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철
종로학원 본원 강사·종로논술연구소 연구위원
▣ 작가소개종로학원 본원 강사·종로논술연구소 연구위원
질 존스 (Jill Jonnes)
질 존스는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작가이자 역사학자이다. 그녀는 미국 국립 인문 재단과 포드 재단으로부터 연구 보조금을 받았고, 『우리는 아직 여기 있다 : 사우스 브롱크스의 번영과 몰락 그리고 재건(We’re Still Here : The Rise, Fall, and Resurrection of the South Bronx)』, 『재즈 명수, 마약 수사관, 그리고 허무한 공상 : 불법 마약과 함께 한 미국 낭만의 역사(Hep - cats, Narcs, and Pipe Dreams : A History of America’s Romance with Illegal drugs)』 등을 저술했다.
▣ 책소개
빛의 제국 (Empires of Light)
19세기 말 최초의 전기 공급을 둘러싼 치열한 싸움의 베일을 벗기다!
19세기 말 미국 도금 시대의 세 명의 프로메테우스는 자연의 ‘영묘한 힘’에 숨은 가능성을 꿈꾸었다. 그들은 각자 새롭고 기념비적인 규모로 빛과 에너지의 왕국을 건설하고 지배하려고 경쟁했다. 여기에는 막대한 부의 축적에 대한 희망도 놓여 있었지만, 실제로 역사에서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기회는 한 사람에게만 주어진 것이었다.
세 거인 가운데 한 사람은 미국의 가장 위대한 발명가인 토마스 에디슨이었다. 그는 백열 전구의 창조자였고 세계 최초의 백열 전구 네트워크 입안자였다. 또 한 사람은 시대를 앞서간 천재였던 니콜라 테슬라로 그는 당시에 전기의 발생과 전달에 혁명을 일으켰다. 그는 무한한 전력과 통신을 발생시키는 데 지구 자체의 진동파 사용을 예견했던 세르비아계 이민 몽상가였다. 그리고 마지막 한 사람은 카리스마 넘치는 발명가이자 기업가인 조지 웨스팅하우스였다. 그는 값싸고 풍부한 전기로 동력을 공급받는 세계를 상상한 이상주의자였다.
전력 산업 초창기의 이 세 거인은 공상, 승리, 실수, 음모, 신랄한 반목을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고 ‘미묘하고 생생한 흐름’을 지배하려고 싸웠다. 그 과정은 미국 기업사에서 가장 별나고 타락한 전투 중 하나였다. 이 전쟁에서 에디슨은 신뢰할 수 있는 직류 기술을 통해 웨스팅하우스와 테슬라의 새롭고 실험적인 교류에 대항해 싸웠다.
『빛의 제국(Empires of Light)』에서 질 존스는 전력 공급을 두고 벌이는 과학과 발명, 그리고 사업의 음모와 충돌에 대한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기록하면서 기술과 자본 뒤에 숨겨져 있는 비인간적 본질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 본문읽기
1889년 7월로 접어들었을 때 케믈러의 전기 사형에 대한 변호사 코크런의 합법적 상소가 서서히 진행됐다. 재판관 에드윈 데이(Edwin Day)는 버펄로 변호사 트레이시 베커(Tracy C. Becker)에게 중재인 역할의 권한을 주었고, 전기 사형이 전통적 교수형 집행인의 올가미보다 덜 고통스러운지, 또 감전사가 더 잔인하고 별나서 위헌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증언을 받았다. 물론 브라운은 어느 것이 에디슨 진영에 불안을 일으키는지 시험을 할 예정이었다. 증언 청취가 시작되어 2주일 전 에디슨의 주요한 전기 학자인 케넬리는 브라운과 접촉했다. 케넬리는 ‘에디슨의 부탁에 따라’ 브라운이 다음과 같이 알기를 원한다고 충고했다. “잔인한 형벌의 건에 관해 전기 살해에 대항하여 주장될 수 있는 무게 있는 유일한 진술은, 그 적용으로 접촉점에서 범죄자의 살을 태울지도 모르고 그런 손상 없이 가능한 전류의 양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중략)
유별나게 찬 여름비가 서늘하게 내리는 7월 23일 에디슨은 처음으로 직류 세력의 개인적 지도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출전했다. 그는 코크런의 법률 사무소로 올라갔다. 그 곳에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발명가를 보고 그의 말을 들으려는 관객들로 가득했다. 브라운은 그의 보좌관으로 출석했다. 보통 사람의 저항이 옴으로 얼마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큰소리로 토론이 오갔다. 아마도 일부 사람들은 저항이 큰 전기 쇼크에서도 살아남고 다른 사람들은 졸도해 죽은 사건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가 어떻게 확실히 알 수 있을까? 하지만 에디슨은 알았다. 그는 전에 자기 실험실에서 250명의 사람에 대해 수많은 저항 실험을 했다고 말했다. 전등을 탄생시킨 이 존경받는 과학자이자 발명가는 코크런의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했다. 코크런이 물었다.
