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4·15 총선 특집

국회의원 후보의 최고 조직, 고교 동문의 힘

“지역구 선거 최고의 援軍은 고교 동문… 출마하려면 ‘좋은’ 고등학교 나와야”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전통 ‘정치 명문高’ 약세… 후보들 출신高 다양해지면서 신흥 명문高 동문들 “우리 학교 출신 국회의원 만들자” 선거운동 적극적
⊙ 동문의 힘,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두드러져
⊙ 地緣과 學緣 동일시하는 분위기… 후보들 “지방에서 선거 치르려면 학연은 대학보다 고등학교가 중요”
⊙ “후보 후원자는 대부분 고등학교 동문… 동문들이 출마 부추기는 경우도 많아”
⊙ 황교안·이낙연의 모교인 경기高·광주제일高, 정치권에서 손꼽히는 명문이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4·15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공천받은 후보들이 맹렬하게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 전국 253개 지역구에서 치러지는 총선에서는 각 지역에서 후보와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연결된 동문회·향우회·종친회 등 각종 조직이 총동원된다. 이 중 가장 끈끈하면서 효과적인 조직은 ‘고교 동문’이라는 것이 후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국적으로 범위가 넓어지는 대학교 동문보다 같은 지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고교 동문이 정서적으로 더 가깝고, 후보들의 상당수는 고향이나 출신 고교가 있는 지역에서 출마하는 만큼 선거운동에서 동문 모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 전통 명문고와 신흥 명문고의 동문회에서는 “우리 동문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자”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번 21대 총선에도 각 지역에서 동문회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전통 명문高 ‘빅5’
 
종로에서 맞붙는 이낙연 전 총리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각각 ‘정치 명문고’로 불리는 광주제일고와 경기고 출신이다.
  20대 국회의원들의 출신 고교는 전통 명문고가 압도적으로 많다. 고교 평준화 이전 각 지역의 명문고로 불린 곳들이다. 20대 의원의 출신고는 경기고가 13명으로 가장 많고, 대전고가 7명으로 뒤를 이으며, 전주고·중동고·경남고·경북고·광주제일고가 각 6명을 기록했다. 이 외에 부산고 4명, 경기여고 4명, 경복고 3명 등이 뒤를 이었다. 경기고는 총선 때마다 당선자 최다 배출 고교 1위였다. 호남 지역에서는 광주제일고와 전주고, 영남 지역에서는 경남고와 경북고가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해왔다. 이 외에 충청 지역에서는 대전고와 청주고, 강원 지역에서는 강릉고와 원주고 출신이 주로 당선되는 등 지난 수십 년간 각 지역의 국회의원 선거는 전통 명문고 출신이 동문회의 단단한 조직력을 발휘해왔다. 신흥 명문고 출신들이 이를 깨기 위해 도전했지만, 쉽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에서 많은 의원을 배출해내는 고등학교로 경기고와 광주제일고, 전주고, 경남고, 경북고, 대전고를 꼽는다. 이 중 사실상 ‘전국구’인 경기고를 제외한 5개교가 정치권 명문고의 ‘빅5’로 불린다. 전남, 전북, 경남, 경북, 충청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명문고이기도 하다.
 
  이번 총선에서 특히 주목받는 고교는 경기고와 광주제일고다. 출마하는 동문 후보가 많기도 하지만, ‘미니 대선’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종로구에서 맞붙는 황교안・이낙연 후보의 모교이기 때문이다.
 
  또 경기고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전통 명문고이며, 광주제일고는 지난해 여야 투쟁 정국에서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권을 “광주일고(광주제일고) 정권”이라고 비난했을 정도로 현 정권의 실세로 알려져 이번 종로 선거는 경기고와 광주제일고의 자존심 싸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황 대표는 경기고 72회, 이 전 총리는 광주서중·일고 45회다. 경기고 총동창회 회장은 김승연 한화 회장, 광주제일고 총동문회 회장은 김상곤 전 교육부총리다.
 
  경기고 기수(期數) 동창회에서 활동한 바 있는 한 동문의 얘기다.
 
