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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년 7월호

세계 일류도시들의 공통점

‘삶의 질’을 가장 먼저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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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욱 한국공공자치연구원장
⊙ 1937년 서울 출생.
⊙ 서울대 법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프랑스 파리제2대학 법학 박사.
⊙ 명지대 법정대학장·부총장, 프랑스 파리제1대학(팡테옹-소르본대학)·파리제2대학 초빙교수,
    한국지방자치학회장, 環(환)태평양 도시개발회의 의장 역임.
⊙ 현재 전국 시·군·구 자치구의회의장회 고문.
⊙ 상훈: 국민훈장 석류장, 홍조근정훈장, 프랑스국가공로훈장 기사장.
보행자 전용거리로 지정된 뉴욕 맨해튼의 브로드웨이 42~47번가.
  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경영개발원(IMD)은 매년 5월 50여 개국의 국가경쟁력을 평가하여 발표한다. 5월 20일 발표된 ‘2009 세계경쟁력 평가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57개국 가운데 27위로 중위권 수준이었다.
 
  국가경쟁력의 평가기준은 고용(12위), 공공재정(16위), 재정정책(14위), 생산성·효율성(14위), 과학 인프라(3위), 물가(52위), 외국인 투자(54위), 기업관련 법규(48위), 사회적 인프라(51위), 노사관계(56위) 등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 평가기준은 이와 다르다. 그 도시 또는 지역이 살아가기에 얼마나 쾌적하고 매력적인가, 도시계획이 잘되어 있는가, 교통시설이 갖추어져 있는가, 공기와 물이 오염되어 있지 않은가, 숲이 넓고 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는가, 지방문화가 풍부하고 관광자원이 많은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경제 진흥과 기업의 유치 및 지원노력을 얼마나 기울이는가, 우수한 대학이 몇이나 되며, 일류대학 합격률이 높은가, 지방정부가 주민과 기업에 제공하는 서비스가 고품질인가 등이 지자체의 경쟁력 평가기준이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뉴욕·런던·파리·밴쿠버·도쿄(東京) 등은 공통점이 많다.
 
  오늘날 대도시는 ‘시민 없는 도시화’, ‘혼잡성’, ‘문화 없는 보헤미안들의 방황과 疏外(소외)의 場(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도시들은 인구를 끌어들이는 흡수능력, 즉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인구 증가, 거대도시화에 따른 주택가격 폭등, 범죄율 증가 등 문제점이 있지만 건물의 안전, 화재예방과 신속한 진화, 교통난 해소 및 교통안전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취업 및 성공’이 기대되는 곳이란 점에 매력을 느낀다.
 
런던 타워 브리지 앞 소공원.

 
  세계 최고의 계획도시, 뉴욕
 
  먼저 도시계획을 보자. 뉴욕은 바둑판형으로 설계된 세계 최고의 계획도시다. 동서로 난 도로는 스트리트, 남북으로 뚫린 도로는 애비뉴이며, 맨해튼으로부터 북부 할렘가에 이르기까지, 동에서 서로 도로명이 일련번호로 매겨져 있다.
 
  런던은 계획도시는 아니지만 자연경관과 지형을 살려 품격 있는 도시계획을 했다. 파리도 자연발생적인 도시형성에 계획성을 가미했으며, 특히 개선문을 중심으로 12개 도로를 방사선형으로 계획한 것이 특징이다.
 
밴쿠버 스탠리파크 쪽에서 바라본 밴쿠버市.

  도쿄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발달해 온 도시 구조에 현대적 도시계획 방식을 가미한 점이 특징이다. 다만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심에 고가도로를 도처에 설치하여 도시미관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는다.
 
  캐나다 밴쿠버는 넓은 토지에 확 트인 공간구조로 계획한 까닭에 도심에 살면서도 답답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센강이 흐르는 파리 시내.

