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별책부록
  1. 2009년 7월호

가상의 취업 준비생 ‘김군’이 본 기업 도시 서초구

대한민국 먹여 살리는 21세기 新곡창지대

金南成   
李玲朱   

  • 기사목록
  • 프린트
[편집자 주]
최근 LG전자 R&D 캠퍼스가 서초구에 입주했다. 이로써 서초구에는 삼성그룹 본사, 현대-기아車 그룹 본사와 R&D 센터를 포함, 국내 ‘빅 3’ 기업 세 곳의 본사와 R&D 센터가 모두 입주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경부고속도로 인근에 자리 잡아, 지방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기업도시로 변모하는 서초구의 모습을 假象(가상)의 취업 준비생 김모군의 시각에서 바라봤다.
  지방 H대 4학년생 김모군은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고속버스 안에서 살짝 잠이 깼다. 바람을 가르던 고속버스가 한순간 멈췄기 때문이다.
 
  ‘아, 서울에 도착했구나.’
 
  시간은 오후 2시를 가리켰다. 김군이 차창 커튼을 젖히자, 햇볕과 함께 서울요금소를 통과해 서울로 들어가려는 긴 차량 행렬이 눈에 들어왔다. 김군이 탄 버스는 요금소를 지나자마자 버스전용차로에 올라, 서초구 반포동 고속버스 터미널로 질주했다.
 
  버스가 분당과 판교 아파트村(촌)을 지나 달래내 고개에 오르자, 서울 강남 일대가 멀리서 펼쳐졌다. 초·중·고와 대학교를 모두 경상도에서 다닌 김군은 서울이, 특히 강남이 낯설었다.
 
  그에게 그나마 낯설지 않은 ‘서울’은 광화문, 명동, 서울시청 일대밖에 없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환호성의 현장이며, 이후 수많은 촛불 집회가 열린 곳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서울에서 모 대기업 직원으로 일했던 그의 아버지 영향도 있다.
 
  그의 아버지는 “점심때 명동, 광화문 일대에는 온통 대기업 배지를 단 직원들로 북적거렸다”며 “너도 졸업하면 그 근처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김군에게 자주 얘기했다.
 
  요새 김군은 ‘아버지 말씀대로 내가 그 근처에서 일할 수 있을까’ 하고 속으로 반문하곤 한다. 경기불황으로 경제 성장률이 사실상 0%로 멈추면서, 취업난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우리 세대가 88만원 세대라고 불릴까.’
 
  88만원 세대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해도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최저 월급 ‘88만원’을 받는 비정규직 신세라는 뜻이다.
 
  이런저런 상념에 잡혀 있는 동안, 그가 타고 있던 버스가 다시 멈췄다. 달래내 고개 위에서부터 양재 IC까지 3.8㎞ 구간에 차량 행렬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던 버스 안에서 김군은 차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버스 우측 멀리서 낯 익은 로고가 보였다.
 
  ‘현대-기아자동차’ 로고였다.
 
 
  [양재동으로 본사 이전 후 승승장구하는 현대-기아車 그룹]
 
  양재동으로 본사 이전 후 매출·순이익 급신장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몇 번 서울을 오가는 동안,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현대-기아차 로고가 이날만큼은 선명하게 눈에 띄었다. 얼마 전 몇몇 대기업 인턴사원 모집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던 탓이다. 그는 ‘인턴사원도 안됐다’는 자괴감으로 힘들어 했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어차피 누구에게나 취업이 어려운 게 88만원 세대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김군은 졸업 후 신문기자가 되고 싶지만, 대기업 중견기업을 가리지 않고 원서를 넣을 계획이다. 1년에 5~6명만 뽑는 신문사 시험에 목을 매다가는 청년 백수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하지만 수백 명을 뽑는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도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기처럼 어렵다.
 
  고속버스가 조금씩 현대-기아차 본사에 다가서자 두 동의 쌍둥이 빌딩이 더욱 크게 느껴져, 그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김군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현대-기아차 본사 건물 기사를 검색해 봤다. 그가 이 회사 본사 홈페이지와 주요 언론 홈페지에서 검색한 내용은 이렇다.
 
