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초구 전문자원봉사단이 노인정에서 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구청 직원들 스스로가 회의적이었다. ‘서초구의 이른바 잘사는 주민들이 자원봉사에 적극 참여할까?’ ‘자원봉사 잘한다고 구에 어떤 도움이 될까?’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
자원봉사 특별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자원봉사에 익숙지 않은 우리나라 풍토 때문이었다. 때문에 누구보다 앞서 서초구 직원들이 시간을 쪼개어 자원봉사 활동에 적극 나섰다. 구청 직원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뒤를 이어 서초구에 살고 있는 유명인사들이 자원봉사 활동에 동참했다. 구청 직원들은 구민들이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무원 자원봉사 의무화’ ‘저명인사 자원봉사’ ‘벼룩시장’ ‘서초 V 페스티벌’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처음 목표와는 달리 아직 전 서초구민의 40%가 자원봉사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구보다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수가 크게 늘었다. 덕분에 서울시로부터 ‘창의행정 추진 우수구’로 선정됐다.
서울시의 다른 區(구)와 시·도 행정기관, 법원과 행정자치부에서도 자원봉사 특별구인 서초구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서초구는 단순히 강남에 있는 잘사는 동네가 아니라, 남을 위해 베푸는 동네로 格(격)이 높아졌다.
서초구 공무원들이 선봉에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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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 V페스티벌 현장. 페스티벌에 참가한 고승덕 의원, 배우 유지인씨와 기념 사진을 찍는 서초구민. |
서초구 소속 공무원들은 ‘서초구 공무원 자원봉사단’에 소속되어 연간 48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봉사활동을 한다. 구청 차원에서 공무원 대상 봉사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봉사활동 실적은 승진 심사에 반영된다. 승진·전보 시 봉사활동 시간이 많은 공무원을 우대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 1월 5급 승진 과정에서 자원봉사 의무시간 未(미)이수자 두 명이 승진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초구청 복지정책과 崔亨旬(최형순·46) 자원봉사팀장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공무원들은 자신은 나서지 않으면서 주민들에게만 자원봉사를 하라고 권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주민들이 자원봉사에 나서려 하질 않았던 거죠. 그래서 저희 구에서는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겁니다. 우리 구청 직원들은 한 달 평균 4시간씩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면 언제, 어디서, 몇 시간을 했는지 ‘사이버 수첩’에 기재돼요. 봉사활동실적을 개인이 등록하면, 자원봉사팀에서 승인하는 시스템입니다. 봉사 계획을 세우거나 활동 내역을 확인할 때 편리해서 직원들의 참여도가 높습니다.”
최형순 팀장은 “봉사활동을 하면 뿌듯함과 보람, 타 부서 직원들과 더 돈독해지는 부수효과도 얻는다”고 말했다.
현재 서초구청 직원 1300여 명이 부서별 또는 동호회별로, 연간 119곳에서 정기적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서울시립 아동병원에서 간병 활동을 하고, 저소득층 자녀나 장애인 복지관 학생들의 공부를 돕는 식이다. 저소득층 구민과 맞춤형 1 대 1 결연을 맺어 봉사와 방문을 통해 꾸준한 지원을 해 오고 있다.
지난해 태안 기름유출사건이 터졌을 때는 서초구 공무원 200여 명이 총 37회에 걸쳐 6개월 동안 자원봉사를 했다.
서초구 직원들의 자원봉사는 주말에도 계속된다. 주말마다 청계산, 우면산, 양재천 일대에서 진행하는 환경봉사활동에는 총 839회에 걸쳐 총 1만2656명이 참여했다. 주중에 하기 힘든 독거 노인과 소년소녀 家長(가장)의 집수리를 해 주고, 주말에 열리는 장애인마라톤대회의 도우미가 되는 직원들도 있다.
서초구 직원들의 부인들도 봉사심에서 남편 못지않다. 서초구에서 근무하는 직원 부인들로 구성된 봉사단체인 장미봉사단(회장 김미화)은 된장과 간장 등을 담가 불우이웃에게 나누어 주거나 치매노인의 목욕을 돕는 봉사활동 등을 한다.
