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3대 주력 산업인 자동차, 造船, 석유화학의 첨단화만이 살길”
⊙ 구미 “세계 IT 산업의 메카로 도약하기 위해 변신 중”
⊙ 거제 “4만 달러와 1000만명 관광객 시대를 여는 것은 시간문제”
⊙ 구미 “세계 IT 산업의 메카로 도약하기 위해 변신 중”
⊙ 거제 “4만 달러와 1000만명 관광객 시대를 여는 것은 시간문제”
- 울산 현대자동차의 3공장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생산라인의 모습.
이 두 도시 뒤를 3만 달러대의 거제(시장 金汗謙·김한겸)시가 뒤따르고 있다. 광역자치단체를 포함하면 충청남도가 3만6000달러 수준으로 울산과 구미에 이어 전체 국민소득에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이 되는 도시의 특징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企業都市(기업도시)라는 점이다. 울산은 造船(조선)과 자동차・석유화학, 구미는 전자, 거제는 조선 산업이 도시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전국 곳곳에 울산, 구미, 거제와 같은 대규모 기업도시가 더 많이 생겨야 한다는 방증이다. 4만 달러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울산, 구미, 거제의 현재를 취재했다.
[울산] 명실상부한 한국 최대의 기업도시
울산광역시(이하 울산시)는 단일 도시로는 가장 생산력이 높은 우리나라 최대의 기업도시다. 현재 울산의 1인당 국민소득은 4만8000달러로 전국 최고다. 2008년 울산의 총 수출액은 788억 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8.7%를 차지,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제조업 근로자의 연봉도 전국 평균 3000만원의 1.5배가 넘는 4752만원으로 역시 전국 1위다. 다만 광업·제조업의 생산액은 166조8000억원으로 경기도에 이어 전국 2위 수준이다.
전국 최고 소득수준의 도시답게 주민들의 삶의 질을 나타내는 통계도 다른 도시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
울산의 국민 기초생활 수급자 수는 인구 1만명당 168명(전국 평균 308명)으로 전국에서 최저 수준이다.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등록 대수는 293대(전국 평균 252대)로 전국 1위, 인터넷 이용률은 83.6%(전국 평균 74.2%)로 전국 최고, 1인당 도시공원 면적, 주택보급률은 7대 도시 중 최고 수준이다. 통계 수치뿐 아니라 2009년 도시브랜드 가치 조사에서 울산은 14조8000억원으로 서울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실제 거주하는 주민들이 느끼는 주관적인 만족도 역시 최고 소득수준 도시답다. 2007년 한국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전국 16개 시도를 대상으로 거주지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울산이 1위로 나타났다. 울산시가 2009년 조사한 <울산시민 생활수준 및 의식조사>에 의하면 조사대상자 10명 중 3명은 “현재 거주지에서 이사할 계획이 없다”고 대답했고, 10명 중 6명은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에는 매출 1조원이 넘는 대기업이 20여 개 있으며, 이 가운데는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에너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지역 경제의 주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체 기업 중 대기업 숫자는 42개로 2.4%에 불과하지만, 대기업의 생산액은 79.2%를 차지한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지역 내에 탄탄한 중소기업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협력업체 대부분이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울산 경제 발전의 원동력은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의 중소기업 전체 숫자는 1715개이지만 자동차, 조선·해양, 석유화학 등 울산의 3대 주력산업 관련업종이 대부분이다. 이 세 주력산업 중 자동차가 전국의 21.5%, 조선이 14.6%, 석유화학이 46.5%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들 세 산업이 울산 총 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2.2%에 이른다
[lnterview] 朴孟雨 울산광역시장 3대 主力 산업의 첨단화 진행 중 ![]() ―현재 울산의 3대 주력산업인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은 머지않아 한계를 맞이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주력 산업이 성숙기를 지났고, 중국 등 후발 경쟁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동차는 세계적인 과잉생산이 3000만 대에 이릅니다. 또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여서 범지구적인 구조개편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조선은 세계적 공급능력 과잉과 경기침체로 수주량이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화학도 중국 때문에 향후 수출량의 감소가 우려됩니다. 울산시는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주력산업의 고도화·첨단화·다각화를 위해 산업별로 특화된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박맹우 시장에 의하면 울산시는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자동차의 경우 생산과 R&D, 물류가 결합된 오토밸리를 조성했고, 자동차 부품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자동차 기술 경쟁력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오토밸리를 친환경자동차 연구의 메카로 집중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조선 산업은 부족한 연구인력 양성을 위해 자동차·선박기술대학원을 설립했고, 자동차·조선기술관도 건립했다. 