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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년 1월호

전통주를 세계적인 名酒로

신라주, 과하주, 동정춘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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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조600억 원 규모의 국내 술 시장에서 전통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
⊙ 전통주의 글로벌화는 韓食 전문 레스토랑의 해외진출과 함께 이루어져야

裵重浩 (주)국순당 대표이사
⊙ 1953년 대구 출생.
⊙ 용산고, 연세대 생화학과 졸업. 同 대학원 석사.
⊙ ㈜배한산업(국순당 전신) 부설연구소장, 코스닥등록법인협의회 감사,
    한국미생물학회·생명공학회 부회장 역임.
국순당이 서울 종로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시음행사를 열었다.
  국내 술 시장 규모는 2009년 매출액 기준으로 약 8조600억원 정도다. 이 중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가 약 3000억원 규모로 전체의 3% 수준에 불과하다.
 
  전통주 제조업체도 막걸리 780여 업체를 포함하여 총 900여 업체로 1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그나마 규모가 있는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 연구개발은 물론 품질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영세 업체가 대부분이다.
 
  규모가 영세해도 수백 년에 걸쳐 家業(가업)을 잇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와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는 현실이다. 외국의 유명한 술 족보는 교양을 위해 줄줄 외우고 다니지만, 수백 년 전통의 아름다운 우리 名酒(명주)들, 예컨대 梨花酒(이화주), 藥山春(약산춘), 洞庭春(동정춘), 三亥酒(삼해주) 등의 이름을 기억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日帝(일제)에 의한 우리 술 말살 정책과 함께 힘겨웠던 1950~70년대를 거치며 우리 술이 제대로 복원되고 자리 잡지 못한 탓이 크지만, 언제까지 아픈 역사만 탓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전통 술이 세계적인 명주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국내 술 시장과 술 문화의 기반부터 확실하게 다져야 한다.
 
  우리 술이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내수시장에서 확고한 기반을 다지는 것이 급선무다. 국내에서조차 제대로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고 인정받지 못하는 우리 술이 세계화를 꿈꾼다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고, 설사 세계화가 된다 해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규모 면에서는 현재의 매출액 기준 3% 수준보다 5배가 성장해 적어도 15% 선까지는 회복되어야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원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술에 대한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된다.
 
  현대에 와서 한국의 술 문화는 그냥 ‘알코올’을 마시고 취하는 그 자체의 행위에 집중됐다. 우리 선조들은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문화와 예술’로서 술을 즐겼다. 우리는 선조들이 수립한 전통에 ‘과학기술’을 접목하고 비즈니스 측면까지 고려된 삼위일체의 산물로 만들어야 한다.
 
 
  전통주 전문가 양성해야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은 우리 술 전문가들에 의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서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게 효과적인데, 이 또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와인의 경우 전국적으로 약 20곳 이상의 사설기관 혹은 대학에 체계적인 아카데미가 설립돼 있다. 이곳에서 소믈리에를 비롯한 와인 마케팅 등의 전문가가 양성되고 있고, 이들을 중심으로 건강한 와인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사케가 국제화된 데는 키키자케시(사케 소믈리에)라는 사케 전문가의 활약이 절대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일본은 전통주 교육 기관인 일본술서비스연구회를 두고 사케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이곳의 교육 과정을 밟는 한국 학생들도 상당수다.
 
  한국에는 사설기관이든 정규 교육기관이든 양조 전문가 과정이 없다. 이 때문에 미생물이나 식품 관련 전공자들이 주정 회사에 입사한 후 양조학에 대해 별도로 공부해야 하는 현실이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정부에서 우리 술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우리술연구센터를 설치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우리술연구센터에서는 원료, 누룩미생물 및 기능성 관련 연구를 비롯해 응용기술 연구까지 수행할 것이라 한다. 이 기획이 진정성을 가지고 적극 추진된다면 우리 술 발전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지금과 같이 영세업체가 난립한 상황에서는 국내 시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가내수공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700~800여 업체에 대한 확실하고도 체계적인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
 