  이에 비해 서울은 재개발한 광화문 일대와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 노원구는 비교적 계획도시로 발전됐으나, 기타 지역은 자연발생적인 생활공간으로 확산되는 것을 규제하지 않아 도로체계가 불량하고 연계도 안되며, 화재발생 시 소방차가 접근할 수 없는 곳도 적지 않다.
 
  살기 좋은 도시의 핵심요인 중 하나로 교통수단을 꼽는다. 위의 대도시들은 모두 지하철이 발달돼 있고, 버스를 운영하여 보완적 교통체계를 갖추고 있다. 런던은 세계 최초로 지하철이 건설됐으며, 지하철이 없는 지역에는 빨간색의 2층버스를 운행하여 32개 구(Boruough)에 걸친 광역권 교통망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도심에는 교통체증이 심각하여 일정한 구역에서는 혼잡료(Congestion Charge)를 부과하고 있다.
 
  파리에는 지하철 교통망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고, 수도권을 운행하는 광역고속지하철(RER)이 있으며, 지하철로 왕래가 곤란한 곳은 거미줄 같은 버스노선으로 연결돼 있다. 도쿄는 인구 1000만명이 넘는 거대도시지만 都營(도영) 지하철·都(도)버스가 운영되고 있어 교통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
 
 
  도시민의 ‘삶의 질’이 중요하다
 
  런던과 파리는 도심의 건물들이 아름답고 문화유산이 풍부하다. 의료·보건시설이 고루 분포되어 있고, 일류 대학들이 많다. 한국 유학생들 중 일부는 학업을 마치고 귀국할 때 울면서 파리를 떠난다고 한다.
 
  캐나다 밴쿠버는 아름다운 해안과 산, 태평양과 경계를 하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시민들은 밴쿠버의 삶의 질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며, 市(시) 공무원들은 삶의 질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키기 위해 환경, 토지이용, 개발과 건설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1995년 ‘살고 싶은 광역전략계획’을 시행하면서 밴쿠버는 더 쾌적하고 안락한 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일본은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나라여서, 도쿄도(都)는 지진 등에 대비하기 위해 방재·안전대책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도로정비가 잘 되어 있어 살고 싶은 도시로 꼽히고 있으나, 주택(아파트)값이 비싸 직장인들은 도쿄에서 지하철 또는 철도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근교에서 출퇴근한다.
 
  서울도 인구 1000만여 명의 대도시임에도 지하철과 버스노선이 잘 갖춰져 있다. 다만 도시계획이 제대로 안된 지역, 쪽방촌, 불량주택들이 많다. 서울은 주거환경이 쾌적하고 매력적인 지역도 있고, 낙후되고 불량한 지역도 있다. 고층아파트들이 계속 신축 내지 재건축되면서 서울은 주택이 시멘트 덩어리로 채워져 가고 있다.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했던 프랑스의 도시계획법 및 환경법 권위자인 모랑 드빌레 파리제2대 교수는 남산 위에서 주변을 돌아보면서 “이런 추세로 간다면 장차 서울이 온통 고층의 시멘트 숲으로 덮이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던 사실이 기억난다.
 
  많은 공원과 넓은 녹지 공간, 도심 속 숲과 맑은 시냇물을 가지고 있는 점도 세계 일류도시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다. 뉴욕에는 센트럴 파크, 엘리폰드 파크, 크로토나 파크, 산림공원, 프로스팩트 파크 등 대형 공원이 11개나 있다. 작은 공원까지 합하면 그 수가 수천 개에 달하는데, 맨해튼구에만 600개 정도 있다.
 
  런던에도 부시파크, 그린파크, 그리니치파크, 하이드파크 등 넓은 공원들이 많다. 런던의 중심부에 위치한 하이드파크에는 호수도 있는데, 무려 251만㎡(76만 평)에 달한다. 공원에서 아이들이 축구를 하며 뛰노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사람 사는 도시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파리는 내 집 뜰의 나무도 함부로 못 베
 
  ‘200만t 이상의 목재생산품과 3600만t의 건축자재를 사용하고, 5000만t의 석탄 다이옥사이드를 뿜어내고 있으며, 1800만t의 폐기물을 버리고, 800만t의 하수 오물 슬러지가 생기고….’
 
