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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년 4월호

기업지배구조

한국형 오너지배구조도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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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자본주의의 한계 드러나
‘도요타 사태’는 주주자본주의가 요구하는 단기 업적주의 때문


尹暢賢 서울시립대 교수
⊙ 1960년 충북 청주 출생.
⊙ 서울대 물리학과·경제학과 졸업. 美시카고대 경제학 박사.
⊙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역임.
⊙ 現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 한국파생상품학회 회장, 금융발전심의위 글로벌금융분과 위원장,
    기획재정부 재정정책자문위원.
  외환 (外換)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4대 개혁과제가 주류(主流)를 이루었다. 금융·노동·정부 그리고 기업부문에 총체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시행된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호되게 비판을 받은 것이 소위 재벌(財閥)체제였다. 재벌체제개혁을 기본으로 한 기업개혁은 다양한 분야에서 전개됐다.
 
  이후 주주(株主)자본주의를 중심으로 월스트리트에서 개발된 수많은 제도가 거의 여과없이 숨가쁘게 도입됐다. 이러한 제도들은 기업지배구조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인식됐다. 이사회 제도를 활성화하고 이사회 구성원에 해당 기업에서 일하지 않는 사외(社外)이사를 다수 참여시키는 제도가 도입되어 추진되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다. 그 외에도 감사위원회와 관련한 사항이나 출자(出資)구조와 관련한 다양한 조치도 도입됐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경우 일시적으로 폐지됐다가 다시 부활하는 상황까지 전개됐다.
 
  주지하다시피 주식회사제도는 자본주의의 근간을 형성하는 중요한 제도이다. 회사의 주인인 주주가 자본을 출자하여 만든 법인으로서 사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는 내부자본과 함께 외부자본 곧 부채(負債)를 조달하여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게 된다. 필요한 경우 주식을 새로 발행하여 자본을 조달할 수도 있지만 부채도 중요한 자본조달 수단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만일 문제가 생길 경우 부채에 대한 변제가 우선이 되고 주주는 부채를 갚고 남는 돈이 있을 때 자신의 몫을 챙기는 잔여가치청구권(residual claim)의 보유자가 된다.
 
  이 과정에서 주주들은 직접 경영을 하지 않고 경영진으로 하여금 주주를 대신해서 기업을 경영하여 이익을 내도록 하는데 이때 주인-대리인 문제가 발생한다. 즉 기업의 경영진이 주주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을 하는 것을 막는 것이 매우 힘들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인-대리인 문제는 지배주주가 경영까지 담당하는 오너 경영모델을 도입함으로써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다. 바로 우리 경제에 있어서 재벌체제, 즉 대기업 집단이 바로 이러한 오너 경영체제가 발전된 결과 나타난 모형이다.
 
 
  주주자본주의의 실패
 
단기업적 위주의 경영으로 도요타의 위기를 부른 와타나베 가쓰아키 전 사장.

  그러나 오너경영체제의 상당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분이 100%가 아닌 오너가 100%에 준하는 힘을 행사하는 식의 독단적 경영을 한다든가 혹은 회사의 이익을 사적(私的)으로 챙기는 터널링(tunneling)의 행태를 보인다든가 하는 문제가 상당부분 지적되면서 이로 인해 다양한 견제장치가 고안됐고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도 이러한 견제장치의 일부로 나타났다. 사외이사들이 임명되고 이들이 소액주주의 이익까지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지분의 일부를 가지고 있는 오너경영진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거나 지나친 수준으로 지배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동안 금지됐던 지주(持株)회사제도도 허용되면서 이 제도가 마치 재벌체제가 가진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해법처럼 인식됐고 우리 경제에 많은 지주회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당시 분위기는 우리의 지배구조는 후진적이고 소유지배구조에 글로벌 스탠더드 내지는 모범답안이 있으며 우리가 이를 따르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접근이 일반화됐었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장기간 제너럴 일렉트릭(GE)의 CEO로 재임했던 잭 웰치 같은 천재경영인은 지주회사체제를 효과적으로 운용해 주주에게 상당한 수익을 제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주주자본주의의 한계와 실패를 지적했다. 또한 주인-대리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도입된 스톡옵션 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영진에 대한 보상이 주가(株價)에 연동되다 보니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르는 방향으로만 의사결정을 하는 지극히 단기적 관점에서 경영이 이루어졌다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 과정에서 주주자본주의를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의 문제점이 상당부분 지적되고 수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 것이다.
 
  거꾸로 우리나라의 경우 위기를 잘 극복하고 위기 이전보다 시장점유율을 늘리면서 한 단계 도약한 기업들은 주로 오너경영체제를 가진 기업이었다. 우리가 후진적인 것처럼 생각하면서 고치려고만 했던 경영구조가 아니라 장점이 상당하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때문에 소유지배구조에는 모범답안이나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산업별 기업별로 다양한 형태가 상황에 따라 공존하면서 경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의 국민은행 사태도 문제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분이 분산되어 지배주주가 없이 다수(多數)의 주주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사외이사가 주축이 된 이사회가 주요 경영사항은 물론 신임이사 임명과 CEO 임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보유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 문제였다. 이러한 구조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 이사회 구성원들과 CEO 간에 담합(談合)현상이 나타나게 됐고, 이 과정에서 문제 있는 경영진이 상대적으로 장기집권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사회가 경영진과 담합을 하는 구조를 통해 주주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는 소지가 나타난 것이다.
 
