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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년 4월호

노동시장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 잡는 것이 각국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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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권리 확대,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하는 방향으로 글로벌 스탠더드 발전
ILO·GRI 등 글로벌 스탠더드 마련에 앞장


李張源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 1963년 서울 출생.
⊙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美 시카고大 대학원 박사.
⊙ 제일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대통령비서실 삶의질향상기획단 정책팀장 역임.
  노동 문제 및 노사관계는 한국사회에서 발생하는 갈등 중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 문제를 논의할 때면 늘 ‘글로벌 스탠더드’가 화두가 돼 왔다. 노사가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할 때 전문가와 언론은 흔히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라’고 제안한다. 노동분야의 ‘글로벌 스탠더드’란 도대체 무엇일까?
 
  노동분야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크게 규범적인 부분과 경험적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규범적인 부분은 당연히 지켜져야 할 가치이고, 경험적 부분은 현실에서 무엇이 더 이익이 될 수 있는지를 제시해 주는 기준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즉 규범과 경험, 가치와 이익은 본질적으로 상호간에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노동분야는 사회적 동의가 형성되기 어렵고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괴리되기 쉽다. 가치는 바람직하지만 가치의 그늘에서 이익을 찾는 것이 다반사이고, 경험 사례가 주는 의미는 중요하지만 애써 자신은 예외가 될 수 있다고 자위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규범적 부분은 대부분 노동자를 사회적 약자로 보고 산업과 사회의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선 약자인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하자는 데서 출발한다. 반면 경험적인 부분은 대부분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작동원리를 따르기 위해선 시장이 필요로 하는 유연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전체 사회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한다.
 
  사실 이 두 가지의 출발지점이 반드시 화해할 수 없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효율성의 추구도 사회적 안녕을 지키자는 가이드라인을 넘어설 수 없고 노동자의 기본권 추구도 구체적인 고용책임을 맡은 기업들의 지속성장 없이는 공허하기 때문이다.
 
 
  ILO뿐만아니라 ISO도 노동 표준 공표
 
  국제노동기구(ILO)는 모든 나라의 노사정(勞使政)이 지향하고 지켜야 할 핵심적인 노동기준으로, 이른바 ‘핵심 협약’을 역사적으로 정립해 왔다.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의 노동3권, 아동노동과 강제노동의 금지, 차별노동의 철폐가 그것이다.
 
  ILO의 핵심노동기준은 이후에도 선진국들의 FTA(자유무역협정)에서도 반영되고 지난 10년 동안은 유엔의 ‘글로벌 콤팩트(Global Compact: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 협약)’ 운동에서도 지속적으로 확산돼 왔다. 그리고 올해 10월에는 국제표준화기구인 ISO가 사회적 책임의 국제표준을 공표하기에 이르렀고 그 안에는 핵심노동기준을 비롯한 광범위한 노동자 보호조항이 담겨 있다.
 
  ISO 안에서 말하는 사회적 책임은 사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범주 및 실천과제들과 거의 동일하다. 환경, 노동, 인권은 물론이고 지배구조와 공정거래, 소비자보호 등이 다 포함된다. 특히 유엔의 글로벌 콤팩트·ILO와 ISO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긴밀히 표준작업에서 협력해 왔다.
 
  또 이미 우리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상당히 친숙해진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전 세계에 통용되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가이드라인을 입안하기 위한 연구센터)도 작업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어 이들이 가진 노동분야의 주요 기준들과 이슈들은 통합적으로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명시적으로, 유엔의 인권협약이나 ILO의 노동권 핵심협약은 우선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점을 주도 세력들이 강조해 왔다.
 
 
  노동시장 유연성 점차 강화돼
 
동유럽의 한 도시에서 일거리를 기다리고 있는 일용직 근로자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전성을 조화시킨 선진국들은 경제발전을 이뤄왔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여전히 빈곤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같이 노동자의 권리를 더 많이 보장하도록 한 것은 규범적 측면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로 발전해 온 경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경험적 측면에서 볼 때는 노동시장이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발전해 왔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강화란 기업 입장에선 바람직한 일이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고, 이 같은 명제는 시장주의자들이 이론을 맹신한 결과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세계화 과정을 거치면서 유연하지 않은 노동시장은 기업의 해외이탈과 인력활용의 이중구조화를 촉진해 왔다는 점에서 단지 기업만이 아니고 국가와 사회 전체적인 관심으로 발전해 왔다. 최근 성공적인 경제발전을 이룬 국가로 주목받고 있는 네덜란드나 덴마크의 사례들도 전통적인 유럽식 고용보호가 아닌 유연한 노동시장과의 조화를 모색한 데 있다.
 