  대런던정부(GLA)는 ‘런던의 생태 발자취(ecological footprint)’를 매년 발표하여 환경오염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대런던시장은 런던을 ‘더 깨끗하고, 더 푸르고, 더 환경친화적인 도시’로 만들기 위한 5개 환경전략을 수립했다.
 
  파리시에도 공원과 녹지대, 숲이 많다. 뤽상부르 공원, 몽수리 공원 등이 있으며, 시의 동서에는 뱅센느숲과 불로뉴숲이 자리하고 있다. 두 숲의 면적을 합치면 파리시 면적의 3분의 1이 넘는다.
 
  파리시 당국은 뒤뜰의 나무 한 그루도 마음대로 자르거나 뽑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다. 나무를 자르려면 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대사관 뒤뜰에 죽은 나무가 있어 이를 베어내려고 시 당국에 신청한 적이 있다. 현장에 도착한 시 직원은 나무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가지 끝에 몇 개의 잎이 아직도 살아 있지 않느냐”며 “베어내지 못한다”고 했다. 이후 시에서는 그 나무를 살리기 위해 “이 비료를 주라, 이 약을 쓰라”며 계속 찾아왔고, 결국 그 나무를 살려냈다. 내 집 뒤뜰에 심은 나무도 마음대로 베어내지 못하는 도시, 그렇듯 철저한 관리가 있었기에 녹원의 도시가 되지 않았나 싶다.
 
  밴쿠버시에는 스탠리공원, 퀸엘리자베스공원을 비롯해 200개가 넘는 공원이 녹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숲과 골짜기, 해안공원, 식물공원 등이 산재해 있으며, 13만 개의 가로수가 식재돼 있다. 스탠리공원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도시공원의 하나로 꼽힌다. 공원에는 150년 된 울창한 숲과 해안이 있다. 공원은 다양한 활동과 스포츠, 친목 단체와 가족 단위의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청정도시 경쟁
 
파리 시민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뤽상부르 공원.

  밴쿠버는 공기와 물의 청정도시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이는 시 정부의 끈질긴 노력의 산물이다. 시는 도시산림관리계획 등 강력한 친환경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도쿄에는 현재 국영공원 1개(약 163ha), 우에노(上野恩賜)공원 등 도시공원 7199개(5273ha), 도립공원 78개(약 1833ha), 구시정촌립(區市町村立)공원 7120개(약 3277ha)가 있어 都民(도민) 1인당 공원 면적이 5.61㎡에 달한다. 문화재정원(庭園), 동물원, 식물원 등도 78개(약 1833ha)에 달한다. 그밖에 아동유원(遊園), 국가가 설치한 국민공원이 있고, 자연공원 내 도립공원(6개)도 있다.
 
  서울은 세계 일류도시들에 비해 공해방지와 환경보전이 미흡하며 도시 내 산림이 적다. 하지만 공기와 물의 오염도는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서초구도 이들 도시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공원 면적이 1만5816㎡로 서울시 자치구 중에서는 가장 넓다. 그 다음이 은평구 (1만4764㎡), 강북구(1만4304㎡) 순이다(자료: 2007 기준, 서울시 통계정보시스템).
 
  서초구는 그린벨트가 52%(서울시 평균 27.1%)나 되고, 청계산, 우면산 등 녹지가 전체 면적의 60%를 차지해 양호한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다.
 
  서초구는 ‘동식물이 살지 않는 도시는 사람이 살 수 없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양재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했고, 청계산과 우면산을 건강쉼터로 만들었으며, 우면산 생태공원을 아이들의 교육장으로 이용토록 했다.
 
