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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년 4월호

제약·의료기기 개발의 Hub

과학도시를 빛내는 의료 强小기업들

崔善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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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덕연구개발특구에는 규모는 작지만 기술력 하나로 세계시장을 누비는 이른바 ‘强小(강소)기업’들이 많다. 특히 제약, 의료기기 업체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인공 DNA인 PNA(Peptide Nucleic Acid) 제조기술의 세계 독점 생산권을 가지고 있는 파나진, 태국에 수백만 달러 규모의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제약기술을 수출하게 된 바이오큐어팜, 의료용 레이저기기를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있는 원테크놀로지 등을 중심으로 최근 몇 년 새 급속히 늘고 있는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의료수출 사례를 소개한다.
 
 
  [세계 1위의 PNA 생산업체 파나진]
 
김성기 파나진 사장.

  대전시 유성구 대덕테크노밸리에 자리 잡고 있는 파나진.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회사다. PNA의 세계 독점 생산권을 가지고 있어 전 세계 연구실에서 사용되고 있는 PNA가 모두 이곳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PNA는 DNA의 생화학적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인공 DNA로 암, 백혈병, 류머티즘, 당뇨, 알츠하이머, 간염 등 유전자 치료가 가능한 질병들과 박테리아 등 세균성 질병들을 유전자 수준에서 억제하고 질병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1991년 덴마크 학자들이 발명해 세상에 알려졌고, 파나진이 독점 생산권을 따내기 이전까지는 미국 회사가 생산 공급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대량생산이 어렵고 가격이 비싸 소규모 연구용으로만 사용될 뿐 산업화되지는 못했다. 金成基(김성기) 사장은 이 점에 착안, 회사를 설립하여 PNA의 대량생산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DNA는 생체에 있는 것이라 생화학적으로 불안정해 이것을 산업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인공 DNA인 PNA입니다. PNA는 DNA에 비해 유전자 결합력이 높고 핵산 분해효소에 영향을 받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유전자 질병 진단과 치료 면에서 DNA보다 더 정확한 물질로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도 양산이 되지 않아 널리 쓰이지 않는 게 안타까웠고, 생산과정에서의 문제만 해결하면 PNA 시장은 얼마든지 넓힐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그게 창업을 결심한 동기입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나온 그는 새 캠퍼스로 이전해 비어 있던 舊(구) 한밭대 건물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자본금 1억원에 직원은 달랑 두 명이었다. 철거를 앞두고 있어 난방도, 냉방도 되지 않는 건물에서 그는 PNA 생산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3년간 계속된 연구 끝에 마침내 획기적인 방법을 찾아냈고, 양산 시스템도 성공적으로 갖추었다. 2006년에는 미국 회사가 가지고 있던 PNA의 독점 생산권도 넘겨 받았다.
 
파나진 생산제품.

  현재 파나진에서 생산된 제품은 30개국 200여 기관에 공급된다. 수요처는 주로 대학 연구실, 기업 부설 연구원, 병원 등이다. 미국과 유럽에 나가는 물량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매출의 90%를 수출을 통해 얻는다. 국내에서는 연구를 위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무상 제공하기도 한다.
 
  창업 이후 해마다 두 배 이상의 매출증가를 보이며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려 온 파나진은 최근 PNA 합성기술과 PNA의 장점을 활용한 세계 최초의 ‘PNA 유전자 칩’을 개발해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DNA 바이오칩의 한계인 재현도와 정확도를 대폭 개선한 것으로 자궁경부암, B형 간염, 약물대사 효소유전자 진단 칩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김 사장은 “PNA 기반기술의 활용범위는 무궁무진하다”며 “인공 DNA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회사에 오를 때까지 끝없이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태국에 의약품 제조기술 수출 바이오큐어팜]
 
이상목 사장과 연구원들.

  지난 2005년 설립된 바이오큐어팜은 신생 벤처기업으로 지난해 태국 진출에 성공했다. 태국의 한 제약유통 회사와 수백억 달러 규모의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는 MOU를 체결하여 해외 현지에 공장과 판매망을 구축하게 된 것. 태국 측에서는 약 2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해 현지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확보, 각종 인허가 업무, 해외 마케팅 등을 담당하고 바이오큐어팜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빈혈치료제, 간염치료제 등 5개 품목에 대한 생산기술 제공 및 공장설계, 운영 등을 책임지게 된다.
 
  李尙穆(이상목) 사장은 ‘태국 현지에서 5개 의약품에 대한 본격 생산이 시작되면 3년 내에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고, 인근 국가로 판매망을 확대하여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현지에서 생산되는 의약품이 인근 국가에 수출될 경우 동남아 시장 확보와 해외 조인트벤처 회사 설립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바이오큐어팜이 거둔 성과는 창업 초기부터 국내시장보다 해외시장 공략에 주력한 결과다. 이 사장은 “창업 때부터 다국적 제약회사나 국내 제약사들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고 있던 시장을 노렸다”고 한다.
 
