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디자인을 하고 제품개발과 제조는 중국에서 韓中 윈윈하는 최적의 합작방식
- 이금규 란다이-코파스의 사장.
코파스는 중국의 4대 직할시 중 하나인 충칭시(重慶市)의 비산현(壁山縣)에 위치하고 있다. 인구 3000만명의 충칭은 중국 정부가 서부개발의 중심도시로 집중 육성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외의 많은 기업이 몰려드는 곳이다.
코파스가 진출한 비산현은 인구 61만명으로, 충칭 중심지에서 서쪽으로 37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최근 충칭시가 비산공업구를 중심으로 工業縣(공업현)으로 집중 발전시키고 있는 지역이다. 비산공업지구에는 기계, 방직, 가구, 건축, 의약, 식품 산업이 밀집해 있다.
경북 구미시 형곡동에 본사를 둔 코파스는 2006년 충칭의 자동차와 오토바이 미션 생산 전문업체인 란다이(藍黛)실업유한공사와 50 대 50으로 자본을 투자해 ‘란다이-코파스 파워트레인 테크놀로지’라는 합자기업을 설립했다.
코파스 중국법인의 李金揆(이금규·49) 사장은 “우리 두 회사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형식의 합작을 택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코파스의 선진기술 및 해외영업 능력과 란다이의 생산 및 중국 내수시장 능력을 합친 방식입니다. 원래 란다이는 해외 수출 실적이 없던 회사였습니다. 현재 란다이-코파스의 매출 40%가 해외 수출에서 나옵니다. 우리와 합작을 하면서 란다이는 비산현에서 수출 1위 기업이 되었습니다.”
1992년 설립한 코파스는 자동차 변속기(미션)와 미션 관련 부품을 완성차 회사에 공급하는 회사다. 이밖에도 자동차 엔진과 실린더 블록 등 엔진 관련 부품, 전·후륜 현가장치 등 각종 자동차부품 및 자동차부품 생산용 기계설비와 생산라인을 생산하고 있다.
코파스는 1999년 자동차 관련 부품을 아웃소싱하면서 중국에 진출했으며, 2007부터는 란다이와 합작으로 본격적인 생산체제를 갖추었다. 현재 충칭 란다이-코파스의 직원은 112명, 매출은 32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인은 6명이 근무하고 있다.
핵심기술만 보유, 생산은 아웃소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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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다이-코파스에서 생산하는 차량 변속기와 변속기 내에 들어가는 기어의 모습. |
코파스는 자동차 변속기의 경우 한국에 자체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지 않다. 코파스 중국법인의 이금규 사장은 “코파스는 부품과 장비를 생산하는 ‘핵심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이 기술을 바탕으로 아웃소싱 생산 방식을 택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는 인건비와 환율 변동 등으로 물건을 팔 때마다 손해가 날 때도 있었습니다. 또 자체 생산라인이 없이 30개 이상의 외주 업체의 품질과 납기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하지만 이제 중국에 생산공장이 있어 납기문제와 기술적인 문제를 직접 관리할 수 있고, 납기, 품질, 원가 면에서 고객의 요구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코파스가 란다이의 사업파트너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기술력과 해외영업력 때문이다. 코파스의 주요 해외 수출국은 이란이다. 이 사장은 “현대가 자동차 산업 초창기에 이란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했을 정도로 이란은 중동에서 자동차 산업이 앞선 나라”라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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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다이-코파스의 생산라인 현장. 중국 대부분의 생산 현장에서는 여자들도 남자와 똑같이 일을 한다. |
“코파스는 이란에 자동차 부품 및 자동차 생산관련 설비를 수출하면서 성장한 회사입니다. 코파스를 설립한 신형찬(49) 회장은 회사 설립 초반부터 이란 시장에 많은 정성을 들였습니다. 신 회장은 한국에서 근무할 때 출퇴근도 이란 현지시각에 맞춰서 할 정도입니다. 또 이란의 역사와 문화를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이란 사업 파트너들이 신 회장을 존경합니다. 이란의 특성상 정치 상황이 어려울 때가 많지만 코파스는 한결같이 파트너들에게 신뢰를 주었습니다. 이러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 지금까지 이런 굴지의 자동차 회사와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사장은 “란다이가 새로운 기술 도입으로 품질을 향상하고 수출을 통해 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정책과 코파스의 중국진출 전략이 맞아 떨어져 두 회사의 합작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량생산 능력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뛰어나지만, 생산기술과 품질관리가 뒤따르지 않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이르면 판매는 증가하지만 이익이 그에 비례해서 늘어나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윤 상승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죠. 우리가 합작하고 보니 란다이의 중국 현지 공장도 원가 손실이 아주 많았습니다. 우리는 중국 공장의 이윤 창출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기술지도와 품질관리 시스템을 이전했습니다. 우리가 개발한 신형 변속기 모델을 여기서 생산하기도 하고, 기존 중국 공장이 가진 여러 문제점을 개선하는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중국 공장 관리목표, ‘5% 지시, 95%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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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칭시의 長江 변(조천문 광장)에서 필자(가운데)와 함께 한 코파스 이금규 사장(오른쪽)과 남상준 이사. |
이 사장은 “예를 들어 부품적재방식, 생산라인 간 제품 이동방법, 공구관리방법, 검사방법, 생산라인의 레이아웃 등 모든 면에서 개선할 점을 찾아 기술지도를 했다”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해서 보니 작은 문제를 중요시 하지 않아 결국 커다란 품질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 큰 문제점이었습니다. 중국 작업자들의 고정관념도 너무 강해 의식전환이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공장의 관리목표를 ‘5% 지시, 95% 확인’으로 설정하여 끈기를 가지고 중국 작업자들이 따라올 때까지 추진하였습니다. 그 결과 납품을 하는 자동차 메이커들로부터 란다이 제품의 품질이 크게 향상됐고, 원가 절감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앞선 기술을 중국에 모두 이전하면 결국 우리에게 손해가 아니냐는 질문에 이 사장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독일은 설비 라인 하나를 수출하면 거기에 연관된 많은 기술을 같이 이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 기업들은 현지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다음번의 오더(주문)와 연결이 됩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대부분 기술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배타적 성향이 강합니다. 특히 한국은 최첨단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기술이 아직 초보단계입니다. 우리가 가진 정도의 기술을 이전하지 않는다고 우리 기술이 보호되는 것도 아닙니다. 중국은 세계 유명 자동차 공장의 집합소이며, 각축장입니다.”
