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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년 1월호

서울의 미래 경쟁력- 컬처노믹스와 디자이노믹스

서울에 ‘문화’의 옷을 입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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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시설과 문화공연을 찾는 ‘문화관광’은 전체 관광의 37%를 차지, 그 수요는 매년 15%씩 성장.
    뉴욕이 1년간 문화예술로 끌어들이는 관광객 수는 4000만명

吳世勳 서울특별시장
⊙ 1961년 서울 출생.
⊙ 대일고, 고려대 법학과 졸업. 同 대학원 법학석사(상법)·박사(민사소송법)
⊙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환경운동연합 법률위원장 겸 상임집행위원 역임,
    MBC ‘오변호사 배변호사’, SBS ‘그것이 알고 싶다’‘오늘과 내일’ 진행. 숙명여대 법학과 겸임교수,
    16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상임운영위원(최고위원), 국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 한나라당 간사 역임.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디자인서울 간판전시회에서 오세훈 시장이 우수간판으로 선정된 간판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다.
  1년 전 다녀온 중국 순방길이 떠오른다. 당시 만난 황화화(黃華華) 광둥(廣東)성장은 지금 생각해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는 예정된 면담 시간의 대부분을, 자신들의 경제성장 속도를 내게 알리는 데 할애했다.
 
  “광둥성 인민의 노력으로 우리 省(성)은 현재 전국 GDP의 8분의 1, 조세의 7분의 1, 무역의 30%, 저축액의 7분의 1을 점하고 있습니다. 한국과의 무역 관계도 연평균 13.4% 증가해서 무역액이 285억 달러에 이릅니다. 현재 한국의 광둥성 투자도 신고액 기준으로 25억 달러에 달하지요.”
 
  외자 유치 액수만 봐도 최근 우리나라의 그것보다 크니 여러모로 자랑할 만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장과의 첫 만남에서 굳이 수치까지 정확하게 언급하며 장시간 성과를 알려주는 모습에서는 다른 의도가 읽혔다.
 
  그들은 서울을 ‘넘어야 할 산’으로 보고 있었다. 서울시를 상대로 광둥성의 저력을 보여주는, 일종의 미묘한 氣(기) 싸움이었다. 그런데 광둥성장뿐만이 아니었다. 연이어 만난 산둥(山東)성장, 장쑤(江蘇)성장 모두 자신들의 경제성장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런 그들을 만나고 있자니, 순방길 내내 과하다 싶은 환대를 받으면서도 내 머릿속에는 질문 하나가 떠나지 않았다.
 
  ‘과연 10년 후 서울시장도 이들로부터 이런 환대를 받을 수 있을까?’
 
  지금은 우리보다 뒤처져 있지만 그들의 눈빛은 이미 서울이 자신들의 먹잇감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지금,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동북아 대도시권의 도약이다. 중국은 상하이(上海)·베이징(北京)·톈진(天津)을 중심으로, 일본은 도쿄(東京)를 중심으로 이미 대도시권 전쟁을 시작했다. 우리의 경쟁자는 이들이다.
 
  도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는 21세기, 우리가 세계 선진 도시들과의 경쟁에서 뒤진다면 4만 달러 시대의 꿈은 신기루에 그칠 수도 있다.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드시티에서 소프트시티로 변신 중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지배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이를 간파하는 것은 그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에 대한 답으로 나는 ‘매력’을 강조한다.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인 조지프 나이가 주장한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대량생산으로 물질적 풍요가 확산되어 가는 21세기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은 창의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아이디어, 문화와 상상력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감성가치 등이다. 이를 한마디로 정리해 ‘매력’으로 통칭한 것이다.
 
  서울은 압축성장의 모델이 되는 도시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이른 시간에 국민소득 1만 달러, 2만 달러를 달성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한 반세기 동안 우리 서울을 지배한 가치는 기능과 효율, 건설과 산업, 자동차와 속도 중심, 에너지 과잉, 역사와의 단절 등이었다.
 
  나는 이를 ‘하드시티(hard city)’로 표현한다. 하지만 국민소득 3만 달러, 4만 달러 시대가 기대하는 가치는 다르다. 인간 중심의 도시, 보행자 중심의 도시, 자전거 속도를 음미하는 도시, 문화와 예술의 도시, 콘텐츠 중심의 도시, 역사적 맥락이 닿는 도시여야 한다. 나는 이를 ‘소프트시티(soft city)’로 부른다.
 