  지난해 한 신문사가 국내 주택전문가를 대상으로 ‘10년 후 대한민국의 특급주거지는 어디인가?’를 설문조사한 바에 의하면 서초구·강남구(43.3%)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용산구(23%), 송파구(16.6%) 순이었다.
 
  문화와 예술, 박물관 등도 도시 경쟁력의 요소다. 뉴욕시에는 자연사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미술박물관, 뉴욕시립박물관, 소방박물관, 뉴욕 과학 홀, 항구(Seaport)박물관, 맨해튼 아동박물관, 민속예술박물관 등 85개의 박물관이 있다. 뉴욕 43번가에서는 예술 공연이 끊이지 않는다.
 
  런던에는 브리티시박물관, 자연사박물관, 해양박물관, 과학박물관, 런던연극박물관, 운하박물관, 빅토리아·알버트박물관이 있고, 임페리얼 전쟁박물관, 육군박물관과 셜록 홈스박물관 등 종류가 다양하다. 웨스트민스터 성당, 버킹엄宮(궁), 켄싱턴궁, 타워 브리지, 그리니치, 앨버트 기념관, 런던 타워 등 볼거리가 많아 연중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
 
벚꽃이 만발한 도쿄 우에노 공원.

  파리는 문화와 예술, 박물관의 도시이며 ‘역사와 오늘이 함께 숨쉬는 도시’라고 함이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박물관은 100개가 넘는다. 과학·예술·문명에 관한 박물관은 루브르박물관, 오르세이박물관을 비롯해 28개가 있고, 역사적 인물에 관한 박물관으로는 피카소박물관, 파스퇴르박물관 등 19개가 있다. 역사적 사건에 관한 박물관에는 파리역사박물관, 프랑스역사박물관 등 12개가 있고, 기념비 및 史址(사지)에 관한 것으로는 오페라박물관, 우편박물관 등 21개가 있다. 그 외에도 개선문, 에펠탑, 노트르담 성당, 성심성당, 팡테옹, 콩코르드광장, 바스티유광장 등 볼 만한 곳이 많다.
 
  도쿄에는 국립박물관, 庭園(정원)미술관 등 다양한 박물관을 비롯해 대규모의 동물원·식물원이 있고, 도쿄타워, 롯본기 등이 있어 관광 경쟁력이 매우 높다.
 
  서울에도 국립중앙박물관, 고궁박물관, 민속박물관 등 풍부한 문화유산과 다양한 규모와 종류의 박물관이 있다. 또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난타 공연장과 국제갤러리, 학고재 등 크고 작은 문화 공간이 산재해 있다. 서초구에는 예술의전당, 국립국악원, 학술원, 예술원,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이 있고, 국내 최대 규모의 클래식 악기 거리도 있다.
 
  그 지역에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일류 대학이 몇이나 되는가, 지역 학생들의 일류대학 합격률이 높은가도 도시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다. 뉴욕시에는 130개가 넘는 대학이 있다. 컬럼비아大(대), 뉴욕주립대, 뉴욕대, 뉴욕시립대(CUNY), 포르담대, 뉴욕공대, 줄리아드학교 등이 손꼽히는 대학들이다.
 
  런던은 세계에서 대학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도시 중 하나로 학생 인구가 40만명이 넘는다. 런던임피리얼(Imperial)대학, 런던킹스칼리지, 런던경제대학, 런던대학교, 런던유니버시티칼리지(University College London), 런던시립대가 꼽힌다. 그밖에 음악, 춤, 드라마 등 특수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대학들도 있다.
 
 
  서울 소재 대학들의 국제경쟁력은?
 
일본 최고의 명문 도쿄대학의 상징인 야스다 강당.

