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창끝전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째에 접어든 2026년, FPV(First Person View) 자폭 드론이 수십억짜리 주력 전차를 제압하고, 소규모 드론팀이 대규모 기갑/기계화부대를 무력화한다. 우크라이나군은 여단급 부대에 드론 대대, 대대급에 드론 소대를 편성했는데, 세계 최초로 무인체계군(Unmanned Systems Forces)을 별도 군종으로 창설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드론 파일럿’이 있다. 기체 조종에만 그치지 않고 전장 상황을 판단하고, 표적을 선정하며, 팀과 협력해 생존성을 확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민간 드론 훈련기관 ‘드로나리움 아카데미(Dronarium Academy)’는 FPV 드론, 광섬유 드론 운용, 전자전 환경 비행, 드론 조립•개조에 이르는 실전 중심 교육으로 드론 파일럿 수만명을 양성해 전장에 투입하고 있다.
반면 한국군의 드론 교육은 사실상 ‘기체 조작과 기본 비행’ 수준에 머물러 있다. 드론을 단순한 도구로 보는 관점에 그쳐 ‘전투의 일부’로 통합해 가르칠 교육 체계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창끝전투(학회장 조상근 박사)는 “군이 실시하는 자체 교육은 조종 기술에 치우쳐 있고, 민간 자격증 과정은 ‘비행’만 가르치고 있다. 그 사이의 공백, 즉 ‘전술적 운용’이라는 가장 중요한 영역을 메울 곳이 마땅치 않았다”고 했다.
이어 “드론의 대규모 전력화를 통해 각개 전투원이 드론을 보급받기 위해서는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장비 보급을 기다리지 말고 운용 인력과 드론 전술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창끝전투는 육군 정보작전참보부와 ‘민군 협력 드론 및 대드론 전투수행방법 실무 교육(이하 실무 교육)’을 공동 기획했다.
실무 교육은 지난 4월 27일부터 30일간 육군부사관학교에서 진행됐다. 창끝전투는 “군의 작전 수요와 민간의 전술 연구 역량이 기획 테이블에서부터 결합된, 한국 국방 교육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협력 구조”라고 밝혔다.
강사진은 창끝전투 조상근 학회장과 최무룡•김인찬•신의철 책임연구위원, 대한드론스포츠협동조합 권용상 이사장 등이었으며 ‘재능기부’ 형태로 실무 교육에 참여했다.
(사)창끝전투는 한국형 소부대 전투 연구를 표방하며 출범한 민간 학회다.
교육 대상자는 육군 드론 조종사와 교관 40명으로 드론을 운용하는 야전 조종사와 각 병과학교에서 드론 및 대드론 관련 교육을 담당하는 전술담임교관이다. 장교•준사관•부사관•군무원 등이 참여했으며 보병•기갑•포병•방공•정보 병과 등 병과도 다양했다.
창끝전투는 “’한국군에서 드론과 대드론을 다루는 사람들’을 한 테이블에 모은 첫 자리였다는 점에서 이번 교육은 매우 유의미했다”며 “현장 운용 경험과 민간 연구자들의 이론적 관점을 한 테이블에서 충돌•융합시키기 위해서였다. 다양한 배경 위에서 기동•화력•정보•지휘통제•방호•지속이라는 6대 전투수행 기능별 고려사항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드론 및 대드론 작전계획이 탄생했다”고 밝혔다.
실무 교육은 군 전술적 계획 수립 절차를 단계적으로 시작해 실제 작전계획의 도식 및 서식명령까지 작성하게 만드는 실습 중심 프로그램으로 설계됐다.
1일차는 팀 빌딩과 전차중대급 드론•대드론 전투수행방법 강의, 2일차는 보병중대급 드론•대드론 전투수행방법 강의, 권용상 이사장의 FPV 드론 파일럿팅 시연 등이 진행됐다.
3일차부터는 실습이 진행됐다. 교육생들은 입소 전 대대 공격 명령을 받아 사전 임무분석을 마쳤다. 팀별로 유인 전투원만의 시나리오를 짠 뒤, 정찰드론•타격드론•대드론•무인로봇 같은 무인 자산을 단계적으로 통합해 ‘유•무인 복합 시나리오’로 재설계했다.
최종 단계에서는 작전투명도(전술 도식)에 드론•대드론 단대호를 추가하고, 작전명령서에는 무인 전력별 구체적 과업을 명시하는 것까지 진행됐다. 드론을 작전계획의 핵심 구성요소로 통합하는 사고 훈련이었다.
4일차에는 팀별 발표와 상호 검토가 진행됐다. 같은 임무에서 출발한 팀들이 서로 다른 답을 들고 나왔다. 한 교육생은 “이전에 받아본 적 없는 실습이었다. 드론 기술뿐 아니라 드론을 전투에 어떻게 녹여 넣을지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최무룡 책임연구원은 강의에서 ‘기술이 아닌 전술’에 집중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이 무서운 게 아니다. 드론을 혁신적으로 운용하는 창의적 ‘전술’이 부럽고 무서운 것”이라고 했다.
첫째, 전쟁은 드론으로 바뀌었지만 승패는 여전히 사람이 결정한다. 무기가 바뀌어도 승패는 ‘인간의 사고’가 가른다.
