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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년 4월호

대전의 뜨는 기업

대덕 벤처 중 매출 1000억 원 돌파 기업 탄생

李相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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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덕연구개발특구(이하 대덕특구)에서 처음으로 연간 매출 1000억원대의 벤처기업이 탄생했다.
 
  반도체 전문 기업인 ‘실리콘웍스’(대표 韓大根)와 국내 최대 스크린골프 업체인 ‘골프존’(대표 金榮贊)이 그 주인공들이다. 1999년 설립된 실리콘웍스는 2008년 말 매출 1200억원을 돌파했고, 2000년 설립된 골프존은 1009억원을 기록했다. 두 기업을 탐방했다.
 
 
  [반도체 전문 회사 실리콘웍스]
 
실리콘웍스 한대근 대표.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3층짜리 실리콘웍스 본사 건물에는 반도체 회사를 연상할 수 있는 특별한 시설이 눈에 띄지 않았다. 연구원들의 책상에는 컴퓨터가 하나씩 놓여 있었고, 건물 2층 다른 사무실에 설계한 반도체와 최종 생산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테스트룸을 갖춘 게 전부였다.
 
  이 회사 한대근 대표는 “우리는 반도체를 설계만 하고, 기타 생산과 가공 등은 모두 외주업체가 담당하기 때문에 회사 건물이 특별히 커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실리콘웍스처럼 반도체 자체 생산공장이 없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팹리스 회사’라고 한다. 팹리스 회사는 설계한 반도체 도면을 생산시설을 갖춘 국내외의 협력 업체를 통해 실제 제품으로 생산한 후 대기업에 납품한다.
 
  실리콘웍스가 생산하는 반도체 부품은 모두 LCD(액정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IT 器機(기기)인 노트북, 모니터, TV 등에 들어가기 때문에 국내 LCD 모듈(LCD패널, 백라이트, 구동칩 등으로 구성) 생산업체에 납품된다. 또한 이들 업체를 통해 해외 유명 IT 세트 업체(완성제품)인 애플, 델, HP 등에도 공급되고 있다.
 
  실리콘웍스의 직원은 현재 120명이다. 그 가운데 105명이 반도체를 설계하는 엔지니어다. 엔지니어 가운데는 석·박사급이 60% 정도를 차지하며, 나머지 인력은 반도체 관련학과를 졸업한 학사 출신들이라고 한다.
 
  실리콘웍스는 1999년 LG반도체가 현대전자에 합병 되어 하이닉스반도체가 되었을 때, LG반도체에 있던 일부 연구인력들이 나와서 만든 회사다. 실리콘웍스의 한대근 대표도 LG반도체의 수석연구원으로 재직하다 실리콘웍스 설립에 합류했다. 2000년부터 이 회사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실리콘웍스가 主力(주력)으로 생산하는 반도체 제품은 디지털 TV의 핵심 부품인 평판디스플레이(FPD)에 들어가는 드라이버 IC(화상구동칩), 타이밍컨트롤러(Tcon), PMIC(전력관리칩) 등 세 가지다. 현재 시판중인 대부분의 TV와 컴퓨터에는 LCD 모니터가 사용된다. 실리콘웍스가 생산하는 반도체 제품은 LCD 모니터를 구동하기 위한 핵심 반도체 부품들이다.
 
  ‘드라이버 IC’는 LCD를 구동하는 반도체로 화면데이터를 디지털로 받아서 사람 눈에 보이기 쉽게 아날로그 신호로 전환해 주는 부품이다. ‘타이밍컨트롤러’는 각종 디스플레이어에 필요한 신호를 제어하는 장치로 LCD 화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다. 마지막으로 ‘PMIC’는 시스템에서 필요한 여러 종류의 전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파워를 생성해주는 IC다. 이 제품은 다양한 종류의 전자기기에 필수적인 핵심 반도체 제품이다.
 
  한대근 대표는 “이런 부품들은 IT 기기의 LCD 표시장치 제품의 두께와 화질, 전력소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술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수요자가 원하는 성능과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끊임없는 연구개발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실리콘웍스는 2008년 한 해에만 10여 종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디스플레이어에 들어가는 반도체칩의 전력 소모를 경쟁사 제품에 비해 획기적으로 줄인 제품들이었다. 노트북 사용자는 베터리 전력소모에 민감한데, 실리콘웍스는 타이밍 컨트롤러가 소모하는 전력을 일본의 경쟁사에 비해 50% 이상 줄였다고 한다. 현재 실리콘웍스는 국내외에서 22개의 기술특허를 가지고 있다.
 
