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雲天 前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 1954년 전북 고창 출생.
⊙ 이리남성고 졸업, 고려대 농경제과 졸업.
⊙ 참다래유통사업단 대표·(사)한국신지식농업인회회장·한국농업CEO연합회장 역임.
⊙ 새농민상 수상, 대산농촌문화상본상 수상, 철탑산업훈장 수훈.
⊙ 1954년 전북 고창 출생.
⊙ 이리남성고 졸업, 고려대 농경제과 졸업.
⊙ 참다래유통사업단 대표·(사)한국신지식농업인회회장·한국농업CEO연합회장 역임.
⊙ 새농민상 수상, 대산농촌문화상본상 수상, 철탑산업훈장 수훈.
- 우리나라 농경지의 전형적인 모습. 공급과잉 시대의 농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
이 보고서는 韓美(한미) FTA 체결과 더불어 한국이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서 개발도상국 지위 유지에 실패하면 2005년 현재 15조원의 농업 총소득은 2010년 11조5000억원, 2020년 8조500억원으로 각각 줄고, 2030년에는 6조9000억원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업 생산액도 2005년 35조1000억원에서 2030년에는 26조6000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農家(농가)수 역시 2005년 현재 127만 가구에서 2030년에는 절반 이하인 53만 가구로 감소하고 농업 인구도 2005년 343만명에서 2030년에는 118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참으로 우울한 전망이다. 필자가 보기에도 현재의 농업 정책을 그대로 두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2030년의 한국 농업 전망은 정확히 맞아떨어질 것이다. 우리 민족의 뿌리인 농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20년 전의 필자 모습이 떠오른다. 오늘날의 농업환경이 20년 전 필자가 키위를 재배하며 부딪친 상황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20년 전 필자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우리 환경에 맞지 않는다며 정부에서 부적합 판정을 내린 키위를 어렵게 정착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시장 개방이라는 폭풍우에 부딪혔다. 국내 농업 기반의 약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농업이 FTA 협정, DDA 협상 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다.
그러나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키위를 참다래라는 우리 브랜드로 살려냈다. 우리 농업도 시장 개방 확대로 어려움이 있지만, 농업 생산물의 공급과잉 시대에 걸맞은 패러다임으로 농업 구조와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면 분명 희망찬 미래가 열릴 것이다. 가격과 품질, 사람과 조직, 시스템과 인프라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면 능히 외국 농산물과 싸워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공급과잉 시대에 적합한 농업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농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당면과제다. 공급과잉 시대에 우리 농업이 구축해야 할 패러다임을 다음의 몇 가지 측면에서 검토할 수 있다.
◈ 농업 주체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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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충남 논산시 상월면 대명리에서 농민들이 고구마를 수확하고 있다. |
우리 농업에는 뚜렷한 주체가 없다. 농업 전체로도 그렇고 품목별로도 그렇다. 목숨을 걸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세로 모든 역량과 노력을 쏟아 붓는 주체가 없으니 농업 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공급이 부족했던 시대에는 국가라는 확고한 주체가 있었다. 농업이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만큼 국가가 주체가 되어 식량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공급과잉 시대에는 농업이 더 이상 생존의 문제가 아니며, 농업에도 선택과 경쟁의 원리가 적용된다. 공급과잉 시대에는 국가가 주체가 될 수 없고 농업인이나 농업인 조직이 주체가 되어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농업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오늘날 우리 농업에서 주체 역할을 담당해야 할 일차적인 조직이 농협이며, 농협만큼 거대하고 전국적인 농민조직이 없다. 그러나 농협이 그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한다. 외형상의 엄청난 규모에도 불구하고 정작 농업의 주체 역할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필자 또한 이런 견해에 동의한다.
단편적인 예로 RPC(미곡종합처리장)의 경우를 들 수 있다. 현재 전국에는 260여 개의 RPC가 있는데 하나같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RPC의 운영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쉽게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RPC는 현재 단위농협의 상무가 맡아 운영하고 있다. 전문경영인이 아니라 농협 상무가 겸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조직으로 치열한 경쟁 체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겠는가. 책임과 권한을 갖고 운영하는 주체가 없는데 흑자가 날 수 있겠는가?
