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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탐구

與 대권주자도 얼굴 내민 메디치미디어·메디치포럼의 힘

콘텐츠계의 ‘메디치家’ 넘어 ‘진보 르네상스’ 꿈꾸나?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chosh76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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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디치미디어’에서 책 저술한 ‘실세’ 김경수, 김현미, 양정철
⊙ ‘盧 청와대’ 출신 강원국씨가 쓴 《대통령의 글쓰기》가 베스트셀러
⊙ ‘文 청와대’ 출신이자 박성제 MBC 사장의 아내 정혜승씨도 인연
⊙ ‘메디치포럼’ 연사로 나선 김경수 경남지사와 故 박원순 서울시장
⊙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의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도 연사
⊙ ‘피렌체의 식탁’이란 새로우면서도 감각적 형태의 미디어 운용
  여기 한 출판사가 있다. 모든 출판사가 그러하듯이 이 출판사 역시 ‘글’을 통해 저자의 의도를 세상에 알려왔다. 어느 날 출판사는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대중강연’을 통해 독자를 직접 찾아가고, 불러 모으기로 한 것이다. 전달 수단을 바꿔 외연 확대에 나선 셈이다.
 
  그러자 명망 있는 이들이 강연자로 나섰다. 여권(與圈)의 대권주자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전문가들이 이슈와 담론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책을 출간해온 저자들 역시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채워져 있다.
 
  위 이야기는 출판사 ‘메디치미디어’(대표 김현종)의 변천사를 요약한 것이다. 메디치미디어는 15~16세기 피렌체 공화국의 시민 가문 ‘메디치 가문(家門)’에서 유래했다. 메디치미디어 홈페이지에 기재돼 있는 소개글에서 옮겨본다.
 
  〈메디치(Medici) 가문은 중세 말 근대 초기에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의 리더이자 후원자였습니다. 지구상에 여러 명문가가 있었지만 메디치 가문은 이름을 오래 남기고 있습니다. 그들은 금융업으로 기반을 다져서 피렌체의 시정(市政)을 담당했고, 문화와 예술을 후원했습니다. 르네상스, 문예(文藝) 부흥에는 메디치 가문의 기여가 컸습니다. 단테, 페트라르카,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등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들이 도움을 받았습니다.〉
 
  홈페이지 ‘발자취’에서는 메디치미디어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발자취’에 따르면, 메디치미디어는 2008년 한 소형 오피스텔에서 김현종 대표와 관리 담당자로 구성된 2인 출판사로 시작했다고 한다. “콘텐츠계의 메디치가(家)라는 큰 꿈을 꾸다”라고 쓰여 있다. 사명(社名)에 왜 ‘메디치’를 붙였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김경수, 김현미, 양정철 등이 著者
 
  출판계에 첫발을 내디딘 지 12년이 지난 지금 메디치미디어는 그 꿈을 차근차근 이뤄가고 있다. 출판·강연·미디어라는 ‘삼각편대’를 꾸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우선 출판 분야를 살펴보자. 메디치미디어 저자(著者) 중에는 현 여권 핵심 인사들이 다수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사람이 있었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당신은 아직 지지 않았다》), 양정철 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세상을 바꾸는 언어》) 등이 대표적이다.
 
  ‘리틀 노무현’ 김두관 민주당 의원(《아래에서부터》),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을 지낸 민형배 민주당 의원(《자치가 진보다》), 광명시장을 지낸 양기대 민주당 의원(《기대하시라, 광명》), 미래에셋대우 사장 출신인 홍성국 민주당 의원(《수축사회》) 등 현역 여당 의원도 저자 명단에 올라 있다.
 
  MBC 앵커 출신인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국정원을 말한다》), 민병두 전 민주당 의원(《새로운 진보정치》) 등 전직 여당 의원도 눈에 띈다.
 
  소수지만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도 있다. 지난 총선 때 보수 대통합을 주도한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메디치미디어에서 2014년 《한국 사회,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란 책을 냈다. 윤여준 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윤여준의 진심》),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름값 정치》)도 있다.
 
