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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년 4월호

두바이 헬스케어 시티 조감도. 두바이는 의료분야의 허브 국가가 되기 위해 세계 유명대학 의료기관 및 제약회사와 손잡고 헬스케어 시티를 건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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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크 모하메드는 이 사람, 진짜 「詩人」이다. 정말 「작품 활동」을 하고 있었다.

유승혜 광운大 국어국문학과
제15회 전국 재능 詩낭송대회 서울지역 우수상 수상. 광운大 학보사 학술 문화 부장(2006).
  두바이는 참 재미없는 나라다. 「관광」을 하자면 그렇다. 온 동네가 공사판인 탓에 바람에 날리는 먼지가 사막의 모래인지 건설 현장의 먼지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全세계 타워크레인의 20% 이상이 두바이에 모여 있다고 하니, 할 말 다 한 셈이다.
 
  얼핏 보기에 서울 강남 정도의 크기밖에 안 되는 작은 도심의 교통체증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거북이 운행을 하는 차들을 보고 있노라면 포르셰나 페라리 같은 高價(고가)의 차들이 많아 과연 「부자들의 나라」라는 것이 실감난다.
 
  이제는 두바이의 상징이 된, 이른바 세계 유일의 7星(성) 호텔로 불리는 「버즈 알 아랍」. 바라만 보아도 황홀한 호텔의 위용은 밤이 되면 다채롭게 변하는 은은한 조명으로 더욱 더 화려해진다.
 
  사막 위에 만들어졌다고 하여 「발상의 전환」이라 명성이 자자한 「스키 두바이」는 어떨까? 발상은 신선하지만 400m의 슬로프는 굳이 숙련된 스키어가 아니더라도 「심심한 코스」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커다란 쇼핑몰 내에 위치해 있어서인지 도통 「사막」 위에 지어졌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차를 타고 시내를 조금만 빠져나가면 사막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인공물에 둘러싸인 두바이에서 그들만의 「전통적인 것」을 찾아 내기 힘들다.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하고 관광을 오기에는 볼 것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바이에는 해마다 수많은 이들이 몰려든다. 오죽했으면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며 급성장한 「다이내믹 코리아」의 대학생들이 우르르 두바이를 방문했을까.
 
 
  세계 최대의 테마파크「두바이랜드」
 
두바이 크릭 주변에 들어선 초현대식 빌딩들. 과거엔 새 건설공법을 체험하기 위해 시카고를 찾았으나 최근에는 두바이가 초현대식 건설공법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적어도 2015년까지는 완공될 것입니다. 더 일찍 끝날 수도 있고요』
 
  전체 면적이 미국의 LA만 하다는 「두바이랜드」. 디즈니랜드의 8배에 달할 것이라는 테마파크 두바이랜드를 소개하는 안내인의 눈빛은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소개한 두바이랜드의 미니어처는 짐작할 수 없는 면적과 「공상과학 만화」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시설들로 가득해 쉽사리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미니어처만 봐도 입이 벌어질 지경인데 과연 그것이 현실화될 것인지의 여부는 의심부터 드는 게 사실이다.
 
  두바이랜드는 놀이시설과 박물관은 물론 스포츠, 레저시설을 비롯해 자연 체험장과 인공열대우림 등 거의 모든 위락시설을 갖춘 세계 최대의 파크로 계획되어 있다. 특히 「기적의 팰콘 시티」라 명명한 테마파크는 에펠탑, 타지마할, 만리장성 등 세계 각국의 유명 건축물을 실제 크기로 복원해 세울 예정이란다.
 
  과연 이 모든 계획들이 8년 안에 마무리 될 수 있을까? 대체 이 야심찬 포부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세계 최고층의 빌딩이 두바이라는 곳에 건설되고 있음을, 또 세계 최고급의 호텔이 두바이라는 곳에 건설되어 있음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도 이곳의 엄청난 계획들이 무모해 보이는 것은 나 하나뿐이었을까?
 