  현대-기아차 사옥 두 동은 지상 21층(지하 3층) 높이 108.4m로 연면적이 약 14만8500㎡(약 4만5000평)이다. 외관상 두 동은 크기나 하는 일이 같아 보이지만 실제 차이가 있다. 크기는 2007년 새로 건립된 사옥이 2000년 말 입주한 기존 사옥보다 약 1.8배가량 크다.
 
  구사옥은 현대-기아차와 계열사들의 사무실 역할을 하지만, 신사옥은 사무실뿐만 아니라 주로 R&D 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자동차 반도체 연구실, 전자 개발, 미래 디자인, 차량 품평장 등 최첨단 R&D 시설이 갖춰져 있다. 현대-기아차 그룹의 임직원 약 4000여 명이 이 건물 내에서 일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과거 종로구 계동 사옥에서 서초구 양재동으로 본사를 옮긴 후 급격하게 성장했다. 지난 1999년 18조2310억원이었던 매출 규모가 2001년 22조5051억원, 2002년 24조5658억원으로 늘었고, 2005년에는 27조3837억원, 2008년 약 32조1898억원으로 늘어났다.
 
  당기순이익도 1999년 6693억원에서 이듬해 1조1723억원으로 배 가량 늘었고, 해마다 1조4529억원, 1조7665억원, 1조8041억원을 기록한 뒤 2005년에 2조3146억원을 달성, 처음으로 순이익 2조원 시대를 열었다.
 
 
  지역이 잘되려면 기업이 들어와야
 
  ‘현대-기아차가 본사가 있는 서초구에 내는 세금과 임직원들이 지역에서 쓰는 돈만 해도 상당하겠구나.’
 
  김군은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거제도를 떠올렸다. 김군의 중학교 친구 한 명은 인문계 고등학교를 포기하고 공고에 진학했다. 그 친구는 공고를 졸업하자마자 거제도에 있는 대기업 조선소에 취업해, 현재 8년차 기능직 근로자다.
 
  얼마 전 고향에서 우연히 만난 김군의 친구는 각종 야근수당을 합하면 연봉이 4000만원 이 넘는다고 자랑했다. 하청업체에 다니는 자신의 아내 연봉도 3000만원가량이라고 했다. 당시 김군은 이 친구가 자신에게 허세를 부리는 줄 알았다.
 
  하지만 김군은 집에 배달된 月刊朝鮮 2007년 12월호를 보고 친구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았다. 이날 그는 ‘자신이 괜히 인문계 고등학교에 간 건 아닐까’라는 후회를 처음으로 했다. 月刊朝鮮에 실린 거제시장 인터뷰 기사 가운데 일부다.
 
  <-거제시민들의 소득이 금년에 3만 달러를 돌파하는 겁니까.
 
  “우리 市(시)가 소득 2만 달러를 넘긴 때가 2003년입니다. 2004년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1만4000달러였을 때 우리 시의 소득은 2만2000달러였습니다. 지난해에는 2만5000달러를 돌파했는데 잠정적으로 통계를 내 보니 이미 3만 달러를 넘어섰다고 봅니다. 조선소 인부들의 대졸 초임이 4000만원을 넘습니다. 기능직도 4~5년만 되면 5000만원 이상 됩니다. 지난해 양대 조선사에서 직원들에게 지급된 인건비가 월 2200억원가량 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군의 어머니는 김군 친구의 얘기를 듣고 “거제에서는 개도 1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며 “지역이 잘되려면 무조건 큰 기업이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TOP3 기반 구축 위한 LG전자 양재동 R&D캠퍼스]
 
  양재IC를 약 500m 앞두고 그의 시선은 좌측 창가로 향했다. 현대-기아차 대각선 건너편에는 각종 빌딩이 몰려 있었다. 이마트를 비롯하여 외국계 대형 할인마트인 코스트코(COSTCO), 서울오토 갤러리 등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그 가운데서도 최근에 지은 듯 날렵한 모양의 건물 하나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LG전자’였다.
 
