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별책부록
  1. 2009년 4월호

[인터뷰] 朴城孝 대전광역시장

“더 이상 나눠먹기 식 국책사업 배정은 안 된다”

金容三   

  • 기사목록
  • 프린트
朴城孝
⊙ 대전고, 성균관대 행정학과, 충남대 대학원 졸업.
⊙ 대전대 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 충남대 명예자치행정학 박사.
⊙ 대전 서구청장, 대전시 경제국장, 대전시 기획관리실장, 대전시 정무부시장 역임.
⊙ 現 충남대 겸임교수,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부회장.
  朴城孝(박성효·54) 대전광역시장실 옆의 응접실 벽에는 ‘조국, 또 다른 우리의 이름입니다. 호국,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의무입니다. 보훈, 미래를 위한 우리의 도리입니다’란 글이 새겨진 액자가 걸려 있었다.
 
  올해는 대전시가 생긴 지 60년, 대전광역시 승격 20주년이자 대전시에서 국제우주대회와 전국체전이 열리는 해다. 그 때문인지 시내 곳곳에는 ‘다시 보는 대전, 하나 되는 대전, 도약하는 대전’이란 슬로건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대전에 변화를 불어넣고 있는 현장의 중심엔 대전 토박이 박성효 대전시장이 있다. 대전 토박이로 태어나 대전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 대전의 살림을 이끌고 있는 박 시장은 대전시 경제국장(4년6개월), 역대 최장수 대전시 기획관리실장(4년5개월), 대전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대전 전문가다. 그는 대전시의 핵심 부서에 근무하면서 대덕연구단지를 ‘대덕밸리’로 명명했고,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초석을 쌓기도 했다. 그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민선 4기 대전시장으로 당선됐다.
 
  -대전의 과거가 ‘교통의 요지’로 상징됐다면 오늘의 대전은 대덕연구개발특구로 상징되는 과학도시, 정부기관이 모여 있는 행정도시, 계룡시의 3군본부로 상징되는 군사도시입니다. 그런데 파리 하면 에펠탑, 뉴욕 하면 패션과 금융, 리버풀 하면 비틀스 등 상징적인 아이콘이 떠오르는데 비해 대전은 이렇다 할 상징적 아이콘이나 도시 이미지가 떠오르질 않습니다.
 
  “대전을 파리, 뉴욕 등 세계적인 도시들과 견주기는 쉽지 않겠지만 대전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메카’라는 데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대덕연구개발특구가 바로 대전의 아이콘이자 브랜드입니다. 원자력 분야를 예로 들면, 원자력연구소가 대전에 온 이후 원자력 유관기관들이 속속 모여들어 대전은 우리나라 원자력정책의 전진기지가 됐어요. 지난 20년간 소비자물가가 186% 올랐지만 전기요금은 11.4% 상승하는 데 그친 것은 원자력 덕분입니다. 원자력은 경제적 에너지이고 에너지 안보의 핵심인 것이죠.
 
  또 대전에는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CDMA(디지털이동통신시스템), 와이브로(휴대인터넷), 지상파 DMB 등 세계 최초, 최고의 기술을 수도 없이 만들어냈어요. 시속 300㎞로 달리는 KTX 안에서 아무런 장애 없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메일을 보낼 수 있으니 얼마나 대단합니까. 어떤 조사결과를 보니 지난 30년간 ETRI에 4조3645억원의 국가예산이 투입돼 104조5725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냈다고 합니다.”
 
  박 시장의 대덕 자랑은 끝없이 이어질 기세였다.
 
  “첨단의학 분야에서도 대전은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대덕에 있는 한국화학연구원은 에이즈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해 4500억원 이상의 기술이전 수입을 올리게 됐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는 자동으로 건강상태를 체크해 담당 의사에게 정보를 보낼 수 있는 스마트 바이오칩·센서를 개발했습니다. 최근에는 이집트가 대덕특구의 기술을 지원받아 自國(자국) 내에 첨단의료복합도시를 건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덕특구는 대전의 아이콘
 
  -대덕특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신데, 대덕특구를 한마디로 정의하신다면.
 