  일반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전성은 서로 상충하는 가치로 알려져 있다. 노동시장에서 유연성을 높이다 보면 고용의 안전성이 떨어지고, 안전성을 지키려다 보면 유연성이 억제된다.
 
  그러나 양자를 잘 조화시키고 병행할 수 있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주요 선진국의 사례도 유연성과 안전성의 조화 및 병행이 노동시장의 성과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의 성과도 높이는 것임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유연안전성 모델은 이렇게 각국이 처한 환경과 조건, 역사적 경험 및 제도들에 따라서 서로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연안전성 모델과 개념들이 공유하는 요소를 든다면, 기업과 공공부문 내부에서의 안정적인 고용관계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노선에서 고용정책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거나 기업 밖에서의 새로운 사회적 권리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노선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연안전성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수량적인 유연성이 아니라 기능적인 유연성을 시장과 기업조직 안에서 확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능적 유연화 수준이 낮은 것은 노동조합의 단기주의적이고도 경직적인 대응 전략도 문제이지만 기업들의 인적자원관리 노사관계에서 효율성의 문제를 경원시한 결과이기도 하다.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사의 노력이 미비하다 보니 결국 한정된 파이를 나누는 방식이 왜곡되고 각종의 책임 전가방식이 팽배해졌다. 만약 생산성의 문제에 대해 노사가 집중했다면 오늘날과 같이 외주화와 비정규직화가 악화되지 않고 상생의 연합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정의와 효율은 노사 관계가 발전하는 데 있어서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수레의 양 바퀴라고 할 수 있다.
 
 
  유연성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 잡는 것이 과제
 
  매킨지 컨설팅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생산성은 선진국의 50% 이하라고 한다. 대기업은 근로자 참여가 부족한 기술혁신에 주력했고, 중소기업은 가격경쟁력에 기초한 생산방식 고수로 저숙련 생산구조가 고착화됨에 따라 낮은 생산성이 유지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OECD 국가 중 최장의 노동시간과 최고의 산재율을 더하면 우리의 노동현장 경쟁력은 위기 징후를 보여주게 된다.
 
  기업의 경쟁력과 근로자의 삶의 질이 동시에 보장되는 바람직한 길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고, 국제적인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은 저부가가치 생산 및 서비스 노동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은 어떻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접근할 수 있을까? 노사가 생산성의 의제를 협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바로 작업장 혁신이다. 노사협력의 전제하에 근로자의 삶의 질과 기업의 경쟁력을 동시에 제고하기 위한 절충점이 작업장 혁신인 것이다. 양적인 고도성장과 양적인 구조조정에 익숙한 우리의 노사관계 현실에서 작업장 혁신처럼 기능적 변화에 대한 신뢰와 협력은 낯설기도 하다. 하지만 이 길을 피하기만 한다면 우리 기업의 제반 문제들, 즉 생산기지 이전과 고임금 구조·비정규직 양산 등을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선진국의 절반에 그치는 생산성의 제고를 위해 노사가 협력할 수 있는 제도, 관행,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실천하며, 이런 생산성 네트워크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각 업종, 지역 정부에 구현하도록 정책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작업장 혁신 추진체계 갖춰야
 
  이제 우리는 작업장 혁신의 의제를 국가의 미래를 담보해 줄 엄중한 국가적 목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분산화된 정책적 노력을 현장을 중심으로 통합해야 한다.
 
  근로자 참여와 정보공유, 근무체계와 작업공정개선, 교육훈련 및 지식근로자 육성, 숙련 및 성과연동 보상체계, 노사파트너십 구축 등을 포함해서 작업장 혁신사업을 통합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작업장혁신사업은 아울러 기업이 필요로 하는 컨설팅 수요의 정확한 진단 및 맞춤식(패키지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작업장 혁신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국가적으로 면밀한 추진체계를 갖추고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성과가 있다. 미국 기업들이 노사자율로 실시한 1990년대 작업장 혁신 성공사례들이 최근 들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반면, 독일이나 핀란드 등 북유럽의 작업장 혁신이 상대적 성과가 높았던 것은 정부차원의 추진체계와 전문적 역량을 갖춘 지원조직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책임으로서의 노동기본권 존중, 유연안전성의 확보를 통한 세계화 경쟁력 높이기, 작업장 혁신을 통한 노사 간 상생은 현재 노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글로벌 스탠더드로 진화해 왔다.
 
  과거 영미형(英美形)과 유럽형, 산별과 기업별 등 이른바 양극단 모델로 분류해서 회자되던 노동분야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실패는 양쪽 그룹 모두에서 나타났고 성공은 상대적으로 양쪽에서 먼저 조화를 찾아낸 나라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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