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서 선출되는 광역단체 비례대표 역시 ‘매관매직’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김소연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의원이 “박범계 의원이 비례대표 후보들을 대상으로 수천만원대의 특별당비, 즉 공천헌금을 요구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김소연 대전시의원이 폭로한 바에 따르면 박범계 의원의 휴대폰에 저장된 표에 ‘서울시의원 비례 7000만원, 광역시도 비례 3500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모 후보는 이를 ‘깎아서’ 1500만원을 냈다고도 했다. (월간조선 2020년 5월호 '집중분석:비례대표의 모든 것')

- 공천 헌금 의혹을 받는 김경 서울시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공범죄수사대에서 경찰 조사를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김경 서울시의원을 둘러싼 공천헌금 문제로 정치권이 긴장중이다. 수사기관이 공천헌금을 깊이 파헤치기 시작하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김경 시의원은 한양여대 아동보육복지과 교수였던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회 비례대표 5번으로 시의회에 입성했다. 이후 2022년 8회 지방선거에서 서울 강서구 제2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돼 재선 시의원이 됐다.
이번 김경 공천헌금 사건의 핵심은 김 시의원이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이었던 강선우 의원에게 1억원을 건넸고, 김 시의원이 강 의원의 지역구인 강서구에서 공천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천관리위원이었던 김병기 전 원내대표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김 시의원이 정치에 입문한 시점, 즉 비례대표로 서울시의회에 입성한 과정부터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비례대표가 공천헌금의 온상이며 경쟁의 장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비례대표제는 언제 시작됐을까. 대한민국의 비례대표제는 1963년 11월 26일 시행된 제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도입됐다. 박정희 대통령이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대통령권한대행을 거쳐 대한민국 제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한 달 만이다.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것은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 후 ‘정국의 안정’을 위해 혁명에 도움을 준 인사들을 정치권에 배치하기 위해서였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6대 총선에서 당선된 전국구 의원은 공화당 22명, 민정당 14명, 민주당 5명, 자유민주당 3명이었다. 이때 전국구 의원으로 당선된 인물은 유진산 전 신민당 총재(민정당), 이만섭 전 국회의장(공화당), 오치성 전 내무부 장관(공화당), 이중재 전 의원(민정당) 등이 있다.
이 같은 비례대표제는 16대 총선(2000년)까지 큰 변화 없이 실시돼왔지만 2001년 헌법재판소가 “1인 1투표제를 통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 배분 방식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무소속 후보나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은 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했을 경우 이 표는 전국구에서는 사표(死票)가 되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지지하는 지역구 후보의 소속 정당이 다를 경우 이를 표시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헌재의 결정 이후 2002년 지방선거와 2004년 17대 총선부터 1인 2표제가 도입됐다. 17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명부에서 여성을 절반 이상 추천하도록 의무화하기도 했다.
불가피했던 공천헌금
비례대표제는 ‘정치 신인을 발굴한다’는 명목하에 여당에서는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물을 원내에 입성시키는 수단으로, 야당에서는 부족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다. 암암리에 진행돼오던 공천헌금을 수면으로 부각시킨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자간담회 발언이다. 1995년 10월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는 국민회의 창당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과거에는 전국구 후보에게 특별헌금을 받아 총선을 치르는 것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지금은 당 운영경비와 선거자금을 국고에서 보조하고 있기 때문에 돈을 받을 필요가 없다.”
야당의 비례대표 공천헌금 존재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김대중 총재는 이전 총선에서 선거자금이 부족할 때 일부 상위 순번 전국구 후보들로부터 많게는 1인당 30억원까지 공천헌금을 받아 당 운영비를 충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지역구 의원을 지낸 한 원로 정치인의 얘기다.
“지금은 비례대표가 지역구 선거로는 원내에 입성하기 힘든 소외계층과 직능대표를 선발한다는 뜻이 있지만, 과거엔 정치인과 상공인 출신들이 전국구로 많이 입성했습니다. 당연히 공천헌금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당이나 후보 모두 선거 때 당이 재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국구 공천헌금에 대해 크게 부정적인 시각은 없었습니다.
