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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년 7월호

문화예술의 허브(hub)

사시사철 음악 흐르고, 문학의 향기 샘솟아

徐喆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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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우면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예술의전당.
  국내의 대표적인 복합문화 공간인 예술의전당을 비롯해 국립국악원, 한전아트센터, 서울교육문화회관,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등 규모나 시설 면에서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문화예술 공간들이 밀집돼 있는 곳.
 
  서울 외곽 남부지역을 동서로 잇는 남부순환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국립국악원과 예술의전당, 한전아트센터 등이 차례로 나타난다. 지방자치단체에 이토록 많은 문화예술 공간이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는 곳은 서초구가 유일하다.
 
 
  [예술의전당]
 
  서초구의 랜드마크가 된 예술의전당은 서초구 서초3동 산700번지에 위치해 있다. 1984년 우면산 자락 23만1000㎡(7만1026평) 부지에 착공, 1993년 전체 개관한 이곳에는 음악당, 오페라하우스, 야외극장, 한가람미술관, 서울서예박물관, 한가람디자인미술관 V-갤러리 등이 들어서 있다.
 
  예술의전당에서는 각종 공연과 전시회 등 연평균 1400여 회의 문화예술 행사가 열리며, 연평균 관람객 수가 200만명(순수 매표 관객 수치)에 이른다. 지난해의 경우 총 관람객 수가 연평균 수치를 밑도는 164만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오페라극장을 리노베이션하기 위해 장기간 휴관한 탓이다.
 
  오페라극장은 2007년 12월 오페라 ‘라보엠’ 공연 도중 화재가 발생해 전면 보수공사에 들어간 이후 지난해 12월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문을 열었다. 무대 복구공사와 리노베이션 비용으로 들어간 돈이 총 270억원이었다.
 
  오페라극장은 재개관을 기념해 지난해 12월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무대에 올렸고, 올 3월에는 예술의전당이 기획 제작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선보였다. 새로 문을 연 오페라극장에 대한 관객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예술의전당 측은 “2007년 화재로 소실된 무대를 복구하고, 노후한 객석을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해 전면 교체했다”고 밝혔다. 또 나무 재질의 벽과 음향 반사벽 설치로 음향이 개선됐고, 오케스트라 피트를 확장해 오케스트라 편성이 한결 자유로워졌다고 설명한다.
 
  오페라극장뿐만 아니라 광장 지하도 180도 변신했다. ‘비타민 스테이션’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에는 종합안내와 예매 기능을 겸한 서비스플라자와 각종 식음료를 판매하는 레스토랑, 카페 등이 들어섰다. 산뜻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매장들이 입구에 들어서면서 무겁고 칙칙한 대리석 이미지의 예술의전당이 전체적으로 환해졌다.
 
 
  세계 유명 예술 CEO들이 인정한 자연환경
 
2007년 화재로 소실된 후 새롭게 문을 연 오페라 극장 내부 모습.

  예술의전당의 메인 공간은 중앙에 위치한 오페라하우스다. 이 건물에는 오페라극장(2200여 석), 토월극장(670여 석), 자유소극장(250여 석)이 자리 잡고 있으며, 독립법인 국립발레단(단장 최태지)과 재단법인 국립오페라단(단장 이소영), 재단법인 국립합창단(예술감독 나영수) 등 유관 기관이 입주해 있다. 오페라극장은 오페라와 발레 전용 공간이고, 토월극장은 연극, 자유소극장은 마당극 전용 공간이다.
 
  2500여 석 규모의 음악당은 국내 최초의 콘서트 전용 홀로 지어진 연주장이다. 정트리오를 비롯해 장영주, 장한나, 조수미 등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이곳 무대에 수없이 섰고,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더불어 세계 3대 테너로 불리는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카레라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앙드레 가뇽, 조지 윈스턴, 유키 구라모토, 예프게니 키신, 세계 3대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니, 뉴욕 필하모니, 빈 필하모니 등 세계 음악의 거장들이 이곳에서 내한공연을 가졌다.
 
