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 周 淸 여행가·만화가
1945년 경북 안동 출생. 연세大 경영학과 졸업. 여행가·골프칼럼니스트·사진작가. 1980년대 중반 이후, 120여 개국을 여행.
1945년 경북 안동 출생. 연세大 경영학과 졸업. 여행가·골프칼럼니스트·사진작가. 1980년대 중반 이후, 120여 개국을 여행.
질 좋은 커피 원두의 生育(생육)조건은 낮에는 뜨겁지만 밤이 되면 서늘한 열대지방 고산지대 기후에 직사광선이 온 종일 내려 쬐는 걸 싫어하는 半陰半陽(반음반양)에 비가 넉넉하고 토양이 화산재면 금상첨화다.
中美의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 온두라스(Honduras) 동북쪽 오지 울울창창한 정글로 뒤덮인 휴화산 라무라야山은 커피 생육의 적지다. 半陰半陽의 커피 농장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거목을 한 그루씩 띄엄띄엄 세워 둬야 하기 때문에 정글이 필요하다. 2월부터 4월 초순까지는 커피 원두를 채취하는 철이다.
이맘때가 되면 라무라야 산자락 마을 라우니온의 초등학교는 문을 닫는다. 1년 중 유일하게 현찰을 만질 수 있는 때를 놓칠새라 손 달린 사람은 모두 커피 농장으로 달려간다. 커피 농막엔 현찰이 포대째 쌓여 있고, 현찰과 진배없는 半가공 커피 원두도 쌓여 있어 무장한 떼강도들은 커피 농막을 습격하고 커피 농장주는 私兵들을 고용하여 응전한다.
이튿날 새벽 4시 반, 전날 저녁에 채용해 놓은 보디가드 젊은이가 M16을 메고 내 방문을 두드린다. 그를 따라 동네 복판으로 가 어른·아이할 것 없이 동네 사람들을 가득 실은 트럭에 올라 탔다. 개울을 건너고 진창길을 빠져나가 아슬아슬하게 산허리를 돌아 무섭도록 컴컴한 라무라야山 정글 속으로 트럭은 빨려 들어간다.
어둠이 서서히 걷히자 안개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20여km쯤 올라가 해발 1000m 8부 능선쯤부터 동네 사람들은 내리기 시작한다.
커피 농장이 펼쳐지는 것이다.
트럭이 심하게 흔들릴 때마다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리던 초등학교 1학년 카렌 바체코(6)를 따라가기로 했다. 어린 동생들과 엄마는 집을 지키고 바체코는 눈을 비비며 아빠, 형, 누나들과 함께 돈벌이에 나섰다. 바체코네 일곱 식구는 트럭에서 내리자마자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쏜살같이 커피 나무 숲 속으로 달려간다. 한 사람이 새벽부터 어두워질 때까지 보통 3갤런의 커피 열매를 딴다.
1갤런에 1달러, 한 사람이 3달러(3600원). 하루벌이가 「악마의 검붉은 피」 한 잔 값에도 못 미친다. 바체코네 일곱 식구는 하루에 21달러를 번다는 계산이다.
작년 10월 말 이 나라를 강타한 허리케인으로 바체코네 흙벽돌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바체코네는 빨리 돈을 모아서 허리케인이 몰아쳐 오는 9월 전에 집을 한 칸 지어야 한다. 지금은 이웃집 축사를 빌려 열한 식구가 오글오글 살아간다.
커피 농장 농막에서 권총을 허리에 찬 농장주 후안(57)을 만났다. 커피 열매를 따는 사람들은 모두 정복자 스페니시들이 겁탈한 원주민 인디오 여자에게서 태어난 메스티조들이고, 후안은 스페니시 피를 그대로 이어받은 순종이다.
후안은 전날 이웃 커피 농장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는데 자신의 사병 13명도 지원 나가 마적떼들을 격퇴했다고 한다. 얘기를 듣고 나서, 품값이 너무 적다고 했더니 후안은 정색을 하고 『커피는 국가 전매품이다. 터무니없는 헐값으로 수매하기 때문에 커피 열매 따는 품을 많이 줄 수 없다. 커피 농사는 영 재미가 없다』 며 엄살을 떤다.●