어차피 정치인이 내는 정치헌금이라는 게 자기 돈이라기보다는 후원자가 마련해주는 돈이고, 당 지도부가 그런 공천헌금을 갖고 개인적으로 치부(致富)한 예도 없어요. 그리고 그런 분들이 있어야 다른 능력 있는 사람들도 마음 놓고 정치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전국구 의원은 공천권을 가진 당 총재 또는 계파 보스, 그리고 후원자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는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당이 굴러가기 힘들었겠죠. 그래도 그 시절엔 헌금 액수만으로 함량 미달의 인물이 국회의원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계파 보스들이 양심적으로 ‘교통정리’를 하는 등 당내 자정 능력이 있었습니다.”
공천헌금의 창구?
현행 공직선거법은 47조에서 “정당이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할 수 없으며,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비례대표제는 ‘정치헌금의 창구’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제공된 금품의 대가성 여부를 법적으로 밝혀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천헌금이 여야를 불문하고 대형 이슈가 됐던 것은 18대 총선(2008년)이다. 2008년 총선에서 친박연대는 비례대표 후보들로부터 정치헌금을 받아 서청원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았고 양정례 의원 등이 의원직을 상실했다. 양 전 의원은 당시 “당에서 먼저 연락이 와 비례대표를 신청했고 특별당비를 냈다”고 밝혔다. 양 전 의원의 모친이 재력가인 만큼 당이 재정을 위해 양 전 의원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양 전 의원은 서청원 의원에게 17억원을, 또 다른 비례대표 당선자 김노식 의원은 15억원을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비례대표제는 16대 총선(2000년)까지 큰 변화 없이 실시돼왔지만 2001년 헌법재판소가 “1인 1투표제를 통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 배분 방식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무소속 후보나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은 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했을 경우 이 표는 전국구에서는 사표(死票)가 되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지지하는 지역구 후보의 소속 정당이 다를 경우 이를 표시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헌재의 결정 이후 2002년 지방선거와 2004년 17대 총선부터 1인 2표제가 도입됐다. 17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명부에서 여성을 절반 이상 추천하도록 의무화하기도 했다.
불가피했던 공천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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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총재 시절 “더 이상 전국구 후보들로부터 공천헌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
“과거에는 전국구 후보에게 특별헌금을 받아 총선을 치르는 것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지금은 당 운영경비와 선거자금을 국고에서 보조하고 있기 때문에 돈을 받을 필요가 없다.”
야당의 비례대표 공천헌금 존재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김대중 총재는 이전 총선에서 선거자금이 부족할 때 일부 상위 순번 전국구 후보들로부터 많게는 1인당 30억원까지 공천헌금을 받아 당 운영비를 충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지역구 의원을 지낸 한 원로 정치인의 얘기다.
“지금은 비례대표가 지역구 선거로는 원내에 입성하기 힘든 소외계층과 직능대표를 선발한다는 뜻이 있지만, 과거엔 정치인과 상공인 출신들이 전국구로 많이 입성했습니다. 당연히 공천헌금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당이나 후보 모두 선거 때 당이 재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국구 공천헌금에 대해 크게 부정적인 시각은 없었습니다.
어차피 정치인이 내는 정치헌금이라는 게 자기 돈이라기보다는 후원자가 마련해주는 돈이고, 당 지도부가 그런 공천헌금을 갖고 개인적으로 치부(致富)한 예도 없어요. 그리고 그런 분들이 있어야 다른 능력 있는 사람들도 마음 놓고 정치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전국구 의원은 공천권을 가진 당 총재 또는 계파 보스, 그리고 후원자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는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당이 굴러가기 힘들었겠죠. 그래도 그 시절엔 헌금 액수만으로 함량 미달의 인물이 국회의원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계파 보스들이 양심적으로 ‘교통정리’를 하는 등 당내 자정 능력이 있었습니다.”