  파리에는 프랑스 리더들을 길러내는 대학들이 밀집돼 있다. 우선 파리대학교는 제1대학에서 제13대학까지 있는데, 제1대학은 모든 분야를 포괄하고, 제2대학은 법과 경제, 제3대학은 어문학, 제4대학(소르본)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대학으로서 휴머니티, 제5대학은 약학, 제6대학은 의학 등 전공 분야가 다르다. 그 외에 파리천주교대학교, 국립예술콩세르바투아르(University CNAM)가 있고, 특히 국립행정학교(ENA), 국립사범학교(ENS), 공과대학(Ecole Politlytechnique), 국립토목대학(EPC) 등이 고급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밴쿠버에도 좋은 대학이 있다. 밴쿠버대,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노던BC대 등이 일류대학으로 꼽힌다.
 
  도쿄에는 도쿄대(東京大), 와세다대(早-田大), 메이지대(明治大), 히토쓰바시대(一橋大), 릿쿄대(立敎大), 도쿄의치대(東京醫齒大), 도쿄이과대(東京理科大), 도쿄공대(東京工大), 도쿄예술대(東京芸術大) 등이 유명하다.
 
  서울에도 일류대학들이 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입학하기 어려운 대학들이지만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얼마나 있는가 하는 데에는 의문이 있다. 서울대만이 순위 100개 대학에 포함되는 것 같다.
 
  도시의 경제규모가 얼마나 크고 강한가, 경제가 활성화되어 있는가는 도시 경쟁력의 기본이다. 뉴욕시는 1790년 이래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다. 뉴욕은 강력한 글로벌 도시로서 범(汎)세계적인 교역, 금융, 문화, 패션 및 연예산업 분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유엔본부가 있어 국제관계의 센터 역할을 하고, 월街(가)의 동향과 뉴욕증시의 주가 騰落(등락)은 각국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런던도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다. 런던의 중심 지역은 서쪽의 웨스트민스터시와 동쪽의 런던시로 나뉘어 있는데, 웨스트민스터시는 국회의사당, 버킹엄궁, 총리 관저(다우닝가 10번지), 정부 각 부처가 있는 정치 중심이고, 런던시는 세계 각국의 금융기관과 보험회사, 주요 기업들이 자리 잡은 세계 경제의 중심이다.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대학 비즈니스 스쿨.

 
  경제력이 도시 경쟁력의 으뜸
 
  지금은 세계 제일의 자리를 뉴욕에 넘겨줬지만 20세기 초만 해도 런던을 거치지 않으면 다른 나라의 경제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였다. 지금도 유럽의 500대 기업 중 100개 이상이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세계 최대 금융회사들의 4분의 1이 유럽본부를 런던에 두고 있다.
 
  런던 외환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크다. 평균 1일 거래액이 5040억 달러로, 뉴욕과 도쿄 외환시장의 거래액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유럽재건개발은행(EBRD) 중에서 550개가 넘는 국제은행과 170개의 세계적인 보험회사들이 런던에 둥지를 틀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는 약 280개, 파리에는 270개, 뉴욕에는 250개가 있다. 1801년에 시작된 런던 증시는 거래량 기준 세계 최대 시장의 하나다.
 
  파리는 프랑스의 경제 중심지다. 프랑스 대기업의 본사들이 파리에 자리 잡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금융기관, 보험회사, 기업들이 상당수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다. 프랑스는 중소기업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한 곳으로 유명한데,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의류와 패션, 화장품, 향수 관련 기업들이 이곳에 대거 포진해 있다. 유행과 멋의 도시, 예술과 낭만이 어우러진 도시라는 인식이 세계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파리의 경쟁력이다.
 
