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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년 1월호

김대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 정무분과위 인수위원 秋美愛

“IMF 외환위기 관련자료 요청하자 종이 한 장 안 남아 있다고…”

글 : 權世珍 월간조선 기자  
사진 : 徐炅利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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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바꿀(Change) 것과 지속(Continuity)할 것을 정확히 선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존 정권이 추진했다고 해서 모두 잘못된 것도 아니며, 새정부가 새롭게 추진한다고 해서 모두 좋은 것만도 아니죠. 인수위 입장에서는 정권의 개성을 살리며 치적으로 삼을 수 있는 새로운 국정과제를 선정하고픈 욕구가 크겠지만, 국익을 위해서는 부득이하게 지속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추미애
55세. 한양대 법학과·연세대 경제대학원 졸업. 광주고법 판사·국민회의 대표 특보·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역임, 15·16·18·19대 국회의원.
  1997년 12월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며 여야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이후 구성된 김대중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정책, 통일·외교·안보, 경제1, 경제2, 정무, 사회·문화 등 6개의 분과로 구성됐다. 당시 판사 출신 39세 초선의원으로 대선 기간 대통령후보 특별보좌역을 맡아 선거에 기여한 추미애 의원도 인수위에 합류했다. 추미애 의원이 인수위원으로 참여한 정무분과는 청와대, 국무총리실, 감사원, 내무부, 법무부, 총무처, 정무1, 정무2, 법제처, 비상기획위원회 등의 소관업무를 담당했다.
 
  추 의원은 “국민의 정부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를 이룬 정부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여야교체 후 일부 공무원들의 비협조로 인수위가 고생을 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인수위가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분야는 무엇입니까.
 
  “이전까지 여(與)에서 여로의 정권교체를 이룬 인수위가 단순히 취임준비를 위한 역할을 했다면, 여에서 야(野)로의 정권교체를 이룬 국민의 정부 인수위는 취임준비뿐 아니라 이전 정부 활동에 대한 공과를 따지고 때로는 책임을 묻기도 하며 이를 근거로 새로운 국정과제를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새 국가비전을 제시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두었습니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 취임 당시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을 것 같습니다.
 
  “현실은 암담한 상황이었죠. 당시 김영삼 정부는 외환위기로 사실상 정부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김영삼 정부는 당선인과의 만남에서 새 정부 출범 때까지 IMF와 관련된 당면 현안과 정책 추진을 위한 ‘비상경제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했고, 12인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가 꾸려져 IMF와 관련된 당면 현안이나 정책을 입안, 추진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인수위도 이 같은 시대 과제에 부응하기 위해 경제파탄의 원인을 파악해 경제살리기와 정국안정 방안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를 위해 감사원에 외환위기 감사를 청구하기도 했습니다. 비대위와 인수위와의 차이가 있다면, 비대위는 당면 현안에 집중한 반면, 인수위는 향후 장기 과제를 집중 논의했다고 볼 수 있죠.”
 
 
  정권 투명성 높이는 데 주력
 
추미애 의원은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총재였던 새정치국민회의의 부대변인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정무분과에서 일했는데 주요 업무는 무엇이었나요.
 
  “주요 권력기관과 사법기관을 대상으로 업무를 파악하고 개혁안을 제시했습니다. 김대중 당선인은 정권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분야는 상당한 개혁이 필요했어요. 당선인은 이전 정권에서 경찰이나 안기부의 정보예산을 통치자금으로 악용하는 것을 근절하고자 했고, 특별교부세가 대통령 선물로 인식돼 객관적 기준도 없이 청와대 맘대로 교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즉 정권 하수인으로 음지에서 기능하던 것들을 양지로, 국가이익을 위해 고유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전환시키는 것이 주요 업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실적이 있다면.
 
