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대학병원에서 오는 혈액암 환자들… ‘3차’가 아니라 ‘4차’ 의료기관”
⊙ 복강경·로봇 이용 첨단 수술로 부작용 최소화… 방사선으로 非수술 치료
⊙ 2012년 심평원 평가 위·대장·간암 수술 평가 1등급 획득
⊙ “의사·환자 소통만큼 의료진 간 소통 중요… 환자 마음까지 어루만져야”(전후근 암병원장)
⊙ 복강경·로봇 이용 첨단 수술로 부작용 최소화… 방사선으로 非수술 치료
⊙ 2012년 심평원 평가 위·대장·간암 수술 평가 1등급 획득
⊙ “의사·환자 소통만큼 의료진 간 소통 중요… 환자 마음까지 어루만져야”(전후근 암병원장)
문 할머니의 수술과 진료를 맡은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원장 전후근 교수)의 대장암협진팀 김준기 교수는 환자가 고령임을 감안해 심장초음파, 폐기능, 대장내시경, CT, PET(양전자단층촬영)-CT, MRI 등의 수술 전 검사를 진행한 후, 복강경을 사용한 저위전방절제술(低位前方切除術)을 시행했다. 이 수술은 개복 수술과 같은 범위를 절제하지만, 수술로 인한 신체의 손상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수술 후 문 할머니는 혈압과 맥박이 정상수치를 찾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3일 만에 일반병실로 옮겨졌고, 4일째에 가벼운 움직임과 음식 섭취가 가능해졌으며,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돼 보름 만에 퇴원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100세 이상 고난도 수술이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다학제적 접근’으로 癌 치료 패러다임 바꾼다
국내 100세 이상 수술의 경우, 심근경색 스텐트 시술과 백내장 수술에서 성공한 전례가 있지만, 직장과 결장에 동시 발병한 악성종양을 절제한 고난도 수술 성공은 현재까지 유일무이(唯一無二)하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수술을 집도한 김 교수는 “이번 수술은 6시간에 걸친 비교적 장시간의 수술이었으며, 과거 복막염으로 인한 복부 내 유착박리(synechotomy)가 이번 수술 중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며 “수술 중 개복 수술 전환을 고려했지만, 개복창상으로 인한 수술 후 합병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복강경으로 수술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은 단순한 ‘암센터’가 아니다. 이름 그대로 ‘병원 내(內)의 병원’ 개념이다. 미국의 주요 대학병원들이 도입한 연구, 환자 관리, 임상시험, 기초과학·실험실 연구 등 다학제(多學際)적 팀 접근 방식(Comprehensive Cancer Institute)을 바탕으로 2009년 3월 서울성모병원 개원과 함께 세워졌다. 현재 457병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1년 말 기준 외래환자는 총 27만3211명, 입원환자는 1만9927명을 기록했다. 전문의료진은 총 120명(임상강사 포함)이다. 의과대학, 의과학연구원, 산학연(産學硏), 병원 등 기초 실험 분야 및 임상 분야의 자원과 최신 기술을 응용하고 상호 협력해 예방과 진단에서 치료와 임종까지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암 진료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조혈모세포이식센터(BMT센터)를 비롯해 위암, 대장암, 폐암, 간담췌암, 부인암, 유방암, 갑상선암, 비뇨기암, 뇌신경종양, 두경부암, 골연부조직종양 등 11개 장기별 다학제 협진 체제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서울성모 7大 암센터’
위암 치료, 핵심은 ‘삶의 질’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위암센터장 박조현 교수(위장관외과)는 “조기 위암은 수술 후 생존율이 95%에 이를 정도로 높다”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최소 침습 수술이나 기능 보존술 등을 주로 사용한다”고 했다.
2008년 서울성모병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재발한 위암에서 수술을 시행하지 못한 경우 평균 생존 기간은 8.7개월에 불과했다. 그러나 수술적 완전 절제술이 가능한 경우엔 52.2개월로 월등히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위암의 재발 여부를 조기 진단하기 위해 복강경을 활용하는 것이 기존 CT나 PET 등 영상의학기기를 이용한 진단보다 확실한 결과를 제공한다.