  도쿄는 동양뿐 아니라 세계적인 경제의 중심지가 됐다.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도쿄의 위상도 치솟고 있다. 세계 각국의 은행, 보험회사, 기업들이 도쿄에 본부나 지사를 두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다국적 기업들이 본사를 싱가포르와 홍콩에 두고 있어 도쿄의 경쟁력이 싱가포르와 홍콩보다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국적 기업과 대기업의 본사를 유치하기에 서울의 경쟁력은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도쿄의 주식거래량은 금액 면에서 세계 1위인 뉴욕 증시 다음이다. 도쿄도는 지역산업 활성화를 위해 산업, 건설, 의료, 복지, 환경, 교육 등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산업과학기술진흥시책’을 시행하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 채권시장 구상, ‘신은행도쿄’ 설립 등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서울 역시 한국 경제의 중심지다. 금융기관·보험회사·대기업들의 본사가 서울에 몰려 있다. 정치권력과 행정권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까닭에 돈과 사람, 일자리가 서울에 몰려 있다.
 
철도역을 미술관으로 변화시킨 파리 오르세 미술관.

 
  거대도시 서울의 경쟁력
 
  미시적인 안목에서는 서울의 경쟁력이 높아 보이지만, 거시적으로 봤을 때는 지역간 격차와 양극화가 심해 각종 폐해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 그러면서도 세계 도시들과의 경쟁에서는 밀리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서초구는 국내 최고의 비즈니스 중심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국내 빅3 기업에 외국기업들까지 가세한 이곳에는 금융, 유통, 증권 분야의 인프라가 확충돼 있는 데다 편의시설까지 갖추어져 있다. 서초구 우면동에 조성 중인 양재 R&D산업(특정)개발진흥지구가 2011년 말 완공되면 서초구는 디지털콘텐츠산업, 정보통신산업, 바이오산업 등 R&D산업의 중심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일류도시들에 비해 서울은 도시 정비가 제대로 안돼 있다. 도로체계가 미비해 화재발생 시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지역이 많다는 점에서 취약하다. 쪽방촌, 무허가 판자촌, 달동네가 존재하는 한 서울은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하기 어렵다. 서울이 세계 일류도시 대열에 합류하려면 도시 재정비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 깨끗하고 잘 정돈된 곳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우선 공기·수질·소음 공해방지, 환경보전 및 개선을 1차 시정목표로 삼아야 한다. 21세기인 지금은 ‘경제개발이냐 환경보전이냐’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냐 멸망이냐’를 가름하는 절박한 잣대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경제개발을 추구했다. 이에 따라 산업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으나 환경오염과 자연파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됐다. 무분별한 경제개발은 지구생태계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고 있어 환경보전의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70%, 유럽 소비자의 80%가 비싸더라도 친환경제품을 사용하겠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앞으로는 공해를 유발하며 생산된 제품을 더 이상 수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린라운드’의 강화, ‘친환경=경쟁력’이란 공식은 서울시와 기업들의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우수한 글로벌 대학 유치해야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서울시는 지방문화의 창달과 관광진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한 나라의 발전 정도는 그 나라의 문화유산 및 문화정책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문화의 준거 틀이 그 사회의 응집력을 생산적으로 결집하고 발전적으로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앨빈 토플러와 존 나이스비트가 지적한 바와 같이 문화는 지구상에서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보물이며 수입원이다. 주요국의 지방정부들은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로 규정하고, 문화 분야의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영국은 거액의 문화사업기금을 조성했고, 일본은 문화기반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시는 지방 문화의 보전과 창달로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해외 관광객을 유치해야 하며, 문화재를 소재로 한 지역특산품을 개발하여 수입을 올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
 
  서울시는 교육경쟁력을 높이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싱가포르는 외국의 우수한 학교를 유치하지 않고는 교육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는 판단 아래 2003년 교육시장을 개방했다. 도심인 노던브리지 거리 일대를 국제 사립학교 벨트로 개발한다는 청사진을 발표하고, 외국 교수와 학생들의 생활 편익을 위해 노던브리지 주변에 도서관 등 학생 편의시설을 확충했다.
 
  2003년 이후 싱가포르에서는 해외 우수학교 분교를 얼마나 유치했느냐가 공직자 업적 평가의 중요 포인트가 됐다. 그 결과 2008년 말 싱가포르에 개교한 국제학교가 50개교를 넘어섰다.
 
