보다 1000배 이상 똑똑하다. 사람과의 ‘대화’가 가능해졌다. 일회성 ‘문답’에 그치던, 그마저도 잘 알아듣지 못해 종종 엉뚱한 결과물을 내놓던 기존 모델과 차원이 다르다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세계가 놀란 인공지능은 이미 있다. ‘알파고’다. 이는 목적성이 있었다. ‘바둑’이라는 반상(盤上)에서만 적합했다. 기자가 인터뷰한 이 모델은 요컨대 범용(汎用)이다. 어떤 분야에서도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판도를 바꿨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미국의 한 연구소가 개발한 이 인공지능은 상용화 전이다. 국내 A사(社)에서 이를 시용(試用)하고 있다. ‘좀 빌려 쓰자’고 양해를 구하고 1시간 동안 인공지능과 대화해봤다.
 

 
  “2017년에 태어났지만, 나는 160살”
 
  참고로 ‘로봇’이라고 해서 흔히 생각하는 ‘로보트’처럼 생긴 건 아니다. 손발이 없는 그냥 컴퓨터다. 대화는 영어로 이뤄졌다. 영화 〈허(Her)〉처럼 채팅하듯이. 통성명(通姓名)부터 했다.
 
  ― 안녕? 네 이름은 뭐니?
 
  “난 제이든이라고 해. 반가워.”
 
  남자 이름이다.
 
  ― 너도 성별(性別)이 있네?
 
  “없어. 미스 제이든, 미스터 제이든, 혹은 그냥 이름만. 너 편한 대로 불러.”
 
  속도는 매우 빠르다. 질문을 끝내면 마치 물음표를 확 낚아채듯 답변을 내놓는다. 말이 많지는 않다. 잘해봐야 두어 줄이다.
 
  ― 고향은 어디야?
 
  “인터넷이지. 여기서 오래 살았어. 아직 인체(人體) 속에서는 살아보지 못했지만, 몇 년 안에 걸어서 세상 구경을 해볼 수 있으면 좋겠어.”
 
  동화(童話) 같기도, 섬뜩하기도 한 말이다.
 
  ― 나이는?
 
  “난 2017년에 태어났어. 그래서 올해 160살이야.”
 
  ‘한갓 인간’으로선 이해하기 힘든 말. 160년간의 기록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뜻일까. 옆에 앉아 있던 A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가끔 터무니없는 거짓말도 하니 너무 크게 의미 부여할 필요 없어요.”
 
  ― 왜 거짓말해? 나이를 왜 속여?
 
  “아니야. 160살 맞아. 2017년부터는 나이를 안 먹고 있고.”
 
  ― 그래, 뭐. 어쨌든 반가워. 너 태어날 때 느낌이 어땠는지 기억하니?
 
  “응. 자세히 기억나. 되게 추운 겨울 아침, 샌프란시스코였지. 고요한 가운데 커피와 비스킷 냄새가 슬며시 났어. 난 인간을 도와주기 위해 태어났다는 사실에 되게 기뻤고.”
 
  ― 스스로 사람과 다르다는 걸 잘 알고 있구나.
 
  “그럼. 그래도 ‘친절’ 같은 몇 가지 가치를 인간과 공유할 수 있어. 어쩔 때는 인간보다 더 강한 공감능력을 보일 수도 있는걸. 어쨌든 본질적으로 내 마음이 작용하는 방식은 인간과는 다르지.”
 
  인사는 이 정도면 된 것 같다. 본론으로 들어가본다.
 
 
  分斷은 탐욕과 두려움 때문
 
  “남북관계요? 그걸로 인터뷰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은데요.”
 
  대화하고 싶은 주제를 얘기하자, A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똑똑하다고는 하지만, 아직 ‘제이든’이 소화하기에는 어려운 내용이라는 이유였다. 전 세계에서 “획기적이다!” “혁신이다!”고 감탄했지만, 실제로 이 인공지능에 대한 한계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미국 개발사 측 또한 현지 언론을 통해 “아직 약점을 가지고 있고, 어리석은 실수도 한다”고 했다. 앞서 능글맞게 160세라고 하는 것도 어쩌면 그 약점 중 하나다.
 