  “경기고 출신들이 국내 요직을 모두 맡아왔지만 지금까지 대통령은 내지 못했습니다. 황교안 대표를 대선 후보로 기대했는데 어려운 종로에 나가게 돼서 걱정하는 동문들이 많아요. 대선이라면 어떻게든 동문회가 조직적으로 도와줄 수 있겠는데, 지역구 선거다 보니 표를 줄 수도 없고 안타깝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종로에 사는 사람도 별로 없다 보니 주소를 옮겨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데 쉽지 않은 일이죠. 총선 때면 기수와 지역별로 동문 후보들을 돕는 움직임이 있는데 황 대표에 대해서도 일부 동문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걸로 압니다. 사실 문재인 정권이 ‘광주제일고 정권’이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이낙연 후보까지 당선되면 어찌될지 솔직히 걱정됩니다.”
 
  그는 “서울의 명문고는 아무래도 지방 명문고에 비해 결속력이 떨어지는 편”이라며 이번 종로 선거 결과가 차기 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했다.
 
 
  TK, 경북高 독주에 제동
 
  실제로 지역 정가는 지방 명문고들의 각축장이다. 미래통합당이 장악하고 있는 TK와 PK 등 영남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경북고와 경남고가 지역 정가의 주류였지만, 21대 총선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다소 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신흥 명문고 출신 후보들이 지방 명문고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지역은 전통적으로 경북고가 강세였지만, 20대 총선에서는 경북고와 함께 대륜고가 주목받았다. 20대 총선에서 경북고 출신 당선자는 새누리당의 경북 영주·문경·예천의 최교일 의원과 대구 동구갑의 정종섭 의원, 대구 달서갑의 곽대훈 의원, 무소속 대구 동구을 유승민 의원이 있었다. 대륜고 출신은 경주 김석기 의원, 경북 고령·성주·칠곡의 이완영 의원, 대구 북구갑 정태옥 의원이 당선됐다. 그러나 두 고교 출신은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한 명도 남지 않았다. 이완영 전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고, 김석기·정태옥 의원은 공천에서 컷오프됐다. 최교일·유승민·정종섭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곽대훈 의원은 컷오프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TK 지역 21대 총선 후보자는 3월 중순 현재 미래통합당 경선이 진행 중인 곳이 많아 출신 고교를 집계하기는 힘들지만, 지금까지 확정된 미래통합당 후보 중 경북고 출신은 경북 김천의 송언석 의원이 유일하다. 대구 서구의 김상훈 의원은 대건고, 수성갑 주호영 의원은 능인고, 달서을 윤재옥 의원은 오성고, 달서병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경북대사대부고, 달성 추경호 의원은 계성고 출신이다. 경북은 김천 송언석 의원이 경북고, 안동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은 안동고, 구미을 김영식 전 금오공대 총장은 심인고, 영천·청도 이만희 의원은 대구고, 상주·군위·의성·청송 임이자 의원은 화령고 출신이다. 통합당 경선 중인 예비후보들 중에도 경북고 출신은 류성걸 전 의원 등 극소수에 불과해 21대 국회에서 경북고 출신 국회의원은 20대에 비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공천이 마무리된 더불어민주당의 TK 후보 중에도 경북고 출신은 대구 수성갑의 김부겸 의원 외에는 없었다.
 
  TK 지역에서는 “경북고의 독주를 막자”는 각 학교 동문회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구 북갑에서 미래통합당 경선을 치르는 박형수 전 대구고검 부장검사는 영진고 총동창회장 출신으로, 동문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심인고와 대건고 동문회도 동문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도 경남고 비중 줄어들 듯
 
20대 국회 개원식. 20대 국회의원의 출신고는 경기고가 13명으로 가장 많았다.
  부산에서는 경남고의 독주를 막기 위한 신흥 명문고의 도전이 거세다. 경남고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모교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통령을 두 명 배출한 고등학교다. 20대 국회의원 중 경남고 출신은 부산 사하을의 조경태, 경남 사천·남해·하동의 여상규 의원, 울산 중구 정갑윤 의원, 울산 남구을 박맹우 의원이 있다.
 
