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총선 특집

서울·경기 화제의 지역구 르포

운동권 청산 이슈 힘 잃어가… 유권자들은 정당보다 인물에 관심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글 : 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 벨트 관심 없고 재개발, 교통 문제, 일자리 해결하는 후보 원해”
⊙ “운동권 대결을 왜 여기서? 함운경 민생 집중하는 모습은 호감”(서울 마포을 주민)
⊙ “윤석열 정부 들어 경제 어려워” vs “민주당 36년간 변화 없었다”(서울 광진을)
⊙ “정체성이 있는 건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성향이 바뀌어 국민의힘으로 올 수가 있나”(서울 영등포갑)
⊙ ‘인물론’ 통하는 경기 분당갑, 안철수 지지율 탄탄
⊙ 반도체 산업의 중심 경기 용인갑, 전문가냐 대통령 측근이냐
⊙ “이준석, 공약 언행 매력 있긴 하지만 깊은 신뢰 가지 않아”(경기 화성을)
운동권 출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향 운동권’ 국민의힘 함운경 후보의 ‘운동권 대결’로 관심이 집중되는 서울 마포을의 두 후보 사무소. 사진=조선DB
  22대 총선은 여느 때보다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사천(私薦)’과 ‘비명횡사(비이재명계 공천 탈락)’ 논란 등 공천 파동으로 고전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한동훈 효과’가 주춤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서는 분위기지만, 수도권 각 지역구의 여론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 지지율과 무관하게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기존 정치인들이 지역구를 옮긴 경우가 많고, 정치 신인들도 대거 등장해 상당수 유권자들이 후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유권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하고 있을까.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운동권 청산’이나 ‘반도체 벨트’ 같은 거대 담론보다는 민생과 지역 현안에 관심을 갖는 정치인을 원했다. 《월간조선》 기자들이 총선을 한 달여 남긴 시점에서 수도권 화제의 지역구를 찾아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 마포을
  전향 운동권 함운경은 ‘운동권 정청래 왕국’을 깰 수 있을까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국민의힘 함운경 후보, 녹색정의당 장혜영 후보. 사진=후보 제공
  국민의힘 함운경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맞붙는 서울 마포을은 ‘운동권 빅매치’로 관심이 집중된다. 이 지역에서 3선을 지낸 운동권 출신 정 의원에게 전향 운동권인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장이 도전장을 냈고,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시행한 운동권 청산 저격 공천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두 후보 외에 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이 출마의 변으로 “정청래 왕국을 해체하겠다”며 지역 민심을 파고드는 중이다.
 
  마포을(서강동, 서교동, 합정동, 연남동, 상암동, 망원1·2동, 성산1·2동)은 서울 내 대표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불린다. 선거구가 신설된 13대 총선 이후 서울에 뉴타운 바람이 불었던 18대 총선 단 한 차례를 제외하면 모두 민주 계열 정당 후보가 당선됐다. 정청래 의원은 이곳에서 17, 19, 21대 의원을 역임했다. 20대 총선에서는 컷오프돼 손혜원 전 의원에게 자리를 내줬지만 21대 총선에서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다. 선수(選數)로는 3선이지만 17대 총선(2004년)부터 20년 동안 지역을 장악해온 셈이어서 ‘정청래 왕국’이란 말이 나왔다.
 
 
  20여 년간 지역 지켜온 정청래
 
  마포구 성산동 시영아파트 단지에서 30여 년간 살았다는 60대 주부를 만났다. 정 의원이 이 지역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1990년대부터 거주했다는 그는 “(정청래가) 이 지역을 제일 잘 알고 주민들과 오랜 시간 소통해온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특별히 찍고 싶은 다른 후보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다들 정청래를 자연스럽게 뽑는 분위기였다. 지금은 시영아파트 재건축과 성산동 일대 재개발이 진행 중인데 아무래도 계속 일해온 사람이 주민 편을 적극적으로 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기자가 “운동권 출신이 수십 년째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데 지역 발전이 더디다거나 하는 불만은 없느냐”고 묻자 “여기 오래 산 사람들은 정청래가 운동권 출신이라는 생각이 별로 없다. 언론에서는 여기가 운동권 대결 지역이라고 하는데 의미 없어 보인다. 오히려 함운경 후보에 대해서는 현수막에 걸린 ‘생선장수’라는 문구가 더 호감이 간다. 고생도 해보고 소시민 살아가는 사정을 아는 사람 같다.”
 

  망원시장에서 15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50대 상인도 “정청래가 운동권이라는 건 20~30대 시절 얘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서울에 죽어가는 재래시장도 많지만 망원시장은 합정, 연남 등 상권이 계속 발달하면서 유입 인구도 많아지고 젊은 사람들도 찾아와 활기를 띠고 있다. 과거엔 서울 변두리로 불리던 망원동이 지금은 핫플레이스로 불린다. 상인들 사이에서도 국회의원에 대한 불만은 별로 없는 편이다. 다만 한 사람이, 특정 정당이 너무 오래 했다는 생각이 들고 이제는 좀 젊고 활기찬 정치인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국민의힘이 좀 더 참신하고 세련된 인물을 내보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도 있다. 어쨌든 주민들은 운동권 대결에는 관심이 없다.”
 
 
  ‘운동권 대결’ 시선이 불편한 주민들
 
  마포을은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불렸지만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의 언론사들과 관련 상권, 홍대 입구 및 합정동과 연남동의 젊은 세대 위주 상권 등이 확대되면서 분위기도 다소 바뀌고 있다. 2010년대 후반에는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마포을 감성’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MZ 세대가 주로 찾는 상권인 홍대 앞(서교동), 합정동, 연남동, 망원동 등이 모두 마포을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상인들은 ‘민주당 텃밭’ ‘운동권 대결’ 등의 언론 보도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합정동에서 7년째 카페를 운영하며 인근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자영업자의 얘기다. “최근 10여 년간 서울에서 꾸준히 핫플레이스로 각광받는 상업 지역은 두 곳뿐인 것 같다. 합정-연남-망원으로 이어지는 이 지역과 성동구 성수동이다. 예전에는 이곳이 상권은 발달해도 집값은 안 오르는 지역 같았지만 요즘은 메세나폴리스, 한강밤섬자이, 래미안밤섬 등 살기 좋고 집값 비싼 곳도 많아졌다. 과거 이미지처럼 소득 수준과 주거 환경이 떨어지는 곳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마포을을 운동권이 장악한 지역으로 보는 언론의 시각은 좀 불편하다. 이번엔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어서 새로운 분위기가 되길 바라는 상인들도 많다.”
 
