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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코로나19에 걸려보니

완치 한 달 지났는데도 후각·미각 완전히 돌아오지 않아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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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2월 중순 함께 식사한 취재원으로부터 전파 … 선별검사소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
⊙ 식초병에 코 박아도 아무 냄새 못 느껴
⊙ 글자도 드라마도 눈에 안 들어오고, 근육통·두통에 시달려
2월 2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자가진단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호두과자였다. 집 근처 작은 호두과자 가게, 부부가 직접 구워 파는데 꽤 맛있어서 자주 가곤 했다. 하필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전날에도 들렸더랬다. ‘동선 조사에 걸려 호두과자 가게가 영업 정지를 당하면 어떡하지’… 내외가 손을 마주 잡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떠올랐댔다. ‘가끔 5000원어치만 사가면서 이런 피해를 주다니…’ 그들의 원망이 벌써부터 들리는 것 같았다.
 
  아직 증상이 뚜렷한 건 아니었다. 함께 식사를 한 취재원이 코로나19 증상이 왔다고 했다. 발열과 근육통, 콧물 등 전형적인 코로나19 증상이었다. 긴장하며 몸 상태를 스스로 지켜봤다. 그러고 보니 느낌이 좀 쎄했다. 두통이 약간씩 느껴지는 게 아무래도 이상했다. 기자는 평소 두통을 거의 겪지 않았다. 일단 외부 접촉을 줄였다. 연말 송년회는 모두 취소했다. 회사 출근도 중지했다. 그때가 2021년 12월 중순이었다.
 
 
  서울맵으로 검사소 혼잡도 확인
 
1월 4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캠핑장에 코로나19 확진자들의 생활치료센터로 사용할 캠핑용 카라반이 세워져 있다. 사진=조선DB
  검사를 받으러 서울시의 선별진료소를 떠돌았다. 몇 군데는 이미 문 열자마자 접수가 끝났다고 했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러다간 검사도 못 받고 움직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가 될 것 같았다. ‘스마트 서울맵’ 홈페이지에 접속해 선별진료소 혼잡도를 실시간으로 체크했다. 스마트 서울맵은 시내 선별진료소 80여 곳의 현재 혼잡도를 알려준다. 대기 시간 30분 이내는 ‘보통’, 60분 내외는 ‘붐빔’, 90분 이상은 ‘혼잡’으로 표시된다. 접수가 마감된 선별진료소와 운영 예정 진료소의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혼잡도가 보통으로 떨어진 진료소를 찾아 검사를 받았다.
 
  이때만 해도 누구나 진료소에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이후 바뀌었다. 2월 중순 기준 60세 이상이나 보건소에서 통보받은 밀접접촉자만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나머지는 신속항원검사나 자가진단키트 검사 중 선택해야 한다. 그런 다음 양성이 나오면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신속항원검사는 선별진료소와 정부가 지정한 호흡기 전담 클리닉에서 받을 수 있다. 선별진료소에서는 무료이고 의료기관에선 진찰비 5000원을 내야 한다.
 
  검사를 받고 집에 오니 열이 나는 듯했다. 아직 미열 정도였다. 다음 날 아침 검사 결과를 받았다. ‘음성’. 코로나19 증상이 분명했던 취재원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증상이 있기 직전에 함께 식사를 했으므로 기자도 일단 밀접접촉자로 분류됐다. 2차까지 백신을 맞았으므로 엄격하게 격리를 할 필요는 없었다. 혹시 모르니 약속을 모두 취소하고 집에만 머물렀다. 무엇보다 연세가 많은 취재원들에게 전파시킬까 봐 두려웠다.
 
 
  음성 판정 받았지만
 
  음성 판정이 무색하게, 증상이 점점 심해졌다. 두통이 심해졌고, 근육통이 찾아왔다. 열도 심해졌다. 낮에는 좀 괜찮은 것 같다가, 밤이 되면 심해졌다. 급기야 밤새 잠을 잘 수 없는 지경이었다. 다행히 집에 진통제와 종합감기약이 있었다. 몸살인 걸까? 그때까지도 코로나19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다음 날, 그러니까 음성 판정을 받고 이틀 뒤부터 인후통이 시작됐다. 콧물이 무지막지하게 나왔다. 그러더니 후각이 없어졌다. 식초를 병째로 들고 코를 박아도 거짓말처럼 거의 아무 냄새도 안 느껴졌다. 왜 하필 후각일까.
 