  정갑윤·여상규 의원은 21대에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부산 진갑에 단수공천을 받은 서병수 전 부산시장과 울산 북구 단수공천을 받은 박대동 전 의원이 경남고의 맥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경남고와 쌍벽을 이루는 전통 명문고인 부산고 출신은 부산 남구갑 김정훈 의원과 부산 기장 윤상직 의원이 있다.
 
  21대에서는 경남고와 부산고의 확고한 위상에 부산동고, 배정고, 혜광고가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동고는 민주당 김영춘 의원(부산 진갑)이 4선에 나서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울산 남구을에서 박맹우 의원과 경선을 벌인다. 부산동고 출신 김도읍 의원은 이번에 불출마한다. 또 남구갑에 공천받은 박수영 전 한반도선진화재단 대표도 부산동고 출신이다. 배정고는 서울 구로을에서 출마하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과 경기 성남·분당을 김병욱 의원의 모교이며, 자유한국당 영입인사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입성이 예상되는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의 출신고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모교이기도 한 혜광고 출신은 부산 중영도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김비오 전 지역위원장이 있다. 부산 서동구에서 미래통합당 경선을 치르는 곽규택 변호사도 혜광고 출신이다. 금성고 동문들도 미래통합당 후보 경선 중인 동문 이주환(연제)·강성운(중영도) 예비후보 지원에 나섰다. 여고 중에서는 부산 영도여고가 눈길을 끈다. 부산 공천이 확정된 이언주 의원(남을)과 김경지 변호사(금정)가 영도여고 출신이다.
 
 
 
호남, 전주고-광주제일고 독주 계속될까

 
  호남 지역 정치권은 전북은 전주고, 전남은 광주제일고가 장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주고 출신 현역 의원은 전주갑 김광수(민생당), 전주병 정동영(민생당), 정읍·고창 유성엽(민생당), 남원·임실·순창 이용호(무소속) 의원이 있다. 광주제일고 출신은 여수을 주승용(민생당), 고흥·보성·장흥·강진 황주홍(민생당), 광주 동구·남구갑 장병완(민생당), 광주 광산갑 김동철(민생당) 의원이 있으며, 호남 외 지역에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최운열 의원과 미래통합당 심재철 의원이 있다. 20대 총선 당시 호남에서 국민의당 바람이 불면서 전주고와 광주제일고 출신들은 대부분 국민의당을 택했다.
 
  21대 총선에서는 호남 민심이 민생당과 더불어민주당 후보 중 어느 쪽을 택할지 예측이 어려운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출신고를 보면 전주고는 명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광주제일고 출신은 찾기 쉽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후보 중 전주을 출마 예정인 이상직 전 의원이 전주고 출신이며, 전주병에 출마하는 김성주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정읍·고창에 출마하는 윤준병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이 전주고 출신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광주제일고 출신 후보는 동구·남구을에 출마하는 이병훈 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이 있다. 이 전 부시장은 민생당 박주선 의원과 붙게 된다. 이 외에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출신고가 순천고·목포고 등으로 다양하며, 더불어민주당의 광주·전남 후보 중 광주제일고는 이 전 부시장 외 한 명도 없었다. 또 광주제일고 출신 민생당 주승용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21대 총선에서 이낙연 총리가 당선되더라도 광주제일고 출신 의원 수는 줄어들 것이라 본다. 미래통합당에서는 심재철 원내대표가 광주제일고 출신으로 지역구인 경기 안양·동안을에서 6선에 도전한다.
 
 
  인천·충청·강원의 명문고는?
 
  인천은 외부 유입 인구가 많은 특성상 특정 고교 인맥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지역 명문고인 제물포고가 정치 명문고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20대 총선 당시 인천 남동갑에서 당선된 박남춘 인천시장이 제물포고 출신이다. 미래통합당에서는 부평갑의 정유섭 의원, 남동갑에 출마할 유정복 전 인천시장, 남동을에 출마할 이원복 전 의원이 제물포고 출신이다.
 