 
  《대통령의 글쓰기》 누적 부수 15만 부
 
메디치미디어가 발간한 책 중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대통령의 글쓰기》. 사진=메디치미디어 페이스북
  메디치미디어가 발간한 책 중 가장 주목을 받은 건 《대통령의 글쓰기》이다. 김대중·노무현 청와대에서 국정홍보비서관실 행정관과 연설비서관을 지낸 강원국씨가 쓴 책인데, 2014년 2월 초판이 발행됐다. 당시에도 이 책은 화제를 낳았는데, 주로 글쓰기를 전업(專業)으로 삼는 기자와 작가들의 필독서로 여겨졌다.
 
  2년여 후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비선 실세’ 최순실(본명 최서원)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문 등에 손을 댔다고 알려지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었다.
 
  그와 맞물려 이 책이 재조명을 받았다. 한 보도에 의하면, 《대통령의 글쓰기》는 jtbc가 최순실씨의 ‘대통령 연설문 수정’을 첫 보도한 직후, 말 그대로 날개가 돋친 듯 팔려나갔다. 교보문고는 관련 보도가 나간 2016년 10월 24일 이후 열흘간 판매한 부수를 그 이전 열흘 동안 팔린 부수와 비교한 결과, 무려 76.6배나 폭증했다고 밝혔다.
 
  ‘비선 실세에게 연설문을 의존한 박근혜’ 대(對) ‘연설문 작성에 고심했던 김대중·노무현’이라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대통령의 글쓰기》의 부제(副題)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사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비법’이었다.
 
  메디치미디어는 2017년 5월, 이 책을 재출간했다. 그럼에도 꾸준히 판매돼 베스트셀러에 이어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랐다. 2018년 7월 기준 총 135쇄를 인쇄했고, 누적 판매 15만 부를 돌파한 것이다. 저자 강원국씨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뿐 아니라 대기업 회장들의 연설문 작성을 전담하다시피 하던 이다. 현재도 방송과 강연에 모습을 드러내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과거엔 창비, 지금은 메디치미디어”
 
  한 출판계 관계자는 메디치미디어에 대해 “정치적인 측면을 떠나 메디치미디어는 우리 시대의 이슈와 담론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한 출판사”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엔 창작과비평(창비) 출판사가 진보 담론의 산실(産室) 역할을 했지만, 요즘엔 메디치미디어가 그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다소간의 과장이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업계에서는 메디치포럼 등 대중 강연에까지 보폭(步幅)을 넓히는 메디치미디어를 보면서 ‘여시재’를 떠올리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재단법인 여시재(與時齋)는 일명 ‘국가미래전략을 위한 싱크탱크’로 불린다. 여시재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미래 변화를 위한 정책개발,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 2015년 12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출연해 설립된 공익법인이다.
 
  여시재 역시 각종 출판물을 발간하고, 시류(時流)에 걸맞은 세미나와 강연 등을 활발히 개최한다는 점에서 메디치미디어와 비슷하다.
 
  여시재의 특징은 화려한 이사진이다. 이사장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다. 그 외에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전 《중앙일보》·jtbc 회장), 김도연 울산공업학원 이사장(전 포스텍 총장), 안대희 변호사(전 대법관), 염재호 SK㈜ 이사회 의장(전 고려대 총장) 등이 이사로 등재돼 있다.
 
  메디치미디어의 외형(外形)은 여시재의 그것보다는 훨씬 소박하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 깊숙이 몸담고 있는 이들과 출판물을 매개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은 여시재에 못지않다.
 
 
 
김경수 지사의 ‘메가시티(mega city) 전략’

 
  메디치미디어는 지난해부터 ‘메디치포럼’이란 강연회를 열고 있다. 2019년 12월 12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제1회 메디치포럼이 ‘힘의 역전’이란 주제로 열렸다. 이 자리에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연사로 나왔다. 김경수 지사의 강연 주제는 ‘수도권 블랙홀에 맞서는 지방 집중화 전략: 메가시티(mega city) 전략’이었다.
 