둘째, 육군의 작전 영역이 2차원 평면에서 3차원 입체 공간으로 확대됐다. 새로운 공중 공간을 활용하는 동시에, 그 공간에서 오는 위협에도 대비해야 한다.
셋째, 전쟁사에서 ‘혁신적 무기로 거둔 승리’라는 사례는 대부분 신무기가 아니라 신전술의 승리였다. 기존 무기를 새로운 운용 방법과 전술로 활용했을 때 승부가 갈렸다는 점은 역사가 입증했다.
넷째, 직접 기술과 무기를 개발할 수 없어도 군인은 운용 전술을 개발할 수 있다. ‘존재’를 알고 그 ‘특성’을 이해하면, 어떠한 환경 하에서도 전술을 만들 수 있다.
다섯째, 우리 획득체계상 대규모 드론 전력화는 5~10년이 걸릴 수 있다. 이 시간을 기다릴 게 아니라, 간부들이 지금부터 운용 전술을 부단히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
김인찬 책임연구위원은 보병중대의 드론 운용/대응을 강의했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지상전투원은 4대 전투기술에 ‘대드론 전투’를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 드론은 누가 운용해야 하는가. 일반 전투원이 운용하는 방식과 드론 전문부대를 창설해 전담시키는 방식, 둘 다 장단점이 있다. 다만 전문화 측면에서는 드론 전문부대 창설이 더 적합하다.
둘째, 지상전투원의 임무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기존 4대 전투기술(사격과 기동, 은폐와 엄폐, 관측과 보고, 전투대형 유지•전환)에 ‘대드론 전투’가 추가돼야 한다. 감시 영역도 ‘지상’에서 ‘지상+초저고도 공중’으로 확장됐다. 현재 지상 전투만을 전제로 설계된 전투휴대장비 체계를 군이 재검토해야 한다.
셋째, 드론은 출고되는 순간 이미 구식이다. 기술 진화 속도를 고려하면 부대별로 ‘드론 공작소’ 또는 ‘드론 공방’을 개소해 사용자가 직접 정비•개조할 수 있어야 한다. 야전에서의 개조 능력 자체가 곧 전투력이다.
넷째, 사단급 드론 비축량은 세 가지 변수로 산정해야 한다. ①포병의 CSR(전투지속소요량) ②국내 드론 업체의 전시 생산능력 ③적 전술부대의 대공방어능력. 이 세 가지를 종합해야 실제 비축량을 도출할 수 있다.
다섯째, 드론팀에는 반드시 경계병이 편제돼야 한다. 팀장•정찰드론병•공격드론병은 화면에 신경을 집중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접근하는 적 우회대•습격대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 경계병 없이는 드론 전문인력의 생존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야전의 교훈이다.
교육에 참석한 이들은 ▲현재 우리 군에서 전차와 자주포 부대의 대드론 방호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러-우전쟁에서 드론과 전차의 제병협동전투는 어떤 사례가 있고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가? ▲중•소대급에는 자폭 드론이 많이 편성되진 않을 텐데, 소수 자폭 드론으로 적 전차부대와 어떤 방식의 전투가 가능한가 등과 같은 질문을 했다.
조 학회장은 “6월 2차 실무 교육을 시작으로 후속 프로그램을 이어가 올해 안에 드론 파일럿 100명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단순 조종 기술이 아니라, 중대급 전투에서 드론과 대드론을 전술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진정한 파일럿을 키워 우리 군의 유•무인 복합전투 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창끝전투는 실무 교육 후 아래와 같이 평가했다.
첫째, 한국형 민•군 협력 모델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군 교육 인프라와 민간의 축적된 전문성이 결합될 때 어떤 시너지가 만들어지는지 실증한 첫 사례다. 우크라이나가 드로나리움 아카데미를 통해 보여준 모델을 한국 실정에 맞게 변용한, 의미 있는 시도였다.
둘째, ‘드론 파일럿’ 양성 체계의 제도화가 시급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100명은 시작일 뿐이다. 1,000명, 1만명 단위로 확장될 때 비로소 우리 군의 유•무인 복합 전투 능력은 우크라이나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이번 같은 단발성 교육이 아니라, 정규 교육 과정으로 편입하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셋째, 획득 체계의 3~10년 공백을 민간 협력으로 메우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장비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운용 인력과 전술을 미리 길러내야 한다는 점이 이번 교육이 보여준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창끝전투는 “드론 ‘조종사’는 기체를 다룰 줄 아는 기술자다. 그러나 드론 ‘파일럿’은 다르다. 공군 전투기 파일럿이 그러하듯, 임무를 받으면 전장 상황을 종합 판단하고, 작전계획 수립 시 지휘관에게 참모 조언을 하며, 실시간으로 전투를 주도하는, 그 자체가 하나의 전투 전문가”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입증한 진실은 단순하다. 드론 파일럿의 역량이 부대의 생존과 전투력을 결정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4일간의 실험은 한국군이 ‘드론 조종사의 시대’에서 ‘드론 및 대드론 전투수행방법의 시대’로 한 걸음 내딛은 출발점이다. 이 출발점에서 가장 앞에 선 주체가, 군이 아니라 민간 학회였다는 사실, 이것이 어쩌면 이번 교육이 한국 국방에 던진 가장 중요한 질문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