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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년 1월호

금융산업으로 4만 달러 돌파작전

사모펀드 육성, 해외 M&A, 해외 금융업 진출이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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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접투자 활성화하고 자산운용업 경쟁력 제고시키는 것이 중요
⊙ 미국에서 규제 死角지대에 놓였던 장외파생상품의 경우 한국에서는 감독기구의 규제를 받도록
    조치해 금융 위기 모면

尹暢賢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 1960년 충북 청주 출생.
⊙ 서울대 물리학과·경제학과 졸업, 同 대학원 경제학 석사, 美 시카고大 경제학 박사(국제금융,
    파생금융 전공)
⊙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명지대 무역학과 교수 역임. 現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함께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핵폭탄처럼 全(전) 세계를 휩쓸었다. 일시에 금융시장이 경색되고 자금흐름에 이상이 생기자 실물경제가 한꺼번에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 3분기 GDP가 248조원에 달했는데 위기가 본격화된 4분기의 GDP 수준은 235조원을 기록해 전 분기 대비 13조원, 즉 5.2% 하락이라는 초유의 마이너스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이 잘못되는 순간 실물에 어느 정도의 타격이 가해질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느끼는 기회가 됐고, 이는 금융과 실물이 어떻게 자리매김을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위기 이전과 위기 이후 세계 금융의 심장인 월가의 모습은 크게 달라졌다. 그 모습을 대조해 보면 최근 위기의 영향과 아울러 금융분야의 나아갈 바에 대한 시사점도 함께 얻을 수 있다.
 
  첫째, 금융분야에서 리스크관리 강화정책이 이루어지면서 금융회사 내에서 리스크 관리 담당자의 위상이 상당 부분 높아졌다. 트레이더들은 자꾸 더 많은 거래를 원하지만, 리스크 관리 부서에 거래승인이나 거래한도 확대를 요청하는 경우 대부분 안된다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둘째, 파생상품 관련 비즈니스가 상당 부분 축소됐다. 특히 주택담보부 증권부문은 예외없이 규모가 줄었다. 파생상품과 일반금융상품을 결합해 다양한 신종금융상품을 만들어내는 분야를 구조화금융이라고 한다. 과거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이쪽 비즈니스가 이제는 아예 없어진 경우도 있고, 존재하더라도 인력과 규모가 대폭 축소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셋째, 매우 큰 차입을 요구하는 대형 인수합병 거래가 상당 부분 축소됐다. 레버리지, 곧 남의 돈을 전제로 진행되던 사업이 멈추고 이 과정에서 거래의 계약 등 법적 측면을 담당하던 로펌들마저 타격을 입었다. 금융기관들은 채권매매 등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가진 전통적인 영업부문에서의 성과를 통해 이익을 창출한다는 소식이다.
 
  넷째, 예금에 기초해 대출로 이를 운용하는 전통적 간접금융 내지는 상업은행업이 직접금융, 곧 금융시장을 통한 금융상품거래에 의존하는 투자은행업보다 유리하게 여겨지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다섯째, 정부 주도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방준비은행(FRB)의 감독권한 강화와 함께 재무장관을 의장으로 하는 금융서비스감시위원회를 신설, 중앙은행과 정부가 금융시스템 전반을 위협하는 리스크를 감시 감독하도록 하는 안을 발표했다. 영국과 EU 등도 자체적인 감독체계 개편안을 발표하고 활발한 토론이 일고 있다.
 
  여섯째, G20을 중심으로 IMF, FSB(금융안정위원회, Financial Stability Board)가 주축이 돼 신용평가사에 대한 개혁, 은행 자기자본규제의 재점검,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과도한 보상 체계,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규제 등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본격화돼 가시적인 결과를 낳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흥미로운 것은 이런 논의가 금융시스템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는 국내적 이슈가 아니라 국제적 이슈가 된 이들 과제에 대해 우리도 국제 공조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진국이 200㎞로 달릴 때 한국은 50㎞로 달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스트리트는 안정성과 건전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풍토가 바뀌었다. 사진은 월스트리트를 상징하는 황소상.