  합정동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합정역 주상복합 메세나폴리스로 이동해 이곳 아파트에 거주하는 전문직 50대 남성을 만났다.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생)인 그 역시 마포을을 ‘운동권 격전지’로 표현하는 언론에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정청래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힘이 왜 그리 운동권을 잡겠다고 나서는지 잘 모르겠다. 처음엔 한동훈 출마설, 그다음엔 김경율 출마설, 그다음엔 함운경까지 정청래 한 명 잡겠다고 이럴 일인가 싶다. 다만 함운경 후보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이념보다 민생, 재개발과 쓰레기소각장 등 지역 이슈에 집중하는 것 같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함 후보가 운동권 청산을 외치고 다녔다면 주민들의 호감을 쉽게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민생 이슈는 쓰레기소각장과 재개발
 
서울 마포을 지역의 최대 현안은 서울시가 결정한 상암동 쓰레기소각장 신설 문제다. 2023년 9월 서울 마포자원회수시설 앞에서 주민들이 쓰레기소각장 신설 결정을 반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마포을의 총선 최대 이슈는 상암동 쓰레기소각장 문제다. 2022년부터 《월간조선》 사무실이 위치한 상암동 일대에는 쓰레기소각장 결사반대라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서울시가 상암동에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쓰레기소각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하면서다. 현수막에서는 ‘죽음을 불사한다’ 등의 심각한 문구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예정지 인근 아파트인 상암월드컵파크에서 만난 40대 주부는 “진짜 해도 너무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마포구는 난지도소각장과 열병합발전소 같은 기피 시설이 이미 많은데 쓰레기소각장까지 온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다른 지역 쓰레기까지 여기에서 처리한다는데 가만히 있을 주민이 어디 있나. 정청래 의원은 국회에서 싸움만 했지 이런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뭘 하는 건지 모르겠다. 해결 의지가 없는 것 아닌가. 주민들이 ‘전쟁’을 선포했는데도 2년여간 달라진 게 없다.” 그는 “다른 지역은 모르겠지만 상암동 아파트 주민들은 정청래 의원에 대해 분노가 크다. 마포가 쓰레기집합소인가. 상암동 주민이 아니어도 마포구민이라면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녹색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쓰레기소각장 문제를 핵심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장 의원은 출마의 변에서 “정청래 왕국, 마포에서 180킬로미터 떨어진 군산의 자영업자라니 둘 다 참 황당한 이야기”라며 “운동권 심판하면 기후위기가 해결되고 여성 안전, 어르신 빈곤이 해결되나? 쓰레기소각장이 백지화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의원은 정청래 의원과 함운경 후보에게 마포 소각장 문제 해결을 위한 공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마포을 주민들의 또 다른 관심사는 노후 지역 재개발이다. 망원동과 성산동 등 다가구주택이 밀집한 지역은 주거 환경이 노후화돼 정비가 시급한 형편이다. 성산동 일부는 작년 서울시가 재개발을 확정했고, 성산시영아파트는 재건축이 진행 중이다. 성산동 아파트상가에서 부동산을 운영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높은 건물이 많고 잘 정비된 인근 상암동에 비해 성산동은 아직 옛날 동네 같고 서울이긴 하지만 집값도 안 오르는 지역”이라며 “후보들이 재개발을 기대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대변해준다면 호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광진을
  민주당 36년 집권할 동안 주민 생활은 어땠나
 
서울 광진을에서 맞붙는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왼쪽), 국민의힘 오신환 후보. 사진=후보 제공
  서울 ‘한강 벨트(서울 마포, 용산, 중·성동, 광진, 동작)’를 놓고 수성에 나선 더불어민주당과 탈환을 노리는 국민의힘 경쟁이 뜨겁다.
 
  이 중 광진을(자양1·2·3·4동, 구의1·3동, 화양동)은 한강 벨트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지역구 현역인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재선에 도전하고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오신환 전 의원이 출사표를 내밀었다. 두 사람의 선거사무소는 불과 100m 떨어져 있다.
 
  광진을 선거는 ‘오세훈 대리전’ 성격이 짙다. 지난 총선 당시 고민정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꺾고 당선됐는데, 정무부시장으로 오 시장을 도운 오신환 후보가 이곳에 출마하면서 리턴 매치가 성사됐다. 광진을은 1996년 15대 총선부터 2020년 21대 총선까지 보수 정당 의원이 한 번도 당선되지 못한 대표적인 야권 텃밭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제15~16대 총선과 제18~20대 총선 당시 이 지역에서 승리하며 여성 최초로 지역구 5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치러진 2022년 대선부터 국민의힘 바람이 불고 있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과반 득표율을 기록한 데 이어 그해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광진구청장 자리에 올랐다. 다만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고 의원이 오 후보에 살짝 앞서는 형국이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 지난 3월 8~9일 광진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내일이 국회의원 선거일이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고 의원은 44%, 오 후보는 37%를 기록했다. 이들의 격차는 오차 범위 내(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인 7%포인트다. 박대희 진보당 예비후보와 무소속 서정민 예비후보는 각 1%, 조시철 우리공화당 예비후보는 0%, ‘없다’는 8%, ‘모름·응답 거절’은 7%였다.
 
 
  “고민정 재선은 ‘범죄 혐의’ 이재명 돕는 꼴”
 
  지역을 찾아 주민들의 생각을 들어본 결과 대다수는 이번 총선이 고민정 의원 vs 오신환 후보의 대결이기보단, 윤석열 대통령 vs 이재명 대표의 재대결 구도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구의역 인근에서 20여 년째 약국을 운영하는 50대 약사 문모씨는 “민주당이 여기서 오래 집권했지만, 주민 생활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간 정치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문씨는 ‘역대급’으로 먹고살기 어려워진 지금, 정치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했다. 문씨는 “사실 이재명만 아니면 된다”며 “범죄 혐의를 받는 이재명에게 표를 줄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이재명만 쳐낸다면, 양극화 해소, 부의 재분배를 추진할 수 있는 정당이 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자신을 광진구 토박이라고 소개한 70대 남성(자양1동)은 “이 지역은 호남 출신이 많아 민주당 텃밭이다”라며 “나 역시 호남 출신이지만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바로 이재명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남성은 “지난 총선 때도 오세훈을 뽑았다”면서 “고민정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이재명에게 힘을 실어주는 꼴”이라고 했다. 이어 “더군다나 이번 총선엔 종북 세력도 많이 나오는 것으로 들었다”며 “오신환을 뽑아 대한민국 안보를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구의1동에서 10여 년간 공인중개업을 해왔다는 김모씨는 “인근의 송파구나 성동구에 비하면 광진구는 여전히 낙후돼 있다”면서 “오신환 후보가 당선돼 광진구 개발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의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이모씨는 ‘2호선 지상철 지하화 사업’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이모씨는 “십수 년 전부터 선거철만 되면 후보들이 2호선 지상철을 지하화하겠다고 했다”며 “민주당 집권기 동안 바뀐 건 하나도 없다. 차라리 그 돈을 주민 복지 개선 사업에 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민정, 시원시원하게 말 잘해”
 
  광진을에는 자양전통시장이 자리해 있다. 길거리 민심을 읽을 수 있는 좋은 장소다. 이 때문에 두 후보 모두 연일 전통시장 민심 잡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곳으로 자리를 옮겨 상인들을 만났다.
 
