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국민은 ‘간첩’ 걱정하는데, 수사 현장은 2년째 ‘無 실적’

“간첩 있다”는 국민 68%…70%는 “국정원 수사권 부활”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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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한국에 간첩이 존재한다고 믿지만, 정작 간첩이 검거돼 재판까지 이어진 사례는 2년 넘게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민주연구원이 여론조사 공정에 의뢰해 지난 14·15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선 ARS 전화조사 결과 ‘대한민국에 간첩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8.1%로 ‘없다’(22.1%)의 3배에 달했다. 반면 2024년 1월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이후 간첩 체포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응답은 84.2%로, 들어본 적이 있다는 응답(15.8%)의 5배를 훌쩍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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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2024년 1월 1일부터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되고 경찰이 간첩수사를 전담한 이후 2026년 4월 현재까지 간첩을 검거해 기소·확정된 사례는 0건”이라면서 “2년 3개월 동안 대한민국의 간첩수사는 사실상 ‘개점휴업’(開店休業) 상태”라고 했다. 


그는 이어 “경찰청은 2024년 2건, 2025년 1건의 간첩을 검거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해 국가보안법 제4조(목적수행)로 검찰에 송치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검찰은 기소하지 않았고 당연히 재판에도 회부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창하게 간첩을 검거했다면서 구속영장도 신청하지 않고 불구속 상태에서 간첩 수사를 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 부진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북한에 우호적인 현 정부의 대북정책 때문’이라는 응답이 37.2%, ‘경찰의 대공수사 의지와 역량이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28.9%로, 비판적 답변을 합산하면 66.1%에 달했다. 간첩 수사력을 높이는 방안으로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꼽은 응답자가 69.6%로 압도적이었다. ‘현재의 경찰 대공수사력으로 충분하다’는 응답은 14.7%에 그쳤다.


껍데기만 남은 안보수사


연구원에 따르면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직전 4507명 수준이었던 안보경찰 인력은 이후 10년 사이 2000명 이하로 반토막 났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일부 증원돼 2300명대를 회복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감축됐다. 특히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방침을 밀어붙이면서 오히려 안보경찰 인력을 210명 줄였다. 안보수사 인력만 놓고 보면 2017년 576명에서 2020년 451명으로 125명(22%)이 줄었다.


유동열 원장은 “현재 전국 안보경찰 중 안보수사 인력은 40% 내외에 불과하다”면서 “나머지는 기획·분석 등 행정지원 인력과 탈북민 신변보호 담당 인력이며 그중에서도 산업기술 수사, 첨단안보 수사, 방첩·대테러 수사 인력을 제외하면 정통 간첩수사를 담당하는 인력은 15%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안보수사를 하라고 만든 조직에서 주 업무를 수행하는 간첩수사 인력이 15%에도 못 미치는 것은 명백히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했다.

 

지방경찰청 안보수사대 실태는 더 심각하다. 각 지방청의 안보수사1대 인력은 12명인데, 수사대장·서무·교육 출장·당직·연가 인원을 빼고 나면 실제 평시 수사 활동 인력은 5명 내외다. 이 인력으로 도(道) 단위를 커버해야 한다. 정상적인 안보수사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전문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유 원장은 “전국 안보수사를 실무 지휘하는 간부의 70% 이상이 간첩수사 경력이 전무한 비경력자”라면서 “경찰청 안보수사단 전체 인력 중 대공수사 경력자는 10%에 불과하다”고 했다. 


엎친 데 덮친 ‘방첩사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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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들어 군 내부 간첩수사의 핵심축인 방첩사 마저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안보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부재한 상태다. 사진은 경기도 과천시 국군방첩사령부 정문. 사진=뉴시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사 공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12·3 계엄 사태 당시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의 행적을 근거로 부대 해체 및 기능 분산을 골자로 한 개편 작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검토 중인 안은 방첩·사이버 정보 기능을 신설 기구인 (가칭)국방안보정보원으로 넘기고, 핵심인 대공 수사권은 일반 군 범죄 수사기관인 국방부 조사본부(군사경찰)로 이관하는 방식이다.


유 원장은 “방첩사와 그 전신들이 쌓아온 간첩수사 등 대공수사 역량을 일거에 제거하는 것”이라며 “군사경찰이 간첩수사 노하우를 체득하는 데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첩사의 문제가 있다면 자체 개혁으로 해결해야지, 부대 해체를 단행하는 것은 빈대잡자고 대궐집을 태우자는 격”이라고도 했다.


여론도 이를 비판적으로 본다. 현 정부가 군 정보수사기관인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를 해체하고 간첩 수사권을 일반 군범죄 수사기관인 국방조사본부 내 헌병, 즉 군사경찰에게 이관하는 작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반대한다’는 응답자가 46.9%로 ‘찬성한다’(38%)에 비해 8.9%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간첩 수사 등 현 정부의 안보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안보정책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절반에 가까운 47.1%로 ‘신뢰한다’(39.9%)에 비해 7.2%포인트 정도 높게 나타났다.

 

"北 환호할 일 자처한 것”

 

유 원장은 “북한은 그동안 ‘국정원, 경찰 보안수사대, 기무사’를 파쇼폭압기관이라 매도하며 해체를 주장해왔다"며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폐지한 것은 북한 대남간첩공작의 총본산인 정찰총국이 두 손을 들어 환호할 일을 우리 스스로 자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응책으로 유 원장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경찰 체계 내에서는 현재 국수본 산하 안보수사국을 경찰청 직속의 독립적인 가칭 ‘국가안보수사본부’로 격상하고, 인력을 3000명 규모로 우선 증원한 뒤 5000명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국 안보경찰 중 70%를 순수 안보수사 인력으로 전환하고, 안보수사 경력자를 지휘부에 우선 배치하며, 해외 방첩망 구축과 유관국 정보기관과의 공식·비공식 채널 유지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설문조사 응답률은 2.9%,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포인트였다. 응답자의 정치 성향을 묻는 질문에 중도 35.9%, 보수 30.2%, 진보 24.2%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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