  지난 3월 세계 무대 데뷔 40주년 공연을 이곳에서 가진 첼리스트 정명화씨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대해 “미국의 카네기홀이나 심포니홀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와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시설이 훌륭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 뉴욕 브루클린의 BAM 등 예술의전당을 다녀간 세계 유명 예술기관의 CEO들은 시설도 시설이지만 이곳을 둘러싼 자연친화적 환경을 부러워한다고 한다. 예술의전당은 도심 속에 있으면서 우면산 자락에 자리를 잡고 있는 까닭에 공원 같은 느낌이 드는데, 세계 어느 예술기관도 이처럼 좋은 환경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예술의전당은 공연 티켓이 보통 4만~20만원 수준으로 高價(고가)인데다, 지하철 3호선(남부터미널역)이 있지만 역에서 10분 이상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서민들이 찾아가기에는 부담스러운 곳이다.
 
  이에 대해 예술의전당 측은 “고가의 입장료가 문제가 된 공연은 외부 기획사에 의한 대관공연으로 시장원리 및 상거래법상 예술의전당이 나서서 가격을 조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아직은 공연 마니아 인구가 적어서 생기는 과도기적 현상인 만큼 앞으로 저변이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통문제의 경우 “지하철역까지 연계되는 셔틀버스 노선을 확충하고 예술의전당 자체적으로도 공연시간에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등 나름 노력하고 있는데, 앞으로 일반 시민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대중교통 확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를 정면으로 바라볼 때 맨 우측에 자리하고 있다. 예술의전당과 나란히 있다 보니 예술의전당의 일부로 혼동하는 이가 많은데, 국립국악원은 문화관광부 소속기관일 뿐만 아니라 그 규모와 역사도 상당하다.
 
  국립국악원은 1951년 부산에서 개원한 후 1967년 서울 장충동으로 이전했고, 1987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전국적으로 국악을 활성화하기 위해 설립한 국립민속국악원(전북 남원 소재), 국립남도국악원(전남 진도 소재)을 운영 중이며, 지난해 말에는 부산광역시에 국립부산국악원을 개원했다.
 
서초 구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국립국악원 별맞이터 극장.

  현재 서초동 국립국악원에는 정악단, 민속악단, 무용단, 창작악단 등 4개 산하 단체에 200여 단원이 상주하고 있다. 서울 장충동에 있는 국립무용단, 국립창극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국립중앙극장 산하단체다.
 
  국립국악원에는 예악당(734석), 우면당(367석), 별맞이터(2000석) 등의 공연장이 있고, 이곳에서 연평균 150회가 넘는 공연이 펼쳐진다. 지난해의 경우 객석 점유율 76%로 총 관람객 수가 6만4010명에 이르렀다.
 
  국악원 내에는 우리 음악의 역사와 음악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국악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있는 국악박물관도 있다. 이곳에 가면 궁중음악과 제례음악 연주에 쓰이는 편종과 편경을 비롯해 음악의 시작과 끝에 사용된 축과 어, 그리고 다양한 모양의 큰북을 볼 수 있다. 또한 1만6000여 점의 국악 관련 도서와 3만5000여 점의 공연 기록물 열람이 가능하다.
 
박일훈 국립국악원장.

  朴一薰(박일훈) 국립국악원장은 “모내기 소리, 상여 소리, 사물놀이 등 우리 전통생활 속에 녹아 있는 모든 것이 국악”이라며 “서양음악에 밀려 국악의 맥이 끊기지 않도록 전수자를 양성하고, 젊은 대중과 소통하는 문화로 발전시키는 것이 국악원의 주요 업무”라고 소개했다.
 
  지난 3월 제15대 원장에 임명된 그는 “잘 아는 것이라 생각해 교육의 필요성을 못 느낀 사이 된장과 김치 담그는 법을 잊어먹듯 우리 생활 속에 녹아 있던 국악도 빠르게 잊혀 갔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젊은층은 물론 나이 지긋한 오피니언 리더들도 국악을 모릅니다. 노래방에 가도 유행가만 부를 뿐 민요는 부르지 않아요. 저는 KBS의 ‘열린음악회’ 같은 공개방송이 한국 문화를 죽였다고 생각해요. 클래식도 듣고 전통 음악도 즐기는 다양성을 꾀해야 하는데, 관람도 공짜인데다 기념품까지 챙겨 주니까 클래식이나 전통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까지 방송국으로 달려가지 않았습니까. 그런 게 바로 문화 획일화죠.”
 