박 교수는 “3기 이상 진행성 위암 환자의 경우 CT나 PET 등 영상 진단기기 외에 복강경을 진단의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밝혔다.
구슬 이용 치료로 간암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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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100세 이상 고난도 수술에 성공한 문귀춘 할머니(당시 102세·왼쪽)와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대장암협진팀 김준기 교수. |
한국인의 생존을 가장 많이 위협하는 암은 간암이다. 우리나라는 40~50대 남성의 간암 사망률이 높다.
진행성 간암치료에는 주로 암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막는 ‘간동맥 항암 화학색전술’을 사용한다. 토모테라피(Tomotherapy), 사이버 나이프(Cyber Knife) 등 최신 방사선 치료법도 함께 이용된다.
최근 시행하고 있는 방식으론 ‘약물 방출성 비드(bead·구슬)를 활용한 간동맥 화학색전술’이 있다. 항암제의 일종인 독소루비신(Doxorubicin)을 방출하는 미세한 구슬인 ‘DC비드’를 간암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간동맥에 삽입하는 새로운 방법의 간동맥 화학색전술이다.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의 윤승규 간암센터장은 “미세구슬을 이용한 간동맥 화학색전술은 기존의 색전술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항암치료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항암제의 전신노출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암세포에 대한 항암효과를 지속시킬 수 있어 항암요법의 전신독성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 배우러 오는 대장암 수술
대장암은 대표적인 선진국형 암이다. 과거 주요 암 치료법 중 하나인 배를 째는 개복 수술은 환자가 수술로 인한 출혈, 감염 위험, 수술 후 통증, 장기입원, 흉터 등을 감수해야 했다. 최근 대장암 수술엔 배에 작은 구멍을 뚫고 내시경으로 암 조직을 떼 내는 복강경 수술이 보편화됐다.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대장암센터장 오승택 교수(대장항문외과)는 “초기 대장암의 경우 45% 이상 복강경으로 수술하는데, 암이 옆의 장기로 퍼졌거나 너무 큰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3~4기까지도 복강경 수술이 가능하다”며 “단일공 복강경 수술로도 출혈이 거의 없게 결장암의 발생 부위를 절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대장암 복강경 수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의사가 늘고 있다. 한국 외과 의사들의 뛰어난 손기술이 아시아 의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등 암 수술에도 한류(韓流)의 바람이 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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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위암센터장 박조현 교수, 간암센터장 윤승규 교수, 대장암센터장 오승택 교수, 폐암센터장 강진형 교수, |
폐암 잡는 흉강경 폐암 수술
폐암은 전 세계 기준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이다.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폐암센터장 강진형 교수(종양내과)는 “폐암은 1기에 조기 발견할 경우 생존율이 약 80%로 3~4기 발견 생존율 25%보다 3배 이상 높다”며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폐암에도 ‘흉강경(胸腔鏡) 수술’이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옆구리 가슴에 3~4곳의 구멍을 낸 다음 내시경 장비를 넣어 하는 수술이다.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 암세포만 떼어내 환자의 위험 부담을 줄이고 빠른 회복 속도를 기대할 수 있다. 초기 폐암으로 진단된 뒤 흉강경 수술을 받은 환자들과 일반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비교한 결과, 흉강경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입원기간과 수술 후 회복기간이 짧고 3년 생존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폐암센터의 성숙환 교수(흉부외과)는 “지난 10년 동안 흉강경 수술 기법이 발전해 폐암 치료에도 점차 적용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라며 “특히 초기 폐암을 치료하는 데는 안전성과 치료 효과 측면에서 최선책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처 없는 갑상선암 수술
갑상선암은 전체 환자 3명 중 1명이 20~30대이기 때문에 흉터 없는 수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2010년 서울성모병원에서 이 방법으로 수술받은 150여 명의 환자를 조사한 결과 심각한 합병증이 없었고, 미용적인 면에서의 만족도가 기존 수술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갑상선암팀의 배자성 교수(갑상선외과)는 “초기 갑상선암은 최소 침습 로봇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며 “최근 각광받고 있는 로봇 수술은 겨드랑이에 조그맣게 피부 절개를 하고 그곳을 통해 로봇팔을 집어넣어 암을 절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로봇 수술은 수술 후 갑상선 부위뿐만 아니라 쇄골 윗부분에도 경미한 통증이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목에 상처가 생기지 않아 젊은 여성 환자들 사이에서 크게 환영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방보존술 통해 여성의 삶의 질 보장