공천헌금의 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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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총선에서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오른쪽)는 비례대표 1번 양정례 의원(왼쪽) 등으로부터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
공천헌금이 여야를 불문하고 대형 이슈가 됐던 것은 18대 총선(2008년)이다. 2008년 총선에서 친박연대는 비례대표 후보들로부터 정치헌금을 받아 서청원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았고 양정례 의원 등이 의원직을 상실했다. 양 전 의원은 당시 “당에서 먼저 연락이 와 비례대표를 신청했고 특별당비를 냈다”고 밝혔다. 양 전 의원의 모친이 재력가인 만큼 당이 재정을 위해 양 전 의원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양 전 의원은 서청원 의원에게 17억원을, 또 다른 비례대표 당선자 김노식 의원은 15억원을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한나라당에서도 18대 총선 직전 이명박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 언니 김옥희씨가 공천을 책임져주겠다며 모 인사로부터 30억원을 받은 사실이 논란이 됐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도 공천헌금 문제는 불거졌다. 부산시의원 출신으로 새누리당 비례대표 23번을 받은 현영희 의원이 당시 친박 실세이자 공천위원인 현기환 전 의원에게 3억원을,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현영희 의원은 당에서 제명된 후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같은 시기 통합민주당에서도 공천헌금 문제가 터졌다. 라디오21 본부장 출신인 양경숙씨는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을 빌미로 예비 후보들로부터 40억원대의 뇌물을 받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양씨는 당 지도부 및 공천 관련자 등에 금품을 제공하겠다며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 비례대표뿐만이 아니다. 지방선거에서 선출되는 광역단체 비례대표 역시 ‘매관매직’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김소연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의원이 “박범계 의원이 비례대표 후보들을 대상으로 수천만원대의 특별당비, 즉 공천헌금을 요구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김소연 대전시의원이 폭로한 바에 따르면 박범계 의원의 휴대폰에 저장된 표에 ‘서울시의원 비례 7000만원, 광역시도 비례 3500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모 후보는 이를 ‘깎아서’ 1500만원을 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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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현영희 의원(오른쪽)은 친박 실세 현기환 전 의원(왼쪽)에게 공천헌금을 건넨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
국회의원 비례대표뿐만이 아니다. 지방선거에서 선출되는 광역단체 비례대표 역시 ‘매관매직’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김소연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의원이 “박범계 의원이 비례대표 후보들을 대상으로 수천만원대의 특별당비, 즉 공천헌금을 요구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김소연 대전시의원이 폭로한 바에 따르면 박범계 의원의 휴대폰에 저장된 표에 ‘서울시의원 비례 7000만원, 광역시도 비례 3500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모 후보는 이를 ‘깎아서’ 1500만원을 냈다고도 했다.
비례대표 공천 방식은
전직 야당 핵심 관계자에게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지난 총선 당시 당 사무처에서 공천과 관련된 핵심 보직에 있었다.
― 비례대표 명단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공개신청 기간 신청한 사람들을 모아 비례대표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리스트를 만든다. 위원들이 모여 서류를 보고 적합성 여부를 판단한 뒤 어느 자리에 넣을 것인지를 결정한다. 당선권이 20여 명이라면 그 안에 여성, 청년, 장애인, 직능대표, 각계 전문가 등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 가장 큰일이다. 리스트가 만들어지면 당 지도부가 검토 후 재가한다.”
― 위원들이 민원을 많이 받을 것 아닌가.
“물론이다. 당 지도부부터 지인까지 어마어마한 민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일일이 받아들일 수는 없다.
유념해야 할 것은 지도부 측에서 ‘당 재정에 도움이 될 사람’이라고 하는 민원이다. 특별하게 당비를 많이 냈거나 낼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주로 직능대표나 전문가의 경우다. 청년이나 장애인 후보의 경우 특별당비를 크게 고려하지 않지만, 청년 후보는 뒷배경이 든든한 경우가 적지 않아 재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재정에 도움이 되는 인물은) 전체 비례대표 후보 중 한 자릿수 정도로 그 수가 많은 것은 아니다. ”
― 비례대표 후보들이 내야 하는 특별당비가 곧 공천헌금 아닌가.
“후보들이 요구받는 특별당비는 공천헌금, 공천사례와는 조금 다른 얘기다. 특별당비는 어차피 3000만원에서 5000만원 정도로 당의 홍보비용과 공보물 등 실질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본인이 책임지라는 정도일 뿐이다. 사실 그 정도도 내지 않고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얼마 정도 내야 ‘안정권’이냐는 것이다. 확실하게 하려면 최소 30억원이라는 얘기가 있다.
“10억원을 낸다고 뒷번호를 받고 30억원을 낸다고 앞번호를 받는 게 아니다. 후보의 스펙과 능력, 당에 필요한 정도에 따라 그 사람이 내야 할 특별당비의 규모는 달라진다. 다른 당에서는 의지가 강한 후보들에게 대략의 액수를 정해줬다고 들었다. 우리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고 본인의 의사를 물어보는 정도였다.”