  한 대표는 “고객의 요구조건에 맞추면서도 기술을 선도해 가기 위해서는 선행연구를 위한 투자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며 “자체에서도 선행연구를 하고 있지만, 우리 회사가 대덕특구에 있기 때문에 기초연구 분야의 산학협동도 활발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07년 상반기의 매출액은 600억원이었는데, 2008년 연말에 가서 거의 두 배에 가까운 매출신장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비록 올해는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인해 상황이 좋지 않지만, 평판디스플레이 관련 제품 개발에 주력해 20~30%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폭발적인 성장을 해온 산업분야라면 대기업에서는 왜 직접 설계회사를 운영하지 않고 실리콘웍스 같은 반도체 전문 회사를 통해 제품을 공급 받는 것일까? 한 대표의 대답이다.
 
  “반도체 설계는 굉장한 노하우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종합반도체 회사는 민감한 경기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가 쉽지가 않고, 회사의 유지비용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같은 팹리스 반도체 회사는 최종 시장에 적합한 특정 반도체의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 대표는 “종합반도체 회사인 국내의 삼성전자 및 일본의 NEC 등은 대기업이지만 규모가 작은 실리콘웍스로서는 기술력 측면에서 이들과 대등한 수준에 있다”말했다.
 
 
  전자종이 사업에도 진출
 
  실리콘웍스는 사업다각화를 위해 전자종이 분야의 진출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나노마켓의 발표에 의하면 전자종이 시장규모는 2008년 1억7000만 달러에서 2012년 16억 달러, 2015년 48억 달러로 연평균 480%의 폭발적인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사업분야다. 회사 측은 대덕특구 지원본부가 주관하는 전자종이 기술 사업에 참여하여 구동회로의 핵심기술을 이미 완성한 상태라고 밝혔다.
 
  실리콘웍스는 전자종이 분야뿐 아니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중이다. OLED는 유기화합물을 사용해 자체 발광시키는 디스플레이로, 화질의 반응속도가 LCD에 비해 1000배 이상 빠른 차세대 평판디스플레이다.
 
  한 대표는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전방위 기업(LCD 표시장치 제품 생산기업)들은 세계 1위 수준의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 같은 후방 부품 산업도 당연히 세계 1등 수준을 유지해야 전방위 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디스플레이 분야의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수인력을 유치하는 것이 관건인데 아무래도 중소기업이다 보니 인력 유치가 대기업만큼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스크린골프 업계의 지존 골프존]
 
골프존 김영찬 대표.

  스크린골프 업계의 선두 주자인 ‘골프존’은 대덕테크노밸리 산업단지 내에 있다. 2000년 설립된 골프존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벤처기업이다. 첫 제품을 내놓은 2002년에 매출 10억원을 시작으로 2007년에는 314억원을, 2008년에는 1000억원 고지를 돌파했다.
 
  골프존 본사 사옥에 들어서자 1층 전체를 갤러리형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 1층 미술전시관에서는 도예가 홍승일씨와 한지공예가 이종국씨의 작품이 전시중이었다. 골프존은 지난해부터 대전·충청 지역의 전통 공예 名匠(명장) 5명을 선정해 후원해 오고 있는데, 회사 갤러리에 이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도 후원사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골프존은 현재 국내 스크린골프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골프존이 지난해 한국갤럽과 공동 조사한 바에 의하면 지난 한해 동안 스크린골프장을 방문한 사람은 67만여 명, 연인원 기준으로는 환산할 때 2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2008년 한해 실제로 골프 필드를 찾은 사람은 연인원 2400만명으로 나타났다. 스크린골프 산업이 얼마나 크게 성장했는지 알 만한 대목이다.
 
  전국의 스크린골프장은 3000여 곳이 영업 중이다. 이 가운데 골프존 제품이 들어간 영업소는 2000여 곳이며, 이들 업소에 6000여 개의 골프존 시스템이 깔려 있다(골프존은 개별영업소를 ‘사이트’, 스크린골프 기계를 ‘시스템’이라고 부름-편집자 주).
 