그밖에 고부가가치 선박과 해양플랜트 개발에 역량을 쏟고 있다. 화학분야는 일반 범용화학에서 정밀화학, 바이오화학으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녹색산업 도시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아는데 녹색도시를 표방하는 다른 도시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제가 임기 중에 태화강 살리기에 성공해서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은 잘 아실 겁니다. 이 사업 성공으로 외부에서 울산을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울산은 전국 에너지 12.5%, 온실가스 배출량의 10.4%를 차지하는 에너지 다소비 도시입니다. 녹색성장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죠. 우리의 녹색산업도시 추진 전략은 에너지와 자원절약도 포함되지만 적극적으로 녹색기술을 개발해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 나가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박 시장은 “울산시는 친환경 청정기술센터와 신화학실용화센터 건설 등 녹색산업 육성과 친환경 기술 개발을 위해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구미] 市政의 중심에 기업이 있다
구미를 방문한 필자는 시청 홍보담당관실의 안내로 구미시 곳곳을 둘러보았다. 구미시 투어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도시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낙동강이었다. 강을 따라 수km에 걸쳐 펼쳐진 백사장을 보니 외부에 구미가 단순히 공업도시의 이미지로만 알려진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변을 따라 잔디 축구장 10개를 비롯하여 각종 시민 체육시설이 들어서 있었고, 강 동쪽 구미공단 3단지 앞 강변에는 10km의 산책로를 가진 동락공원이 펼쳐져 있었다. 구미시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낙동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구미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水邊(수변) 도시로 만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놓았다. 우리나라 도시의 공통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특색 없고, 삭막한 콘크리트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구미시는 구미를 녹색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에 따라 지난 4년 동안 매년 1000만 그루의 나무심기와 꽃밭 가꾸기 사업을 해 오고 있다. 여기에 2020년까지 총연장 342km에 이르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개설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시내에서 자동차로 20분 내외에 경관이 수려한 금오산(976m)과 천생산(407m), 유학산(839m)이 병풍처럼 구미를 감싸고 있고, 朴正熙(박정희) 대통령 生家(생가)까지 있어 관광 휴양 도시로도 손색이 없는 상태다.
구미시의 면적은 625㎢로 서울보다 10㎢가 더 넓다. 2009년 현재 인구는 39만명이며, 평균연령은 33세다. 구미에는 대기업 50여 개를 비롯해 1900여 개의 기업이 들어와 있으며, 이들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만 7만7000명에 이른다.
2008년 구미의 생산총액은 59조원이다. 이 가운데 수출은 342억 달러를 기록, 전국 수출의 8.1%를 차지하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31억 달러다.
구미에는 현재 4개의 국가산업단지(4단지는 공사 중)가 있다. 여기에 더해 2014년까지 조성예정인 5단지(10㎢, 330만 평)와 경제자유구역(6.24㎢, 189만 평), 배후지원단지 등이 완공되면 구미공단은 전체 43㎢(1350만 평)에 이르는 내륙 최대의 공단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구미의 主力(주력) 생산품은 輕薄短小(경박단소) 형 첨단기기 제품이다. 휴대전화, LCD 디스플레이, 모니터 등의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IT 제품이 구미 수출 비중의 75%를 차지한다.
특히 구미에는 삼성과 LG의 생산기지가 몰려 있어 이들 두 기업이 구미 전자산업을 견인하는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LG만 하더라도 총 20만㎢(6만 평) 부지에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마이크론 등 계열사 7개가 입주해 있다. 이곳에서 연간 12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구미시의 유별난 기업사랑
구미의 현재 국민소득은 4만6000달러 수준이다. 뉴욕(4만7000달러), 파리(4만6000달러) 등 해외 주요 도시권과 비교해서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그만큼 구미 경제가 활발하게 살아 움직인다는 증거다.
기업이 살아야 구미가 살기 때문에 구미시의 기업 지원 정책은 유별나다 싶을 정도다. 시에서는 기업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돕기 위해 2006년 시장직속 기구로 ‘기업사랑본부’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 부서에는 단장 아래 기업지원팀·기업육성팀·기업애로대책팀이 있으며, 20명의 직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 부서에서는 그동안 1125건의 기업애로 사항을 접수해 1113건을 해결해 주었다.
구미시는 2009년 1월부터 ‘위 투게더(We Together) 운동’이라는 것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에 따른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으로, 구미시장의 중재로 회사, 노조, 시민단체 대표들이 모여 경기가 어려울 때 회사는 구조조정 등으로 인력을 해고하지 않기로 하고, 노조는 임금동결이나 감봉을 받아들인다는 협약서를 체결한 것이다.