이 사장은 “1990년대 초반에 중국에 진출했던 우리나라 자동차부품 기업들은 중국의 특수한 기업환경을 너무 몰라 대부분 실패를 했다”며 다음과 같은 일화를 들려주었다.
“당시 한국 기업들은 모든 설비를 한국에서 직접 가져다가 공장을 지었기 때문에 제조원가가 높았습니다.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공정 원가인 셈이죠. 제가 당시에 근무했던 TI중공업 칭다오(靑島) 공장에서도 지프에 들어가는 변속기를 개발해 중국의 자동차 회사에 납품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제품을 이탈리아 수입품과 비교해보니 가격 차이가 10%정도밖에 나지 않았어요. 중국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그 정도 가격 차이라면 별로 알려지지도 않은 한국 제품을 쓸 이유가 없죠.”
이 사장은 “당시 중국의 자동차부품 회사들은 같은 종류의 변속기라도 인민폐 1000원짜리에서부터 5000원짜리까지 만들 수 있도록 설비가 돼 있어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대의 부품을 자유자재로 공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기업은 품질 수준을 낮추면서까지 그런 유연성을 발휘할 수가 없기 때문에 원가면에서 중국 로컬 기업들과 경쟁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닭을 빌려 계란을 낳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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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생산 라인 한쪽 탁자에 놓여 있는 직원들의 차. 중국인들은 언제 어디서든 차를 마신다. |
이 사장은 “중국은 아직도 틈새시장을 파고들 가능성이 많은 나라”라고 말했다.
“중국처럼 저임금에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춘 나라는 지구상에 없습니다. 중국에 ‘借鷄下蛋(차계하단)’ 즉, ‘닭을 빌려 계란을 낳게 한다’는 속담이 있는데,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라고 봅니다. 우리 코파스는 기술개발과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제조는 중국에서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기업들이 우리처럼 중국을 적극 활용했으면 합니다. 우리 중소업체들도 신뢰성 있는 중국 기업과 합작하여 중국 기업이 보유한 기존 인프라를 이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사장은 “중국을 우리의 경쟁상대로만 생각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중국은 친구이자 우리가 함께 가야할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우리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중국을 이해하려면 한국과 중국의 문화와 역사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중소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때 유의해야 할 점 몇 가지를 소개했다.
“기업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즉, ‘판매’입니다. 그래서 중국 국내 마케팅을 위해 합자 파트너를 많이 구하는데, 합자로 기업을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모든 사업이 평탄할 때는 어떤 어려움도 서로 해결할 수 있지만, 사업이 어려움에 처할 경우 작은 異見(이견)도 조율하기가 힘이 듭니다. 따라서 하고자 하는 업종에서 경험이 풍부한 파트너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것이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는데 가장 힘든 점이기도 하고요.”
이 사장은 “합자로 기업을 할 때는 확실한 업무 분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중국 측은 일반관리, 인원·재무·외주단가 관리, 對(대)관공서 관련 업무 등을 맡고, 한국 측은 개발·생산·기술·품질관리, 해외시장개척 등등을 담당하는 것이죠. 물론 그 전에 철저한 현지조사는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요. 하지만 정작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국 정부는 自國(자국) 기업 편을 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금규 사장은 “내가 1994년부터 중국의 많은 곳을 다녀봤는데 이곳 충칭 사람들의 성격이 한국 사람과 너무 비슷해서 놀랄 때가 많다”며 “이곳 사람들의 일에 대한 근성이 중국 어느 지역 사람들보다 높고 성품이 좋아 사업하기에 유리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인터뷰 후 이 사장의 안내로 공장의 생산 라인을 둘러보았다. 공장 건물마다 각종 자동차용 기어와 변속기를 만드는 직원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어느 한 건물은 오토바이 변속기를 만들고 있었는데, 오늘날 란다이의 모태가 된 생산 라인이라고 한다.
란다이-코파스는 공장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비산현 개발구 내에 현재 규모의 4배 정도 되는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 2011년부터 본격 가동되는 새 공장에서는 자동변속기, 엔진 관련부품 등 생산 품목을 늘리고, 모든 시설을 자동화할 예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