  “제네릭은 흔히 카피약이라고 부르는데, 특허가 만료된 약들을 똑같이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일반 제네릭과 바이오 제네릭은 완전히 달라요. 일반 의약품은 구조식만 보면 어지간한 제약사들이 다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바이오 제네릭은 똑같은 효능을 가진 약을 만들어 내기 어렵습니다. 지금 저희가 생산하고 있는 간염치료제, 항암제, 건선염·관절염 치료제, 빈혈치료제, 항암보조제 등이 바이오 제네릭에 속하는 것들이에요. 그만큼 기술 수준이 높고 까다롭습니다. 우리나라에 약 300개의 제약회사가 있는데 바이오 제네릭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4개에 불과합니다. 그건 말이나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기술적인 노하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는 “전 세계에서 바이오 제네릭을 만들 수 있는 나라가 10개국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동남아, 중동 등 바이오 제네릭을 전량 수입하면서 자체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 하는 나라들에 눈을 돌리면 시장이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그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창업 1년 만인 2006년에 1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데 이어 2007년에는 그 네 배가 넘는 450만 달러를 수출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완제품 수출 위주였지만 태국 조인트 벤처 설립을 계기로 이런 형태의 해외 진출을 늘릴 계획”이라며 “얼마 전에는 이집트 시장 진출을 위해 이집트에도 지사를 설립했다”고 한다.
 
  “4월에는 바이오벤처센터에 입주해 있는 다른 7개 회사들과 함께 이집트 지사에 나가 설명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저는 이것이 비슷한 업종들이 한곳에 모여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서울에서 바이오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외톨이 같은 느낌이 든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대덕특구에는 바이오 회사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그런 외로움이나 어려움은 전혀 느낄 수 없거든요. 바이오 관련 연구나 사업을 하기에는 우리나라에서 대덕특구만한 환경이 없다고 봅니다.”
 
 
  [의료용 레이저기기 수출 전문기업 원테크놀로지]
 
김종원 원테크놀로지 사장.

  통신 전문업체로 출발해 의료용 레이저기기로 업종을 넓힌 원테크놀로지는 지난 1999년 産學(산학)협력에 의한 국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미개척 분야에 가까웠던 국내 레이저 의료시장에 첫 발을 디뎠다.
 
  당시 金鍾元(김종원) 사장은 러시아 학자들과의 공동연구로 레이저를 이용한 세계 최초의 非(비)절개 수술방식의 암 치료기를 개발했지만 상용화되지는 못했다. 그동안 쏟아 부은 연구비로 인해 회사가 苦戰(고전)을 면치 못하자 김 사장이 또 한번 승부수를 던진 것이 미용·성형용 레이저기기였다.
 
  원테크놀로지는 기미, 주근깨, 문신 제거 등에 큰 효과가 있는 치료용 레이저와 흉터 재생, 주름 제거, 제모 등의 시술이 가능한 피부미용종합재생 레이저 등 다양한 기기를 개발하여 레이저 기술 국산화에 앞장섰다. 지금은 동남아를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23개국에서 원테크놀로지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성과들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김 사장은 “기술력이 있다 해도 해외시장 진출까지는 넘어야 할 벽이 많았다”며 “대덕연구개발특구본부와 중소기업청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출시를 앞두고 있는 원테크놀로지의 레이저 발모기. 대덕연구개발특구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산업디자인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이노 디자인’이 디자인을 맡았다.

  “재작년에 대덕연구개발특구본부에서 미국 진출을 제안하더라고요. 관련 학회가 열릴 때 전시를 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고, 전시에 필요한 비용을 상당 부분 지원해 주었어요. 덕분에 그해 미국에서 1260만 달러의 계약을 따냈습니다. 그게 미국 시장에 진출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그 후 두바이, 독일 등에도 나가 소소한 성과들을 많이 거두었습니다. 작년에는 중국에 진출해 13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원테크놀로지가 선보인 가정용 레이저 발모기의 디자인도 특구본부의 주선으로 ‘이노디자인’에서 맡았다. 특구본부가 이노디자인과 매칭펀드 방식으로 총 20억원을 투입, 10개사의 10개 제품 디자인을 상용화하는 프로젝트에 원테크놀로지가 선정된 덕분이다. 이 발모기는 착용하면 헬멧을 쓴 것 같은 모양이지만 케이스에 장착된 모습은 장식용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감각적이다.
 
  “이걸 머리에 쓰고 있으면 레이저가 두피를 자극해 발모를 돕는 원리입니다. 하루 한 번, 50일 이상 사용하면 신기하게도 머리가 나기 시작해요. 임상시험을 거쳐 유럽에서 특허를 받았고, 국내에서는 현재 식약청 인증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으니 앞으로 우리 회사의 효자 상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대덕연구개발특구본부의 해외 마케팅 지원 사업
 
  원테크놀로지의 사례에서 보듯, 대덕연구개발특구본부에서는 특구 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 대한 방대한 정보와 네트워크를 가진 코트라(KOTRA)와 함께 수출전략을 논의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해당 기업의 제품력과 기술력, 적극적인 의지, 수출 타당성 등을 검토해 대상 업체를 선정한다.
 
  徐準錫(서준석) 특구본부 홍보팀장은 “어느 전시회에 참여해도 3년 정도는 지속해야 바이어들에게 인지도가 생긴다”며 “단발성 지원으로는 수출이 성사되기 어렵기 때문에 사업 진행과정을 지켜보며 3~4년간 단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을 통해 그동안 특구 내 21개 업체가 지원을 받았고, 지난 한 해 동안 3650만 달러의 수출계약 실적을 달성했다. 원테크놀로지 외에도 레이저혈당측정기 회사인 아이소텍이 중국에 진출했고, 화학소재 생산업체인 라이온캠택은 미국 시장에서 1000만 달러의 수출계약을 따냈다. 총 30여 개국에 243개의 신규 바이어를 발굴 지원했는데, 앞으로 더 큰 성과가 기대된다.
 
  서 팀장은 ‘앞으로 해외 전문 전시회를 유망상품 해외 마케팅 사업으로 확대 통합할 것’이라며, ‘반응이 좋아 지원대상 업체도 늘리고 지원금액도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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