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계산 전망대에서 시가지를 내려다보고 있는 시민들.
기후변화에 따른 도시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이 자리에서 영국 런던시는 2층 버스 8300대를 하이브리드차와 수소자동차로 교체한다고 발표했고, 독일 프라이부르크시는 2010년까지 태양광발전과 자전거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우리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일환으로 서울시의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투자와 자전거 도로를 확대하겠다는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서초구도 청계산과 우면산, 서리풀공원 등을 정비해 친환경적인 휴식공간을 조성하고 ‘녹색보행 네트워크’를 만들어 단절된 녹지 축을 잇는 등 건강도시로의 역할을 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강에서 걸어서 우면산, 청계산까지
서초구는 한강에서 청계산, 한강에서 우면산까지 보행 길을 잇는 ‘녹색보행 네트워크’ 사업을 진행 중이다. 녹색보행 네트워크란 ▲한강시민공원~경부고속도로변~청계산 ▲한강~반포천~서리풀공원~우면산 ▲동작대로~한남대교 구간의 끊어진 步道(보도)를 잇고 훼손된 녹지공간을 복원해 총 28.5km의 숲길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한강시민공원을 출발점으로 올림픽대로변에서 경부고속도로변을 따라 청계산까지 이어지는 보행길 18.5km는 오는 10월까지 23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조성될 예정이다. 또 한강에서 반포천과 서리풀공원을 지나 우면산까지 이어지는 6km 보행 길과 동작대교에서 한남대교로 이어지는 올림픽대로변 산책로 4km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
필자는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신반포아파트 뒤쪽 올림픽대로 산책로를 걸어 보았다. 이 산책로는 반포 주공아파트 단지, 신반포아파트와 접하고 있어 지역 주민들의 이용률이 높지만 아파트의 담장 등으로 산책로가 단절되거나 각종 시설물 때문에 돌아가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올림픽대로변의 산책로 가로수는 8m 一列(일렬) 방식의 기존 가로수와는 달리 二列(이열) 방식과 多層(다층) 식으로 정비됐다. 성인 3~4명이 겨우 걸을 수 있는 정도(약 3m)로 길의 폭이 좁아 기존의 가로수 대신 키가 작은 나무와 색색의 야생 화초류 등을 심은 것도 다른 녹지 길과의 차이점이다.
또 장애인과 노약자, 임산부 등을 고려해 보도의 턱을 없애고 계단 대신 경사로를 조성하는 설계 기법을 도입했다. 주변 녹지와 접한 곳은 아스팔트를 없애고 황토로 포장할 계획이다. 서초구청의 녹색보행 네트워크 담당자 안봉환씨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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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수풀로 우거진 청계산의 숲길을 걷고 있다. |
“녹색 산책로 조성사업은 관리가 중요합니다. 구청에서 꾸준히 가지치기와 잡초 뽑기 작업을 하고 있는데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관리 역시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주민들이 노숙자나 외부인이 시설물을 더럽히면 구청과 근처 경비실에 알리고 길도 직접 청소합니다.”
한강시민공원에서 청계산으로 이어지는 길 중 경부고속도로변의 한남대교~주홍교 구간에는 일반 도로와의 교차로 인해 여러 군데에 단절이 생겼다. 현재 경부고속도로 아래로 지나가는 사임당길과 서초로 등에 의해 총 10개 구간의 길이 끊어져 있다. 녹색보행 네트워크가 완성되면 단절된 구간에 보행 가교를 설치해 단숨에 이동할 수 있게 되며 양재천과 여의천 물길을 따라 청계산까지 걸어갈 수 있게 된다.
한강에서 반포천, 서리풀공원을 거쳐 우면산까지 이어지는 6km 구간의 녹지 중심축은 반포4동에 있는 서리풀공원이다. 서초구는 서리풀공원의 단절된 녹지를 잇고 무분별하게 개발된 경작지를 복원하는 ‘서리풀공원 업그레이드’ 사업을 오는 10월까지 59억원의 예산을 들여 진행한다. 녹색길이 복원되고, 반포동 산59-1번지 일대에는 ‘그린아트 보도교’가 건설된다. 폭 3.5m, 길이 80m로 지상 22m 높이에 세워지는 그린아트 보도교는 市費(시비) 15억원과 區費(구비) 34억원 등 총 49억원을 들여 오는 10월에 완공된다. 그린아트 보도교가 만들어지면 동쪽의 서리풀공원과 서쪽의 몽마르뜨르 공원이 연결돼 반포로 양쪽으로 단절됐던 녹지 축이 이어진다.
