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중
⊙ 1958년 경남 남해 출생.
⊙ 경남고, 성균관대 행정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일본 와세다대학원 정치학연구과 연구원. 성균관대 도시행정학 박사.
⊙ 서울시 공보관. 서초구 부구청장. 서울 디지털대 겸임 교수. 가톨릭대 겸임교수.
서울산업대학교 겸임 교수.
취재 지원 : 이상아 월간조선 인턴기자
⊙ 1958년 경남 남해 출생.
⊙ 경남고, 성균관대 행정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일본 와세다대학원 정치학연구과 연구원. 성균관대 도시행정학 박사.
⊙ 서울시 공보관. 서초구 부구청장. 서울 디지털대 겸임 교수. 가톨릭대 겸임교수.
서울산업대학교 겸임 교수.
취재 지원 : 이상아 월간조선 인턴기자
서초구는 지난 2008년 매일경제가 전국 230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지역경쟁력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고, 같은 해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가 실시한 서울시 자치구 區民(구민)행복지수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도 463만원으로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높고, 대졸 이상 가구주가 전체의 73.6%로 서울시 25개 구 중 가장 높았다.
“다른 분야의 1위보다도 구민행복지수에서 1위를 차지한 것에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박 구청장을 만났다.
서초구는 다른 구에 비해 구민들의 학력과 소득 수준이 높습니다. 오히려 그 높은 수준 때문에 區政(구정)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습니까.
“10인 10색이라고 각자의 요구사항이 모두 다릅니다. 각각의 요구도 자신의 주관이 너무 뚜렷해서 의견을 굽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자기가 사는 주변에서 건축 행위가 이뤄지면 각종 불평과 민원이 끊이질 않습니다. 또 구민들 가운데는 외국에서 교육을 받은 분들이 많습니다. 선진국의 생활을 접한 분들이 많다 보니 웬만한 수준으로 구의 행정을 처리하면 만족해 하지 않습니다. 구민의 만족을 위해서라면 하나를 처리해도 최고 수준으로 해야만 합니다. 국내 최고를 넘어서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점이 어렵습니다.”
등산로 하나 만들더라도 세계 최고로 해야
구체적인 예를 들어 주시죠.
“예를 들어 등산로 하나를 바꾸더라도 기존의 다른 구청에서 진행하던 방식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어느 나라의 모델이 좋다고 알려주면 그것에 맞춰야 합니다.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 점이 구정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좋은 점이 더 많습니다. 저는 우리 구민들의 그런 높은 수준이 공무원들에게 더 많은 채찍질이 된다고 봅니다. 공무원들도 그런 일을 할 때 더 많은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서초구청장이라는 자리는 구민들의 여러 의견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능력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나름 비결을 갖고 있습니까.
“서초구민들을 보면 각계 전문가와 유명한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런 분들에게 계속 의견을 받습니다. 어떤 사업을 할 때는 해당 전문가의 의견과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시책을 추진합니다.”
전문가 의견 청취는 시스템화된 겁니까.
“‘서초 100인회’라고 있습니다. 행정, 환경, 경제, 법률, 세무, 디자인, 예술 등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있습니다. 다른 구청이나 지자체에는 자문위원회는 있어도 ‘100인회’는 없을 겁니다.”
‘100인회’에서도 100인 100색의 의견이 나오는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래도 전문분야에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얘기하면서 조절하고 수용합니다. 독일 등 외국에서 공부했던 주민들이나, 오랫동안 외국 현지에 있었던 교수님 등이 합리적인 의견을 내놓습니다. 목소리가 큰 사람들의 주장보다는 논리적인 의견이 채택됩니다.”
박 구청장께서 서초구에 거주한 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2003년부터 6년째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집사람이 유치원을 운영하는 목동에서 한 20년 정도 살다가 서초구 부구청장을 맡게 되면서 서초구로 이사 왔습니다. 서초구에서 1년 동안 일을 하다 보니 목동보다는 서초구의 환경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훨씬 낫다고 생각했어요. 집사람에게 서초구로 이사 가자고 했을 때 ‘목동이 살기 좋은데 왜 가냐’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1년 정도 살고 난 후에는 집사람도 여기서 계속 살자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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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 100인회는 서초구에 거주하는 사회 저명인사들로 구성된 민간 정책연구단으로, 서초구 행정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단체다. |
명품도시의 기준
와서 살아 보니 서초구의 어떤 점이 좋던가요.