  “세계 10위권의 과학기술강국 대한민국을 견인한 곳입니다. 대전은 모든 과학 분야가 총망라된 곳이고, 이에 따라 미래 과학의 키워드인 융합기술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가능한 곳입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덕연구개발특구를 대전의 아이콘으로, 대한민국의 아이콘으로 키우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미래도 어둡습니다.”
 
  -대전은 연구개발특구, 행정도시, 군사도시라는 특성 때문에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불황을 그다지 타지 않았다고 알려졌습니다. 최근의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다른 지역, 특히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도시들이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대전의 지역경제는 최근 들어 어떤 상황입니까.
 
  “대전은 유달리 샐러리맨이 많은 도시입니다. 연구개발특구, 정부대전청사, 계룡대와 자운대 등 직업은 다르지만 모두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 모여 있고, 대학도 17곳이나 있어 대학교수, 교직원, 대학생 등 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10%를 넘습니다. 그런데 대전의 산업구조는 한 집 건너 식당, 다방, 술집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나치게 서비스업 중심이에요.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82% 수준이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훨씬 많기 때문에 돈 쓰는 사람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경기가 나빠지면 그만큼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박 시장은 “다행히 산업단지를 확보하고 이곳에 기업유치에 전력한 결과 최근 3년간 167개 기업이 들어왔거나 들어오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대전시는 기업유치를 위해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까.
 
  “대전은 규모가 큰 대기업이 입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므로 작지만 강한 기업, 미래산업을 키우는 쪽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기업유치 촉진조례도 개정하여 이전에는 제조업에만 지원되던 이전보조금을 연구소, 연수원, 문화산업 관련 기업 등 서민경제에까지 파급효과가 큰 기업들에도 지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시설보조금과 고용보조금, 교육훈련보조금도 콜센터, 텔레마케팅서비스업까지 확대해 여성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도록 했습니다.
 
박성효 시장은 취임 이후 취약동네 재생프로젝트인 ‘무지개프로젝트’를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무지개프로젝트 3단계 지역인 중구 부사동을 찾아 사랑의 집고치기 봉사에 참여한 박 시장이 한 독거노인을 격려하고 있다.

  대전은 특히 콜센터가 가장 많은 도시로서 이미 종사자가 1만명을 돌파했어요. 보조금 지원상한액도 2억원에서 5억원으로 올렸고, 대규모 투자기업이나 전략산업·미래신성장산업에는 특별지원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무엇보다 대덕특구의 R&D(연구개발) 역량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업이 들어서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대전 하면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상징입니다. 당시 국가지도부가 국가의 연구 핵심역량을 대전에 결집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朴正熙(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3년 ‘대덕 연구·학원도시 건설 입지’로 충남 대덕이 결정됐습니다. 당시 국가지도부에서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연구집적단지’가 필요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작고한 崔亨燮(최형섭) 당시 과기처 장관이 헬기를 타고 전국을 돌며 부지를 물색해서 충북 청원, 경기 화성, 충남 대덕으로 후보지가 압축됐는데, 대통령께서 최고의 명당자리라며 손수 대덕을 꼽았다고 합니다. 청원은 비행장 등 군사시설이 들어설 곳이란 점이, 화성은 간첩 침투가 잦은 데다 방송시설이 들어선다는 점이 감점요인이었어요.
 
  우리나라 국민 1인당 GNP가 500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던 상황에서 ‘과학기술의 메카’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실천에 옮긴 것은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결단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대덕연구단지의 힘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당시 국가지도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연구개발의 역량을 키워야 미래가 있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거예요.”
 
