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宗황제가 한국의 첫 커피 시음자
- 한국 최초의 커피숍인 손탁호텔 테라스에서 본 한양의 풍경.
高宗은 손탁을 상당히 신임해 러시아 공사관 입구에 호텔을 지어 그녀에게 주었다. 손탁은 2층 양옥인 이 건물의 아래층에 식당 겸 커피숍을 열었는데 이것이 한국 최초의 커피숍이다. 이 커피숍에서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가 한국 병합을 위한 모사도 꾸몄고, 민영환·이상재·이완용 등이 자주 출입했다고 한다.
高宗은 환궁 후에도 커피를 즐겼는데 김홍륙 등이 이를 이용해 차에 독을 넣는 사건이 발생, 황태자가 커피를 먹은 후 토하며 고생을 했다고 한다.
일반 서민들이 커피를 접한 것은 1900년대 초반 프랑스 상인 브라이상이 나무꾼들을 대상으로 공짜 커피를 제공한 것이 처음이다. 브라이상은 시중에 나도는 나무를 독점하기 위해 자신에게 나무를 제공하는 나무꾼들에게 커피를 제공했는데 당시 이를 「양탕국」이라고 불렀다. 커피의 색이 검고 쓴맛이 나는 것이 마치 한약 탕국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20년 이전에 서울 다동에는 전통 다방이 많았는데 이 중 윗다방골에 있는 한 곳에서 양탕국을 팔았다고 한다. 그 주인은 궁녀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20년대 이후 서울에는 몇 군데 끽다점이 생겼다. 영화배우 복혜숙이 인사동에 연 「비너스」, 김연실이 소공동에 차린 「낙랑」, 강석연이 충무로에 차린 「모나리자」 등이 생겼는데 이 끽다점에는 이광수, 나운규 등 문화인들이 많이 드나들었다.
인스턴트 커피 왕국이 되다
한국의 커피사는 6·25 전쟁을 계기로 본궤도에 오른다. 미군의 주둔과 참전으로 인스턴트 커피가 쏟아져 들어왔고, 전쟁 이후 다방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다. 그러나 이 당시의 커피는 거의 다 밀수된 것으로 귀한 존재였다. 커피가 귀하다 보니 담배꽁초로 색깔을 낸 「꽁피」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커피가 만들어진 것은 1970년대 초반 동서식품에 의해서였다. 미국 제너럴 후드社와 기술제휴한 동서식품은 맥스웰하우스 커피를 국내에서 생산했고 미원음료, 한국 네슬레 등이 뒤를 이어 커피 생산에 나섰다. 이후 한국은 인스턴트 커피 왕국이 된다. 외국에선 원두 커피가 주종을 이루고 있지만 한국에선 인스턴트 커피가 편의성과 마케팅에 의해 커피 시장을 장악, 세계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가 됐다.
그러나 1980년대 말부터 서서히 원두 커피가 등장하기 시작해 커피의 참맛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 1990년대 말 「스타벅스」 등 외국 유명 커피 체인점이 속속 들어서면서 국내서도 점차 고급 커피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다. 2001년 말 현재 전국에는 4만2000여 개의 다방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고, 가정과 사무실에서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