“당신의 판단으로 볼 때 모든 경우에 인간에게 죽음을 초래하도록 인공적 전류가 발생되고 적용될 수 있습니까?”
“그렇소.” 불이 붙지 않았지만 반쯤 그을린 시가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에디슨이 말했다.
“즉각적으로 그럴 수 있나요?” 코크런이 물었다.
“그렇소.”
에디슨이 유일하게 입 다물고 있던 정보는 ‘범죄자의 손을, 부식성 잿물로 희석시키고 그것에 전극을 연결시킨 물 항아리 안에 넣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사람을 불태우려면 얼마나 많은 전류가 필요할까요?” 코크런은 매우 큰 소리로 물었다. 『뉴욕 타임스』는 다음 대화를 보도했다.
에디슨은 한순간 생각한 다음 “아마 수천 마력일 거요.…… 당신이 그를 불태우려면.”이라고 대답했다.
“그를 적당히 작은 불로 태우는 것인가요, 그런가요?”
“그렇지 않소, 단지 그를 숯으로 만드는 것이오.” 에디슨이 말했다.
“그럼, 에디슨 씨. 당신이 생각하기에 웨스팅하우스 발전기가 가장 완전하게 악독한 시점까지 작동했을 때 사람을 태우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코크런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권한을 온통 비꼬는 질문에만 쏟아 넣었다.
“그의 체온은 정상보다 3내지 4도가 오를 것이고 잠시 후 그는 미라처럼 바짝 마를 것이오.”
“미라처럼 된다고요? 이제 우리는 전기 과학의 참된 본질을 얻기 시작하고 있어요. 어떻게 그렇게 되죠?”코크런은 매우 기뻐서 큰 소리로 말했다.
“그 열은 신체의 모든 유체를 증발시키고 그를 미라처럼 남겨 둘 것이오.”(중략)
코크런은 위대하고 사랑받는 에디슨이 전기의 이 특별한 양상, 즉 신체에 대한 그 효과와 재빠르고 고통 없이 죽일 수 있는 그 능력을 비참하게 무시했다는 것을 보이려고 했다.
하지만 에디슨의 평소 잘난 체하는 매너와 절대적인 주장은 승리를 거두었다. 역사가인 테리 레이놀즈와 베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에디슨의 명성이, 아마도 살아 있는 생명체에 대한 효과를 (에디슨이) 무시한다는 코크런의 폭로보다 우위에 섰다.”(중략)
두 명의 외과 의사는 사형 집행실 뒤쪽에서 교도소장과 짧게 의논한 후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더스틴은 24명의 긴장한 증인들과 두 명의 기자를 둘러보며 말했다. “매우 좋습니다, 여러분.” 그리고 그는 발전기에 있는 전기 기사들에게 신호를 보내기 위해 걸어갔다. 그 안의 전등불이 켜져 있었는데, 이는 발전기가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케믈러의 손이 전기의자의 폭넓은 팔걸이를 단단히 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 햇빛이 천천히 떠다니는 먼지 티끌을 밝혔다. 한쪽 창문의 음산한 그림자는 길을 잃은 산들바람에 의해 걷혔고 창살을 향해 드리워졌다. 담쟁이덩굴 속에 있는 참새들이 시끄럽게 울었다. 방에는 긴장된 침묵이 전부였다. “잘 가게, 윌리엄.” 더스틴이 말했고 낮게 찰칵하는 소리가 들렸다.