 
  나눠먹기 식으로는 희망이 없다
 
  이 대목에서 박 시장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대전이 과학을 다 가지고 있으니 찢어발기고 나눠먹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에게 저는 과학이 나눠먹을 수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과학은 분산되고 나눠지면 2류, 3류로 전락합니다. IT와 BT(생명공학), NT(나노기술)가 융합하고 결합하여 세계 일류를 키우는 게 우선 아니겠습니까. 대덕특구가 진정한 일류가 됐을 때 제2, 제3의 대덕특구를 논의해도 늦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박 시장은 “대덕특구가 대한민국의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면서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최근 대덕특구 출연연구소들의 기술이전 성과를 조사해 봤더니 ETRI가 지난해 622억원을 벌어들였어요. 기계연 40억원, 화학연 29억원, 에너지연 22억원, 생명연 16억원, 원자력연 11억원, 카이스트 10억원 등의 기술수입료를 올린 것이죠. 대덕특구 출연연구소들의 순수 기술수입료만 따져 이 정도니 사업화를 통해 경제적·산업적으로 발생하는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국책사업 유치를 위해 대덕특구를 폄훼하려는 시도가 있는데, ETRI처럼 모든 출연연구소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조사해 특구의 위상을 정립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융·복합화가 시대의 화두
 
  -최근 들어 대전시는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구축하고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이며 대덕특구에 입지해야 하는 당위성은 무엇입니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이명박 대통령께서 충청권 공약으로 발표한 사안이에요. 일각에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축소하기 위해 과학벨트 공약을 발표한 것이라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학벨트는 국제적 수준의 기초연구환경 구축을 위한 거점지구에 아시아기초과학연구원(ABSI)과 중이온가속기를 설치하는 게 골자입니다. 거점지구에는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비즈니스 환경이 구축되는 것은 물론 정주 외국인의 국제적 생활환경도 조성될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대덕특구 이외 지역에 거점지구가 지정되면 어떤 일이 발생하겠습니까. 과학계에서는 기존 출연연구소들과 기초과학연구원 간 기능중복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어요. 또 기초과학연구원 내 50개의 연구단이 전국적으로 나눠지면 지난 36년간 쌓아온 과학역량이 분산되는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공들여 쌓은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죠.
 
  기초연, 표준연 등의 역량을 강화해 기초과학연구원을 설립하면 예산도 아끼고 효율성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 기초과학연구원 인근에 서울대 공대나 글로벌 대학의 분교, 해외 유명 연구소의 분원 등을 유치하면 글로벌 연구환경이 조성될 것이고요.”
 
  박 시장은 무엇보다 첨단기술의 집적을 통한 융·복합화를 위해서는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과학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미 시장은 BT, IT, NT, GT 등의 융·복합형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과학역량을 분산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점을 정부와 정치권에 호소하고 있고요.”
 
  -첨단의료복합단지는 盧武鉉(노무현) 정부 때 공모사업으로 추진하다가 늦춰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든 지자체가 이것을 유치하겠다고 나섰는데요.
 
  “36년 전 박정희 정부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연구개발집적지를 대덕에 세웠습니다. 이는 진행형이지 결코 완성형이 아닙니다. 완성형이 되려면 첨단의료산업 같은 국가 신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합니다. 우리 민족의 미래 먹을거리를 창출하는 일은 국가사업이지 지역발전을 위한 균형정책이 아닙니다. 이런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소신을 갖고 적지에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할 수 있도록 지역이기주의적인 발상을 버려야 합니다.”
 
대전시는 지난해 최고 자원봉사도시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박 시장 취임 전 6만 8000명이던 대전의 자원봉사자 수가 현재 12만 6000명에 달한다. 이는 인구 대비 전국 최고 수준이다.

 
  첨단의료복합단지가 대전에 와야 하는 이유
 
  -첨단의료복합단지가 꼭 대전에 와야 하는 당위성은 무엇입니까.
 
  “지금의 대덕특구가 조성되기까지 35년이 걸렸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대덕특구가 아닌 곳에 새로 막대한 재원을 투자할 여력과 시간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대덕특구의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면 초기 투자금액(8600억원)의 52%인 45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께도 임기 내에 성과를 가시화하려면 대덕특구가 적지임을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대전시의 기업유치로 화제를 돌려보았다.
 
