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별책부록
  1. 2012년 4월호

22 일본 북(北)알프스 오쿠히다 트레킹

보석을 캐듯 만나는 온천의 고향 북알프스 오쿠히다

글 : 이영섭 일본여행전문기자  

  • 기사목록
  • 프린트
⊙ 걷는 거리 : 4km
⊙ 걷는 시간 : 3시간
⊙ 코스 : 신호다카 역 로프웨이~센고쿠원지~니시호 산장~돗표
⊙ 난이도 : 조금 힘들어요
⊙ 좋은 계절 : 6~9월

하늘 위로 불쑥 솟아오른 신호다카 로프웨이. 북알프스 절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눈이 부시게 하얀 눈을 이고 있는 고봉들이 빚어 내는 장엄한 풍경에 넋이 나간다. 그런 후엔 은빛으로 온 몸을 휘감은 자작나무 숲 사이를 거닐다 나른해진 몸을 노천탕에 담근다. 전통 료칸(여관)에서 정성 들여 차려낸 맛있는 향토요리를 먹으면서 한 이틀쯤 푹 쉴 수 있었으면…. ‘세상에 그런 데가 어디 있어 어디 있어’ 하겠지만, 있다! 북알프스 오쿠히다(奧飛驒)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은 덕분에 이 모든 것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북알프스 오쿠히다는 여유롭게 트레킹을 즐기기에 딱이다.
 
  요즘 걷기의 열기는 한여름에도 만년설을 이고 있는 북알프스 오쿠히다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일본 혼슈 섬 중앙 기후현(岐阜県) 북쪽 일대를 히다(飛驒)라 칭하는데, 오쿠히다는 말 그대로 ‘가장 험준한 오지에 있다는 히다’라는 뜻이다. 오쿠는 일본어로 ‘안쪽 ’을 뜻한다. ‘일본의 지붕’이라 불리는 재팬 알프스 산악(중부산악국립공원) 일대를 말하는데. 유럽의 한 산악인이 이곳의 빼어난 정취에 반해 재팬 알프스라는 뜻의 ‘알펜루트’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고 한다.
 
  그 알펜루트로 가는 길목 서쪽 산기슭에 흩어져 있는 히라유(平湯), 후쿠지(福地), 신히라유(新平湯), 도치오(枋尾), 신호다카(新穗高)의 5대 온천지역이 바로 오쿠히다다. 해발 1000m가 훌쩍 넘는 험한 산악지대라 깊은 산세와 빼곡히 우거진 숲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산허리를 포근히 감싸고 도는 골짜기마다 온천수가 넘쳐나 자연스럽게 노천온천도 많다. 깊은 산골에 터를 잡고 대대로 살아온 사람들은 인심도 후덕하다. 덕분에 어딜 가나 한가롭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꼭꼭 숨겨 두고 마지막으로 찾고 싶은 ‘온천의 고향’이라고 한다.
 
  온천뿐만 아니라 해발 3000m급 이상의 순백 연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북알프스의 웅장한 풍광을 보면서 유유자적 즐기는 트레킹 코스도 백미다. 그동안 등산객들은 북알프스의 관문으로 통하는 가미고지(上高地)를 많이 찾았지만, 로프웨이를 타고 단숨에 올라 걷는 색다른 코스다. 도야마 국제공항에서 버스로 1시간30분이면 도착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교통도 편리하다. 한 이틀쯤 훌쩍 떠나서 보내기에 더 없이 좋은 휴양지다.
 
  오쿠히다 여행의 진수인 트레킹의 출발지는 신호다카다. 신호다카 역(해발 1117m)에서 로프웨이를 타고 제1역인 나베타이라 고원 역(鍋平高原驛·해발 1305m)까지 4분 만에 올라서면 나베타이라 자연산책로가 나타난다. 북알프스의 넓은 품 안에 안긴 나베타이라 고원은 평탄하고 희귀 고산식물이 많아서 여름이면 자연트레일 트레킹 코스로도 좋다. 제2역인 시라카바타이라 역(しらかば平驛·해발 1308m)에서 복층인 제2로프웨이로 갈아타고 산정의 니시호다카 역(西穗高驛·해발 2156m) 전망대까지 오른다. 로프웨이를 타고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7분 남짓. 한번에 150여 명은 거뜬히 태우는 복층 곤돌라와 함께 하늘로 치솟는 속도감이 짜릿하다. 곤돌라의 로프를 따라 거대한 북알프스로 빨려 들어간다. 하늘과 맞닿은 전망대에 올라서면 끝도 안 보이는 고봉들이 두둥실 떠 있어 신선들이 놀다 간 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진다. 바로 눈앞에 니시호다카다케(西穗高岳) 산정과 도도하게 솟아 있는 야리가다케(槍ヶ岳)도 눈앞에 잡힐 듯 다가온다. 당당하게 솟아 있는 연봉은 힘이 넘쳐 흐른다. 트레킹은 로프웨이 전망대 옆 능선을 따라 해발 2150m 산책로 센고쿠 원지(千石園地)에서 시작된다. 원시림 나무 사이로 연봉들이 가물가물 밟히는데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다. 발걸음을 한 걸음 더 옮기면 어디선가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가 방긋 웃으면서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만 같다.
 