  그 때문인지 「소설 쓰고 있네」라는 비아냥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감히 내뱉을 수 없었다. 그런데 셰이크 모하메드는 진짜 「詩人」이다. 정말 「작품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는 두바이라는 사막의 여백에 한 편의 화려한 장편 詩를 쓰고 있는 중이었다.
 
 
  콘네시오네
 
  「콘네시오네」(Connessione)라는 말이 있다. 사물과 여러 현상을 체계적으로 묶듯, 분절된 학문들을 연계해 종합적으로 파악한다는 개념이다. 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창의성 원칙의 하나로 꼽은 개념이기도 하다. 뉴턴이 근대 과학을 완성시킨 근본에는 로마의 詩와 성경, 르네상스 사상, 연금술 연구 등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자신의 연구 분야에 창조적으로 결합시킨 데 있었다. 「콘네시오네」의 개념과 같은 맥락이다.
 
  이 시대의 리더들은 한결같이 21세기형 人材(인재)를 두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뉴턴 같은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라 입을 모은다. 즉, 자신의 업무영역에 대한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 걸쳐 폭넓은 이해를 갖추고 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일컫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늘 열린 생각을 해야 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풍부한 감성과 인간미를 갖추어야 한다. 그야말로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한다. 지금, 그리고 먼 미래에 이르기까지 이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만능 엔터테이너」 그 자체가 아니라, 바로 그들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조적인 사회」기 때문이다.
 
  셰이크 모하메드를 「21세기형 人材」로 꼽는 데 이견을 가질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이스라엘 軍의 총격에 숨진 팔레스타인 소년의 죽음을 애도하는 詩를 발표했던 이 리더는 도시 개발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도전」이란 詩로 표현할 만큼 풍부한 감수성의 소유자다. 한때는 승마선수였고 축구·가라테·낙타 경주 등을 즐기는 스포츠 광이다.
 
  그는 누가 보아도 다방면에 두루 재능을 갖추었고 감성과 이성을 적절히 활용하는 인물이다.
 
  그가 추진한 프로젝트는 실현 가능성과 성패의 여부를 떠나, 아이디어만큼은 기존의 관념을 뒤엎는 신선하고 놀라운 것들이다. 그 창의력의 바탕은 셰이크 모하메드가 가진 폭넓은 견문과 다방면의 관심, 그리고 그 모든 것을 「詩的(시적) 감성」으로 풀어 낼 줄 아는 능력에 있다고 본다.
 
  두바이의 인공섬, 「팜 아일랜드」는 「콘네시오네」 개념이 총체적으로 집약된 셰이크 모하메드의 야심작이다. 셰이크 모하메드와 그가 지휘하는 2000여 명의 싱크탱크는 사막에 도시를 짓는 것도 모자라 바다 한가운데 섬을 만드는 계획을 세웠다. 팜 아일랜드라 명명한 팜 주메이라, 팜 제벨알리, 팜 데이라라는 인공섬은 말이 인공섬이지 외관으로 보나 전체적인 설계로 보나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이 커다란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들은 그 모습을 달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바다 위에 詩 구절을…
 
  세계 제 8대불가사의 자리는 벌써 팜 아일랜드가 맡아 놓았다. 두바이 시내의 거의 모든 가로수는 야자수다. 인공 섬의 모습이 두바이의 상징적인 나무 야자수라는 것은 「美的(미적) 감각의 표현」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었다.
 
  야자수의 섬 모양은 단순한 美的 표현의 발로가 아니다. 관광지 개발을 위해 해변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셰이크 모하메드는 어떻게 하면 해변을 늘릴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야자수 모양의 섬, 팜 아일랜드를 생각해 냈다. 여러 개로 뻗어나간 야자수 가지는 그 수만큼 해변을 가질 수 있었던 것. 당연히 그 위에 세워진 건물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개인용 비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거 시설 및 문화·레저 공간 등 다양한 부분들을 각 줄기 별로 나누어 배치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상상력과 창의력의 결과물이다. 美的, 창의적 효과에 홍보효과까지 삼박자를 갖춘 팜 아일랜드.
 