“우선 산과 나무가 많아 공기도 좋고 환경이 쾌적합니다. 서리풀공원이나 우면산, 청계산이 있어 주말에 운동하기도 좋습니다. 두 번째로는 교통이 편리합니다. 또 여성들을 위한 쇼핑몰과 음식점 등도 잘 구비돼 있습니다. 아이들 교육 환경도 좋아서 서초구에서 1년 정도 적응하면 다른 곳으로 가기가 어려워집니다. 서초구청장이 아닌 서초구민으로서 이곳이 더 살기 좋습니다.”
교육 환경은 이전에 거주하던 목동도 좋지 않습니까.
“목동도 좋지만 대학 진학률을 보면 서초, 강남이 다른 구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사는 데 드는 비용은 목동보다 더 들지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시설 등 각종 시설을 훨씬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더 드는 생활비는 수준 높은 ‘생활의 질’로 상쇄하고도 남는 셈이죠.”
서초구는 ‘명품도시’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명품도시’의 기준은 어떤 겁니까.
“명품이라는 것은 갖고 싶은 것이고, 가지면 자긍심이 생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즉 살고 싶은 도시, 현재 살고 있는 사람은 앞으로 더 살고 싶은 도시, 살고 있지 않는 사람이 살고 싶어 찾아오는 도시가 명품도시라 생각합니다.”
누가 그 용어를 만들었습니까.
“제가 처음 ‘명품도시’라는 말을 꺼냈습니다. 행정적으로는 서초구에서 국내 최초로 ‘명품’이라는 단어를 썼어요. 요즘에는 여기저기서 명품도시라는 말을 쓰더군요.”
살고 싶은 도시가 ‘명품도시’라고 하셨는데 작년도 통계를 보니까 서초구는 轉出(전출) 인구가 하루 평균 241명이고 轉入(전입) 인구가 221명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도시인데 왜 전출이 더 많은 현상이 벌어집니까.
“현재는 재건축 때문에 전출이 많습니다.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동안 인근 지역으로 이사를 가 있는 구민이 많아요. 재건축이 끝나면 우리 서초구로 돌아올 분들이죠. 전출이 더 많은 것은 재건축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전입이 더 많아질 겁니다. 서초구의 인구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총 178개 기관이 서초구 벤치마킹

문화, 관광, 행정 서비스 가운데 명품도시를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떤 것입니까.
“세 가지 다라고 봅니다. 정말 살고 싶은 도시가 되려면 환경, 문화, 복지, 교육 등의 요건들이 모두 갖춰져야 하겠죠. 세계적인 명품도시에는 이러한 것들이 모두 마련돼 있습니다. 우리 서초구도 그것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고요.”
‘명품도시’를 만들기 위해 벤치마킹하는 해외의 도시가 있습니까.
“현재 서초구는 해외 도시 13곳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습니다. 뉴욕의 맨해튼, LA 옆에 위치한 UC어바인 등이 있습니다. 뉴욕 맨해튼에서는 연간 430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는 점을, 어바인은 21세기 친환경 계획도시의 모델로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가로수를 정비할 때와 방배동의 고급주택길을 조성할 때는 일본 도쿄의 도시들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그 외에도 프랑스와 영국, 중국의 여러 도시를 벤치마킹합니다. 어느 한 특정 도시의 전체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마다 잘 운영되고 있는 것들만 뽑아서 수용합니다.”
반대로 서초구를 벤치마킹하는 곳도 있습니까.
“전국에서 서초구청을 벤치마킹하러 옵니다. 지금까지 총 178개 기관, 국내 155개 기관과 해외 23개 기관에서 서초구청을 다녀갔습니다. 중국, 베트남, 영국, 일본, UC어바인, 호주 퍼스, 아프가니스탄, 태국, 몽골 등의 기관에서 서초구를 배우기 위해 다녀갔습니다.”
해외에까지 이미 널리 알려졌군요.
“그렇습니다. 우루과이에서는 대통령도 오고 보건복지부 장관도 왔었습니다. 동남아에서 오는 공무원들을 교육시키는 구청으로 지정돼 위탁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방세홀(스페인어로 ‘최고’라는 의미로 서초구청 구내식당 이름)은 외국공무원 연수 필수 방문코스로 지정됐습니다. 그들은 우리 서초구청의 對民(대민) 서비스·IT·보건 등을 배우고 갑니다. 외국 공무원들이 한국에 올 때 서초구청만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청 등 다른 기관도 가 봅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서초구청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평해 줘서 시범기관으로 지정된 겁니다.”