유방암은 발병률이 높은 만큼 생존율도 높다. 초기 유방암은 5년 이상 생존율이 76%다. 특히 1기의 생존율은 90%로 치료성공은 물론 수술 후 삶의 질에 대한 요구도 높다.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의 송병주 유방암센터장(유방외과)은 “유방조직의 보존이 가능한 경우엔 유방암 수술을 하는 동시에 주변의 조직을 이용해 유방의 모습을 복구하는 유방암 성형적 수술을 통해 환자들이 상실감을 갖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며 “이 방법은 환자들이 암 치료 후에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한국 여성은 유방 조직이 치밀해 유방 엑스레이 검사와 유방 초음파를 통해 종양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최근 서울성모병원이 아시아 최초로 도입한 ‘3차원 유방초음파 스캐너’는 단 10분 만에 가슴을 스캐닝해 3D 이미지로 구현, 검사의 정확도를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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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폐암센터 성숙환 교수, 유방암센터장 송병주 교수, 비뇨기암팀장 이지열 교수, 황태곤 비뇨기과 교수(서울성모병원 병원장). |
국내 최초 最多수술 기록한 전립선 복강경 수술
전립선암은 전체 남성암 중 증가속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비뇨기암팀장 이지열 교수(비뇨기과)는 “전립선은 방광 바로 아래, 직장 앞에 위치하는데, 배뇨를 조절하는 괄약근, 몇 개의 큰 혈관, 발기에 중요한 신경다발 등 복잡한 구조물에 둘러싸여 있다”며 “이 때문에 수술 후 요실금이나 발기부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 서울성모병원 병원장인 황태곤 비뇨기과 교수는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 등 최소 침습 수술을 통해 몸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전립선암을 떼어내면서 발기신경을 보존하고 괄약근 손상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전립선암 복강경 수술은 비뇨기계의 복강경 수술 중 가장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복강경 수술의 경험이 많지 않은 의사들이 시행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성모병원을 포함한 소수의 병원에서만 전립선암의 복강경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황 교수는 2001년 6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립선암 복강경 수술을 시행했다. 그는 이후 10년 만에 전립선암 환자의 복강경 근치적 전립선 절제술에 성공해 최근에 450 사례를 기록했다.
부인암 수술 국내 최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부인암센터를 이끌고 있는 박종섭 센터장(산부인과 교수)은 3세대 리더다. 김승조 교수는 1974년 초음파검사법과 조기혈액검사법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해 당시 여성 자궁암 중 가장 많았던 융모상피암을 퇴치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2세대 리더였던 남궁성은 교수는 자궁 입구에 생긴 자궁경부암의 조기진단 검사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보여 본인이 개발한 시스템으로 자궁경부암 진단율을 기존 40~80%에서 95%로 끌어올렸다.
이 팀엔 박 교수를 포함해 4명의 부인암전문의가 포진해 있다. 이들은 각각 20년 이상 치료와 연구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다. 이들이 매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는 논문만 15여 편에 육박한다. 이 논문의 대부분은 새로운 치료 개발의 근간이 되는 실험연구논문인데 다른 국내의 대학병원과 비교할 때 3~4배 정도 많은 숫자일 뿐 아니라 2010년 이 팀이 시행한 부인암 수술만 256건으로 국내 최다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 최고 BMT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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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암병원 BMT센터장 이종욱 교수. |
죽음을 의미했던 백혈병의 공식을 깨고 현재 백혈병의 완치율은 70%에 육박한다.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BMT센터)는 이 분야의 불모지였던 국내에서 독보적인 성장을 보이며 현재 ‘세계 혈액암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1983년 국내 최초로 ‘동종(형제간) 조혈모세포 이식’에 성공한 데 이어,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1985년), 부자간 조혈모세포이식(1995년), 혈연 간 조직형 불일치 조혈모세포 이식(1995년), 비혈연 간 조혈모세포 이식(1995년), 제대혈 이식(1997년) 등 수많은 ‘최초’ 기록을 세운 BMT센터는 조혈모세포 이식 실시 최다기록도 연일 경신하고 있다. 병원 측은 “한국 조혈모세포 이식의 역사가 곧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의 역사”라고 평했다.
