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淑 英 방송인
이화여대 영문과 졸업. 현재 SBS FM 이숙영의 파워FM 진행. PD협회가 주는 진행자상 수상. 저서 「애첩기질·본처기질」, 「남자들이 열광하는 여자」.
이화여대 영문과 졸업. 현재 SBS FM 이숙영의 파워FM 진행. PD협회가 주는 진행자상 수상. 저서 「애첩기질·본처기질」, 「남자들이 열광하는 여자」.
나는 하루 평균 대여섯 잔씩의 커피를 마시며, 대개는 설탕 없이 묽게 마시는 편이다. 커피를 많이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아직 위장이나 건강상태가 괜찮다는 얘기이고, 고로 젊다는 논리를 편다면 어불성설일까? 아니, 실제로 몸이 나빠지거나 안 좋을 때는 몸 자체에서 커피가 안 받는다는 사실을 경험하셨으리라.
나는 어떤 사람과 코드가 맞는지 안 맞는지 여부를 커피에 대한 취향으로도 가늠하곤 하는데, 예컨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일 경우에는 다소의 데카당, 탐미주의, 일종의 끼 같은 게 느껴져 금방 동지의식을 갖게 되고, 반면에 인삼차나 녹차 등 보신용 차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너무 이성적으로 느껴져 거리감이 생기기도 한다.
건강하거나 건전한 것에 대해 질린다고나 할까, 아니면 주눅이 든다고나 할까? 아무튼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과는 친구가 잘 되지 않는다.
커피의 미학이라면 향기의 미학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커피향이 진동하는 아침 시간의 행복함이란 내가 살아가는 樂 중의 하나이다.
아마도 그런 마력 때문에 작가 발자크 같은 사람은 많게는 하루 100잔을 마셨다고 전해지며, 바흐도 「커피칸타타」 같은 곡을 지어 커피를 예찬하지 않았겠는가?
악마 같은 마력(TV CF에도 그런 이미지를 활용했는데)을 갖고 있는 커피는 내 인생의 강렬한 애인이다. 특히 아침 생방송 시간 중에 커피를 많이 마시게 되기 때문에 커피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잊지 못할 것은 몇 년 전 방송을 하다가 그만 방송 기계에 커피를 쏟아 작동이 멈추었던 일이다. 정말이지 십년 감수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기계 속으로 커피가 들어가 방송 송출이 중단되었고, 급히 옆의 비상 스튜디오로 뛰어들어가 방송을 계속하기는 했지만 그 후에 일어난 사태는 미루어 짐작하시리라.
그 후부터는 방송 중 기계 앞에서는 커피를 삼가는 편이다. 혹시 마실 일이 있더라도 기계에서 멀리 떨어져서 마시는데, 엔지니어들의 눈치가 약간씩 보이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