이 다리는 누에를 형상화하는 등 디자인에도 많은 비중을 뒀다. 대법원과 검찰청 등 인근 법조타운의 특성을 반영해 절개의 상징인 대나무로 랜드마크를 만든다. 보도교 상단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설치해 밤에는 야경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서초구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사업에 필요한 일부 자재를 주민들의 기증을 받았다. 서초구가 주민들로부터 기증받은 자재로는 계단목 790개, 안전기둥 260개, 산단풍과 복자기 나무 등의 수목 800주, 각종 운동기구 30점과 벤치 20점 등이 있다. 기증된 나무 800그루는 몽마르뜨르 공원 일대에 심어 ‘주민 참여의 숲’을 조성할 예정이며, 기증한 시민이 직접 植栽(식재)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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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민들이 시민의 숲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전체 면적 중 60%가 녹지인 서초구에는 도시 곳곳에 녹색 보행길과 자연 속의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다. |
청계산 엘레강스 프로젝트
서초구는 2006년부터 ‘청계산 엘레강스 프로젝트’를 통해 등산로 정비와 쉼터 조성, 공휴일 무료 셔틀버스 운영 등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1단계씩 총 4단계로 구성된 이 사업은 등산로변 야생화단지와 숲 속 그린샤워장 등의 조성이 끝나는 올해 마무리된다. 우면산도 불필요한 운동 시설을 없애고 쉼터·약수터 주변·계단목 등을 정비하면서 주민들이 더 편하게 산을 오를 수 있도록 했다.
휴일 10만명 등 연간 500만명의 시민이 찾는다는 청계산은 주중 오후 시간에도 산을 오르는 사람이 많았다. 산 입구에는 골프장 클럽하우스 입구에서 볼 수 있는 에어건(Air Gun)이 마련돼 있는데, 여러 사람이 총 모양의 공기 분사기를 눌러 신발의 흙과 먼지를 떨어내고 있었다. 에어건은 서초구 지역 주민이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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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618m)에는 연간 500만명의 사람들이 다녀간다. |
청계산 곳곳에는 ‘청계산을 사랑하는 서초구민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2006년 1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1891개의 계단목이 설치됐는데, 그중 1628개를 616명의 주민이 기증했다. 계단목 구매와 설치, 쉼터조성 등 1단계 전체 사업에 쓰인 3억7000만원 중 1억7500만원을 주민이 기증했고 현대백화점이 4500만원을 기증해 쉼터조성을 도왔다.
계단목 하나하나에는 시민 616명의 사연이 담긴 문구와 기부한 단체, 개인의 이름이 순서대로 붙어 있다. ‘청계산을 푸르게 더 푸르게’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살자’ ‘청계산이 있어 행복합니다’ ‘우리 손녀 딸 사랑해요. 할머니가’ ‘저희 결혼해요!’ 등 계단목을 밟으면서 사연 가득한 문구를 하나하나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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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산책길을 걷고있는 등산객들. |
청계산을 오르는 길의 양쪽 옆 곳곳에는 꽃이 심어져 있다. 한 평 남짓한 공간에 꽃을 심고, 꽃 가운데에 팻말을 꽂아 이름을 적어 뒀다. 알록달록한 꽃이 있으면 가까이 다가가 이름을 확인하면서 산을 올랐다.