현재 국내 조혈모세포 이식의 30% 이상을 BMT센터가 실시하고 있다. 2011년 한 해 동안 총 360차례 조혈모세포 이식을 실시했으며, 국내 최초 2년 연속 300차례 조혈모세포 이식을 실시해 세계 유수의 조혈모세포이식기관과 질적·양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평가다. BMT센터장 이종욱 교수(혈액내과)는 종합·대학병원 등 3차 의료기관에서 의뢰한 환자들이 몰린다고 해서 “백혈병의 4차 의료기관”으로 불릴 정도라고 말했다. 또한 조혈모세포 이식 중에서도 “까다롭기로 유명한” 비혈연 간 조혈모세포 이식의 비중이 높아 그 수준을 더욱 높게 평가받는다고 한다.
현재 국내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중 60%가 BMT센터에서 진료를 받는다. 단일 의료기관 중 세계 최대 규모다. 다양한 환자군이 가장 많이 치료받고 있기 때문에 만성골수성백혈병의 각종 표적항암제의 국제임상시험을 모두 주도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뿐 아니라 국내 제약사에 의해 개발된 모든 신약은 이 센터를 거쳐 아시아 전역에 도입된다.
‘환자중심 진료서비스’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은 지상 16층부터 20층까지 암병동을 보유하고 있다.
집중 감염관리 및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한 격리병동 18병상과 1~2시간가량 짧게 항암제를 맞는 환자들을 위한 ‘통원주사실’을 운영 중이다.
총 44석으로 구성된 통원주사실엔 16개의 암체어(arm chair)를 설치해 마치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처럼 편안하게 앉아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48석의 BMT 통원주사실도 마련되어 있다.
“내원 암 환자들에게 최상의 진료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진료 당일에 모든 검사를 시행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으며, 첫 방문부터 수술까지 기간을 5일로 단축해 치료의 신속성, 정확성,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외과, 종양내과, 정신과 전문의, 전문간호사, 사회사업가로 구성된 ‘심리사회영적 지지위원회’가 암투병 중 발생될 수 있는 심리적 문제를 미리 알아내 편안한 투병생활이 되도록 도와준다. 암 진단 및 치료 과정에서 겪는 우울증·불안증 및 불면증, 피로·통증, 기분 변화 등 적응장애에 대해 진단과 상담을 하고 있다.
국내 최신 첨단장비 집대성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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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암센터장 박종섭 교수가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박 교수팀은 2010년 한 해 256건의 부인암 수술을 시행해 국내 최다 수술을 기록했다. |
암 환자의 수술방법이 최근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기존의 개복 수술은 수술로 인한 출혈과 감염발생의 위험, 그리고 수술 후 통증, 장기입원, 긴 흉터를 감수해야 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수술 시 환자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온 것이 복강경 수술과 다빈치 로봇 수술이다. 복강경 및 로봇 수술은 일반 개복 수술에 비해 절개부위를 감소시켜 출혈이 적고, 수술 후 통증과 감염 위험이 적으며, 회복이 빠른 덕에 입원기간도 짧다. 이에 따라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시간도 빨라진다.
수술 없이 방사선을 이용해 종양을 제거하는 첨단 치료 장비가 최근 속속 개발되고 있다. 종양 부위에는 고선량(高線量)의 방사선을 쪼이면서 주위 정상 조직에 방사선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돼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 부위에 암 재발 시 재(再)치료가 가능해졌으며, 방사선에 의한 부작용도 획기적으로 줄었다.
대표적 치료법으로 ‘토모테라피’, ‘래피드아크(RapidArc)’, ‘사이버나이프’ 등이 있다. 토모테라피와 래피드아크는 방사선 세기를 조절하는 치료법에 CT기능을 추가해 호흡 등 신체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계산해서 암 부위에 정확하게 방사선을 쪼인다.