  여기서도 이번 총선은 ‘윤석열 vs 이재명 재대결 구도’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10여 년째 과일 장사를 하고 있다는 김모씨는 “지난 대선 때 이재명을 뽑았지만, 지금은 크게 실망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각종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는 사람이 야당 지도자가 됐으니 이 나라의 수치”라며 “이번 총선으로 심판해야 한다”고 핏대를 세웠다. 김씨는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누굴 뽑을지 결정하진 않았지만, 두 후보 모두 이전과 다른 공약을 들고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의사 파업 사태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니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력이 있어 보인다”면서 “이런 지도자를 밀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반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40대 남성은 “윤석열은 야당과 전혀 소통하지 않는 것 같다”며 “지금까지 야당 대표를 한 번도 만나지 않은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 남성은 “그사이 경제는 어려워졌고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진다”면서 “고 의원에게 표를 줘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보여줄 것”이라고 답했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도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연일 배우자 관련 문제가 불거지는데, 국민이 어떻게 대통령을 신뢰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도 고민정이 당선돼 대통령과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을 한 명이라도 더 불려야 한다”고 밝혔다.
 
  장을 보러 나왔다는 70대 부부(자양1동) 역시 “고민정은 지역 주민들과 잘 어울린다. 믿음이 간다”고 치켜세웠다. 고 의원은 지역 주민을 일대일로 만나는 ‘맨투맨’ 전략을 앞세워 표심 다지기에 힘쓰고 있다. 4년간 현역으로 있으면서 쌓아 올린 인지도를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이 부부는 “오신환 후보는 이전엔 관악구에 있다가 여기로 왔다”면서 “갑자기 온 후보가 여기서 어떻게 정치를 하겠나”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권이 상대를 무조건 헐뜯기보다 화합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양전통시장 환경 개선을 언급하며 고 의원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시장에서 만난 60대 남성(자양1동)은 “고민정을 또 한 번 밀어줄 것”이라며 “그간 자양전통시장 시설이 이전보다 안전해지는 등 여러모로 나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TV에서 보니 고민정은 말도 시원시원하게 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30대 주부 “보육 환경 잘 만들 후보 찍겠다”
 
  젊은 층의 생각은 어떨까? 광진을에는 건국대가 자리해 있고, 바로 인근엔 세종대도 있어 젊은 층 유동 인구가 많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세대에서 고민정 의원은 오신환 후보에 크게 앞섰다. 고 의원은 18~29세에서 46%, 30대에서 45%의 지지율을 보였고, 오 후보는 두 연령대에서 모두 24% 지지율에 그쳤다.
 
  그러나 이날 기자가 만난 2030세대는 실리를 따져보고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수도권에서 올라와 화양동에서 자취하고 있는 강모씨(24·건국대)는 “여야 후보 모두 SOC(사회간접자본) 유치 공약을 남발하는 것 같다”면서 “현실적으로 이뤄내기 쉽지 않은데 선거철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강씨는 “지지하는 정당은 딱히 없다”며 “두 후보의 공약을 꼼꼼히 살핀 뒤 투표할 것”이라고 신중한 답변을 내놨다. 건국대 인근 대형마트에서 만난 30대 주부 노모씨는 “육아를 하다 보니 아무래도 보육 정책에 관심이 많다”면서 “보육 환경을 잘 만들어줄 수 있는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민정 “윤석열 정권 폭주 막을 것”
 
  길거리 민심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두 후보는 부지런히 지역구를 돌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고민정 의원은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총선 필승 카드로 꺼내 들었다. 고 의원은 “광진 주민들은 무엇보다 민생경제가 파탄 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며 “사과 1개에 1만원에 달하는 등 먹거리 물가가 끝을 모르고 치솟고 있는데,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목소리가 제일 크다”고 지적했다.
 
  당선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신중한 모습이었다. 고 의원은 “여론조사는 대부분 오차범위 내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윤석열 정권에 대한 압도적 부정평가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민은 민주당에 온전히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계파 갈등 논란은 고 의원이 빠르게 수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고 의원은 친문(친문재인)계 공천 탈락 과정을 겪으며 지난달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가 3월 11일 당 지도부에 복귀했다. 계파 갈등이 이번 총선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진 않느냐는 질문에 고 의원은 “지금은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막는 일보다 우선시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걸어온 길이, 생각하는 바가 조금 다르더라도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 하나로 똘똘 뭉쳐서 총선에서 승리해야만 한다는 간절한 심정으로 뭉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22대 총선을 겨냥해 ▲수서역 SRT 노선을 강변역까지 끌어올려 지하철·버스 환승이 가능한 ‘서울 동부권 교통 허브’ 조성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강북캠퍼스 유치 ▲화양동 일대와 건대입구역 인근 역세권 복합 개발을 통한 상권 활성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오신환 “고민정표 ‘뻥 공약’ 반드시 저지”
 
  오신환 후보는 현재 인지도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날 대형마트 인사 현장에서 만난 오 후보는 “20~30대를 중심으로 고민정 의원이 인지도에서 우위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지역구 여기저기를 돌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선거 벽보가 붙고 TV토론회에 나가면 인지도를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쇼핑하던 많은 시민이 오 후보에게 손을 흔들며 “광진구를 바꿔달라”고 소리쳤다.
 
  오 후보 측 관계자는 “광진구 주민들의 민생 현안을 책임질 수 있는 정책으로 승부 볼 것”이라며 “고 의원이 추진한 공약은 ‘뻥 공약’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고 의원은 지상철을 지하화하겠다는 공약을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반복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180석을 확보한 21대 국회에서 이미 끝냈어야 할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오 후보가 내세운 주요 공약에는 ▲서울 주거안심종합센터 유치 ▲서울시립어린이전문병원 유치 ▲뚝섬로·자양로 도시철도 신설 및 지하철 7호선 증차 등이 있다. 오 후보는 “고 의원의 ‘뻥 공약’을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며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하며 갖춘 행정 능력과 서울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광진구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울 영등포갑
  김영주를 향한 엇갈린 시선
 
서울 영등포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김영주 의원. 사진=후보 제공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영등포갑 지역구에서 ‘내리 3선’ 의원을 지낸 현역 김영주 후보가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으로부터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라는 통지를 받고 2월 19일 탈당을 선언,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바꿔 지역 민심은 엇갈렸다.
 