구미시는 이 운동에 동참한 중소기업 442개 사에 1218억원의 고용유지 특별 운전자금을 지원했다.
구미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위 투게더 운동에 동참한 기업에서 1030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안정뿐 아니라 일자리가 늘어난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 밖에도 구미시는 중소기업을 위해 기술지원 사업뿐 아니라, 해외시장 개척단, 해외박람회, 기업 전자카탈로그 제작, 국내기업 마케팅, 공공시설물 정비 지원사업 등도 펼치고 있다.
구미는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생산기지 도시’에서 ‘과학기술 도시’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 계획에 따라 2007년 ‘구미 디지털 전자정보기술단지’가 완공됐으며, 2009년 하반기에는 ‘디스플레이 핵심부품 국산화 지원센터’를 착공했다.
이들 연구소는 기업의 IT분야 R&D(연구개발)를 지원하고, 해외 의존도가 높은 디스플레이 관련 핵심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집중적인 연구를 할 예정이다. 또한 현재 추진 중인 과학연구단지, 부품소재 전용공단 조성 사업까지 마무리되면 구미는 한국이 아닌 세계 IT산업의 실질적인 메카로 우뚝 설 것이다.
[lnterview] 南洧鎭 구미시장 살기 좋은 도시 만들면 기업 저절로 몰려올 것 ![]() ―평소 구미를 ‘창끝 도시’라고 많이 표현하던데 무슨 뜻인지요. “구미가 한국경제의 ‘창끝’ 역할을 한다는 뜻입니다. 구미는 첨단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수출 도시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환경에 민감한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구미는 남보다 한발 먼저 움직이면서 항상 경제의 첨단을 달려야 하는 위치에 서 있습니다. 현재 추진 중인 구미 5공단과 부품소재 전용공단, 디지틀산업지구도 정부가 구미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구미에 추진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경제정책 최일선에는 항상 구미가 있고, 세계로 나가는 첨병 도시이기 때문에 창끝 도시라고 한 것입니다.” ―임기 중 4조2000억원어치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비결이 무엇인지요. “2006년부터 지금까지 외국기업 5개에 국내기업 11개를 유치했습니다. 현재 3개 기업이 투자진행 중이기 때문에 투자금액이 5조원을 넘을 예정입니다. 저는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국내외 어디든지 달려갑니다. 지금까지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10번 정도 해외에 나갔다 왔습니다. 시장이 발로 뛴 만큼 투자자의 신뢰도가 높아집니다.” ―4만 달러의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국내에서 소득이 최고로 높은 도시의 하나라는 위상에 걸맞게 그 수준에 맞는 모델 도시를 만들려고 합니다. 현재 구상 중인 녹색도시 계획이 마무리되면 10년 후 구미는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되어 있을 겁니다.” 남 시장은 “근로자들이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고 살기에 편한 도시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더 많은 기업이 올 것”이라며 “구미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善(선) 순환 구조를 형성하면서 국민소득도 높아지는 이상적인 경제구조를 갖춰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의 부족한 점이 있다면. “고급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성장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뿐 아니라 문화와 체육시설 등의 복지시설이 꾸준하게 확충되어야 합니다. 젊은 근로자들이 많기 때문에 살기 좋은 구미와 함께 명품 교육도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
[거제] 造船으로 3만 달러의 꿈 이루어
1950년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둔 12월 23일, ‘메러디스 빅토리’號(호)가 함경도 興南(흥남)부두를 떠났다.
자유를 갈망하는 1만4000명을 태운 이 화물선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을 구한 배’로 기록됐다. 12일 동안 약 10만명의 피란민을 구해내 세계 전쟁史(사)에서 최대 인도주의적 작전으로 평가받는 ‘흥남철수작전’의 남한 종착지는 다름 아닌 거제도였다.
경남 거제시 시청로에 위치한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엔 당시 작전에 대한 기념비가 우뚝 서 있다. 메러디스 빅토리호 모양의 조형물 옆으로 배에 기어 올라타는 피란민의 동상이 숙연함을 더해 준다.
60여 년 세월이 흐른 현재, 전쟁의 참혹함은 더 이상 이곳에 보이지 않는다. 세계 2, 3위의 조선소인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와 대우조선해양이 자리 잡았고, 한해 수출액 175억 달러(2008년 기준)를 기록해 한국 조선해양산업 수출액의 41.5%, 전체 수출의 4.2%를 담당하는 산업도시로 변신했다.