  도요타도 좋은 예이다. 소위 ‘와타나베의 저주’가 큰 원인이 된바, 전문경영인 와타나베 사장이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마른 수건도 쥐어짜듯 비용절감만을 위해 노력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익을 조금이라고 더 내기 위해 납품 단가를 대폭 낮춘 싸구려 부품을 납품받기로 결정하였고, 결국 이 싸구려 부품은 도요타 자동차의 대량 리콜을 불러일으키면서 도요타의 명성에 금이 가게 됐다.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라는 책까지 나올 정도로 세계화의 상징으로 여겨진 도요타의 브랜드 가치에 치명상을 입힌 것이 바로 주주자본주의가 요구하는 단기 업적주의였던 셈이다. 주주의 평가 내지는 시장의 평가를 전제로 한 장기적인 관점보다는 그때그때의 주가에 목을 매는 단기적 관점이 강조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少數 지분을 가진 오너의 기업지배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왼쪽 세번째)이 2010년 1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10’에서 특수 안경을 쓰고 3D 입체영화를 감상하고 있다.

  사실 기업에 대해 소수(少數)지분을 가진 오너경영자가 지분보다 높은 수준의 상당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데서 나타나는 문제, 곧 CMS(Controlling Minority Shareholder)구조의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지배주주가 지분을 가진 기업은 피라미드나 환상형(環狀型) 순환출자 등을 통해 기업을 확장하고 이 과정에서 지배주주는 자신이 보유한 지분보다 높은 지배력을 행사하게 되어 소유권과 의결권이 달라지게 된다. 즉 기업이 보유한 다른 기업의 지분 때문에 계열사 내부지분을 이용하여 소유보다 더 높은 의결권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피라미드 출자가 존재하는 이유를 지배주주의 사적이익추구에서 찾는 경향도 있는바, 피라미드 출자구조를 통해서 지배주주는 지배의 사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소액주주의 부를 착취(exploitation)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사실 피라미드 출자의 경우 다단계 출자를 통해 지배주주의 소유권과 의결권에 차이를 가져올 수 있으며 이러한 소유권과 의결권의 괴리가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추구와 터널링의 가능성을 키운다는 견해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CMS구조가 이처럼 기업의 비(非)효율성을 증대시키기만 한다면, 거꾸로 이러한 구조를 가진 수많은 비효율적인 기업이 글로벌한 기업경쟁하에서 어떻게 아직까지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는지 그 이유는 설명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실을 보면 이러한 구조에 상당한 장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CMS구조가 오너경영자의 사적이익을 추구하게 할 가능성을 키워주고 이로 인한 대리인 비용을 높일 수도 있지만, 이 구조 안에 이러한 대리인 비용을 제한할 수 있는 구조가 같이 구축되어 있다면 대리인 비용은 거꾸로 감소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서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는 것은 ‘사회적 평판과 신뢰’다. 기업의 사회적 평판은 기업의 성과와 생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오너경영자 내지 소수 지분 지배주주는 기업의 사회적 평판을 훼손할 수 있는 사적이익 추구와 터널링을 줄이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CMS구조가 정착된 기업의 경우 장기적인 지배구조의 안정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의 장기적인 관계를 통해 상호간 신뢰를 해칠 수 있는 부당한 터널링 유인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가족기업의 경우 장기간에 걸친 경영권 상속에 대한 유인으로 인해 이러한 사회적 평판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는바, 가족기업의 장기적 관계 형성과 안정성으로 자본조달 비용이 타기업에 비해 낮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일본의 경우 내부에서 승진한 소수 지분 지배주주 경영진이 계열기업집단을 지배하는 경우, 사회적 평판과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으로 인해 회사의 이익과 자신의 이익을 동일시하게 되어 CMS구조의 장점이 부각되는 경우도 나타난다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CMS구조를 가진 기업집단이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생존하는 이유는 CMS구조가 가져오는 효율성의 증대요인이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집단 구조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닌 보편적인 현상이고 오히려 미국의 단일기업 구조가 특수한 경우일 수도 있다. 우리 경제의 향후 발전과정에서 기업집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며 선진국가들의 기업집단 현황과 그 형성배경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각국별로 금융시스템, 역사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기업집단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한국기업집단의 장점 인정해야
 
  우리가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루고 혁신주도형 경제체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기업집단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인정하고, 기업집단을 유지하고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사적 이익이나 지대(地代)추구행위(rent seeking・자신이 제공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독점성을 인위적으로 유지・강화 함으로써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줄일 수 있도록 투명성 강화 장치들의 개선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여 지배의 사적이익과 지대추구가 어려워지도록 하는 동시에 기업집단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효율성을 증대시킴과 동시에 시장경쟁의 원칙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결국 소유지배구조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는바, 각각의 경제 내에서 자신에게 맞는 제도를 도입하고, 이 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노력을 하여 끊임없이 제도를 진화시켜 가는 것이 지배구조의 글로벌 스탠더드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경제력에 걸맞은 모형을 잘 정착시키되 역사적으로 주어진 상황을 기본으로 한 경로의존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모형이 후진적이라는 식의 일방적 평가는 매우 위험하며, 이를 감안한 다양한 구조가 나름 특징과 장점을 살려 다각도로 정착될 수 있는 구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글로벌 위기와 함께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많은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향후 이 문제에 대한 보다 다양한 논의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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