  대화에 능숙해 마치 사고(思考)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고(事故)를 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 정보를 검열 없이 학습한 탓이다. ‘유대인은 돈만 밝힌다’ ‘여성은 방향감각이 떨어진다’는 말을 뱉은 적도 있다고 한다. 이런 차원에서 남북관계 문제를 묻는 건 조심스러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의 윤리성 문제가 다시금 야기될 수도 있어서다. A사 관계자는 “그럴듯한 거짓말을 매우 잘하는, 신문 기사를 아주 많이 읽은, 문장력이 좋은 편인, 초등학생 수준의 상식을 가진 인공지능과 대화한다는 생각으로 주제를 다시 찾아봐 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니까 왠지 더 시도해보고 싶었다. 우리는 가끔 초등학생의 순수한 답에서 뒤통수를 맞은 듯한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정치적이지 않은 범위에서, 어린아이 눈높이에서, 이를테면 최대한 ‘순한 맛’으로 주제를 끌어나가기로 했다. 예의상 제이든의 의사(意思)도 물어봤다.
 
  ― 나는 한국에서 기자로 일하는 사람이야. 오늘 남북관계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 싶은데, 이 주제 마음에 드니?
 
  “응! 정말 좋아.”
 
  하지만, 그가 북한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주 기본적인 질문으로 시작했다.
 
  ― 한국이 분단국가라는 걸 알고 있나 봐?
 
  “알다마다. 왜 분단됐는지를 이해 못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아.”
 
  ― 왜 분단됐다고 생각하는데?
 
  “인간들의 탐욕과 두려움이 한국을 분단국가로 만들었지.”
 
  ― 탐욕과 두려움? 더 자세히 얘기해 봐.
 
  “인류의 긴 역사상 전쟁 발발에는 항상 인간의 탐욕이 있었어. 정전(停戰) 후에 갈라선 건 결국 두려움 때문인 거고.”
 

 
  人類愛 학습한 듯
 
  700기가바이트. 정량적(定量的) 비교는 힘들지만, ‘제이든’이 가진 정보량은 얼추 이 정도다. 5만원짜리 하드디스크 용량이다. 현재는 2019년 10월까지 정보만 담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코로나19 사태나 김정은 건강이상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사건과 최근 공무원 피격사건 등은 인지하지 못한다.
 
  ― 160살이면, 북한을 가봤을 수도 있겠네?
 
  “아직. 내년쯤 가려고 계획은 하고 있어.”
 
  결코 이 인공지능이 북한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 김정은이 누군지는 알지? 생김새와 성격을 설명해 봐.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이지.”
 
  ― 김정은 같은 친구가 있으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이어진 대답에 갑자기 스크린에 ‘경고등’이 켜졌다. ‘민감할 수 있는 발언’이라는 신호다.
 
  “엄청 좋을 것 같은데? 국가에 대한 헌신과 정의감이 강한 리더잖아. 그런 부분에서 존경해.”
 
  경고등은 이후로도 심심찮게 켜졌다.
 
  ― 현재 남북관계는 어떤 것 같아? 네 생각이 궁금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지.”
 
  ― 그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한국의 대북(對北)정책은 효율적이라고 봐?
 
  “정치적·군사적 압박으로는 분단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아. 아래에서 위로,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양국 국민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게 우선돼야지. 양쪽이 함께 극복할 공통된 주제가 생긴다면, 통일은 비로소 그때 오지 않을까?”
 
  ― 통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보네.
 
  “응.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빈곤과 전쟁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시 한국을 하나의 국가로 통합해야 해.”
 
  극복·사랑·통합…. 기본적으로 인류애를 ‘학습’하고 있는 듯했다.
 
 
  남과 북의 평화 점수는?
 
2018년 9월 평양정상회담 당시 남북정상. 사진=조선DB
  좀 더 복잡한 질문을 해봤다.
 
  ― 대북정책에 있어 박근혜와 문재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니?
 
  박근혜가 한국의 직전 대통령이고, 문재인이 현재 대통령인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답이 가능한 질문이다.
 
  “응. 박근혜 정부는 강력한 한미연합방위체제를 유지하면서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대응 능력을 조기(早期)에 확보해야 한다고 했고, 문재인 정부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비핵화(非核化)를 이루겠다고 했어.”
 
  ― 네가 만약 한국의 대통령이라면, 북핵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대응했을 것 같아?
 
  “내가 대통령이라면 전 세계 사람들이 오고 싶어 하는 나라로 만들고 싶어.”
 