  4만 달러 시대를 여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더구나 금융산업이 위기의 主犯(주범)으로 몰리면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다양한 상품을 개발·거래하는 것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금융이 전체 경제의 발전단계에 맞게 적정하게 성장하면서 실물경제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금융산업에서 중요한 것이 여유 있는 계층의 재산을 관리 운용하는 재테크적 속성이라고 할 때 자산관리업과 관련된 부분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점점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금융산업이 실물경제의 새로운 흐름에 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지만 위기국면에서 우리 금융산업의 국제화 정도가 약하고 직접금융의 발달이 미약했던 것이 오히려 호재가 된 측면도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이 시속 200㎞로 달리다 사고가 났다면, 우리는 50㎞로 달리고 있었기에 사고라고 하기도 힘든 상황을 겪은 것이다.
 
  실물경제의 발전 단계에 걸맞은 금융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필자는 4만 달러 시대를 위한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이 중요하다고 본다.
 
  첫째, 시장중심 금융 내지 직접금융이 중요하며, 이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 시행과 함께 본격화되고 있는 금융시장 육성과 금융투자업 분야를 더욱 활성화시켜 위기 이후 국면에서 본격화될 새로운 흐름에 대비해야 한다.
 
  둘째, 자산운용분야는 계속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펀드 자본주의’라 불릴 정도로 자금이 직접금융과 펀드상품으로 몰리지는 않겠지만, 일단 저축과 함께 부각되기 시작한 투자 붐은 언제든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투자에 있어 간접투자를 활성화시키고 자산운용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더욱 많은 인력이 이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다양한 공모펀드와 사모펀드 산업의 육성이 계속돼야 한다. 소수 개인들의 자금을 모은 후 레버리지까지 일으켜 고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들이 이번 위기로 타격을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실력 있는 헤지펀드들은 계속 생존하면서 더 큰 수익을 거두고 있다.
 
  레버리지를 적절하게 통제해 외부불경제를 창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효율적인 펀드관리가 이뤄지는 사모펀드산업 육성은 중요한 전략이다. 우리 경제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모펀드(PEF·Private Equity Fund)나 헤지펀드 등 다양한 사모펀드를 계속 키워가야 할 것이다.
 
  넷째, 위기국면이 지나면서 전 세계적 산업구조 개편과 함께 인수합병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다. 특히 위기국면에서 낮은 가격에 매물로 나온 기업들이 많아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시장과 기술의 확보를 위해 기업 간 인수합병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외국인의 국내기업 인수합병과 함께 우리 기업이나 펀드의 해외기업 인수합병을 보다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각종 조치들을 시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코트라(KOTRA) 같은 조직이 해외에 인수 가능한 매물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진출, 특히 동남아 진출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세계 경제가 성장궤도에 진입할 경우 개도국들의 성장이 본격화될 것이다. 이런 움직임을 전제로 개도국의 금융산업에 미리 진출해 길목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자통법이 제정되고 시행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기를 맞았고,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는 중이다. 이 때문에 우리 입장이 유리했던 측면도 있다. 미국에서 사실상 규제의 死角(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장외파생상품의 경우 우리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상품으로 법에 지정돼 자율규제기관과 감독기구의 명시적 규제를 받도록 조치한 바 있다. 다행히 국내 금융기관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금융산업이 4만 달러 선도
 
  이제 다시 성장궤도에 진입해 다양한 형태의 금융상품이 등장할 경우 과거보다는 강화된 수준이지만 현재보다는 완화된 새로운 영업모형들이 금융시장에 등장할 것이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고 움켜쥐는 자세가 중요하다.
 
  4만 달러 시대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금융산업의 다양한 문제점을 검토하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기존의 상업은행업과 함께 레버리지를 줄인 건실한 형태의 투자은행업을 중심으로 간접금융과 직접금융의 조화, 실물과 금융의 조화가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보다 공격적인 전략으로 옮아갈 필요가 있다. 이런 대비와 변신이 효율적으로 일어날 경우 우리 금융산업은 4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성숙한 산업으로 변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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