  김 지사는 그간 동남권을 거대한 하나의 도시로 만들자는 개념으로 이른바 ‘동남권 메가시티 플랫폼’을 내세우며 ‘균형발전론’을 강조해왔다.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김경수 지사가 내놓은 구상이기 때문인지, 이날 강연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강연을 책으로 엮어 메디치미디어가 펴낸 동명(同名)의 책 《힘의 역전》에 기록된 김경수 지사가 한 말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참고로 아래 내용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부분이다.
 
  “앞으로는 지방자치의 형태와 역할이 많이 달라져야 할 겁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 중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자치, 지방 분권’이 있어요. 이제는 현실에서 하나씩 구현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지방정부를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로 격하해놓은 법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하죠. 예산과 권한을 지방정부가 쥐고 각 시・도, 시・군・구의 조직개편은 물론 정원 관리조차 행정안전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현실은 ‘지방자치제’라고 하기에 민망한 수준입니다. …지역을 자꾸 특성화하려고만 하는 중앙정부의 관점도 바뀌어야 합니다. 특성화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것만 하고 나머지는 포기하라’는 뜻이 될 수도 있어요. 하나의 국가 안에서도 여러 가지 기능이 있지 않습니까. 지역도 제대로 된 지방정부가 되려면 최소한 권역별로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규모를 키워 작은 국가로서 기능을 내부에 총체적으로 갖출 수 있어야 합니다.”
 
  김경수 지사는 또 “수도권에 국내 대학의 40.4%가 몰려 있고 교육부 대학평가에서도 수도권 대학이 유리한 만큼 교육부에만 지역 대학혁신을 맡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방정부가 책임지고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이 함께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역시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을 전제로 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故 박원순 시장 “中 혐오하는 바보 같은 짓 어디 있나”
 
  지난 7월 9일 극단적인 선택을 해 충격을 줬던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도 메디치포럼이 주관·주최한 강연에 연사로 초청됐다. 지난 4월 27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WEA(Watching East Asia) 컨퍼런스: 팬데믹과 동아시아’가 열렸다. 이날 박원순 시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세상을 이끄는 표준’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박 시장은 코로나19에 따른 서울시의 선제적 대응을 소개하며 코로나19로 인해 확산되는 대중(對中) 혐오감에 우려를 나타냈다. 강연 영상을 통해 녹취한 원문을 그대로 옮겨본다.
 
  〈지금 우리가 과거에 비교했을 때 차별과 갈등의 원천(源泉)은 결국 이런 ‘격차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90대 10, 10대 90 또는 99대 1의 사회로 점점 더 나아가고 있고, 특히 4차 산업혁명이라든지 ‘포스트 코로나 사회’가 더욱더 격차사회를 촉진하게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복지로 따지면 OECD 국가 중 거의 꼴찌 수준이고 또 이것이 가지는 악순환을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그런 단계라고 봅니다. …중국이 (코로나로) 굉장히 힘들어할 때, 31번 환자가 생기기 전에 서울시는 과감하게 중국의 자매 도시를 도왔습니다. 물론 (마스크) 2억 정도를 선적(船積)하려고 하니까 우리도 (코로나가) 확대됐잖아요. 그런데 우리도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할 때 중국의 여러 자매·우호 도시들이 (마스크) 12억원어치를 보내왔습니다. 제가 2억원 투자하고 12억원어치를 받았습니다. 왜 우리는 중국을 무시하고, 혐오하고, 문을 닫아걸고 이런 바보 같은 생각과 짓이 어디 있습니까.〉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 “인권, 절대 가치 아니다”

 
메디치포럼에서 강연한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 사진=뉴시스
  정치인뿐 아니라 일반인에게 친숙한 이들도 메디치포럼 연사로 등장했다.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에 자주 출연하는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그중 한 명이다. 이수정 교수는 제1회 메디치포럼에서 ‘n번방 사건’으로 다시금 사회문제로 떠오른 성범죄와 ‘범죄자(가해자) 중심의 사고’를 지적하며 가치 체계의 모순을 비판했다. 이수정 교수의 강연록이 담긴 《힘의 역전》에서 해당 내용을 발췌해본다.
 