  대전·충청 지역에서는 대전고의 위상이 독보적이다. 미래통합당의 대전 동구 이장우 의원과 대전·대덕 정용기 의원, 충남 아산갑 이명수 의원 더불어민주당의 대전 서구갑 박병석 의원이 대전고 출신이다. 또 수도권에서는 미래통합당 김용태 의원과 미래통합당 비례대표 유민봉 의원이 대전고다. 대전고와 함께 지역 명문여고인 대전여고도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미래통합당 비례대표인 최연혜 의원과 김삼화 의원이 대전여고 출신이다. 최 의원은 21대 총선에 불출마하지만 김 의원은 서울 중랑갑에 공천받아 출마한다. 충북에서는 청주고가 정치 명문고로 꼽힌다. 충북 청주·청원의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과 충주의 미래통합당 이종배 의원이 청주고 출신이다. 청주·상당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공천받은 윤갑근 전 검사장도 청주고다.
 
  강원도는 강릉고와 강릉중앙고가 전통 명문고지만 20대 총선에서 강릉명륜고 출신 새누리당 권성동·염동열 의원이 당선되면서 한때 강릉명륜고가 정치 명문고로 각광받는 듯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권성동 의원이 컷오프되고 염동열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강릉명륜고의 명맥은 이어지지 못하게 됐다. 강릉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은 강릉고 출신이고, 미래통합당 후보로 공천받은 홍윤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서울 용산고 출신이다. 강원도는 선거구가 넓은 지역 특성상 해당 지역구의 명문고 출신이 출마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속초·고성·양양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하는 이양수 의원은 속초고, 원주갑-을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송기헌 의원은 원주고 출신이다.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발휘되는 명문고의 힘

 
  명문고 출신이 선거에 유리하다는 사실은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두드러진다. 이번 총선에서 출마를 준비하다 공천까지 가지 못한 예비후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A씨는 PK 지역의 신흥 명문고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전문직에 종사한다.
 
  “지방 명문고를 나온 전문직 종사자라면 동문들 사이에서 ‘니 출마 안 하나’라는 얘기를 한번쯤 들었을 겁니다. 사업하는 동문들에게서 ‘내(내가) 밀어줄게’라는 말도 듣죠. 총선을 앞둔 상태에서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면 이번엔 동문 중 누가 출마하나, 누굴 밀어줘야 되나 이런 얘기는 늘 나옵니다. 도와주겠다는 분들이 대단한 대가를 원하는 건 아닙니다. ‘맨날 경남고·부산고만 (국회의원) 해야 되냐’는 얘기들을 하죠.
 
  우리도 한번 국회의원 만들어보자는 겁니다. 저뿐만 아니라 전문직이나 좀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동문들의 그런 제의가 늘 있습니다.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조직, 자금, 대외 업무, 정당 업무 등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어 제안한 분이 있어서 함께하기로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서(낙천) 아쉽습니다.”
 
  B씨는 전남 지역의 신흥 명문고 출신이다. 그는 “재경(在京) 동문회 선배들이 출마를 권유했다”고 했다.
 
  “동문들이 우리가 전주고나 광주제일고보다 못할 게 뭐가 있느냐며 동문들이 힘을 가지려면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돈도 없고 조직도 없다’고 했는데, ‘그런 건 우리가 할 일’이라는 답이 왔죠. 모두 물심양면으로 다들 도와주셨어요. 제가 이 학교를 나오지 않았으면 출마할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대학을 어디 나왔느냐는 후보의 스펙 면에서는 중요하겠지만 선거운동과 조직 관리에는 상관없고, 고등학교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에 제대로 느꼈습니다.”
 
  C씨는 강남 8학군 고교 출신으로 수도권 출마를 준비했다. 그는 고등학교 동문 조직을 적극 활용할 생각은 못 했다고 한다.
 