  하버드 의대 연구팀이 조사한 걸 보면 이유는 이렇다. 사람은 코 깊은 곳 점막에 있는 후각상피 세포로 냄새를 감지한다. 후각상피 세포에는 1000개 이상의 후각 수용체가 있다. 이 후각 수용체가 공기 중 냄새 분자를 감지해 전기 신호로 바꿔 뇌에 정보를 전달한다. 식초병에 코를 들이대면, 후각상피에 있는 수용체가 ‘아 이것은 무척 신 냄새다’라고 감지해 뇌에 정보를 전달한단 뜻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입할 때 ‘ACE-2’라는 수용체를 이용하는데, 이 수용체가 하필 후각상피 세포에 많다고 한다. 그러니 후각상피 세포에 바이러스가 침투하고, 염증이 생겨 후각이 상실될 수 있는 거다. 명지병원 이비인후과 송창은 교수 얘길 들어보면 이렇다. “중추신경인 뇌신경은 대체로 몸 안에 있는데, 유일하게 후각 신경만 노출돼 있다. 그래서 바이러스에 크게 손상될 확률이 높다.”
 
  후각이 상실되니 미각은 자동으로 없어졌다. 모든 맛을 다 못 느끼는 건 아니었다. 단맛의 경우는 약간 남아 있었다. 뭘 먹어도 맛이 없는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 됐다. 그나마 당도가 높은 포도는 먹을 수 있었다. 며칠 동안 끼니 대신 포도를 먹으며 연명했다. 친구에게 괴로운 심경을 토로하자, ‘비싼 과일만 먹으려는 선택적 미각 상실’ 아니냐며 지적했다.
 
 
  사실상 자율격리로
 
  아픈 이를 놀려댄 인과응보일까? 이 친구, 인천에 사는 A씨도 얼마 뒤 코로나19에 걸리고 말았다. 정확히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런 경우가 문제다. 함께 사는 가족 중 일부만 확진될 경우다. 미성년자라도 중고생이라면 생활치료센터(증상이 심할 경우 병원)에 들어가면 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혼자 보내기도 어려우니 말이다.
 
  오미크론 유행과 함께 확진자가 급증하자 정부는 2월 7일 새로운 재택치료 시스템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동거 가족은 이제 7일만 격리된다. 원래는 확진자가 격리 해제된 뒤에도 7일 더 격리 상태에 있었다. 가족이 공동 격리되던 중 확진돼도 나머지 다른 가족의 추가 격리는 없다. 예전엔 가족들이 격리 중 릴레이로 확진되어 1달 넘게 온 가족이 격리 상태로 있는 경우도 있었다. 7일 후엔 별 통보 없이 자동 격리 해제다. 확진자가 아닌 공동 격리자는 필요할 경우 외출을 할 수 있다. 의약품을 대리 수령하러 가거나, 생필품을 구입할 때 등이다.
 
  A씨는 아이와 자택에 머무르며 자택 치료를 하기로 했다. 아이의 아빠는 PCR 검사 음성 확인 후 외부에서 따로 생활했다. 네이버 카페 ‘코로나라’에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의 경험담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확진자와 한집에 살면서도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경우도 드물게 올라온다. ‘집안 동선을 따라 비닐 통로를 만들어 분리하고, 모든 식기를 소독하며 썼더니 나머지 식구들은 감염되지 않았다’는 경험담도 있다.
 