  민주당을 지지해온 지역 주민들은 김영주 후보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드러냈다. 반면 김영주 후보 지지자들은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큰 듯했다.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개혁신당 후보로 나선 허은아 전 의원의 지지자는 원래 국민의힘을 지지했다가 김영주 후보 영입에 대한 실망감으로 돌아섰다는 반응이다.
 
  이번 총선 격전지 중 하나인 서울 영등포갑 지역구는 전통적인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구인 데다가 영등포구청장을 지낸 민주당 채현일 후보가 지역 강자로 떠오르고 있어 국민의힘으로선 중앙당 차원의 지원 유세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다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영주 후보를 직접 설득해 영입한 게 여당의 중도 확장 전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지지자 “김영주 탈당에 배신감”
 
  김영주 후보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52.86%의 득표율로 처음 당선됐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45.28%,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선 56.26%의 득표율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현역불패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진 미지수다. 노동계 인사로 민주당에 들어온 김영주 의원의 ‘서민적인 이미지’라는 강점이 당적 변경으로 상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점상이 많은 영등포역 인근에서 25년째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60)씨는 김영주 후보에 대해 “처음엔 생활 정치인이었다”며 “우리는 서민적인, 서민 같은 사람이라서 김영주 의원을 지지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신을 당한 기분이다. 영등포에서 힘들게, 밑바닥부터 올라간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홀랑 뒤집을 수 있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주 후보가 그간 행한 의정 활동이 체감되느냐는 물음엔 “그런 거는 없었다”고 대답했다. 최씨는 “그 사람(김영주)을 믿었는데 이젠 초심도 잃었고, (국회의원)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주변에서도, 손님들 얘기를 들어봐도 다 비슷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당산1동에 거주하는 대리운전 기사 권모(46)씨는 “채현일 뽑을 것”이라며 “김영주가 배신해서”라고 잘라 말했다. 이 지역에서 각각 국회의원, 구청장을 지낸 두 후보의 의정, 행정 활동 가운데 체감되는 게 있었냐고 묻자 둘 다 “없다”고 대답했다.
 
  영등포시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선 채현일 후보가 영등포구청장 시절 행정가로서 탁월한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영등포시장에서 30년 넘게 순댓국집을 운영해온 윤모(69)·남모(66)씨 부부는 “채현일 구청장이 영등포시장을 살려놨다”고 말했다. 이들은 채 후보에 대해 “영등포시장을 새롭게 꾸몄다”며 “능력이 있고,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천하는 게 여기서 장사하면서 몸소 느꼈다”고 했다. 김영주 후보에 대해선 “손님들이 ‘민주당에서 3선씩이나 해놓고 왜 국민의힘으로 갔느냐’는 말을 자주 했다”며 “손님들 반응만 보면, 양당 지지세는 막상막하”라고 전했다.
 
  윤씨 내외는 채 후보에 대해 “구청장 때 정말 열심히 잘했다”며 “다른 구청장들은 표 떨어질까 봐 못 했는데 (채현일 구청장은) 두려움 없이 불법 노점상들을 다 밀어버렸다”고 했다. 채현일 후보는 2018년 8월 영등포구청장 취임 직후 쪽방촌·성매매 집결지 재개발 추진과 함께 시민들의 보행권 확보를 위한 불법 노점상 철거를 강력하게 추진한 바 있다.
 
  반대로 노점상 일부는 채현일 후보에 대해 “구청장 시절 우리를 탄압했다”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영등포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곳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63)씨는 “채현일 구청장 때 노점을 너무 박해해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KTX 영등포역 증설 ‘환영’
 
  채현일 민주당 후보는 세 후보 중 유일하게 ‘KTX 영등포역 호남선 정차 신설 및 경부선 열차 증설’ 공약을 내놨다. 이에 대해선 호평이 나오기도 했다. 3월 15일 밤 10시50분, 김모(61)씨가 영등포역에서 딸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전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는 김씨의 딸은 상경할 때마다 표가 없어 애를 먹는다며 KTX 증설에 대해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딸내미가 대전에 있는데 주말에 왔다가 일요일에 다시 (대전으로) 내려갈 때마다 승객이 많아서 하루 종일 매진이다. 입석도 없을 정도”라며 “일주일 전에는 예매를 해야 티켓을 끊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그는 “김영주 후보를 지지한다”며 “민주당의 도덕성 문제라든가, 일반 상식에서 벗어나 있는 게 많다”고 덧붙였다.
 
  김영주 후보 지지자들은 김영주라는 인물보단 국민의힘을 보고 힘을 실어주는 경우가 많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월 12일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김영주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발 디딜 틈 없이 모인 지지자들은 “한동훈, 한동훈”을 크게 연호했다.
 
 
  국민의힘 지지자 “이재명의 민주당은 막아야”
 
서울 영등포갑은 김영주 전 국회부의장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여야의 격전지가 됐다. 민주당 채현일 후보 지원에 나선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김영주 후보 지원에 나선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진=조선DB
  이 지역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각 후보의 인물보다는 당을 보고 투표하는 경향을 보였다. 당산2동에서 20년 넘게 거주한 반찬가게 주인 김모(58)씨는 “이재명 범죄자를 찍어서야 되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주 후보에 대해선 “이재명 민주당에서 지저분한 꼴을 견디다 못해 나온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김영주 후보에게 ‘공직자 윤리 항목’에서 0점을 부여해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에 포함시켰다. 현역인 김영주 후보는 법률소비자연맹이 실시한 21대 국회 4년 종합의정평가에서 ‘대한민국 헌정대상’을 수상했다.
 
  다만 김영주 후보는 민주당의 당론을 대변하는 데에도 앞장서 왔다. 특히 2019년 한일 무역 분쟁이 발발했을 땐 ‘반일(反日)’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해 이순신 장군의 표준 영정은 친일 작가가 그린 작품이라며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광복절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아베 정부의 경제 보복을 비판하며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는다”고 했다.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문제에 대해서도 반대 서명운동을 하며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등 민주당 정체성의 중심부를 자처해왔다.
 