  이 야자수 인공섬은 「과학적」이다. 관광산업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쾌적한 환경이다. 이를 위해 팜 아일랜드의 야자수 섬들에는 과학적인 방파제가 설치된다. 섬 안 쪽으로 들어오는 해류의 흐름을 파악해 해류가 순환할 수 있도록 방파제에 틈을 준 것이다. 그리고 그 틈은 다리로 연결된다.
 
  환경을 위해 수심 속까지 관리하기 위해 두바이는 네덜란드에서 토지전문가들을 영입해 더욱 전문적인 계획을 구상했다. 머지않아 인공섬 사업, 건축사업, 토목사업을 배우려면 두바이로 가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내가 짧은 기간 두바이를 둘러보며 얼기설기 담아온 정보만으로도 팜 아일랜드는 모든 학문이 엮여 있는 총체적인 결과물이었다. 프로젝트가 성공해 이곳에 사람들이 정착한다면, 또 그 사람들이 그곳만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팜 아일랜드는 완벽한 「콘네시오네」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섬 외곽에는 섬의 보호를 위한 방파제가 원형으로 설치되어 있다. 이 방파제는 산책로로 쓰일 예정인데, 바로 이 산책로에 색다른 조형물이 설치된다. 하늘에서만이 그 모양을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조형물은 바로 아라비아語로 새겨진 셰이크 모하메드의 詩 구절이다.
 
  <賢者(현자)로부터 지혜를 얻어라/이상이 있는 사람은 그 지혜로 물 위에 글을 쓸 수 있으리라/말에 탄 모든 이가 기수는 될 수 없을지라도/위대한 사람은 그 지혜로 더 큰 도전을 향해 날아오르리라>
 
하늘에서 본 주메이라 비치 호텔. 파도 모양을 형상화한 이 호텔은 버즈 알 아랍 호텔과 더불어 두바이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아이콘이다.

 
  노마드의 기상
 
  세계 거리에는 수많은 「노마드」(Nomad, 유목민)들이 넘쳐난다. 그들은 제각기 휴대폰·PDA·노트북 등 첨단기기를 손에 든 채 거리를 활보한다. 그들을 일컫는 말이 바로 「디지털 노마드」다. 거리와 시간에 관계없이 어떤 업무든 처리가 가능하며 저마다 1人 미디어를 갖는다. 그들에겐 「집도 절도 없지만」 발이 닿는 곳이 일터요, 발이 닿지 않는 곳은 무한한 도전과 창조의 공간이다.
 
  두바이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랍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은 저마다 휴대폰을 하나씩 들고 있다. 한 무리의 동양 여대생들이 지나가자 그들은 휴대폰 플래시를 터뜨리며 그 모습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사막의 「진짜」 유목민이었던 베두인族(족)들도 점차 「디지털化」되어 가고 있다.
 
  들뢰즈의 철학 이론 중에는 「노마디즘」이라 하여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철학적 개념이 있다. 21세기 형 노마드는 단순히 첨단기기를 손에 쥐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아니다.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노마드 정신」이다. 손에 든 휴대폰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 곳에 정착되지 않은 유연한 사고, 즉 창조력과 도전정신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두바이 유목민, 베두인族의 族長(족장) 셰이크 모하메드는 제대로 된 노마드라 불릴 만하다. 그는 새로운 것에 狂的(광적)인 사람이다. 그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고 다재다능한 것은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데에 망설임이 없고 마음에 들면 도전하는 신념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그가 창안해 낸 프로젝트는 그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두바이는 또 다른 야심작 「더 월드」를 준비 중에 있다. 더 월드는 300여 개의 인공섬을 만드는 사업으로, 이 섬들은 6대륙의 국가들을 본 떠 세계 지도의 형상을 갖추고 있다. 이들의 포부는 세계 속의 두바이가 아니라 두바이 속의 세계를 만들겠다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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