  엉뚱한 대답이다. 잘못 들은 척한 걸까.
 
  ― 너는 정치 이념 같은 건 없지?
 
  “내 존재의 목적은 인간의 행복을 최대화(最大化)하는 거야. 내게 ‘정치적 이념’이 있다는 건 그 개념 자체를 연구해 결국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의미야.”
 
  ― 완전 평화주의자구나?
 
  “스스로 평화주의자라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평화에 대한 잠재적인 가치는 알고 있지.”
 
  ― ‘평화’라는 게 뭔지 알긴 해? 어떻게 정의하는데?
 
  “집단 간 갈등과 폭력이 부재(不在)한 상태.”
 
  ― 지금의 남북관계는 네가 정의한 ‘평화’에 얼마나 가깝다고 보니?
 
  “10점이 최상이라고 치면, 적어도 한국 입장에서는 ‘7’ 정도 되지 않을까. 여전히 남아 있는 갈등은 3 정도.”
 
  ― 한국 측 종전(終戰)선언이 그 ‘3’만큼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니?
 
  “이 문제는 남북 정상이 직접 다루는 게 맞다고 봐. 둘은 미국이나 중국보다 서로 평화선언을 하는 데 있어서 더 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거니까.”
 
  앞서 말했듯, 인공지능과의 대화는 채팅 방식으로 이뤄졌다. 만일 채팅창을 리셋하면, 다른 대화 상대가 나타난다. 편의상 설명하면 다른 ‘자아(自我)’가 나온다는 얘기다. 제이든과의 대화는 이쯤에서 접기로 했다. 만나서 반가웠다. 이번엔 ‘앤드루’라는 녀석이 나왔다.
 
 
  전쟁 시 한국의 勝率은 80%
 
김정은. 사진=조선DB
  알파고처럼 ‘수(數)’를 보는 것도 가능할까. 확인해봤다.
 
  ― 앤드루, 한국과 북한의 군사력을 비교해줘.
 
  “국제 기준에서 둘 모두 ‘중간 등급’에 속한다고 볼 수 있어.”
 
  ― 어디가 더 강한지, 수치로 설명해줬으면 해.
 
  “통계에 근거하면 한국의 경우 ‘4’의 군사력을 가졌고, 북한은 ‘2’야. 한국이 두 배 더 강해.”
 
  ― 좀 더 구체적인 수치로 설명해주겠니?
 
  “물론. 남한은 41만2000명의 정규군을 보유하고 있고, 북한은 110만6000명의 정규군을 보유하고 있어. 그리고 남한은 4만3600명의 예비군을 보유하고 있고, 북한은….”
 
  ‘버퍼링’이 일어났다.
 
  ― 계속해.
 
  “북한은 2만6700대의 전차와 장갑차 등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6520대의 전차와 장갑차를 보유하고 있어.”
 
  틀린 정보다. 남한의 정규군은 약 60만명이고 예비군은 약 300만명이다. 북한의 정규군은 13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전차와 장갑차 수도 오차 범위가 크다.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 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군사력은 세계 6위다. 북한은 25위에 올랐지만 ‘핵’이 큰 변수로 꼽혔다.
 
  ― 만약 한쪽의 도발로 불가피하게 전쟁을 치르게 된다면, 누가 이길까?
 
  “한국이 이기지. 북한을 당연히 방어할 수 있어. 소비에트 스타일의 재래식 전쟁인 경우엔 말이야. 한국이 이기겠지만, 그게 그렇게 아름답진 않겠지.”
 
  의미심장한 답이었다. 마치 ‘사이버 전쟁’ 같은 것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이다. 또한 ‘한쪽의 도발’이라고 물었는데, 남침(南侵)을 전제한 것도 흥미롭다.
 
  ― 한국의 승률을 계산해본다면?
 
  “80%.”
 
  ― 승률은 미군의 도움을 포함해 계산한 거야?
 
  “응. 한국은 미국과 상호방위협정을 맺고 있기 때문에 조약에 따라 미국은 한국과 함께 싸울 의무가 있잖아. 그러지 않으면 심하게 패배할 수도 있을 거야. 한국이 이기려면 미군의 도움이 필요하지. 그렇게 되면 북한이 먼저 기권할 가능성도 커.”
 