  -지난해 박 시장께서는 대덕특구에 73개의 기업을 유치해 4020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3만8494개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올해는 200개의 기업을 유치하고 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대덕의 과학기술과 인프라가 필요한 기업들이 이전을 검토했다가도 땅이 없어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시장에 취임하자마자 대덕특구 내 330만㎡(100만평) 규모의 산업용지를 개발했고, 1년 걸리는 그린벨트 해제절차도 5개월로 단축했어요. 이렇게 조성된 산업단지에 지식경제부가 지원하는 ‘300㎾급 발전용 연료전지 기술개발사업’의 총괄 주관기관인 두산중공업이 입주하기로 돼 있어요. 이를 따라 관련 기업들이 많이 들어오겠죠.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전지용 실리콘 크리스털 생산공장인 웅진에너지도 대덕특구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이들 대기업,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대덕특구 내 연구기관들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R&D 허브도시를 선포하자 이전을 추진하는 관련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박 시장은 또 편리한 교통입지 때문에 대전으로 이전한 기업들도 많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시는 지난해 일본의 SMC공압과 제일시설공업으로부터 각각 3000만 달러와 2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SMC공압은 공압기계 전문기업이고 제일시설공업은 클린 엘리베이터 제조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어요. 대전이 국토의 중심이어서 시장을 확보하기가 용이하다는 이유로 대덕특구를 선택한 기업들이죠.”
 
  -기업유치를 위해 대전시가 내놓은 인센티브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우리 시는 기업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조례도 개정했어요. 제가 시장에 취임한 이후 지난해까지 163개 기업을 유치하고 이를 통해 7416명의 고용을 창출했습니다. 그래서 이젠 자신감도 붙고, 공무원들의 업무 성취도가 크게 높아졌어요. 기업지원 원스톱 서비스도 정착되어 대전으로 이전한 기업들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엑스포과학공원의 대변신
 
  -대전은 또 계룡시의 3군본부 덕에 군사도시 성격도 강한데요.
 
  “계룡대뿐만 아니라 군수사령부, 자운대, ADD(국방과학연구소)가 대전에 위치해 있습니다. 국내 최대의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이 대덕특구에 입주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연관산업들이 대덕에 포진하여 국방산업 클러스터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박 시장께서는 기존의 엑스포과학공원을 미래형 도시공간으로 재창조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시도하려는 것입니까.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 중 처음으로 1993년에 과학엑스포를 대전에 유치했습니다. 그런데 세계 어디에도 우리나라처럼 엑스포를 치르고 그 공간을 모두 존치한 나라는 없습니다. 국민적 인지도 감소와 만성적인 운영적자가 반복되어 정부로부터 청산명령을 받았지만 그것은 법인에 대한 것이지 공원을 없앤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법인은 새로운 조직으로 흡수하고 공원은 시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공간으로, 지역경제를 살리는 공간으로 재창조할 계획입니다.
 
  현재 민자유치를 위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인데, 기본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엑스포를 기념하기 위한 상징 공간과 국책사업 유치 공간, 민자를 유치해 관광·문화·엔터테인먼트·상업·업무·교육 등이 복합된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죠. 엑스포과학공원 일원이 대전문화산업진흥지구로 지정돼 있습니다. 대전문화산업진흥원도 출범시켰고요.”
 
  박 시장은 엑스포과학공원이 영화산업의 허브로도 기능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국내 최고 수준의 스튜디오와 장비를 갖추고 있어요. 최근에 히트를 친 영화 ‘쌍화점’이 이곳에서 촬영을 했는데, 크고 작은 스튜디오가 파생하는 직접 경제효과가 15억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최근 柳仁村(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대전엑스포공원에 고화질(HD) 드라마타운 조성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곳에는 학교나 병원, 경찰서 등 세트장과 함께 스턴트 교육장, 드라마 아카데미, 드라마 박물관 등 부대시설이 함께 들어서게 되는데, 드라마타운은 집객 효과가 커 8000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 등 1조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됩니다. 드라마타운의 개념을 확장해 정부가 추진 중인 CS(Culture Science) 파크를 유치할 생각이에요.”
 