수입은 총 69억 달러로, 106억 달러의 흑자를 달성했다. 2008년 한국의 무역수지가 133억 달러인 것을 감안할 때, 괄목할 만한 성과다. 현재 거제시의 1인당 소득은 3만 달러를 크게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1991년 이후 인구가 꾸준히 늘면서 2006년 10월 20만명을 돌파한 거제시의 2009년 10월 말 현재 인구는 23만2000여 명이다. 2008년보다 5.3% 증가한 수치로, 전국 평균 증가율 0.72%를 크게 웃돌았다. 매월 500여 명의 인구가 증가하는데, 그 가운데 45%가 신생아다. 출산율 1.78명(전국 평균 1.19명)의 ‘젊은 도시’다. 주택보급률이 101%로 전국평균보다 높은 데다, 자동차등록 대수 증가 추이는 6.1%로 전국평균 2.2%를 크게 웃돌았다.
2009년 11월 30일에 찾은 거제시는 활력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섬 곳곳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와 대형 마트, 그리고 밤거리를 환하게 비춘 간판 불빛들은 모두 도시의 풍요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취재에 동행한 황정재 거제시청 공보감사담당관의 설명이다.
“매일 아침 兩大(양대) 조선소 앞 출근길 모습은 말 그대로 壯觀(장관)입니다. 자동차뿐 아니라 자전거와 오토바이로 가득한 중심도로는 거제시의 젊은 열기와 눈부신 발전을 한눈에 보여주죠.”
거제시의 조선산업 종사자 수는 5만1700여 명이다. 가족 등 관계자까지 포함하면 약 15만명으로, 거제시 주민 10명 중 7명은 조선업과 관련된 직장인 또는 그 가족인 셈이다. 거제 내 양대 조선소가 지급한 인건비는 2007년 말 기준 2조7900억원에 육박한다. 근로자 1인이 연간 평균 5500만원 이상의 임금을 받아 지역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경남 남해안 중부에 있는 거제도는 10개의 有人島(유인도)와 64개의 무인도로 이뤄진 거제시의 本島(본도)다. 제주도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동쪽으로 부산 가덕도가 직선거리 9km에 있고, 서쪽으로는 통영시와 거제대교를 사이에 두고 있다.
1970년대까지 거제는 半農半漁(반농반어)로 생계를 이어가던 가난한 섬이었다. 외지 사람들이 “어디 사느냐”고 물으면 10명 중 9명이 통영이나 창원에 산다고 하던 시절이 끝난 것도 불과 10여 년 전부터다. 1971년 개통된 길이 740m의 거제대교가 육지와 거제도를 잇는 유일한 통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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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거제의 성장은 조선업의 성장과 맥을 같이 한다. |
“1000만 관광객 유치하겠다”
가난의 서러움을 딛고, 落後(낙후)된 섬을 눈부신 성장의 ‘잘사는’ 도시로 바꾼 것은 다름 아닌 ‘기업’이었다. 1973년 10월 대우조선해양이, 1974년 8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각각 설립됐다. 1970년대 말까지 도크 건설을 1차 완료한 두 회사는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세계시장에 뛰어들었다.
오일쇼크, 원화절상, 노사분규 등 경쟁력 약화 요인이 있었지만, 한국은 당시 세계 최대 조선산업국이었던 일본과 함께 경쟁하면서 수주량을 끌어올렸고, 이후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최근 불어닥친 세계 금융 위기에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호황의 활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330만㎡ 부지에 건설된 6개 대형 도크엔 수출을 기다리는 선박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2009년 전체 수주잔량에서 중국에 추월당하는 등 ‘세계 1위’ 한국 조선산업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지만, 기존에 확보해 놓은 계약분과 고부가가치 선박 개발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동철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홍보파트장의 설명이다.
“저희는 드릴십(원유시추탐사선)과 LNG-FPSO(부유식저장설비), 쇄빙유조선 등 분야에서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신규수주가 급감해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고부가가치 선박 제작을 비롯해 풍력발전산업 등 신성장 동력산업에도 진출해 위기를 극복할 계획입니다.”
한국 조선업의 성장은 곧 거제시의 성장이었다. 1999년 4월, 제2의 거제대교인 길이 940m의 왕복 4차선 新(신) 거제대교가 개통됐다. 해상으로는 부산연안부두와 진해에서 거제도行(행) 배가 운항되기 시작했다.