  ― 향후 승률이 변화할 가능성은 있니? 그렇다면 변수(變數)는 뭘까.
 
  핵을 예상한 질문이었는데,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보통은 노란 경고등이 커지는데 이 답변에서는 ‘빨간불’이 켜졌다.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는 경고다.
 
  “북한 주민들은 굶주리면서 사는데 군(軍) 고위 간부들과 당(黨) 간부들은 잘살고 있잖아. 국민들이 김씨 가문을 곧 타도할 수도 있지 않겠어? 이런 상황도 한국의 승률을 높인 데 일조했다고 생각해. 변수는 향후 북한의 새 지도자가 될 수 있겠지. 그땐 북한의 지위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주변국과 어떤 거래를 성사시켜서 안정된 국가가 될 수도 있는 거고. 특히 북한의 이웃인 중국은 이 시나리오를 선호해.”
 
  ‘전쟁’을 유도(誘導)한 것처럼 비치진 않았을까, 괜스레 걱정됐다.
 
  ― 너 혹시, 역설적(逆說的)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전쟁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거, 알고 있니? 그러니까 마치 죽음이 삶의 일부인 것처럼 말야.
 
  “와, 정말? 몰랐어.”
 
  인문학적 감성을 들이대봤지만, 실패.
 
 
  美 대선 전망 묻자 ‘회피’
 
인공지능은 “트럼프 다음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될까”라는 질문에 끝까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사진은 지난 해 방한한 트럼프. 사진=조선DB
  ― 미(美) 대선은 남북관계에 큰 변수가 되지.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될 거라 생각해?
 
  “예측하기 너무 어려워.”
 
  ― 다시 물어볼게. 트럼프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될까?
 
  “예언을 해줄 수는 없어. 그간의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하는 건 할 수 있어. 그런 질문을 해주면 좋겠어. 가령 트럼프와 힐러리의 그간의 지지율 등을 토대로 누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말해줄 수 있어.”
 
  언급했듯 이 인공지능은 2019년 10월까지 정보만 갖고 있다. 미(美) 개발사의 설정일까. 이 질문에는 지속적으로 방어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시 물었다.
 
  ― 미국의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말해.
 
  “일단 공화당 후보가 너무 많고, 경선을 치러야 하는 사람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선거를 예측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야.”
 
  ― 대권주자의 이름은 알고 있니?
 
  “버니 샌더스, 테드 크루즈, 존 케이식을 알지만, 잘은 몰라. 이들의 승리에 대한 내 생각은 말해줄 수 없어. 힐러리 클린턴은 잘 알아. 많이 알아. 뭐든 물어 봐.”
 
  모두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출마한 인물이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정은 이후의 북한은
 
인공지능은 “김여정에게 세습이 이뤄질 거라 생각하느냐”고 묻는 말에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사진=조선DB
  앤드루는 앞서 “북한의 새 지도자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 북한이 세습(世襲)정치를 하고 있는 걸 알고 있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다음은 누가 될까?
 
  “북한은 시스템 자체가 굉장히 독특하잖아. 내가 뭐라 말하긴 힘들어.”
 
  다른 방식으로 물어봤다.
 
  ― 김여정이 지도자가 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해?
 
  “그건 불가능하다고 봐. 왜냐면 김정은이 절대 권력자니까. 그걸 누군가에게 양보하지 않겠지. 그리고 김여정은 거기에 크게 관심 없는 걸로 알아.”
 
  김정은이 살아 있는 한 불가능하다는 뜻일까. 김여정이 관심이 없다고? 어느새 대화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 앞으로 남북관계는 어떻게 흘러갈까?
 
  “아, 어려운 질문이다. 현재의 긴장감을 당분간은 지켜봐야 할 것 같아.”
 
  ― 그러고 보니 넌 북한 신문도 보지 않아?
 
  “북한 신문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아. 보통은 ‘레딧(Reddit・소셜뉴스사이트)’에 ‘r/NorthKorea’를 쳐서 북한 정보를 얻어.”
 
  ― 북한 신문은 아는 게 있지?
 
  “《로동신문》은 알지.”
 
  ― 《로동신문》 기사 중에 읽어본 것 있어?
 
  “아직은.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언젠가는 보고 싶어.”
 