 
  국책유치사업 잇단 실패 이유
 
  -대전시는 그동안 자기부상열차 실용화사업 시범노선과 로봇랜드 등 각종 국책유치사업에서 잇따라 실패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지금까지 국책사업이 이른바 ‘정치적’으로 좌우되는 걸 많이 봐 왔습니다. 하지만 국가의 미래가 달린 문제라면 정파를 떠나, 지역 간 경쟁을 떠나 정부가 소신 있게 나가야 합니다. 정부가 능동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정도의 원칙과 철학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과거 노무현 정부는 국가의 미래가 달린 사업까지 지역균형발전 논리를 갖다 댔습니다.”
 
  박 시장은 자기부상열차 실용화사업 이야기가 나오자 다시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대전은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시제품(UTM-01)이 개발돼 현재 시험 중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인천이 낙점된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듭니다. 자기부상열차 연구개발기관인 한국기계연과 시설 및 관리 주체인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 한국철도공사가 대전에 위치해 있는 사업적 효율성을 제치고 인천공항을 시범노선으로 선정한 것은 지나치게 전시효과에만 비중을 둔 처사라고 봅니다. 자기부상열차 심사권자가 당시 건설교통부였는데, 산하기관인 인천공항관리공단이 인천과 손을 잡고 시범노선을 낚아챈 거죠.”
 
  박 시장은 “비용절감 차원에서도 납득하기가 어려운 결과”라면서 “당시에는 정부가 정말 상용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에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께서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을 보니 노무현 정권에서 결정한 행정중심복합도시 때문에 역차별을 당했다. 즉 행복도시 때문에 혁신도시 지정, 공공기관 이전 등에서 소외됐다는 주장을 하셨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참여정부가 행복도시를 대전과 연접한 지역에 건설하기로 했고, 대덕연구단지 일원은 특구로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행정도시가 대전 인근에 건설된다는 이유로 참여정부는 대전에 재갈을 물렸습니다. 기업도시, 혁신도시에서 철저히 배제됐어요.
 
  대덕특구는 어떠했습니까. 김대중 대통령은 대덕밸리 비전을 선포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지정했습니다. 비전만 제시했을 뿐,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심지어는 주겠다던 예산도 주지 않았어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6612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겨우 1515억원만 투자됐어요. 그런데도 국책사업 유치전이 벌어지면 정부에서는 항상 “대전은 행복도시, 대덕특구 다 가져가지 않았느냐”고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역차별 아닙니까.”
 
  -최근 전 지구적으로 가장 중요한 아젠다 중 하나가 저탄소 녹색성장입니다. 대전시가 이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무엇입니까.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미래비전으로 선언했을 때 아마 가장 반겼던 사람 중 하나가 저였을 겁니다. 제가 시장에 취임하자마자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나무, 하천, 자전거예요. 또 신재생에너지 R&BD(사업화연계기술 개발) 허브도시를 선언하고 관련 산업을 중점 육성하고 있지요.
 
  대전시는 환경과 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환경도시로 나가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10월 ‘그린시티 대전’ 비전을 선포하고 6대 과제 28개 프로젝트를 수립했습니다. 3대 역점사업을 지속 추진하면서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MBT), 폐기물활용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단지 조성 등 쓰레기 없는 도시, 온실가스를 2015년까지 1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 탄소포인트제와 공공건물 신재생에너지시설 설치 의무화, ‘그린홈’ 지원 확대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녹색청정에너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지식경제부가 대덕특구에 나노융합기술센터를 구축키로 함에 따라 대전시는 나노융합 허브도시를 선언하고 관련 기업 100개를 유치하기로 했다.

 
  녹색교통망 구축 플랜
 
  박 시장은 또 4대강 살리기로 점화된 ‘녹색 뉴딜’도 적극 연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금강변에 녹색뉴딜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금강수계를 활용한 마라톤 코스, 자전거길 등도 확대할 예정이며, 도심을 통과하는 國鐵(국철)을 향후 건설할 도시철도 2·3호선과 연계하는 녹색교통망도 확충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즉 1단계로 호남선·경부선·대전선 등 32.4㎞를 전철화하고, 2단계로 계룡~신탄진 구간(38.6㎞)과 함께 충북선을 활용한 신탄진~청주공항 구간(47㎞)을 광역생활철도망으로 연결하는 방안이다. 박 시장은 “이런 녹색교통망 사업을 이명박 대통령께도 보고했고, 중앙정부의 적극지원도 약속 받았다”고 말했다.
 