스위치가 멀리 떨어진 발전실에서 움직였다. 『뉴욕 타임즈』는 그 다음에 케믈러의 몸이 똑바로 난폭하게 흔들렸고 가죽끈들이 끔찍하게 꽉 조여졌다고 보도했다. “그는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제외하고 마치 청동 속의 주물처럼 그렇게 굳어졌다. 그 손가락은 매우 팽팽하게 잡혀 있었기에 손톱이 첫째 관절 위의 살점을 파고 들었고 피가 의자 팔걸이 위로 뚝뚝 떨어졌다.” 케믈러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을 때 검시를 위해 자기 의자로부터 천천히 걸어 나왔던 교도소 외과 의사는 “그가 죽었다.”고 말했다. 교도소장은 스위치를 끄라고 신호를 보냈다. 17초가 흘러 이제 오전 6시 34분이었다. 무시무시한 일이 끝났다는 안도감 속에 숨을 내쉬던 증인들은 더스틴이 그의 두개골에서 전극을 떼어 냈을 때 케믈러에게서 머리를 돌렸다. 두 외과 의사는 케믈러를 검사하기 위해 앞으로 나갔다. 다른 의사들이 주위에 모여들었고 케믈러의 상태를 판단하기 위해 그의 육체를 손상시켰다.
사우스위크 박사는 어느 정도 시체로부터 멀어졌을 때 노골적으로 미소를 띠었다. 그는 방의 먼 끝으로 조용히 물러선 소수의 증인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10년 동안의 작업과 연구의 최고점이다. 우리는 오늘부터 고등 문명에 사는 것이다.”
하지만 케믈러의 작은 손가락 상처로부터 계속해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의 심장이 아직도 뛰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한 사람이 “하느님 맙소사! 그가 살아 있다.” 기겁하며 외쳤을 때 주변에 있던 의사들은 모두 뒤로 물러났다. 또 한 사람이 “전류를 켜라.”고 명령했다. “봐라, 그가 숨을 쉰다.”고 세 번째 사람이 헐떡이며 말했다. 사우스위크 박사와 다른 사람들이 이들의 울부짖음에 급히 돌아봤을 때 그들은 케믈러의 몸뚱이가 생기는 없지만 가슴이 부풀었다가 꺼졌다가 하며 오르내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호흡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게거품이 가면을 쓴 그의 입 구멍에서 끔찍하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제발 그를 죽이고 끝내도록 해라!” 한 증인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AP 기자는 나무 바닥 위에서 기절했고 몇몇 사람이 그를 벤치로 데려가 부채를 부쳐 주었다. 더스틴의 얼굴은 분필처럼 하얗게 변했다. 그는 더듬어 찾아서 두개골 전극을 다시 붙였다. 전류가 다시 흐르고 케믈러가 끔찍하게 굳어갈 때 지독한 악취가 사형 집행실에 퍼지기 시작했다. 케믈러의 머리카락과 피부가 눈에 보이게 까맣게 타고 있었다. (중략)
다음 날 뉴욕의 많은 신문들은 소름끼치는 모든 세부 사항을 포함해 세계 최초의 공식적 전기 사형 집행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뉴욕 타임스』 1면의 큰 제목은 ‘교수형보다 훨씬 더 나쁜 ; 케믈러의 죽음 무시무시한 광경임을 증명하다’였다. 『뉴욕 데일리 트리뷰』 부제는 ‘실수와 오해 ; 사형 집행인은 증인들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라고 보도했다.