전국 최초 55개, 전국 최고 70개
외국인들이 가장 벤치마킹하고 싶어하는 분야는 어떤 것으로 파악됐습니까.
“나라마다 발전 정도나 문화에 따라 다릅니다. 중국이나 베트남 쪽은 IT 분야인 ‘25시 센터’(주민 안전을 위해 서초구 관내에 설치한 333대의 CCTV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센터)에 관심이 많고, 일본의 경우 ‘OK민원센터’(한 곳에서 한 번에 모든 민원을 처리하는 곳)에 관심이 많습니다. 영국과 미국도 IT에 관심을 보입니다.”
서초구의 행정 서비스 가운데는 ‘전국 최초’가 많은데 구체적인 사례를 말씀해 주시죠.
“총 55가지 있습니다. OK민원센터와 25시 센터 등이 대표적입니다. 현재 안산에서도 25시 민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저희 구 운영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미꾸라지를 활용한 친환경 모기방제와 영어로 이루어지는 구청 간부회의,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기 설치 의무화, 1인 1가구 응급처치 요원 양성 프로젝트 등이 있습니다.”
구청 영어회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구민들을 상대로 구청 차원에서 영어교육에 열 올리는 이유는 뭡니까.
“서초구에는 6000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세계 명품도시, 일류 행복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외국인이 불편 없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2012년까지 구민 3~4명 중 1명은 유창하게는 아니더라도 외국인과 영어로 마음껏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겁니다. 그래서 작년 5월 방배 영어센터를 개관했고, 지난 4월에는 반포·양재 영어센터를 개관했습니다. 영어마을과 영어도서관이 융합된 신개념의 영어교육 모델이 될 겁니다.”
명품도시라면 관광의 명소가 돼서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어야 하는데 서초구에는 문화 시설 외에 다른 관광 상품 때문에 외부인들이 찾는 경우가 드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사람들이 찾아오는 도시를 만들 계획입니까.
“서초에는 뚜렷하게 내세울 만한 랜드마크가 없어요. 외국인들이 서초의 무엇인가를 보고 싶어서 일부러 찾아오는 경우가 적습니다. 그래서 서초구를 지나는 경부고속도로 구간에 덮개를 씌워 공원을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 중인데, 한강에서 우면산까지 연결되는 이 사업이 완공되면 하나의 명물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한강에서 휴식을 취할 사람은 쉬고, 더 걷고 싶은 사람은 자전거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 중간중간에 영어 광장과 유소년 축구도 즐기며 걸을 수 있는 길이 완성되면 많은 사람이 찾아 올 것입니다.”
공약은 철저히 이행한다
다른 명물은 없습니까.
“현재의 고속버스터미널 부지도 새로 개발해 외국인들이 찾을 수 있는 명품 주거단지로 만들고 싶습니다. 기존의 강남이나 송파에서 개발한 아파트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건설할 것입니다. 아울러 방배동에 있는 서래마을 형태의 외국인 타운을 만들까 계획 중입니다. 외국인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유치했습니다. 내년 8월에 문을 엽니다. 삼성, LG 등 대기업이 우리 관내에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데 외국인학교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별도로 외국인 마을을 만들고 그곳에 외국인 중·고등학교를 설립하면 더 많은 외국인이 서초구를 찾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청장 출마하실 때의 최우선 공약이 무엇이었습니까.
“제가 출마할 때 내세운 공약은 27가지입니다. 그중 현재까지 완료된 것은 6가지, 내년까지 완료될 것은 10가지입니다. 나머지는 중·장기 사업입니다. 예를 들어 정보사 부지 활용 문제나 반포 문화권 고속버스터미널 개발, 방배 전체 개발과 뮤지컬 전용극장 건립 등은 시간이 걸립니다. 전체 용역은 추진 중이거나 계속 연장하면서 모든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중 중요한 것을 몇 가지 꼽으라면 방배동을 고품격 주거단지로 개발하는 것, 경부고속도로 덮개공원 조성 등이 있겠지만 무엇 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전체의 사업을 모두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면산, 청계산, 양재천, 서리풀공원, 반포천, 사당천 등 올해 정비가 끝나면 더 나은 환경이 제공될 것이고 복지도 3년 안에 완성할 것입니다.”