  홍콩도 싱가포르에 뒤지지 않기 위해 홍콩 정부는 외국 유명 대학이 홍콩에 분교를 설립할 때 부지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도널드 창 행정장관은 “싱가포르의 경쟁력 중 교육경쟁력은 홍콩이 꼭 배워야 한다. 우수 인재 확보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이라며 “교육을 홍콩의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육성, 아시아의 대표적인 ‘국제 교육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동시에 교육시장을 개방, 외국의 우수 학생을 유치하고 있다.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서울지역의 경제 활성화가 우선돼야 한다. ‘가장 지방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며 경쟁력이 있는 만큼 서울시는 기업들이 지역적 이점, 부존자원, 우수한 기술 등을 고려해 제품 및 서비스 생산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서초구의 가능성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1979년 집권 후 지방정부의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구조조정, 공립학교 개혁, 교부금 체감제도 도입, 경상지출의 과감한 삭감, 경쟁입찰 제도 개혁, 지방정부의 성과지표 개발 및 지방정부에 대한 감사 기능 강화 등 개혁을 추진했다.
 
  에드워드 리스터 구의회 의장이 이끄는 런던의 원즈워스區(구)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유는 區政(구정)을 민간기업처럼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이 구는 쓰레기 수거, 거리청소, 학교 급식 및 빈민 급식, 조경, 스포츠·레저 시설 운영, 주차 관리 등 거의 모든 서비스를 경쟁입찰을 통해 민간업자에게 위탁했다. 그 결과 주민들의 만족도가 대단히 높아졌다. 경비절감으로 주민들의 세 부담이 현격히 줄었고, 서비스의 질이 월등히 높아진 것이다.
 
  원즈워스 지방정부의 개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외국의 지방정부들은 가급적 경비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데 비해 한국의 일부 지자체장들은 지방 재정을 낭비하는 경향이 있다. ‘작고 효율적인 지방정부’를 만들어 ‘고품질의 구정’을 펼쳐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 서초구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서초구는 구청 민원실에 ‘OK기업도우미’ 창구를 개설, 전문 상담가가 기업인들의 애로점들을 해소해 주고 있다. 서초구 소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장기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중소기업육성기금’을 조성, 운용하고 있다. 수시로 창업 강좌를 개설하고, 중소기업 우수제품 전시회를 개최하며, 중소기업의 해외 마케팅을 지원해 준다.
 
  서초구는 기업민원에 대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발 빠른 행정을 하고 있다. 관내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타 지역에 본사를 둔 140여 개 기업체를 일일이 방문하여 메가스터디 등 9개 기업의 본사를 서초구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영어 사용에 불편함이 없는 지자체 돼야
 
  서초구가 기업 유치 못지않게 힘쓰는 것은 외국어 교육이다. 서초구는 2008년 영어사용업소 26개소를 선정, 외국인들이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하고 있다. 올해에는 불어·일어·중국어 등 제2외국어 사용업소를 추가 발굴하여 호텔, 식당, 부동산 등 100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기업의 임직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시아 국가는 싱가포르다. 그 이유는 영어가 통용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한국은 ‘별로 오고 싶지 않은 나라’라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언어의 장벽 때문이다. 외국인이 생활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할 영어교육정책을 서초구가 선도하고 있는 것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서초구는 글로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공무원들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인식 아래 구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분기별 영어간부회의를 열고, 퇴근 후 영어 교육 과정과 일본어·중국어 수업을 진행하는 등 외국어 습득에 나서고 있다. 또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원어민 영어 교사를 증원하고, 주민들의 영어 공부방인 ‘잉글리시 프리미어 센터’를 개설하는 등 글로벌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기초 다지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초구는 앞으로도 건전한 재정 운영으로 모범적인 지자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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