  “제 개인적으로는 주민자치 시대를 열기 위해 읍·면·동 사무소의 무조건 폐지가 아니라 주민들의 자발성을 끌어올 수 있는 주민자치센터를 설치하고, 지역내 토착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 출신을 고향 주요기관의 장으로 임명하지 않도록 하는 향피(鄕避)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는 등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노력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영호남인 한자리 대화조차 어려웠던 형편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1997년 12월 26일 삼청동 교육행정연수원에서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식에 참석, 인수위원인 추미애 의원과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출범한 정권인데, 인수위 내에서 이런저런 충돌은 없었습니까.
 
  “내부에서 특별한 충돌은 기억나지 않네요.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지만 인수위원 간에 업무가 명확히 구분돼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사실 파견된 실무위원들과 함께 관련 서류를 밤늦도록 검토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짧은 시간 내 많은 업무를 인계받으면서도, 부처 이기주의나 특정인 중심의 업무보고를 피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서류를 검토하는 수밖에 없었지요. 관련 당사자나 부처는 자신의 입장에서만 업무를 보고하기 때문에 객관적 자료를 통한 업무파악은 필수적 절차였고, 이런 일을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여야 정권교체에 따른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인수위 초기에 일부 공무원들이 관련 문서를 폐기하는 바람에 업무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많기는 했습니다. 당시 긴급 현안이었던 IMF 외환위기 대책 마련을 위해 총력을 다할 때, 김영삼 정부의 대책은 무엇이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회의록이나 자료를 요구했지만 ‘일체 자료가 없다’고만 하더군요. 일반적으로 국가행위는 문서를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서로 근거를 남겨 놓으면 정권이나 담당자가 바뀌어도 업무의 연속성을 가지며 국정운영의 책임소재, 공과 등을 명확히 따질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IMF처럼 국운이 걸려 있는 중요사안은 공식문서든 메모든 어떤 형태로든 문서가 남아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종이 한 장 남아 있지 않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김대중 정부 인수위가 가장 잘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헌정사상 최초의 실질적 정권교체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참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선거구호가 ‘준비된 대통령’이었으니 말이죠. 덕분에 무난히 인수위 업무를 마칠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중에서도 ‘지역차별 해소를 위한 과제’들을 많이 논의했습니다.
 
  당시는 영남사람과 호남사람이 한자리에 앉아 대화하는 것이 껄끄러울 정도로 지역감정이 심하고 영호남 간 지역발전도 매우 불균형했으며, 이로 인해 국론이 분산되고 사회통합이 어려운 때였죠. 지역갈등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도 중요했지만 지역에서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이뤄져야 했기에 지방세 개편, 중앙정부 권한 이양, 행정구역 개편, 지방자치 경찰 등 지방자치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제들을 제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감정을 완화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인권위원회를 신설한 것도 특별히 기억에 남습니다.
 
  “인권위 설치는 인권국가로서의 뼈대를 세운 각별한 업적이라고 봅니다. 선거를 통해 절차적 민주주의는 실현됐지만 실질적 민주주의는 요원한 상황이었어요. 국민보다는 경찰이나 검찰 등 행정기관의 집행이 우선이었고, 국민의 인권은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이에 국가의 중심을 ‘국민’으로 전환해 인권보호를 위한 총괄기구로서 인권위원회를 설치한 것은 우리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큰 이정표가 아닐 수 없죠.”
 
 
  사직동팀 해체 주장했으나 반영 안돼
 
  —잘못했거나 아쉬운 점이 있습니까.
 
  “잘못했다기보다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경찰청 산하 ‘사직동팀 폐지’를 국정과제로 선정하지 못한 것입니다. 당시에는 경찰청 산하에 ‘사직동팀’이라는 것이 있었어요. 1970~80년대 만들어진 사찰조직으로,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비위에 대한 정보수집, 기업인들의 외화 해외도피 등 청와대의 직접 특명사항을 수사하며 막강한 힘을 휘두르던 기관입니다. 종로구 사직동 안가에서 은밀히 작업을 했다고 해서 ‘사직동팀’으로 불렸죠. 인수위원으로 비밀사찰 조직으로 악용될 수 있는 ‘사직동팀 폐지’를 강력히 주장했지만,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막기 위한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밀려 국정과제로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그 점에 아쉬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로 ‘사직동팀’은 해체됐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에피소드랄 것도 없이, 40일 동안 휴일 없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서류를 검토했던 기억밖에 없습니다. 판사 시절보다도 더 많은 서류를 보았던 것 같네요. 그러다 보니 갑자기 흰머리가 너무 많아져서 출입기자와 누가 흰머리가 더 많은지 세어 보자며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인수위, 국민 직접 참여 유도해야
 