  국립국악원은 왕실과 민간에 전해져 온 순수 음악을 보존하는 동시에 우리 음악과 서구 음악을 결합한 퓨전음악을 시도하는 젊은이들을 비공식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박 원장은 “문화예술은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보다는 취미로 하는 사람이 많아야 발전한다”며 “국립국악원 담을 헐고 누구든 와서 차도 마시고 공연도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국립국악원 예악당 공연 장면.

 
  [한전아트센터]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한전아트센터는 5940㎡의 부지에 공연장, 전기박물관, 한전프라자(갤러리 및 문화교실)가 들어선 복합문화공간이다. 이 중 공연장은 999석 규모로, 2001년 개관한 이후 위탁 운영해 오던 것을 2007년 8월부터 한국전력공사에서 직영하고 있다. 郭在根(곽재근) 센터장은 “외부에 위탁 경영한 결과 상업적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어 직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들의 다양한 미술작품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한전아트센터 내 갤러리.

  지하철 3호선 양재역에서 도보로 7~8분 거리에 위치한 한전아트센터는 2008년 인기 뮤지컬 ‘젊음의 행진’과 ‘렌트’의 흥행 돌풍으로 대중에 많이 알려졌다. 또 공연기획자들 사이에 평판이 좋은 공연장이다. 클래식과 대형 공연 위주로 대관하는 예술의전당과 달리 규모가 좀 작더라도 참신하고 획기적인 공연을 받아줄 뿐만 아니라 대관료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곽재근 센터장은 “이윤을 창출하기보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다른 공연장에 비해 대관료가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한전아트센터에는 에디슨이 발명한 전등과 축음기가 전시되어 있다.

  2008년 기준 한전아트센터의 대관료는 LG아트센터에 비해 50%, 예술의전당에 비해 30~40% 낮았다. 이 때문에 257일 동안 공연이 있었고, 연평균 객석 점유율이 75%로 높은 편이었음에도 2억원의 적자를 냈다.
 
  한전아트센터의 경우 공연장은 100% 대관하고 있지만 자체 기획한 ‘희망 사랑 나눔 콘서트’ 전국 순회공연을 펼치고 있다. 곽 센터장은 “소외 계층을 위한 문화 나눔 행사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저희 공연장에서는 ‘행복한 나눔 공연’이라 하여 매 공연당 무료 객석 40석을 확보해 문화 소외 계층에게 무료 관람의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50개 단체, 799명이 ‘행복한 공연 나눔’을 통해 다양한 문화 체험을 했지요.”
 
한국 최초의 전기 점등식을 재연한 모습.

  전기에너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기박물관 관람료는 무료다. 한전아트센터 전력 홍보관 2, 3층에 자리한 이곳에는 국내 최초의 탄소전구를 비롯해 세계전기 6대 발명품 모형 등 다양한 전기 유물이 전시돼 있고, 생활 속의 전기 에너지를 입체영상과 게임식 영상설비 등을 통해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신재생에너지, 원자력, 연료전지 등 친환경에너지 관련 전시물도 관람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래 에너지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은 물론 초·중·고 학생들의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곽 센터장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25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전력 홍보관 1, 2층에 자리 하고 있는 한전프라자는 도심 속 문화생활 공간이다. 이곳은 천연비누 만들기, 패션장신구 공예, 노래교실 등 10주 과정의 문화교실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또 회화, 조각, 설치미술 등 다양한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를 운영 중인데, 대관료도 관람료도 모두 무료다.
 
 
  [국립중앙도서관]
 
  국내 최다 장서(707만여 권)를 보유하고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은 지난 5월 25일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도서관을 개관했다. 2005년 12월부터 준비에 들어가 4년여 만에 오픈한 이 도서관은 지하 5층, 지상 3층으로 건물 면적 3만8014㎡ 규모다.
 
  이 공간에는 외국인을 위한 다국어정보실을 비롯해 디지털열람실과 복합상영관, 세계 최초의 9단 모빌랙 자동화 서가 등의 첨단 시설이 갖춰져 있고, 휴식 공간인 잔디광장, 한국정원, 디지털북카페, 실내정원 등이 조성돼 있다.
 