에디슨은 “케믈러의 죽음에 대한 설명을 단지 대강 훑어보았으나 그것은 즐거운 읽을거리는 아니었다.”고 말한 것으로 인용됐다. 그는 위치가 잘못된 전극(그 전극들은 케믈러의 손바닥에 붙여져야만 했다.)과 서투른 솜씨에 대해 참석한 의사들을 비난했다. 코크런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것은 나를 위한 일종의 소름끼치는 승리이다. 재판에서 나를 반대하던 전문가들은 그런 충격적인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일은 바로 일어났다. 케믈러의 무시무시한 형벌 후에 다른 어떤 주도 전기 사형법을 채택하지 않을 것이다.”
▣ 관련자료소개
르네 마그리트 (Rene Magritte ) - 빛의 제국
뭉게구름이 떠다니는 맑은 하늘 아래로 테라스에 불을 밝힌 하얀 이층집이 있다.
이층집의 옆에는 키 큰 나무가 한 그루 서 있고 집 뒤로는 숲이다.
하늘은 분명 낮임에도 나무를 경계로 한 지상은 어둠 속에 있다.
그리고 테라스의 불빛이 은은하게 집 앞 어두운 연못에 비치었다.
시간이 서서히 사라지다가 결국 정지하고 마는 그 세계.
모든 논리가 사라지고 결국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것들이
하나로 뭉뚱그려져 존재하는 공간.
- 김연수, 「르네 마그리트, <빛의 제국>, 1954년」
은은한 빛 뒤에 숨겨진 기술과 자본의 비정함.
전기는 이처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여러 상황들이 얽혀 탄생한 인류의 기술인 것이다.
◎ 생각 정리하기
[01] 7월 23일 토론회를 참고할 때, 코크런이 에디슨을 몰아세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예시답안]
코크런은 전기를 통해 사형을 집행하는 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임을 보이고자 했다. 전기 충격에 의해 인간이 몸이 어떻게 변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제기하는 질문에 에디슨은 ‘정상보다 3내지 4도가 올라 미라처럼 바짝 마를 것’이라고 답변한다. 이에 대해 코크런은 그와 같은 현상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가를 보이려고 한 것이다. 즉, 전기를 사용하여 사형수를 죽이기 위해서는 무척 많은 전기가 필요하며 그 정도의 양이면 사람을 태워 죽이는 수준이 된다는 것을 알리려는 의도에서 에디슨을 몰아세웠다.
[02] 코크런이 밑줄 친 ㉠과 같이 말한 이유는 무엇인가?
[예시답안]
케믈러라는 사형수를 전기를 이용하여 처형하는 과정에서 목불인견의 참혹한 광경이 펼쳐졌다. 이것은 코크런이 에디슨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말하고자 했던 사실을 그대로 입증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코크런의 ‘승리’이지만, 그 상황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고 비인간적인 모습이었기에 ‘참혹’한 것일 수밖에 없다.
[03] 교류의 방식으로 작동되는 사형 집행 의자는 에디슨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앞의 글에서 에디슨은 ‘직류 전기의 책임자’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직류 전기를 지지하는 에디슨이 사형 집행 의자를 왜 만들었는지 추리하여 설명해 보시오.
[예시답안]
에디슨은 케믈러의 사형 집행이 끝나고 그 상황의 참혹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사형 집행 과정에서의 실수와 장치를 다루는 사람의 서투름을 비난했다. 이것은 교류 방식을 이용한 전기의자가 사형 집행 도구로 사용됨에 적합하다는 생각을 견지하고 있고, 그와 같은 방식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직류라는 방식이 아니라 교류 방식으로 전기의자를 만들었는가? 아마도 그것은 교류 전기가 사람을 죽이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음을 통해 직류 방식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가지게 하려는 의도에서 나왔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