  A씨도 처음엔 비닐로 차폐막을 만들겠다 의욕을 보였으나, 초등학교 저학년 남자아이의 동선을 고작 비닐로 통제하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 시도인지 확인하는 데 그쳤다. 결국 3일 후 자가검사키트로 양성을 확인한 후 보건소에서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자가검사키트는 보건소와 선별진료소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약국과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자가검사키트의 정확도에 대해서는 여러 얘기가 있다. ‘자가검사키트에서 음성이 나와도 최종 양성인 경우가 잦으므로 믿을 수 없다. 양성이라고 나올 경우엔 대개 양성이 맞다’는 것이 통설이다. 최근엔 위양성, 즉 양성이 아닌데도 양성이라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음성이라고 방심하진 말고, 양성이 나오면 보건소나 선별진료소에서 PCR 검사를 받으면 된다.
 
 
  해열제·종합감기약 먹어대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인후통에 시달리다 보니 목소리도 이상해졌다. 문 앞 배송으로 급히 주문한 체온계로 체온을 쟀더니 종일 39도가량에 머물렀다. 약기운이 떨어질까 봐 해열제와 종합감기약을 하루에 몇 번이고 2알씩 먹어대기 시작했다.
 
  그 전엔 코로나19 때문에 자가격리 중이라는 말을 들으면 막연히 약간은 낭만적인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읽고 싶었던 책을 실컷 읽을 수 있겠군’ ‘보고 싶었던 드라마를 정주행할 수 있는 기회다’… 순진한 생각이었다.
 
  글자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영화나 드라마도 마찬가지였다. 미각을 잃은 이의 식사처럼, 뭘 봐도 별 재미가 없다고 할까. 무엇보다 밤이 되면 찾아오는 두통과 근육통이 문제였다. 평소 몸살에 걸려도 두통은 없었는데 참 이상하다 싶었다.
 
  밀접접촉자인데, 음성이 나왔을 경우 5일 후에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5일까지 기다릴 것도 없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선별진료소를 찾아 다시 검사를 받았다. 혹시 몰라 마스크 2개를 겹쳐 썼다. 콧속에 다시 면봉이 들어오는 순간까지도 ‘감기 몸살이 아닐까’ 속으로 자신 없이 반문했다. 결국 첫 증상이 나타나고 5일 후인 12월 21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아니었다. 오미크론은 2022년 1월부터 유행했다.
 
  기자와 같은 날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모두 5202명. 역학 조사는 이때부터 이미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와 재택치료를 받겠냐고 묻는 구청 직원의 목소리는 무척 지친 듯했다. 노년층이 아니면 되도록 재택치료를 권하는 듯했다.
 
  2월 중순 기준 하루 확진자는 4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동선 조사가 사실상 힘들다고 봐야 한다. 역학 조사도 이제는 의미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기자에게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 취재원 B씨는 다른 국민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으려 지난 2년간 상당히 노력해왔다. 마스크 착용은 물론이고,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공중시설엔 거의 가지 않았다. 영양제를 꼬박 챙겨 먹었고, 근력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이후엔 경조사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엔 출입을 삼갔다. 그런데도 코로나19를 피할 수 없었다.
 
  이튿날 재택치료 의료키트가 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해열제와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 세척용 소독제, 손소독제, 검정비닐봉투, 종합감기약이 들어 있었다. 오전 오후, 정해진 시각에 산소포화도와 체온을 재 자택치료용 스마트폰 앱에 입력했다.
 
  무엇보다 반가웠던 건 간호사들이었다. 하루에 두 번 집 부근 지정병원의 간호사들이 전화를 걸어와 상태를 확인했다. 건조한 목소리로 답하는데도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열이 심했던 어떤 날은 무척 반갑기까지 했다. 답하는 기자의 목소리는 마음 같지 않았다. 그리 싹싹한 성격은 아니지만, 아무나에게 퉁명스러운 사람도 아닌데 몸이 아프다 보니 신경질적으로 되는 듯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코로나19’라는 진단명이 주는 긴장감도 컸다. 이런 사람이 한둘이 아닐 텐데 의료진의 노동강도가 무척 크겠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들었다.
 
 
  집중관리군 위주 의료 대응
 
1월 19일 경기도 성남시의료원 재택치료상황실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를 비대면 진료하고 있다. 사진=조선DB
  2월 7일 발표된 새로운 재택치료 시스템을 보면, 이제 확진자들은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으로 이원 관리된다. 집중관리군은 60세 이상, 그리고 50세 이상 고위험·기저질환자 등이다. 기저질환은 당뇨, 심혈관질환(고혈압 포함), 만성신장질환, 만성폐질환(천식 포함), 암, 과체중 등이다. 일반관리군은 무증상·경증자이다.
 