  이에 대해 여당 지지자들의 반감은 없는지 물었지만 ‘별 상관없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총선에서 민주당을 꺾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여당 지지자라고 밝힌 이 지역 주민 조모(73)씨는 김영주 후보에 대해 “밀어봐야지”라고 했다. 민주당 출신이라는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건 상관없다”며 “‘이재명 사당화’가 된 민주당을 뛰쳐나왔으니 용기 있는 사람 아니냐”고 했다. 마찬가지로 김영주 후보를 지지한다는 김모(70·영등포 본동)씨는 “(민주당 출신이라도) 그래도 찍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주 후보는 3월 13일 ‘1호 공약’으로 당중초등학교, 문래초, 영중초, 영동초를 비롯한 관내 12개 초등학교 통학로를 전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과속카메라 설치 ▲보행로 확보 ▲승하차안전구역 설치 ▲어린이보호구역 개선 ▲속도 저감 포장도로 개선 등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김영주 후보 유세 현장에서 윤석열 정부의 공약이기도 한 철도 지하화 공약을 강조하기도 했다.
 
 
  개혁신당 지지자 “난 국민의힘 지지자였다”
 
  개혁신당 지지자는 용납하지 않았다. 충남 청양이 고향이라는 지역 주민 박모(49)씨는 “젊었을 때부터 보수 성향이었고, 국민의힘 지지자지만 이번 선거에서만큼은 김영주를 찍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이라는 게, 정체성이 있는 건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성향이 바뀌어 국민의힘으로 올 수가 있나”며 중도 확장론에 반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허은아 후보 아니면 채현일 후보 순으로 투표 의사가 있다”고 했다.
 
  허은아 후보는 3월 15일 통화에서 “민주당 후보 두 명이 나온 이번 싸움은, 자리를 위해 소신을 버린 후보와 소신을 위해 자리를 버린 후보의 대결”이라며 “원칙 없는 승리를 챙기려는 후보와 원칙 있는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후보의 대결”이라고 강조했다. 정책 차별점에 대해선 “저는 제2의 여의도, 젊은 영등포를 지향한다”고 했다.
 
  허 후보의 주요 공약으로는 ▲교육 ▲청년 주거와 일자리 ▲문화예술 메카 조성 등으로 나뉜다. 교육 부문에선 영등포에 사는 학생 누구나 강남, 대치동, 목동 수준의 인터넷 강의를 소득 상관없이 제공하는 영등포런(learn)이 있다. 또 지역의 평균 연령이 42.2세라는 점을 감안해 공공주택과 상업·문화·휴식·녹지공간·업무시설이 갖춰진 일자리를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문래동 예술촌을 중심으로 한 ‘서울 서남부권 문화예술메카 조성’도 공약에 포함됐다.
 
 
  “영등포갑, 호남 지지세 강해”
 
  오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영등포갑을 대상으로 시행된 여론조사는 3월 14일 기준,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주)여론조사꽃’이 지난 2월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간 자체 조사한 결과가 유일하다. 이에 따르면 이 지역구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9.1%, 국민의힘 지지율은 34.7%다. 40~50대 연령층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각각 64.3%, 65.2%로 모든 연령 가운데 가장 높았으며 70세 이상 연령층에선 국민의힘 지지율이 78.8%로 가장 높았다. 실제 국민의힘 유세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도 고령층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40~50대와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70세 이상의 인구를 비교하면 물론 40~50대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다. 2024년 2월 기준, 행정안전부 연령별 인구 현황에 따라 지역구를 살펴보면 영등포본동의 70세 이상 인구는 2841명, 40~50대 인구는 6270명이다. 영등포동의 경우 70세 이상이 2518명, 40~50대 인구는 6807명이다. 당산1동은 70세 이상이 2314명, 40~50대 인구는 5485명이다. 당산2동은 70세 이상이 3554명, 40~50대 인구는 9812명이다. 도림동의 경우 70세 이상이 2311명, 40~50대 인구는 5271명이다. 문래동은 70세 이상이 3275명, 40~50대 인구는 1만414명이다. 양평1동은 70세 이상이 1701명, 40~50대 인구는 7237명이다. 양평2동은 70세 이상이 1783명, 40~50대 인구는 6321명이다. 신길3동은 70세 이상이 2128명, 40~50대 인구는 4916명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180석’을 예언한 여론조사 전문가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3월 13일 통화에서 “영등포갑은 구도심을 포함하고 있고, 호남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곳”이라고 했다. 엄 소장은 “여의도를 끼고 있는 쪽은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채현일 후보가 상당한 강자”라며 “영등포구청장을 했고, 지난번 지방선거에서도 상당히 선전했다”고 말했다. 하나 “김영주 후보의 표도 있을 것”이라며 “노동계 대모(代母)다 보니, 노동계와 관련 있는 사람들의 표를 얻을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이 지역구 총선 구도와 관련해선 “중도 확장, 무당층 지지 확보가 어려운 것이지만 영등포갑에선 그게 된다고 본다”며 “김영주 후보가 근소하게 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신자 이미지에 대해선 “지지층 결집 측면이 있어서 마이너스보다는 플러스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노동계 대모? 글쎄”
 
  노동계에서의 이미지는 어떤지 이 지역에 사는 공인노무사 A씨에게 물었다. 그는 “김영주 후보가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냈는데, 그때 썩 잘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근로감독 청원 제도를 활성화시키고 감독관들에게 ‘적발 할당량’을 줘서 사업자들이 줄줄이 단속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문사가 다섯 곳은 더 들어오는 등 일거리가 늘어났다”고 했다.
 
  김영주 후보의 국민의힘 영입이 중도 확장에 도움이 되는지도 물었다. 신길3동에 거주하는 20대 남성은 자신을 중도 성향이라고 밝히며 “김영주 후보가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갔다고 해서 여당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 건 아니”라면서 “이재명이 싫어서 그런 거지, 인물로만 보면 채현일 후보가 낫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곳에선 국민의힘 비토(veto·거부) 정서가 있다”며 “운동을 하러 가면 주변에 있는 40~50대 아저씨들이 민주당 지지자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경기 분당갑
  대권 주자급 대결하는 ‘종부세 벨트’
 
