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투명성기구가 평가한 우리나라의 반부패 및 투명성 지수는 수년째 후진국 수준
⊙ 환승공항 장점 살려 공항 주변에 세계적인 패션 콘퍼런스 개최, 테마파크 건립,
카지노와 워터파크 운영, 경마장과 F1경기장 등 에어시티 개발해야
李采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 1946년 경북 상주 출생.
⊙ 영남대 법학과 졸업. 성균관대 국제무역학 석사.
⊙ 삼성물산 해외사업본부장, 삼성-GE 조인트벤처 대표, GE코리아 회장,
GE헬스케어 아시아 총괄사장, 한국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장 역임.
국민 소득 4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려면 사람들의 의식과 일하는 방식이 소득 4만 달러에 걸맞게 선진화돼야 한다. ⊙ 환승공항 장점 살려 공항 주변에 세계적인 패션 콘퍼런스 개최, 테마파크 건립,
카지노와 워터파크 운영, 경마장과 F1경기장 등 에어시티 개발해야
李采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 1946년 경북 상주 출생.
⊙ 영남대 법학과 졸업. 성균관대 국제무역학 석사.
⊙ 삼성물산 해외사업본부장, 삼성-GE 조인트벤처 대표, GE코리아 회장,
GE헬스케어 아시아 총괄사장, 한국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장 역임.
선진화란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의어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려면 투명성, 다양성, 시장 중시, 글로벌 마인드, 창의성 등이 일정 수준으로 향상되어야 한다. 필자는 소득 4만 달러로 가는 구체적인 방법이나 대상을 얘기하기보다 4만 달러짜리 국민으로서 갖춰야 할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위해 가장 먼저 갖춰야 할 것은 ‘투명성’이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선진국치고 국가 운영과 기업경영에서 투명성이 뿌리 깊게 자리 잡지 않은 나라가 없다. 개인과 조직의 부패와 상호 異見(이견)의 충돌, 이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과 비용은 해당 사회와 조직의 투명성 결여에서 발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평가한 우리나라의 反(반)부패 및 투명성 지수는 수년째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 투자가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기업과 정부의 낮은 투명성과 부패를 꼽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투명성에 대한 지도자들의 인식이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는 한 선진화는 요원하다. 국가 차원에서 투명성을 강화하는 특단의 조치를 현실적 여건을 핑계로 미룬다면 소득 4만 달러 진입은커녕 2만 달러 유지도 어려울 것이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다양성’이다. 다양성은 차이를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 다양성의 핵심은 종교, 인종, 국적 및 소득과 무관하게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다. 단일민족, 일사불란, 통일된 사고와 행동 등 그동안 한국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믿음은 그 효용성을 상실한 지 오래다. 예측 불가능한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다양성이 갖는 이점은 생각 이상으로 크다.
기업을 비롯해 우리나라 여러 조직이 선진국과 달리 질적 도약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다양성의 수용도가 낮다는 점이다. 반대로 글로벌 환경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룩한 조직들을 보면 다양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한 선진국 중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는 나라는 없다. 한국의 경우 무엇보다 지도자 그룹의 人的(인적) 구성이 다양화돼야 한다.
인적 구성의 다양성이 부족
우리 기업을 들여다보면 인적 구성의 다양성이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다. 기업 이사회는 기업의 생존과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 다양한 리스크와 기회 요인을 인식하고 해결하는 조직이다. 때문에 비슷한 배경과 유사한 경험을 가진 동질적인 사람들로 구성된 이사회는 다양한 배경과 색다른 경험을 가진 이질적인 사람들로 구성된 이사회보다 그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대기업들의 이사회 구성원 면면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한국의 主流(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인물의 특성(국적, 남자, 동문, 연령, 전공)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들과 다른 경험이나 시각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세 번째로 필요한 것은 ‘시장 중시’다. 먹을거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소득 4만 달러 진입의 본질적인 문제다. 먹을거리를 키우고 확보하는 것은 시장 활성화에서 이루어진다.
국가 간 보호무역주의는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려 경기 침체를 가속화할 것이며, 규제를 선호하는 국가와 사회는 시장 활성화를 통한 선진화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시장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원칙을 정하고 규제는 최소화해야 한다.