“자원봉사 도시의 모범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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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전문자원봉사단 ‘노멀 합주단’이 축하공연을 하는 모습. |
서초구 공무원들의 봉사 모습은 구민과 연계돼 서초구 전체의 자원봉사 문화의 격을 한층 높여 왔다. 공무원 봉사단과 전문기술을 지닌 서초구민이 함께하는 서초전문자원봉사단이 그 예다. 2007년에 창단한 이 단체는 현재까지 9000회에 걸쳐 2만2000여 명이 참여했다. 교육, 법률, 의료, 외국어 등 10개 분야 4000여 명의 인력이 전문지식이 필요한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서초구 자원봉사센터 사업부 辛銀熙(신은희·35) 총괄과장은 “서초구에 거주하는 전문가 그룹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서초구에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고, 이분들이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다는 데 착안한 봉사 프로그램이 서초전문자원봉사단입니다. 끼와 재능, 전문기술이 있는 주민들이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지요. 미용 기술이 있는 분은 지역 주민에게 무료로 이발을 해 주고, 제빵사는 빵을 나누어 주고, 법률가는 무료로 법률 상담을 하는 식입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의 일부를 남과 함께 나누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李明賢(이명현·68·전 교육부장관) 서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사단법인 볼런티어 21의 이사장으로서 10년 가까이 서초구 자원봉사 요원을 양성하는 활동을 하고 자원봉사자로도 참여했다. 이 교수의 얘기다.
“인간다운 세상의 핵심은 자원봉사입니다. 봉사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주는 활동입니다. 공부, 노래 등 분야에 상관없이 내가 가진 1%의 재능을 남을 위해 봉사하자는 취지로 ‘1% 나눔 운동’을 서초구에 도입했어요. 여유로운 사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 모두 다 같이 어울려 사는 것이 인간다운 세상입니다.”
이명현 교수는 교육부장관 재임 시절 중·고등학생의 봉사활동 의무 제도를 시행했을 정도로 봉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金墉(김용·49) 박사가 한국인 최초 아이비리그 다트머스대 총장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봉사활동이었어요. 김용 총장은 젊은 시절부터 세계를 다니며 에이즈·말라리아 퇴치 봉사를 하고, 개도국에 구호물자 보내는 활동을 했습니다. 한국계 최초로 미국 워싱턴D.C. 교육감이 된 미셸 리도 교육 봉사활동을 하다 교육감에 임용됐어요. 선진국은 봉사정신을 높게 평가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초구가 자원봉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서초구는 자원봉사 도시의 모범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전국 최초로 장애인 치과 개설
서초구 보건소 한편에 있는 장애인 치과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자폐증 환자가 치료를 못 견뎌 진료대 위에서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의사는 “조금만 참으면 끝나요”라고 환자를 다독이며 치료에 전념했다. 그는 ‘서초를 사랑하는 의사회’ 소속 진료 봉사자다.
1996년 9월에 전국 최초로 개소한 서초구 장애인 치과는 복지카드를 소지한 장애인은 누구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서초구민이 아니더라도 전화 또는 직접 방문 예약을 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서초를 사랑하는 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봉사하고 있으며 현재 15명 안팎의 자원봉사의료진과 주 1회 서초구 치과의사회의 협조로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서초구 장애인 치과는 서초에 사는 기초생활수급 장애인을 대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보철 치료를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서초구청 보건위생과 全七秀(전칠수·56) 과장은 서초구 장애인 치과가 처음 생길 때의 상황을 이렇게 떠올렸다.
“우리나라 치과의사 면허 4호인 故(고) 기창억 박사가 ‘장애인 치과’를 만들자고 서초구에 제의했습니다. 장애인들은 구강 관리가 잘 안돼 치아 상태가 나쁜 경우가 많아요. 환경이 열악해 치료를 못 받는 일이 있으면 안된다는 취지에서 서초구에서 전국 최초로 장애인 치과를 만들게 됐습니다.”
전칠수 과장은 장애인 치과를 개소한 이듬해 치과의사 총회에 참석하여 서초구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의사들에게 장애인 치과에 대해 설명했다. 다시 전 과장의 얘기.