참다래를 예로 들어보자. 참다래 농사와 관련된 주체는 참다래 농사를 짓는 대부분의 농업인이 참여하고 있는 참다래유통사업단이다. 가격 폭락이나 과잉생산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참다래유통사업단을 통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유통 조절 등을 통해 가격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늘이나 양파는 어떤가? 문제가 발생하는 지역마다 농림부 장관이 쫓아가 대책을 발표하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전국 단위의 양파나 마늘 조직이 주체가 되어 먼저 문제를 해결하고, 그들의 힘으로 부족한 것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돼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니 정말로 중요한 것은 분명한 농업 주체를 육성하는 것이다. 분야별, 품목별로 책임과 권한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를 육성하고, 그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공급과잉 시대 우리 농업발전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 농업인력 육성 위한 농촌 뉴타운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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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통일촌에서 농민들이 콩을 탈곡해 담고 있다. |
모든 일은 사람에 의해 이루어진다. 조직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도 그것을 운영할 사람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농업 또한 마찬가지다. 분야별, 품목별로 주체가 되어 조직을 이끌어갈 젊고 유능한 전문인력이 지속적으로 육성되어야 우리 농업은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전문인력은 고사하고 젊은 사람조차 찾아보기 힘든 게 농촌의 현실이다.
1993년 文民(문민)정부 시절에 필자가 제안했던 농업인력 육성 정책이 부분적으로 시행된 일이 있었다. 필자는 당시 1년에 500명씩 문민정부 5년 동안 2500명을 선발해 농촌에 내려 보낼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 1993년에 學士(학사)개척농이라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매년 農大(농대) 졸업생 중에서 500명을 선발, 국내외에서 장기 연수를 시킨 후 정책자금을 지원해 농촌에 정착시킨다는 제도였다.
이 제도는 시행 첫해에 100명의 대상자만 선정한 채 중단됐다. 기존의 농업인이나 조직들에서 “엘리트 農政(농정)으로 농업인들을 다 죽이려는 것 아닌가”하는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금도 그 제도를 다시 제안하고 싶다. 지금 농촌에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전문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농업인력 육성은 학업 등을 이유로 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出鄕人(출향인)들을 가구 단위로 歸村(귀촌) 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가구 단위로 정착해야 안정적인 영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대를 졸업해도 농촌에 정착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작금의 현실에서 젊은 가구들의 귀촌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 대책 중 하나가 농촌 뉴타운 건설이다.
농촌 뉴타운 건설의 목적은 도시에 거주하는 30~40대 젊은 출향자 가구의 귀촌을 유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농촌에 중소도시 수준의 생활이 가능한 뉴타운을 조성, 고령 농업인의 후계 가구들이 마음 놓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市郡(시군) 단위로 200~300가구의 뉴타운을 조성해 30~40대 귀촌 희망 가구에 분양하자는 사업이다. 대상 연령을 30~40대로 한정, 뉴타운이자 영타운으로 만들어 도시와 같은 친교활동을 보장해 농촌이지만 도시에서와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입주 가구에는 분양대금을 장기 무이자로 융자해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
이렇게 할 경우 입주 희망가구가 적지 않을 것으로 필자는 예상하고 있다. 특히 귀촌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젊은 주부들도 상당한 호감을 느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농촌 뉴타운은 달리 표현하면 젊은 농업인력의 집단거주지다. 그런 만큼 뉴타운은 그대로 지방농정의 정책 대상이 된다. 효율적인 농정 추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특히 지역의 특화작목 종사가구를 중심으로 분양이 이루어질 경우 뉴타운은 젊고 조직화된 농업주체가 된다. 농업정책에 대한 여론수렴을 비롯 정책 집행과 분석 평가까지 뉴타운 내에서 원 스톱 시스템으로 수행할 수 있다. 젊은이들이 돌아오기 시작하는 농촌. 그것은 우리 농업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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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농업 절약형 농업 컬렉션’에 참석한 농업인들이 미래 농법을 배우고 있다. 미래 농업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농법과 경영 능력이다. |
◈ 농업의 비즈니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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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이름난 금산인삼. |