  -2012년 대전시에 있던 충남도청이 홍성으로 이전할 예정인데, 이것이 대전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충남도청사가 이전하면 空洞化(공동화)가 심화되고 있는 구도심 상권이 더욱 피폐해질 것이 자명합니다. 충남도청은 이명박 대통령께서 국립근현대사박물관을 건립하겠다고 지역공약으로 발표했지만,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입지가 서울로 결정됐습니다. 따라서 국립민속박물관을 포함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올해 5억원의 용역비를 확보했어요.
 
  시에서도 국립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전담팀을 구성해 설득력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충남도청뿐만 아니라 주변지역을 포함한 개발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충남도청 이전으로 구도심 공동화가 더욱 심화돼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목척교 주변 복원사업과 대전역세권 개발사업, 은행1구역 재개발, 테마거리 조성사업 등을 서로 연계해 중앙로를 새로운 명품 공간으로 만들어서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제 대전시장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시점입니다. 취임 직후의 대전과 오늘의 대전은 어떻게 달라졌으며, 미래에 대한 시장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지난 3년은 미래를 준비해 온 시간이었다고 자평하고 싶습니다. 시장에 취임하고 가장 역점을 둔 분야가 경제였어요. 침체된 경제를 되찾는 게 가장 시급해서 선거 때도 산업용지 330만㎡(100만평) 확보, 1만개 이상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대전에 오겠다는 기업도 땅이 없어 되돌아가야 했어요. 그래서 대덕연구개발특구 1·2단계 동시개발과 소규모 도시형 산업단지 개발에 착수한 결과 많은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었고, 산업구조를 미래형으로 바꿀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봅니다.
 
  3월부터 대덕특구 1단계(50만8000㎡)가 분양되고 2단계(178만5000㎡)도 올 연말부터 공급됩니다. 신탄진프로젝트와 연계해 대덕구 상서·평촌 일원 25만㎡를 무공해 산업단지로 개발, 공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금강변에도 310만㎡ 규모의 녹색산업단지를 개발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 중이고, 서남부 2·3단계에도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2005년 555개이던 산업단지 입주기업이 3년 만에 714개로 늘었고, 종사자 수도 1만5050명에서 2만1944명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생산액은 5조2269억원에서 6조9618억원으로 확대됐고요.”
 
지난해 5월 대전시는 갈수기면 바닥을 드러내는 대전천의 유지 용수를 확보해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도록 대전천 물길살리기 통수식을 가졌다.

 
  교통사고 사망률 획기적으로 줄어
 
  -3000만 그루 나무심기가 화제던데, 재임 중 나무를 열심히 심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가 시장에 취임하기 전 대전의 도심 녹지율은 전국 특·광역시 중 최하위권이었어요. 그래서 3000만 그루 나무심기, 3대 하천 가꾸기,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 등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어요. 지난 3년 동안 총 41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습니다. 나무심기는 이산화탄소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앞으로는 탄소배출권을 충족하지 못하면 기업활동까지 지장을 받게 될 것입니다. 나무심기야말로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하고 쾌적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일이라 생각해요.”
 
  박 시장은 “3000만 그루 나무심기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크게 줄이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우리 시는 지난해 말 전국에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이 감소해 국회 교통안전포럼으로부터 ‘선진교통안전대상’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줄어든 이유는 3000만 그루 나무심기의 일환으로 생긴 교통안전지대에 녹지형 중앙분리대를 만들었더니 1년 사이에 중앙선 침범사고가 61% 줄었고, 교통사고 사망자가 20%나 감소한 것이죠. 교통안전과 도시녹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데 성공한 겁니다.”
 
  마지막으로 박 시장에게 행정관료로서의 꿈을 묻자 이런 답이 나왔다.
 
  “저는 각박한 세상에 정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그런 이상향이 어떻게 가능하느냐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인류는 인간의 상상을 실현하는 쪽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다리를 놓듯,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를 놓는 행정가가 되고 싶습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