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우 굿데이 대표이사 사장
1938년 경남 산청 출생. 청구大 국어국문학과 졸업. 스포츠서울 편집국 국장, 국민일보 편집인 대표이사 사장 역임. 現 경향미디어그룹 대표이사 회장, 한국추리작가협회 회장.
1938년 경남 산청 출생. 청구大 국어국문학과 졸업. 스포츠서울 편집국 국장, 국민일보 편집인 대표이사 사장 역임. 現 경향미디어그룹 대표이사 회장, 한국추리작가협회 회장.
처음엔 맛이 씁쓸하여 도저히 먹을 수 없었으나 자주 먹다 보니 어느새 그 맛에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쓰면서도 혀를 자극하는 그 감칠맛을 조금씩 알게 된 것이다.
그 뒤 학교를 마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하루에 몇 잔씩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연애를 하면서도 커피 한 잔, 친구들과 만나면서도 커피 한 잔, 어려운 사람들과 만나면서도 커피 한 잔, 그래서 커피는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특히 기자 생활을 하면서 그 숱한 밤을 새울 때 커피는 중요한 동반자였다.
그러나 나는 커피를 마실 때마다 그 독특한 향과 함께 어릴 때 레이션 박스에서 나온 그 봉지 속의 씁쓸한 맛을 잊을 수 없었다.
커피가 쓰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것은 내가 언론사 중요 데스크를 맡고 있던 어느 불행한 세월의 한여름철이었다. 군사 정부에서 내가 책임자로 있는 부서의 기자 두 명을 해고하라는 것이었다. 버티고 저항하는 단계는 이미 넘어선 뒤였다. 나는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마침내 두 기자를 커피 한잔을 핑계로 다방으로 불러 냈다.
커피 한잔을 시켜 놓고 마주앉은 나는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애꿎은 커피만 마시고 있는데 그때처럼 커피맛이 쓰기는 내 평생 처음이었다.
내가 난처해진 상황을 눈치 챈 두 기자가 마침내 비겁한 나를 구해 주었다.
『부장님, 우리 목 자르겠다는 말을 하시려는 거죠? 우리는 이미 각오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자, 커피나 들어요』
오늘도 나에게 커피맛이 쓴 일은 참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