  김영찬 골프존 대표는 “스크린골프 산업의 급속성장 배경에는 국내 골프인구는 증가하는데 골프장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도 원인이 있다”며 “우리나라 골프인구는 350만명(성인층의 10%)에 달하지만, 골프장은 300개도 못 미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골프장 한 개당 이용자 수는 평균 1만여 명이라고 한다. 김 대표의 설명이다.
 
  “스크린골프는 18홀 한 라운드 게임을 하는데 비용이 2만~3만원 정도 듭니다. 실제 골프장에 가면 30만원은 기본으로 드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경제적이죠. 특히 주말에는 골프장 부킹이 힘들고, 바쁜 직장인들이 골프장에 한번 나가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김 대표는 골프존을 창업하기 전 삼성전자의 시스템사업부 부장으로 근무했다. 1993년 직장을 그만둔 그는 PC 통신과 전화정보사업 등의 부가통신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업체의 난립으로 큰 수익을 남기지 못했다고 한다.
 
  나이 40세에 골프에 입문한 김 대표는 어느 날 미국산 골프스윙 분석기를 보고, 여기에 게임적인 요소를 보태면 실내에서도 충분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2000년 그는 회사를 설립한 후 1년 반 동안 제품개발에 매달렸고 2002년 첫 제품을 출시,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 대표는 “설립 5년 만에 회사가 10배로 성장했다”며 “앞으로 매년 5년 단위로 10배의 성장을 이루어 2016년에는 매출 1조 규모의 회사로 탈바꿈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골프존은 2012년에는 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내외 유명 골프장 코스 완벽 재현
 
  골프존이 국내 스크린골프 시장에서 1위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바로 기술력 때문이다. 전방에 있는 3m×5m 크기의 화면을 향해 골프공을 치면 화면에서는 골프공이 시원하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그린에 안착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비록 가상공간이지만 마치 실제 라운딩을 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스크린골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그래픽(3D), 게임 소프트웨어, 센서, 네트워크 등 6개의 IT 핵심기술이 융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골프존은 사실적인 화면을 구성하기 위해 국내외의 유명 골프장을 촬영하거나 등고선을 측정하고, 설계도면을 구해서 이를 3차원 디지털 화상으로 표현해 사실감을 높였다.
 
  골프존은 국내의 유명 골프코스는 물론 페블비치, 세인트앤드루스 등 전 세계 유명 골프코스도 구현해 놓았다. 김 대표는 “미국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는 골프의 발상지인데 워낙 콧대가 높은 회사라 코스 사용권 계약을 맺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골프존은 전국의 2000여 곳 골프존 사이트(스크린골프 업소)와 이들 업소에 설치된 6000개의 시스템(스크린골프 부스)을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해 놓았다. 이를 통해 제주도에 있는 사람과도 실시간으로 골프 게임을 즐길 수가 있고, 개인 데이터 공유는 물론 화면을 통해 전달되는 각종 이벤트 정보도 받아볼 수가 있다.
 
  김 대표는 “골프는 예의와 품위가 요구되는 고급 스포츠”라며 “전 국민 누구나 골프를 배워 삶의 질이 높아지고 풍요로워지도록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골프존이 골프문화를 보급하고 선도하는 ‘골프문화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계획을 마련해 놓았다”고 말했다.
 
  “제조업은 사실 原價(원가)경쟁입니다. 빠르고 값싸게 대량으로 생산을 해야 시장에서 살아남는데, 이렇게 해도 궁극적으로 대기업을 이기기는 힘이 듭니다. 대기업을 이긴다고 해도, 그 후에는 중국이란 거대한 나라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합니다. 나는 우리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콘텐츠 중심의 문화기업 형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크린골프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고부가치를 가지는 문화관련 콘텐츠를 집중개발 중입니다.”
 
  골프존은 현재 중국과 일본의 주요 도시에 상당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았다. 일본, 중국, 유럽, 미국 등의 4대 지역에는 현지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현재 골프존은 21개국에 스크린골프 시스템을 수출하고 있다.
 
  김 대표는 “社勢(사세)가 좀 더 확장되면 서울 시내에 골프전문 빌딩을 지어 국내 골프산업을 선도하는 메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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