― 금액에 거대정당과 군소정당은 차이가 있나.
“거대정당은 1억을 내고 당선되고, 군소정당은 17억을 내고 당선된 사례가 있지 않나. 군소정당은 단위가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여야 교체 후 공식 공천헌금 줄어
새누리당의 고위 당직자 출신 한 인사는 “17대(2004년) 총선 공천 때부터 여야 모두 당 차원의 공천헌금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했다. 그의 얘기다.
“야당이 된 후 처음 치르는 총선이다 보니 공천을 제대로 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의지가 강했습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이 이번에 공천개혁을 이루지 않으면 정권 재창출이 어렵겠다고 판단한 거죠. 여당의 체질을 버리고 총선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로 인물 위주의 공천을 했습니다.”
실제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을 거치면서 당 지도부의 ‘공천장사’가 활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이-친박계가 10년 이상 대치하면서 친이공천, 친박공천이 번갈아가면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돈보다 계파가 우선이었다. 그는 “계파 내에서 암암리에 공천에 대한 대가성 금전을 받았을 가능성은 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당내에서는 공천헌금 이슈가 크게 줄었다”고 했다.
당시 야당에서 여당이 된 열린우리당도 공천헌금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지긴 마찬가지였다. 야당 시절에는 당 재정을 위해 공천헌금을 받을 필요가 있었지만, 여당이 된 후에는 ‘챙겨줘야 할 사람’이 많아지면서 공천헌금보다는 정치적인 이해득실에 따라 비례대표를 결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때 장복심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을 앞두고 당 주요 인사들에게 금품을 돌렸다는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사실은 있다. 당시 당 관계자는 “약사 출신 장 의원이 재력이 있어 당 관계자들에게 약간의 금품을 제공한 것일 뿐 공천 로비와는 연관관계가 없어 무혐의 처리됐다”고 밝혔다.
물론 당 차원의 공천헌금이 줄었을 뿐 실제 거래되는 공천헌금 규모는 더 커졌다는 시각도 있다. 전직 새누리당 관계자는 “친박공천이 힘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 과정에 들어간 금전 때문”이라며 “19대 때 비례대표 1인당 20억원, 30억원이 오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9대 새누리당 비례대표 당선자의 재산 평균은 65억원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수백억에서 수천억원대의 자산가가 다수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친박계가 박 전 대통령 퇴임 후 필요한 정치자금을 마련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천헌금 필수는 아냐
총선 전 당에서 필요해 영입한 인재의 경우 공천헌금이나 특별당비 없이 비례대표로 입성한 인물도 적지 않다. 당에서는 총선에서 당의 ‘선전용’ 가치가 높은 인물에게는 별다른 비용을 요구하지 않거나 실질적으로 필요한 비용에 해당하는 특별당비만 요구하기도 한다.
박선영 동국대 교수(물망초 이사장)는 2008년 총선에서 자유선진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월간조선》 기자와의 대화에서 “다른 비례대표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고 했다. MBC 기자 출신인 그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의 권유로 비례대표 3번을 받아 국회에 들어왔는데, 공천헌금을 할 생각도 없었고 그럴 형편도 아니었다고 했다. 자유선진당 최장수 대변인이었던 그의 얘기다. “다른 비례대표 의원님들이 저를 보며 그런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돈을) 얼마나 많이 쓰고 여기(국회) 들어왔는데, 총재 눈에 들었다는 이유로 한 푼도 안 쓰고 들어와서 나대는 모습 보기 싫다’고 했다는 거예요. 대변인을 오래 하다 보니 제가 언론에 가장 많이 노출이 됐으니까요. 저는 비례대표가 그런 자리인 줄 정말 몰랐어요. 그래서 국회의원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미련 없이 국회에서 나왔습니다.”