  〈지금 교도소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범죄자는 살인범이 아닙니다. 성범죄자들이에요. 법무부에 연구 결과를 전달할 때, 성범죄자들을 가장 위험한 사람으로 보고 가중치를 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청와대의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장 빈번하게 올라오는 이슈들이 결국 여성 범죄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강력범죄의 80% 이상은 여성이 피해자예요. 과거에는 범죄 피해자나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이 별로 부각되지 않았어요. 가해자 인권이 중요한 이슈였고, 무죄추정의 원칙도 강조됐죠. 인권은 절대 가치가 아니에요. 인권은 물론 대단히 중요하죠. 하지만 형사 절차 내에서 인권이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 피의자 인권만 생각하고 피해자 인권은 생각하지 않아요. 이제 그 피해자들의 반격이 시작된 시점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이 세 사람의 강연 내용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우리 사회를 겹겹이 싸고 있는 ‘좌우(左右)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정책과 대안(代案)으로 연결될 수 있는 화두(話頭)를 다뤘다는 점이다. 그 말은 메디치포럼이 이념에 갑갑증을 호소하는 중도 성향 국민들에게 어필할 만한 이슈에 다가가고 있다는 얘기다.
 
 
  左右 이데올로기 벗어나 대중 친화적으로
 
메디치미디어 유튜브 채널. 이 채널엔 ‘메디치포럼’ 강연 영상을 비롯해 최재천 교수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한 출판 컨설턴트는 메디치미디어와 메디치포럼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출판 업계가 사양길로 접어든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대다수의 출판사도 그 점을 모르지 않지만, 메디치미디어는 일찌감치 변화하는 생태계를 읽고 강연에 눈을 돌렸습니다. 메디치포럼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닙니다. 메디치미디어는 이미 4~5년 전부터 ‘컬처컴퍼니 썸’이라는 별도 법인을 만들어 대학생 등 젊은층을 상대로 강연해왔습니다. 그런 경험과 지식이 축적돼 메디치포럼이 닻을 올렸다고 볼 수 있죠.”
 
  그는 “메디치포럼의 연사를 얼핏 보면 그저 ‘진보 성향의 인사들이겠거니’ 예단하겠지만, 그들의 말과 글에는 그들 나름대로의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다”고 했다. 이어 “이슈 선점 능력, 대중 친화적, 세련됨으로 무장했다는 게 메디치미디어와 메디치포럼의 장점”이라고도 했다.
 
  메디치미디어와 메디치포럼에 얼굴을 드러낸 이들을 보면, 이른바 진보 성향 인사들로만 채워져 있진 않다. 이수정 교수처럼 대중 친화적인 사람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예가 동물행동학자로 유명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다. 메디치미디어 유튜브 채널에는 최재천 교수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영상 제목은 〈트집만 잡는 상사와 함께 일하는 법〉 〈“이런 사람과 함께 해야 되나” 싶을 때 해결 방법이 있다〉이다. 제목을 보면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느낄 법한 고민들이다. 그에 대한 적절한 답을 메디치미디어가 제공해주고 있는 셈이다.
 
 
  정혜승씨가 《힘의 역전》 기획 총괄
 
  메디치미디어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정혜승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실 디지털소통센터장에 발탁돼 얼굴을 알렸다.
 
  연세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문화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들여놓은 정혜승씨는 다음카카오 정책파트장, 카카오 커뮤니케이션정책실 부사장을 역임했다. 양대(兩大) 포털 중 하나인 카카오 출신이 청와대행(行)을 선택하자,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와 별개로 정혜승씨는 청와대 재임 중 대(對)국민 소통 역량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혜승씨는 지난 2월 발간된 《힘의 역전》의 ‘기획 총괄’ 역할을 맡아 책 출간의 전반을 진두지휘했다. 정씨는 2월 12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 메디치미디어 본사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급격한 과학기술의 변화로 인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한층 더 어려워졌다”며 “힘이 역전되는 분야를 살펴보면서 ‘변화’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를 함께 논의해보고자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정혜승씨는 《힘의 역전》 발간 과정에서 인터뷰어(interviewer) 역할도 맡았다. 김경수 지사와 이수정 교수를 비롯해 최재천 교수, 홍성국 민주당 의원, 천관율 《시사인》 기자, 류영재 춘천지방법원 판사, 이나리 헤이조이스 대표, 신수정 KT 부사장 등 8명의 인터뷰와 강연을 엮은 게 바로 《힘의 역전》이다.
 
