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 智 遠 변호사
1949년 서울 출생. 서울大 정치학과 졸업. 1972년 행정고시에 합격. 1976년 제18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 청소년보호위원장, 서울 고검 부장검사 등 역임. 現 청지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1949년 서울 출생. 서울大 정치학과 졸업. 1972년 행정고시에 합격. 1976년 제18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 청소년보호위원장, 서울 고검 부장검사 등 역임. 現 청지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우리는 대체로 커피 한 잔과 오렌지 주스 한 잔을 시켰다. 그리곤 잠시 있으면 종업원들은 어김없이 커피를 내 앞에, 오렌지 주스를 아내 앞에 놓았다. 주문을 하면 항상 그렇게 내왔다. 남자는 커피, 여자는 주스라는 자기 나름의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주문은 거꾸로였다. 나는 주스, 아내는 커피였다.
아내는 커피를 좋아한다. 거의 커피 중독에 가깝다. 그 향기가 너무 강해서 다른 마실 것들은 생각날 틈이 없다고 한다. 반면에 나는 커피를 끊은 지 오래다. 술·담배를 끊으면서 한꺼번에 끊어 버린 것이다.
술·담배를 일단 끊기로 한 후엔 술집도 거의 가보지 않았다. 요즘 룸살롱 행태가 어떤지 정말로 모른다. 『그렇게 해서 세상살이가 가능하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그러면 나는 『그 꼴 안 보니 속이 시원하다』고 대답한다. 『사교가 안 될 텐데?』 하면, 『그러면 관두지 뭘…』하며 배짱이다. 커피를 멀리하는 사연도 대충 그런 정도의 시시껄렁한 것이다. 커피 속의 카페인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술·담배와 함께 끊어 버린 것이다.
나는 지금도 젊은 여성들에게 임신·출산 전에는 커피를 참으라고 권한다. 그러나 이 말에 귀를 기울이는 여성은 그리 많지 않다. 아내도 그랬다.
그러나 요즘 나는 가끔 커피를 마신다. 원인은 전적으로 아내 탓이다. 지난해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한 온갖 下馬評(하마평)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을 때 우린 율동 호수공원가의 호젓한 커피하우스를 찾았다. 거기에서 커피 한 잔씩을 들었다. 쌉쌀한 맛, 톡 쏘는 느낌, 그리고 그윽한 향기는 순간 정신을 맑게 해 주었다.
나이가 들면 서로 닮아 간다고 하던가. 나는 아내 때문에 다시 커피에 조금씩 다가갔다. 그렇다고 「이 커피는 안 마셔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없어진 건 아니다. 오히려 「아내가 내 쪽으로 좀더 다가와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 어찌 되나 두고 보자. 내가 또다시 커피를 끊을지, 아니면 아내를 따라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