정당 사무처 출신으로 비례대표 후보에 포함됐던 한 인사는 “기업인이나 전문직은 비례대표 한번 해보겠다고 10억원 이상을 특별당비로 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전체 비례대표 중 한 손으로 꼽을 정도”라며 “당 대표가 삼고초려해 모셔오는 등 총선용 영입 인사가 많은데 그런 분들에게 큰돈을 받을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또 “당의 재정에 도움이 되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비례대표의 거취 문제
한편 비례대표들이 활발한 의정 활동을 보이지 못한다는 점, 비례대표의 거취가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 때문에 비례대표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의 분당, 바른미래당 탈당파의 새로운보수당 창당 등 보수 통합과 관련해 비례대표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계 개편에서 비례대표의 거취 문제는 의석수 1석이 아쉬운 정치권에서는 복잡한 문제가 된다. 비례대표는 탈당이나 정당 해산 등으로 당적을 잃게 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단 스스로 탈당이 아닌 출당조치(제명)의 경우 무소속 비례대표로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다.
이렇다 보니 비례대표들의 거취 문제가 20대에서 논란이 됐다. 바른미래당 비례대표인 이상돈·박주현·장정숙 의원은 국민의당 소속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했지만 2018년 3월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합당하면서 바른미래당 소속이 됐다. 그러나 이들은 바른미래당의 당론에 따르지 않겠다며 민주평화당에서 의정 활동을 해왔다. 심지어 장정숙 의원은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민주평화당의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비례대표 무용론(無用論)’도 나온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정치에 입문한 후 비례대표 경력을 바탕으로 지역구에 출마, 다선에 도전하는 경우가 태반이어서 비례대표제가 본래의 의미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전직 야당 핵심 관계자에게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지난 총선 당시 당 사무처에서 공천과 관련된 핵심 보직에 있었다.
― 비례대표 명단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공개신청 기간 신청한 사람들을 모아 비례대표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리스트를 만든다. 위원들이 모여 서류를 보고 적합성 여부를 판단한 뒤 어느 자리에 넣을 것인지를 결정한다. 당선권이 20여 명이라면 그 안에 여성, 청년, 장애인, 직능대표, 각계 전문가 등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 가장 큰일이다. 리스트가 만들어지면 당 지도부가 검토 후 재가한다.”
― 위원들이 민원을 많이 받을 것 아닌가.
“물론이다. 당 지도부부터 지인까지 어마어마한 민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일일이 받아들일 수는 없다.
유념해야 할 것은 지도부 측에서 ‘당 재정에 도움이 될 사람’이라고 하는 민원이다. 특별하게 당비를 많이 냈거나 낼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주로 직능대표나 전문가의 경우다. 청년이나 장애인 후보의 경우 특별당비를 크게 고려하지 않지만, 청년 후보는 뒷배경이 든든한 경우가 적지 않아 재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재정에 도움이 되는 인물은) 전체 비례대표 후보 중 한 자릿수 정도로 그 수가 많은 것은 아니다. ”
― 비례대표 후보들이 내야 하는 특별당비가 곧 공천헌금 아닌가.
“후보들이 요구받는 특별당비는 공천헌금, 공천사례와는 조금 다른 얘기다. 특별당비는 어차피 3000만원에서 5000만원 정도로 당의 홍보비용과 공보물 등 실질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본인이 책임지라는 정도일 뿐이다. 사실 그 정도도 내지 않고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얼마 정도 내야 ‘안정권’이냐는 것이다. 확실하게 하려면 최소 30억원이라는 얘기가 있다.
“10억원을 낸다고 뒷번호를 받고 30억원을 낸다고 앞번호를 받는 게 아니다. 후보의 스펙과 능력, 당에 필요한 정도에 따라 그 사람이 내야 할 특별당비의 규모는 달라진다. 다른 당에서는 의지가 강한 후보들에게 대략의 액수를 정해줬다고 들었다. 우리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고 본인의 의사를 물어보는 정도였다.”
― 금액에 거대정당과 군소정당은 차이가 있나.
“거대정당은 1억을 내고 당선되고, 군소정당은 17억을 내고 당선된 사례가 있지 않나. 군소정당은 단위가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여야 교체 후 공식 공천헌금 줄어
새누리당의 고위 당직자 출신 한 인사는 “17대(2004년) 총선 공천 때부터 여야 모두 당 차원의 공천헌금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했다. 그의 얘기다.
“야당이 된 후 처음 치르는 총선이다 보니 공천을 제대로 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의지가 강했습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이 이번에 공천개혁을 이루지 않으면 정권 재창출이 어렵겠다고 판단한 거죠. 여당의 체질을 버리고 총선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로 인물 위주의 공천을 했습니다.”
