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鳳喆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속 외국어고등학교 교장
⊙ 1945년 경북 출생.
⊙ 계성고, 한양대 국문과 졸업.
⊙ 대원외고 교장, 전국외고교장협의회 회장 역임.
⊙ 상훈: 대한민국 신경영 블루오션 대상, 신한국인 대상.
⊙ 1945년 경북 출생.
⊙ 계성고, 한양대 국문과 졸업.
⊙ 대원외고 교장, 전국외고교장협의회 회장 역임.
⊙ 상훈: 대한민국 신경영 블루오션 대상, 신한국인 대상.
- 미국 뉴욕 주 브리스톨에 사는 제임스 니컬스가 자택 식탁에서 아홉 살짜리 딸 레베카에게 영어와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레베카는 학교를 그만두고 홈스쿨링을 시작한 이후, 읽기 실력이 동급생보다 몇 학년 높은 수준으로 향상됐다.
영희가 태어난 후 영희 어머니는 국가로부터 육아수당을 받게 되었고, 영희 어머니의 직장에서는 근무 시간을 단축해 주는 한편 시간외 근무는 아예 면제해 주었다. 영희는 3세부터 국가에서 운영하는 유아원에서 무상으로 유아교육을 받으면서 체계적인 조기교육 혜택을 받았으며, 5세가 되면서 공립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여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까지 모두 무상으로 다닐 수 있었다.
중학교부터 영희는 영어권 원어민 선생님과 한국인 선생님이 함께 하는 영어 수업을 통해 별 막힘 없이 영어회화를 한다. 고등학교에서는 해외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외국어에 대한 자신감이 더욱 생겼다. 아울러 장래에 전공하게 될 학문 분야에 도움이 되도록 영어와 중국어를 선택 외국어로 정하고, 다음에 스페인어나 일본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공부하려고 한다.
학교에서는 오전까지만 수업하고 오후에는 집에서 自家(자가) 학습형 탐구수업과 스쿨 네트워크를 통한 통신수업 및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끝나면 도서관에서 추천 도서를 열람하고 다음에 발표할 프레젠테이션 관련 자료들을 검색하여 발표용 콘텐츠 작성 작업을 한다.
고등학교 수업은 8개 공통과목을 제외하고는 영희의 장래 진로와 영희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야의 과목을 선택해서 수강하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는 대학진학 희망자에게 제공되는 심화학습 고등교육 과정을 수강하는 한편, 인턴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다. 영희는 앞으로 경제학을 전공할 계획이기 때문에 경제 관련 전문교과 중에서 경제사와 거시경제, 미시경제 입문 과정에 등록하여 수강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영희는 대학 경제금융학과에 무난히 합격했다. 고등학교 전체 학점은 중상위권이지만, 전공 관련 경제 분야 교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한편, 경제 관련 기관에서의 인턴과 현장 체험, 교내외에서의 활발한 활동을 담은 포트폴리오가 입학 사정관에게 좋은 인상을 준 것이 합격에 큰 도움이 됐다.
대학 등록금은 국가에서 10년 상환 무이자 학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영희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自力(자력)으로 대학에 등록하고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대학교 재학 중에 국가에서 시행하는 국제 교환 프로그램에 참가, 3학년 때 중국의 난징(南京)대학에서 강의를 받으며 아시아 경제블록연구소에서 현장수업도 겸했다. 4학년이 되면서 졸업논문 준비를 위해 현장 인턴으로 한국경제연구소와 지도교수의 연구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대학원은 컬럼비아 대학 비즈니스 스쿨에 입학했고, 국제무역통상학에 관심을 갖고 연구 활동에 전념하면서 민간 장학재단으로부터 장학금 지원을 받아 큰 어려움 없이 학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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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1일 오전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관계자들이 '화상회의'를 통해 코넬대 입학사정관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
◈ 교육의 질이 상품의 질 결정
이상은 우리가 바라는 20년 後(후) 한국 사회와 교육의 모습을 상상해 본 것이다. 20년 前(전) 우리 사회와 현재를 비교해 보았을 때 앞으로 이런 사회와 교육 환경이 한국에 조성되리라는 기대는 그리 지나치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 분야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2008년 스위스 국제경제개발원의 발표에 따르면 55개국 중 35위라고 한다. 하지만 이를 세분해 보았을 때 초·중등학교 수준은 세계 최고지만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의 경쟁력은 55개국 중 53위로 대단히 저조하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82%임을 고려할 때 너무나 초라한 결과다.