  해열제, 산소포화도 측정기, 체온계, 세척용 소독제로 구성된 재택치료 키트는 이제 집중관리군에게만 지급된다. 의료진이 상태를 확인하는 유선 모니터링도 집중관리군 환자만 받는다. 일반관리군은 스스로 상태를 확인하다, 증상이 악화되면 동네 병의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약 처방도 받을 수 있다. 모두 무료다. GPS 기반 위치 추적 자가격리 앱도 폐지됐다. 자가격리 이탈을 단속이 아닌 국민들의 자율성과 도덕심에 맡긴단 얘기다.
 
  코로나19 때문만이 아니라도, 평소에 집에 기본적인 상비약을 갖춰놓는 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아이나 노년층이 있는 가정의 경우 체온계와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보유하면 편리하다. 혈중 산소포화도는 혈액 속 산소의 농도를 뜻한다. 이상적인 수치는 95%에서 100%다. 통상 90% 미만이면 저산소증을 의심한다. 호흡기 감염이나 폐렴 등을 검토할 수 있다. 만일 코로나19 환자가 산소포화도가 낮은 상태가 지속되면 즉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확진 판정을 받고 4일, 증상이 시작되고 일주일이 지나자 조금씩 증상이 완화되는 듯했다. 밤에 잠을 자기 힘든 건 여전했다. 다른 환자들도 그런지,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모여 있는 오픈 채팅방은 밤에도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의외로 해외 동포나 유학생들을 확진자 채팅방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미국과 캐나다에 거주하는 이들이었다. 이들 정부는 한국처럼 재택치료 방침이라든가 방역지침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아 이들은 한국 상황에 귀를 기울이는 듯했다. 이들로부터 뉴욕과 밴쿠버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
 
 
  코로나19 환자 대하는 법
 
  별로 좋을 것 없는 컨디션 외에 불편한 점은 또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어디서 왜 걸렸냐, 증상은 어떠냐, 정부에서 뭐 주냐’ 같은 말을 하고 또 하고 나중엔 상당히 괴로웠다. 경과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문안으로 만들어 단체 회람이라도 해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 ‘죽는 거 아니냐, 다 나아도 폐가 굳는 거 아니냐’며 아주 부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마저 있었다. 경험해보니 코로나19 환자에겐 그저 ‘몸조리 잘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는 말이 가장 적절한 듯하다. 당도가 높은 포도를 문 앞 배송으로 보내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시간이 흐르고 별다른 추가 검사 없이 자가격리에서 해제됐다. 격리는 끝났지만 코로나19는 끝나지 않았다. 정신적인 부분과 신체적인 부분으로 나뉜다. 약간의 대인기피증이 일시적으로 생겼다. 내가 누군가에게 옮길 수 있다는 긴장감과 또다시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본능적으로 발동했다. 국회의 모 보좌관이 코로나19에 3번 걸렸다는 말을 전해 들은 날엔 왠지 잠이 오지 않았다. 한편으론 코로나19에 다시 걸려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기자는 초기에 음성 판정을 받은 덕에 가장 위중한 시기를 체온계와 종합감기약, 타이레놀을 들고 혼자 견디지 않았는가.
 
  신체적으로는 후각, 미각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완치 후 한 달 후인 지금도 완전히 돌아오진 않은 듯하다. 어떤 맛은 어느 정도 느껴지는데 어떤 맛은 잘 안 느껴지는 식이다. 기침이 쉽게 낫지 않았다. 괜찮다가도 찬바람을 쐬면 오랜 시간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
 
 
  ‘롱 코비드’
 
  코로나19에 걸렸다 완치된 이후에 후유증을 앓는 것을 두고 ‘롱 코비드(Long Covid, 장기 코로나 감염 후유증)’라 한다. 피로감, 기억력이나 사고력 저하, 미각이나 후각 상실, 호흡 곤란, 불면증, 우울증, 불안감 등이 주된 증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감염 후 ‘설명할 수 없는 적어도 하나의 증상’의 후유증이 3개월 이내 발생해 최소 2개월간 지속되는 상태를 ‘롱 코비드’로 정의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월 31일 자로 미국인 수백만 명이 롱 코비드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완치자 3명 중 1명은 롱 코비드를 앓는다고 하니 국내에도 그 숫자가 많을 걸로 추정된다.
 