종양 크기가 작은 두경부(頭頸部)암, 폐암, 간암, 전립선암, 췌장암의 경우엔 치료성적이 수술성적과 비슷할 뿐만 아니라 신체 여러 곳에 종양이 흩어져 있는 경우에도 여러 병소(病巢·병터)를 한꺼번에 치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이버나이프는 로봇팔을 이용해 단시간 내 고선량의 방사선을 쪼여 암세포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뇌종양 수술의 상당부분을 대체하고 있다.⊙
[인터뷰] 김동욱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연구부장
“癌 치료의 핵심은 ‘환자 교육’”
⊙ 51세. 가톨릭대 의학과 졸업. 가톨릭대 대학원 의학 석ㆍ박사. ⊙ 가톨릭대 의과대 내과학교실 교수, 가톨릭대 분자유전학연구소 소장, 유럽 백혈병네트워크(ELN) 패널위원. |

김동욱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연구부장(혈액내과 교수)은 각종 신약 임상시험을 주도해 만성골수성백혈병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힌다. 1세대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을 시작으로 10여 년간 ‘슈퍼글리벡’, ‘슈펙트’, ‘라도티닙’ 등 국내외의 관련 신약 임상시험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시행해 왔다.
김 연구부장은 “미국과 유럽의 경우 암 의사를 평가할 때 좋은 신약의 임상시험을 몇 건 하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면서 “암은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가 사망하는 병이기 때문에 긴 허가과정을 기다리기보다는 빠른 임상시험을 통해 많은 환자를 먼저 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전체 백혈병 환자 10명 중 1명 비율로 상대적으로 발병빈도가 낮지만, 그만큼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었다. 글리벡을 통한 약 복용 치료 이전엔 골수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었으며, 성과도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신약이 잇달아 공개되면서 치료 패러다임 자체가 이식에서 약 처방으로 바뀌었다.
—만성골수성백혈병 분야 신약 임상시험을 사실상 독보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17년 전쯤 만성골수성백혈병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학문적 흥미로 뛰어들었는데, 만성 환자가 가속과 급성으로 진행되는 과정이 상당히 급박한 것을 보고 더욱 집중하게 됐죠. 그때만 해도 당연히 골수이식을 해야 했는데, 연구 시작한 지 5년 만에 글리벡이란 약이 나올지는 꿈에도 생각 못 했습니다.”
“생존율과 약 수준 모두 세계 톱”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임상시험이나 치료 사례가 있습니까.
“2001년 첫 투약을 한 뒤부터 지금까지 1240여 명을 진료했습니다. 말기암 환자가 약 복용한 지 9일 만에 스스로 걸어서 퇴원한 사례도 있고, 치료 후 약 복용을 중단하고 부작용 없이 정상적인 아기를 출산한 여성분들도 있습니다. 골수이식을 통해 완치되고 제 연구원으로 5년간 함께 근무했던 ‘전문가 환자’도 있습니다.”
—최근 국산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가 승인을 받았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요.
“환자 입장에선 보다 좋은 약을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하게 복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항암제는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약값 부담이 클 수밖에 없죠.
슈퍼글리벡의 경우 미국은 한 달에 900만원, 유럽은 700만~800만원의 비용이 듭니다. 1년에 1억원 가까이 나간다고 봐야죠. 한국은 현재 반값 수준인데, 국산 신약인 슈펙트는 기존 약보다 30% 더 저렴하게 공급할 예정입니다. 외국보다 훨씬 좋은 치료 환경을 주는 셈이죠.”
—한국의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가 세계 기준으로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생존율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외국의 경우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비용 때문에 처방을 못 해요. 약 수준도 세계 톱 랭킹입니다. 특히 한국은 서울성모병원을 중심으로 환자들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보다 경험 및 데이터 축적 환경이 훨씬 뛰어납니다. 이는 곧 가시적인 연구 성과로 이어지죠.”
“의사–환자 신뢰관계가 중요”
—얼마 전 ‘명의’의 정의로 은사의 가르침을 소개한 바 있는데, 진정한 의미의 ‘명의’란 어떤 의사입니까.
“대통령 주치의로 근무하다 아웅산 테러로 순국하신 민병석 교수가 제 은사입니다. 당뇨병 수업 첫 시간에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명의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의사가 처방한 약을 100% 환자가 따르게 하는 교육도 중요하다’고요.