이 같은 결과는 대학 교육의 경쟁력이 경제·사회적 수요에 미치지 못한 데서 나온 것이다. 한국은 GDP 대비 국가 재정의 고등교육 지원액 비중이 0.6%로 OECD 평균(1.1%)의 절반 수준이다. 대학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개혁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은 미래를 풍요롭게 하는 산업이자 사회적 기반이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한국이 짧은 기간에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근간에 교육이 있다. 교육을 통한 인재 육성이 오늘의 한국을 만든 동력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회가 변하고 발전하는 근본 에너지는 지속적인 교육에 의한 인재 육성에서 생성된다. 미래를 예측하여 그에 맞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전략을 짜는 기본 재료가 교육이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개인을 넘어 국가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국민의 질이 상품의 질을 결정한다는 말이 전적으로 공감되는 현실이다.
교육의 변화는 사회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의 변화 속도에 비추어 볼 때 미래 우리 교육현장의 변화 역시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클 것이다. 그 주된 요인으로 국민의 개인소득 증대와 低(저)출산으로 인한 취학아동의 감소 및 고령화 사회의 대두, 소규모 집단 중심의 수업 등 수요자 중심의 교육 욕구 증대, 국제화 글로벌화라는 시대적 분위기, 학교 자율권 확대 요구 등을 꼽을 수 있다. 사회와 교육에 획기적인 혁명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현재 우리 교육현장과 비교하여 2030년의 교육시스템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변모할 분야를 검토하고,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언급해 보고자 한다.
◈ 유치원 公敎育, 9월 학기 시행
우리나라의 현행 학제는 1950년 초에 수립된 이래 지금까지 약 60여 년 동안 수정 없이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신학기는 3월이며, 겨울방학이 긴 대신 여름방학은 짧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9월에 학기를 시작하여 여름방학이 길고 겨울방학이 짧은 것과 상반된다. 오늘날처럼 국가 간 학생교류가 활발한 시대에 현행 학제는 재학 중 人的(인적) 자원의 교류에 매우 불편한 구조다. 이 때문에 2006년부터 현행 학제를 개편하는 연구가 추진돼 왔다. 학제 개편에는 수업 연한과 졸업, 입학 시기, 교육 단계, 교육 내용, 취학 연령, 대상 등이 포함된다. 이를 고려하면 2030년 한국의 교육 체계는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아동들의 성장은 신체는 물론 정보습득 및 지능적 측면에서 과거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빠르다. 그럼에도 초등학교 취학 연령이 50년 이상 만 7세로 유지돼 오다 최근에야 만 6세1월로 낮춰져 비로소 OECD 국가들의 평균 취학 연령과 같아졌다. 일부에서는 만 5세까지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부정적 측면이 더 많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대신 유치원 교육을 3~5세로 하되 5세부터는 학제 개편과 동시에 公敎育(공교육)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민소득 증대와 복지정책의 발전적 확대로 인해 유치원 교육이 학제에 포함되면 아동들은 학제 안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게 된다. 따라서 현행 초·중·고등학교 학제를 개편하여, 유치원 1년이 공교육에 포함되며, 초등학교를 1년 줄이는 대신 고등학교를 1년 늘려 5-3-4-4제가 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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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이 공교육으로 편입돼야 한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
◈ 고교까지 의무교육 확대
그렇다면 2030년 의무교육의 범위는 어디까지가 될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교육재정의 규모를 예측해야 한다. OECD 국가들의 평균 교육재정은 2003년 기준 GDP의 6%에 달한다. 이에 비해 한국의 2007년 현재 교육재정은 GDP 대비 약 4.95%로서 비교적 낮은 편이다. 2030년에는 GDP 대비 약 7% 혹은 그 이상의 교육재정이 확보되리라 본다.
2030년에는 유치원과 초·중학교는 물론 공립 고등학교까지 무상 의무교육이 시행될 것이다. 사립 고등학교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학교가 설립·운영되며 특성화 정도에 따라 등록금이 자율화되고 현재처럼 수익자부담 교육이 지속될 것이다.
고등학교의 경우 지금과 같이 애니메이션·조리·골프·축구·공예·만화·항공·호텔 분야를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특성화고등학교가 많이 설립되고, 자율학교와 특수목적고 및 자립형 사립학교 설립이 활성화되면서 교육과정 운영상 상당한 자율권을 해당 학교에 위임하며 예비 대학 체제의 고교 교육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등학교는 능력 중심의 학제가 적극 시행됨에 따라 학점 취득제를 바탕으로 한 조기 졸업이 활성화될 것이다.
특히 중등교육에서 학교 출석수업 대신 집에서 부모로부터 교육을 받는 홈스쿨링 제도의 도입이 예상된다. 홈스쿨링 제도는 획일적인 공교육에 반대하여 부모들이 아이의 적성과 특성에 맞는 교육을 직접 하고자 했던 욕구에서 출발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전국에 130만~150만명의 학생이 이 제도를 통해 在宅(재택)교육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마약, 음주, 섹스, 폭력 등 학교생활의 어두운 측면이 부각되면서 많은 부모가 재택교육을 선호하게 됐다.