서초구 관내에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대기업이 많이 들어왔는데 稅收(세수)는 많이 늘었습니까.
“세수는 많이 늘지 않았습니다. 대기업으로부터 받는 재산세 등 각종 세금 가운데 서초구에 할당되는 세금은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대기업을 유치하는 게 좋은 일도 아니네요.
“세수보다는 다른 측면을 봐야죠. 기업이 들어오면 생산 유발 효과가 있고 그 주변의 환경도 업그레이드됩니다. 그러한 부과효과가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서초구에 들어오게 되고, 그것만으로도 지역이 활성화된다고 봅니다. 우리는 삼성타운 주변에 명품거리를 조성하고 도시 정비를 해 주니까 서로 상생하는 것이죠. 기업들이 많이 우리 구로 들어오게 해야죠. 우리는 기업 본사를 유치하려고 본사유치팀까지 만들었습니다. 현재 기업체 10개 본사와 유치 약속을 했습니다.”
박사학위 논문 주제는 ‘자동차 소음’
서초구에서 너무 독식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도 기업이 들어와야 좋은 도시가 됩니다. 우리는 서초구에 땅을 가지고 있는 기업체를 찾아서 본사도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권합니다. 첫 반응은 땅과 인건비가 비싸다는 말을 하는데, 우리는 ‘1등 기업이 되려면 서초에 오고 2, 3등 기업이 되려면 다른 곳으로 가라’고 말합니다.”
박 구청장의 박사학위 논문 제목이 ‘헤도닉 기법을 이용한 자동차 소음의 외부효과 평가’던데 어떤 내용입니까.
“자동차 소음이 地價(지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내용입니다. 집의 가격은 교통, 교육 등 여러 가지가 혼재하여 결정됩니다. 그중 마이너스 요인이 소음이죠. 그것을 수학적 미분 개념을 통해 분석을 하면 상관계수를 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소음이 집값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뽑아낼 수 있습니다. 어려운 방법이라 국내에서도 많은 논문이 없습니다. 국내 내부순환도로와 일본 도쿄環狀(환상) 7호선이 비슷한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군데를 비교해서 논문을 썼습니다. 와세다대학에서 2년 반 정도 연구원으로 있을 때 그쪽 분들과 함께 자료를 정리했습니다. 논문을 국내와 일본에서 모두 발표했고 미국의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에 보냈더니 실어줬습니다.”
그런 주제로 논문을 쓴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제가 도시 교통에 관심이 많아 서울시에서도 도시 교통, 교통 환경 등 주로 교통 분야에 오랫동안 근무했습니다. 교통기획계장, 과장, 주차관리 담당관 등의 업무를 오랫동안 했어요. 서울시에서는 아마 제가 교통에 관한 한 제일 전문가일 겁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박사학위 과제를 여러 가지로 생각하다가, 힘들더라도 어려운 주제로 논문을 써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논문을 완성하는 데 5~6년 걸렸어요. 박사학위 논문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발표도 할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덮개공원 조성
그 논문이 구 행정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까.
“‘경부고속도로 덮개공원 조성’ 문제가 바로 소음의 문제 아니겠습니까.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300여 편의 국내 관련 논문을 읽었습니다. 이들 논문에서는 소음이 집값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지역별로는 다르지만 분명히 발견됩니다. 논문에서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대단위 고속도로, 간선도로 주변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합니다. 아스팔트에서 나오는 분진과 타이어에서 나오는 미세분진 때문이죠. 도로 주변이 사람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많이 발표돼 왔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구청장 출마 때 공약으로 걸고 나온 겁니다. 서초 IC와 한강 사이를 덮는데 중앙공원 하나만 4만2975m²(1만3000평)입니다.”
공원 전체를 합친 넓이는 어느 정도입니까.
“정확한 전체 넓이는 계산해 보지 않았지만 적어도 16만5290m²(5만 평) 정도 되지 않을까요. 공사 기간은 한 구역당 3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전체 공사 기간은 20년을 보고 있습니다.”
현재 진척 정도는 어떻습니까.
“서울시와 도시계획 변경 협의를 곧 할 것입니다. 서울시에서는 서초에만 너무 지원이 편중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지원 없이는 성사되기 어려운 사업 아닙니까.