경기 분당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후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개혁신당 류호정 후보(왼쪽부터). 사진=후보 제공
  분당갑 지역 주민들의 관심사는 단연 교육과 부동산이다. 젊은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고, 무엇보다 서현역 앞 7800여 가구에 달하는 ‘시범단지 재건축’이 가장 큰 지역 현안으로 꼽힌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은 이 지역 현역인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 강원 원주갑 지역구에서 현역으로 있는 이광재 민주당 후보, 정의당을 탈당해 비례대표 의원직을 상실한 류호정 개혁신당 후보다. 각각 대선 주자 출신, 원조 친노(親盧), 정의당 비례대표 1번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어 중량감 있는 후보들의 ‘이름값 대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분당갑 지역구는 2000년 신설 이래 단 한 번, 김병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총선에서 당선된 것을 제외하면 모두 보수 정당 후보가 과반 득표율로 당선된 곳이다. 다만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0.72%포인트, 1128표 차이까지 따라잡았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철수 후보가 이광재 후보를 앞서고 있다. JTBC가 메타보이스(주)에 의뢰, 3월 10일부터 11일까지 분당갑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각 후보의 지지율은 안철수 후보가 46%, 이광재 후보가 38%, 류호정 후보가 3%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방법은 무선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조사(CATI)가 쓰였으며 표본 오차는 ±4.4%포인트에 95% 신뢰 수준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분당갑은 문재인 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강화한 데 대해 반발감을 가진 ‘종부세 벨트’ 지역 중 하나다. 지역 주민들이 과거보다는 미래를 지향하고, 반(反)운동권 정서가 있다는 분석도 나와서 이 부분은 안철수 후보에게 유리한 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그의 비서관을 시작으로 정치에 입문한 이광재 후보는 강원도지사를 지내고 강원에서만 3선을 지낸 중진급 정치인이다. 판교에 있는 게임 회사를 다녔던 1992년생 류호정 후보는 젊은 정치에 대한 기대를 받는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가 “젊은 세대 정치인들의 분투를 응원하는 의미”라며 그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분당갑, 최소 10%포인트 이상 격차 날 것”
 
3월 13일 오후 야탑역 앞에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사진=월간조선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분당갑 지역구에 대해 “차기 (대선) 주자 인물론이 먹히는 곳”이라며 “이광재 후보를 차기 주자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다. 그는 “여론조사에선 접전이라고 나오지만 최소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안철수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유를 묻자 “안철수 후보는 인지도 면에서 크게 유리하고 분당의 정서가 운동권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며 “품위, 무게, 미래 이런 부분을 중시하는 동네”라고 했다.
 
  지역 주민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판교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이모(48)씨는 “저는 보수 성향이고 안철수 후보는 익숙한데, 이광재 후보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이 지역 후보들이 이곳에 뿌리를 둔 사람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역인 안철수 후보가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지역에서의 의정 활동을 점수로 매기면 몇 점을 주겠냐는 질문엔 “40점 정도”라고 했다. 이유를 묻자 “존재감이 없어서”라고 대답했다.
 
  서현동에 거주하는 50대 의사 백모씨는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며 “대장동, 백현동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아서 피로감이 쌓였다”고 했다. 그에게 ‘동네 의사들이 의대 증원으로 여당 지지를 철회한 경우도 있냐’고 물으니 “의대 증원 이슈로 대립하는 걸로 돌아서진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백씨는 “강남에서 국민의힘 당선되는 걸 걱정하지 않듯이, 이곳도 약간은 그렇지 않나”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백씨는 “저는 부동산과 투자에 관심이 있다”며 “시범 단지 재개발에 대한 공약이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백씨의 말대로 시범 단지는 입주 30년이 넘은 대단지다. 1기 신도시로 선정됐을 당시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지금은 시설 노후화 및 자산 증식의 목적으로 재건축에 대한 주민들의 염원이 크다. 야탑역 앞에 걸린 더불어민주당 분당갑지역위원회의 플래카드엔 “재건축-분담금은 줄이고, 가치는 높이려면?”이라는 문구와 함께 의견을 수렴할 QR코드가 붙어 있었다.
 
  후보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시범 단지 재건축에 대한 각자의 강점을 내세웠다. 안철수 후보는 시범 단지 재건축에 대해 “국토교통부 장관, 용산의 영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이광재 후보는 “기업도시, 혁신도시, 세종시 이런 도시를 기획했다”며 “최근엔 시범 단지가 있는 아파트로 이사했다”고 했다.
 
 
  “학군 보고 사는 주민들, 재건축 마냥 반기지 않아”
 
  시범 단지 인근에서 부동산을 하는 60대 A씨는 “분당 사람들은 (시범 단지 재건축) 기대를 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아직 살 만하다’면서 딱히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여기는 학군을 보고 오는 곳”이라며 “재건축을 하는 동안 이사를 가야 하는데 그걸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어서 아직까진 관망세라고 본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시범 단지는 총 7800여 가구 규모다. 단지 곳곳엔 건설사들의 홍보물과 함께 ‘2024년 시범 단지 재건축선도지구지정을 위한 사전설문조사’ 안내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단지 내 놀이터에서 마주친 홍모(40)씨는 “13세 딸이 있는데, 학군 때문에 오는 경우가 적진 않다. 전학도 많이들 온다”고 했다. 다만 재건축에 대해선 “아파트 자체가 30년이 넘어서 오래됐다. 결국엔 (재건축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대체로 찬성한다”고 했다.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물음엔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며 “이광재 후보는 옛날에 강원도에 계셨던 분, 그 정도로만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상가 앞을 걷던 B(50)씨는 서현초등학교를 가리키며 “여기 학교 때문에 젊은 엄마들이 온다”며 “다른 학교들은 학급 수가 줄어들고 있는데 여긴 학군이 좋아서 오히려 반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B씨에게 지지 성향을 묻자 “여기는 ‘안철수 찍자’잖아. 빨간색 칠하고 나오면 다 찍어준다”라며 “민주당을 찍기도 하지만 지지하지는 않는다. 차악 선택이라서”라고 대답했다. 안철수 후보의 지역 관리에 대해선 “별로 지역 관리를 못 했다”며 체감되는 의정 활동은 없다고 했다. 반면 시급한 지역 현안이 없다는 반응도 일부 있었다.
 
 
  “분당에 급한 현안? 지금 만족하고 있어”
 
  서현동 슈퍼마켓을 거닐던 이모(22)씨는 “지역 현안에 대해선 당장 급한 게 없는 것 같다. 절실한 것도 없고 이 지역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당과 인물을 놓고 어느 쪽을 더 중시하냐는 질문엔 “공약을 보고 뽑는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급한 지역 현안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 가운데 고령층은 당을 보고 투표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현동에 거주하는 70대 백모씨는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며 “이쪽 동네는 나이가 많은 쪽(사람들)이 많아서 안철수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의 지역구 관리를 체감했느냐는 물음엔 “특별한 건 없지만 그쪽(여당 성향)이니까 (지지한다)”고 했다.
 
  서현동 소재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있던 엄모(78)씨는 “분당은 사람들도 잘살고, 더 바랄 게 없다”며 “지역 현안보다는 나라를 위해서 중앙 의정 활동에 집중해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1996년부터 이매동에서 단독주택을 짓고 살았다는 엄씨는 “이번 선택은 한동훈과 이재명, 당대 당의 싸움”이라며 “솔직히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이 체감되기는 쉽지 않다. 그럼 당의 방향을 보고 선택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진보 성향의 지역 언론에서 일하는 박모(35) 기자는 “저는 인물만 보는데, 이번엔 안철수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며 “이광재 후보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 가장 큰 약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자동에 있는 지인들도 국민의힘 당원이 많은 등 여당 강세 지역이라는 걸 실감한다”고 했다.
 