  牟喆敏(모철민) 국립중앙도서관장은 새로 문을 연 디지털도서관에 대해 “언제 어디서든 온라인으로 디지털 지식 정보 통합 검색이 가능한 디브러리 포털 시스템을 구축, 세계 도서관 문화의 지형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디브러리는 디지털과 라이브러리의 합성어로, 기존의 아날로그 도서관과 디지털도서관을 연결해 온라인상의 포털과 오프라인 공간이 결합된 신개념의 정보광장을 의미한다. 디지털도서관은 美(미) 의회도서관을 비롯해 국내·외 공공기관, 민간단체 등과 데이터를 연계해 디브러리 포털을 구축했다. 이곳에서 검색할 수 있는 콘텐츠는 학술정보, 전문정보, 해외정보 등 1억6000만 건에 달한다. 디지털도서관은 정책정보, 다문화 정보, 장애우 정보, 지역 정보 등의 특성화 포털을 함께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 5월 개관한 국립중앙도서관의 디지털도서관.

  디지털도서관은 기존의 국립중앙도서관과 함께 서초구 반포로 서울성모병원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1988년 5월 남산에서 이전한 후 서초동 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한해 이곳을 이용한 국민은 16만3270명이다. 모철민 도서관장은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복합문화서비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민들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 제공하기 위해 ‘작가와 함께 여는 책세상’이라는 문화강좌를 운영해 왔습니다. 올해는 ‘책의 바다를 항해하다’라는 주제로 국내 대표적인 작가나 석학들이 직접 강의를 하고 있죠. 그동안 소설가 김훈·박범신 선생, 시인 유안진·신달자 선생, 이시형 박사 등이 강의해 주셨습니다.”
 
  모철민 관장은 “디지털도서관에 조성된 북카페에 예술계 인사들을 초청해 품격 있고 향기 나는 문화강좌를 운영하고 다양한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초구민회관 무료강좌]
 
  서초구는 서초구민회관에서 무료 상설 프로그램 형식의 ‘서초금요문화마당’을 15년째 진행해 오고 있다. 국악, 클래식, 대중음악을 총망라하며 가까이 있지만 관람 문턱이 높은 대형 공연장을 대신해 주민들이 마음 편히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 열리는 이 행사는 지난 6월 5일을 기해 650회를 넘어서며 지자체가 진행하는 문화예술공연으로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작성했다. 서초구뿐만 아니라 인근 지자체 주민까지 즐겨 찾는 이 행사는 매 공연마다 800석의 객석이 모자랄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1994년 3월 첫 공연을 한 이래 이 행사에 참관한 주민이 40여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테너 박인수, 임웅균, 소프라노 김인혜, 팝페라 임형주, 가수 김창완과 그룹 동물원 등이 이 행사를 통해 주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서초구청 측은 “그동안 오케스트라 공연 273회, 오페라 공연 110회, 실내악 공연 65회, 국악 공연 48회, 뮤지컬 등 기타 공연 104회가 열렸고, 매 공연마다 주민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서초구민들은 관객으로 만족하지 않고 직접 공연에 참여하기 위해 서초구가 마련한 각종 문화강좌를 듣고 있다.
 
서초구민회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박동규 교수의 심상문학강좌.

  양재동에 위치한 서초구민회관에서 무료로 운영하고 있는 트럼펫 강좌(18주), 심상문학 강좌(17주), 민요 판소리 교실(18주), 행복노래 교실(18주), 클라리넷 강좌(18주), 가곡 강좌(18주), 오페라 감상회(17주) 등이 그것이다. 서초구청 문화행정과 유현숙 문화예술팀장은 “모든 강좌는 전·현직 국내 유명대학 교수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운영되고 있으며, 갈수록 수강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필자는 이들 강좌 중 가장 인기가 많다는 심상문학 강좌에 참석해 보았다.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가 진행하는 이 강좌는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열린다. 필자가 참석한 날은 30여 명의 수강생이 출석했는데, 40대부터 7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다. 박 교수는 “주부, 대학원생, 약사, 스님 등 연령층뿐만 아니라 계층도 다양해 힘들지만 재미 있다”고 했다.
 
  강좌는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화기애애했다. 등단을 목표로 연 강좌는 아니지만 지난 10년 동안 스무 명에 가까운 수강생들이 이 강좌를 통해 문단에 데뷔했다.
 