“장애인 치과에서 봉사할 시간에 일반 병원에서 진료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의사들인데 오히려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장애인 치과 진료가 있는 날에는 병원 문 닫고 봉사 오는 분까지 있어요. 모두 사명감이 대단해요. 저는 이때 ‘서초구에 좋은 분들이 많구나. 세상이 의외로 따뜻하구나. 서초구가 정말 봉사 문화가 잘 정착된 지역이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서초구는 장애인 환자의 원활한 진료를 위해 區(구) 보건소에 특수진료대와 수송 차량을 새로 들여오고, 장애인 전용 치위생사도 채용했다. 서초구 보건소는 기부금과 구청 지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 과장은 장애인 치과 내부 시설과 상패들을 보여주며 “1999년 첫 진료를 시작한 이래 현재 진료 횟수 3만 건이 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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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에 사는 저명인사들이 자원봉사 활동에 나섰다. 오른쪽 첫 번째가 가수 김세환씨, 가운데가 박성중 구청장이다. |
의료 봉사에 나선 의사들
서초구는 장애인 치과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과 외국인을 위한 야간진료센터를 지난 200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의료지원과 金貞一(김정일·49) 의무팀장의 설명이다.
“서초구 보건소 1층 진료실에 마련된 야간진료센터는 일반 의원이 문을 닫는 야간에 운영됩니다. 처방전이 필요하거나 감기, 복통 등 비응급 증상으로 진료를 받고 싶을 때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김 팀장은 기억에 남는 환자 사례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한○○씨가 달구어진 다리미에 데어 화상을 입은 채 방문했어요. 한씨는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기에 상처가 컸어요.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한씨 부모는 서초구 야간진료센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한씨는 무사히 치료를 받고 귀가했습니다.”
- 한씨 같은 사례가 많은가요?
“네, 진료센터에 있다 보면 사연을 가진 사람을 많이 접하게 돼요. 서초구뿐만 아니라, 제주도와 경남 창원에서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도 있었어요. 잘 치료받고 보건소를 나서는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해요. 받는 사람도 좋지만 주는 사람이 더 좋은 것이 봉사라는 걸 매번 느낍니다. 서로에게 기쁨을 주고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봉사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야간진료센터는 현재 12개 분야 25명의 의사가 진료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무이며 월~금요일은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다. 기본료로 1100원을 받지만 생활보호대상자는 무료다. 매월 둘째 주 금요일에는 의료 혜택을 받기 힘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외국인 무료 야간 진료가 실시된다. 김정일 팀장은 “주로 在中(재중) 동포가 방문하고 있으며 인도적 차원에서 서초구에 살지 않더라도 진료를 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성숙한 봉사 문화를 확산하는 선도적 센터 파이팅!”
서초구 자원봉사센터 직원들은 매일 아침마다 이 구호를 외친다. 尹英美(윤영미·30) 기획홍보 담당자는 “업무량이 많아 일만 하다 끝나는 경우가 있을까 봐 구호를 외치며 비전을 가슴에 새긴다”고 말했다.
1년 365일을 자원봉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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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공무원 부인들로 구성된 장미봉사단이 된장 담그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
서초구는 전국 최초로 자원봉사 전문 NGO에 위탁해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초구 자원봉사센터는 2006년에 행정자치부 평가 ‘우수자원봉사센터’로 선정됐다. 센터 측은 “자원봉사를 원하는 사람과 받고 싶은 사람을 연결해 관리하는 것이 큰 역할”이라며 “자원봉사의 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봉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한다”고 말했다. 윤영미씨의 설명이다.
“청소년 시기 자원봉사 경험이 시간 때우기 식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흥미롭고 다양한 봉사활동을 마련했어요. 예를 들어 서초 금요 문화마당 봉사는 금요일마다 열리는 음악회의 안내 역할을 맡으며 봉사 경험과 함께 음악 소양도 쌓을 수 있습니다. 청소년 자원봉사 한마당은 봉사기관들의 프로그램을 함께 소개하는 자리예요. 학생이 여러 종류의 봉사를 접하며 자신과 맞는 봉사활동이 어떤 건지 찾을 수 있어요.”