“고속도로 부지가 서울시 땅입니다. 서울시에서 도시계획 변경을 해 줘야 합니다. 서울시는 ‘서초 주민만을 위한 사업 아니냐’고 말하는데, 그 주변이 지하철 2호선 강남역입니다. 강남역의 1일 유동인구가 150만명입니다. 그분들도 앞으로 덮개공원이 완성되면 충분히 함께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초구민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는 거죠. 경부고속도로 덮개는 반드시 하고 싶은 사업입니다. 미국 보스턴에는 ‘빅딜 프로젝트’라고 고가를 철거해서 공원을 만들고 아래에는 지하도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도로 위를 한 번 덮는 간단한 사업인데도 진행하기가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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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양재역 인근에 위치한 서초구청. |
세금 많이 낸 서초구민에 복지혜택을
서초구는 부자동네인데도 복지 문제에 많은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복지에도 선진국형과 중진국형, 후진국형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복지는 거의 중진국형입니다. 그래서 서초구는 세금을 많이 내는 대신 선진국형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우리 서초구민이 내는 세금이 6조원입니다. 이 중 5조원은 정부에 주고 남은 1조원 중 8500억원은 서울시에 줍니다. 남은 1500억원을 서초구가 사용합니다. 많은 세금을 내는 우리 구민들을 위해 복지 부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복지 프로그램은 작년까지 계속 확대했고, 복지 인프라는 올해 완전히 구축됩니다. 인프라 구축에 3년 정도가 걸리는데 제가 구청장이 되자마자 복지 인프라 구축을 시작했습니다. 노인종합복지관을 건립하고 아름다운 길을 만드는 것도 주민을 위한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없습니까.
“서초구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5만명 이상으로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분들을 위해 장애인 종합 복지관을 짓고 있습니다. 노인들을 위해 내년 초에는 치매 예방·치료를 위한 에이징 센터를 200평(약 661m²) 규모로 완공하게 됩니다.
부자동네 서초구에도 극빈가구 수가 2000가구를 넘던데요.
“후원자와 극빈자 가구를 1 대 1로 연결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저소득 가정 지원을 위한 연말 기부금을 전달해 주고, 저소득 가정의 자녀들을 위해 공부방을 만들고 학원도 연결하여 무료로 다닐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중 예체능계 학생 100명 정도에게는 예체능 실기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은 대학 학비 지원, 중·고등학생은 기업과 연계해 학비를 지원합니다.”
서초구에는 공원도 많은데 노숙자는 없습니까.
“거의 없습니다.”
노숙자가 지내기에는 좋은 환경이 아닌 것 같군요.
“공원에 노숙자가 들어오는 것을 못 들어오게 막았습니다. 공원 중간의 의자도 줄였고요. 한 번 들어오기 시작하면 그 후에 관리하기가 힘듭니다.”
강남터미널과 정보사 부지 활용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이전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현재 용역을 주어 타당성을 조사 중입니다. 내년 정도면 용역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고속버스터미널 부지를 멋진 도시로 연출할 겁니다. 원래 이곳의 이름을 ‘라 데팡스’로 지었는데, 현재는 관문이라는 뜻의 ‘앙트레폴리스’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이 참 좋은 동네입니다. 지하철이 세 군데나 있고, 한강 水路(수로)를 통해 물류가 다 들어올 수 있고, 9호선은 공항으로 연결돼 있고, 전국 각지에서 버스가 들어옵니다. 4가지 장점을 갖고 있는 접점 지역입니다. 이 동네에 한강물까지 끌어오게 하면 정말 멋진 곳이 됩니다. 요트나 배가 들어올 수도 있겠죠. 앞으로는 요트를 정박시킬 수 있는 곳이 정말 좋은 주택지의 요건이 될 것입니다.”
터미널을 이전할 부지는 결정됐습니까.
“터미널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 중입니다. 이전은 어렵고 이 자리를 지하로 이어주느냐 아니면 터미널 기능은 유지하고 주차 기능만 다른 지역에 빼 주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 중입니다. 낮에는 차가 서 있는 곳이기 때문에 배기가스 배출이 많습니다. 그래서 차 정비는 다른 지역으로 빼서 할까, 필요한 차만 들어왔다 나가는 형태로 진행할까 생각 중입니다. 이것 역시 서울시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안건을 작성해 건설교통부와 서울시에 협조를 부탁해야죠.”
정보사 부지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그것도 국방부와 서울시가 모두 합의를 해야 진행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정보사는 2012년 하반기에 다른 지역으로의 이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정보사 부지에는 문화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예술의전당과 국립국악원을 연결하고, ‘빛의 거리’라 하여 젊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거리를 조성하게 됩니다. 미래 경쟁력을 위해 문화 박물관이나 뮤지컬 센터 등 민족 예술의 개념을 도입해서 연결시키고 싶습니다.”