예전에 골수이식을 할 땐 치료의 주도권은 결국 수술을 하는 의사에게 있었죠. 하지만 약으로 치료하는 현재는 환자에게 그 공이 넘어갔습니다. 아무리 서울의 유명한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도 시간과 복용량을 지키지 않으면 효과가 좋을 수 없죠. 차라리 시골 작은 병원의 의사가 환자와 높은 신뢰관계를 통해 정확한 교육을 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물론 당뇨병의 경우 오래전부터 약으로 치료해 왔지만, 수십 년 전 은사의 가르침이 현재 정확하게 이뤄지는 걸 보면 그저 놀라울 따름이죠.”
—재 환자들은 어떻게 교육하고 있습니까.
“만성골수성백혈병은 환자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커뮤니티를 만들고 지원해 줍니다. 환자들이 산악회도 결성해 활동하고 있어요. 백혈병이 영어로 ‘leukemia’인데 첫 음절을 따서 ‘루산우회’라고 이름 짓고 650명 회원이 지방별로 매달 산행을 갑니다. 저도 급한 일정이 없는 한 꼭 참여해 강의도 하고 개별 상담도 합니다. 환자 반응도 좋고, 치료 효과도 분명 있어요.
매년 9월 22일엔 ‘CML데이’ 행사도 엽니다. CML은 만성골수성백혈병을 말하고, 날짜는 백혈병이 9번과 22번 염색체 문제이기 때문에 그날로 정했죠.”⊙
[인터뷰] 전후근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장
“암 수술은 차선… 약물치료가 우선”
⊙ 67세. 가톨릭대 의학과 졸업. 가톨릭대 대학원 의학 석ㆍ박사. ⊙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MSKCC) 펠로(전임 의사). 미국 암연구소(NCI) 항암치료 분야 수석연구원, 뉴욕대 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 |

1976년부터 32년간 미국 암 전문의로 활동하며 권위자로 꼽혀온 전후근(全厚根) 뉴욕의과대 교수가 2009년 3월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장으로 부임하자 “스타의사 영입”이란 제목의 기사가 잇따라 보도됐다. 국내 최대 규모로 개원한 서울성모병원이 암병원을 책임지는 자리에 전 교수를 내정하면서 ‘미국식 암센터’ 구축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전 원장은 취임 후 미국식 선진 암치료 시스템인 다학제(multidiscipli nary) 협진을 도입했고, 이를 정착하기 위해 공격적인 병원 개혁을 실현해 나갔다. 그는 “의사와 환자 간의 소통이 중요하듯이 의료진 사이의 소통도 중요하다”는 이유로 의사 개개인이 가감 없이 의견을 주고받고 서로 배우는 ‘다학제 협진’ 정착에 사활을 걸었다. 암 환자의 통원 항암치료 시스템을 도입해 92개 병상의 국내 최대 규모 외래항암치료실을 열었으며, 각 협진팀의 집담회(Tumor Board)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의료진 사이의 활발한 토론문화를 정착시켰다.
전 원장이 이끈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은 ▲가톨릭 의료기관의 생명존중 이념을 바탕으로 한 전인(全人)진료시스템 ▲팀 진료시스템을 통한 포괄적인 진료시스템 ▲대학과 연계된 기초와 임상연구 시스템 ▲암 전문 의료진과 간호사 및 환자를 위한 교육활동 등 환자 중심의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통합적인 환자 치유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암 환자 마음까지 어루만져야”
전 원장은 “최근 암 치료는 수술만으로 끝냈던 과거와 달리 환자의 육체적, 정신적, 심리적, 영적고통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1~2일 내에 검사와 진단을 끝내는 원스톱서비스와 협진을 통한 적절한 치료는 물론, 환자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심리지지서비스 등 시스템적 치료 서비스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 원장은 현 서울성모병원의 모태인 명동성모병원장을 지낸 고(故) 전종휘(全鍾暉)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의 장남이다. 1968년 부친을 이어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했으며,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MSKCC) 펠로(전임의사), 미국 암연구소(NCI) 항암 치료 분야 수석연구원을 거쳐 뉴욕대 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 등을 역임하는 등 위암·대장암 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32년간 미국에서 암 전문의로 활동하다 서울성모병원 개원과 함께 암병원장으로 ‘영입’됐습니다. 큰 기대와 함께 시작한 암병원 3년 반을 돌이켜본 소회가 어떤지요.