서초구자원봉사센터는 인터넷 홈페이지(www.seocho.or.kr)를 통해 자원봉사 활동처와 봉사자 모집소식, 봉사 일감을 안내하고 있다. 또 ‘신난다 자원봉사’라는 소식지를 격월로 출간, 구내 학교와 동사무소에 비치해 봉사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했다. 자원봉사와 관련해 상담을 원한다면 국번 없이 1365를 누르거나, 02-573-9252번으로 문의하면 된다. 상담 전화번호 1365는 ‘1년 365일 자원봉사와 함께한다’란 의미라고 한다.
서초구 자원봉사센터에는 청소년 자원봉사 담당 상담원이 있어 봉사 길잡이 역할을 해 준다. 이 센터 金賢淑(김현숙·57) 소장은 “다른 지역에 비해 서초구민은 봉사에 관심이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센터에는 전국 최초로 봉사 전문 상담팀이 있어요. 자원봉사는 처음의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참가자가 지속적으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도록 센터가 도와줍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봉사를 원하는 서초구민 누구에게나 센터 문이 열려있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
서초구 내 직장인들에게도 봉사는 낯설지 않다. 서초구 자원봉사센터는 작년 12월 ‘서초구 자원봉사 송년회’를 추진했다. 현대제철 임직원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시각장애인과 함께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드는 봉사를 하며 송년회를 가졌다.
현대제철 고선정 대리는 “종무식은 저녁 한 끼 정도로 가볍게 마무리했다”며 “자원봉사를 통해 나눔을 경험하는 송년회가 진짜 송년회”라고 말했다. 서초구는 도시형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개발해 직장인들이 부담 없이 봉사에 참여하는 장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김현숙 소장의 설명이다.
“서초구에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는 구민이 많아 남과 더불어 사는 것을 모르는 지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서초구는 나눔을 실천하는 활동에 적극적입니다. 사회적·경제적 지위에 걸맞은 도덕적 의무에도 충실해요. 그 예가 서초구 저명인사들의 자원봉사 모임입니다.”
김현숙 소장은 2006년부터 매월 넷째 주 금요일마다 장애아동과 독거노인을 위해 봉사하는 서초지역 사회저명인사 봉사단을 소개했다.
高承德(고승덕·52) 의원(변호사), 金永模(김영모·56) 대한제과협회장, 金容培(김용배·52) 전 예술의전당 사장, 金鎬城(김호성·63) 전 서울교대 총장, 李明賢(이명현·68) 서울대 명예교수, 李容勳(이용훈·67) 대법원장 등이 회원이다. 저명인사 봉사단은 올해 초 ‘나눔이 즐거운 서초 리더’로 명칭을 바꾸었다. 나눔이 즐거운 서초 리더 단장 김호성 전 총장은 당시 “저명인사뿐 아니라 서초구민이라면 누구나, 더 나아가 전 국민이 함께 즐거운 봉사를 실천하는 리더가 되자는 의미로 단체 이름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자원봉사자를 위한 축제도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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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 3동 주민들이 자원봉사 계획에 대해 회의하고 있다. |
서초구는 매년 자원봉사축제인 ‘서초 V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서초구 자원봉사센터 신은희 과장은 “자원봉사자를 뜻하는 단어 Volunteer의 ‘V’를 따온 이 행사는 한 해 동안 열심히 활동한 자원봉사자들을 위로하고 축하하며 연말을 즐겁게 마무리하는 한마당”이라고 설명했다. 서초구민에게 자원봉사는 일이나 수고가 아닌 ‘축제’인 것이다.
서초 V 페스티벌에서는 우수 봉사자 시상과 그동안의 봉사활동을 마무리하며 봉사를 하나의 문화로 만드는 공간을 제공한다. 자원봉사 특별구로 처음 선포된 2006년에는 ‘자원봉사자가 이 시대의 진정한 삶의 모델’이란 주제로 서초 V 페스티벌이 자원봉사 패션쇼처럼 열려 큰 호응을 얻었다.
당시 서초 V 페스티벌 기획에 참여한 이명현 서울대 명예교수는 “세계 각 분야의 명사를 자원봉사 모델로 초청하고 축하공연을 기획해 자원봉사를 누구나 친근하고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2007년에는 ‘자원봉사자가 이 시대의 진정한 스타’란 취지로 서초 V 페스티벌이 영화제 시상식으로, 2008년에는 콘서트 형식으로 개최됐다. 서초구에 사는 가수 金世煥(김세환), 배우 兪知仁(유지인)씨, 李惠焄(이혜훈·45) 의원 등이 참석했다. 올해는 10월쯤에 서초 V 페스티벌이 열릴 예정이다.