  그는 “LG전자가 언제 本社(본사)를 여의도에서 서초구로 옮겼나”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구미 出身(출신)인 그는 고향에 LG전자 공장이 있어 LG그룹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 왔다. 버스가 거북이 운행으로 느릿느릿 기어가는 동안, 휴대전화로 인터넷 검색을 했다. 공교롭게 그가 사용하는 휴대전화도 이 회사에서 나온 제품이었다.
 
  LG그룹 홈페이지에 들어가자, 이 건물에 대한 정체를 알 수 있었다. LG전자가 지난 3월 19일 언론사에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김군이 본 건물은 LG전자 본사가 아니라 LG전자 R&D 캠퍼스였다. 이 건물과 현대-기아차 R&D 센터의 거리는 직선으로 약 1.5㎞. 업종은 다르지만,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기업의 R&D 센터 두 곳이 불과 10분 거리에 자리 잡았다.
 
양재동 LG전자 R&D 캠퍼스.

  김군은 풍수지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서초구의 풍수지리가 남다르게 좋은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현대-기아차 본사와 LG전자 R&D 캠퍼스 배후에 있는 높은 산(청계산)이 눈에 들어왔다.
 
  김군은 다시 보도자료에 시선을 돌렸다. 김군이 읽고 있는 보도자료는 LG전자 R&D 캠퍼스를 다음과 같이 설명해 놓았다.
 
  <지난 2006년 3월부터 총 2600억원을 투자해 3년 만에 완공한 서초 R&D 캠퍼스는 지상 25층, 지하 5층의 연면적 12만5000여㎡(약 3만8000평) 규모로 3000여 명의 연구인력이 근무하게 된다. 이는 연면적 및 수용인원 기준으로 LG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연구 시설이며, 서울 소재 제반 연구시설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다.
 
  서초 R&D 캠퍼스는 휴대폰, 디지털TV, 멀티미디어(오디오·비디오), 광스토리지 등 첨단제품 분야에서 차세대 핵심기술을 선행 확보한다. 또 디지털 컨버전스(융합) 관련 제품 연구를 통해 LG전자의 새로운 성장엔진을 발굴하는 역할을 중점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이와 함께 역삼동에 위치해 있던 LG전자 디자인센터가 서초 R&D 캠퍼스로 이전함에 따라 R&D와 디자인 부문이 한 건물 안에 공존, 기획단계부터 R&D와 디자인의 결합을 효과적으로 연구, 실행할 수 있게 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올해 R&D 부문에 사상 최대 규모인 3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0년 글로벌 TOP 3에 오르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의미가 있다.>
 
 
  [7년째 전국 할인점 단일 매장 매출액 1위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김군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다, 두 회사 인근에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이 전국 하나로마트 중에서 가장 매출액이 높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한참 주위를 둘러봤지만, 그의 눈에는 코스트코와 이마트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나로마트 양재점은 현대차 바로 옆에 있어 잘 살피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실제 하나로마트를 찾아가는 길은 초행자들에게는 쉽지 않다. 지하철만을 이용해서는 갈 수 없었고, 지하철역에 내려서도 택시를 타고 10분 이상 들어가야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은 ‘단일매장 매출액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경영학 전공인 김군은 양재 하나로마트의 입지조건에도 불구하고 단일 점포 매출액 1위를 한다는 게 의아했다. 유통업에서 농산물을 판매하는 직영점을 열 때, 가장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가 접근성과 교통이라는 건 상식이기 때문이다.
 
하나로마트 양재점 내부.

  김군은 문득 생각난 게 있어, 자신의 가방을 열었다. 그는 사흘 전인 6월 20일에 배달된 月刊朝鮮 2009년 7월호 부록을 꺼냈다. 부록의 제목은 ‘서초구’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살펴보니,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관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김군이 읽은 7월호 부록의 하나로마트 양재점 기사는 다음과 같다(편집자 주: 가상의 김군이 月刊朝鮮 이번 호 부록 기사를 본 것으로 기자가 설정한 것임).
 