 
  경기 용인갑
  반도체 벨트에 나선 반도체 전문가 vs 용산 출신 여당 후보
 
경기 용인갑에서 대결을 펼치는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후보, 국민의힘 이원모 후보, 개혁신당 양향자 후보(왼쪽부터). 사진=후보 제공
  용인시 처인구는 첨단 반도체 도시라는 개발 호재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처인구를 지역구로 둔 용인갑 선거구는 수원, 용인, 화성, 평택으로 이어지는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 중 핵심으로 평가된다.
 
  2019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가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선정됐다. 각종 규제와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절차로 착공이 미뤄졌지만, 주민들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더욱이 정부는 지난 1월 용인을 중심으로 평택·화성·이천·안성·성남·판교·수원 등 경기 남부에 민관 합작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500조원, SK하이닉스가 122조원을 투자해 오는 2047년까지 16개의 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그만큼 이번 22대 총선에 나선 용인갑 여야 후보들은 반도체 관련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22대 총선에서는 삼파전이 예상된다. ‘고졸 반도체 신화’로 문재인 민주당에 영입됐던 현역 의원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찐윤’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전략 공천됐다. 민주당에서는 이상식 전 부산경찰청장이 경선을 뚫고 올라왔다.
 
 
  민심의 향방이 선거 때마다 달라
 
  용인갑 선거구는 1988년 제13대 총선 이후 21대까지 치러진 9번의 선거에서 보수가 6번, 진보가 3번 이긴 곳이다. 이웅희(13~15대, 신한국당), 남궁석(16대, 새천년민주당), 우제창(17~18대, 통합민주당), 이우현(19~20대, 새누리당), 정찬민(21대, 미래통합당) 순이다.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9.80%를 얻으며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46.64%)를 3.16%포인트 차로 이겼다. 대선 3개월 뒤 치른 용인시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이상일 용인시장이 당선됐다. 민심의 향방이 선거 때마다 달라져 이번 총선 승패를 좌우할 캐스팅 보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의 지지율을 보면 이상식 후보가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여론조사기관 메타보이스가 JTBC 의뢰로 3월 11~12일 이틀간 경기 용인갑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지지 후보를 조사한 결과, 이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두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식 후보 43%, 이원모 후보 30%, 양향자 후보 4%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3%포인트, 응답률은 10%다. 용인갑 주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 3월 13일 용인 경전철 명지대역-김량장역 인근과 용인 중앙시장 등을 찾아 길거리 민심을 살펴봤다.
 
  이날 오전 열린 양향자 개혁신당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 내빈 축사가 끝나고 마이크를 잡은 양 후보는 반도체를 ‘호국신기(護國神技)’라고 부르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양 후보는 “민주당 의원들은 21대 국회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인프라 구축을 위한 ‘K-칩스법’을 대기업 특혜, 재벌 특혜라며 반대했다. 국민의힘은 보수의 상징인 경제 성장, 그 근본인 첨단 산업을 그냥 방기하고 있다”면서 “양당이 서로 싸우느라 반도체 산업을 계속 내버려 둔다면 대한민국에 어떤 재앙이 닥칠지 모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최첨단 기술로 주도하는 선도 국가가 돼야 한다. 용인의 성공이 그 지름길”이라며 “30여 년간 반도체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실력을 용인에 쏟아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개소식에 참석한 50~60여 명의 지지자도 연설 중간중간 양 후보의 이름을 외치며 힘을 실어줬다.
 

  이곳에서 만난 30대 여성 유모씨는 “양 후보는 공약 이행률 95%를 기록할 만큼 열심히 일한 의원”이라면서 “임신과 출산, 학벌 등 어려움을 딛고 스스로 성공한 자리에 오른 모습이 존경스럽다”고 밝혔다. 처인구 토박이라는 60대 남성도 “용인이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가 되려면 양향자를 뽑아야 한다”며 “주변에 양향자를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거대 양당 후보와 비교해 밀리는 지지율은 넘어야 할 산이다. 양 후보 측 관계자는 “개혁신당이 어떤 정당인지 잘 모르는 분이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분위기 자체는 상승세”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양 의원에 대해 “현역 의원으로서 원내 경험이 있고, 반도체 업계에서 실력을 쌓아온 전문가”라면서 “처인구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인물론’을 전면에 내세운 것. 다만 “아직 당선 가능성을 예측하긴 이른 시기”라며 “의원 300명 중 반도체 전문가 1명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형 프로젝트, 행정부와 합 맞춰야… 여당 후보 뽑을 것”
 
  처인구에는 명지대, 용인대 등 여러 대학이 있어 젊은 층 유동 인구가 많다. 명지대역 근처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학생들과 만나 총선에 대해 물었다. 처인구 출신이라는 명지대 학생 박모씨는 “일자리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선다고 하는데 양향자가 이 분야 전문가라고 들었다. 기대를 건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여당을 지지하는 학생도 있었다. 대학생 유모씨는 “이런 대형 프로젝트는 행정부와 합을 맞춰야 제대로 진행될 것 같다”면서 “여당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지역 대학과 반도체 기업이 협력해 산학 연계 프로그램을 많이 개설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근 용인 중앙시장으로 자리를 옮겨 상인들의 말을 들어봤다. 민생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15년째 야채 장사를 하는 박모씨는 “코로나19 때보다 장사가 더 안 된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대통령과 여당은 대체 뭐 했나. 민주당을 뽑으면 다른 대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곳에서 10여 년간 호떡 장사를 해왔다는 50대 김모씨는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면서 “물가는 전 세계적으로 올라 우리만 힘든 게 아니다”라고 했다. 김씨는 “부모 세대처럼 못 먹어서 죽는 시대는 아니지 않으냐. 뭘 해서라도 기회를 찾을 수 있다”면서 “자기가 힘들다고 윗사람만 탓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밝혔다.
 