 
  에베레스트 부럽지 않은 트레킹 코스
 
북알프스의 속살, 돗표로 향하는 길이다.

  여름의 더위를 당당히 이겨 낸 고봉을 덮고 있는 하얀 눈이 백호의 표피처럼 신록과 함께 반짝인다. 여름과 겨울이 사이좋게 지내면서 만들어 내는 독특한 풍광이다.
 
  니시호다카 역 센고쿠 원지에서 니시호 산장(西穗高山莊·해발 2385m)에 이르는 코스는 능선이 완만해서 초보자도 산책하는 기분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걸리는 시간도 1시간30분이면 충분해서 북알프스를 여유롭게 만날 수 있다. 이곳은 키가 작은 대나무와 자작나무 숲이 유난히 많은데, 트레킹을 시작한 지 30분 정도 올라서면 시야가 탁 트이면서 눈앞이 훤해진다. 북알프스가 생겨난 곳이다. 일단 쉬지 않으려야 쉬지 않을 수 없는 절묘한 자리다. 여기서부터는 늑장을 부리면서 갈수록 좋다. 슬쩍 고봉을 훔쳐보기도 하면서 설렁설렁 걷다 보면 정말 신선이 된 기분이다.
 
  땀이 배어날 즈음 니시호 산장이 나타난다. 특히 이곳은 북알프스 풍광을 조망하기 딱 좋아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람이 많다. 일단 니시호 산장에서 배낭을 풀고 휴식을 취하면서 한숨 돌린다.
 
  산행깨나 했던 이들은 이제부터 트레킹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니시호 산장 뒤편 능선으로 올라서면 북알프스 연봉들이 어깨를 나란히 한다. 키 큰 나무가 없어지고 눈과 함께 땅을 기고 있는 눈잣나무가 끝없이 펼쳐져 여기가 고산지대임을 실감나게 한다. 니시호 산장에서 돗표(獨標·해발 2701m) 산정으로 가는 능선은 발밑으로 가미고지가 가물가물 밟힌다. 한 발짝씩 올라 설 때마다 장쾌하게 이어진 듬직한 연봉들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어찌 감탄사를 아낄 수 있을까. 돗표 산정까지는 1시간40분 걸리고, 니시호다카다케 산정(해발 2909m)까지는 3시간 정도면 완주할 수 있다. 이 코스는 암벽지대 등 험악한 곳이 많아서 전문 가이드가 따라붙어야 안전하다.
 
  니시호 산장에서는 가미고지까지 2시간30분 정도면 내려갈 수 있지만 산세가 험하기 때문에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무리할 필요가 없다. 트레킹을 하기 좋은 시기는 6월 말에서 9월 초까지. 등산로에 잔설도 다 녹아서 트레킹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석양이 질 무렵 산머리 눈 속으로 찬찬히 붉게 타들어 가는 석양빛을 굽어보면 흥분과 여운이 한없이 이어진다. 말 그대로 웰빙 여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겨울이면 스노슈 트레킹(Snowshoes Trekking) 즐길 수 있어
 
  겨울이면 또 하나의 즐거움이 있다. 스노슈 트레킹이다. 옛날 설피를 현대적인 장비로 갖추고 스틱을 쓰기 때문에 눈길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로프웨이 제1역인 나베타이라 고원 역에서 만날 수 있다.
 
  북알프스 자료를 둘러볼 수 있는 신호다카 비지터 센터 산가쿠칸(山樂館)에서 장비를 갖추고 자연산책로를 따라 2~3km의 눈밭을 2시간30분에 걸쳐 원점 회귀하는 코스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순백의 여백은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설렌다.
 