  <하나로마트는 농협유통의 브랜드 이름으로, 농협유통은 지난 2008년 매출액 1조7000억원을 달성했다. 농협유통이 고속질주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하나로마트 양재점이다. 하나로마트 양재점은 7년 연속 할인점 부문 단일매장 매출액 1위를 달리고 있다(하루 평균 매출 10억5000만원, 연 3650억원). 매출액은 양재점이 앞서지만, 방문 고객 수는 매출액 2위인 창동점이 앞선다. 양재점의 하루 평균 방문 고객 수는 1만3000여 명. 이에 비해 창동은 1만7000명을 넘어선다. 그럼에도 매출액은 양재점이 더 높은 이유가 뭘까. 이원일 하나로마트 양재점 홍보팀장의 설명이다.
 
  “저희 양재점 고객 분들이 저희 매장을 이용하는 이유는 접근이 편리해서가 아니라 상품의 질이 좋기 때문입니다. 실제 저희 매장을 찾는 고객 99%가 자가용을 이용합니다. 양재점은 하나로마트 본사와 같은 곳에 있어 농산물을 산지와 직거래한다는 장점이 있죠. 이 때문에 유통 단계가 축소되어 산지의 농민들에게는 높은 수취가격을, 소비자에게는 낮은 가격에 고품질의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원일 팀장은 양재점이 7년째 단일매장 1위를 하는 배후에 서초구가 있다는 걸 강조했다. 이원일 팀장의 이야기다.
 
  “저희 매장이 있는 양재점은 인근에 외국계 코스트코, 신세계 이마트 등 유통업계의 강자들이 버티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 고객인 서초구 주민들은 품질과 서비스에 대해 무척 민감합니다. 저희가 ‘우리는 할인점이니까, 백화점처럼 할 필요 없어’라는 인식을 갖는 순간, 그 자리에서 매출이 감소합니다. 저희는 지난 7년간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고객들을 대했습니다. 고객만족도가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저희가 1등을 유지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태평로 시대 마감하고 서초동 시대 개막한 삼성그룹 본관]
 
삼성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기위해 서초동 본관에서 나오고 있다.

  김군이 탄 버스는 양재IC를 지나면서 속도가 높아졌다. 서초IC까지 2.2 ㎞를 지나 반포IC로 접어들자, 버스 우측 차창으로 오후 햇빛에 반사되는 거대한 건물群(군)이 김군의 눈에 들어왔다. 2007년부터 입주가 시작돼 최근 입주를 마친 삼성그룹의 본관 건물 세 개 동이었다.
 
  삼성그룹은 지난 30년 동안의 태평로 시대를 마치고 서초구 서초동으로 본사를 이주했다. ‘삼성타운’은 삼성전자(C동: 지상 43층)와 삼성물산(B동: 지상 32층) 그리고 삼성생명(A동: 지상 34층) 사옥인 초현대식 빌딩 3개 동(연면적 39만㎡)으로 이뤄진 대규모 업무 단지다. 전체 직원이 모두 입주한 현재 계열사 직원 2만여 명이 상주하고 있다.
 
  삼성생명 소유인 A동에는 삼성중공업, 삼성경제연구소 등이 입주했고, 삼성물산 소유인 B동에는 삼성물산 본사 등이 입주했다. 삼성전자 소유인 C동에는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들이 입주했다. 특히 삼성 사장단 협의회를 지원하는 업무지원실도 함께 이주했다.
 
  김군은 상주 직원들의 수가 2만명이 넘는다는 기사를 보면서, 막연히 삼성타운 주변 상가 임대료와 땅값이 크게 뛰었을 거라고 짐작해 보았다. 김군의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 서초구청 기업지원과 관계자는 “삼성타운 입주가 끝나면서 하루 평균 상주 인구만 2만명 이상이 늘었다”며 “40만명 이상에 달하는 강남역 일대 하루 유동인구도 따라서 크게 늘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강남지역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진 지난해 초에도 지역 부동산 가격은 그대로 유지됐다는 것.
 
  강남역 인근의 부동산 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타운 인근 지역에 분양한 모 주상복합 상가 1층 분양금이 3.3㎡당 평균 6500만원에서 8700만원 사이였다. 이곳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조모씨는 “기존 점포의 권리금도 삼성타운 조성 계획이 발표된 4년 전보다 약 2배에서 2.5배 늘었다”고 했다.
 