 
  민주 이상식 “기득권과 거리 먼 청렴 강점”
 
  후보의 청렴성과 도덕성에 방점을 둔 시민도 있었다. 방앗간을 운영하는 70대 윤모씨는 “국민의힘을 지지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후보의 도덕성”이라며 “무엇보다 청렴한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씨는 “그간 이 지역 의원들 죄다 감방에 가지 않았나”며 “용인 사람들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그랬겠나”라고 비판했다. 용인 경전철에서 만난 용인대 학생은 “정치인들이 국민 무서운 줄 알았으면 좋겠다”면서 “민주당 후보가 경찰 출신이니 깨끗한 이미지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이상식 민주당 후보는 “처인구 주민들과 깊은 네트워크를 쌓기 위해 오랜 시간 공들여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전국 유일의 검경 맞대결인 만큼, 꼭 승리해낼 것”이라며 “나는 농부의 아들이고, 서민과 친근한 경찰이었다. 기득권과 거리가 먼 청렴하고 깨끗한 후보”라고 여당 후보를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자신의 강점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국무총리비서실·대통령실 등 국정 사령탑에서 두루 근무해 보는 시야가 넓다는 평을 받는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에는 정책 개발과 경영 능력, 그리고 국제 안목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용인갑 이전 의원들처럼 구속되는 일 없이 처인구 주민들이 자랑스러워하는 국회의원이 될 것”이라며 “이변이 없는 한 당선될 것이라고 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면 이원모 후보는 최근에야 용인갑에 들어와 주민과의 접촉이 많지 않았다는 게 약점이다. 이 후보는 “오랜 기간 공직 생활을 했지만, 국민과 피부를 맞대는 것은 처음”이라면서도 “주민 환대에 용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점을 어필할 것이냐는 물음에 “정부와 여당 등에 풍부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점을 내세우고 있다”고 답했다.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답변을 내놨다. 이 후보는 “아직 (당선)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가 미래 먹거리가 걸린 곳인 처인구가 정쟁 도구로 전락하지 않아야 한다. 반드시 주민 선택을 받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화성을
  평균 연령 34세의 젊은 지역구, 동탄 주민의 솔직한 마음은
 
경기 화성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공영운 후보, 국민의힘 한정민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왼쪽부터). 사진=후보 제공
  경기 화성을은 오랫동안 일방적인 결과가 나왔던 ‘재미없는’ 선거구였다. 화성시 선거구가 탄생한 17대 총선 이후 새누리당 바람이 불었던 18대 총선 딱 한 차례를 빼고 모두 민주 계열 정당 후보가 당선됐다. 2010년 이후는 이원욱 의원의 독주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이원욱 의원(현재 개혁신당 경기 화성정 후보)이 19, 20, 21대 총선에서 세 차례 연속 압도적인 득표로 당선됐다.
 
  이 지역은 동탄신도시를 포함하고 있어 신혼부부와 독신 가구가 많고, 주민의 평균 연령이 34.7세에 불과하다. 인근 반도체·자동차 관련 연구소와 공장에 다니는 직장인이 많아 소득 수준은 높고 젊은 유권자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인구가 계속 늘어 화성정 지역구가 새로 생기며 이원욱 의원이 화성정으로 이동하고 화성을에는 이 지역에 처음 도전하는 3인이 격전을 펼치고 있다.
 
 
  양대 정당 영입 인재와 이준석 3파전
 
개혁신당은 경기 화성-용인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벨트’에 사활을 걸고 있다. 3월 12일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양향자 원내대표, 이원욱 의원.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에서는 한정민 전 삼성전자 연구원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이 출마했다. 둘 다 이번 총선에서 영입된 정치 신인으로 대기업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정민 후보는 동탄에 10여 년간 거주해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있고, 공영운 후보는 대기업 사장 출신으로 직장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가장 시선을 끄는 인물은 단연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다. 정치권에서는 개혁신당이 지역구에서 의석을 얻는다면 1순위는 이준석 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후보는 화성을이 평균 연령이 낮고 첨단산업단지가 위치한 반도체 벨트의 중심이라는 점, 화성시 4개 선거구 중 가장 민주당세가 강하다는 점, 개혁신당에 합류한 이원욱 의원이 10년 이상 지역 관리를 해왔다는 점 등을 장점으로 보고 이 지역에 출마했다.
 
  동탄 호수공원 인근 아파트단지에서 만난 40대 주부는 “3명 모두 지역에서는 낯선 인물이라 아직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에 대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높고, 반응이 엇갈린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일부 젊은 남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던 인물이다. 젠더 갈등의 주인공이기도 하고 30~40대 여성에게는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 아닌가. 왜 젊은 엄마들이 많은 신도시에 출마하겠다고 나섰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젊고 학벌 좋은 유명 정치인(이준석)이 교육 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하니 밀어줘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다른 아파트단지에서 만난 30대 주부는 “젊고, 삼성 출신이고, 동네를 잘 아는 후보에게 호감이 간다”고 했다. “동네에서 만난 친구들은 대부분 남편이 삼성에 다닌다. 직주 근접을 위해 이곳에 살고 있는데 생활 편의성은 좋지만 교육과 교통은 아쉬운 점이 많다. 아이가 학교에 갈 때가 되면 서울 강남은 물론 분당, 용인 등으로 이사 가는 사람이 많아 조금 묘한 분위기가 있다. 여긴 대기업이 많은데 그들의 가족이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발전시켜야 하지 않나. 솔직히 주민들이 계속 민주당 후보만 찍어서 발전이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한다.”
 
 
  ‘힘 있는 정치인’ 원하는 동탄 주민들
 
  동탄의 한 상가에서 법무사사무실을 운영 중인 50대 남성의 얘기다.
 
  “이 지역에서 민주당세가 강하다는 것은 다들 민주당을 지지해서가 아니다. 연령대가 젊으면서 보수 세력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많다. 정치와 뉴스에도 관심들이 많은 편이다. 이원욱 의원이 처음 당선됐을 때(2012년 19대 총선) ‘40대의 똑똑한 후보’라서 지지를 얻었다. 그런데 그 후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10여 년간 눈에 띄는 후보나 이원욱의 경쟁자를 내놓지 못했다. 이제 사람들은 힘 있고 지역을 발전시켜줄 국회의원을 원하지 않겠나. 국민의힘 후보는 젊고 지역을 잘 알지만 이런(힘 있는) 면에서는 조금 아쉽다. 민주당 후보는 사장까지 지낸 사람이라 추진력이 있을 것 같긴 하다. 이준석 후보는 공약이나 언행이 매력 있긴 하지만 깊은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점이 단점인 것 같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3월 10일께 손편지를 써 지역구 주민들에게 보냈다. “집권 1년 차 대통령과도 맞서길 주저하지 않았던 용기를 이제 동탄 발전을 위해 원 없이 쓰고 싶다”는 내용을 담고 동탄 교육특화지구 지정, 특목고 신설 등의 지역 맞춤형 공약도 제시했다. 김철근 개혁신당 사무총장은 “이준석 대표는 젊고 패기 있는 정치인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 만큼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얻어 국회에 입성한다면 화성동탄 지역을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