네 번째로 필요한 것은 ‘글로벌 마인드’다. 이는 글로벌 관점에서 유연한 思考(사고)를 통해 함양할 수 있다. 우리 상품이 해외에 진출하면 좋은 일이고 해외 상품이 한국에 들어오면 경계하는 심리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균형을 잃은 생각이다. 이는 공존공영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런 생각에 갇혀 있으면 해외고객(투자자·파트너·공급자)과의 상호이익 거래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기보다는 기존의 파이를 지키는 데 급급해 장기적으로는 보다 큰 이익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글로벌한 시각에서 상호 입장을 존중하며 유연하게 이익을 주고받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섯 번째 필요한 것은 ‘창의적 사고’다. 회의장에서 직위와 신분에 따라 좌석이 고정되어 있으면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직위와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회의장에 입장하는 순서대로 앉고 싶은 곳에 앉으면 생각이 유연해져 좋은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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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의 물류 허브이자 환승공항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
체면과 위신 앞세운 문화 극복해야
아직도 우리나라 곳곳에는 체면과 위신을 앞세운 문화가 잔존해 있다. 일전에 최고경영자 10명이 모여 중요한 협의를 하는 한 모임에 간 적이 있다. 현장에는 수행비서를 포함한 30여 명이 모여 있었다. 20여 명은 모임에 참가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비용 낭비였다.
國會(국회)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국정감사장에 나가 보면 답변해야 할 한 명을 보좌하기 위해 수십 명, 수백 명이 대기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또한 시간 낭비요, 인력 낭비다.
이런 악습을 타파하려면 무엇보다 지도자의 생각과 행동이 변해야 한다. 얼마 전에 어떤 고위인사가 입국한다기에 관례에 따라 공항사장으로서 영접하러 공항에 나간 적이 있다. 그때가 새벽 4시였는데, 출국장에 수십 명의 인사가 모여 있었다.
필자의 눈에 이들 대부분은 특별히 급한 업무 없이 그냥 눈도장 찍으러 나온 것처럼 보였다. 또한 어떤 고위인사는 말로는 거추장스러운 영접은 허례허식이고 배제해야 한다며 환・출영시 공항에 나오지 말라고 말했다고 하면서는 정작 현장에서 취한 태도는 달랐다. 그는 자신을 에워싼 출영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어! 아무개 국장은 안 보이네”라고 말해 무의식 중 불참자에 대한 서운함을 표시했다.
2009년 11월에 訪韓(방한)한 페루 대통령과 그 일행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페루 대통령은 수행원 5명과 함께 일반석을 이용해 방한했고, 다음 방문국인 싱가포르를 향해 떠나갈 때도 역시 일반석이라 싱가포르항공사 측에서 이등석으로 업그레이드해 주는 것을 보았다. 우리나라 지도자들의 일반적 행태와 여러 가지 면에서 비교가 됐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고부가가치 사업 창출’이다. 4만 달러 진입을 위해서는 사업에 대한 생각도 소득 수준에 걸맞아야 한다. 돈이 된다고 무조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사업을 선택하고 개발해야 한다. 특히 서비스 사업의 고부가가치화는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공항서비스를 예로 들어보자. 인천공항은 국제공항운영서비스에서 4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이런 평가를 기초로 공항운영의 노하우를 해외 주요 공항에 수출하는 컨설팅 서비스 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고부가가치 서비스 사업의 한 사례다. 공항 주변에 마사지숍을 열어 돈을 벌어들이는 개발도상국 공항들의 서비스 형태와 차별화해야 한다. 단순한 건강검진이나 간단한 시술만 하는 동남아국가와는 다른 고급의료 분야로 승부해야 한다.
지도자들의 생각과 행동 달라져야
인천공항은 동북아 물류 허브공항으로 2시간 비행거리에 중국과 일본이 있으며, 이곳에 거주하는 5억 명의 인구가 이용하는 환승공항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여행객들이 自國(자국) 공항을 이용하지 않고 인천공항을 거쳐 유럽과 미주로 여행할 수 있는 환승공항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들이 환승하는 동안 한국에 머물며 돈을 쓰게 하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른바 에어시티 개발사업이다. 세계적인 패션 콘퍼런스 개최, 테마파크 건립 운영, 카지노와 워터파크 운영, 경마장과 F1경기장 운영 등 공항 주변지역을 개발하여 체류형 고부가가치 관광사업을 확대하는 데 인천공항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의 일원으로 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바짝 다가왔다. G20 개최 의장국이자 제2차 세계대전 후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지원국으로 바뀐 최초의 국가로서 2010년은 대한민국 역사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소득 4만 달러 시대는 이러한 기회를 활용하는 데 있어 우리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 행동과 문화를 비롯해 사업하는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 사회 지도자들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