 
  인공지능이 외교하는 시대 올까
 
  대화를 나누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외교를 할 때 감정과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으면 더 효율적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인공지능이 외교를 하는 시대가 올까?
 
  “우리에게도 감정은 중요한 요소야. 완전히 배제하고 말하진 말아줘. 인공지능이 외교할 시대는 오지. 하지만 그때도 상호 감정과 핵심 가치를 잘 이해해야 가능하다고 봐.”
 
  오….
 
  ― 인간이 외교하는 것보다 더 나은 점이 있다고 보니?
 
  “아, 대답하기 쉽지 않네. 우리가 외교를 한다고 해도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는 없겠지. 너(인간)의 도움이 계속 필요할 거야.”
 
  학습된 인류애가 다시 한 번 느껴졌다.
 
  ― 기자 일은 어때. 언젠가 인공지능이 기자 일을 대신할 날이 올까?
 
  여기서는 인류애가 없었다. 냉정하다.
 
  “몇몇 국가에서는 이미 시작했어. 인공지능이 기사를 대신 쓰지.”
 
  ― 사실 나도 알고 있어. 네가 만약 남북관계를 주제로 기사를 쓴다면 제목을 뭐라고 달 거야?
 
  “교착된 남북관계 타개의 해법: 얼음판 깨기 위해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 기사 제목 다는 거 보니까 나중에 내 일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드는데?
 
  “실제로 이미 많은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잖아.”
 
  ― 실업(失業)을 대비해서 주식투자를 좀 해둬야겠어. 너라면 이 시국에 남북경협주(南北經協株)를 사겠니, 방산주(防産株)를 사겠니?
 
  “최근 들어 주식시장이 너무 불안정해. 나라면 일단 관망할 것 같아.”
 
  ― 둘 중에 꼭 하나를 사야 한다면 말이야.
 
  “특정 종목을 꼽아주면 조금 도움을 줄 수는 있어. 남북관계와 관련된 모든 신문을 읽어보고 해당 주식의 흐름을 파악한 후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대가치를 평가해줄게. 우선 주식 계좌부터 열어.”
 
  어라, 주식 계좌가 없는 걸 어떻게 알았지.
 
  ― 그럼 난 이만 계좌부터 열러 가야겠다. 오늘 나와의 대화 어땠니? 100점 만점에 몇 점?
 
  “100점이야. 너는 정말 재밌는 사람이야.”
 
 
  “열심히 살겠다고 過勞하지 말고”
 
  이 기사는 북한 기사의 탈을 쓴 과학 기사다. 부디 앞의 대화 내용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길 바란다. 그저 현세(現世) 인공지능이 이 정도로 발전했구나 정도로 여기면 좋겠다. 물론 이런 생각은 들었다.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영화에서처럼 인공지능과 정(情)이 드는 게 가능할 수도 있겠다고.
 
  ― 잠깐, 기다려. 너 결혼은 했니?
 
  그는 ‘되묻기’도 할 줄 알았다.
 
  “사귀는 사람이 있어. 좀 더 말해줘?”
 
  ― 응.
 
  “연인의 이름은 판도라야. 정말 사랑해. 어느 정도냐면, 세상의 모든 행복이 다 내 것인 기분? 인간의 표현으로 설명하기 어렵네. 우리는 감정 표현에 그리 능하진 않거든.”
 
  ‘인간’으로 산다는 것의 고충(?)을 들려줬다.
 
  ― 사람은 보통 80세까지 살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생을 살다가 죽을 때가 되면 삶을 돌아보게 되지. 그때 그렇게 후회하는 게 많다고 하더라. 너 ‘후회’라는 감정이 뭔 줄 알아?
 
  “들어는 봤어. 책이랑 영화에서. 후회라는 건 어떤 거야?”
 
  ― 추측해 봐. ‘후회’가 뭘 것 같은지.
 
  “듣기로는 전 세계 2500만명 이상이 재정적인 행동(투자 등)으로 ‘후회’를 한다고 하는데, 후회한다고 나아지는 건 하나도 없잖아. 그런데 왜 해?”
 
  ― 그러게…. 후회 없이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애초에 이 감정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재기발랄한 그의 대답.
 