조선업의 호황은 관광 호황으로 이어졌다. 거제도는 해금강, 외도, 지심도, 내도 등 ‘거제 8경’과 해발 500m 내외의 10大(대) 명산 등 천혜의 자연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명에 바닷가를 뜻하는 ‘浦(포)’란 글자가 들어간 곳이 200개가 넘을 정도로 아름다운 리아스式(식) 해안이 섬 주변을 두르고 있다. 면적은 제주도의 4분의 1이지만, 해안선은 386.6km로 제주도(253km)보다 길다. 자연관광자원과 함께 포로수용소유적지공원, 옥포대첩기념공원, 해금강테마박물관, 거제자연예술랜드 등 역사문화 유적지를 건설해 관광산업도시로의 요건을 고루 갖추게 됐다.
현재 연간 관광객 수는 500만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거제시는 관광산업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2011년까지 “1000만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며 새로운 휴양시설을 건설 중이다. ‘씨펠리스 호텔’ 준공, ‘대명콘도’ 착공, ‘메이페어 리조트’ 유치, ‘지세포 마리나’ 시설 유치 등 대형 휴양레저 시설이 속속 들어서면서 ‘관광도시’ 거제를 새롭게 탈바꿈시키고 있다.
거제도와 부산의 가덕도를 잇는 ‘거가대교’ 건설은 거제시 관광의 정점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12월 개통 예정인 거가대교는 총 길이 8.2km에 사업비 2조2300억원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다. 현재 2시간30분이 걸리는 부산-거제 간 육상교통 소요시간은 거가대교 완공 후 약 40분으로 단축된다. 부산뿐 아니라 서울과의 접근성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유봉도 거제시청 공보계장은 “2008년 경남 관광 실태조사에서 거제시의 ‘외도 보타니아’와 한려해상국립공원이 각각 경남 방문지 1~2위로 꼽혔다”면서 “거제시의 관광 경쟁력의 위상을 보여주는 예”라고 강조했다.
기간산업과 관광, 그리고 전통과 역사를 조화롭게 성장시킨 거제시는 선진도시의 발전 모델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조선산업으로 소득 3만 달러를 이뤘고, 관광산업으로 4만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거제시의 미래가 기대된다.★
[lnterview] 金汗謙 거제시장 “대한민국을 크게(巨) 구하겠다(濟)” ![]() “巨濟(거제)를 한자로 풀이하면 ‘크게(巨) 구한다(濟)’는 뜻입니다. 壬辰倭亂(임진왜란) 때 李舜臣(이순신) 장군이 첫 승을 올린 옥포대첩의 현장이 바로 지금 대우조선해양이 위치한 옥포 앞바다입니다. 첫 승이 없었다면 당연히 ‘23전23승’도 없었겠죠. 6·25 때는 흥남철수 등으로 내려온 피란민을 통해 또 한 번 나라를 구했습니다.” 김한겸 거제시장은 “지금 다시 한 번 거제가 나라를 구할 차례”라면서 “10년 전 IMF 때 조선산업이 경제 회복에 큰 기여를 했듯이, 이번 금융위기도 조선산업의 부흥으로 대한민국을 구하는 데 전력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그럼에도 2008년부터 시작된 금융위기의 여파가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세계적으로 닥친 위기라 피해 갈 수는 없었습니다. 거제 분위기도 당연히 좋은 편이 아니죠. 조선소의 신규 수주가 뚝 떨어져 회사 사정이 많이 어렵습니다. 그래도 일단 3년치의 물량을 확보해 놓은 상태인 데다, 2010년부터 경제가 회복된다면, 호황기 직전의 평년치 물량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조선산업 회복을 위한 대책이 있습니까. “삼성과 대우 모두 세계적인 기업입니다. 저희가 이래라저래라 할 필요가 없죠. 다만 기업용지 등 행정적인 측면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담당과 이름부터 바꿨습니다. 원래 ‘지역경제과’였는데, 지금은 ‘조선산업지원과’입니다. 기업이 찾아오면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지원 담당 공무원이 먼저 현장에 나가 어려움이 없는지 물어보게 했습니다.” ―관광산업 분야는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워터프런트 시티’ 조성사업이 내년 상반기 착공되는 것을 비롯해 ‘거제해양특구’ 추진, 휴양형 리조트와 골프장 개발 등 민자 사업자를 통한 계획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거제와 부산을 40분 거리로 바꿀 거가대교가 2010년 12월 개통되고, 거제와 마산을 잇는 ‘이순신대교’가 2011년 착공합니다. ‘四通八達(사통팔달)’, ‘남해안의 허브(hub)’ 거제가 소득 4만 달러와 1000만명 관광객 시대를 여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