  —다른 인수위 활동 중 잘된 것을 평가하자면.
 
  “참여정부 인수위가 ‘국민참여센터’를 설치한 것은 참으로 신선한 시도였다고 봅니다. 국민들로부터 다양한 정책과제를 제안받고, 장관인사까지 추천을 받았습니다. 기존의 인수위 형태에 국민참여라는 새로운 틀을 마련한 것이죠. 일각에서는 인수위가 차기 대통령의 안정적 업무이양을 위해 필요한 것이므로 언론에 알릴 것도 없이 조용히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 내에서 국민의 직접참여를 이끌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 시도가 제대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차기 인수위에서도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시도했으면 합니다.”
 
  —인수위가 빠지기 쉬운 오류가 있다면요.
 
  “대통령직 인수위는 기본적으로 정부 부처별 조직과 기능, 운영계획 등을 분석해 차기 대통령께 이를 보고하고 업무의 연속성을 가지게 함과 동시에, 대통령 당선자가 후보시절 제안했던 각종 공약 등을 검토하여 향후 5년간의 국정방향을 설정하는 두 가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개 새 정부의 인수위원들이 국정운영의 연속성은 생각하지 않고, 기존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해 이전 정부의 정책을 철저한 분석이나 고찰 없이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경향을 보이곤 했어요. 지난 정부가 추진했던 과제라도 국가이익에 기여한다면 그 공과를 인정해 주고 새 정부의 과제로 선정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통일·외교·안보 분야에 있어 이런 부분이 미흡했던 것 같습니다.”
 
  —인수위원들이 ‘점령군’처럼 행동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물론 인수위원 중에는 전리품을 접수하듯 관련 기관이나 공무원을 대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모두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죠. 하지만 제도로서 내부수술을 통해 개혁하더라도 사람을 꼭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죠. 개혁은 하지만 정권과 상관없이 공무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합니다.”
 
 
  새 정부가 새롭게 추진한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새 정부 인수위가 꼭 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개혁’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바꿀(change) 것과 지속(continuity)할 것을 정확히 선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존 정권이 추진했다고 해서 모두 잘못된 것도 아니며, 새 정부가 새롭게 추진한다고 해서 모두 좋은 것만도 아니죠. 인수위 입장에서는 정권의 개성을 살리며 치적으로 삼을 수 있는 새로운 국정과제를 선정하고픈 욕구가 크겠지만, 국익을 위해서는 부득이하게 지속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때로는 기존의 공약과 동일선상의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국정책임자로서 연속성을 가지고 추진해야 될 것이 있어요. 지속할 것을 분명히 찾아내야 합니다.”
 
  —바꿀 것은 과감히 바꿔야 합니까.
 
  “물론 과감하게 바꿔야 하지만 현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과감한 결단력을 가지고 새롭게 변화시킬 것들이 많습니다. 기득권 세력이나 관료조직이 저항한다고 할지라도 차기 정권에서 책임을 지고 개혁해야 할 시대 과제들이 존재하죠. 하지만 대통령 재임기간 5년은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고 정착시키기에는 짧은 시간입니다. 따라서 인수위에서는 이 시대 과제들을 빠른 시일 내 선정하고 집권초기에 이를 시행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담긴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국가발전과 국민의 이익 측면에서 장기적 시각을 가지고 바꿀 것과 지속할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 이것이 차기 인수위가 가져야 할 중요 요소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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