  金成榮(김성영)씨는 전직 공대 교수를 지낸 공학박사다. 강좌 개설 초기부터 다닌 그는 “인생을 향기 있게 마무리하고 싶어 문학 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해 시 전문지 <심상>을 통해 시인이 됐다. ‘서초 심상문학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李順熙(이순희)씨는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지만 박동규 교수의 강의를 듣고 싶어 10년 동안 강의실을 지키고 있다. 또한 해마다 연말에 수강생들끼리 모여 만드는 문집 제작을 주도하고 있다. 문학캠프에 참여하거나 문학 강연회를 마련하는 것 역시 이씨의 몫이다. 2002년 <심상>을 통해 등단한 이씨는 “이곳에 오면 연륜이 지긋한 분들이 많아 삶의 깊이가 느껴진다”고 했다.
 
  시인이면서 국문학 박사인 趙相俊(조상준)씨는 수강생이자 지도교수다.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하고 있는 조씨는 박동규 교수를 도와 이론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서초 심상문학회 강좌가 언론에 소개되면서 요즘에는 지방에서도 강의를 들으러 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 강좌의 목표는 프로 문학인을 양성하는 게 아니라 詩心(시심)을 통해 정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가꾸는 데 있다”고 말했다.
 
  심상문학 강좌 못지않게 인기를 끌고 있는 강의는 孫順男(손순남) 교수의 가곡 강좌다. 매주 목요일 저녁 6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진행되는 이 강좌의 수강생은 70명이 넘는다. 숙명여대와 미국 피츠버그 듀케인음대 대학원을 졸업한 손 교수는 건국대와 아주대에 출강하고 있다. 손 교수 역시 10년이 넘게 자원봉사 개념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녀는 “수강생 중에는 암 투병 중인 분도 있고, 새벽 우유배달부터 시작해 하루종일 허드렛일을 하는 분도 있다”며 “제 강좌가 일주일 중 자기를 위해 투자하는 유일한 시간이라고 말하는 분이 많아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곳이 궁금하다]
 
  ▣ 서초동 악기거리
 
  예술의전당에서 서울고 방향의 대로와 골목은 일명 ‘악기거리’로 불린다. 이 거리는 1990년 예술의전당이 들어설 무렵 서울 낙원상가에 있던 클래식 악기상들이 하나 둘 옮겨오면서 형성됐다. 이후 국내 악기 판매의 원조인 낙원상가는 대중음악 악기로, 이곳은 클래식 악기로 특화됐다.
 
  현재 서초동 악기거리에는 클래식 악기 전문 상점 80여 개가 운집해 있다. 현악기와 관악기는 물론 피아노까지 클래식 악기라면 모든 것이 구비돼 있다. 가격대도 10만원대에서부터 수억원을 호가하는 악기까지 천차만별이다.
 
  상점 주인들은 대부분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전문가들로 악기에 대한 기초지식이 풍부하다. 이들은 악기를 판매할 뿐만 아니라 관리법까지 가르쳐 준다. 또 초보 연주자들에게는 좋은 레슨 교사를 소개해 주기도 한다.
 
  반대로 레슨 교사들은 악기를 구입하려는 학생을 평소 잘 아는 상점으로 보내준다. 예술의전당 입구에 위치한 ‘비엔나 악기’ 대표 金憲植(김헌식)씨는 “고객의 절반 이상은 레슨 교사나 프로 연주자의 추천으로 온다”며 “전문가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거나 신뢰를 쌓지 못하면 이 거리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앙대 음대에서 바순을 전공한 그는 낙원상가에서 아버지 일을 돕다 이 길로 나서게 됐다고 한다. 김씨는 필자가 방문했을 때 마침 40대 후반의 여성 고객에게 판매할 500여만 원짜리 바이올린 현을 조율하고 있었다.
 
  그에게 주요 고객층을 물으니 “과거에는 음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TV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인기 탓인지 최근 들어 취미로 클래식 악기를 배우려는 중년층이 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중년 고객이 늘어 반갑다”며 “요즘 인터넷을 통해 악기를 구입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럴 경우 퀄리티를 보장받기 힘드니 가능한 한 매장에 직접 나와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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