  “지방에 출마한 후보와 이야기하다 지방 고교 동문회의 조직력과 결속력에 놀랐습니다. 고교 동기들끼리 고향을 찾는 명절이면 늘 만나고, 매년 총동문회도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특히 지방 명문고는 대부분 동문들끼리 그런 유대관계를 갖고 있더군요. 서울의 학교들은 인원도 많고 다들 사는 데 바빠서인지 친한 친구끼리 만나지 총동문회나 기수별 동문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출마를 준비할 때 주변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동문회 리스트를 요청하며 동문들에게 문자와 전화를 하자고 하는데, 솔직히 낯뜨겁고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지방에서는 그게 너무 당연한 일이고 기본인 겁니다. 후원자도 대부분 고교 동문이 중심이 된다는 것도 잘 몰랐습니다. 저는 대학 동문과 사회에서 만난 사람, 친지들 중심으로 도와주는 분들이 있었는데 지방의 고교 동문은 그것보다 훨씬 끈끈하다는 사실을 이번 선거를 준비하면서 알았습니다.”
 
  강원도 출신으로 언론사 대표를 지낸 D씨는 “4년 전에도, 이번에도 고교 동문을 국회의원으로 만들기 위해 동문들이 발벗고 나섰는데, 이번에는 가능성이 보인다”고 했다. 그의 모교 출신 후보가 단독공천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20여 년 동안 이 지역에서 ○○고(지방 명문고)가 아닌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습니다. 고교 평준화 이후 그 학교는 1위가 아닌지 한참 됐는데, 총선과 지방선거 때마다 그 학교 동문회가 똘똘 뭉쳐서 다른 고등학교 출신은 주요 정당에서 공천조차 받은 적이 없어요. 우리 동문회 간부들과 사업하는 동문들이 모여 ‘우리도 한번 국회의원 내보자’며 물심양면으로 지원했습니다. 그 후보가 국회의원이 된다고 해서 우리가 뭘 바라는 건 아니고, 우리도 국회의원을 배출한 학교, 명문고가 돼보자는 뜻입니다.”
 
 
  전통 명문고 비중 줄 듯
 
대권주자들도 대부분 명문고를 나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경기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부산고, 유승민 의원과 김부겸 의원은 경북고 출신이다.
  정치권에서는 앞으로 전통 명문고의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고교 평준화 이후 명문고의 위상이 떨어진 것은 물론, 전통 명문고 출신 정치인이 대부분 50대 이상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모두 공천 물갈이 폭이 작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고의 비중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본다.
 
  20대 총선 당시 경기고 출신 당선자는 새누리당 안상수·이종구·이주영·정우택·김종석, 더불어민주당 민병두·이종걸·오제세·진영, 국민의당 이상돈·오세정, 정의당 노회찬 등이 있었지만 이 중 21대에 재도전하는 인물은 크게 줄었다. 이주영·민병두·오제세 의원은 각 당에서 컷오프됐고, 이종걸 의원은 경선에서 패배해 낙천했으며, 오세정·노회찬 전 의원은 서울대 총장행과 사망으로 국회를 떠났다. 진영 장관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안상수·정우택·이종구 의원은 지역구를 옮겨 당선 여부가 불투명하다. 정치 신인 중 경기고 출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편 정치인들의 모교 현황에서 특이할 만한 점은 현재 명문고로 불리는 외국어고 등 특목고 출신 국회의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1990년대 이후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목고가 입시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때 고등학교 입시를 치른 1970년대 출생 외국어고 졸업생들이 현재 40대 중·후반으로 정부·법조계·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존재감이 거의 없다. 19대 국회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였던 김재연 전 의원이 국내 첫 외국어고(대일외고) 출신 국회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경기 의정부을에서 민중당 후보로 출마해 재선을 노리고 있다. 서울 노원에 출마 예정인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서울과학고 출신으로 과학고 출신 첫 국회의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대 국회의원 출신 대학과 대권 주자들의 모교
 
  2016년 20대 총선 당선자 300명의 출신 대학은 학부 기준 서울대가 81명으로 압도적이었다. 고려대 38명, 성균관대 27명, 연세대 23명이 그 뒤를 이었고, 이화여대 8명이고 건국대·한양대·중앙대가 각 7명이었다. 경희대·한국외국어대·영남대·전남대는 각 6명을 기록했다. 서울대 출신은 새누리당 26명, 민주당 34명, 국민의당 16명이었다. 유력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광주제일고-서울대, 황교안 대표는 경기고-성균관대, 박원순 서울시장은 경기고-단국대, 이재명 경기지사는 검정고시-중앙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부산고-서울대를 졸업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