서초구는 1400m의 진달래능선에 2단계와 3단계 사업 때 각각 진달래 3000주와 5000주를 심었다. 진달래능선 입구에는 ‘이 능선은 아름다운 진달래가 생육하고 있는 곳으로서 2007년부터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진달래능선입니다.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즐거운 산행 하시기 바랍니다’라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꽃이 피는 4월에는 길을 따라 진달래꽃이 진분홍빛으로 만발한다. 또 산불 방지를 위해 진달래능선과 공중전화 쉼터에는 CCTV가 설치돼 있다. 산행을 시작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나 목을 축이고자 ‘산토끼 옹달샘’에 잠시 머물렀다. 약수터 주변 의자에서 쉬고 있던 아주머니들이 “물 참 시원하다”며 약수터 앞에 세워진 표지판에서 1급수임을 확인하고 있었다.
서초구는 올해 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청계산의 어둔골과 원터골 약수터 등 노후 약수터를 정비한다. 그 외에도 원터골 등산로 입구와 산토끼 옹달샘 등의 등산로 주변에 야생화를 심고 원터골과 청계골의 낡은 시설 보수, 등산로 계단목과 안내시설 등도 정비할 계획이다. 청계산 매봉에 설치된 전망데크는 ‘서울시 우수경관 조망 명소’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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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엘레강스 프로젝트’ 1단계 사업 때 주민참여로 제작된 계단목 1700여 개가 산토끼 옹달샘에서 헬기장 간 859m 등산로에 설치됐다. |
우면산의 소망탑 전망대도 청계산과 함께 우수경관 조망명소로 선정돼 낮에는 반포대교를 건너 한강과 북한산까지 서울 전역을, 밤에는 예술의전당 주변과 빌딩의 화려한 야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우면산을 오른 지 40여 분 만에 정상인 소망탑 전망대에 도착했다. 조망 파노라마 뒤쪽 의자에 앉아 쉬는 등산객 10여 명이 있었다. 깔딱고개를 막 올라와서 숨을 고르고 있는 40대 중반의 여성에게 “우면산에 자주 오시냐”고 물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산에 올라요. 집에서 우면산까지 걸어오는 데 30분 정도밖에 안 걸려 자주 옵니다. 계단목이나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어 등산화를 신지 않고 평상복 차림으로 슬슬 걸어올 수 있으니 좋죠. 오늘도 아이들 학교 보내고 왔어요.”
함께 산을 오른 다른 여성은 가방에 담아 온 과일을 꺼내 필자에게도 하나 먹으라고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우면산을 내려가면 바로 앞에 예술의전당이 있잖아요. 산에 왔다가 내려가는 길에 예술의전당에 들러서 춤추는 분수를 구경하기도 합니다. 문화 공간이 산과 연결되어 있어서 좋습니다. 반대로 예술의전당에 와서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쉬엄쉬엄 산에 오를 수도 있어요. 산에서 내려가는 길목에는 대성사 등 문화 휴식 공간이 많습니다.”
서초구는 2007년에 우면산 정비를 마쳤다. 소망탑 전망대를 비롯해 등산로의 돌계단과 노후 안내간판 정리, 야생화인 비비추 400본을 심어서 범바위 입구를 전면 정비했다. 정자를 설치하고 생태연못을 조성했으며, 약수터 정비와 계단목, 토사유출 목책 등도 설치했다.
생태하천 양재천 따라 문화 예술 거리 조성
양재천도 생태하천으로 복원돼 서울의 명소가 됐다. 매년 여름방학이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수생식물과 물고기를 관찰할 수 있는 생태학습장을 운영한다. 지난 5월 20일에는 매헌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영동1교 북단 둔치인 양재천 고향논 일대에서 모내기 행사에 참여했다.
오후 2시가 조금 지난 시간, 10여 명의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영동1교에서 2교 사이의 자전거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서초구는 ‘양재천 업그레이드 사업’을 통해 총 1820m 자전거 도로의 폭을 3m에서 4m로 정비했고, 자전거 이용자와 산책하는 사람 등이 함께 사용했던 길을 자전거도로와 도보로 구분했다.