  4만 달러 시대를 준비하는 지금 서울의 변신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소프트시티로의 디자인이다. 소프트시티는 우리 서울을, 세계인들이 찾아오고 싶고 투자하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어 준다. 民選(민선) 4기 서울시의 비전을 ‘맑고 매력있는 세계도시 서울’로 설정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수십 년 동안 효율성 위주의 도시로 성장해 온 서울을 감성가치가 살아있는 매력 있는 도시로 만들어 간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시가 꺼내 든 두 가지 핵심 카드는 ‘문화’와 ‘디자인’이다. 문화와 예술이 서울 시내 곳곳에 물처럼 공기처럼 흐르도록 하고, 서울 전역이 디자인을 통해 편안하고 쾌적하고 안전한 곳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와 디자인을 경제적 성장 동력과 연결시켜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민선 4기 서울시가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는 컬처노믹스와 디자이노믹스다.
 
 
  문화산업의 가능성
 
  컬처노믹스란 문화를 원천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세계적 碩學(석학)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듯이 앞으로는 문화 경쟁력이 도시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할수록 경제적 자본과 인적 자본만으로는 세계무대에서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문화시설과 문화공연을 찾는 일명 ‘문화관광’은 이미 전체 관광의 37%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수요는 매년 15%씩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뉴욕이 1년간 문화예술로 끌어들이는 관광객 수는 4000만명에 이른다.
 
  또 문화산업은, 고용과 생산을 유발하는 효과가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보다 높다. 영국의 쇠락해 가는 탄광 도시였던 게이츠헤드는 각종 정책을 통해 문화도시로 발돋움하여 연간 230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 지역 대학졸업생의 정착률이 46%에 달할 만큼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내고 있다.
 
  무엇보다 문화자본은 도시의 매력을 만들어 낸다. 도시가 문화의 옷을 입으면 관광객이 찾아오고,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고, 그 도시에서 만든 제품의 상품 가치가 올라간다. 이러한 문화는 제조업 기반이 13%에 불과하고 서비스업 비중이 87%에 이르는 서울이 ‘고용없는 성장’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핵심 기반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투자는 이미 시작됐다. 서울을 창의문화도시로 거듭나게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공연, 예술,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과 같은 문화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문화예술 장르별로 창작 스튜디오를 조성해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고 있고, 다양한 문화콤플렉스와 디지털미디어시티 조성을 통해 문화산업 클러스터를 활성화해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지갑이 얇은 시민도 문화를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공짜 혹은 저렴한 가격의 문화 공연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울시민이 문화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것, 그 역시 컬처노믹스를 실현해 나가는 중요한 과정이다.
 
  디자이노믹스는 디자인을 통해 서울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것이다. 우선 도시 디자인을 통해 보다 편안하고 쾌적한 도시를 만들어서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에 개성을 부여한다. 동시에 디자인 산업을 통해 도시의 富(부)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디자이노믹스의 실체다.
 
  이를 위해 그동안 서울시는 디자인의 불모지와 같던 도시 환경에 디자인의 씨를 뿌리고 디자인의 뿌리를 다져 왔다. 디자인총괄본부와 디자인재단 등 디자인 도시 서울의 비전을 이끌어 갈 조직을 구비했고, 도시 전반에 적용할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구축했으며, 성냥갑 아파트로 상징되는 획일적인 도심 건축물에 디자인 개념을 불어넣었다.
 
 
  기적은 이루라고 있는 것
 
  거리 르네상스, 한강 르네상스, 남산 르네상스, 디자인 서울거리 조성사업 등도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도시 디자인은 ‘그린 디자인’ ‘블루 디자인’ ‘히스토리 디자인’ 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생활 녹지를 넓히고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펼치는 그린 디자인, 도시 곳곳에 물이 흐르도록 해서 서울을 매력적인 水邊(수변) 도시로 만들어 가는 블루 디자인, 서울의 역사성을 회복해 역사적 맥락이 읽히는 도시로 만드는 히스토리 디자인이 그 중심 내용이다.
 
  그 결과 서울은 2010년 ‘세계 디자인 首都(수도)’로 선정되는 등 디자인 도시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에 괄목할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공공 디자인 부문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2009년부터는 서울시의 디자인 역량을 산업디자인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다양한 디자인산업 육성책을 통해 본격적으로 디자인을 서울의 성장 동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서울이 동북아 대도시권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대한민국을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로 진입시키기 위한 디자이노믹스의 비전이다. 대한민국은 30년 전 한강의 기적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底力(저력)이 있다.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은 IT의 기적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제는 문화와 디자인의 기적으로 다시 한 번 세계의 주목을 받도록 해야 한다.
 
  지금 서울이 양손에 들고 선 컬처노믹스와 디자이노믹스는 대한민국이 그러한 기적을 만들어 내는 데에 강력한 창과 방패가 되어 줄 것이다. 기적은, 이루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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