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용성에 근간을 둔 서구인, ‘인간 형태’의 로봇에 부정적
⊙ 통신산업 인프라와 도전정신 갖춘 한국, 세계적 로봇 기술 경쟁력 확보 가능
金汶相 KIST 프론티어 지능로봇사업단장
⊙ 1957년 서울 출생.
⊙ 경기고,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졸업. 同 대학원 유압공학 석사, 독일 베를린공대 대학원 로봇공학
박사.
⊙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 IPK-베를린 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시스템연구부 휴먼로봇연구센터
센터장, 지능로봇연구센터 센터장 등 역임.
⊙ 통신산업 인프라와 도전정신 갖춘 한국, 세계적 로봇 기술 경쟁력 확보 가능
金汶相 KIST 프론티어 지능로봇사업단장
⊙ 1957년 서울 출생.
⊙ 경기고,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졸업. 同 대학원 유압공학 석사, 독일 베를린공대 대학원 로봇공학
박사.
⊙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 IPK-베를린 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시스템연구부 휴먼로봇연구센터
센터장, 지능로봇연구센터 센터장 등 역임.
-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형 휴머노이드 ‘휴보’.
과학기술의 발달도 급격하게 진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혁신적 돌파형 기술로는 줄기세포로 대변되는 생명과학,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정보과학, 그리고 반도체 산업 등의 근간을 이루는 나노과학이 있다.
그러나 이 기술들이 우리의 생활환경을 보다 직접적이고 가시적으로 바꾸기 위해선 이들을 적절히 융합하고 창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인공지능을 이용한 지능 로봇 기술이다.
지능 로봇 기술은 인간이 창조한 물건들에 인간성을 부여해 인간과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인간에게 좀 더 편리한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한다.
현 시점에서 지능 로봇 기술의 역할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도구가 휴대전화다. 20여 년 전 휴대전화가 처음 출시됐을 당시, 걸어다니면서 전화할 수 있는 기능이 전부였다. 이 한 가지 기능만으로도 휴대전화는 인간생활의 엄청난 변화를 야기했다. 정보의 소통이 빨라졌고,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손쉽게 연결이 가능하게 됐다. 컴퓨터가 과학기술의 근본을 변화시켰다면 휴대전화는 인간 소통방식의 근간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런 휴대전화의 기능이 21세기에 들어 다시 한 번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지능 로봇 기술이 휴대전화에 응용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단순 통화만이 그 기능의 전부인 줄 알았던 휴대전화에 인간의 五感(오감)에 해당하는 시각기술, 음성인식기술, 햅틱 기술들이 사용됐다.
단순 통화의 차원을 뛰어넘어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기능이 실현되고 있다. 심심할 때는 게임의 상대가 되고, 영화도 관람할 수 있으며 지하철 요금도 낼 수 있다. 기존 카메라의 설 자리를 위협하고, 사용자의 모든 연락처와 일정도 관리해 준다.
이러한 지능 로봇 기술은 휴대전화뿐 아니라 스스로 주차하는 자동차, 음성으로 제어하는 지능형 홈 등 그 영역을 매우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제는 제품의 기능이 얼마나 튼튼한지보다 얼마나 편하고 인간적인지에 제품 경쟁력 확보의 승부수가 던져지고 있다.
물론 지능 로봇 기술의 역할은 기존 산업에의 추가적인 성장동력의 제공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SF 영화나 만화에서나 봐왔던, 그리고 전혀 가능하리라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지능 로봇에 의해 펼쳐지기 시작했다.
현실과 기대의 심각한 괴리
10년 전 직립보행 로봇 P2가 일본 혼다社(사)에 의해 출현했다. 그 후 세계 각국이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인간형 로봇을 개발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그 결과, 인간생활에 직접 서비스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시장이 곧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당장 개발될 것 같던 지능형 로봇은 좀처럼 선보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만개할 것 같았던 지능 로봇 시장은 생각보다 더디게 성장했다.
현실과 기대의 ‘심각한 괴리’를 발생시킨 원인으로는 수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설득력 있는 주장 하나가 우리가 갖고 있는 로봇에 대한 기대치가 실제 로봇이 구현할 수 있는 기능에 비해 턱없이 높다는 것이다. 또 단시간에 그 격차를 줄이기엔 로봇지능 관련 기술의 혁신상 발생하는 난관이 생각보다 크다.