자전거도로와 별도로 만들어진 산책로는 조깅 및 걷기 운동에 적합한 고무칩 재질로 조성됐다. 또 길 곳곳을 사면녹화하고 계절별로 다양한 꽃을 심어 사계절 내내 산책을 하면서 꽃을 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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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1교~2교 사이에 설치된 자전거 도로. |
양재천 정비사업은 강남구가 영동2교에서 6교 구간을 먼저 시작했다. 서초구는 강남구 정비 사업에서 부족했던 조경 사업 등을 보완해 추진 중이다. 2007년 12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진행된 1차 사업에서는 총 23억6000만원을 들여 아이리스원과 고향원을 조성하고 둔치녹화와 사면녹화 사업 등을 진행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아이리스원에는 꽃창포와 붓꽃 등 8종의 꽃 14만5900본이 심어져 있으며 영동1교 부근의 물놀이장 주변에는 느티나무와 왕벚나무, 회양목 등이 주변을 장식하고 있다. 서초구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양재천 업그레이드 사업은 공학적 설계가 아니라 친환경적인 설계를 도입했습니다. 서초구청 녹지과에서는 양재천 주변의 주요 수종으로 침수 시험을 하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수종을 선택했습니다. 작년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양재천 주변이 침수됐었는데 현재 주변 수종들이 거의 복원됐습니다.”
서초구는 양재천 영동1~2교 구간에 친환경 보안등인 ‘하이브리드 태양광 LED 보안등’ 21개를 설치, 일조량이 많은 날에는 태양광을 이용하고 새벽이나 날씨가 흐릴 때는 기존의 전기 에너지를 활용한다. 보안등의 밝기는 2배 밝아졌지만 전력사용량은 기존의 20%이다. 서초구 측은 “이를 통해 연간 8000Kwh의 전력사용을 절감, 3400kg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재천의 가장 큰 변신은 2007년에 영동1교와 시민의숲 사이 둔치에 조성된 양재천 야외수영장이다. 양재천 야외수영장을 찾는 입장객은 하루 평균 1500명, 공휴일에는 하루 최대 4000여 명이 다녀간다. 작년에는 5만6400명이 양재천 수영장을 이용, 2억400만원의 수익을 냈다.
양재천 야외수영장에는 폭 13.2m, 길이 50m의 국제 규격 성인풀장과 직경 10m의 원형 유아풀장 2개가 마련돼 있고 유아용 워터슬라이드와 샤워시설 등이 마련돼 있다. 야외수영장의 한쪽으로는 양재천이 흐르고, 시민의숲이 근처에 자리 잡고 있어 자연경관을 즐기며 수영할 수 있다. 겨울이 되면 수영장을 빙판으로 만들어 스케이트장으로도 사용된다. 올해는 6월 22일부터 8월 30일까지 70일 동안 개장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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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 영동2교 아래의 하천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웃고 있다. |
양재1동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양재행복음악회’ 모임에서는 매년 두세 차례 양재천 수변 무대에서 서초구에 거주하는 연예인들을 주축으로 콘서트를 개최한다. 2006년 11월에 처음 열린 이래 작년까지 총 6회의 콘서트가 열렸다.
초청 가수를 부르거나 행사에 사용되는 비용은 양재행복음악회 측에서 마련하고 구에서는 장소 등을 후원하고 있다. 양재행복음악회 모임은 회장 이하수씨를 비롯한 15명의 양재동 주민이 참여하고 있다.
영동1교에서 양재천을 따라 걷다 보면 20여 개의 와인바와 카페 등이 나타난다. 해질녘 데이트를 하는 연인과 식사를 하러 나온 가족들이 양재천변의 와인바 거리를 찾는다. 저녁 때뿐 아니라 점심식사 후 카페에서 커피나 음료를 사서 근처 공원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다.
서초구는 올해부터 2011년까지는 영동1교와 2교 사이의 와인바 거리를 15억원의 예산을 들여 ‘연인의 거리’로 특성화하고 보행환경 개선작업을 할 예정이다.
해충 득실대던 버려진 땅이 종합운동장으로
필자가 반포2동 반포유수지 내 반포종합운동장을 찾은 5월 28일, 서초구 11개의 고등학교가 이곳에 모여서 체육대회를 열고 있었다.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하고, 트랙을 걸으며 운동을 하는 주민들도 보였다. 반포운동장에는 매년 2만여 명이 참석하는 서초구민 체육대회를 비롯해 서초행복 마라톤 등 행사가 진행되며 하루 평균 1500명, 연평균 18만명이 이용한다.