강남역 일대.

  삼성타운 인근 오피스텔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삼성타운 인근에 위치한 풍림아이원 495㎡(15평형) 매매가는 지난 1~2년 새 2억5000만~3억원 수준으로 올랐다. 인근 롯데골드로즈, 한화오벨리스크 등도 지난 2년 새 1억원 이상 상승했다.
 
  반포IC로 들어온 고속버스는 국내 최대 병상을 자랑하는 가톨릭의대 본관 병원을 지나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들어왔다. 경부선 정류장에 내려 밖으로 나오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건물이 보였다.
 
  김군은 광화문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양재IC부터 반포IC까지 약 5㎞ 구간에서 자신이 봤던 기업들을 떠올려 봤다. 그러다 문득 이들 기업의 전체 매출액이 얼마인지 궁금해졌다.
 
  서초구청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현대-기아차의 매출액은 약 48조원, 삼성전자 약 72조원, 삼성물산 약 11조원, 삼성중공업 약 10조원, 삼성토탈 약 5조원, 삼성석유화학 약 1조6000억원, 삼성정밀화학 약 1조1000억원, 농협유통 약 1조7000억원 등 모두 합쳐 150조4000억원이었다.
 
  김군은 자신이 1㎞당 30조원이 넘는 길을 밟고 지나왔다는 생각이 들어 급히 자신의 수첩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경부고속도로를 지나며 봤던 회사 몇 개만 더 있으면, 우리 세대들이 이렇게 마음 졸이며 살지 않을 텐데. 경부고속도로 양재IC 구간부터 반포IC 구간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21세기의 곡창지대 같은 곳이다. 이런 곡창지대를 우리나라 곳곳에 만드는 게 우리 사회와 우리 세대가 할 일이 아닐까?”
 
경부고속도로 양재 IC에서 서초 IC구간 모습. 우측에 현대-기아차 본사가 보인다.

 
  김군의 궁금증에 대한 해답
 
  김군은 주요 기업들이 서초구에 둥지를 틀게 된 이유를 궁금해했다. 아직 대학생인 그를 대신해 필자들이 서초구에 있는 기업들에 물어봤다.
 
  ―본사나 R&D 센터를 서초구로 이전한 이유는.
 
  “LG전자 R&D 캠퍼스는 서초구의 지원 덕분에 건립될 수 있었습니다. 원래 이 자리는 저희 회사 물류창고 부지였습니다. 도시계획법상 물류센터 자리에 연구센터를 지을 수 없습니다. 저희가 이곳에 연구센터를 짓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서초구청에서 서울시에 용도변경을 해달라고 대신 뛰어다녔습니다. 도시계획법상 용도변경은 아무리 빨라도 1년인데, 서초구청은 6개월 만에 일을 끝냈습니다.
 
  물류센터 자리에 굳이 연구센터를 지은 건 서초구의 이미지가 좋기 때문입니다. 연구센터가 자리 잡은 곳은 경부고속도로의 관문이에요. 이 자리에 저희 회사 로고가 붙은 연구센터를 설립할 경우 회사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LG전자 홍보팀 임원)
 
  “서초구는 인근 자연환경이 좋고, 교통, 주거시설이 좋습니다. 저희 본사뿐 아니라, R&D 센터는 박사급 고급 연구원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지방이나 서울 변두리 쪽에서 일하는 걸 꺼립니다. 자녀들 교육문제, 친구 친지들이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곳에 일하기를 바라지요. 이런 의미에서 서초구는 본사나 R&D 센터가 입주하기 적격입니다.”(현대자동차 홍보실 임원)
 
  “李健熙(이건희) 회장의 복합화 경영철학 때문입니다. 계열사들이 한 건물 혹은 가까운 지역에 있으면 경영 스피드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저희는 과거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부지에 102층 사옥을 건설하려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곳을 물색하던 중 서초구 서초동 일대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교통이 좋은 데다, 삼성전자 계열사들의 공장이 몰려 있는 경기도 수원, 기흥, 탕정 등이 60㎞ 반경에 있으니까요.”(삼성그룹 구조본 임원)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