“한국의 암 진료 수준이 상당히 높으며, 심지어 어떤 분야는 서구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땐 단순히 미국에서 배워온 기술과 지식을 전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3년여 동안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의 의료진과 함께 일하고 고민하면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운 느낌입니다.”
—미국에서 성공한 암 전문의 입장에서 한국행이 고민되진 않았습니까.
“암 연구와 치료에 매달리면서 인생의 절반을 미국에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모교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받게 됐어요. 고민을 안 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죠. 장고(長考) 끝에 제 인생의 마지막 열매를 이곳 서울성모병원에서 맺겠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의사–환자 소통만큼 의료진 간 소통도 중요”
—당시 미국으로 가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김예회(金禮會) 교수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한국 의사 최초로 미국에서 암 전문의 정식 수련을 받았고, 후에 대한암학회 회장을 역임하셨죠. 명동성모병원 내과 레지던트로 있을 때 그분의 수련을 받으면서, 암 전문의에 대한 꿈과 함께 연구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됐습니다. 망설일 시간이 없어 바로 미국으로 떠났죠.”
—35년 전 처음 미국에 갔을 때 가장 놀라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의사들이 협조하는 의학 문화입니다. 1976년 가톨릭의대 전임강사를 마치고 미국에 갔는데, 각 분야의 암 전문의들이 서로 협력하고 존경하고 같이 의논하면서 환자에게 최선이 될 수 있는 치료방법을 찾는 겁니다. 한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낯선 풍경이었죠. 의사 간 자연스러운 소통 문화가 미국 암 치료의 근간이라고 봅니다. 환자와 의사 간의 소통은 물론, 의료진 사이의 소통도 중요합니다.”
—현재 한국의 의료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봅니까.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암 치료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최고의 암센터인 MSKCC와 본원의 위암 환자 치료를 분석한 결과 위암치료의 경쟁력이 선진국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환자 중심의 다학제 협진 제도가 정착되면 미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두 병원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실제 서울성모병원에서 수술환자의 5년 생존율은 81%로 MSKCC의 58%보다 월등히 높았다. 수술 후 합병증 발생 비율과 수술 사망률도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도 아직 한국이 배워야 할 게 많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한국은 과거 일본 의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암을 국소에 자리한 덩어리 자체로 보는 경향이 강하고 이를 절제하는 수술을 중요시하죠. 미국에선 암을 전신질환의 하나로 봅니다. 먼저 항암제 등 내과적 치료를 진행한 후에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를 생각하죠. 다른 나라와 똑같은 약을 쓰지만, 환자의 상태를 총체적으로 파악해 맞춤처방을 하고 관리하는 것이 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게 미국 암 치료의 강점입니다.
협진 시스템의 경우 한국은 얼마 전까지 의료진 간 단순 의견 개진에 머물렀던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처럼 다른 과의 의견이 화학적으로 융합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최근 서울성모병원은 물론 국내 많은 병원이 이를 개선하고 있어요. 저희는 진단부서, 치료부서, 지지적 치료 담당부서를 혼연일체로 만드는 서구식 협진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있습니다.”
“임상연구 통한 최첨단 암 치료”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이념과 핵심가치에 근거한 최상의 암 환자 진료에 사명과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운영원칙은 ▲진정한 다학제 협진을 통한 암 환자의 진단·치료·통합관리 ▲임상연구를 통한 최첨단 암진단 치료술의 조기도입 ▲환자 최우선 원칙에 입각한 암 환자 진료 ▲첨단과학과 윤리에 근거한 암 연구 등입니다.”
—현재 가장 집중하는 분야가 있습니까.
“임상연구를 통한 암 치료입니다. 임상시험은 특히 암 환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줍니다. 효능이 뛰어난 신약을 말기암 환자에게 제공하면 생존기간이 늘 뿐 아니라, 경제적 부담도 줄어듭니다. 다만 모든 과정이 가톨릭의료기관의 이념을 바탕으로 윤리와 환자 최우선의 원칙에 입각해 진행돼야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