반포종합운동장은 해충과 악취로 혐오 대상이었던 반포유수지가 새롭게 개발된 것이다. 반포유수지는 집중호우 때 범람하는 빗물을 가두기 위해 조성됐지만 한강개발과 방배동 일대의 치수 관개 사업이 정비된 후에는 잡초가 무성한 뻘로 변해 각종 해충이 번식하고 악취가 진동하면서 골칫거리가 됐다.
서초구는 1997년부터 9년 동안 총 85억2700만원을 투입하여 반포유수지 총 1만7000여 평에 축구장과 씨름장, 농구장 4면, 테니스장 8면, 족구장 2면, 인라인 스케이트 트랙과 자전거 트랙 등의 체육시설을 갖춘 운동장을 조성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이용할 수 있도록 특수재질의 천막을 이용해 실내 배드민턴장을 만들고 테니스장 바닥은 클레이(점토) 코트로 바꿔 관절에 무리가 없게 했다. 최근에는 야간 사용자들을 위해 조명탑과 조명등을 설치하는 등 꾸준한 보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테니스를 치고 있던 주민들에게 반포종합운동장을 찾는 이유를 묻자 “사용료가 저렴해서” “집에서 가깝기 때문에” “시설 관리가 잘돼 있어서” 등의 답이 돌아왔다. 테니스장 사용 요금은 시간당 주중 4000원, 주말 6000원으로 다른 곳의 사용료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가격이다. 서초구 테니스클럽 동호회인 ‘하우회’의 총무 李惠京(이혜경·51)씨의 설명이다.
“운동장에 테니스장이 만들어지고 나서 매주 화·목요일 회원들과 모여서 이용하고 있습니다. 서초구에는 테니스 동호회가 30~40개 정도 있어요. 구에서 만든 체육시설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커뮤니티가 이뤄지고 있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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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종합운동장에서 테니스 경기를 하며 친목을 도모하는 주민들. |
반포종합운동장 인근에는 반포주공과 미도아파트 단지 등이 있어 지역 주민들의 운동장 사용이 활발하다. 동행했던 서초구청 생활운동과 김종수 스포츠팀장은 “반포 래미안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더 많은 사람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포종합운동장을 나오면 반포천 생태 녹지축 사업으로 조성한 ‘반포천 워킹코스’도 있다. 강남성모병원 사거리에서 동작역까지 약 2.2km, 폭 3m로 만들어진 워킹코스는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와 연결된다. 산책로 바닥재는 천연고무 재질로 돼 있어 주부들과 노인들의 운동에도 무리가 가지 않아 이용도가 높다.
산책로 곳곳에 환경 해설판 등 식생정보와 관찰데크를 설치했고, 조만간 녹음체험길 생태복원길 등 생태환경 체험공간도 제공될 예정이다.
육체건강, 마음건강 추구하는 서초구민 체육센터
서초구 체육센터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반포동 반포근린공원 내의 서초구민체육센터는 지역 주민의 건강뿐만 아니라 장애우와 비만아의 체육교실·스포츠 바우처 등 지역사회 환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녹색가게도 운영하고 있다.
지하 2층, 지상 3층인 서초구민체육센터는 1994년 개장해 하루 평균 3500여 명의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라켓볼장과 수영장·에어로빅장·유도장 등의 체육시설과 독서실 같은 학습 공간도 마련돼 있다.