작년 서초 V 페스티벌에서 청소년 부문 봉사상을 받은 동덕여고 3학년 羅素辰(나소진·18)양은 자원봉사에 대한 소감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초구 자원봉사센터와 학교에서 봉사 정보를 잘 알려줘 많은 도움이 됐어요. 자원봉사를 유도하는 서초구 분위기도 참 좋았어요. 저는 꽃동네, 점자도서관 등에서 300시간 가까이 봉사를 했는데 이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했어요.
지난 3월 13일 서초구청에서 ‘2009 서초 자원봉사설명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朴成重(박성중·51) 서초구청장은 “서초구는 올해를 성숙한 자원봉사 문화 정착 원년의 해로 삼겠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이 말하는 ‘성숙한 자원봉사문화 정착 원년의 해’란 자원봉사의 3대 원칙인 무보수성, 공익성, 자발성을 지켜 가자는 의미다. 봉사를 할 때 대가를 바라거나 시간을 채우는 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서초구는 온라인 자원봉사 관리강화를 위한 e-뉴스레터 발간, 자원봉사전문가와 주민이 함께 봉사에 대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월요나눔포럼 등을 추진하고 있다.
▣ 서민들을 위한 서초토요벼룩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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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토요벼룩시장(위), 영어로 진행되는 어린이 청소년 벼룩시장의 모습(아래). |
“새것과 다름없는 운동화 보고 가세요”, “많이 사면 물건값 깎아 드려요”
서초토요벼룩시장은 토요일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물건을 팔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장사진이었다. 돗자리 위에 물건을 주섬주섬 놓고, 곳곳에서 가격흥정이 벌어지고 있었다.
매주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양재역과 서초구청 광장에서는 ‘서초토요벼룩시장’이 열린다. 신발, 옷가지, 그릇 등 새것과 다름없는 물건들이 저렴한 값에 판매되고 있었다. 2년 넘게 서초토요벼룩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趙道心(조도심·59)씨는 작업복과 운동화를 가지런히 정렬하고 있었다. 조씨는 “사람 사는 구경도 하고, 물건도 재활용할 수 있어 참 좋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서초토요벼룩시장은 IMF 외환위기를 자원 재활용을 통해 극복하자는 취지로 1998년에 처음 시작됐다. 비 오는 날과 법정 공휴일에는 休場(휴장)하며 10년 넘게 지속될 정도로 호응이 좋은 행사다. 1가구 1자리가 원칙이며 재활용품만 판매할 수 있다.
매월 둘째 주 또는 넷째 주 토요일 서초토요벼룩시장 안에서는 어린이·청소년 벼룩시장도 열린다. 이 벼룩시장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원어민 봉사자에 의해 영어로 물건을 사고파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벼룩시장의 판매 수익금 일부는 자원봉사단체나 불우이웃돕기 단체에 기부된다.
▣ 구청 마당에서 농특산물 직거래 장터 열려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과 금요일 서초구청 앞마당에서는 시골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장마당이 펼쳐진다. 서초장이 열리는 구청 앞마당 모습은 1970~80년대로 돌아간 듯하다. 장터 곳곳에서 “금방 캔 고사리예요, 젓갈 한 번 맛보고 가세요”라는 소리가 들렸다. 손님과 상인들이 서로 고향 소식을 주고받는 모습도 보였다. 고구마, 나물, 고사리, 더덕 등 밭에서 갓 수확한 듯한 물건들이 지나가는 이의 시선을 붙잡는다.
서초구와 자매결연을 한 9개도 18개 시·군의 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농·수·축산물과 지역 특산물을 서초장에서 판매한다. 중간 경로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기 때문에 서초장에서 파는 물건은 시중가보다 20%나 저렴하다. 품질 좋고 신선한 물건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서초장을 애용하고 있다.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열리는 정기 서초장날 외에 설, 정월대보름, 추석을 맞아 수시 서초장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