미국에서는 몇 년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1993년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모든 교육과정을 집에서 가르치는 것이 합법화됐다. 한국에는 현행법상 의무교육으로 규정된 초등 과정을 무시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는 제도적 규제가 있다. 하지만 다양한 교육에 대한 수요자의 욕구와 필요성을 고려할 때 향후 이런 제도적 규제는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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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교육에 앞장서고 있는 서울 영훈초등학교의 수업 장면. |
◈ 교원 양성, 교원전문대학원으로 일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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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에는 학교 출석수업대신 집에서 부모로부터 교육을 받는 홈스쿨링 제도 도입이 예상된다. |
학제 운영의 세부안에서 초등과 중등학교는 학년 단위를 다소 크게 묶어 통합 교육과정으로 운영된다. 특히 고등학교는 학년 구분이 없어지고 학점 중심의 무학년 수학 형태로 바뀌고 능력과 취득 학점에 따라 졸업 시기가 조정되는 제도가 병행될 것이다.
입학과 학기는 대부분의 선진국이 시행하고 있는 9월로 바뀐다. 대학에서의 학점 취득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가능해짐에 따라 수학 기간에도 변화가 생기고, 졸업과 사회 진출의 시기도 자유로워지고 빨라진다.
IT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통신 네트워크, 정보 서비스, 정보화 교육 체제의 역동적인 변화가 촉진됨에 따라 학교 현장의 수업 방식도 달라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쿨 네트워크를 통해 교실수업과 통신교육이 병행된다는 점.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이 동시에 진행돼 모든 학생들이 매일 등교하여 늦은 시간까지 교실에 있을 필요가 없어진다. 제도교육과 사회교육의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네트워크를 통한 가상학교가 등장함에 따라 교육이 경직된 틀에서 벗어나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완화되는 것이다.
개인의 욕구와 관련된 교육 및 유연한 교육 체계는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과제를 연구하기 위해 도서관이나 자료 검색원 등에서 보고서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작성하고, 때로는 현장 참가 실습을 통해 연구 과제를 준비하는 등 열린 강좌가 활발하게 전개된다.
자율성, 다양성, 창의성 교육을 강조하는 교육제도로 인해 공교육 중심의 학교 교육은 퇴조하고, 원격 교육이 활발해진다. 개인의 특성에 따른 교육환경의 변화는 물론 고정화된 수학 기간의 틀 역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2030년에는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가 전개되면서 평생교육이 지금보다 훨씬 활성화된다. 평생교육은 제도권 교육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서도 이뤄지는 것으로, 교육이란 유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일생을 두고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교육제도의 형식적 틀인 수학 연한과 연령은 물론 공간의 벽까지 무너뜨리는 광범위한 제도다. 이와 더불어 직업교육도 활성화되고 사이버 교육과 대안 교육도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안드레아스 슬라이더 OECD(경제협력기구) 교육국장은 “OECD 국가의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를 분석해 보면 한국 학생 성적은 OECD 국가 평균은 물론 독일 평균보다 높지만 최상위권(영재) 학생 비중은 낮은 편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중등교육의 평균치는 매우 우수하나 최상위층의 분포가 약한 것은 영재교육이나 능력이 우수한 학생에 대한 수월성 교육이 그동안 제도에 묶여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다. 또 지나친 스파르타식 교육이나 높은 私(사)교육 의존도가 창의성이나 잠재능력을 계발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됐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이라도 학생들의 수준에 따른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그에 맞게 다양한 교육을 실시한다면 최상위권으로 도약하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으리라 본다.
다양한 형태의 학교가 문을 열고 수월성 교육을 시행하는 등 수요자의 욕구가 증대되면 교육기관은 물론 교사 양성 방법 또한 변할 것이다. 국내 대학은 법대와 의대가 각각 법학대학원과 의학대학원으로 개편, 전문화되었다. 사범대학, 교육대학, 일반대학의 교직과정, 교육대학원 등의 교원양성기관 역시 교원전문대학원 체제로 일원화될 것이다. 중·고등학교 공히 교원평가제가 시행돼 부적격 교사의 재교육이나 퇴출이 가시화될 것이고, 이에 따라 교사들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중·고등학교는 교장 초빙제를 통해 진취적이면서도 수준 높은 학교 운영을 위한 초석을 다지게 될 것이고, 대학은 실적평가의 결과에 따라 연봉제 계약과 교수 재임용이 확고하게 정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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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임용고시에 합격한 예비교사들이 서울특별시교육연수원에서 연수를 받고 있는 모습. 여자 숫자가 남자를 압도한다. |
◈ 대학 입학사정관 제도 정착
대학 신입생 선발 과정에도 ‘다양화’라는 변화의 바람이 분다. 지금까지는 대학이 정부 방침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행정·재정상의 제재라는 불이익이 가해졌다. 그런데 정부가 수립 공표한 ‘대학입학전형 기본 계획’에 따르면 이런 官治(관치)행정의 제재를 2012년부터 완전 자율화해서 대학교육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자율적인 운영체제를 갖춘다는 것이다. 그러면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완전히 대학에 일임하게 되므로 선발 방법의 획기적인 변화가 오리라 본다.