최근 인간과 같이 두 발로 걷는 인간형 로봇 개발에 주력했던 일본에서 지금까지의 연구개발 전략에 대해 많은 반성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두 발로 걷는 로봇을 갖는다는 것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본이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을 제외한 여타의 선진국은 미래 지능 로봇시장을 바라보는 관점들이 모두 다르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철저히 실용성에 근간을 둬야 한다고 믿는 서구인들은 궁극적으로 지능형 로봇이 인간의 모습을 한 형태로 발전될 것이라는 생각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이들은 미래 지능형 로봇이 인간의 형태를 하지 않더라도 그 기능에 충실한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자면 청소 로봇의 경우 인간형 로봇이 청소기를 들고 청소하는 형태보다는 기존 청소기에 바퀴를 달아 청소 행위 자체를 최적화하고 자동화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일본의 로봇 분야 발전계획이 좀 더 실질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사실 각 가정에 1대의 로봇이 보급돼 인간이 하기 귀찮거나 어려운 일들을 대신하고자 한다면 두 발로 걷는 기능보다 먼저 해결해야 하는 기술이 있다. 바로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인간의 인지 사고에 해당하는 지능체계의 구축과, 오감을 대신하는 로봇의 신뢰성 있는 인식 기술이다. 아직 세계적으로 이런 기술 경쟁력이 있는 로봇이 준비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누가 이런 지능 로봇시장을 먼저 차지할 수 있는가는 인식 기술 및 지능체계를 누가 확보하는가에 달려 있다.
로봇시장의 폭발적 성장 준비해야
앞으로 로봇시장의 발전방향은 어떻게 전개될까. 우리는 어떻게 이를 대비해야 할까. 로봇은 쓰이는 용도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류는 비효율적이고 단순하며 힘든 노동환경에서 인간을 해방시키기 위해 작업을 대신하는 로봇이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나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용 로봇, 혹은 건설과 같은 특수 용도의 로봇 등이다. 이 분야는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돼 왔고, 앞으로도 그 적용 영역을 꾸준히 넓혀갈 것이다. 이 분야는 우리나라의 기간산업과 연계가 돼 있기 때문에 미래지향적인 기술개발에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두 번째 부류는 로봇의 힘을 빌려야만 하는 영역이다. 지뢰와 같은 폭발물처리, 심해 탐사 혹은 군사작전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극한작업 로봇과 노인 부양을 위한 실버 로봇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고 고귀함을 유지하기 위해 활용되는 로봇 관련 기술이다. 로봇의 가격이 어느 정도 비싸더라도 국가적, 사회복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필수적인 분야다. 이 시장은 필요성이 확실하고 시급하기 때문에 그만큼 시장이 빨리 열릴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교육, 오락 등 개인용 서비스 로봇이다. 이 분야는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 만들어 질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 개인이 자신의 욕구에 의해 지갑을 열어 구입을 해야만 형성될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관련 시장이 발전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를 위한 국가적 노력이 필수적인데, 적극적인 표준화 체계의 구축, 부품이나 센서 등의 인프라 사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언제 지능 로봇 시장이 폭발적으로 형성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향후 이 산업이 세계적인 시장을 구축하게 될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필자는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여기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 우리 국민의 ‘새로움에 대한 강렬한 욕구’다. 로봇 산업은 다양한 기술의 집합체로서 매우 창조적인 융합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우리 민족의 신명 나는 도전정신이 잘 맞아떨어진다. 세계시장에서 善戰(선전)하는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산업의 경쟁력을 뒤돌아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둘째,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통신산업 인프라다. 로봇의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지식산업과의 연계를 빼놓을 수 없다. 결국 다양한 콘텐츠의 개발 및 적용, 이를 실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가 갖춰져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이는 일본 등의 선진국 관계자들이 우리나라의 로봇산업 발전을 주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의 지원정책 요구돼
다만 인력이나 산업 규모, 이를 위한 연구 개발 인프라가 약한 우리나라가 선진국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잘 짜인 발전 전략이 필수적이다. 부품산업의 지원, 표준화를 위한 노력,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적인 연구 개발 로드맵, 탄탄한 내수시장 확보를 위한 기업들에 대한 지원 정책들이 필요한 시기에 적절하게 준비돼야 한다.
李昌鎬(이창호) 명인이 바둑을 이기기 위해서는 초반에 멋진 포석이 필수적이라고 말하듯 지능 로봇이라는 새로운 산업을 선진국들에 선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이를 준비하기 위한 국가적 포석이 필요하다. 여기에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