“직원들은 나를 불도저라고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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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중 구청장은 2006년 8월 주민들의 자원봉사 40% 이상 참여를 목표로 ‘자원봉사 특별구’를 선포하고 서초구 전 직원의 연 48시간 이상 자원봉사 의무화를 시행했다. |
인터뷰 중 박 구청장은 작은 글씨가 빽빽이 적힌 수첩을 펼쳤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적은 수첩이라고 했다.
깨알 같은 글씨로 정리해 두셨네요.
“이 수첩에 적힌 글 중 당나라 황제 이세민의 ‘천하를 얻으려면 민심을 얻어라’ ‘적을 친구로 만들어라’ ‘直言(직언)을 받아들여라’ ‘사람을 근본으로 하는 정책을 펼쳐라’ ‘반드시 똑똑한 사람이 후계자가 되지는 않는다’ 등의 말을 보면 오늘날의 국내 상황과 맞는 것들이 많습니다. 저는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세종 때도 초기에는 국내 정치 상황이 어려웠지만 왕이 직접 현장을 찾아가 백성들의 목소리를 듣고 직언을 들으며 자신을 낮추면서 정치를 했습니다. 노비 출신인 장영실을 궁에 들어오게 한 것 등 옛 정치의 사례들을 보면 현재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구청 직원들이 구청장을 무서워하지는 않습니까.
“제 스스로는 성격도 자상하고 열심히 일하고 진취적인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아요. 일을 많이 시키고 일이 잘 안되면 강력하게 밀어붙여서 그런지, 직원들이 일을 할 때는 무서워하는 것 같습니다.”
직원들이 구청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듣고 있습니까.
“불도저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무섭다, 호랑이 같다는 평도 있고요. 그런데 직원들도 계속 좋은 성과물이 나오다 보니 일을 하면서 많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서초구청으로 새로 들어오는 직원들도 서울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만 옵니다. 직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직원 복지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天網恢恢 疏而不漏
직원들의 휴식은 확실히 보장해 주십니까. 늦게까지 일하는 공무원들도 많던데요.
“당연히 휴식은 보장해 줍니다. 토요일, 일요일 늦게까지 일을 하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일이 남아 있는 사람들은 자기 할 일은 해야죠.”
취미를 보면 테니스, 바둑, 검도라고 돼 있는데 그중 가장 즐기는 취미는 어떤 겁니까.
“검도는 2단인데 지금은 테니스를 가장 즐깁니다. 테니스는 일주일에 2~3번씩 합니다. 오전 5시30분에 일어나서 칩니다. 좀 격렬한 운동이라 팔꿈치와 무릎에 영향이 가기도 하는데 재미도 있고 아직은 체력에도 자신 있습니다.”
골프는요.
“골프도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거의 안 나갑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보니까 <무조건>, <네박자> 등 소위 ‘뽕짝’이 많던데 노래를 부를 기회가 자주 있습니까.
“직원들이나 주민들이 모인 자리, 노래자랑의 자리가 있으면 나가서 부릅니다. 요즘은 ‘네박자’ 하고 ‘마이웨이’를 즐겨 부르고 있습니다. 누가 노래를 시키면 마다하지 않고 합니다.”
좌우명이 ‘天網恢恢 疏而不漏(천망회회 소이불루)’던데 그 말을 좌우명으로 삼게 된 동기는 있습니까.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입니다. 2003년부터 이 좌우명을 갖게 됐고 구청장에 출마하면서 여러 가지 말 중 이것이 좋다고 생각하여 사용했습니다. 그 뜻은 ‘하늘의 그물은 크고 넓어 엉성해 보이지만, 그러나 결코 새는 법이 없다’입니다. 善行(선행)을 하면 반드시 복이 오고 惡行(악행)을 하면 재앙이 돌아온다는 것이 하늘의 법이라는 뜻이죠. 우리가 행정을 하다 보면 수십 가지, 수백 가지의 힘든 일이 있지 않습니까. 그 모든 일을 다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 최선을 다해 작은 일 하나하나 열심히 하면 그 영향이 전체에 미쳐서 주민들의 지지와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스스로 갈고 닦으면서 최선을 다하면 그에 맞는 좋은 평가가 돌아온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