실제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을 거치면서 당 지도부의 ‘공천장사’가 활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이-친박계가 10년 이상 대치하면서 친이공천, 친박공천이 번갈아가면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돈보다 계파가 우선이었다. 그는 “계파 내에서 암암리에 공천에 대한 대가성 금전을 받았을 가능성은 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당내에서는 공천헌금 이슈가 크게 줄었다”고 했다.
당시 야당에서 여당이 된 열린우리당도 공천헌금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지긴 마찬가지였다. 야당 시절에는 당 재정을 위해 공천헌금을 받을 필요가 있었지만, 여당이 된 후에는 ‘챙겨줘야 할 사람’이 많아지면서 공천헌금보다는 정치적인 이해득실에 따라 비례대표를 결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때 장복심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을 앞두고 당 주요 인사들에게 금품을 돌렸다는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은 사실은 있다. 당시 당 관계자는 “약사 출신 장 의원이 재력이 있어 당 관계자들에게 약간의 금품을 제공한 것일 뿐 공천 로비와는 연관관계가 없어 무혐의 처리됐다”고 밝혔다.
물론 당 차원의 공천헌금이 줄었을 뿐 실제 거래되는 공천헌금 규모는 더 커졌다는 시각도 있다. 전직 새누리당 관계자는 “친박공천이 힘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 과정에 들어간 금전 때문”이라며 “19대 때 비례대표 1인당 20억원, 30억원이 오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9대 새누리당 비례대표 당선자의 재산 평균은 65억원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수백억에서 수천억원대의 자산가가 다수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친박계가 박 전 대통령 퇴임 후 필요한 정치자금을 마련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총선 전 당에서 필요해 영입한 인재의 경우 공천헌금이나 특별당비 없이 비례대표로 입성한 인물도 적지 않다. 당에서는 총선에서 당의 ‘선전용’ 가치가 높은 인물에게는 별다른 비용을 요구하지 않거나 실질적으로 필요한 비용에 해당하는 특별당비만 요구하기도 한다.
박선영 동국대 교수(물망초 이사장)는 2008년 총선에서 자유선진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월간조선》 기자와의 대화에서 “다른 비례대표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고 했다. MBC 기자 출신인 그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의 권유로 비례대표 3번을 받아 국회에 들어왔는데, 공천헌금을 할 생각도 없었고 그럴 형편도 아니었다고 했다. 자유선진당 최장수 대변인이었던 그의 얘기다. “다른 비례대표 의원님들이 저를 보며 그런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돈을) 얼마나 많이 쓰고 여기(국회) 들어왔는데, 총재 눈에 들었다는 이유로 한 푼도 안 쓰고 들어와서 나대는 모습 보기 싫다’고 했다는 거예요. 대변인을 오래 하다 보니 제가 언론에 가장 많이 노출이 됐으니까요. 저는 비례대표가 그런 자리인 줄 정말 몰랐어요. 그래서 국회의원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미련 없이 국회에서 나왔습니다.”
정당 사무처 출신으로 비례대표 후보에 포함됐던 한 인사는 “기업인이나 전문직은 비례대표 한번 해보겠다고 10억원 이상을 특별당비로 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전체 비례대표 중 한 손으로 꼽을 정도”라며 “당 대표가 삼고초려해 모셔오는 등 총선용 영입 인사가 많은데 그런 분들에게 큰돈을 받을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또 “당의 재정에 도움이 되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비례대표의 거취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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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대 총선에 적용되는 선거법 개정안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사진 가운데)가 대표발의한 안이다. 새 선거법의 최대 수혜자는 정의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이렇다 보니 비례대표들의 거취 문제가 20대에서 논란이 됐다. 바른미래당 비례대표인 이상돈·박주현·장정숙 의원은 국민의당 소속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했지만 2018년 3월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합당하면서 바른미래당 소속이 됐다. 그러나 이들은 바른미래당의 당론에 따르지 않겠다며 민주평화당에서 의정 활동을 해왔다. 심지어 장정숙 의원은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민주평화당의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비례대표 무용론(無用論)’도 나온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정치에 입문한 후 비례대표 경력을 바탕으로 지역구에 출마, 다선에 도전하는 경우가 태반이어서 비례대표제가 본래의 의미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