  참고로 그의 남편은 박성제 MBC 사장이다. MBC 노조위원장 출신인 박 사장은 1993년 보도국 기자로 MBC에 입사한 뒤 경제부·사회부 기자를 지냈다. 이명박(MB) 정부 시절 MBC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직됐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복직해 보도국 취재센터장과 보도국장을 지냈다.
 
  이제 메디치미디어의 선장(船長) 김현종 대표에 대해 알아보자. 김현종 대표는 기자 출신이다. 월간 《샘이깊은물》 기자로 시작해 《일요신문》 《중앙일보》에서 정치부 기자로 일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장을 지냈고, 노무현 전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TV 토론 대책반장으로 활약했다. 이후 《새전북신문》 사장으로 언론사를 경영하기도 했다.
 
 
  ‘피렌체의 식탁’
 
메디치미디어가 내놓은 신개념 미디어 ‘피렌체의 식탁’ 홈페이지. 사진=‘피렌체의 식탁’ 홈페이지 캡처
  김현종 대표는 2018년 7월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 인터뷰 기사를 보면, 김현종 대표의 포부와 메디치미디어가 나아갈 방향이 보인다. 당시 김현종 대표는 ‘피렌체의 식탁’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를 구상하고 있었다. 그는 이 미디어 모델을 “단행본과 온라인 기사의 중간 단계, 롱폼(long form) 스토리텔링이지만 시의성 있게 어젠다 파이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포맷”이라고 규정했다. 김 대표의 말이다.
 
  “남들 다 쓰는 기사에 묻어가는 걸로는 영향력이 생길 수가 없다. …그래서 생각한 게 대안 솔루션, 어젠다와 담론이 있는 미디어를 만들자는 것이다. …대중 매체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가장 강력한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500명을 타깃으로 한다는 전략이다. 청와대를 포함해 국회의원과 장관, 차관, 법원장급 판사들,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최고 권력자들에게 이메일과 카카오톡 등으로 쏘아주는 방식이다.”
 
  김현종 대표는 ‘오피니언 리더 500명’이라는 콘셉트가 중요하다면서 “어느 정도 입소문이 나면 메일링 리스트에 넣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할 거라고 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또 “(500명의 리스트를) 어느 정도 확보했다”며 “500명도 목표가 아니라 그 정도 수요가 있을 거라고 본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실제로 권한이 있는 500명의 10%라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환 대표가 “‘피렌체의 식탁’이란 제호는 좀 모호하게 들린다”고 지적하자, 김 대표는 “이름은 뭐가 돼도 좋다.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미디어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피렌체의 식탁’은 제법 성공적이다. ‘오피니언 리더 500명을 위한 어젠다 저널리즘’이란 캐치 프레이즈를 달고, 2018년 7월 25일 카카오톡 채널에 처음으로 기사를 링크했다. 지난 7월 12일 현재 2527명이 ‘구독’을 신청해 칼럼과 기사 등 ‘피렌체의 식탁’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공유하고 있다. ‘피렌체의 식탁’의 콘텐츠는 정치·사회·경제 분야를 넘어 과학·인권·인간관계 전반까지 다룰 정도로 폭 넓다.
 
  김현종 대표와 메디치미디어의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현대인들이 무엇을 갈급해하는지, 그리고 그 필요를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메디치미디어와 김 대표는 정확히 읽고 있다는 점이다.
 
  출판과 대중 강연에 이어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뉴미디어’를 내놓음으로써 그 ‘탁월한 감각’이 점차 입증돼가고 있다. ‘콘텐츠계의 메디치가’를 일구겠다는 메디치미디어의 꿈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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