농업 주체와 인력양성, 뉴타운 건설 등의 시스템 구축과 함께 추진돼야 할 일이 농업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다. 공급부족 시대의 농업이 생산에 치우쳤다면 공급과잉 시대의 농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 농산물이 농장에서 생산돼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전 과정이 농업 분야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의 비즈니스화는 농업이 1차 산업에서 2차, 3차 산업을 아우르는 복합산업으로의 전환을 뜻한다. 생산에서 판매까지의 모든 과정을 농업인 스스로 관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쌀 재배 농업인은 쌀떡을 만들어 팔 수 있고, 포도재배 농업인은 포도주를 생산해 팔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 농업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고 농업은 명실상부한 비즈니스 농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즈니스 농업에서는 판매가 중심이 된다. 아무리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매장에 진열해서 팔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그러므로 공급과잉 시대에는 생산을 위한 생산이 아니라 판매를 전제로 한 생산으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농업인들도 이제는 경영 감각을 갖고 생산에 임해야 한다. 생산원가를 낮추고 품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으나 유통망을 정비해 중간 마진을 줄이고 마케팅 활동을 통해 가격 폭락을 방지하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생산원가를 낮춰도 소비자 가격을 유지하지 못하면 비용절감 또한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농업인뿐만이 아니다. 농업 관련 기관, 단체의 시스템이나 제반 업무도 판매를 중심으로 재정비돼야 한다. 지자체를 비롯 농협, 농업기술센터, 연구소, 대학 등 관련 기관이나 단체에서 그동안 생산장려나 식량증산을 위해 쏟아 부었던 노력을 이제는 판매 확대나 판로 개척에 쏟아야 한다.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품종을 개발하고 연중 판매를 위한 저장법 연구 등등 해당 업무를 판매와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판매를 담당하는 농업 주체를 중심으로 관련 기관, 단체를 네트워크로 연결해야 한다. 생산에서부터 선별, 포장, 저장 등의 제반 과정을 판매에 맞춰 연계하듯 농업 관련 행정 주체, 연구 주체, 교육 주체 등을 경제 주체를 축으로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요약하면 지자체 단위의 경제 주체를 중심으로 농업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생산 중심의 농업시스템을 판매 중심으로 재편하여 역량을 결집할 때 우리의 농업은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시·군 유통회사 설립이다. 필자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재직 시 대통령에게 지역단위 산지유통 주체로 시·군 유통회사를 설립하겠다는 보고를 한 바 있다. 지금까지 생산자 중심의 産地(산지)유통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핵심주체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그 역할을 시·군 유통회사가 담당하게 하자는 것이다.
시·군 유통회사는 농업인의 일정 비율 이상 참여를 전제로 지자체, 지역농협, 대기업 등 다양한 자본을 참여시킬 계획이다. 기존의 산지조직과 효과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한편 전문경영인의 전문성, 독립성,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경영·지배 구조로 운영될 예정이다.
필자는 시·군 유통회사 설립과 농촌 뉴타운 건설이 우리 농정의 두 가지 중심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촌 뉴타운으로 사람을 키우고, 시·군 유통회사를 통해서는 조직을 키움으로써 우리 농업을 새롭게 도약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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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군 병영면의 과수원에서 농민들이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려 있는 단감 수확에 여념이 없다. |
◈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지금은 네트워킹 시대다. 산업을 1, 2, 3차 산업으로 분류하는 과거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지금은 연결되지 않은 산업이 없다. 농업도 관광 문화 사업이 될 수도 있고, 문화 산업이 농업이 될 수도 있는 시대다. 농업의 범위는 농산물 중심에서 문화, 관광, IT, BT까지 확장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새로운 가치 창조는 기업가 정신에서 나온다. 과거처럼 삽 들고 생산만 해서는 안 된다. 1차 산업을 2차, 3차 산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을 소유한 농업경영인들이 나와야 한다.
농업 현장이 농업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인력으로 대체된다면 농업은 그 어떤 분야보다 성장 산업이 될 수 있다. 현재 농수산물 생산액은 30조원 가량이다. 식품 산업까지 합치면 140조원 정도다. 농업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농촌 현장의 시스템 변화, 인력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면 필자는 2030년 농업생산 규모가 현재의 10배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