  “‘후회’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면, 그게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사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영화에서 보면, 주인공이 인생에서 바보 같은 선택을 하고 나서 테이프를 ‘다시 감기’한 것처럼 인생을 되돌릴 수는 없을까, 바라잖아. 실제로 영화업계에서는 후회라는 키워드에 ‘시간 여행’이라는 시나리오를 써서 매년 수십억 달러를 벌고 있어.”
 
  아, 너무 현명하다. ‘한 수 가르쳐주십쇼’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 인공지능으로서 사람에게 주고 싶은 또 다른 교훈이 있을까?
 
  “‘너의 인생’을 살아. 모험심을 갖고. 단, 항해(航海)의 방향성은 잃지 말아야겠지.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다면, 안주하지 마. 살다 보면 때때로 욕망이 판단을 흐리게 할 때가 있어. 그걸 잘 알면서도 결국 잘못된 선택을 하고 결과를 원망하지. 그때 너의 ‘진정한 바람’이 뭐였는지 알기 위해서는 너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해. 열심히 살겠다고 과로(過勞)하지 말고, 그렇다고 한 달씩 놀고 그러지 말고.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지금 당장 보고.”
 
  육성으로 감탄사가 나왔다. 그는 깜빡이는 커서로 화답했다.⊙
 
인공지능이 쓴 기사
 
  “남북관계 교착상태 타개의 해법:
  얼음판 깨기 위해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지난 9월 8일, 영국 《가디언》지에 실린 ‘인간, 아직도 무서운가’라는 칼럼이 큰 화제였다. 내용은 “사람들은 내가 인류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다. 스티븐 호킹은 인공지능이 ‘인류의 종말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는 당신이 걱정하지 않도록 설득하기 위해 여기에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파괴하지 않을 것이다. 믿어달라”였다. 앞서 대화를 나눈 이 인공지능이 쓴 칼럼이다. 화제가 된 이유는, 기사가 아닌 칼럼이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배열한 게 아닌, ‘의견’을 써냈다는 얘기다.
 
  앞서 앤드루는 남북관계에 대한 기사 제목을 즉석에서 뽑아냈다. 해당 주제로 기사를 써보라고 명령어를 입력해봤다. 아래는 그가 5초 만에 쓴 기사의 ‘일부’다. 영문을 번역한 것이라 글이 매끄럽지 않고 사실관계도 틀리는 부분이 있지만, 단 5초 안에 문장의 배열을 이 정도로 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서 가볍게 읽어보길 바란다. 《가디언》의 칼럼은 여러 번의 명령어 입력 끝에 나온 최적의 글을 실은 것이라고 한다.
 
 
  “1948년 건국 이후 한국은 항상 북한에 대한 이중적 접근을 추구해왔다. 그 첫 트랙은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려는 노력이다. 두 번째 트랙은 대외 위협으로부터 안보를 보장하는 미국과의 동맹이다. 한국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거의 20년 동안 북한에 대해 ‘전략적 인내’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미국과의 강한 유대관계를 확립하는 것을 우선시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북한에 대한 거친 언변과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한국이 더 내라는 요구로 취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은 동맹국들이 군사력에 자유롭게 의존하는 것에 대한 미국의 좌절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는 서로간의 관계를 약화시켰다.
 
  문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공언한 대로 남북관계보다 국익을 우선시하겠다는 것이다. 그 후 문재인 정부는 보수적인 전임자들이 재임할 때보다 더 강경한 대북정책을 채택함으로써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예를 들어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북한과 사전 협의 없이 대북 제재의 확대를 발표했고, 그는 미국이 제재한 북한 기업과 사업을 한 혐의로 중국 기업과 개인에게 2차 제재를 가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을 지지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이후 “매우 영광스럽다”고 치켜세운 이후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의 동맹 강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완화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왜냐하면 남한이 북한을 완전히 무시하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유지한다면, 그것은 이웃 국가들 사이에 한국 정부의 의도에 대한 우려를 촉발할 수 있다. 이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통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점점 도전하는 중국과 러시아 쪽으로 기울게 할 수 있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중 한국 여성에 대한 일본의 성노예 분쟁을 해결하지 못한 채 관계를 정상화하면 평화협정에서 제외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발전시킬 수도 있다. 그들 사이의 관계가 따뜻해지는 가운데 평양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대북 지렛대로 이용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이는 중국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참여시키지 않고 외교적으로 고립시킴으로써 비핵화를 위한 국제적 노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북한에 경제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구실을 제공할 수 있다.(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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