  자작나무의 환영을 받으며 발걸음을 옮기면 은빛으로 변한 넓은 고원에서 크리스마스트리라는 애칭을 가진 전나무가 북알프스의 상징인 야리가다케와 함께 빚어 내는 풍광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우리를 가이드해 주던 모리이 씨가 한마디 거든다. “이렇게 맑고 파란 하늘 아래 눈을 뒤집어쓴 야리가다케를 보는 것은 행운”이라고 치켜세운다. 그도 그럴 것이 3180m의 야리가다케 정상은 화살처럼 뾰족하고 강한 바람에 눈으로 덮이기가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숲 사이를 휘돌아 나올 때면 어느새 마음이 평온해지고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게 된다. 은세계를 내려서는 길에서는 환성이 절로 터진다. 엉덩이 썰매 때문이다. 앉자마자 짜릿함과 함께 잊었던 옛 추억이 요술처럼 나타난다.
 
 
  별빛과 함께하는 혼탕의 노천 온천
 
  이쯤 되면 트레킹 후에 나른한 휴식을 기대하며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마무리는 역시 온천이다. 오쿠히다는 예로부터 원숭이가 상처를 씻고 있는 것을 보고 발견되었다고 전해지는 자작나무 숲속의 히라유 온천 등 탕치(湯治)로도 유명하다. 발견된 지 250여 년이 지난 이 온천 주변에는 신호다카, 야쿠시노유 혼진, 오카다 료칸 등 전통문화의 향기가 진득하게 묻어 나는 온천 료칸들이 몇 대째 자리잡고 있어 연륜의 힘을 느끼게 한다. 산허리를 굽이굽이 도는 강을 따라 무료 노천탕과 족탕도 즐비한데, 지나가면서 가볍게 온천욕을 즐길 수도 있다.
 
  오쿠히다 온천은 클로렐라 성분과 유황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피부가 좋아지고 신경통에도 좋다고 한다. 유황냄새 가득한 뜨거운 노천탕에 맡긴 몸은 하루만 지나도 매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별이 총총히 내려앉은 한밤중에 눈으로 뒤덮인 깊은 산속에서 즐기는 노천욕은 왠지 야릇하다. 혼탕이기 때문이다.
 
  온천욕으로 나른해진 몸과 마음을 코스요리 가이세키로 푼다. 앙증맞은 도자기 그릇에 정성껏 차려낸 제철 요리가 그때그때 나온다. 그중에서 오쿠히다에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은 다가야마 청정지역에서 키운 ‘히다 쇠고기’와 ‘호바 미소(된장)’다. 철저히 선별된 히다 쇠고기는 육질이 부드러워 정말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호바 미소는 햇빛에 잘 말린 호바(일본 목련나무)잎을 불에 올려놓고 된장에 파, 표고버섯 등의 야채 등을 곁들여 먹는 요리로 밥반찬은 물론 술안주로도 입맛을 돋운다. 온천 후에 갈증을 달래 주는 차가운 사케 한 잔을 기울이는 맛도 그만이다.
 
 
  주변여행지
 
  트레킹과 온천욕으로 휴식을 취했다면 작은 교토라 불리는 산중도시 다카야마(高山)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해발 650m에서 절제된 단아함이 느껴지는 한적한 일본을 만날 수 있다. 화려하고 세련된 멋이 교토라면 다카야마는 그야말로 삶이 묻어나는 거리다. 산마치스기는 에도시대의 골목을 재현한 옛 거리인데, 외벽을 격자창으로 장식하고 낮은 처마를 나란히 만들어서 일본의 전통거리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4월과 10월에는 일본의 3대 축제 중 하나인 다카야마 마쓰리(축제)가 열린다. 이때가 되면 조용하고 작은 산중 도시는 많은 관광객으로 술렁인다. 저마다 화려한 금으로 장식한 야타이(바퀴 달린 3층 규모의 나무집) 가두행렬이 축제의 꽃이다.
 
  다카야마에서 서북쪽으로 한 시간 정도 가면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시라카와고(白川鄕)마을, 여기에 ‘합장 양식 촌락’이 있다. 갓쇼즈쿠리(合掌作リ)라 불리는 독특한 형태의 3층짜리 목조 주택이다. 무사의 머리 장식이 연상되는 합장한 손 모양의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한 폭의 그림 같다. 눈이 많은 고장에서 생활하기 위해 고안된 전통적인 건축 방식이다. 산중에서 긴 겨울을 나야 하는 산촌 사람의 지혜가 그대로 반영된 건축구조다. 현재 남아 있는 갓쇼즈쿠리 마을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록됐다.
 
● 교통
 
  인천국제공항에서 일본 도야마(富山) 공항으로 아시아나 항공이 화·금·일요일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시간30분이고 도야마 공항에서 북 알프스 오쿠히다까지는 버스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