서초구민체육센터에서는 지역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장학 사업을 진행한다. ‘녹색가게 장학회’와 ‘어머니클럽 장학회’에서 학교장과 체육센터 회원의 추천을 받은 대학생 1명과 고등학생 2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서초구민체육센터 지하 1층에 위치한 녹색가게는 서초구 자원봉사자들이 재활용품을 판매하는 상설 매장이다. 세 평 남짓한 작은 가게 안에 옷가지들과 신발 등이 벽과 옷걸이 등에 걸려 있었다. 자원봉사자 崔美絃(최미현·52)씨는 “딸 아이가 반포초등학교에 다닐 때 서초구민체육센터에 녹색가게가 생겼다고 해서 운동하러 왔다가 자주 들렀는데, 지금은 자원봉사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스포츠 바우처(voucher)’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바우처란 정부가 특정 수혜자의 복지 서비스를 위한 비용을 보조하기 위해 지불을 보증하는 제도다. 저소득층 학생들은 전표를 갖고 서초구민체육센터의 전 종목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데, 현재 10~20명의 학생이 스포츠 바우처를 통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또 장애 청소년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장애우 수영교실’과 ‘장애우 무료 라켓볼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무료 라켓볼교실은 서초생활체육협의회와 함께 진행 중인 프로그램으로, 일주일에 세 차례 장애우를 지도한다.
2006년 개관된 언남문화체육센터는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양재2동에 있는 언남중·고등학교 안에 만들어졌다. 건립비용 185억5000만원 중 서초구가 152억5000만원, 교육청이 33억원을 투자했다.
전체 공간 중 주민 전용 공간은 3개 층이고, 주민과 학교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은 3개 층, 나머지 3개 층은 학생 전용 공간이다. 지상 2층과 3층의 학교 급식식당과 정보도서관, 지상 6층의 컴퓨터실과 어학실·멀티미디어실은 학교 수업시간에 이용할 수 있게 했다. 7층 음악실은 학교 수업시간 외에는 주민들도 사용 가능하다.
학교 잔디구장 아래 위치한 지하주차장도 주민과 학교가 함께 사용한다. 191대가 주차할 수 있는 규모인데, 문화체육센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전체의 30% 정도다. 나머지는 지역 주민들과 학교에서 사용한다.
이 센터의 1층 헬스장에는 벽에 산소 발생기를 설치해 실내 분위기가 쾌적하다. 실내수영장을 비롯해 에어로빅과 체조·요가 등의 강의실도 마련돼 있다.
이 밖에도 서초구에는 잠원스포츠파크, 양재근린공원 인조잔디축구장, 방배배수지 체육시설 등 공공체육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서초구는 지난해 11월 26일 환경부가 주최한 ‘제3회 환경관리우수자치단체(그린시티)’에서 환경부장관상을 받았다.
[이것이 궁금하다]
▣ 新가지치기 공법 도입한 서초구

서초구는 작년 1월부터 반포로와 서초로, 방배로, 사평로 등 관내 41개 도로에 있는 7744그루의 플라타너스를 높이 12m로 통일하고 잔가지를 정리해 우산모양으로 가지치기하고 있다.
이번 사업을 위해 전국 최초로 전문가를 포함한 가지치기를 통해 나무모양을 다듬는 剪枝(전지) 작업팀이 구성됐고 공원녹지과장과 팀장 등은 전지 기술이 뛰어난 일본 도쿄를 방문하여 가로수 관리 방법과 현장 전지 모습을 견학하고 왔다.
플라타너스는 가로수의 대명사로 공기정화 능력이 뛰어나지만 너무 크게 자라서 주변의 건물과 안내간판 등을 가리고 꽃가루를 날려 눈병을 유발하는 등의 단점이 있다. 그래서 가로수 수종을 버즘나무 등으로 교체하라는 주민들의 건의가 있었다.
서초구는 플라타너스 자리에 다른 수종의 가로수를 심으려면 그루당 200만원 정도가 소요될뿐더러 30년 이상 된 플라타너스를 함부로 뽑을 수 없다고 판단, 기존 가로수의 특성과 미관을 고려한 가지치기 방법을 도입하기로 했다. 수목 전문가와 실무자 등과 수차례 워크숍을 개최하고 플라타너스를 잘 가꿔서 멋진 경관을 조성한 외국 대도시를 벤치마킹하는 등 의견을 모았다.
이쌍홍 공원녹지과장은 “가지치기를 시행한 지 2년밖에 안됐지만 4~5년 후 정도면 우리가 벤치마킹한 도쿄이나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처럼 주변 건물의 시야도 확보되고 도로 전체가 정돈되는 등 멋진 경관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