  롱 코비드의 원인은 아직 분명치 않다.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다 재활성화한다는 분석도 있고, 코로나19를 앓은 뒤 생겨난 자가면역반응 때문에 겪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B씨에게도 코로나19는 오랫동안 계속됐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듯하다. B씨는 격리 해제 후 한 달 이상 좌골신경통에 시달렸다. ‘코로나19 확진 후 시작된 통증’이라고 하자 동네 병원에선 진료를 거부했다고 한다. 통증은 격리 해제 후 40여 일이 지나자 차츰 완화됐다고 한다. 통증이 가시는 듯하자, 브레인 포그(Brain fog)가 찾아왔다. 브레인 포그는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지속되어 사고력과 집중력, 기억력이 저하되고 피로감과 우울감을 느끼는 현상을 뜻한다.
 
  인천에 사는 A씨도 브레인 포그를 한동안 경험했다. 멍한 느낌이 자주 든다고 했다. A씨의 초등생 아들은 또 다른 후유증에 부딪혔다. 바로 학교에서의 괴롭힘이었다. 다른 학생에게 ‘너 코로나19 걸렸다며, 너랑 놀면 안 되겠다’는 말을 들었단다.
 
  사실 이 정도는 사소한(?) 축에 속한다. 확진자 카페에는 별별 사연이 다 올라온다. 지방 소도시에 살면서 작은 공부방을 운영하다 코로나19에 걸렸는데, ‘코로나19를 동네에 퍼뜨린 사람’이란 비난 때문에 공부방을 정리하고 아예 이사를 갈 예정이라는 사연도 있었다.
 
 
  집단 따돌림
 
  아들이 이런 일을 몇 차례 겪자 결국 A씨는 학교에 항의했다. 학교는 전체 학생에게 다른 학생을 놀리는 행위를 자제하라고 공지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며, 코로나19가 계절성 독감 정도로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오미크론 변이가 전염성은 강하지만 치명률이 낮아서다. 치명률은 전체 환자 중 사망자의 비율을 뜻한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가 1월 말 기준으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오미크론의 위중증률은 0.42%, 치명률은 0.15%다.
 
  전체 코로나19 환자의 치명률은 2020년 12월 2.7%에서 2월 8일 기준 0.66%로 하락했다. 사스(9.6%), 메르스(20.5%)보다 현저히 낮다. 독감의 치명률은 0.04~0.08%다. 오미크론이 뜻밖의 ‘위드 코로나’를 가져올지 모른다고 보는 이유다.
 
  코로나19가 주춤하고 위드 코로나가 시작돼도 전 세계는 한동안 롱 코비드에 시달릴 터다. ‘K방역’이라지만 한국 사회에도 여러 사건이 있었다. 코로나19에 걸린 후, 때론 백신을 맞고 나서 고통받다 세상을 떠난 이들이 있다.
 
  코로나19 초기, 확진자의 개인 정보가 지나칠 정도로 많이, 그것도 전 국민에게 공개된 일이 잦았다. 뒤따라오는 뉴스들의 행렬 때문에 대중은 이내 잊었을지 몰라도, 당사자들의 삶엔 참혹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제는 잊혔지만, 우리는 2021년을 대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이의 자살 소식과 함께 우울하게 시작했다.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특히 자영업자들이 받는 타격은 그 여파가 클 터다.
 
  격리 해제 후 호두과자 가게를 다시 찾았다. 여전히 부부가 나란히 서서 과자를 굽고 있었다. 호두나무의 꽃말은 ‘지성(知性)’이다. 코로나19 시대에서 인류가 길러낼 것이 있다면 지성, 성찰(省察) 같은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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