  각 지방 특색을 살려 나름 경쟁력을 지닐 수 있도록 차별화된 R&D 및 시설투자, 그리고 경영 및 마케팅에 대한 지원 등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또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는 클러스터형 사업모델, 즉 우리 회사가 이미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로 가지고 있는 국순당 고창명주나 국순당 정선명주처럼 지자체와 농민, 그리고 기술과 마케팅 영업력이 있는 기업이 하나의 클러스터를 형성하여 1차, 2차, 3차 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식품 관련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도 시장을 확장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대기업의 참여는 거대 자본과 독과점식 영업으로 영세기업이 고사할 위험성이 있지만, 자본주의의 건전한 자유경쟁 체제하에서 상호 협력하고 보완하면서 시장을 형성해 나간다면 훨씬 빠른 시일 내에 경쟁력을 갖춘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맛과 향을 글로벌 코드에 맞춰야 성공한다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다음 해야 할 일은 세계 시장 공략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맛과 향 등 전체적인 품질 향상을 기반으로 한 현지화 전략이다. 우리 술의 본질적인 특성이 살아 있으면서 세계인의 입맛에도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일 수 있지만, 맛에 관한 한 최소한의 글로벌 코드에 맞지 않으면 우리만의 고집이고 아집이 된다. 막걸리가 과실주 문화권인 유럽이나 미주 지역보다 穀酒(곡주) 문화권인 일본에서 더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와 식문화권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우리 술 본연의 맛을 표준화하고 그것을 단순히 술로서만이 아니라 韓食(한식)과 동반 진출해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와인이나 사케도 그들의 식문화와 함께 글로벌화가 된 것처럼.
 
  고급화 전략 역시 빠질 수 없다. 현재 수퍼나 할인점에서 1000원대면 막걸리 750ml를 살 수 있다. 생수보다 싼 가격이다. 심지어 1ml당 1원 미만짜리 막걸리도 많다.
 
  이 얼마나 난센스인가. 대부분의 막걸리는 지하 수백m에서 뽑아 올린 천연암반수를 원료로 하여 국내산 청정미와 누룩, 그리고 효모로 수일에서 십수 일 발효시켜 제조한다. 그런데 어찌 그냥 지하에서 뽑아 올린 물보다 싸게 팔리고 있는가 말이다.
 
  그렇다 보니 품질관리는커녕 제대로 된 스펙 관리도 되지 않은 열악한 제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게 악순환이 되면 전체 시장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적어도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면 원료부터 제조방법, 포장까지 세계 최고를 지향하지 않으면 안되고, 이는 업계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과제는 술에 얽힌 이야깃거리를 발굴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술인 와인의 경우 각 샤토마다 나름의 특색 있는 이야깃거리가 있고, 이를 관광 상품으로 연계시키는 一石二鳥(일석이조)의 홍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00년에 출시, 불과 1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중국의 수정방이 세계 명주 반열에 들어선 것도 풍부한 이야기 덕분이다. 수정방은 생산 지역의 역사적 사실을 이야깃거리로 활용하여 무려 6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뿌리 깊은 술로 변신, 세계 최고의 명주로 우뚝 섰다.
 
 
  술은 종합예술이다
 
  우리 술에 얽힌 이야깃거리는 없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은 우리가 더 잘 알고 있다. 그동안 찾지 않았을 따름이고 무관심했을 뿐이다.
 
  당나라 시인 玉溪生(옥계생)이 새벽바람에 술기운이 쉽게 사라질까 두려워했다는 新羅酒(신라주)도 있고, 맛이 좋아 한 잔 두 잔 하다 그만 과거시험을 놓쳤다는 안전뱅이 술도 있다. 포트와인(발효 중인 와인에 브랜디를 첨가한 포르투갈의 스위트한 주정강화 와인)이나 쉐리와인(발효가 끝난 일반 와인에 브랜디를 첨가하여 알코올 도수를 높인 스페인 와인)보다 역사가 오래된 세계 최초의 혼성주인 過夏酒(과하주: 무더운 여름을 탈 없이 날 수 있다는 뜻의 술)도 있고, 논 한 평에서 생산되는 쌀로 한 홉의 술만이 나오는, 너무나 귀한 나머지 맥이 끊겨버린 동정춘이라는 술도 있다.
 
  이처럼 재미있고 역사적인 우리 술의 다양한 콘텐츠를 문화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키고, 종합예술의 성격을 갖는 문화상품으로 육성해야 세계적인 술로 성장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규제 대상으로만 여겨져 왔던 우리의 술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이해되고, 또 경쟁력을 가진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되는 범국가 차원의 중장기 로드맵이 지난번 농수산식품부에서 발표한 ‘우리 술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잘 담겨 있다.
 
  이 특별법이 시행되는 2010년은 우리 술 부흥의 元年(원년)이 될 것이고, 이에 대한 가시적 성과가 나오는 시점이 바로 우리 술이 세계의 명주로 우뚝 서는 시점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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