선발 영역에서는 특기자 수시(조기) 전형이 좀 더 활성화될 것이다. 각 대학은 자기 학교에 맞는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할 것이며, 본고사를 포함한 여러 방법들이 시행될 것이다. 학생 선발 전형 자료로는 선진국, 특히 미국 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처럼 고교 교과 성적은 물론 非(비)교과 영역의 비중이 높아져 고교 생활 전반에 대한 기록과 교내외 특별활동 분야 기록, 각종 자격시험, 취미, 특기, 봉사체험, 리더십 교육 등과 관련된 기록 등이 모두 대학 입시 전형에 중요한 자료로 쓰일 것이다. 따라서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제도가 일반화될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자 하는 대학 입학사정관 제도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2009학년도의 경우 정부지원사업 선정 대학으로 지정된 40개 대학이 대학 입학사정관 제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2010학년도에는 49개 대학이 입학사정관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은 시행 초기라 본래 취지에 맞게 전형 단계까지 가기는 어렵겠지만, 점차 선진국의 대학들이 시행하는 수준까지 접근하리라 본다.
대학 입학사정관 제도의 기본 취지는 내신 성적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던 것을 입학 전문가들이 학생의 성적은 물론 창의력과 각종 잠재능력, 개인 환경, 소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선발하여 인재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대학 입학사정관 제도가 도입되면 각 고교별 교육활동 특징과 학생이 제출하는 서류를 통해 종합적인 평가를 실시, 학생을 선발하게 된다. 따라서 고교와 대학 간 협의 아래 정보교환 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다. 또 대학 입학사정관이 직접 해당 고교를 방문하여 현장을 확인하고 의견을 청취하는 등의 활동이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는 현재 시행 중인 특별전형 제도를 대폭 개선하고 보완한 것으로, 시행이 본격화되면 고등학교는 대학 입시에 종속되지 않고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으며, 대학은 교육 이념과 분야별 특성에 맞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
2030년이 되면 기여입학이 현실화될 것이다. 다만 기부금만으로 입학하는 부작용을 덜기 위해 평가시험의 틀 속에서 일정 수준의 자격조건을 충족시킨 학생에 한해서 입학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 ‘수요자 중심 교육’ 일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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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국외대부속 외국어고등학교의 수업 장면. |
수업 방식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교사에 의한 일방적인 지식전달 체계에서 탈피, 교사는 문제 발견과 해결 능력, 사고력을 키워 주는 역할을 하고, 학생은 스스로가 찾아서 공부하는 방식으로 변화될 것이다. 웬만한 정보나 지식은 공유하게 되므로 교사의 역할이 가르치는 입장에서 조력자나 조정자 역할로 변모하는 셈이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최신 정보나 지식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정보 인프라를 함께 구축하여 공유하고 활용하는 것이 미래 우리 교육현장의 모습이다. 이렇게 되면 지식의 전달자와 수혜자로서 수직적 관계를 맺었던 교사와 학생이 정보 인프라를 공유하는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학생 대 교사 비율은 지금보다 훨씬 소단위 그룹의 학습이 토론과 발표 중심으로 진행되므로 ‘열린 학습의 장’이 교육 현장의 일반적인 모습이 될 것이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A. Toffler) 박사는 “산업은 제3의 물결을 타고 있는데 한국의 교육은 아직 제2의 물결에 머물고 있어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산업사회에서는 획일적 교육시스템을 통한 인재 양성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창의성과 다양성이 요구되는 미래 사회에서는 교육 제도의 개방성, 유연성, 혁신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미래의 아이들은 상당한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갖춘 데다 다채로운 재능과 흥미를 가진 아이들이다. 이들이 만족하고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 교육’ 환경 조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수요자 중심 교육’은 2030년 글로벌 시대를 전망하는 이 시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로 다른 환경과 문화 속에서 생활하는 세계인의 한 사람으로서 미래를 이끌어갈 우리의 인재들에게는 무엇보다 각자의 요구와 필요에 맞는 학습 경험이 필수적이라는 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2030년 우리 교육환경은 이렇듯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학생들은 이러한 변화 덕분에 지식정보화 사회의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과 문제해결 상황에 손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